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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unity/관객기자단 [인디즈]

[인디즈]〈말이야 바른 말이지〉 인디토크 기록: 바른 말이 바른 행동이 될 수 없다면

by indiespace_가람 2023. 6. 26.

바른 말이 바른 행동이 될 수 없다면

〈말이야 바른 말이지〉 인디토크 기록

 

일시 2023. 6. 1(목) 19시 30분 상영 후
참석 윤성호, 최하나 감독, 장강명 작가
진행 진명현 무브먼트 대표

 

*관객기자단 [인디즈] 이수영 님의 기록입니다.


이별 후 고양이 양육권을 어떻게 조정할지 고민하는 연인, 본적과 고향은 의미 없지만 임대 아파트 출신은 차별해야 한다는 여자, ‘허버허버'를 사용했다는 모함에 어쩔 수 없이 사과문을 쓰지만 무엇에 죄송해야 하는지 고민에 빠진 팀장과 사원까지. 옳고 그름에 대해 그 어느 때보다 많은 말이 오가는 지금, 〈말이야 바른 말이지〉는 문제의식 차원에서 현상을 새롭게 진단한다. 지금 우리가 하고 있는 이권 다툼이 어쩌면 갑질에도 속하지 못하는 을과 병의 눈물 나는 싸움일지 모른다. 그러자 영화 속 주인공들이 답한다. 그래, 말이야 바른 말이지. 그렇다고 밥그릇 챙기는 게 나쁜 건 아니잖아? 영화를 감상하고 못다 피어난 생각들이 극장을 가득 채운다.

 

 

 

진명현 대표(이하 진명현): 안녕하세요, 이번 〈말이야 바른 말이지〉 GV를 진행하게 된 무브먼트 대표 진명현입니다. 먼저 장강명 작가님부터 인사 부탁드립니다.

장강명 작가(이하 장강명): 안녕하세요, 소설 쓰는 장강명입니다.

최하나 감독(이하 최하나): 안녕하세요, 저는 영화에서 강아지가 나오는 에피소드 〈진정성 실전편〉을 연출한 최하나입니다.

진명현: 총괄 프로듀서이자 프롤로그 연출해 주신 윤성호 감독님도 인사 부탁드립니다.

윤성호 감독(이하 윤성호): 저 말을 제가 하려고 했었는데… (관객 웃음) 안녕하세요.

진명현: 오늘이 서울에서 벌어지는 〈말이야 바른 말이지〉의 마지막 관객과의 대화라고 들었는데, 많은 사랑과 관심 부탁드립니다. 〈말이야 바른 말이지〉(이하 〈말바말〉)는 장강명 작가님이 운영하시는 플랫폼 ‘그믐’과도 연관돼 있다고 해요. 소설과 관련한 커뮤니티이니 둘러보시면 좋으실 것 같습니다. 먼저 특별 게스트로 오신 장강명 작가님께 이 작품 어떻게 감상하셨는지 소감 여쭤봐야 할 것 같은데요.

장강명: 제가 사실 영화를 아는 사람이 아니라 머쓱합니다. 영화평을 전문적으로 하는 사람도 아니고, 영화를 많이 보는 편도 아니라 머쓱한데, 소설가 한 명이 초청을 받았다고 이해해 주세요. 제가 하는 말이야말로 아무 말이에요. (웃음) 되게 재밌게 봤고, 독립영화에 대해 잘 알지 못하기에 가지고 있던 기대치가 있었는데 이를 훨씬 넘는 작품이었습니다. 화면도 예쁘고, 속도감도 있고, 엔터테이닝한, 제가 연출을 잘 알지 못하지만, 텍스트라고 생각하면 되게 정교하고 뜯어볼 데가 참 많다고 생각했습니다.

진명현: 장강명 작가님이 작품을 통해서 바른말을 많이 해주시는 분이라서 영화 제목과 잘 어울리지 않나 싶기도 해요. 세부 에피소드들이 있으니, 어떻게 보셨는지 대화 이어가면서 더 많은 얘기 들려주실 것 같고요. 특히 오늘은 최하나 감독님과 윤성호 감독님이 오신 만큼, 두 분 작품에 집중해서 얘기 나눠봐도 좋습니다. 최하나 감독님은 서울독립영화제에서 〈말바말〉이 제작됐고 국내 유수 영화제 이후, 개봉 프로모션을 몇 주간 진행하셨잖아요. 관객들을 직접 개봉관에서 만나는 게 〈애비규환〉 이후 오랜만이었을 것 같은데 실제로 만나 뵈니 어떠신가요? 코로나 이후 아마 처음으로 관객과 대면하시는 것 같은데..

최하나: 아, 〈애비규환〉 때 코로나가 되게 심해서 다 취소되고 극장에서 우수수 내려갔던 기억이 있어요. 그에 비하면 요즘은 좀 괜찮다고 생각해요. 영화제는 작년 몇 군데 갔었는데 지역 따라 반응이 다르더라고요. 이를테면 광주독립영화제에서는 박동훈 감독님의 〈당신이 사는 곳이 당신이 누구인지를 말해줍니다?〉에 대한 반응이 더 뜨거웠어요. 뭔가 관객 구성에 따라 영화 반응이나 분위기가 많이 다른 편인 것 같더라고요. 지난번 개봉 다음 날에, 인디스페이스에서도 GV를 진행했었는데, 그때 윤성호 감독님이 모더레이터를 맡으셨어요. 그래서 그런지 정말 웃긴 질문이 많이 나왔죠. 그때도 질문한 관객들에게 선물을 주는 행사를 진행해서, 사람들이 선물이 뭔지 모르고 자꾸 이상하고 특이한 질문을 던졌는데, 선물이 윤성호 감독님 책이었어요.

