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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unity/관객기자단 [인디즈]

[인디즈] 〈스프린터〉인디토크 기록: 당신 각자의 트랙

by indiespace_가람 2023. 6. 7.

당신 각자의 트랙

〈스프린터〉 인디토크 기록

 

일시 2023. 5. 20(토) 13시 상영 후

참석 최승연 감독, 박성일, 공민정, 임지호, 전신환, 최준혁 배우

진행 이동진 평론가

 

*관객기자단 [인디즈] 진연우 님의 기록입니다. 

 

 

인생은 레이스라는 말, 꽤 오래 부정되어 왔다. 결승선에 드는 인물은 정해져 있고, 상위권을 점하지 못하면 도태되어 마땅하다는 식의 논리는 이제 표면적으로나마 더는 힘을 쓰지 못한다. 그런데 행복은 성적순만큼이나 진부하게 느껴지던 이 사어가 어느 영화로 인해 다시금 되살아났다. 더는 그런 허상의 신화에 휘둘리지 말자고 다짐했건만, 아무래도 인생은 레이스인가 보다. 이들은 경기라는 포맷을 통해 경쟁하고 있는 듯 보이지만, 실상 각자가 의식하고 있는 것은 서로가 아니다. 주인공이 없는 트랙이라는 교차점에서 사람들이 만나고 흩어진다. 우리가 이미 알고 있는 감정들을 싣고, 영화 〈스프린터〉가 출발선에 섰다.

 

 

이동진 평론가(이하 이동진): 처음 뵙는 배우님, 감독님이 계셔서 저도 여쭤보고 싶은 게 많습니다. 여러분들도 그 못지않을까 싶고요. 초반에서 중반은 제가 좀 빠르게 진행을 해서 대화를 나눠 보도록 하고요, 후반부에는 여러분들이 질문할 수 있도록 마이크를 넘기도록 하겠습니다. 다음 주 수요일 개봉이고요. 영화를 촬영한 지는 약간 시간이 지난 것 같은데요. 오늘 이렇게 관객분들 모시고 본격적으로 개봉 일정을 시작하게 됐습니다. 오늘이 개봉 첫 GV라고 들었는데요. 여섯 분 간단한 인사 말씀과 소감 말씀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최승연 감독(이하 최승연): 네, 안녕하세요. 스프린터〉연출한 최승연입니다. 오늘 이렇게 와 주셔서 감사드리고요, 다른 GV나 개봉 준비하면서 기획전이나 서울독립영화제나 이런 걸 통해서 많은 분들한테 보여드렸는데, 오늘 또 어떤 질문이 나올지 궁금하기도 합니다. 질문 받고, 평론가님이랑 이야기하면서 제가 설명드릴 수 있는 부분에 대해서 자세하게 말씀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박성일 배우(이하 박성일): 네, 안녕하세요. 현수 역할을 맡은 배우 박성일입니다. 삼 년 전에 정말 치열하게 악조건 속에서 다들 똘똘 뭉쳐 열정 하나로 만든 작품이거든요. 이 영화가 개봉하게 되어서 너무 기쁘고요. 여러분 만나뵙게 되어서 너무 영광스럽습니다. 감사합니다.

 

공민정 배우(이하 공민정): 네, 안녕하세요. 지현 역할을 맡은 공민정입니다. 만나서 반갑습니다. 이렇게 자리 꽉 채워 주셔서 너무 감사드립니다. 앞으로 좋은 이야기 나눠 보도록 해요.

 

임지호 배우(이하 임지호): 안녕하세요, 열아홉 살 스프린터 준서 역할을 맡은 배우 임지호입니다. 영화관에 이렇게 관객분들이 많은 걸 보니까 너무 행복하고요, 그런데 그게 또 제가 출연한 영화라 몇 배로 더 행복한 것 같습니다. 오늘 와 주셔서 정말 감사드리고, 성실히 대답하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전신환 배우(이하 전신환): 고등부 코치 역을 맡은 배우 전신환이라고 합니다. 이렇게 황금같은 주말에 자리 꽉 채워 주셔서 정말 감사드리고, 좋은 질문 많이 부탁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최준혁 배우(이하 최준혁): 네, 안녕하세요. 저는 형욱 역할을 맡은 배우 최준혁이라고 합니다. 오늘 이렇게 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동진: 네, 시작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감독님께 질문을 조금 드리고 싶습니다. 한 편의 영화를 만들 때 얼마나 많은 노고와 생각들이 들어가 있는지 짐작하기 어려운데요, 이 영화를 처음 시작하셨을 때 이 소재, 보통 일반적으로 스포츠 드라마에서 육상 경기는 장거리 경기를 소재로 삼는 영화가 많은데요. 이렇게 10초 안에 끝나는 짧은 경기를 처음 시작하시게 됐던 첫 발을 질문드리고 싶습니다.

 

최승연: 일단은 처음에 소재를 먼저 선택하지는 않았었고, 뭔가 ‘단거리에 대한 영화를 찍을 거야’라는 생각은 안 했어요. 그때 이제 〈수색역〉 찍고 다른 영화를 준비했었는데, 글을 잠깐 멈추는 시간이 개인적으로 저한테 필요했던 것 같아요. 잠깐 멈추고, ‘영화 말고 아예 다른 걸 해 볼까?’라고 했었던 것 같고, 그런데 그러다 보니까 자연스럽게 글이 조금 써지기 시작했던 것 같아요. 영화의 첫 부분에 있는 현수가 뭔가 열심히 하는, 그런 루틴에 대한 영화였어요. 제가 그때쯤에 다른 영화를 하나 제 손으로 스스로 제작까지 할 수 있는 영화를 찍어야겠다라는 생각은 했었고, 현수가 뭔가를 하러 아침에 일어나서 버스를 타고, 어디를 가서 발판을 놓고, 뭔가를 열심히 하고, 밥을 먹고 이런 거에 대한 영화를 좀 준비했었고, 현수에 대한 캐릭터가 완성이 되다 보니까 ‘어, 그러면 현수가 100m 단거리 선수다’라는 설정이 자연스럽게 나왔고, 그 뒤에 그러면 ‘현수가 기록이 점점 처졌는데, 뭔가를 포기하지 않고 계속 자신의 루틴을 하는 사람’이라는 설정이고, 그에 반대되는 점점 기록이 오르는 준서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고, 그 뒤에는 또 정호라는 인물이 나왔고 자연스럽게 뭔가 ‘내가 이거를 선택해야지’가 아니라 좀 스피디하게 하나의 시나리오가 완성이 됐던 것 같아요.

 

 

 

영화 〈스프린터〉 스틸컷

 

 

이동진: 지금 말씀해 주신 과정 자체가 스프린터〉와 관련이 있는 것 같은 그런 느낌이 들게 되네요. 사실은 영화를 만들고 촬영이 다 끝나고 나서도 개봉할 때까지가 시간이 조금 걸립니다. 이 영화를 둘러싼 여러 가지 환경들 때문에 시간을 기다리셨다는 말씀은 아까 전해드린 바 있고요, 촬영 자체가 조금 시간이 지나기는 했습니다만 박성일 배우님은 어떻게 생각하면 지금 영화의 시작이 현수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삼 년 전을 뜨겁게 노력하셨던 그 촬영 때의 상황을 생각하시면 제일 먼저 뭐가 떠오르십니까?

