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하는 일상이 일으키는 물결  <얼굴들>  인디토크 기록


일시 2019년 1월 25일(금) 오후 7시 30분 상영 후

참석 이강현 감독 배우 박종환

진행 김일권 시네마달 대표











*관객기자단 [인디즈] 승문보 님의 글입니다. (사진제공 신소영 님)




이강현 감독은 다큐멘터리 영화 <파산의 기술記述>(2006)<보라>(2010)를 찍으면서 알려졌다. 그리고, 세 번째 연출작으로 본인의 첫 번째 극영화인 <얼굴들>(2017)을 찍었다. 극영화이지만 다큐멘터리의 영역을 넘나들면서 극영화에서 찾아보기 힘든 기록의 힘을 보여준다. 그리고 이 힘은 잔잔한 물결을 일으켜 일상에 지친 이들에게 심심한 위로가 되어준다. 이날 인디토크에 이강현 감독과 주인공 기선을 연기한 박종환 배우가 참석해 관객과 의미 있는 시간을 만들었다.

 




김일권 시네마달 대표(이하 김일권): 안녕하세요. 우선, 이 자리에 참석해주신 이강현 감독과 박종환 배우를 박수로 모시겠습니다.

 

박종환 배우(이하 박종환):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얼굴들>에서 기선역을 맡은 박종환입니다. 영화 보러 와주셔서 감사하고, 오늘 관객과의 대화 자리를 즐기다가 가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이강현 감독(이하 이강현): 안녕하세요. 오늘 보신 영화를 만든 이강현이고요. 날씨가 점점 추워지고 있는데 끝까지 이 자리를 함께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김일권: 오늘 대한민국과 카타르의 아시안컵 8강 경기가 있는 특별한 날인데, 경기를 포기하고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얼굴들> 러닝 타임이 길다 보니 좀 늦은 시간에 관객과의 대화를 시작할 수밖에 없습니다. 대화할 시간이 많이 있는 게 아니라서 제가 몇 가지 질문을 드린 다음 객석에 마이크를 넘기도록 하겠습니다. 우선 제가 감독님께 질문을 드리자면 이 영화를 어떻게 시작하게 되셨는지, 그리고 관객들이 이 영화를 통해 어떤 시간을 보내시길 바라는지 답변해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이강현: GV할 때마다 처음 받는 질문이 ‘<얼굴들>을 어떻게 시작하게 되었는가?’인데요, 그 질문이 제일 많이 나오고 쉬운 것처럼 들리지만 가장 어려운 질문인 것 같아요. 이전에 두 편의 장편 다큐멘터리(<파산의 기술記述>(2006), <보라>(2010))를 찍었고, 그 다음 작업은 배우가 나오는 작업이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처음에는 어느 고등학교에 근무하는 행정실 선생님이 수업에 들어오지 않는 학생을 갑자기 문득 돌봐주고 싶은 마음이 생긴다는 것에서 시작했습니다. 영화 러닝타임이 길뿐만 아니라, 특별한 사건이 일어날 것 같지만 그러지 않아서 이 영화가 낯설게 느껴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렇지만 장면마다 달라지는 상황이나 인물을 다르게 느껴본다면 좋을 것 같다고 생각했습니다.

 

김일권감독님께서 말씀해주셨다시피 두 편의 장편 다큐멘터리를 찍으신 다음 세 번째 장편영화는 극영화를 찍으셨는데, 배우가 나오는 영화를 찍어야겠다고 생각하게 된 이유를 좀 더 보충해서 설명해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이강현: 직업 배우가 없는 영화를 만들면서 여러 사람의 이야기를 담는 것도 좋은 생각이지만, 고통스러운 작업이 될 수도 있어요. 제가 익숙했던 작업 환경을 넘어보고 싶다는 생각도 있었어요. 제가 멘탈이 약해서 잠깐 쉬어가고 싶다는 마음도 있기도 했고요. 저는 다큐멘터리를 찍을 때 멈추지 않고 일단 기록을 다 한 다음에 괜찮은 것들을 모아서 편집을 하게 되는데, 다음 작업에서는 그런 과정 없이 찍고 싶었어요. 찍어야겠다고 생각이 드는 부분만을 찍어서 영화를 만들고 싶어서 극영화를 만들게 되었습니다.