윤성호: 제가 쓴 책이 아니라 저에 대한 책이었… 더 싫겠네요. (일동 웃음)

최하나: 아무튼 또 토요일 CGV명동역 씨네라이브러리에서도 진행한 적이 있는데, 주말에 그 비싼 티켓값을 내고 독립영화를 보러 오시는 분이라서 그런지 너무 심각하신 거에요. 극장마다 이렇게 분위기가 다를 수 있다는 것이 재밌더라고요.

진명현: 주말 CGV 티켓값은 훨씬 비싸잖아요. 금액 지불하고 오시는 분들도 소중하지만 이렇게 평일에 인디스페이스로 와주시는 분들도 그 못지않게 소중한 관객분이라는 생각이 들고 다시 한번 깊은 감사의 말씀을 드리고요, 2023년 하반기 잘 부탁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윤성호 감독님도 이렇게 극장 개봉관에서 관객분들 만나는 거 정말 오랜만이시지 않으세요? 언제가 마지막이었어요?

윤성호: 2010년? 저는 2007년 〈은하해방전선〉으로 데뷔했다가 드라마에 꽂혀서 웹이나 모바일, OTT로 드라마를 더 많이 선보인 것 같아요. 가끔 기획전 만들어 주시면 관객분들과 만날 일이 있었는데, 이렇게 주도적으로는 오랜만이네요. 이 영화에서 저는 프로듀서의 역할에 좀 충실한 사람이었어요. 프롤로그도 사실 2018년에 민주노총이 제안해 준, 브랜디드 콘텐츠로 만들었던 웹드라마를 영화 러닝타임 60분을 채우기 위해 붙인 거여서… 다른 감독님들이 얼마나 고생하고 고민하면서 찍으시는지 알고 있으니까 관련해서 답을 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진명현: 〈말이야 바른 말이지〉가 소설가에게는 연작 소설집 같기도 하고 단편집 같기도 한데 분량 자체는 중단편에 가깝게 느껴질 수 있을 것 같아요.

장강명: 되게 공교로운 게, 서독제에 말씀드린 적이 없지만 제가 올가을에 다른 작가 10명과 함께 노동 소설 앤솔로지를 내거든요. ‘월급사실주의’라는 작가 동인을 만들어서 첫 책이 문학동네에서 나오는데... 그걸 모르고 섭외하셨을 텐데, 되게 공교롭고 감독님들께 내적 친밀감을 느끼게 되더라고요. 아, 저희는 뭐 6시간 안에 다 써야 한다 그런 건 없습니다.

진명현: 모르시는 관객분들도 있을 것 같아서 말씀드리자면 이 작품이 핸디캡을 가지고 출발했거든요. 최하나 감독님, 짧게 설명 부탁드려도 될까요?

최하나: 이 작품 전까지 저는 윤성호 감독님과 일면식이 없었는데 어느 날 전화가 걸려 왔어요. 서독제에서 옴니버스 영화를 만드는 데, 예산이 작아 제한사항이 있다. 2명의 인물로 이뤄진 한 장소에서 이뤄지는 대화 씬으로 영화를 구성해야 하는데 10분 분량을 채웠으면 좋겠고 6시간 안에 촬영을 마쳐야 한다. 총 촬영 기간은 3일이다. 해가 떠 있는 동안은 제 영화 찍고, 밤에는 다른 감독님 영화도 하는 식으로 촬영을 진행했어요. 저희 영화가 기술팀이 한 팀이거든요. 촬영, 조명, 동시녹음.. 그분들의 총 노동시간을 하루에 12시간으로 잡고 6시간씩 배분하는 미션 아닌 미션이 있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미니멀하게 진행이 되어야 하는 현장이라 스텝도 5명으로 제한했어요.

윤성호: 말씀드린 것처럼, 서울독립영화제 측에서 제안은 해주셨는데 사실 저는 거절했어요. 너무 초저예산이라 만들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했거든요. 서울독립영화제는 영화제가 지원한 옴니버스 영화로 개막하는 오랜 역사가 있어요. 이게 품앗이가 가능한 기존 네트워크에서는 가능할지 모르지만, 저는 상업적인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잖아요. 그래서 좋은 취지로 시작한 영화인데 역풍이 생길 수도 있다는 우려가 있었죠. 계속 사양을 하다가 이렇게 기금을 날리기보다는 뭐라도 제작하는 게 낫겠다 싶어서 대화 장면 위주 저예산 옴니버스를 기획했어요. 한 챕터 속 대화는 2명, 제한 시간은 6시간. 청중들이 볼 때 각자의 장기 자랑이 아니라 한 테마로 이해할 수 있도록 일관성 있는 깔때기가 하나 있어야겠다고 제안했어요. 을과 병이 정을 또는 을이 병을 몰아내는 영화를 만들자, 중간에 트위스트도 한 번 있는 이야기로. 또 에피소드가 전환될 때마다 창대하게 제목이 뜨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어떻게 이야기를 창의적으로 전파하냐가 저희 영화에 중요한 점이라고 생각했거든요. 그렇게 많은 감독분이 테마에 맞춰서 다양한 인물의 성격과 레이어를 가진 영화를 만들어주셔서 이렇게 〈말바말〉을 만들게 됐습니다.

