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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unity/관객기자단 [인디즈]

[인디즈 소소대담] 2023. 4 영화 앞에 모여 앉아

by indiespace_가람 2023. 5. 23.

[인디즈 소소대담] 2023. 4 영화 앞에 모여 앉아

*소소대담: 인디스페이스 관객기자단 ‘인디즈’의 정기 모임

 

 

*관객기자단 [인디즈] 박이빈님의 기록입니다.

 

*참석자: 봄, 여름, 가을, 겨울, 초록, 보라, 분홍, 노랑, 연두

 

많은 사람들이 모여 앉아 영화의 생존 여부를 묻는다. 영화는 망하고 있는 것인지, 일찌감치 망해 버린 것인지, 망한다는 말로는 설명할 수 없는 어떠한 것인지. 주장에는 이유가 따르고, 저마다의 사연이 달라서 말미에는 ‘에라, 모르겠다.’ 하는 식으로 허물어 버리게 될 때도 있지만 어떤 이야기들은 기록으로 남고, 또 다른 이야기들은 뇌리에 남아 영영 사라지지 않는다. 중요한 것은 영화 흥망의 여부가 아니라, 그에 대한 열띤 이야기를 나누었다는 사실뿐일지도 모른다. 쉽게 사라지지 않을 이야기들을 나눴던 날의 기록.

 

 

 

 

1. 최근 독립영화 개봉작에 대해서

 

영화 〈다음 소희〉 스틸컷

〈다음 소희〉

[리뷰]: 어떤 삶의 가능성(김진하)

[인디토크]: 함께 모여서 영화를 보고 이야기를 나눈다는 것.(김태현)

[인디토크]: 교차, 접속, 만남(김진하)

 

분홍: 장단점이 있었다. ‘피해자는 계속해서 발생한다’는 의미는 잘 이해되었고 물론 동의했지만, 전달 방식이 다소 직설적이었다. 실제 사건과 별개로 영화 속에선 유진의 동기가 매우 약하게 느껴졌다. 유진의 어머니와 관련한 스토리도 영 풀리지 않는 느낌이었다. 학교나 교육청에서 경찰이 선언하듯 말하는 장면은 현실성이 없었고, 대사로 모든 걸 해결하려는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네임 밸류가 있는 감독과 배우들이 이 소재로 영화를 만든 것에 대해서는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 소희가 잘 욱하는 성격으로 비쳤다. 하지만 그런 낯선 모습 때문에 오히려 영화에 몰입이 잘 되었고, 욱하더라도 할 말은 하고 사는 성격이, 이 사회에 그런 무모함이 필요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겨울: 욱하는 성격은 말 그대로 ‘생각하는 바를 그대로 말하는’ 성격 같다. 화가 나면 화를 내고, 슬프면 울고, 열심히 하고 싶으면 열심히 하고. 하지만 회사라는 공간은 구조 안에서 구조를 재생산할 뿐이다. 앞에선 걱정한다고 하지만, 뒤에선 사람을 굴리는 구조를 갖고 있지 않나. 영화는 인간적으로 살던 소희가 인간의 탈을 쓴 사람들 앞에서 상황을 감내하는 모습을 그대로 그려낸 것 같다. 콜센터 직원으로서 고객이 어떤 상황에 놓였던 매뉴얼대로 해야 하는 등의 상황이 소희의 혼란을 관객에게 전달하는데 효과적으로 작용했다. 이 맥락에서 영화는 윤리적, 도덕적 메시지를 잘 전달했다고 본다. 1부, 2부로 유진의 등장과 함께 나뉘는 구성도 좋았다. 인디토크에서 손희정 평론가가 말했듯 ‘이미 늦어버렸다는 감각’을 잘 표현하고 있다고 느꼈다.

 

초록: 개봉 이후 영화를 논했던 언론과 사회에 대해 얘기하고 싶다. 나는 ‘MZ’세대라는 말을 싫어한다. 범위도 넓고 어감도 싫고, 무엇보다 단어의 의미가 오염되어서 싫다. 요즘 회식은 MZ가 주도한다 등의 말을 정말 싫어했다. 대표성을 들어 많은 사람들을 묶어서 이야기하는데, 실제로 MZ세대가 노동 현장에서 어떤 부당한 일을 겪었을 때 바로바로 발언을 할 수 있나? 사회의 기득권들이 본인들의 합리성을 위해 세대를 과하게 명명할 뿐이다.