 




김일권전작 <파산의 기술記述><보라>를 보셨다면 이번 <얼굴들>과 비교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박종환 배우에게 질문을 드리자면 보통 일반적인 내러티브 영화는 특정 사건을 파헤치거나 혹은 해결하거나, 줄거리가 있어서 쫓아가거나, 관계 속에서 어떤 마음을 드러내지만, 이 영화를 작업했을 때만큼은 다른 느낌을 받으셨을 것 같아요. 다른 작업과 비교했을 때 어떤 색다른 경험을 하셨나요?

 

박종환: 시나리오를 처음 받았을 때 시나리오가 상세하게 적혀 있어서 재미있게 읽긴 했어요. 지금까지 해왔던 여러 작업과는 다른 느낌을 느꼈어요. 근데 감독님을 뵙고 보니 감독님이 평범하신 분 같고 작업방식이 너무 이질적이지는 않을 것 같아서 안정감을 느꼈어요. 아무래도 연기에 영화 작업을 하면서 제가 당시 느꼈던 컨디션이 반영되었던 것 같아요. 제가 고등학교 시절 때 했던 생각과 느꼈던 감정들, 그리고 현재에 느끼는 감정이나 생각들을 영화 중점에 뒀던 것 같아요. 감독님에게 어떻게 연기를 해야 할지 구체적으로 물어보기보다 제가 느꼈던 것을 중심으로 연기를 했던 것 같고, 아무튼 감독님은 시나리오에 비해 평범하신 분이었던 것 같습니다. (관객 웃음)

 

김일권평범한 감독님에게 다시 질문을 드리겠습니다.(웃음) 시나리오를 구상하면서 꼭 같이 작업하고 싶었던 배우를 캐스팅해서 작업한 걸로 알고 있는데, 박종환 배우를 선택하신 이유가 궁금합니다. 그리고 인물들의 어떤 면을 꺼내고 싶었지만 실제와 달라 괴리감이 발생했던 부분이 있었는지도 궁금합니다.

 

이강현: 말씀하신 것처럼 박종환 배우는 시나리오 작업을 하면서 바로 떠올렸죠. 그런데 제가 배우에게 다가가는 게 서툰 편이라서 촬영 전에 생각했던 것과 달리 작업을 하면서 어려웠어요. 쉽지 않았죠. 저를 알고 계시는 주변 분들이 안 그래도 걱정을 하셨고요. 종환 씨 같은 경우에는 아까 말씀해주셨던 것처럼 당시에 무언가로부터 도망치고 싶어 하시거나 근본적인 질문에 대해 고민하고 계셨던 게 기억이 나요. 그리고 본인의 지난 삶의 과정에서 선생님이라는 존재가 가장 먼 존재라고 말씀하셨던 것 같아요. 그래서 기선 역할을 하는 걸 어려워했었던 것 같아요. 그런 이야기를 나눈 후 저도 몇 가지 생각이 들었는데, 처음엔 이 영화에서 그냥 해야 하는 업무가 있는 선생님이니까 기선의 존재가 너무 당연하게 느껴졌어요. 근데 아무리 학교라는 공간이라고 해도 이 사람을 선생님이 아닌 어른이라고 생각한다면, 학교에서 계속 마주하게 되는 어른들이 맡고 있는 역할을 보면서 어떤 결핍을 느끼거나 혹은 무언가를 모방하고 싶다는 욕망이 있을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어요. 그것이야 말로 매일매일 마주치는 학생들, 그런 학생들은 보호하는 선생님들을 보며 성장할 수 있는 영감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기선이라는 인물의 내면에 미안함이 내재되어 있었던 것 같아요. 애초에 시나리오를 구상했을 때부터. 이를테면 헤어진 여자친구 혜진(김새벽)’에 대한 미안함이 될 수도 있고, 학교에서 만나는 학생들에 대한 미안함이 될 수도 있고요. 그래서 기선을 학교에서 '선생님'의 역할을 부여받지 않은 어른으로 인물 설정을 했던 부분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김일권기선은 유일하게 극 중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을 만나는데, 그 중에서 어떤 배우와 연기했던 게 편했나요? 혹은 가장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을까요?