 

 

영화 〈말이야 바른 말이지〉 스틸컷

 


진명현: 오늘 영화 처음 보신 관객분 계세요? 보시면 모든 에피소드가 전주 없이 시작한 케이팝 같거든요. 말이 굉장히 빠르고 정보 없이 보면 당황할 수 있는 영화라서, 두 번은 반복해서 더 꼼꼼히 텍스트를 살펴보면 좋은 작품인 것 같아요. 저는 오늘 세 번째 보거든요. 장강명 작가님은 혹시 두 분께 여쭙고 싶은 것들이 있었나요?

장강명: 감독님 앞에서 이런 말씀드리기 이상하지만, 영화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에피소드 두 개가 〈프롤로그〉와 〈진정성 실전편〉이었어요. 영화들이 촬영에 제약도 있고 협소하지만, 영화는 묵직하게 한국 사회의 맥락을 얘기하잖아요. 을 병 혹은 을-을 구조 안에서 옴짝달싹 못 하는 사람들을 그려낸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자기가 구조 안에 있는지 모르는 사람과 알긴 아는데 뭘 해야 할지 모르는 사람들. 〈진정성 실전편〉에 나오는 팀장님과 직원도 자기 행동이 잘못된 건 알지만 사느라 어떻게 할 수가 없어서 괴로워하고, 프롤로그에 김 과장님과 양 사장님도 구조 안에 있는 것을 잘 알지만, 그로 인해 경쟁하는 느낌이었거든요. 저 자신도 착취와 차별 가운데 옴짝달싹 못 하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더 많이 몰입됐던 것 같아요.

윤성호: 작가님이 쓰신 칼럼을 오전에 봤는데, 참 재밌는 프레임인 것 같아요. 자신이 어떤 맥락 속에 놓여 있는지 알고 떠드는 사람들은 일종의 자기혐오가 있거든요. 그러다 보니 양 사장도, 김 과장도, 팀장님도 자신이 하는 일에 대해 자조적인 모습을 보이고, 또 자기를 혐오하다 보니 오히려 흑화 하는 것 같아요. ‘이렇게 된 이상 더 못난 놈이 되자’, 이렇게. ‘손에 손잡고’에 나오는 프러포즈를 주고받는 커플들은 자신들이 하는 일이 이 사회 시스템과 어떤 관계를 맺는지까지 생각할 여유가 없는 분이잖아요.

장강명: 감독님이 테마를 정하실 때 을과 병이 정을 몰아낸다고 선정하시면서 이러한 것들을 기대하고 제안하신 것은 아닌가요?

윤성호: 그러한 것에 대한 특별한 기대보다는 일단 재밌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관객들이 이러한 구조나 맥락에 있어서 ‘어디쯤 위치할까?’라는 생각을 할 수 있으면 좋겠다, 저는 프로듀서니까 감독님들이 어떤 에피소드를 가져올지 예측할 수 없잖아요. 대신 테마와 핸디캡을 제시하고 감독님들이 써오신 대본과 작품을 보며 비슷한 생각을 했던 것 같아요.

 

 

영화 〈말이야 바른 말이지〉 스틸컷

 


진명현: 최하나 감독님의 경우, 인터뷰에서 본인 에피소드가 가장 먼저 공격받을 것 같다는 염려를 하셨다고 들었어요. 친구분께 물어봤더니 당연히 공격당할 것이라는 소리를 들으셨다고요. (일동 웃음) 프로듀서님의 수정은 없던 걸로 보이는데, 혹시 감독님의 자기 검열이 있었을까요? 초고 그대로 톤을 유지하고 완성된 것인지도 궁금해요.

최하나: 검열하려고 했었죠. ‘허버허버’가 실제로 논란이 됐던 단어잖아요. 그래서 아예 가상의 의성어로 만들자는 얘기가 나와서 그때 ‘쭈왑쭈왑’이 나왔어요. ‘압쭈압쭈’니 뭐니, 이런 얘기를 했는데 이러고 있는 상황 자체가 너무 코미디 같더라고요. 갑자기 현타가 와서 그렇게 바꾸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저는 제가 공격을 당하는 것보다 다른 분들이 싸잡혀서 타깃이 될까 봐 걱정됐어요. 이 영화는 저 혼자 만든 게 아니고 영화제에서 주최하는 거니까요. 그래서 윤성호 감독님께 여쭤봤는데, 감독님께서 전혀 그렇게 되지 않을 것 같다면서 검열은 하지 말라고 말씀하시더라고요. 그렇다고 초고를 그대로 찍지는 않았어요. 엔딩에서 허버버업을 외치는 아이디어를 윤성호 감독님이 주셔서 그 방식으로 시나리오를 고치긴 했죠. 검열은 아니고 더 이상하게…

진명현: 그러면 이제 관객분들과 같이 얘기를 나눠보면 좋을 것 같은데요. GV 때 나온 얘기를 종합하면서 에피소드가 완성된다는 반응도 많더라고요. 질문 아니더라도 영화 대한 소감 나눠주셔도 좋을 것 같아요.