 

박성일: 일단 배우들이 다같이 훈련했던 상황이 떠오르고요. 기록은 진짜 선수들처럼 나오지는 않아도 치열하게, 자세는 나와야 된다고 생각해서 국가대표 출신 코치님들과 훈련 열심히 했고요. 그리고 따로 개인적으로도 운동을 열심히 했던 생각이 납니다. 거기서 빚어지는 부상도 많았고요, 다들 열심히 노력했던 생각이 납니다.

 

이동진: 실제로는 누가 제일 잘 달리시나요? (웃음) 뛰어 보셨을 텐데요.

 

박성일: 실제로는 여기에는 없지만 김형택이라는 배우가, 한경실업에서 정호한테....

 

이동진: 아, 8번 레인?

 

박성일: 네네, 8번. 네, 맞습니다. 그 친구는 사실 국대 출신 코치님들이 실제로 한번 사회에 입장을 해 봐라 할 정도로 기록이 좋았습니다.

 

이동진: 그런 분들이 이제 뛰실 때는 일부러 슬슬 뛰셨겠어요, 일찍 들어오면 안 되니까.

 

박성일: 설명 잠깐 해 드리면 이게 주로에 설 때는 흥분이 돼요. 흥분이 돼 가지고, 다들 진짜 약속하고 ‘니가 몇 번으로 들어와야 된다’ 하는데 흥분해서 전력 질주를 해요. 그리고 제가 제일 노령이었기 때문에 저는 거의 후반에 있는데, 이래서는 안 된다, 우리가. (웃음) 연극처럼, 뮤지컬처럼 ‘자, 지금부터 간다. 자, 여기서 니가 치고 나가. 자, 4번! 자, 나가고~’ 이런 식으로 정말 약속해서 그렇게 치고 치고 나갔던 것 같습니다.

 

이동진: 한 60미터까지는 1등을 하셔야 되는데.... (웃음) 자, 영화를 보면서 이제 재미있던 부분이 굉장히 많았습니다. 뭐라고 할까요. 얼마든지 뜨겁게, 또 얼마든지 흥분하면서 만들 수 있는 영화인데 이렇게까지 담백하게 멋진 영화를 찍으신 것에 대한 미묘한 놀라움이 있었고요. 이 영화에서는 사실 유머가 그렇게 많지는 않은데, 사실상 이 영화에서 굉장히 중요한 주연 중에 한 명이기도 하면서 또 어떻게 보면 유머캐? 개그캐?라고 말할 수도 있는 게 전신환 씨인 것 같습니다. 시작할 때 춤추면서 등장하시잖아요. (웃음) 추시는 것을 더군다나 뒷모습으로 영화에서 찍게 되는데, 이 영화의 맨 마지막 쇼트도 전신환 씨가 나오면서 영화가 끝나죠. 어떻게 생각하면 이 인물의 뒷모습이 영화에서 많이 보이기도 하고요. 춤추는 장면도 있고, 굉장히 큰 딜레마 속에 있기도 하고. 이런 맥락의 일들을 연기하실 때 어떤 기분이 드셨는지 말씀해 주시죠.

 

전신환: 전혀 웃기려는 의도는 없었는데, 재미있게 봐 주셨으면 감사드립니다. 원래 시나리오 읽을 때는 그 장면이 없이 바로 ‘똑똑똑, 윤주환입니다.’여서 그냥 무리 없이 등장하면 되겠구나 했어요. 그런데 감독님이 저희가 한창 훈련하면서 활영 준비하는 기간 중에 전화가 오셔서 “신환아, 니가 조금 웃겨 줘야 되겠다.”, “웃긴 장면이 뭐가 있을까요?”, “거기 앞 장면에 니가 등장할 때 춤을 좀 춰 줘야 되겠다.” 하셨어요. 그때 제가 전화받았을 때가 〈조커〉라는 영화가 개봉을 했습니다. 그때쯤이었는데, 그런 멋있는 장면이 배우 입장에서는 ‘어, 계단 같은 데서 춤을 추고 탭댄스 같은 거를 주면 멋있겠다....’ 예전에 제가 탭댄스를 조금 배웠었거든요, 입시 때. ‘오, 그러면 신발을 다시 꺼내서 연습을 해야 되나.’ 생각을 해 봤는데, 감독님이 레퍼런스 영상을 보내 주셨어요. 웨이브, 각기... 뭐 이런 되게 다양한 장면의 춤을 보내 주셨는데, 도저히 제가 그걸 완벽하게 소화할 수는 없을 것 같고 저만의 춤을 좀 춰 봐야겠다 해서 “제가 그러면 몇 개 찍어서 보내드리겠습니다.” 해서 이렇게 춰 봤는데 어우, 이거는 웃기지도 않고, 멋있지도 않고 도저히 안 될 것 같아서 ‘안 되겠다, 그러면 육상 선수였기 때문에 달리는 장면, 달리는 포즈 같은 데서 착안을 해 봐야겠다’ 해서 해 보니까 어? 조금 재미있는 장면이 될 것 같아서 감독님께 보내드렸더니 ‘좋다. 그렇게 해 보자.’ 했는데 막상 촬영을 할 때는 음악이 또 없어서. (웃음) 갑자기 또 음악을 틀어 주셨는데 제가 준비한 거랑 또 너무 다르더라고요. 일단 춰 봐라 하셔서 촬영 감독님이랑 굉장히 맞춰 가면서 췄던 기억이 있고, 어, 그 마지막 장면과 그 장면을 연결시켜서 봐 주셨다고 하니까 굉장히 의미가 있는 것 같은데, 제가 생각하기에는 사실 큰 의미가 없지 않나.... (웃음)

 

이동진: 뒷모습을 보이면서 걸어가는 장면이 유독 많으세요, 연기 중에서. 그럴 때 이제 배우는 당연히 얼굴이 안 나온다는 걸 알고 연기하는 거잖아요. 그럴 때 배우는 어떤 심정으로 연기를 하나요? 그냥 이 동작이나 이런 것들을 맞추는 데 집중을 하는 건가요, 아니면 나름 당연히 안 보이는 표정도 최선을 다해서 연기를 하고 있는 건가요?

 

전신환: 물론 이제 어디서 찍히느냐에 따라서 연기가 바뀌지는 않는데 제가 마지막에 걸어갈 때 표정을 궁금해하는 분들이 많으시더라고요. 눈물 흘리지 않았을까, 엄청 무겁게 걸어가지 않았을까 하는데 저는 굉장히 밝게 웃으면서 가지 않았을까.... 저는 촬영 때 그렇게 했던 것 같아요.