 

박종환저희가 넓은 화면에서 촬영하는 경우가 많았어요. 그런 경우에 몸이 다 잡히니까 손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말에 다들 공감을 했던 것 같아요. 당시 김새벽 배우는 손에 대한 관찰, 그러니까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어떻게 하고 다니는지 관찰했다고 들었어요. 보고 있으니 보통 사람들은 항상 손에 무언가를 쥐고 있고, 혹은 휴대폰을 하면서 다녔다고 해요. 그리고 저 역시 아무 것도 손에 쥐지 않고 걷는 게 자연스럽지 않다고 느꼈어요. 그래서 자연스럽게 주머니에 손을 넣게 되고, 손동작을 어떻게 해야 할지 더 고민했어요. 나름 재미있었어요.

 

김일권손동작에 관련한 감독님의 디렉션이 있었나요?

 

이강현: 없었습니다. 손 연기가 어렵다는 이야기를 오늘 이 자리에서 처음 들었습니다.(웃음)

 

박종환저희들끼리 그냥 웃으면서 했던 이야기여서요.

 



 

관객: 이런 영화는 처음 본 거라서 저는 이 영화를 완전히 이해하지는 못했어요. 근데 이 영화가 인물 중심 영화니까 인물에 집중해서 봤어요. 인물들의 눈빛을 보니까 기선만 유독 시종일관 눈빛이 불안해 보였거든요. 다른 배우들은 자신이 맡은 인물을 연기할 때 차분한 시선으로 연기했는데, 배우가 인물을 연구하고 연기하면서 그런 부분이 드러난 것인지 궁금합니다.

 

박종환: 저에게 있는 특징 중 하나인 것 같다고 생각해요. 제가 실제로 종종 그런 이야기를 들어요. ‘진수’(윤종석)를 대할 때 더 그랬던 것 같아요. 그때를 더듬어 보면 내가 어떻게 관심을 표현해야 할지 막연하지만 적극적으로 해보려는 모습에서 불안함이 드러났던 것 같아요. 이 친구가 나를 어떻게 생각할지 궁금하기도 했죠.

 

김일권불안한 눈빛에 대해서 감독님께서 덧붙여 말씀하실 게 있나요?

 

이강현: 일단, 극중 인물들 중에서 가장 불안한 인물이 기선이 맞는 것 같고요. 제가 이전에 이 영화에 대해 이야기할 때 기선은 유일하게 자기 자리를 못 찾고 유일하게 흔들리는 인물이라고만 대답했던 것 같아요. 그게 맞는 것 같고, 영화 속에서 그렇게 드러나는 것 같아요. 방금 해주신 질문에서 더 나아가 요즘에 드는 생각을 추가하자면, 기선의 힘은 거기서 나왔다고 생각해요. 끊임없이 불안한 자기 자신을 의심하고, 자기 삶을 어색해하는 부분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끊임없이 자신을 성찰하고 본인에게 질문을 하는 존재로 만들어준다고 생각해요. 다시 아까 질문으로 돌아가자면, 기선은 가장 불안한 캐릭터가 맞고, 배우님이 연기를 하실 때 나오는 불안함이 인물에 관여된 것 같기도 합니다.

 


관객: 영화를 잘 봤습니다. 영화에서 풀숏이 많이 나오던데 혹시 의도하신 건지, 만약 의도한 거라면 그 이유는 무엇인지 궁금하고요. 또 다른 질문은 마지막 진수의 대사 나는 사람들의 얼굴을 잘 기억한다”에 감독님만의 이야기가 스며든 건지 궁금합니다.