관객: 영화 너무 재밌게 잘 봤습니다. 드리고 싶은 질문이 두 개 있는데요. 먼저 최하나 감독님 작품에서 팀장과 문자 보내는 사람이 누구였는지 궁금합니다. 처음에는 남자친구였는데 알고 보니 여자인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어떤 대상인지, 어떤 이유로 넣으셨는지 궁금했습니다. 두 번째로 영화 제목의 영제가 ‘Citizen Pane’이더라고요. ‘시민 케인’과 유사하다고 생각했는데 어떤 의도로 선정하신 건지 궁금해서 여쭤보고 싶습니다.

최하나: 문자하는 대상은 처음에 읽으셨던 게 반은 맞아요. 여자친구라고 생각하고 썼거든요. ‘예지’라는 이름과 자기라는 말로 애인이라는 게 전달이 됐으면 했는데, 영화가 워낙 짧고 채워진 정보가 많다 보니 사람들이 팀장이 레즈비언일 거라고까지는 생각을 못 한 것 같아요. 관객분들이 문자 대상을 이미 잘린 사람으로 생각하는 분들도 많았고요. 나중에 생각을 해보니 영화 내에서 이러한 설정을 설명할 여유가 없던 게 아쉽기는 했어요. 저는 이 팀장이 회사 안에서는 남성 소비자의 분노를 달래야 하는 스트레스에 놓여있고, 회사 밖에는 자신의 무책임한 대응으로 부하 직원이 잘린 것에 대해 분노한 페미니스트 여자친구의 추궁이 있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되게 상반된 스트레스와 모순된 상황 속에 놓여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서 설정한 인물이었습니다.

 

 

영화 〈말이야 바른 말이지〉 스틸컷

 


윤성호: 방금 최 감독의 설명을 들으니 처음 시놉시스를 받았을 때, 어떻게 이렇게 짧은 페이지 안에 입체적인 사건을 만들지라고 감탄했던 기억이 스멀스멀 나네요. 저희끼리 칭찬한다고 이상해하실지 모르지만, 그때 되게 짜릿했거든요. 아, 제작 과정 핸디캡 중에 일주일 안에 아이템을 올리는 것도 있었어요. 서로 겹치는 주제가 있으면 조정을 해야 하니까. 근데 최 감독님이 제일 먼저 올려주셔서 그 기억이 납니다. 아무튼 영화를 만들면서 그때그때 상의해서 결정하는 것들이 있었는데 그중에서 에피소드 순서가 논의 시간이 좀 걸렸어요. 그래서 영문 제목은 제가 멋대로 정해야겠다 해서 사실 투표에 안 부쳤어요. 처음엔 ‘말이야 바른 말이지’를 파파고에 넣고 검색해 봤는데 이상하게 나오더라고요. 굳이 따지자면 ‘to be frankly with’ 아니면 ‘as you know’. 근데 느낌이 안 사니까.. 그런데 전에 저희가 한글 제목 정할 때 후보가 열몇 개 정도였는데 공통점이 시민이라는 키워드를 포함한다는 거였거든요. 그래서 영문 제목은 시민이 좀 들어왔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러니 딱 말씀하신 것처럼 시민 케인이 생각이 났고… ‘Pane’ 뜻은 ‘깨질 것 같은, 얇은’이라는 뜻이거든요. ‘Citizen Pane’하면, 우리의 근거가 너무 박약한데도 누구를 차별하고 혐오하고 밀어내고 싶어 하는 현상, 그러면서도 명분을 가지고 싶어 하는 마음을 잘 나타낼 수 있을 것 같아서 선정했어요. 예를 들어 인어공주 공격하시는 분들은 내가 인종차별주의자 아니라고 하시면서, 말이야 바른 말이지 백인 빨간 머리가 인어공주 아닌가요? 이렇게 시작하시니까요.

진명현: 한글 제목도 그렇고 영제도 모두 훌륭한 제목이 드네요. 장강명 작가님도 제목 지으시면서 고민을 많이 하실 텐데, 어떤 생각을 하셨어요?

장강명: 보도자료에 감독님이 쓰신 것 중 그런 게 있더라고요. 제목 후보 중에 대가리 꽃다발?

최하나: 대가리 꽃밭. (일동 웃음)

장강명: 네 그런 게 있어서, 저는 진짜 육성으로 빵 터졌거든요. 영화 제목이 대가리 꽃밭이 되면 포스터는 어떻게 만들어야 할 것인지 고민이 많으셨을 것 같아요

윤성호: 사실 제목은 과격하지만 대가리 꽃밭이 포스터 만들기는 참 좋거든요, 유쾌하게..

진명현: 또 다른 관객분이 손 들어주셨네요.