 

 

 

영화 〈스프린터〉 스틸컷

 

 

 

이동진: 극 중에서 이제 박성일 씨는 계속 혼자 노는 장면들이 많은데요. 그중에서도 이제 가장 안쓰럽게 느껴지는 장면이 혼자 식사하는 장면입니다. 누가 봐도 건강에 좋을 것 같고 맛이 없을 것 같은 음식들. (웃음) 방울토마토부터 시작해서 닭가슴살 이렇게 있었던 것 같고요. 더군다나 이제 후반에는 개미까지 등장하는데, 식사 장면 찍을 때 어떠셨는지 여쭤보고 싶습니다.

 

박성일: 그 장면이 그냥 스쳐지나갈 수도 있는데 말씀해 주셔서 감사하고요. 제가 실제로 그런 적이 있어요, 집에 눈치 보여 가지고. 배우 생활 한 20년 넘게 하고 있는데 아무도 몰라봐 주고 그러는데 집에 있으면 가족들이랑 조금 부딪히거든요. 그래서 한동안 한 일 년 정도 아는 형 사무실에 책상 하나만 내달라, 거기서 뭐 검색도 조금 하고, 프로필도 보내고 그러면서 맨날 출근을 하면서 직원들 도시락을 제가 집에서 싸 가지고 간 적이 있어요, 미안하니까. 그런데 아무튼 그 기분이 들어서 되게 쓸쓸하다라는, 그 장면조차도 시나리오 봤을 때 이것을 대입하면 되겠다라고 생각을 했었거든요. 예, 되게 쓸쓸했습니다. 그때가 떠올라서.

 

이동진: 사실은 이제 이 속의 인물마다 굉장히 큰 드라마들이 담겨 있지만 그래도 표면적으로 스포츠 영화이고, 실제로 장르의 느낌이 있을 거고. 그렇다면 100미터 달리기를 어떻게 찍을 것이냐라는 문제가 있을 것입니다. 그 장면을 보면서 참 영화가 구조적으로도 너무 잘 짜여졌다라는 생각을 저 개인적으로 하고 있는데요. 사실상 영화에서는 10초 달리기 두 번인 거잖습니까? 1차전 있고, 2차전이 있는데. 1차전은 인물의 시점에 따라서 세 번 묘사를 하고요. 그 다음에 마지막으로 2차전은 한 번 보여 줍니다. 제가 영화를 초를 재면서 봤거든요. 그런데 세 번에 걸친 그 1차전 달리기를 전부 다 똑같이 실제 러닝 타임 그대로 10초, 2초, 3초, 4초 이 정도로 찍으셨더라고요? 그런데 그것을 이제 하나의 쇼트로 찍은 게 아니기 때문에 사실상 영화적으로는 다양한 쇼트들이 편집이 되어 있고 객석에서 쳐다보고 있는 코치들도 나오고 이런데도 불구하고 정확하게 세 번 다 실제 타임에 맞추셨어요. 그런데 그 짧은 시간은 사실 관객 입장에서는 그 파노라마 느낌은 너무 짧은 시간이잖아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렇게 정확히 맞추신 것에 대한 감독님의 생각을 조금 여쭤보고 싶습니다.

 

최승연: 뭔가 현실과 조금 비슷했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이 있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달리기에 대한 기록을 10초에 맞췄고요. 실제로 9초가 될 수도 있고 13초, 4초가 될 수도 있는데 그렇지 않고 다 비슷하게 그냥 10초에서 한 11초, 12초 이 정도 사이에 맞추려고 조금 노력을 한 것 같아요. 어차피 이 10초, 11초 정도의 길이를 현수, 준서, 정호를 어떻게 보여 줄까. 이 점에만 집중을 했던 것 같아요. 현수는 엄청 길게. 이제 우리 준서 같은 경우에는 정석대로 가서 그냥 얘기하고, 긴장되고, 실제로 드라마나 영화에서 볼 수 있는 일반적인 그런 타입으로 가려고 했던 것 같고, 정호 같은 경우에는 이미 앞에 두 번 보여 줬기 때문에 '2등으로 들어와.'한 다음에 바로 컷 하면 그냥 바로 달리는. 이 점에 대한 고민은 좀 했었고, 이거는 무조건 10초에 맞추자라고 생각을 했던 것 같아요.

 

 

영화 〈스프린터〉 스틸컷

 

 

 

이동진: 사실 영화를 보면 묘사되지 않은 어떤 특정한 인물에 대해 저는 개인적으로.... 진짜 제가 이상한 사람인 건데요. 그게 뭔가 하면, 2등으로 들어오신 강원도청 팀의 박인규 씨가 너무 궁금하거든요. (웃음) 왜냐하면 1,2,3,4등을 영화가 묘사를 하고 있는데 2등으로 두 번이나 들어왔음에도 불구하고. 2등의 드라마도 있을 수 있고, 또 제가 강원도 출신이라고 말을 하는 건 아니고. (웃음) 제 고향이 강원도 정선인데 어쨌건 제가 여쭤보고 싶은 건 1등, 3등, 4등을 묘사한 이유가 있습니까? 모두가 이겨야 될 절박한 이유가 있는데, 그중에 이제 1등, 3등, 4등을 선택해서 드라마를 만드신 이유, 그 다음에 이 전체적인 이야기는 사실은 처음에 우리가 이런 구조를 모르고 보면 현수에 관한 이야기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나중이 되면 현수가 경기를 나왔을 때 잠깐 인사하면서 들어가게 되면 지완이 나오는데, 그때만 해도 지완이는 지나가는 아주 간단한 단역 정도로 보이죠. 나중에 보면 또 지완의 이야기가 펼쳐지고, 나중에 보면 또 다른 인물들의 이야기가 펼쳐지는 방식인데, 왜 이야기를 이런 구조로 세 번에 걸쳐서 반복이 되고, 그것을 현수가 이끌게 만들고 이런 것에 대해 말씀을 듣고 싶습니다.

 

최승연: 일단은 1등, 3등, 4등에 관한 영화는 아니고... 그런 것 같아요. 학생이 될 수도 있고, 회사에 취직을 한 1년 차, 2년 차가 될 수도 있고. 자기 직업적으로 굉장히 베테랑인 사람이 될 수도 있고, 자기 직업에서 떨어진 사람이 될 수도 있고, 은퇴를 하신 분도 있고 이런 개념이었어요. 그러니까 기록이 올라오고 있는 사람, 기록이 정점에 있는 사람, 기록이 떨어지고 있는 사람. 그리고 이거는 물리적으로 어떻게 할 수가 없다, 이러한 설정이 있었고, 1등, 3등, 4등에 관한 영화는 생각을 안 했었던 것 같아요. 그리고 현수로 시작해서 그 다음에 이어가면 지완이 나오고 이거 같은 경우에는 제가 아까 처음에도 말씀드렸지만 현수에 대한 부분을 생각하고, 그 다음에 준서에 대한 부분을 생각하고, 정호에 대한 부분을 생각하고, 사실 이걸 섞을 수도 있거든요? 그런데 이걸 어떻게 하나로 모을까에 대한 고민이 많이 있었던 것 같아요. 이번 시나리오 다 쓰고 촬영이 조금 구체화되면서, 콘티를 짜면서였는데 가장 좋은 방법은 현수 10분, 준서 10분, 정호 10분. 현수 5분, 준서 5분, 정호 5분, 3분, 3분, 3분. 1분, 1분, 1분. 맨 끝 2차전에서는 이 사람들이 돌아가면서 한 컷에 보여져야 되거든요. 이거를 최대한 압축적으로 좀 배치를 하려고 했었던 것 같고, 어떻게 보면 모티프는 옴니버스? 구조에 따라서 이렇게 보실 수도 있고. 실시간으로 돌아가는 영화이기 때문에 그런 고민은 있었던 것 같아요. 2차전의 결과에 대한 게 가장 중요했기 때문에 이거를 어떻게, 되게 평범한 이야기잖아요. 그 전에 나왔던 영화들과는 조금 다른 걸 보여 줘야 된다는 생각이 있었고, 그래서 그렇게 고정시켜서 뭘 할까에 대한 고민은 조금 있었던 것 같아요.