 

이강현: 영화 제목은 <얼굴들>이지만, 제목과 달리 얼굴들을 클로즈업해서 보여주지 않잖아요. 처음에는 얼굴을 극단적으로 자세히 보여줄까 고민했어요. 그런데 작업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이건 아닌 것 같은데라는 말을 되풀이하다 보니 오늘 보신 결과물로 이어진 것 같아요. 풀숏은 의도한 게 아니라, 촬영 현장에서 카메라를 얼마나 인물과 멀게 배치할까 고민하다가 거리를 조금 두자는 이야기가 나왔어요. 그러니까 의도라기 보단 현장에 갔을 때 제 감정을 고려했어요. ‘이거면 됐지. 이 정도 사이즈면 됐지라는 생각도 했어요.

말씀해주신 진수의 대사는 제 개인적인 이야기는 아니고, 얼굴이라는 게 물리적인 얼굴도 있지만 얼굴이 가지고 있는 여러 가지 느낌, 상징이 있을 수도 있잖아요. 예를 들어서, 얼굴은 그 사람을 대표하는 것이기도 하고, 혹은 단지 표면에 그치는 것이기도 하고요. 그러니까 얼굴만 보고 성격이나 목소리를 알 수 있다는 말은 되게 모순적이죠. 겉만 보고 알 수 없잖아요. 근데 겉으로 드러나는 게 아무것도 아니지만, 동시에 얼굴에서 드러나는 절대적인 느낌이 사람의 감정이나 행동을 좌우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조금 더 부연하자면, 제가 시나리오를 쓸 때 길거리를 다니며 사람을 보고, 만날 때, 예를 들어 물건을 사고 계산할 때 보게 되는 직원의 얼굴은 한 번 보면 이후에 볼 일 없겠지만 그때 받는 느낌이 되게 강렬하게 다가왔어요. 그 사람은 저를 모르지만요. 그때 받은 감정이 당시에는 저에게 무엇보다 중요했던 감정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관객: 저는 기선이라는 캐릭터가 혜진과 헤어진 뒤 돌봐야 할 대상이 사라져 진수에게 메꾸려고 노력하는 이별 후유증을 겪는 것처럼 보였어요. 감독님 연출에 관해 질문이 있어요. 영화가 슬로우 시티에서 조금씩 변화하는 인물들에 관한 이야기인데, 인물들이 변화하려고 노력을 할 때마다 카메라가 인물 뒤를 쫓더라고요. 상대적으로 변화가 지지부진한 기선의 경우 정면이나 측면 촬영을 많이 하셨는데, 초반에 과거의 이야기와 혜진이 여기저기 돌아다닐 때는 카메라가 적극적으로 혜진을 뒤쫓더라고요. 그리고 진수가 마지막에 선생님이 변하신 것 같다고 말을 할 때도 뒤를 찍으시고요. 그래서 혹시나 이렇게 촬영하는 것을 의도하신 것인지 궁금합니다. 하나 더 질문을 드리자면 기선이 스튜디오에서 꽃 촬영을 할 때 한 번 클로즈업 한 장면이 있는데, 그게 배우님 연기가 좋으셔서 집어넣으신 건지 아니면 다른 의도로 넣으신 건지 궁금합니다.

 

박종환우선 저는 말씀해주신 부분을 생각하면서 연기를 했어요. 혜진과 헤어지고 나서 느끼는 허전함이 분명히 있었고. 분명 그런 부분이 진수에게 다가가게 되는 상황으로 이어진 것 같아요.

 

이강현어두운 스튜디오에서 유일하게 타이트하게 종환 씨 얼굴을 길게 보여준 장면은, 촬영할 때는 그렇게 길게 쓸 생각이 있었던 건 아니었어요. 근데 편집할 때 촬영한 걸 보는데 기분이 되게 좋았어요. 그래서 영화에 그 장면을 길게 집어넣었어요. 기선을 연기하는 박종환 배우의 얼굴을 보면서 기분이 좋았어요. 표정들이 굉장히 잘 살아 있었어요. 그리고 뒷모습 촬영은 매 샷에 강한 의도를 갖고 정하지는 않았어요. 다만 기선을 찍을 때와 다른 인물을 찍을 때 방법이 달라지기는 했어요. 아무래도 영화의 축은 기선이었기에 기선은 누군가를 보는 위치에 있었을 수밖에 없었어요. 나머지 인물은 무언가를 행하거나 의지를 갖고 변화를 하는 게 느껴졌다면, 그것은 아마도 기선의 시선에서 봤기 때문이죠. 그래서 기선과 나머지 인물 사이에 차이가 생길 수밖에 없었다고 생각합니다.

