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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unity/관객기자단 [인디즈]1523

[인디즈 Review] 〈바로 지금 여기〉: 보이지 않는 당신에게 〈바로 지금 여기〉리뷰: 보이지 않는 당신에게* 관객기자단 [인디즈] 김보민 님의 글입니다. 솔직하게 고백하자면, 나는 먹방 릴스 중독자다. 자극적인 음식을 푸짐하게 펼쳐놓고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한 시간이 순식간에 지나간다. ‘꿀조합’이라 불리는 메뉴들을 따라 먹기도 하면서 먹는 즐거움을 한껏 느낀다. 정작 그 음식들을 구성하는 재료와, 바로 지금 우리의 토양이 어떤 상황에 놓였는지는 보지 못한 채로 말이다. 나처럼 기후위기에 관심을 보이지 않았던 사람들이 있다. 청년기후긴급행동 대표인 강은빈 씨는 자신이 아주 어렸던 학창 시절, 그리 정의롭지도 선하지도 않은 사람이었다고 고백한다. 이 다큐멘터리의 또 다른 주요 취재원인 60+ 기후행동 위원 민윤경혜 씨는 손녀가 태어날 나이가 되어 기후운동.. 2025. 10. 1.
[인디즈 Review] 〈비밀일 수밖에〉: 세공한 마음을 애써 찾지는 말자 〈비밀일 수밖에〉리뷰: 세공한 마음을 애써 찾지는 말자* 관객기자단 [인디즈] 박은아 님의 글입니다. 모두에게는 정당한 비밀이 있다. 밝히지 않아도 되는 것 그리고 꼭 밝혀내고 싶은 것. 혹은 그 사이 미심쩍으나 애써 모른 척하는 것. 비밀의 이유는 비밀일 수밖에 없는 데에 있고, 비밀의 바운더리는 좁을수록 상처 주기 쉽다. 〈비밀일 수밖에〉는 ‘너와 나’로 규정되는 관계 속 지켜지는 비밀들에 대해 얘기한다. 엄마 정하와 아들 진우, 진우와 연인인 제니, 그리고 다시 정하의 룸메이트인 지선. 누구 한 명 소외되는 사람 없이 딱 맞게 모여지는 그들의 비밀은 연쇄적으로 발생한다.정하의 건강 악화로 인한 휴직, 진우의 갑작스러운 결혼 소식과 함께 예정에 없던 제니 부모님의 귀국까지 사건이 겹쳐지고, 멀리 떨.. 2025. 9. 24.
[인디즈 단평] 〈비밀일 수밖에〉: 상처를 줄 만큼은 알고, 받아들일 만큼은 모르는 *'인디즈 단평'은 개봉작을 다른 영화와 함께 엮어 생각하는 코너로, 독립영화 큐레이션 레터 '인디즈 큐'에서 주로 만날 수 있습니다. 상처를 줄 만큼은 알고, 받아들일 만큼은 모르는〈비밀일 수밖에〉 그리고 〈과화만사성〉 *관객기자단 [인디즈] 안소정 님의 글입니다.가족은 서로의 상처에 책임이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비밀일 수밖에〉는 ‘처음 만난 가족’ 이후에 각자가 새로운 가족을 꾸려나가는 모습을 보여준다. 남편이자 아버지였던 수영의 예기치 못한 죽음 이후 오랜 시간이 흐르고, 정하와 진우는 각기 다른 가족을 이루어 다시 마주한다. 캐나다에서 살고 있는 아들 진우는 결혼 상대 제니와 함께 춘천에 사는 정하를 찾아오고, 그 과정에서 서로가 감춰온 비밀이 하나둘 드러나기 시작한다. 여기에 더해 제니의.. 2025. 9. 19.
[인디즈 Review] 〈슈퍼소닉〉: 온 몸으로 들이키는 오아시스 〈슈퍼소닉〉리뷰: 온 몸으로 들이키는 오아시스* 관객기자단 [인디즈] 오윤아 님의 글입니다. “로큰롤”이란 무엇일까. 로큰롤을 만들어내는 재료들은 어디서 오는 것일까. 둔탁한 걸음들이 무대에 들리기 시작하고 잔디처럼 땅을 메운 사람들이 하나둘 소리를 내기 시작할 때 그들의 로큰롤은 시작됐다. 관중의 눈을 대변하는 카메라가 오아시스 멤버들의 발과 손, 몸짓 하나하나를 꼼꼼히 훑는다. 공연이 시작되고, 리암 갤러거의 멘트와 관중의 환호성이 하나가 되어가자 비로소 오아시스의 “로큰롤”이 끓어오른다. 초음속으로 온도를 높여가는 로큰롤은 끝을 모르고 달려간다. 다큐멘터리는 인물이나 사건을 여러 시선에서 담아낸다. 삶을 살아오며 여러 굴곡과 사람을 거쳐온 오아시스는 이 형식에 너무나도 적절한 뮤즈다. 〈슈퍼.. 2025. 9. 16.
