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mmunity/관객기자단 [인디즈]1462 [인디즈 Review] 〈귀신들〉: 사람과 AI의 경계에서 흔들리는 존재들 〈귀신들〉리뷰: 사람과 AI의 경계에서 흔들리는 존재들* 관객기자단 [인디즈] 오윤아 님의 글입니다. 우리가 느끼는 공포는 과연 어디에서 시작되는 것일까. 누군가에게는 ‘귀신’이라는 단어 자체에서 공포가 느껴질 수 있다. 또 누군가에게는 포스터 속 영화 제목의 ‘ㅅㅣ’가 AI라는 글자로 쓰여 있는 것처럼, 우리 삶에 알게 모르게, 현실인 듯 아닌 듯, 귀신처럼 슬며시 다가오는 인공지능으로부터 공포가 느껴질 수 있을 것이다. 이미 우리 삶에 AI는 깊숙이 침투해 있다. 기존에 인간이 했던 일들을 인공지능은 너무나도 손쉽게 처리해 낼 수 있다. 우리의 정신과 신체가 보다 편해 짐과 동시에 사람들은 두려움을 느낀다. 앞으로 인공지능은 얼마나 더 발전할 것이며, 사회 속에서 어떤 방식으로 자리를 잡아나갈.. 2025. 4. 23. [인디즈 단평] 〈귀신들〉: 정처 없는 생 *'인디즈 단평'은 개봉작을 다른 영화와 함께 엮어 생각하는 코너로, 독립영화 큐레이션 레터 '인디즈 큐'에서 주로 만날 수 있습니다. 정처 없는 생〈귀신들〉 그리고 〈소공녀〉 *관객기자단 [인디즈] 김보민 님의 글입니다.동네 풍경을 떠올려본다. 옆집에 부부가 이사 왔다. 아이가 자란다. 또 다른 집이 이사 왔다. 젊은 청년이 자리를 잡는다. 아이가 어른이 되어 독립하자, 나이 든 부부에게 집이 너무 크게 느껴진다. 부부가 이사한다. 오랫동안 시험을 준비하던 청년은 시험에 합격해 어엿한 사회인이 된다. 다른 곳으로 떠나야만 하는 청년도 이사를 간다. 양옆 집이 빈집이 된다. 나도 슬슬 새로운 거처를 알아보고 이사한다. 나의 집과도 같았던 그 동네는 더 이상 내 삶의 테두리 안에 존재하지 않는다. 우.. 2025. 4. 21. [인디즈/독립영화 54호 비평] 나로부터 탈출하기: 〈여행자의 필요〉, 〈잠자리 구하기〉, 〈힘을 낼 시간〉의 과거와 기억 나로부터 탈출하기〈여행자의 필요〉, 〈잠자리 구하기〉, 〈힘을 낼 시간〉의 과거와 기억 안소정 / 독립영화전용관 인디스페이스 관객기자단 인디즈 연말과 새해를 맞이하는 시기에 우리는 자연스럽게 미래를 계획하고 더 나은 자기 자신을 꿈꾼다. 과거의 경험과 기억이 모여 현재의 내가 되었듯, 그 위에 한 해가 더 쌓인다면 나는 얼마나 변화할 수 있을까? 변화한다면 어떤 방향일까? 내가 아닌 내가 되고 싶은 마음과 새해 다짐은 얼마큼의 거리를 두고 있을까? 이런 질문들을 품은 채 2024년에 개봉하여 관람한 독립영화들을 되돌아보며, 내가 아닌 내가 되고 싶은 모습이 담긴 세 작품을 골랐다. 이 작품들에서 과거와 기억은 나로부터 탈출하기'와 '나와 함께 살아가기' 사이에서 계속해서 흔들린다. 2024년에 .. 2025. 4. 16. [인디즈/독립영화 54호 비평] 타오르는 십칠 세의 초상: 〈그 여름날의 거짓말〉 타오르는 십칠 세의 초상〈그 여름날의 거짓말〉 (감독 손현록)김한들 / 독립영화전용관 인디스페이스 관객기자단 인디즈 망가지고 망가트리고 망쳐지는 일은 서로의 꼬리를 물며 벌어진다. 망가져놓고 망가트리지 않기 어렵고 망가트린다면 망쳐지고 마는 것이다. 살다보면 꼭 한번쯤은 그 굴레를 온 몸과 마음으로 겪게 된다. 그 체험을 하기에 가장 좋은 때는 언제일까. 그딴 나이란 없을 것 같은데, 하는 우리 생각과는 상관없이 나와 나 이상을 파괴하는 사건은 결국 저질러진다. 어떤 애는 그걸 열일곱 살에 겪기도 하더라. 열일곱, 첫사랑을 하기에 알맞은 나이일까? 아마도 그렇다. 망쳐지기에도 좋은 나이일까? 아마도 아니다. 첫사랑을 하다가 망가지고 망가트리고 망쳐진 열일곱 살이 있다면 어떨까. 