 

이동진: 공민정 씨께 질문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역할을 맡으면 그 역할을 연기하는 어떤 단연한 캐릭터에 대한 확신이나 상상이나 혹은 감정 같은 것은 당연히 중요할 것 같고요, 잘 모르지만. 그런데 실제로 어떤 영화를 맡으면 그 영화의 직업과 관련되어 있는 기술들을 습득도 해야 하는 것 같습니다. 극중에서 이제 트레이너로 나오시지 않습니까? 특히 이제 마지막에 현수를 훈련시킬 때 허들 같은 거 할 때 '와, 저렇게 훈련받으면 진짜 나라도 늘겠다.'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너무 자연스러우셨는데요. 이 영화에서 직접적으로 달리기를 하시는 것은 아니지만, 트레이너로서 직업 현장이나 실제로 본인도 선수이기도 했었고, 그런 것을 잘 해내기 위해서 주변에 도움을 받으셨다거나, 아니면 본인이 노력하신 게 있다면 어떤 건지 여쭤보고 싶습니다.

 

공민정: 실제로 마곡에 선수들이 훈련받는, 스프린터 하시는 분 훈련하는 데가 있었어요, 그래서 거기서 매번 훈련을 받았는데 저도 가서 보겠다고 했어요. 왜냐하면 저는 지켜보는 입장이고, 그래서 그 훈련을 당연히 알아야 되고. 이 작업을 하는 동안만큼은 운동이랑 가까이 있어야겠다, 그래서 그때 헬스장도 PT를 끊고, 훈련하시는 코치님들하고 같이 스트레칭이라든지 그런 걸 같이하고, 물론 달리기 훈련은 저는 안 해도 되잖아요? (웃음) 그래서 지켜보고. 계속 거기서 함께하려고 했었던 것 같아요. 보는 것만으로도 도움이 됐었고, 그때 운동이랑 항상 가까이 지내려고 했었던 것 같아요.

 

이동진: 그래서 그런지 초반에 헬스장에서 가르치고 혼자 연습하는 걸 보면 트레드밀에서 뛰지 않고 걸으시더라고요. (웃음) 혹시 관련이 있을까? 그런 생각을 하게 되는데요. 이제 최준혁 배우님께 여쭤보게 됩니다. 어떻게 생각하면 이 영화, 세 가지 사람, 세 가지 커플에 관한 이야기죠. 선수와 트레이너에 관한 이야기라고 말할 수 있을 텐데, 그중에서 가장 어두운 이야기를 담당하고 계십니다. 그런데 이제 영화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이 다 트레이너 이전에 선수였던 사람들이고, 어떻게 생각하면 선수의 미래에 해당하는 사람들인데 최준혁 씨가 연기한 형욱이라는 인물도 마찬가지일 것 같아요. 그런데 형욱이라는 인물만 영화 속에서 과거가 묘사되지 않습니다. 나머지 분들은 다 과거가 어떻게 됐는지 공민정 씨 지현 캐릭터도 어느 정도 본인 입으로 이야기해요. 그러니까 영화에서 어떻게 보면 가장 알 수 없는 게 여섯 명 중에서 최준혁 씨가 맡은 인물, 이렇게 볼 수 있을 것 같은데요. 배우가 캐릭터를 맡게 되면 그 인물에 대해서 많이 상상해 볼 것 같은 그런 저 같은 문외자 입장에서 하게 되는데, 이 인물이 과거에 어땠을 것이라고 상상을 하셨는지. 아니면 영화에 나오지 않는 이 인물에 대한 생각은 본인이 어떻게 가지셨는지 질문드립니다.

 

최준혁: 충분히 계속해서 생각했던 부분이었고요. 형욱도 코치가 되기 전에 선수 생활을 조금 빠르게, 자기 실력이 저하되는 것을 느끼고 빠르게 이제 내가 코치 생활이나 지도자 생활을 해야겠다, 라고 해서 빨리 변경한 인물이기도 하고, 그리고 더 중요한 거는 제가 이렇게 계산을 했어요. 맨 처음에 현수가 항상 저랑 같이 리즈 시절 때 1등을 항상 하기 전에 제가 1등을 했고.... (웃음)

 

이동진: 상상인 거죠? (웃음)

 

최준혁: 예, 그렇죠. 제 후배예요. 그래서 1등을 하고? 그 다음에 저는 ‘아, 안 되겠다.’ 하고 빨리 지도자의 길로 간 거고, 지완이라는 친구도 1, 2등을 다툰. 그래서 ‘아, 이쪽 틈에 나는 낄 수가 없겠다.’ 그렇게 생각하면서 굉장히 괴로운 시간을 보냈다고 저는 생각하고. 운이 좋게 실업팀에 코치로 발령받아 가지고 가게 됐고, 그런데 정호라는 캐릭터를 들춰 보면서 나중에 엄청난 제안이 들어오잖아요. 그런 것들을 발견하게 되고 했을 때 사실 연민도 느껴지고, 나라도 그런 생각을 가진 적은 있었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나중에는 함께 도와주는 역할을 하게 되는데, 어찌 되었든 저는 과거는 그렇게 생각을 했습니다.

 

 

영화 〈스프린터〉 스틸컷

 

 

 

이동진: 임지호 씨에게 여쭤보겠습니다. 사실 이제 다 극 중에 등장하는 인물들이 여섯 명 중에서 다섯 명이 사실 다 뭐라고 할까요, 신체적인 쇠약감을 겪고 있지 않습니까? 죄송합니다. 저도 그렇습니다. (웃음) 임지호 배우님께 여쭤보고 싶은 건 이제 극중 여섯 명 중에서 유난히, 당연히 가장 젊은 피이시고요. 그런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인물은 고등학교의 경력을 보면 정점을 지난 인물로 설정됩니다. 굉장히 흥미롭죠. 어쨌건 이 배역을 맡으면서 영화 속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연기하셨던, 어떻게 생각하면 선배님들 사이에서 연기하시는 게 어떠셨는지 먼저 질문드립니다.