[인디즈 단평] 〈3학년 2학기〉: 지워진 이름들의 세계 *'인디즈 단평'은 개봉작을 다른 영화와 함께 엮어 생각하는 코너로, 독립영화 큐레이션 레터 '인디즈 큐'에서 주로 만날 수 있습니다. 지워진 이름들의 세계〈3학년 2학기〉 그리고 〈천막〉 *관객기자단 [인디즈] 강신정 님의 글입니다. 저마다의 능력을 발휘해 결과를 만들어 낸다는 점에서 노동은 어느 정도 예술 같다. 그러나 노동자는 자본 아래서 일하기에 예술이라기엔 자유롭지 못하다. 자본가의 이익이 궁극적 목표인 노동시장에서 노동자는 부품이 되고 노동자가 만들어 낸 결과는 상품이 된다. 그렇다면 노동자 개인은 그다지 중요해 보이지 않는다. 누군가 사라진다 해도 또 다른 누군가가 같은 과정을 거쳐 같은 상품을 만들 수 있다면 기업에 큰 문제가 없기 때문이다. 이 지점에서 노동자의 이름은 지워진다. 그.. 2025. 9. 16.
[인디즈 Review] 〈3학년 2학기〉: 영화와 현실 사이에서 〈3학년 2학기〉리뷰: 영화와 현실 사이에서* 관객기자단 [인디즈] 남홍석 님의 글입니다. 위험의 이미지 일하다 사람이 죽을 수 있는가? 당연한 이야기처럼 들린다. 모 건설사의 현장에서는 올해에만 4명의 노동자가 유명을 달리했다. 소비자들은 빈번한 산업재해에도 개선이 이루어지지 않는 기업을 불매하겠다고 나선다. 그러나 뉴스 아나운서의 차분한 목소리로 전달되는 사고들은 조금 더 ‘특별한’ 다른 소식들―이를테면 유명 연예인의 결혼 소식이나 곧 개봉할 영화 같은―의 파도에 밀려 금세 기억의 저편으로 향한다. 역설적으로, 2025년 한국에서 ‘일하다 죽은 사람’의 이야기는 너무 많이 들어서 오히려 생경하게 느껴진다. 이제 막 사회에 첫 발걸음을 내딛는 19살 청춘에게는 더욱더 그렇다. 〈3학년 2학기〉를.. 2025. 9. 16.
[인디즈 단평] 〈3670〉: 시간의 지리학 *'인디즈 단평'은 개봉작을 다른 영화와 함께 엮어 생각하는 코너로, 독립영화 큐레이션 레터 '인디즈 큐'에서 주로 만날 수 있습니다. 시간의 지리학〈3670〉 그리고 〈딸에 대하여〉 *관객기자단 [인디즈] 문충원 님의 글입니다. 우리가 어떤 영화를 100% 이해할 수 있을까? 인물은 영화 이전부터 있어왔다. 영화가 만들어낸 가상의 존재라 할지라도 첫 시퀀스가 시작됨과 동시에 태어나진 않으니. 우리는 그를 알지 못한다. 영화를 보는 일이란 길거리에서 마주친 누군가에게 불현듯 시선을 고정하고 2시간 내내 미행하는 일일지도 모른다. 그렇게 장면에 동선이 생기는 순간, 모든 영화는 성장 영화일 수 있다. 일련의 사건이 수직적이든 수평적이든 거꾸로 돌아가든 세차게 파고들든 시간은 흐르고 감정은 마음 깊이 .. 2025. 9. 16.
[인디즈 Review] 〈3670〉: 우리의 모든 처음 〈3670〉리뷰: 우리의 모든 처음* 관객기자단 [인디즈] 서민서 님의 글입니다. 누구에게나 처음은 있다. 그 처음은 늘 서툴다. 처음 사귄 친구, 처음 나가본 모임, 처음 경험해 보는 순간들 속에서 우리는 미묘한 설렘을 느끼기도, 잘 보이려 나름의 애를 쓰기도, 관계의 엇갈림 사이에서 작아지기도 한다. 하지만 지금 와서 돌아보면, 그 처음을 어떻게든 겪어냈기에 지금의 내가 존재할 수 있었던 것 같다. 〈3670〉을 보고 나의 처음을 이루었던 감정들을 떠올려 보았다. 철준(조유현)은 탈북자이자 성소수자다. 든든한 탈북자 친구들이 있지만 정체성에 관한 고민을 털어놓기는 어려워 늘 공허한 마음이다. 그렇기에 철준은 나와 닮은 사람들과 연결되고 싶다. 나와 비슷한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함께 있다는 감각을 느.. 2025. 9. 16.