〈그 여름날의 거짓말〉은.. 2025. 4. 16. [인디즈/독립영화 54호 비평] 도착하는 과거: 〈이어지는 땅〉 도착하는 과거〈이어지는 땅〉 (감독 조희영)김지윤 / 독립영화전용관 인디스페이스 관객기자단 인디즈 종로5가, 필름카메라를 고치러 들린 상가에 분명 카메라의 첫 번째 주인은 아닌 사람들로 북적인다. 내 손에도 한 필름카메라가 들려 있다. 집 구석구석에서 캠코더를, 필름카메라를, 디지털카메라를 찾느라 바빴다. 저마다 어디선가 찾은 과거의 것은 아주 새로운 것이 되어 있다. 그 안에 담긴 구조로 세상을 다시 보는 건 어쩐지 내가 보지 못한 세계처럼 욕심 나는 일이다. 하루는 종일 컴퓨터 앞에 앉아 캠코더와 함께 있던 6mm 캠코더 테이프들을 만났다. 그 안에는 내가 있다. 분명 나의 얼굴이다. 그리고 종종 등장하는 가족의 얼굴도 있다. 나는 겨우 걷고, 몸을 뒤집고, 울거나 잔다. 나를 돌보는 얼굴들은 오로.. 2025. 4. 16. [인디즈 Review] 〈목소리들〉: 들려오는 침묵 너머로 〈목소리들〉리뷰: 들려오는 침묵 너머로* 관객기자단 [인디즈] 정다원 님의 글입니다. 그 온갖 소리가 응축된 침묵 앞에서, 우리가 쉬이 말하는 ‘안다’는 말의 무게는 아마 너무도 가벼울 것이다. 아니, 어쩌면 그 어떤 무게도 갖지 못할지도 모른다. 70여 년을 넘어 이제서야 우리에게 닿은 ‘목소리들’은 어떤 역사는 결코 끝나지 않음을 일러준다. 스크린에 시선을 맞추어 가만히 앉아 목소리를 듣고 있노라면, 그 침묵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겨우 텍스트 몇 줄로 쓰인 역사책 속의 문장들이 무색하기만 하다. 영화는 매년 150여 명이 함께 제사를 지내는 제주의 모습을 보여주며, 가족이라는 그 지극히 개인적인 이야기부터 입을 열기 시작한다. 이렇듯 한 사람의 삶에 깊숙이 자리한 과거의 비극은 현재까지도 이어진다... 2025. 4. 16. [인디즈 Review] 〈장흥1950: 마을로 간 전쟁〉: 시대가 남긴, 목소리가 담긴. 〈장흥1950: 마을로 간 전쟁〉리뷰: 시대가 남긴, 목소리가 담긴.* 관객기자단 [인디즈] 박은아 님의 글입니다. 감독 구자환은 2013년 〈레드 툼〉을 시작으로 2017년 〈해원〉, 2020년 〈태안〉에 이어 2025년 〈장흥:1950 마을로 간 전쟁〉까지 총 4편의 다큐멘터리 영화를 제작했다. 네 편의 영화는 모두 민간인 학살사건을 담은 다큐멘터리로 이번 〈장흥1950: 마을로 간 전쟁〉은 진실을 기록한 영화로서 마지막 온점을 찍는 영화이기도 하다. 자세히 들여다보지 않으면 내막을 헤아릴 수 없는 사건을 영화화하여 관객에게 상영되는 작품으로 오기까지 그 과정과 결과에 찬사를 보낸다. 〈장흥1950: 마을로 간 전쟁〉은 1950년 한국전쟁 발발 전후로 전라남도 장흥에서 자행된 민간인 학살사건을 다룬.. 2025. 4. 15. [인디즈 Review] 〈프랑켄슈타인 아버지〉: 닮은 꼴 찾기 〈프랑켄슈타인 아버지〉리뷰: 닮은 꼴 찾기* 관객기자단 [인디즈] 남홍석 님의 글입니다. 누구 닮아서 “OO이는 누구 닮아서~”라는 누구나 한 번쯤 들어봤을 말에 대해 생각해 보자. “닮았다”라는 단어는 두 가지 의미로 나뉜다. 먼저 외모, 키 등의 유전이 있다. 과학적으로 입증된 것처럼 아이의 신체적 특질은 부모의 그것을 닮는 경우가 많다. 다른 한쪽에는 얌전함, 착함 등의 행동 특성이 자리한다. 역시 아이는 자라면서 부모의 행동을 보고 배운다는 일반적 통념이 있다. 그런데 두 의미를 온전히 분리할 수 있을까? 〈프랑켄슈타인 아버지〉는 “닮았다”의 중의성에서 출발한다. 내과 의사로 근무하는 ‘치성’은 늘 완벽주의를 따르는 인물이다. 어느 날, 치성이 대학생 시절 팔았던 정자로 태어났다는 ‘영재’가 .. 