관객: 영화 너무 재밌게 잘 봤습니다. 〈손에 손잡고〉 촬영 장소가 제가 알기로는 아이돌 팬카페 대관으로 유명한 곳이라고 들었는데, 로케이션 선정을 어떻게 하셨는지가 궁금합니다. 그리고 〈진정성 실전편〉에서 두목이가 상당히 하얗더라고요. 지금도 잘 관리하고 계시는지 궁금합니다. 또 장강명 작가님께는 혹시 이러한 대사는 나중에 인용해도 되겠다고 생각한 에피소드나 순간들이 있었는지 질문드리고 싶습니다.

장강명: 전 왜 그렇게 웃기는지 모르겠는데 과장님아, 과장님아 하고 부르는 게 너무 웃기더라고요. 실제로 누가 그렇게 사용하는 걸 보고 톤을 잡으신 건가요?

윤성호: 모르겠어요. 그냥 그렇게 썼던 것 같아요. 그냥 나이 어린 사람에게 밀리긴 싫으니 자연스레 과장님이 이렇게 하지 않았을까.. 정도로요.

장강명: 웃고 나서 의미 부여하는 게 참 머쓱한 일이지만, 굳이 의미를 부여하자면 저는 이 프롤로그가 힘의 균형을 보여준다고 생각하거든요. 두 사람이 얘기하는 것으로 끌어가야 하는데 대기업 과장과 하청업체 사장을 비추면서 한쪽은 나이도 들고 이 업계 좀 잘 안다는 이런 게 있는데, 그런데도 대기업 과장에게 좀 수그려야 하는. 그렇다고 해서 한없이 빌지는 않는. 딱 한 마디로 ‘과장님아~’ 부르면서 가르쳐 주는 듯한. 이런 게 다 들어가 있더라고요. 그리고 갑·을·병 이런 걸 다 떠나서 제가 한국 사회에 염증을 느끼는 것 중의 하나가, 심지어 칼럼도 썼는데, 존댓말이 너무 싫어요. 아니다 존댓말을 썼으면 좋겠는데 ‘과장님아’ 이건 존댓말도 아니고 반말도 아니고. 이런 파괴적인 것도 재밌어서 제일 기억에 남네요.

 

 

영화 〈말이야 바른 말이지〉 스틸컷

 


최하나: 영화 찍을 때 두목이가 한 살이 안 됐을 때라서, 정말 어릴 때여서 털 색깔이 하얬어요. 중성화 수술한 지 얼마 안 됐을 때라.. 지금은 좀 누렇게 됐습니다. 다행히 두목이가 식탐이 많아서 닭고기 맛이 나는 강아지 치약으로 양치질 열심히 해주고 있습니다. 

진명현: 연기 지도에 대해서도 구체적으로 여쭤보고 싶은데요?

최하나: 촬영 당시가 중성화 수술을 한 지 얼마 안 됐을 때였어요. 그래서 두목이가 택시만 타고 나가면 병원인 줄 아는 거예요. 그날도 차를 탔는데, 가기 싫어서 침 흘리고 멀미하다가 딱 내렸더니 촬영장인 거죠. 그래서 기분이 너무 좋은지 막 휘젓고 다니고. 원래 사람 많은 곳을 겁이 많아서 되게 싫어했는데 기분이 너무 좋으니까, 어깨에 힘들어 온 것처럼 계단도 한 칸씩 올라가고 했어요. 다른 곳으로 지나가거나 걸어가는 연기는 다 쉬웠는데, 가만히 한 쪽을 응시하고 있는 연기는 어렵더라고요. 카메라 쪽으로 계속 오려고 해서, 그게 조금 어려웠어요.

진명현: 그러면 반려인으로서 정식 데뷔라고 생각하십니까?

최하나: 정식 데뷔라고 생각하고 이걸로 소질이 좀 있는 것 같아요. 제가 영화감독으로 성공하는 것보다 두목이를 강아지 배우로 성공시켜서 매니저를 하는 게 더 빠르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국수를 보니까 재능이 천부적인 거예요. 타고난 배우란 저런 건가, 우리 두목이는 저 정도는 아닌 것 같은데. 그래서 포기했어요.

진명현: 생일 카페와 관련한 질문은 지금 김소형 감독님이 안 계시네요. 또 저희도 아주 궁금한 게 하리보 역할의 국수 캐스팅과 연기 지도거든요. 프로듀서 입장에서 윤 감독님이 말씀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윤성호: 근데 하리보 얘기는 오히려 최 감독님이 동물을 함께하는 사람으로서 더 잘 알 거예요.

최하나: 국수는 김소형 감독님이 키우는 반려묘예요. 국수랑 춘장이라는 두 마리 고양이와 함께 살고 계시고. 감독님 집에서 촬영할 때 사람이 너무 많으니까, 국수가 좀 힘들어했대요. 계속 숨어있고. 그래서 저희가 원래 6시간 안에 찍어야 하는 게 있었는데 국수 분량을 다 못 찍었어요. 그래서 나중에 촬영 감독님이랑 감독님이 따로 촬영하셨다고 들었고, 하리보가 나중에 와서 올려다보는 장면에서 발은 배우님이 아니라 촬영 감독님 발이에요. 그래서 되게 명연기가 나왔다고 들었습니다.