 

 

관객: 영화 잘 봤고요. 세 가지 질문을 드리고 싶어요. 우선 감독님께 질문을 드리자면 TV 화면이 종종 등장하는데 등장하는 TV 프로그램이 항상 정해져 있더라고요. 그 부분이 궁금하고요. 백수장 배우가 연기한 현수에피소드에서 일기를 읽는데 그 장면 의미가 무엇인지 궁금하고요. 그리고 박종환 배우님에게 질문을 드리자면 배우로서 본인이 갖고 싶은 얼굴이나 유지하려는 얼굴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이강현: 제가 TV 중에서도 제일 시청률이 안 나오는 시간대 방송을 좋아해요. 기념식 중계나 전형적인 TV 다큐멘터리 같은 거 있잖아요. 혹은 금요일 밤이나 주말 아침에 하는 문화 행사를 소개하는 프로그램을 좋아하고요. TV라는 매체가 광범위한 사람을 대상으로 하다보니까 평균의 무언가를 보여주려고 하잖아요. 제가 그런 사람 사는 세상의 평균치에 대한 느낌을 좋아하고요. 그래서 라디오 방송도 많이 들었어요. 라디오 방송에서 DJ의 멘트나 사연을 들어보면 아주 극단적인 이야기는 없잖아요. 위아래를 깎은 중간 정도에 해당하는 이야기를 많이 하잖아요. 그런 것들 사이에서 오고 갈 수밖에 없는 사람의 감정과, 진실이긴 한데 진실이 아니기도 한 것들을 좋아했어요. 무언가를 평균치에 강제하는 감각을 보는 걸 좋아하고요, 진실과 위선의 사이를 다루는 것을 좋아해요. 그런 측면에서 현수가 일기장을 보고 일기를 읽는 장면도 같은 맥락에서 비춰볼 수 있을 것 같아요. 저로서는 이렇게 보여줄 수밖에 없었던, 한계였어요. , , 그렇습니다. 영화 후반부에 기선이 직업을 바꾼 다음에 대기업에서 기선에게 진짜 이야기를 담으라는 요구를 하잖아요. 근데 진짜 이야기는 누구에 의해서 어떻게 만들어지고 있는지 고민했어요.

 

박종환그사이 생각을 해봤는데, 제가 어떻게 생겼는지 제 입으로 말씀드리기 어렵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어떻게 생겼으면 좋겠는지 고민해 봤는데, 저는 제 얼굴이 다양한 표정을 보여줄 수 있는 얼굴이었으면 좋겠어요. 그래서 어떻게 생긴 것보다 다양한 표정을 잘 보여드릴 수 있는 얼굴이었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너무 막 얼굴이 붓지 않았으면 좋겠어요.(웃음)

 

김일권박종환 배우님이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배우는 누구인가요?

 

박종환좋아하는 배우는 너무 많지만, 얼굴이나 표정 때문에 계속 시선이 가게 되는 배우는 자연스럽게 얼굴을 움직이는 윌렘 더포(Willem Dafoe)’예요.

 

 

관객: 영화 잘 봤습니다. CCTV 화면이나 지도 만드는 차가 장면에 나왔고, 영화를 보다가 섬뜩한 이야기도 나왔는데 어떤 의도로 담으셨는지 궁금합니다.