 

임지호: 우선 제가 처음 이제 준혁 배우님이랑은 오디션장에서 만났고, 제 상대 대사를 쳐 주셨었어요. 그리고 이제 신환 선배랑은 예전에 〈소셜포비아〉라는 영화에서 한번 같이 연기를 한 적이 있었는데, 연습장에 갔더니 갑자기 형이 걸어오시는 거예요. 너무 잘됐다. 그렇게 만났고, 성일 선배님은 조금 늦게 만났는데, 우선 현장에서 제가 정말 형들에게 감사했던 거는 먼저 이렇게 분위기를 이끌어 주시고, 먼저 밥도 먹자고 해 주시고, 신환이 형 밥 많이 사 주시고 성일이 형도 밥 많이 사 주시고. 같이 태닝도 했어요, 신환이 형이랑. 그래서 오히려 조금 제가 연차가 낮은 배우로서 선배님들이 이렇게 이끌어 주시니까 확확 따라갔던 것 같아요.

 

이동진: 이제 또 감독님께 질문을 드리고 싶습니다. 영화에서 굉장하게 저한테 흥미로운 설정, 예를 들면 연출가가 해야 할 선택을 제가 조금 상상을 해 보고 얘기합니다. 이런 정도의 영화를 이런 방식으로, 어떻게 말할까, 옴니버스 형식이라는 말씀도 하셨는데, 그렇게 볼 수도 있는 작품을 이런 구조로 짜서 만드는데 그러면 어떤 감독이든 세 이야기를 서로 엮을 것을 염두에 둘 것 같습니다, 그래야 별개의 단편 영화들처럼 보이지 않을 테니까. 그런데 감독님은 놀랍게도 이 영화에 등장하는 인물들 사이에 사실은 과거 스토리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최소한으로만 부딪히게 하셨고, 다른 장면에서는 그런 드라마가 하나도 없고 경기에서 달리기를 하거나 한 직후에 복도나 선수 등록하는 곳에서 트레이너들끼리만 서로 과거에 뭔가 있었던, 가볍게 오랜만에 만나서 인사하는 정도만 엮으셨어요. 예를 들어서 창작자라면, 뭐, 정호가 임지호 씨가 연기했던 준서의 사촌 형이라든지 이런 식으로 엮을 수도 있지 않습니까? 그렇게 하지 않고 사실상 거의 병립하는 이야기처럼 세 개를 묘사하시고 최소한으로만 엮으셨는데 이게 저한테는 굉장히 흥미롭게 느껴졌습니다.

 

최승연: 일단은 이 세 사람들의 관계에 대한 이야기는 아니었기 때문에 그렇게 생각을 안 했었던 것 같고, 그런데 이제 서로 이런 트랙이라든가 훈련장이라든가 하는 곳은 서로의 직장이고, 학교고 그렇기 때문에 서로는 알고 있다라는 설정은 했었어요. 그렇기 때문에 배우님들한테 이야기했던 것도 반갑게 인사는 하지 말자. 서로 이제 지나가는, 그리고 앞으로도 보고 갈 친구들이기 때문에 보게 되면 그냥 인사 정도? 이렇게 하고 가자라고 생각을 했었고, 그리고 현수, 준서, 정호는 현실과 닿아 있는 그런 사람들로 보이고 싶어서 관계에 대한 건 무조건 제가 안 쓰려고 했던 것 같아요.

 

이동진: 사실 이제 영화에서 많이 설명되는 인물에 이입해서 그 인물을 응원하는 방식으로 영화를 보지 않습니까. 그런데 영화에서는 이제 현수가 먼저 나오고, 그래서 현수를 응원하는데 또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가 나오니까 마음이 굉장히 복잡해지는 거고. 1등은 한 사람밖에 안 되는 것이고요. 이 이야기를 보면서 저는 사실 이 스포츠물에서도 저한테 아주 인상적이었던 그런 부분이 2차 경기의 결과였습니다. 사실은 영화가 첫 번째 경기를 시작부터 결과를 보여 주고 있고, 마지막에 끝나는 경기가 나오게 되는데요. 그런데 그 사이에 이제 세 인물이 정말 피눈물 나는 노력을 하지 않습니까, 불법적인 방법까지 써 가면서. 그렇게 되면 경기 결과가 바뀌어야 될 것 같은데, 예를 들어 일반적인 사람에서 각성한 준서라는 캐릭터가 3등에서 2등 되어야 할 것 같지 않습니까. 그런데 설사 3등에서 2등이 된다고 하고, 4등이었던 현수가 2차 경기에서 3등을 한다고 할지라도 이 영화의 결말은 똑같았을 거예요. 어차피 1,2,3등은 그 세 사람이었을 것 같거든요. 그러면 시나리오가 애초에 그리는 똑같은 결말이 나옴에도 불구하고, 1차전과 2차전의 1,2,3,4등이 정확하게 똑같습니다. 저는 이제 그게 어떻게 생각하면 네 명이 다 노력했는데 결과가 다 똑같다는 이야기니까 그거 자체가 굉장히 의미심장하게 느껴지거든요. 이런 결론을 내시게 된 것에 대한 감독님의 생각을 좀 여쭤보고 싶습니다.

 

최승연: 이런 거는 프리 프로덕션 할 때도 이야기가 많이 나왔었거든요. 저는 그랬던 적이 있는 것 같아요. 과연 사람들이 볼 때 어떤 면에 더 공감을 할까. 관객 입장에서는 인물에 이입을 하니까 그게 맞을 수도 있겠다라는 생각을 했는데 내가 이입을 하기에는 아무리 노력을 해도 뭔가 그대로 유지되는 경우도 굉장히 많았던 것 같아요, 보통. 뭔가 공부도 그렇고, 영화도 그렇고, 모든 것에서. 굉장히 피나는 노력을 했을 때 뭐, 될 수도 있겠지만. 그래서 ‘계속 유지하자!’라는 거였어요. 그리고 이제 현수 같은 경우에는 5등으로 들어왔는데, 정호가 약물에 걸리잖아요. 그러면 이제 될 수도 있는 거거든요, 만약에 결말에서 걸렸으면? 그래서 그런 포인트 하나 정도는 추가를 했고, 그 이후에는 이 영화가 관객의 입장에서가 아니라 봤을 때 조금 우리 상황과 비슷한 그런 영화를 만들고 싶었던 것 같아요, 저는.