진명현: 네 감사합니다. 그러면 생일 카페는 어떻게 섭외하신 건가요?

윤성호: 방금 하리보 얘기랑도 연관이 있는데, 제작 과정에서 테마와 아이러니가 가장 강했던 두 개가 〈하리보〉와 〈손에 손잡고〉예요. 〈하리보〉는 동물의 마음을 생각해야 한다는 에피소드인데 6시간 안에 찍으려니까 영역 동물인 고양이에게 스트레스를 많이 주잖아요. 그래서 김소형 감독님이 후회막심까지는 아니지만 역설적으로 ‘동물에 대한 영화를 찍으면서 가족같이 아끼는 또 다른 가족을 스트레스받게 했다’고 생각했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6시간 핸디캡을 예외 없이 적용하려다가, 애초에 핸디캡을 넣은 이유가 스태프들을 위해서 그랬던 거였으니까 이번 상황에는 예외를 두자고 결정했어요. 집도 감독님 집이어서 스트레스를 덜 받게 촬영 감독님 한 분만 찍으면 되니까. 오히려 우리의 취지에 맞으려면 예외를 허락해야 하는 상황이어서 동의했다는 변명의 말씀을 빨리 드리고요. 
〈손에 손잡고〉는 보시다시피 서로 종교 때문에 고민하는 커플 같지만 사실 진짜 테마는 로맨스 장르 내 합의가 결국 지구의 엔트로피를 늘린다는 아이러니를 다룬 거예요. 근데 보시다시피 휴지 뜯을 때 여러분도 불편하시잖아요. 저거 좀 저렇게 해야 하나? 계속해서 쏟아지는 쓰레기도 그렇고. 그래서 여기 모든 연출자분 중에 송현주 감독님이 유일하게 제게 싫은 소리를 들은 분이거든요. 이게 과연 테마를 서포트할 수 있는 프리프로덕션입니까? 이런 얘기 많이 들으셨어요. 사실 처음에 카페를 빌릴 때도 환경 오염을 줄이시겠다고 3평짜리로 하겠다고 했는데, 송 감독님이 저희 중에서 사실 연출 경력이 제일 적으세요. 그래서 우리가 원룸을 영화나 드라마 속에서 보면 매체에 나오는 것보다 최소 5배 이상의 공간에서 찍어야 좁은 원룸으로 보이거든요. 그래서 본인이 말씀하시는 카페에서는 촬영이나 녹음팀이 있을 데가 없다고 말씀드리니까 다른 카페를 찾으셨죠. 저희는 아이돌 팬들이 많이 빌리는지 몰랐어요. 그냥 널찍하고 호의적이고요.
소품에서도 감독님이 ‘모든 쓰레기를 재활용할 거고, 절대 폐기물이 되지 않게 할 거다. 쓰레기봉투가 되게 크지만, 안을 겨울 패딩으로 꽉꽉 채워서 쓰레기양을 늘리진 않을 거다. 풍선도 다 당근 해서 할 거다’라고 말씀하셨는데 6시간 제한이 있잖아요. 솔직히 말해서 20분 넘겼어요. 저는 저승사자처럼 ‘미안하지만, 이제 끝났습니다. 놓치면 어쩔 수 없습니다.’했더니 거의 패닉이 되셔서, 다 찍으신 다음에 정리를 하시는데 그때부터 이제 난장판이었죠. 철수 시간은 데드라인이 다 돼가고, 카페는 대여시간을 넘기면 돈을 더 내야 하잖아요. 그때부터 스태프들, 감독들, 배우까지 다 당근 한다고 했던 풍선 빵빵 터뜨리고, 페트병이든 뭐든 다 쓰레기로 묶어버려서. 지금도 감독님이 굉장히 후회하고 반성하고 있어요. 저는 그 과정까지 찍어서 나왔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있습니다.

최하나: 휴지는 재활용했대요. 한 통을 재활용해서 썼다고 되게 감격하시더라고요.

진명현: 그걸로 두목이나 다른 동물들 뒤처리해도 좋았을 것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또 다른 관객분 계실까요? 

 

관객: 영화 재밌게 잘 봤고요, 웃으면서도 현실에서 겪었을 땐 웃음이 나올 것 같지 않은데 웃음이 나오는 상황에서 약간의 자기혐오를 느꼈던 것 같습니다. 불편한 주제인데도 ‘왜 내가 웃고 있지, 이게 재밌나’ 같이 되게 복잡한 상황이었던 것 같아요. 제가 여쭤보고 싶은 것은 비트코인인데, 왜 비트코인은 주인공의 못남을 표현하는 요소로 사용되는지 궁금합니다. 트위터에서 비트코인을 추종하는 사람들이 노동을 폄하하고 비트코인만이 최고의 가치라고 얘기하는 것은 알고 있는데 많은 사람이 그렇게 생각할지 궁금하거든요. 저는 비트코인 가지고 있지만 ‘테슬라 좋아해요, 짱이에요.’ 이렇게 트위터에 쓰진 않거든요. 그래서 많은 사람에게 비트코인이 그렇게 인식되고 있는지, 만드신 감독님은 안 계시지만 감독님도 그렇게 생각하셨던 건지 여쭤보고 싶습니다.