 

이강현가끔 기사를 보면 삼성 같은 대기업은 말단 직원의 신상정보까지 알고 있다고 하잖아요. 이게 굉장히 섬뜩한 일이기는 한데, 현실의 섬뜩한 이야기를 포함하고 싶었어요. 사람들의 삶이라는 게 누군가의 시선을 아예 신경을 안 쓸 수 없는 것 같아요. 근데, 문제는 단지 누군가가 혹은 어떤 단체가 개인의 신상정보를 파악하고 있다는 것에 그치지 않고, 진짜 이야기가 무엇인지 만들어서 보여주는 것 같아요. 요즘 예능은 리얼 예능이 아니면 관심을 못 받잖아요. 어쨌든 저는 사람들에게 진짜 이야기가 무엇인지에 대해 자꾸만 제시하는 현실을 이야기하고 싶었어요. 그런 현실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지에 관한 고민을 했어요. CCTV의 경우에도 그런 맥락이라고 생각해요.

 




김일권시간이 거의 다 돼서 정리하자면, 이 영화는 진짜 이야기, 진짜 내러티브, 진짜의 삶이 무엇인지 고민하는 영화인 것 같아요.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살아가는 얼굴들의 표정일 수도 있고요. 마지막으로 앞으로의 계획이나 하고 싶은 말씀을 듣고 마무리하겠습니다.

 

이강현: 요즘 큰 영화가 많은데, 작은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이 자리에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어제 영화가 개봉했고 오늘 이 자리를 가졌는데, 좋은 경험이 되셨길 바랍니다.

 

박종환저도 당분간 <얼굴들> 관객과의 대화 자리에 참여할 예정입니다, 오늘 영화를 보시고 난 뒤 제가 재미있는 대화 상대가 되려고 했는데, 영화를 이해하시는 데에 제 대답이 도움이 안 된 것 같아 죄송합니다. 그래도 끝까지 자리를 지켜주셔서 감사합니다. 나중에 다른 자리에서 뵙게 되면 두고두고 대화할 수 있는 영화가 <얼굴들>이지 않을까 해요. 감사합니다.

 

김일권<얼굴들>이 개봉했습니다. 당분간 관객과의 대화 시간을 계속 가질 텐데요. 다른 영화적 경험, 체험을 제공해주신 두 분께 힘찬 박수를 쳐주면서 끝내도록 하겠습니다.

 





Posted by indiespace_한솔

댓글을 달아 주세요



 



 <얼굴들>  한줄 관람평


권정민 | 옆으로 앞으로 때로는 뒤로 움직이면서 끈질기게 살아가는 사람들

김정은 어느 겨를에 스쳐갔지만 함께 숨 쉬는 얼굴들을 담담하고 고요히 마주하는 시간

승문보 | 이미지의 총체가 전달하는 삶의 운동성

주창민 의미를 찾 는것이 무의미한 인상 채집







 <얼굴들>  리뷰: 이미지의 총체가 전달하는 삶의 운동성





 *관객기자단 [인디즈] 승문보 님의 글입니다. 





<파산의 기술記述>(2006)<보라>(2010)라는 다큐멘터리로 알려진 이강현 감독은 세 번째 연출작으로 자신의 첫 번째 극영화 <얼굴들>을 찍었다. 일반적으로 극영화는 시공간에서 벌어지는 사건 간의 인과 관계로 인한 내러티브가 뚜렷하다. 하지만 <얼굴들>의 경우, 장면과 장면 사이의 합리적인 연결보다 여러 이미지를 합쳐 무언가를 이야기하는 반()내러티브 영화다. 그런데 이 영화를 이미지의 총체의 관점에서 접근하지 않고 단편적인 이미지로만 접근한다면 일상을 기록하는데 굳이 극영화로 접근할 필요가 있겠느냐는 의문이 들 수 있다. 그러나 여러 이미지를 하나의 집합으로 묶어 곱씹어본다면 미세한 삶의 운동이 불러일으키는 전진을 목격할 수 있을 것이다.

