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mmunity/관객기자단 [인디즈]1418 [인디즈 Review] 〈한 채〉: 보다 세심한 연대가 필요하다 〈한 채〉리뷰: 보다 세심한 연대가 필요하다* 관객기자단 [인디즈] 김민지 님의 글입니다. 어떤 연대는 의지를 통해 만들어지기보다는 같은 공간을 공유해서 형성되기도 한다. 켄 로치의 〈나의 올드 오크〉에서 난민들의 불가피한 유입으로 인해 TJ와 야라의 연대가 시작되었던 것처럼, 살을 맞대고 부딪히는 집이라는 공간은 가족을 형성하는 데 중요한 조건이다. 하지만 그런 유대가 시야에 들어오는 모든 존재에게 필연적으로 생기는 것은 아니다. 상대에 대한 세심한 존중, 애정, 배려. 그런 것들이 가족의 뼈대를 형성할 것이다. 문호와 고은은 떠돌이 생활을 하는 부녀다. 고은이 지적 장애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이 둘은 독립적으로 살아갈 수 없다. 문호는 집을 얻고자 위장 혼인신고 작전에 고은을 투입하고 도경 역시 어린.. 2024. 12. 2. [인디즈 Review] 〈씨앗의 시간〉: 반복과 중첩 〈씨앗의 시간〉리뷰: 반복과 중첩* 관객기자단 [인디즈] 김윤정 님의 글입니다. 고가 위를 가로지르는 기차가 그러하듯 시간 역시 수평선을 따라 한 방향으로 흘러간다고 생각한 적이 있다. 어디로 나아가는지 알 수 없는 날들의 고민 중에서도 그 끝에 이를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예상하지도 못한 채 불안했던 날들 역시 있다. 그럴 때면 환기를 하듯 의식의 방향을 일부러 멀리멀리 퍼트린다. 그 어디라도 좋으니 좀처럼 상상할 수 없는 곳에 가 닿기를 바라면서. 〈씨앗의 시간〉은 시간과 공간을 기꺼이 내어주며 문득 찾아온 낯선 이를 천천히 자신만의 공간으로 이끈다. 자연의 세계와 그 안에 살아 존재하는 인간이 어떻게 느슨하게 연결되고 공존할 수 있는가에 대한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한다. 생산성 증대를 위해 품질.. 2024. 12. 2. [인디즈] 〈미망〉 인디토크 기록: 돌고 돌아 다시 만나, 이야기가 끝나지 않기를 돌고 돌아 다시 만나, 이야기가 끝나지 않기를 〈미망〉 인디토크 기록 일시 2024년 11월 20일(수) 오후 7시 30분 상영 이후 참석 김태양 감독, 이명하, 하성국, 박봉준, 백승진, 정수지 배우 진행 곽명동 마이데일리 기자* 관객기자단 [인디즈] 안소정 님의 기록입니다. 마음과 마음이 모여 서로에게 귀 기울인다. 조심스럽고 잔잔한 마음이지만 쉬이 거두거나 멈추지 않는다. 설령 조금 어긋날지라도. 〈미망〉은 이런 순간들을 시간을 거쳐 겹겹이 쌓으며 뭉근히 곱씹어보게 만든다. 영화에서처럼 비가 조금씩 내릴까 말까 하는 날씨, 인디스페이스에서 열린 개봉 GV에 감독과 배우들이 영화에 나온 것과 닮은 노란 꽃다발을 하나씩 들고 입장했다. 〈미망〉의 한 장면과도 같은 GV 시간이 끝나고 며칠 뒤 카페에서.. 2024. 12. 2. [인디즈 단평] 〈되살아나는 목소리〉: 있었던 것은 있었던 것 *'인디즈 단평'은 개봉작을 다른 영화와 함께 엮어 생각하는 코너로, 독립영화 큐레이션 레터 '인디즈 큐'에서 주로 만날 수 있습니다. 있었던 것은 있었던 것〈되살아나는 목소리〉와 〈최악의 하루〉 *관객기자단 [인디즈] 문충원 님의 글입니다. 1935년 일본, 박수남은 그때 그곳에서 태어났다. 일제강점기 시절 그의 부모님은 돈을 벌러 일본으로 넘어갔고, 사람들은 그를 ‘재일 조선인 2세’라 불렀다. 박수남은 자신을 황국 소녀이자 천황 폐하의 신민이라 여기며 유년 시절을 보냈다. 그러던 어느 날, 한복 저고리를 차려입은 모친과 거리를 거닐던 중 돌팔매가 날아들었다. 