진명현: 윤성호 감독님이 대답을 해주셔야 할 것 같은데요.

윤성호: 이거는 좀 다른 답일지 모르겠는데 영화감독, 그리고 각본을 쓰고 연출하는 창작자가 세상에 있는 기호와 키워드를 소환할 때는 꼭 어떤 가치 판단을 담고 있지는 않아요. 그냥 현실의 어떤 풍경을 담는 거여서 말씀해 주신 방향성이 있을 수도 있고, 세상의 어떤 아이러니들을 또 콕 집어 짚고 싶을 수도 있지만 캐릭터를 만들 때 캐릭터의 모든 것들이 감독의 정치적인 언어나 방향성을 표현하지는 않아요. 제 생각에 〈손에 손잡고〉에 나온 프러포즈하는 캐릭터는 결혼을 두려워하는 시대에서 젊은이로서 자신이 앞으로 투입할 노동시간보다 더 많은 부를 창출할 수 있다는 것을 결혼에 대한 확신이 없는 상대에게 표현하고 싶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저는 빻았다고 생각하지는 않고, 개인적으로 송현주 감독님이 각본 쓰면서 들은 것을 보면 감독님 지인 중에 많지는 않지만, 비트코인으로 크게 성공하신 분들이 많아요. 20대인데 10억을…

진명현: 혹시 비트코인에 대해 작가님도 하실 말씀 있으실까요?

장강명: 우리 집도 코인 좀 물렸습니다. (웃음) 지금 말씀하신 것을 반박하는 것은 아니고, 코인 투자하는 사람이 어리석거나 사악하건 아니죠. 제가 처음 말씀드린 것처럼 영화가 한국 사회의 맥락을 보여주기 때문에 저도 질문 주신 분처럼 붉어지기도 하고 웃기도 하고 ‘저게 내 모습이다.’ 이러면서 본 것 같아요.
코인에 대해 저도 고민하고 있는데, 이 코인의 맥락에 대해서 제가 생각하는 걸 하나 말씀드리면요. 시대정신 아닌가 싶습니다. 어떤 시대정신이냐면, 땀 흘려 버는 것이 아닌 것 같은 시대. 노동의 값이 내려가고 자산이나 창의력이 중요해진 것 같아요. 아이들에게 좋은 교육 가르치고 혁신적인 생각 많이 하면 창의적으로 될 수 있다 말하지만 전 사실 안 믿어요. 그런 창의성을 가진 사람은 정말 제한적이죠. 한데 스티브 잡스, 일론 머스크처럼 어떤 사람의 아이디어를 통해 버는 돈이 다른 사람 100만 명이 버는 돈보다 많지 않습니까? 저는 그게 납득이 안 돼요.
그 사람이 불법을 저지르지 않았다는 것은 알지만 우리가 그랬으니, 너도 창의적으로 되라고 얘기하는 것도 납득이 안 돼요. 코인도 마찬가지입니다. 코인이 오르고 내리는 게 노동이나 나의 노력과 상관이 없잖아요. 이 코인이 오르면 왜 올랐는지 설명 못 하지 않습니까? 그냥 순발력이 필요한 거죠. 하다못해 주식투자를 하려 해도 기업분석을 하고, 선물투자를 해도 미래의 거시경제를 예상해야 하는데 코인은 될 것 같으면 사고, 말 것 같으면 말라고 말하는 시대임을 알려주는 물건 같습니다. 그래서 코인에 회의감이나 혐오감이 들지 않는 것도 이상한 것 같아요. 우리 집도 코인을 하는데 마치 〈진정성 실전편〉처럼 말이 안 되는 상황임에도 나를 구겨 맞춰야 내 돈벌이가 유지되기 때문에 하거든요. 괴롭잖아요. 이러면. 사람이 제정신을 가지고 살기 어렵잖아요. 세계를 보면 점점 더 그러한 방향으로 가는 것 같습니다. 뭐가 뭔지 모르겠고 부조리한데 꿰맞춰야 하는. 질문에 답이 됐는지 모르겠지만 제 솔직한 느낌이에요. 제가 〈진정성 실전편〉의 팀장님이 된 기분이 들어요.

윤성호: 저는 조금 다른 관점으로 얘기를 하고 싶은데, 비트코인을 달리 말하면 블록체인이잖아요. 사실 영상과 콘텐츠랑 금융이 사용하는 용어들이 많이 겹치거든요. 메타버스, VR 이런 분야에서 재밌는 것은 우리를 생산자로 호명한다는 거예요. 와서 이전과 다른 지적인 노동을 통해서 가치를 창출하고 돈을 많이 벌어가시라고. 근데 실은 소비자를 모으고 있는 것 같아요. 자신들을 위해 충분히 모아서 거대한 곳간을 쌓아줄 수 있는. 신기하잖아요, 코로나가 터지고 실물 경제가 위축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갑자기 금융이 활성화됐거든요. 펜트하우스에만 있던 분들이 갑자기 많은 펀드와 주식, NFT 같은 것들을 권유했어요. 너무 눈에 보인다는 생각도 해요. 제가 세상 돌아가는 것들을 다 아는 사람은 아니지만, 그래도 공부하려는 편인데요. 이들의 곳간이 떨어져 갈 때쯤 항상 새로운 키워드를 만들어서 나타나더라고요. 사이버 월드가 이미 있는데 가상현실이 등장하고, 예전과는 똑같은 걸 팔지만, 키워드만 바꿔서 새로운 상품처럼 나오고. 우리가 이러한 아이러니를 봐야 하는지는 않느냐는 생각은 듭니다. 최하나 감독님도 하실 말씀 있으신가요?

