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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unity/관객기자단 [인디즈]

[인디즈 소소대담] 2023. 5 영화를 흡인하여 이는 작동들

by indiespace_가람 2023. 6. 16.

[인디즈 소소대담] 2023. 5 영화를 흡인하여 이는 작동들

*소소대담: 인디스페이스 관객기자단 ‘인디즈’의 정기 모임

 

*관객기자단 [인디즈] 김해수 님의 기록입니다.

 

참석자: 불, 물, 공기, 흙, 나무

 

 

나는 좋아하는 영화에 다리가 희한할 만큼 실제로 이완된다. 그래서 힘이 덜 흐트러질 때까지 무작정 걷는다. 진정과 영사는 함께 가지 않는다. 숨을 평평히 내게 되어도 인물이 계속 유영함을 안다. 아직도 그들을 흡인하고 있기에, 이 마음을 펴서 나누는 일이 기쁘다. 영화로 너와 나를 알아가는 일은 지면을 닫아도, 여기에서 거듭 진행될 것이다.

 

 

1. 최근 독립영화 개봉작에 대해서

 

영화 〈라이스보이 슬립스〉 스틸컷

〈라이스보이 슬립스〉

 

[리뷰]: 따스한 집의 기억을 향해, 출처를 찾아 떠나는 이들(이수영)

 

: 〈라이스보이 슬립스〉는 제가 가장 많이 운 영화인 것 같아요. 저는 보면서 감상이 많이 바뀌었거든요. 러닝타임도 길고요. 과제로도 가계도를 찾는 게 나오고, 원점으로 계속 돌아가려는 게 있잖아요. 영화 전체에. 〈너에게 가는 길〉에서 제가 좋아했던 대사가 “내 뿌리는 내가 만드는 거다”예요. 그 이유는 굳이 원점이나 직계가 꼭 나의 발원이 아니어도 괜찮다는 의미여서였어요. 〈라이스보이 슬립스〉는 유독 직계에서 그걸 찾고, 복원하려는 게 조금 아쉽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왜 아쉬운지 명확하게 답을 내릴 수 있는 건 아닌데 찝찝한 거예요. 물론 사람, 상황마다 중요도가 다르지만요. 후반부에도 가족과 친연성이 있는 대사들이 되게 많아요. 저는 울음과 별개로 갸웃거려지는 때가 잦았어요. 그런데 마지막 시퀀스에서 소영이 중심이 되어서 무얼 하거든요. 거기서 별점이 엄청 올라갔어요. 그리고 엔딩 크레딧 올라가는 것도 도구를 잘 썼다고 생각했어요.

 

공기: 저는 직계 가족의 사랑이 두터워서 생기는 서사에선 감동을 잘 안 받아요. 오히려 〈미나리〉처럼 갈등이 있는 이야기가 저를 울려요. 〈라이스보이 슬립스〉는 흔히 말하는 4인 정상 가족의 형태는 아니지만, 어머니의 사랑에 대한 이야기가 많잖아요.

 

: 동현이 커지면서 달라지는 부분이 슬프기도 했어요. 서운해진다고 해야 할까요.

 

: 〈라이스보이 슬립스〉 보면서 엄청 많이 울었어요. 제가 잔잔한 영화를 그렇게 좋아하진 않아요. 생각보다 이입도 잘 되었고, 체험을 위한 영화라는 생각을 되게 많이 했던 것 같아요. 사람들은 주로 동현이나 소영의 이야기를 보던데, 저는 소영과 사이먼의 관계가 너무 부러웠어요. 아픔에도 불구하고 보듬어주고 사랑할 수 있는 자체가요. 끝나고 나서 찾아봤는데 카메라의 시선이 죽은 아버지의 시선이래요. 치밀하게 짜인 영화구나, 싶었어요. 등장했던 이민자의 몇몇 에피소드는 전형적이라는 생각도 했어요. 그럼에도 〈라이스보이 슬립스〉는 많이 다뤄져 온 것도 보여주기에서 더 나아가, 나의 입장이 되어보게 하니까 다르다고 느꼈어요.