그 기억을 그는 이렇게 회상한다. “그 순간, 어머니를 사랑하는 마음을 빼앗겨 버렸다고 생각합니다.” 국적과 유전자를 동시에 쥐여.. 2024. 11. 29. [인디즈] 〈최소한의 선의〉 인디토크 기록: 바라본다는 것은 바라본다는 것은 〈최소한의 선의〉 인디토크 기록 일시 2024년 11월 3일(일) 오후 1시 30분 상영 후 참석 김현정 감독, 장윤주, 최수인, 이창훈 배우 진행 이우정 감독 (〈최선의 삶〉연출) * 관객기자단 [인디즈] 김윤정 님의 기록입니다. 어떤 마음은 아주 단순하게도 타인을 바라보는 데서 시작한다. 흐르는 시간 속에 무언가 자연히 뿌리내리길 바라는 것은 불가능처럼 보여도 기어코 시선이 멈추는 곳이 있는가 하면 그것은 이내 새로운 마음의 씨앗이 된다. 오며가며 마주치는 사람들에게 따듯한 시선을 내어줄 수 있기를, 그리고 당신도 누군가의 시선을 온전히 받아볼 수 있기를. 아주 최소한의 것이라도. 이우정 감독(이하 이우정): 안녕하세요, 오늘 〈최소한의 선의〉 인디토크 진행하게 된 감독 이우정입니.. 2024. 11. 15. [인디즈 단평] 〈럭키, 아파트〉: 우리를 닮은 집 *'인디즈 단평'은 개봉작을 다른 영화와 함께 엮어 생각하는 코너로, 독립영화 큐레이션 레터 '인디즈 큐'에서 주로 만날 수 있습니다. 우리를 닮은 집〈럭키, 아파트〉와 〈딸에 대하여〉 *관객기자단 [인디즈] 김예송 님의 글입니다. 인간이 독립된 성체로 거듭나기 위해선 정체성이 자리 잡을 수 있는 일정한 땅, 대지의 힘이 필요하다. 그리고 우리는 이 고유 영역을 ‘집’이라 일컫는다. 견고한 지반 아래 설립된 집, 그 안에서 살아가는 사람들. 우리는 이곳에서 부모와 처음 만남을 가지고 언어를 배웠으며, 사회로 나갈 준비를 거치고 내부와 외부의 구분을 이해한다. 집은 인간과의 유기적 연관을 통해 그들이 긴밀한 시간을 보내는 사적 영역으로 자리 잡았고, 인간 개인의 자아가 침잠한 모계의 특성을 갖게 되었다.. 2024. 11. 14. [인디즈] 〈되살아나는 목소리〉 인디토크 기록: 어둠 속에서 건져 올린 목소리 어둠 속에서 건져 올린 목소리 〈되살아나는 목소리〉 인디토크 기록 일시 2024년 11월 10일(일) 오후 5시 상영 후 참석 박수남, 박마의 감독진행 정희진 여성학자 * 관객기자단 [인디즈] 이지원 님의 기록입니다. 〈되살아나는 목소리〉는 발군의 기억으로 ‘잃어버린 시간’을 되살린다. 재일 2세 박수남 감독이 기억한 목소리는 그의 딸 박마의 감독의 손을 거쳐 현재의 관객에게 닿는다. ‘잊혔던’ 시간들은 필름에 새겨지고 지워지지 않을 기록으로 남는다. 과거를 잘라내고 지우고 덮어낼 수 있다고 믿는 이들에게 박수남, 박마의 감독은 ‘아직’ ‘여기에’ 수많은 목소리가 남아있다고 답한다. 정희진 여성학자(이하 정희진): 여러분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영화 즐겁게 보셨나요? 저는 〈되살아나는 목소리〉 관객.. 2024. 11. 13. [인디즈] 〈열 개의 우물〉 인디토크 기록: 삶의 근간을 서로 채워주는 일 삶의 근간을 서로 채워주는 일 〈열 개의 우물〉 인디토크 기록 일시 2024년 10월 31일(목) 오후 7시 30분 상영 후 참석 김미례 감독진행 손희정 문화평론가 * 관객기자단 [인디즈] 김민지 님의 기록입니다. 우물에서 물을 길어 서로에게 건넨다. 그 물로 저녁밥을 짓고 하루를 살아간다. 〈열 개의 우물〉은 그렇게 서로의 손에 기대어 생계와 투쟁을 버텨낸 이들에게 찬사를 표하는 영화다. 당연하게 여겨졌던 돌봄에 노동이라는 이름이 붙기까지 얼마나 많은 싸움과 모욕이 있었을까. 지금의 시대를 만들어준 이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가지며 인디 토크 현장을 소개한다. 손희정 문화평론가 (이하 손희정): 안녕하세요. 김미례 감독님 모시고 시작하겠습니다. 