 

 

 

영화 〈여섯 개의 밤〉 스틸컷

〈여섯 개의 밤〉

[리뷰]: 동안에 선뜻 체류하려는 의지 (김해수)

[인디토크]: 아지랑이처럼 피어오르는 이야기들 (조영은)

[인터뷰]: 관계가 얽히기 위해 필요한 밤의 개수 (안민정)

 

가을: 도식적, 상투적이었다. 비행기 이/착륙이라는 수직적인 구조와 세 커플의 에피소드라는 병렬적인 구조가 보였다. 인물들의 대화를 통해 관계의 변화를 맞이하는 내용들이 상당히 대칭적이었다. 대화가 많은 영화들이었기 때문에 배우가 중요했는데 다행히 배우들의 연기력이 뒷받침되어 좋았다. 여성 캐릭터를 다루는 방식은 의문이 들었는데, 피해를 입은 경험이 있는 혹은 피해를 입고 있는 사람으로 상정되어서 나온다는 생각이 들었다. 첫 번째 에피소드에서는 과거에 아빠로부터 피해를 받은 여성이 나오고, 두 번째에선 남편에게 일방적인 강요를 당하고 있는 상황이 나오고, 세 번째에선 장남을 편애하는 중년 엄마를 보살피고 그 희생을 감내하는 딸이 나온다. 구조적으로 너무 잘 대칭된, 밋밋한 영화였다. 배우들이 캐릭터의 미묘한 부분들을 살려 연기한 것은 인상적이었다.

 

초록: 평소에 가족 영화를 잘 안 보는 편이다. 대부분의 가족 영화들이 많은 갈등을 억지로 화해하면서 마무리되기 때문이다. 〈여섯 개의 밤〉에는 아버지로부터 가스라이팅을 당하며 자라온 딸의 서사, 남편과의 이야기 등 여성들의 사연 속에 ‘가족’이 들어가 있었다. ‘서로 화해하라’는 주장 하에서 피해자의 발언은 사라질 수밖에 없다. 세 번째 에피소드에서도 마찬가지로 어머니와의 갈등이 어찌어찌 마무리된다. 첫 장면처럼 비행기에서 모르는 남성이 여성을 쳐다보는 방식이나, 가족 속 여성을 다루는 방식 모두 아쉬웠다.

 

 

 

영화 〈장기자랑〉 스틸컷

〈장기자랑〉

[리뷰]: 나의 모든 이름에게(김진하)

[인디토크]: 연극이라는 다른 이름으로 저장하는 4월 16일(김소정)

 

연두: ‘사람’이 잘 드러나서 좋았다. 희생자, 피해자 같은 단어들에 집중하기보다 ‘사람들’이 하는 연극, 연극 무대의 모습, 그 무대의 현장성 같은 것들이 잘 드러나서 좋았다.

 

: 최근에 봤던 개봉작들 중에서 가장 좋았다. 〈차별〉에서의 연극과 마찬가지로 하여 연극의 기능에 대해 생각해 봤다. 김원영 변호사, 〈재춘언니〉의 故임재춘 등이 떠올랐다. 사회적인 이슈를 연극으로 활용하는 것의 의미, 무대에 올라 온전히 ‘다른 사람’이 되어 이야기하는 예술의 힘 같은 것들을 생각했다.

 

초록: 큰 사건에 대해 전체적으로 생각하다 보면 놓치게 되는 부분들, 이름이나 상황에 대해 생각할 수 있어 좋았다. 많이 울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엄청 웃으면서 봤다.

 

겨울: 영화를 보면서 ‘어떻게 함께 할 수 있을까’에 대해 많이 떠올렸다. ‘피해자성’의 울타리 안에 갇히기보다 개인의 욕망, 마음, 순간들을 영화가 짚고 있는 게 좋았고, ‘함께 어떤 것을 이뤄낼 수 있는가’에 대해 생각하게 했다. ‘순범 엄마’가 머리를 노랗게 물들인 이유에 대해 설명하는 장면에서 많이 울었다. 2014년의 사건 개요를 단순히 알고 기억하는 것을 넘어서 인물들 한 명 한 명이 그때부터 지금까지 경험한 시간을 알아보려는 영화의 시선이 인상적이었다.

 

 

 

 

2. 다시 돌아온 축제의 계절! 영화제, 영화 행사 이야기

 

[영화제에서 영화를 고르는 나만의 기준이 있다면?]

 

초록: 최애 배우, 최애 감독의 신작/구작이 있는지 본다.