 

: 제가 전주국제영화제 온라인 상영에서 봤던 영화 중에 〈사라〉가 참 좋았거든요. 〈라이스보이 슬립스〉에서 이름이 계속 환기가 되잖아요. 이름을 새로 정하는 면에서도, 집에서 부르는 이름이 있고, 밖에서 들리는 애칭과 멸칭이 있고 그렇잖아요. 저는 호명이라는 말을 참 좋아해요. 〈사라〉도 이름에 대한 게 주를 이뤄요. 사라는 본인이 이름 밑에 ‘ㅇ’ 받침이 없어서 이렇게 된 거라면서, 작명론적으로 슬퍼해요. 이런 호명 면에서도 〈라이스보이 슬립스〉가 좋았어요. 앞서 말했듯이 가족의 원점을 다루는 서사에 크게 동요하지 않았어도, 호명이나 사이먼의 에피소드 같은 게 계속 투입이 돼서, 저도 체험을 할 수 있었어요.

 

: 저는 다 같이 아이의 이름을 정하는 장면 같은 게 생각보다 평화로워서 다행이라고 생각했어요. 안의 사람들이 따뜻하고 서로를 믿잖아요. 그리고 원점을 찾는 이야기가 마음이 아팠어요. 제일 슬펐던 대사는 무덤에서 머무르다가 “집에 가자” 하는 거였어요. 캐나다에서 그들은 계속 설움을 받아왔음에도, 그곳이 동현이가 추구할 수 있는 최고의 안정이라는 게 너무 슬픈 거예요. 낯섦이나 원점을 찾는 것 자체가, 모두가 나를 수용해주는 환경을 찾을 수 있다는 전제로부터 시작한다고 생각해요. 그 결론의 끝이 사실 그런 건 없음을 우리는 현실에서 익히 들어왔기에 원점을 찾는 여행이 아프게 다가왔어요.

 

공기: 저는 이번에 모 영화제에 참여하면서, 이민자 1·2세대 분들을 가까이에서 만났어요. 저는 한국이 집이지만, 집이라고 명확히 말할 수 없는 감정이 종종 들어요. 여기서 괴리감을 느끼는 게 있어도 설명할 방법을 못 찾았거든요. 그분들이 느끼는 감정과 닮았다고 느끼는 면도 있었어요. 사실은 이상적인 집을 가진 사람 자체가 허상인 것 같다는 생각을 좀 했어요. 그래서 모두가 뿌리가 없다고 느꼈거든요. 오히려 이민자 2세대 분들은 두 가지 정체성이 확실하신 것 같더라고요. 코리안이자 코리안 아메리칸. 그분들은 뿌리를 더 공고히 인식하는 게 정체성인 거니까 신기했어요. 아까 저희가 가족주의가 조금 아쉬웠다는 이야기를 했는데, 그게 갑자기 해소가 됐어요.

 

: 저도요. 뭔가 이 대화가 좋은 것 같아요. (웃음) 진짜로요. 다양하게 흡수할 수 있으니까요. 혼자 〈라이스보이 슬립스〉를 봤으면 제 안에서 끝나는 건데, 들은 감상이 좋아서 흡입하게 돼요.

 

 

영화 〈리턴 투 서울〉 스틸컷

〈리턴 투 서울〉

[리뷰]: 공허의 공간으로(임다연)

 

: 〈리턴 투 서울〉에서 이해가 안 되었던 건, 한국의 뿌리를 찾고자 하는 거였어요. 할머니는 계속 (프레디에게) 한국 남성과 결혼하라거나 한국에서 살라고 말씀하세요. 자려는 와중에도요. 친구인 테나도 유사하게 말을 해요. 근대에서도 이 결핍이 생길까, 라는 생각을 했어요. 저는 그 입장이 아니니 완전히 이해할 수는 없지만, 가족과 혼자 남겨졌다는 개념이 내 삶이 시작하는 순간부터 있었다는 자체에 결핍이 있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어요. 나는 왜 이렇게 되었는가, 찾다 보면 당연히 여기로 올 수밖에 없나, 싶고요. 되게 좋은 영화였어요. 꼭 보셨으면 좋겠어요. 저는 아트나인에서 가수 이랑님이 참여하신 GV도 봤거든요. 이랑님께서 본인은 2세대인 친구들이 많은데, 프레디가 갔던 공간이나 하는 모든 행동을 그들에게서 볼 수 있으셨대요.