많은 분이 흥미롭게 보셨고 여러 가지 질문들이 많으실 .. 2024. 11. 12. [인디즈 Review] 〈열 개의 우물〉: 그럼에도 계속되는 삶 〈열 개의 우물〉리뷰: 그럼에도 계속되는 삶* 관객기자단 [인디즈] 서민서 님의 글입니다. 느리지만 조금 더 나은 삶을 만들고자 했던 여성들이 있었다. 격동하는 산업화 시대, 생존과 노동의 문제는 오롯이 개인이 짊어져야 할 몫으로 떠넘겨졌다. 먹고 살기 위해서 어떻게든 일해야 했지만 사회적 편견과 경제적 한계 속에 놓여있는 여성 노동자에게는 쉽지 않았다. 일터에서는 해고와 폭력의 위험에 맞서야 했고 그동안 홀로 남겨질 아이들도 어떻게든 돌봐야 했다. 그렇게 이들은 서로의 아이를 돌봐주며 서로에게 기대어 살아갔다. 여성의 삶에서 노동과 아이 돌봄은 연결되어 있었기에 노조를 만들어 싸우는 것만큼이나 탁아소를 만드는 것도 중요했기 때문이다. 이 변혁의 한가운데, 여성들의 위대한 연대가 있었다. 〈열 개의 .. 2024. 11. 12. [인디즈 단평] 〈최소한의 선의〉: 어른에 관하여 *'인디즈 단평'은 개봉작을 다른 영화와 함께 엮어 생각하는 코너로, 독립영화 큐레이션 레터 '인디즈 큐'에서 주로 만날 수 있습니다. 어른에 관하여〈최소한의 선의〉와 〈빅슬립〉 *관객기자단 [인디즈] 김지윤 님의 글입니다. 어른의 나이를 하고 일상 속 불쑥 찾아오는 불안을 헤집으며 걷는다. 마음 구석에서는 어른에 대해 골똘히 고민하며, 하지만 눈앞에 그 고민을 스스로 꺼내는 방법은 모른 채, 새로이 나타나는 불안으로 그 자리를 일단 메우며 걷고 또 걷는다. 〈최소한의 선의〉는 그 불안으로 메운 자리를 부정하지도, 타인을 위한 고민으로만 영화의 시간을 가두어두지도 않는다. 위치한 공간마다 부여된 역할은 희연(장윤주)에게 늘 새로운 불안을 불러일으키고, 그의 앞에 문득 선 유미(최수인)는 어떤 불안.. 2024. 11. 12. [인디즈 Review] 〈럭키, 아파트〉: 닿지 못한 곳에 스며드는 냄새 〈럭키, 아파트〉리뷰: 닿지 못한 곳에 스며드는 냄새* 관객기자단 [인디즈] 안소정 님의 글입니다. 냄새는 눈에 보이지 않지만, 쉽사리 사라지지 않는다. 정체를 알 수 없는 냄새를 파악하는 방식은 각자의 경험을 더듬어보는 것밖엔 없기에 설명하기도 애매하다. 일상의 공간을 둘러싼 사라지지 않는 냄새를 어떻게 해야 할까. 〈럭키, 아파트〉는 불쾌한 냄새에서 벗어나려던 선우가 냄새 안에서 자신과 닮은 한 사람의 삶을 발견하고 그 중심으로 들어가는 과정을 따라간다. 희서와 선우가 어렵게 마련한 두 사람의 집은 외부에서 겪은 아픔과 어려움을 달래주는 공간이 아닌 오히려 갈등의 시작이 된다. 제약회사의 영업사원인 희서는 실적을 올려서 아파트 대출 이자를 홀로 갚는 동시에 두 사람의 생활을 꾸려야 한다는 부담을 느.. 2024. 11. 9. [인디즈] 〈공작새〉 인디토크 기록: 울지 말고 웃어 울지 말고 웃어 〈공작새〉 인디토크 기록 일시 2024년 11월 2일(토) 오후 1시 상영 후 참석 변성빈 감독, 해준·고재현 배우 진행 모지민 아티스트 * 관객기자단 [인디즈] 김한들 님의 기록입니다. 슬펐다. 저렇게 웃기기까지 얼마나 슬펐을까를 생각하다가. 이것은 코미디언 문상훈을 향한 작가 이슬아의 말이다. 이 문장을 잊을 수가 없다. 잊고 싶지 않다. 슬픈 것과 웃긴 것이 닮은꼴임을 알아봐 주는 말, 사람에 대한 헌사 같은 말이기 때문이다. 〈공작새〉에서 ‘저 이제 어떡해요.’ 흐느끼는 보석(고재현 님)에게 명(해준 님)이 이런 말을 돌려준다. 울지 말고 웃어. 명이라면 얼마나 충분히 가졌을까. 어떤 기쁨이 슬픔에 계속 쬐이다 끝내 빛바래는 장면을. 그 정도로 슬퍼 본 사람만이 가르쳐 줄.. 2024. 11. 6. 이전 1 2 3 4 ··· 119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