2025. 4. 11. [인디즈 단평] 〈프랑켄슈타인 아버지〉: 삶각형 *'인디즈 단평'은 개봉작을 다른 영화와 함께 엮어 생각하는 코너로, 독립영화 큐레이션 레터 '인디즈 큐'에서 주로 만날 수 있습니다. 삶각형〈프랑켄슈타인 아버지〉 그리고 〈파수꾼〉 *관객기자단 [인디즈] 강신정 님의 글입니다. 점과 점끼리 모두 연결해 면을 만들어 보자. 2개의 점은 선분에 그친다. 4개부터는 전부 연결하자니 가로지르는 선이 생겨 복잡한 꼴이다. 여러모로 3개의 점이 딱이다. 간단한 삼각형만으로 모든 점이 연결된다.단순함은 연약함을 내포한다. ‘너’도 ‘나’도 ‘걔’도 한 명씩이다. 유일한 ‘걔’로 떨어져 나갈 수 있다는 공포. ‘걔’만 없으면 독점적인 ‘너와 나’가 될 거라는 기대. ‘걔’가 없으면 ‘우리들’이 주는 유대감도 무너질 거라는 우려. 여러 겹의 고민으로 불안정하다. .. 2025. 4. 11. [인디즈 단평] 〈여성국극 끊어질듯 이어지고 사라질 듯 영원하다〉: 존재만으로 *'인디즈 단평'은 개봉작을 다른 영화와 함께 엮어 생각하는 코너로, 독립영화 큐레이션 레터 '인디즈 큐'에서 주로 만날 수 있습니다. 존재만으로〈여성국극 끊어질듯 이어지고 사라질 듯 영원하다〉 그리고 〈버텨내고 존재하기〉 *관객기자단 [인디즈] 서민서 님의 글입니다.세상은 끊임없이 변하고 우리는 그 변화의 소용돌이 안에 살고 있는 것만 같다. 눈 깜짝할 새 많은 것들이 흔적도 없이 사라지기도 한다. 한때 찬란하게 빛을 내던 것들이 이 흐름 속에서 잊히고 점차 지워져 간다. 새로 생겨나는 것들이 있으면 동시에 없어지는 것들이 있다는 당연한 세상의 순리를 알면서도 소중한 것들은 잃어버리지 않게끔 더 오랫동안 곁에 붙잡아 두고 싶은 마음이다. 〈여성국극 끊어질듯 이어지고 사라질듯 영원하다〉와 〈버텨내고 .. 2025. 4. 1. [인디즈 Review] 〈숨〉: 소멸의 응시 〈숨〉리뷰: 소멸의 응시* 관객기자단 [인디즈] 김민지 님의 글입니다. 드라마 〈더 글로리〉에는 이런 대사가 나온다. ‘언제까지 어려? 내년에도 어릴 거니?’ 젊음과도 교환할 수 없을 만한 재력을 과시하는 대사이지만 사적으로도 묵직하게 다가온다. 탄탄하고 깨끗한 육체는 어느 한때의 일일 뿐이다. 인간의 육체는 냄새나고 땀과 피지로 지저분하다. 나이 들며 거죽은 주름이 잡히고 늙은 피부에는 버짐이 핀다. 그러나 늙음도 죽음도 당장의 일은 아니다. 우리는, 어린 우리는 밝고 화려하고 깔끔한 것에 둘러싸여 좋은 것만 내보이며 산다. 그러다 문득 거울을 보면 예전과 다른 내가 있는 것이다. 모두가 거부하고 혐오하는 것을 〈숨〉은 구태여 눈앞으로 가져온다. 지독할 정도로 날것의 육체성이 보여주는 끝은 지금과는 다.. 2025. 3. 28. [인디즈 단평] 〈숨〉: 삶의 뒷모습 응시하기 *'인디즈 단평'은 개봉작을 다른 영화와 함께 엮어 생각하는 코너로, 독립영화 큐레이션 레터 '인디즈 큐'에서 주로 만날 수 있습니다. 삶의 뒷모습 응시하기〈숨〉그리고 〈벗어날 탈 脫〉 *관객기자단 [인디즈] 이지원 님의 글입니다. ‘모든 이야기에는 끝이 있다.’ 눈앞에서 움직이던 인물들이 멈추고 흐르던 음악이 끊기는 순간. 우리는 그 순간을 ‘끝’이라 부른다. ‘끝’을 두려워하는 이도, 받아들이는 이도, 기다리는 이도, 무시하는 이도 ‘끝’의 순간을 피해 갈 수는 없다. 이번 단평에서는 ‘끝’에 대해 이야기하는 두 편의 영화, 〈숨〉과 〈벗어날 탈 脫〉을 소개한다. 〈숨〉은 끝에 대해 생각하는 이들에게 카메라를 돌린다. 장례지도사, 유품정리사, 노인은 각자의 방식으로 죽음을 고민하고 준비한다. 많은 .. 2025. 3. 24. 이전 1 2 3 4 ··· 12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