[인디즈 기획] 연분홍치마 김일란 감독 인터뷰 : 카메라로 뜨겁게 연대하기 카메라로 뜨겁게 연대하기 [한국영화에 대한 질문 2] 연분홍치마 김일란 감독 인터뷰 *관객기자단 [인디즈] 남홍석 님의 글입니다. 20년이 넘는 시간 동안 다큐멘터리라는 언어로 끊임없이 연대를 외치는 이들이 있다. 인디스페이스의 두 번째 한국 영화에 대한 질문은 21년간 운동의 언어를 영화의 언어로 풀어낸 연분홍치마를 향한다. 아직은 무더위가 채 가시지 않은 여름의 끝자락, 연분홍치마의 출발부터 지금까지 함께한 김일란 감독을 만나 카메라의 연대와 트랜지션, 〈에디 앨리스〉에 관한 이야기를 나눴다. 텍스트로 미처 옮기지 못한 말의 견고함이 한동안 머릿속에 맴돌았다. 본격적으로 시작하기 전에 〈에디 앨리스〉처럼 자기소개에서 출발하면 좋을 것 같아요. 연분홍치마라는 단체에 대한 간단한 소개를 부탁.. 2025. 9. 10.
[인디즈 소소대담] 2025. 8 여름의 막바지 [인디즈 소소대담] 2025. 8 여름의 막바지 *소소대담: 인디스페이스 관객기자단 ‘인디즈’의 정기 모임 *관객기자단 [인디즈] 서민서 님의 기록입니다. 참석자: 파도, 모래, 파라솔, 태양 특히나 무더웠던 이번 여름, 우리는 더위를 피해 극장으로 향했다. 더울 땐 극장이 최고의 피서지라며 서로의 근황을 나누던 중, 늘 그랬듯 우리의 영화 이야기는 어디로 튈지 모르게 된다. 대화를 끝내고 나오니 어느새 선선한 밤공기가 느껴졌다. 동시에 새로운 계절과 함께 찾아올 영화들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는 것. 벌써부터 우리의 다음 대화가 궁금해졌다. * 영화와 함께한 우리의 근황 파도: 올해만큼 더워서 지친다는 느낌이 들었던 건 처음이었던 것 같아요. 영화진흥위원회 할인 사업 덕분에 이런저런 극장을 많이 찾아.. 2025. 9. 10.
[인디즈 단평] 〈다른 것으로 알려질 뿐이지〉: 순환하는 영화 *'인디즈 단평'은 개봉작을 다른 영화와 함께 엮어 생각하는 코너로, 독립영화 큐레이션 레터 '인디즈 큐'에서 주로 만날 수 있습니다. 순환하는 영화〈다른 것으로 알려질 뿐이지〉 그리고 〈미망〉 *관객기자단 [인디즈] 김보민 님의 글입니다. ‘세상 참 좁구나’ 생각하게 되는 순간이 종종 있다. 지인 중 접점이 있으리라고는 전혀 상상하지 못했던 사람들이 알고 보니 아는 사이였다든지, 심지어는 과거 연인이었다든지. 그런 의외의 사실을 우연찮게 알게 될 때면 내가 모르는 사이에도 작은 세계들이 맞물려 바삐 굴러가고 있음을, 또 아는 것이 전부가 아님을 새삼스레 느낀다. 〈이어지는 땅〉으로 장편 데뷔 후, 두 번째 연출작 〈다른 것으로 알려질 뿐이지〉를 내보인 조희영 감독은 사람과 관계 사이의 경계를 자유.. 2025. 9. 8.
[인디즈 Review] 〈다른 것으로 알려질 뿐이지〉: 오롯이 오독되는 삶 〈다른 것으로 알려질 뿐이지〉리뷰: 오롯이 오독되는 삶 * 관객기자단 [인디즈] 정다원 님의 글입니다. 사람들 사이에 뒤섞여 웃고 있는 연인을 볼 때, 왜인지 그에게 드는 낯선 느낌에 심사가 뒤틀린 적이 있다. 우리의 관계에 가득 들어 차 있던 그의 모습을 찾아볼 수 없어 치민 두려움 때문이었으리라. 내가 그를 모르는 것 같다는 불안은 연인이라는 관계를 넘어 나를 둘러싸고 있는 모든 내밀한 관계에 적용된다. 우리는 각 관계에서 솔직하고자 늘 다짐하지만, 다양한 관계 양식에서 불리고 싶은 모양으로 자신을 재정의하며 행동한다. 그렇게 나는, 나라는 하나의 존재는 다른 것으로 알려질 뿐이다. 영화 〈다른 것으로 알려질 뿐이지〉는 정호를 둘러싼 세 여자의 이야기다. 이렇게 일축할 수 있지만 이게 이야기의.. 2025. 9. 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