 

 

 

 

 

이동진: 저는 사실 관객 입장에서 영화를 보면서 영화에 묘사되지 않은 것을 상상하는 버릇이 있는데, 농담처럼 이때까지 말했지만 이건 진심인데요. 박인규라는 인물도 영화에서 묘사를 안 해서 그렇지 당연히 그런 그만의 피눈물 나는 인물 스토리가 있었을 것이다라고 추측하게 만드는 것 같아요, 영화의 그런 방식이. 그런 측면에서 굉장히 인상 깊었다는 말씀 꼭 좀 관객의 입장에서 첨언을 드리고 싶고요. 공민정 씨께 여쭤보고 싶은 건 사실은 ‘와, 저런 사람이 옆에 있는 사람은 얼마나 세상의 폐허 속에서도 그나마 최후의 행복을 느낄까?’ 이런 생각을 하게 됩니다. 영화에서 보면 정말 이상적인 그런 옆에 있는 사람, 가족 같은 그런 느낌이 들고, 처음 결과를 보고 났을 때 묻고 싶은데도 안 묻잖아요? 거기서의 그런 행동이라든가, 무엇보다도 영화에서 가장 눈물 나는 장면에서 했던 말을 보면 우리가 이제 어떤 사람을 위로해 주고 싶은데 뭐라고 위로해 줘야 할지 모를 것 같을 때 “아, 그래? 그러면 스프린터〉의 공민정 씨의 그 장면을 봐.” 말할 정도로 그 정도로 너무 사람이 현명하고 대사들 같은 것이 인상적이었단 말이죠. 이렇게 어떻게 생각하면 이상화되어 있는, 굉장히 현실적이지만, 그런 인물들을 연기할 때 어떤 마음가짐으로, 혹은 어떻게 그 장면들을 연기하는지 여쭤봅니다.

 

공민정: 사실 지금의 지현의 캐릭터가 나오기까지 감독님하고 굉장히 대화를 많이 나눴어요. 현실적이지만 이상적이잖아요. 그 밸런스를 어떻게 하면 잘 맞출 수 있을까. 사실상 처음에 초고 나왔을 때 저는 이 여자의 욕망이 뭔지 알 수가 없는 거예요. 그래서 이런 이야기도 했었어요. “이 여자의 욕망은 이혼인가요?” 물어보고. “아니, 왜 대가도 없고 이유도 없이 도와주죠?” 이런 이야기를 많이 했었는데, 그러니까 마지막에는 조금 입체적으로 바뀌게 됐어요, 초고는 진짜로 알 수가 없었고. 제가 동기가 없고 움직이는 이유가 없다고 생각을 했어요. 그래서 계속 목표는 ‘이혼밖에 없나? 마지막으로 하나 잘해 주고 얘가 떠나려는 건가?’ 이런 생각이 들었었는데, 결과적으로는 각 팀마다 조력자도 각각의 인물의 욕망이 있고 갈등이 있잖아요. 그런데 지현은 뭘까 생각했을 때, 공동체 개념으로 가져가야 된다고 생각을 했고, 그 생각을 했어요. 정말 사랑하는 사람이 있고, 저도 예를 들어서 정말 사랑하는 사람이 있으면 뭐 이유 없이, 대가 없이 정말 그냥 한마음으로 도와주고 싶을 때가 있잖아요. ‘어떤 그런 이상적인 부부의 개념인가?’ 이런 식으로 저는 타협을 봤고. 내가 현수를 정말 사랑하나 보다.... 정말, 이런 마음으로 연기를 하다 보니 어느 정도 그 밸런스가 맞아 가면서 촬영에 들어갔을 때는 예전의 나? 과거의 나이기도 하고, 이 사람을 진심으로 사랑하는 이상적인 아내로써 분하려고 노력하다 보니 그런 따뜻한 얼굴이 나오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이동진: 제가 사실 공민정 씨 팬이기도 한데요, 다른 영화에서의 연기도 너무 좋아하기도 하고요. 그런데 지금 말씀하신 장면들이나, 간단하게, 어떻게 보면 정말 테크니컬하게 연기하는 것처럼 저한테는 보이기도 하는데 이제 아침에 샌드위치 같은 거를 싸지 않습니까. 샌드위치를 자르다가 “빨리 조금이라도 일찍 가야 된다”라고 채근하고 그렁그렁하게 쳐다보는 남편에게 “얼른!” 하면서 채근하는 모습을 보면 그게 이 인물의 가장 힘이 되는, 현수가 바라보고 싶은 얼굴 아닌가 생각이 들어요. 그 장면 혹시 연기하실 때 기억이 나십니까? 어떤 느낌이었는지 한번 설명 부탁드립니다.

 

공민정: 그냥 일상이었던 것 같고, 그날은 일상과 다르게 너에게 대하면 안 될 것 같았고. 아무래도 긴장도 많이 하고 막 정신없을 테니까 나라도 정신 똑바로 차리고 이 사람 빨리 끌고 가야겠다 생각했었던 것 같아요.

 

이동진: 사랑하니까, 그쵸?

 

공민정: 사랑하니까. (웃음)

 

이동진: 네, 이번에는 박성일 씨께 여쭤보게 되는데요. 영화에서 다른 인물들과는 달리 사실은 어떻게 생각하면 이 커플, 각각의 트레이너와 선수 사이에서의 이런 것에서는 개인적인 문제는 전혀 없는 것 같아요. 부부 사이도 굉장히 좋아 보이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인물은 영화 속에서 가장 많이 혼자 나오잖아요. 혼자 나오는 장면을 영화가 굉장히 외롭게 굉장히 많이 표현하는 게 중요할 것 같은데, 짐작은 할 수 있겠으나 배우 입장에서 현수는 왜 그렇게까지, 사실은 미니 허들도 도와줄 마음 있어서 살짝 갖다 놓은 거잖아요. 이런 상황에서 왜 아내에게 도와 달라는 이야기, 더군다나 선수인데, 트레이너고. 도와 달라고 하지 않았을까 이런 건 어떻게 생각하셨습니까.

 

박성일: 저도 영화 보면서 진짜 고구마 몇 개 먹은 것마냥 너무 답답한 친구잖아요. 그런데 그런 생각을 했어요. 선수들 그 판도 되게 좁아서 누가 기록이 얼마 나왔다 하면 대번에 다 알거든요. 그러니까 그 노장이 이제 은퇴할 때 됐는데 왜 저렇게 미친 사람처럼 저러고 있을까. 이제 실업팀에서도 퇴출되고 그랬는데. 그런 소문이 돌았으리라 생각을 해요. 그런데 그것을 들은 거죠, 현수가. 들었고, 누구도 내 편이 없구나. 그리고 집에 손 벌리기는 싫고. 뭔가 구태의연하게 혼자의 길을 스스로 택했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해 가지고 스스로 외로워졌다고 생각합니다.

 

이동진: 임지호 씨께 다음 질문 드리게 됩니다. 이 인물은 고등학교에서 랭킹 1위의 성적을 내기도 했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3, 2년 정도를 사실상 허송세월하게 되지 않습니까. 그러다가 이제 갑자기 각성을 하게 되는데, 사실은 그렇게까지 막 뜻이 있거나 성실하거나 생각이 많았던 인물은 아닌 것처럼 보여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인물이 그 상황이 생겼을 때 갑자기 최후의 어떤 생각을 해서 다시 열심히 하게 됐을 때의 인물의 마음을 아마 상상할 수 있을 텐데, 그런 건 어떤 건지. 또 한 가지는 지완과의 관계가 사실은 선생님이고 코치이긴 하지만, 저 사람이 무슨 생각 하는지 다 아는 거잖아요. 정규직 전환 때문에 그런다는 걸 아는 것까지. 그랬을 때 그 선생님과의 같이 대화하는 장면들에서 어떤 마음가짐으로 연기하셨는지 질문드립니다.