 

분홍: 시놉시스. 전주국제영화제 한국경쟁 중 〈미확인〉이라는 작품의 시놉시스는 “1993년 전 세계 모든 도시 상공에 UFO들이 나타났다. UFO들은 아무런 행동도 취하지 않는다. 이 상태로 29년이 지난 세상. 우리 중 어느 사람들은 사실 외계인이라는 소문이 돌고 있다.”인데 읽기만 했는데도 너무 재밌어 보인다. 실제로도 재미있는 영화였으면 좋겠다.

 

보라: 한국에서 다시 볼 수 없을 것 같은 영화들, 또는 스틸컷이 인상적인 영화들. 작년 전주국제영화제의 〈고독의 지리학〉은 스틸컷에 말이 나와 있길래 봤는데, 작품도 만족스러웠다.

 

 

출처: 반짝다큐페스티발 https://blog.naver.com/twinkledocu/223058289456

[‘반짝다큐페스티발’에 참여하고 나서]

[리뷰]: 신나리 감독전 〈8부두〉, 〈붉은 곡〉(박이빈)

[GV]: 〈섹션 6 + 이동권 연대: 다큐인 초청전〉손가락 말고 달을 보자(조영은)

 

여름: ‘다큐 하는’ 사람들의 모임에 참여할 수 있었던 것이 인상적이었다. 이전의 인디다큐페스티발을 가고 싶었는데 못 가서 아쉬운 마음을 갖고 반다페에 갔다. 한 섹션은 출품작 섹션을, 한 섹션은 신나리 감독전 작품들을 봤는데 출품작에 대해서 사람들이 편하게 얘기하는 게 보기 좋았다. 시네필들의 대화보다는 다큐 하는 사람들의 편안한 이야기.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다는 느낌과 에너지가 좋았다.


보라: 나도 신나리 감독전을 봤다. 감독님이 카메라로 세상을 보는 결이 너무나도 좋았다. 강제징용, 생화학 실험 등 차가운 역사적 사건을 다루면서도 그걸 바라보는 시선은 매우 따뜻하게 느껴졌다. 개막식이 인상적이었는데, 감독님이 투병생활로 오지 못했고 남겨주신 메시지가 대신 스크린에 띄워졌다. 뭉클하기도 하고 큰 감동을 받았다. 이런 행사가 많아졌으면 좋겠다.

 

 

 

[서울독립영화제 순회상영회 ‘인디피크닉’에 참여하고 나서]

 [GV]: 〈지옥만세〉반갑지 않은 내일도 맞이해야만 한다면(박이빈)


보라: 본가가 강릉인 사람으로서 지역 순회의 의미가 참 좋았다. 영화가 찾아가는 느낌, 지역의 관객과 이야기하기 위해 감독과 배우가 찾아가는 느낌이 들어서 그렇다. 또 극장이 아니라면 볼 수 없는 영화들을 인디피크닉을 통해 볼 수 있어 다행이었다. 신영극장이 없었더라면 강릉에 지내며 독립영화의 존재도 모르고, 이렇게 인디스페이스 관객기자단의 존재도 몰랐을 거다. 이번 서울 상영에서는 임오정 감독의 〈지옥만세〉를 봤다. GV 분위기도 유독 좋아서 서울독립영화제와는 다르게 ‘또 다른 영화제’라는 느낌이 들었다.

 

가을: 내 경우엔 본가가 완도다. 예전엔 지역 영화관조차 없어서 광주나 목포로 멀리멀리 가야 보고 싶은 영화들을 볼 수 있었다. 5년 전쯤 완도에 조그마한 100석 규모의 영화관이 생겼다. 지난 겨울에 갔을 때는 〈유령〉, 〈교섭〉같은 대형 배급사 배급의 영화들을 주로 상영했다. ‘서울독립영화제’라는 말은 서울이라는 상징성을 부여할 수 있다는 면에서 긍정적이지만 서울이라는 지역적 한계를 짓는다는 측면에선 단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생각을 했다. 왜냐면 영화는 책처럼 사서 내 집에 들일 수 있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내가 직접 찾아가야 하는 수고로움이 있다. 근데 영화관이 한정되어 있고 거리가 너무 멀면 관람 자체가 불가능해지는 지점도 있다. 상영했던 작품을 또 상영하고, 이전 GV 때 했던 얘기를 지역 상영회에서 또 하는 것은 어떤 사람들 입장에서는 조금 지겨울 수도 있겠지만, 처음 듣는 사람도 분명 있을 것이다. 반복된다는 것은 한편으로 그만큼 여러 사람이 궁금해하고 또 공유될 만한 그런 가치가 있다는 점에서 장점이 된다. 이런 행사가 오래 지속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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