 

: 인종 차별이 요즘 사라지고 있다지만, 다름과 배제에서 생기는 차별은 남아있다고 생각해요. 그걸 일상적으로 견디다 보면, 나의 원형 가족이나 민족에 대해 찾게 되겠구나, 생각했어요.

 

 

영화 〈말이야 바른 말이지〉 스틸컷

〈말이야 바른 말이지〉

[리뷰]: 웃자고 하는 소리죠(진연우)

 

나무: 〈말이야 바른 말이지〉는 여섯 개의 옴니버스예요. 병과 정이 싸우는 이야기이지만, 그래도 갑·을은 이길 수 없는 사회의 단면을 보여줘요. 그중에 강아지 용품을 파는 업체의 에피소드가 있어요. 마케팅 화면에 “허버허버”라는 단어를 썼는데, 그게 남성 혐오라며 문의가 들어와요. 사장이 사과문을 발표하자고 하니, 직원은 뭐라고 써야 하냐며 반문해요. 결국 왜 우리가 사과를 해야 하냐는 원초적인 질문 속에 있게 돼요. 문제가 여기 있음에도 애써 외면하는 이들과, 그들이 만든 판에 휘말리는 형국이 있잖아요. 이걸 한 시간 안에 잘 그려냈어요.

 

공기: 영화가 참 좋은 것 같아요. 어떤 말이 나오기까지의 맥락이 있잖아요. 어느 맥락에서 그 단어는 맞을 수 있지만, 다른 상황에서는 분명히 맞지 않는 부분이 있어요. 그런데 단어만 존재감이 커져서 남용되는 게 너무 공허하고 화났거든요. 〈말이야 바른 말이지〉를 보면 이걸 편하게 설명할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에요.

 

 

2. 독립영화, OTT 직행 가능성과 이외의 희망

공기: 제작만 독립이어도, 독립이라는 정의에 부합하려나요?

 

: 독립 영화가 OTT로 넘어갈 수 있다면 다행이라는 생각까지 들어요. 어떤 면에서는. 넷플릭스에 있는 작은 (규모의) 영화들은 홍보를 크게 안 하잖아요. 극장과 OTT는 완전히 다른 서비스를 제공하는 장소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OTT로 넘어가는 것 자체가 독립 영화의 독립성을 잃는다기보다는, 관객을 만나는 방법이 더 생긴 거죠. 여기서 문제는, 새로운 방법으로도 관객이 원하지 않을 것 같아서 그게 저는 우울해요.

 

공기: 독립 영화에는 작고 사적인 이야기들이 많잖아요. 그런 이야기들이 궁금해서 보는 거라 애초에 많이 이해될 수 없는 장르인 것 같아요.

 

: 트위터에서 자주 보여서 영화를 찾아보면 아직 개봉도 안 했어요. (웃음) 그 안에서도 나도 다 봤는데 관객 수가 만도 안 된 걸 보면 의아해요. 수요가 염려됨과 동시에 희열을 느끼기도 해요. 우리만의 장, 같은.

 

: 독립으로 남는 건 좋지만, 1만 이렇게 되면 또 이런 영화를 찍기에는 잘은 모르지만, 경제적으로 타격을 입으실 거란 생각을 한단 말이죠. 계속해서 투자 유치를 안정적으로 받을 수 있는 공급처가 있지 않은 이상요. 관객 수는 강력한 지표일 테니까요.

 

공기: 주변에 잘 살펴보면, 독립 영화를 몰라서 그렇지 알면 좋아할 사람들이 지금보다는 있을 것 같아요.

 

: 저는 학과에서 영화 동아리를 4년째 혼자 운영하고 있거든요. 모험인 영화를 틀어놓아도 생각보다 되게 재밌어해요. 당황스러워하면서도 다음에 자발적으로 찾아와요. 그래서 되게 많이 영업했었어요. 그래서 매주 생각해요. 이번엔 무슨 영화를 틀지를요.

 

: 맞아요. 저는 인스타그램 스토리로 독립영화 영업 많이 하거든요. 의외로 그걸로 인해 봤다면서 디엠이 와요. 이번에 전주국제영화제 온라인 상영도 실시간으로 올렸는데, 친구들에게 연락이 많이 왔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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