 

임지호: 우선은 요즘의 10대들과 제가 10대였을 때의 10대들은 조금 다른 것 같아요. 그래서 저는 제가 준서라고 생각할 때는 제가 10대였던 그 시절을 생각하면서 연구했다는 것을 먼저 말씀을 드리고 싶고요. 사실 전국적으로 1등이고, 지금 최고 레벨의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는 게 고등학생의 어떤 마음으로는 '아, 내가 이 정도 해도 나는 이 정도 할 수 있어.' 이런 정도의 마음을 가질 수도 있겠다라고 처음에는 생각을 했던 것 같아요. 왜냐하면 정말 육상을 즐기고, 친구들이랑 재미있게 하는데 뭐 대회에 나가서 1등? 1등은 못 해도 2등? 3등? 대학 가는 데는 크게 문제 없을 것 같다. 이런 마음으로 준서가 육상을 대했는데 그게 준서가 육상을 대하는 태도가 조금 이걸 진지하게 생각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그냥 나는 이걸 되게 잘하고, 나는 이걸 재미있어 해. 그 정도의 마음을 가지고 살았는데, 갑자기 나에게서 이제 육상이 사라질 수 있다는 생각이 드니까 그게 준서에게는 각성, 영화상에서는 길게 묘사되지는 않았지만, 그게 좀 준서가 각성할 수 있는 포인트였던 것 같아요. 그런데 그 순간에도 뭔가 ’나는 이거 무조건 해야 돼!‘라는 마음도 있었겠지만, 그런 어떤 간절함이라기보다는 정말 내가 당장 할 게 없다. 내가 육상밖에 좋아하는 게 없다. 나 이거 해야 되는데? 이 정도 마음이라고 생각을 했고, 영화가 진행되면서 준서가 점점 이 코치님의 그러니까 누군가 나를 도와주는 사람에 대한 마음이나 육상에 대한 애정을 점점 쌓아 갔다고 생각했고.... 그 상상을 많이 했어요. 과연 준서가, 제가 10대 때의 준서가 정규직과 비정규직이 되는 것에 대한 어떤 그 간절함을 알까라는 생각은 있었어요. 물론 이게 굉장히 중요한 일이라는 건 알지만, 정말 내 인생이 어떻게 될 것 같다는 그 정도의 일이라고 생각을 할까?라는 고민이 있었고, 하지만 그럼에도 2차전 들어가기 전까지 대본에 써 있었거든요. 스타트 연습을 막 하다가 지완이 “무슨 생각 하고 있어?”라고 말을 했을 때, 저는 그 텍스트를 보고 '아, 준서가 지완이 나를 위해 희생하는 그런 지점들을 분명히 알고 있구나.'라고 생각을 했고, 그런데 거기서 이제 지완이가 확실하게 저희 영화에 제가 제일 좋아하는 대사인데 “니 인생이 달렸어, 10초 안에.”라고 하는 순간 준서가 좀 그거에만 몰입할 수 있게 됐던 것 같아요. 그래서 지완의 마음을 알고 있었던 것 같아요.

 

이동진: 영화 속에서의 준서는 사실 말을 잘하는 친구가 전혀 아니고 제대로 표현 못하는데 임지호 배우님 말씀 엄청 잘하시네요. 자, 이제 사실은 저는 영화에서 가장 큰 딜레마는 두 분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질문을 차례대로 드리고 싶은데요. 지완이라는 인물, 그리고 이제 형욱이라는 인물. 두 인물이 사실상 어떻게 생각하면 서로 동전의 양면같이 반대쪽에 있는 인물이라고 저는 보입니다. 지완이라는 인물에 대한 질문을 전신환 배우님께 드리고 싶은데요. 이 인물은 솔직히 말하면 인물이 너무 투명해서 자기가 사실은 그것 때문에 그런다는 걸 제자한테까지 다 까놓고 말하는 사람이잖아요. 그리고 솔직히 말하면 저 인물은 얘가 3등 안에 들어가서 국가대표 되는 것보다 당연히 정규직 되는 게 더 중요하다고 판단하겠죠. 그런데 차마 그 짓을 못 하는 인물이지 않습니까. 아까 조금 전에 임지호 배우님도 말씀하신 것처럼 다른 생각하지 말고 이 경기에만 집중해라. 여기 10초 안에 니 인생이 걸려 있고 그것만 생각해라라고 말을 하는데 저는 사실 자기한테 하는 말처럼 느껴집니다. 지완이라는 인물은 마지막 경기에 임하는, 지금까지 말씀드렸지만 어떻게 생각하면 자기의 어떤 직업에서의 안위를 포기하고 이런 결정을 하는 건데 그렇다고 이 인물이 숭고한 인물은 아니잖아요. 그런 면에서 가장 중요한 선택을 할 때 지완은 어떤 심정이었을까 이런 거를 배우님께 여쭤보게 됩니다.

 

전신환: 평론가님이 말씀해 주신 것처럼 지완은 가장 현실적인 선택을 하려는 인물이잖아요. 저는 이 일을 왜 하고 있을까에 대해 계속 돌아봤던 것 같아요. '나를 바라봐 주는 관객들이 나를 정말 좋은 배우라고 생각하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될까.' 계속 고민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이 일이 또 어느 정도 넘어가면 저도 이 일에 지쳐 버릴 것 같고, 저한테 맞는 컨디션을 계속 찾았던 것 같아요. 그래야 또 이 캐릭터나 작품을 접근할 때 좀 여유도 찾고, 또 그리고 작품이 끝나면 좀 쉬고 좋은 컨디션으로 지금 잘하고 있구나라고 생각을 하고. 앞으로도 그렇게 하지 않을까 합니다.

 

최준혁: 지금까지 다 너무 좋은 말씀을 해 주셨는데, 사실 사람 일은 어떻게 일어날지 잘 모르더라고요. 저도 사실 20대 후반에 공황장애를 겪어 가지고 이제 오디션 같은 걸 전혀 못 보고 바들바들 떨고 갑자기 그런 증상이 생겼었거든요. 그래서 이쪽 길이 아니라 다른 길을 걷게 됐고, 그랬었을 때 닥치는 모든 것들을 다시 내가 새롭게 내가 좋아하는 것을 하기 위해서 필요한 건 과연 무엇이었을까를 생각해 봤을 때 기본이더라고요, 기본기. 그래서 매일같이 저는 그때부터 이날을 기다려서 끊임없이 기본기 훈련을 해 왔던 것 같아요. 그러한 초심을 잃지 않고 계속 기본을 향해서 달려가면 언젠가 정상에 오르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듭니다.