최하나: 여기서 질문이 나온 게 에피소드 속에서 “내가 비트코인 했던 것 때문에 그래? 그러니까 내 프러포즈를 안 받아 주는 거야” 그 대사잖아요. 왜 여자친구는 비트코인을 싫어했을까를 생각해 보면 이 사람이 한두 번 한 게 아니라서 (일동 웃음) 그런 것 같고, 말씀하신 자기에 대해 소개할 때 테슬라 주주를 먼저 소개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을 보면 좀 비웃어 주고 싶은 마음이 있어요. 노동만 해서 돈을 버는 사람들을 우습게 아는 사람들은 롯데월드에서 줄 서서 들어가는 것이 가난하기 때문이라고 비판하는 사람들과 비슷하다고 생각했고.. 되게 재밌는 거는 주식하는 분들은 불로소득이라는 말을 싫어하시더라고요. 내가 주식 보려고 얼마나 열심히 노력하는데, 이런 얘기를 하셔서 이러한 아이러니가 〈말바말〉에 되게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습니다.

 

 

 

 


진명현: 사실 어떤 부분에 본인이 밀접하게 연관되는지에 따라 에피소드 반응 척도가 다 다른 작품인 것 같아요. 아마 반려견을 키우시는 분들은 첫 번째 에피소드가 공감 갈 거고, 각자 처한 상황이 무엇이냐에 따라 다른 반응을 끌어낼 수 있는 작품이라는 생각이 드는데, 공통적인 것은 지금처럼 누구랑 나누고 싶고 하고 싶은 말들이 많아지는 작품이라는 것은 틀림없는 것 같아요. 늦은 시간 함께해 주신 관객분들도 너무 감사드리고요. 다 못다 한 얘기는 돌아가시면서 술 한잔하며 얘기 나누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오늘 함께해 주신 세 분 마지막 인사 들으며 자리 마무리하도록 할 텐데요, 어떤 분 먼저 해주실까요?

윤성호: 감독님들이 이런 이슈를 잡아주셔서 너무 좋은데, 사실 지금 다뤄야 하는 이슈가 너무 많잖아요. 장애인, 이주노동자, LGBT 등. 저는 시즌 2를 만들 수 있다면 제일 좋을 것 같아요. 그러기 위해서는.. 저희가 굉장히 많은 관객을 바라는 것은 아니고요, 2,000명을 목표로 합니다. 아마 오늘 내일 중에 될 것 같은데, 〈말이야 바른 말이지〉라는 이름을 기억하시고 관용구가 아닌 어떤 이야기를 촉발하는 매개로서 작용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어디서 누가 말했을 때 “야, 〈말바말〉 영화에 너 같은, 우리 같은 사람 나온다.” 하면서 말을 조금 더 슬기롭게 경계하며 할 수 있음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감사합니다.

최하나: 인디스페이스에서 GV할 때마다 웃음 담당 방청객을 두시나 싶을 정도로 잘 웃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공격당할까 봐 두려웠다는 언급을 한 게 조금 부끄럽더라고요. 왜냐하면 우리 영화가 공격당할 만큼 관심을 얻고 있지도 않은데, 제가 너무 지레 겁을 먹고 허황된 꿈으로 무슨 1점 테러를 당하겠구나! 생각했던 게.. 오늘 비트코인으로 왠지 조금의 관심을 끌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긴 합니다. 여러분도 〈말바말〉 이 공격당할 수 있을 만큼의 관심을 받을 수 있게끔 챌린지라 생각하시고 주위에 소문을 잘 내주시면 좋겠습니다.

장강명: 저는 영알못이라서 되게 걱정하면서 왔는데 이렇게 환대해 주셔서 너무 감사하고요. 앞으로도 독립영화 열심히 보겠습니다. 그리고 〈말바말〉  시즌 2 말씀 들으니까 되게 반가운 게 저희도 월급사실주의 책 제목이 안 정해졌지만, ‘월급사실주의 2023’이라고 부제를 붙이려고 하거든요. 잘 되면 내년에 ‘월급사실주의 2024’, ‘월급사실주의 2025’ 이렇게 내는 게 목표인데 잘 될지 안 될지 내봐야 아는거에요.
 〈말바말〉 도 시즌 14 이렇게 가면서 계속 그 시대의 감독님들이 참여하고 상상력을 이어가면 얼마나 좋을까, 그런 생각을 해봤습니다.

진명현: 지금 10편, 11편 만든 시리즈가 〈분노의 질주〉  정도거든요. 근데 두 분이 하시는 작업이 〈분노의 질주〉 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들어서 여러분이 매년 관심 두고 지켜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저희 그러면 다 같이 박수 치며 마무리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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