 

 

영화 〈스프린터〉 스틸컷

 

 

 

이동진: 영화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전부 다 1등을 경험했던, 정상에 섰었던 인물들인 것 같기도 하고요. 그런 측면에서 단순히 어떤 그런 부분만이 담겨져 있는 그런 영화는 아닌 것 같고 거기에 대해서 좋은 말씀들을 해 주신 것 같습니다. 자, 지금부터는 여러분들게 짤막한 시간이나마 마이크가 준비된 것 같고요. 지금부터 한 가지씩 주시면 답변 주실 겁니다.

 

관객 1: 안녕하세요, 저는 이번에 작품을 두 번째 봤는데요. 첫 번째 봤을 때는 못 느꼈는데 두 번째 보니까 영화에 음악이 굉장히 적절하게 잘 쓰여진 것 같아요. 그래서 음악을 어떻게 조율해서 쓰셨는지 감독님께 질문을 드리고 싶고요. 그 다음에 전신환 배우님께 질문드리고 싶은데, 시나리오를 보시고 그 캐릭터를 구축할 때 갈등에 대한 감정선을 배우님이 개별적으로 구축하신 다음에 감독님이랑 커뮤니케이션하면서 구축해 나가셨는지, 아니면 본인이 연기하면서 씬마다 디렉팅을 따로 받으셨는지 궁금합니다.

 

최승연: 일단은 음악 같은 경우는 연출의 개념에서 조금 벗어난 경우가 되게 많아요. 예를 들어서 배우라든가, 미술이라든가 이런 건 어느 정도 서로 할 수가 있거든요. 그런데 음악은 완전히 제 손을 떠나 버린 경우도 많아서 이 영화는 이제 준비할 때부터 음악을 내가 만들어야겠다라고 생각을 했었고, 그리고 영화 제작 전에 음악 만드는 학원 다니면서 음악 막 배워 가지고 ‘어디에 어떤 음악을 넣을 거야. 어디에 이제 효과음인지 음악인지 모르는 것 같은 음악을 넣을 거야.’라는 생각을 해서 만지는 기술력이 뛰어나지는 않기 때문에 만족이라고 하기는 좀 그렇지만 적절한 곳에 내가 만들려고 했던 그런 음악을 넣으려고 했던 것 같아요.

 

전신환: 처음 시나리오 읽었을 때는 그래도 굉장히 가볍게 접근하려고 했던 것 같은데, 점점 지완에 대해서 '지완의 과거는 어땠을까', '지완은 어떤 육상 선수였을까'를 먼저 어떻게 설정하는지가 되게 중요했던 것 같아요. 그랬을 때 관계가 어쨌든 모여지기 때문에 현수랑 그냥 가볍게 지나치지만 이 둘의 긴장감도 저는 있을 것 같고. 그래서 '지완은 현수와 어떤 관계였을까. 형욱과 어떤 관계였을까.' 이런 관계들을 설정하는 게 저한테는 되게 중요한 것 같아요. 그러면서 갈등하는 장면들은 주로 혼자서 생각했는데 감독님과 리허설을 하면서 감정에 대한 것들은 감독님이 대부분 잘 받아 주셔서 그냥 약간의 디테일들과 톤만 잡아 주셨고 감정선에 대해서는 다 열어 주셨던 것 같아요.

 

관객 2: 저는 감독님께 질문드리고 싶은데요. 혹시 이런 최소한의 묘사나 담백한 표현으로 인해서 덜어낸 장면이라든지, 인물에 대해서 보충할 설명을 덜어낸 부분이 있으신지 궁금합니다.

 

최승연: 사실 이런 건 제작 요건 같은 게 조금 깔려야 하는 것 같아요. 다음에 내가 뭘 찍어야 할지에 대한 고민 같은 게 깔려 있어야 하는 질문 같고, 말씀해 주신 러닝 타임 같은 경우에는 그렇게 길게 간다, 짧게 간다 하는 생각은 없었고요. 못 찍었던 장면 같은 경우에는 한 씬 정도가 있는데 그거는 이제 그렇게 중요하지 않은 장면이다라고 생각해서 한 씬은 진행 중에 '그러면 이거는 없이 가자!'라고 생각했었고 찍어야지 했던 모든 씬은 짧게라도 다 넣은 것 같아요.

 

관객 3: 운동 선수들한테는 등번호가 중요한 것 같은데, 등번호에 있어서 특별히 번호 선정을 하신 게 있는지 궁금합니다.

 

최승연: 일단은 저희가 촬영 전에 연출부랑 제작부한테 몇 개 경기를 꼽아 가지고 등번호 좀 따 와라, 그리고 특별한 루틴이 있는 애들이 과연 몇 등으로 들어왔는지도 계산을 했었고요. 그래서 번호 중에 좀 특출난 행동을 했던 애들 번호를 넣으려고 했었어요. 실제랑 비슷하게.

 

 

 

 

 

이동진: 네, 질문들 감사드리고요. 좋은 말씀들 너무 많이 해 주셔서 한 시간이 훌쩍 지나갔습니다. 뜻깊은 자리 감독님, 배우님들의 마지막 말씀 듣고 나서 오늘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최승연: 네, 오늘 와 주셔서 너무 감사드리고 저희 영화가 어제 예매가 열렸어요. 많이 관심 가져 주셨으면 좋겠고, 그리고 개봉 전에 최대한으로 많은 말씀 드리려고 했는데 전달이 조금 되었으면 좋겠고, 정말 부담 없이, 정말 자극적이지도 않고 그런데 이제 보다 보면 훅 빨려들어갈 수 있는 그런 영화니까 많이 봐 주셨으면 좋겠고, 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박성일: 정말 감사합니다. 귀한 시간 내주셔서 감사하고요, 여기 영화에 나오는 인물들처럼 여러분 역시도 각자의 위치에서 열심히 달리고 있다고 생각됩니다. 응원합니다. 파이팅.

 

공민정: 날도 더운데 영화관에 오셔 가지고 저희 영화 봐 주셔서 너무너무 감사드리고요. 모든 여러분을 응원합니다. 저도 응원합니다. 감사합니다.

 

임지호: 계속 거듭 말씀드리게 되는데 와 주셔서 너무 감사드리고요. 저도 응원합니다. 사랑합니다. 감사합니다.

 

전신환: 이렇게 귀한 시간 내서 와 주셔서 감사드리고, 저희 영화는 이제 무언가를 끝맺음하시거나 어떤 걸 새로 시작하시는 분들에게 용기를 주거나 길을 잡아 주는 영화라고 생각을 하고요. 개인적으로 두 번 이상 볼 때부터 새로운 게 더 많이 보일 거라고 생각합니다. 보신 만큼 진실된 입소문 많이 부탁드리고 한국 영화 많이 사랑해 주십시오. 감사합니다.

 

최준혁: 저도 마찬가지로 너무 감사드리고요. 그리고 진짜 이 영화는 남녀노소 구분 없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영화잖아요? 그러니까 소문 많이 내 주세요. 감사합니다.

 

이동진: 네, 오늘 예매가 시작됐다는 걸 다시 한 번 알려드리면서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고맙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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