 




비록 <얼굴들>의 이야기 전개는 인과성을 따르지 않지만, 이야기의 꼭짓점은 분명히 존재한다. 그 역할을 하는 인물은 '기선'(박종환)이며 유일하게 넓은 범위로 돌아다니면서 사람을 만난다. 기선은 본인이 일하는 고등학교에 소속된 축구부 학생 '진수'(윤종석)를 만나고, 가끔 옛 애인 '혜진'(김새벽)을 만나고, 직업을 바꾼 후에는 택배기사 '현수'(백수장)를 만난다. 그는 자신이 만났거나 스친 인물의 존재를 궁금해 한다. 그렇지만 그는 그들에게 집요하게 질문을 건네지 않는다. 대신 그의 눈은 카메라의 시점과 동일시되어 그들과 그들의 주변을 이미지로 포착해 담아낸다.

 




포착된 이미지를 한데 모아 본다면 분명 일상은 기쁨으로 가득 찬 얼굴, 무언가에 분노한 얼굴, 상기된 얼굴, 또는 그냥 거리를 거닐며 무언가를 휘둘려 살펴보는 얼굴 등으로 이뤄져 있다. 그러나 도시 속의 삶에 익숙해진 나머지, 얼굴의 넓은 스펙트럼에서 고독감과 허무함에 빠진 얼굴만 목견하게 된다. 거기서 한 걸음 더 다가간다면 지금까지 간과한 한 가지 사실을 알아차리게 된다. 그것은 영화의 중심인 기선과 그가 만나는 주요 세 인물이 미세하게 전진하고 있다는 점이다.

 

고독감과 허무함에 가려져서 잘 안 보였을 뿐이지 그들은 무뎌진 삶의 감각을 회복하기 위해 공허한 삶과 줄다리기 싸움을 하고 있다. 줄다리기 싸움을 하면서 새로운 목표를 찾아 무언가를 하고 싶다는 의욕을 되찾다가도 주변을 배회하는 절망적인 사건을 만나 다시 감각이 무뎌져 버린다. 구체적으로 자신이 향하고자 하는 종착점을 알 수 없을지라도 이와 같은 과정을 반복함으로써 삶은 역행 및 정체를 하는 대신 조금씩 전진해간다.

 




결국 <얼굴들>은 카메라가 포착한 이미지, 여러 이미지가 이루어 낸 합()을 통해 반복되는 일상에 지치거나 감각이 무뎌진 이들에게 심심한 위로를 건네는 영화다. 또한 이강현 감독이 심신으로 지친 이들을 대신해 카메라로 삶의 반복적인 좌우 운동을 기록하려고 했던 점, 그리고 이 기록을 보다 더 뜻깊게 전달하기 위해 극영화임에도 불구하고 반()내러티브 방식을 채택했다는 점은 한국 독립영화에 신선한 희망이 된 게 아닐까 싶다. 





Posted by indiespace_한솔

댓글을 달아 주세요




그저 막막한 현실이지만 너와 함께라면  <메이트>  인디토크 기록


일시 2019년 1월 21일(월) 오후 7시 30분 상영 후

참석 정대건 감독 배우 심희섭정혜성전신환송유현

진행 이은선 영화 저널리스트










*관객기자단 [인디즈] 김정은 님의 글입니다. (사진제공 신소영 님)




지난 해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전회차 매진을 기록하였던 <메이트>가 새해와 함께 인디스페이스를 찾아왔다. “돈도 펑펑 못 쓰는데 마음이라도 펑펑 쓰면서 살아야지.” 영화 속 은지는 말한다. 약간의 여유와 사치도 허락하지 않기에 점점 각박하고 불투명해져만 가는 현실이지만, 그럼에도 서로에게 한 발짝씩 다가서보는 청춘들의 성장과 사랑을 그렸다.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인간미 넘치는 질문과 답변이 오고 갔던 인디토크를 기록하였다.





 

이은선 영화저널리스트(이하 이은선): 오늘 <메이트> 관객과의 대화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저는 오늘 진행을 맡은 영화전문기자 이은선입니다. 반갑습니다.

 

심희섭 배우(이하 심희섭): 안녕하세요. 저는 준호 역할을 맡았던 심희섭입니다. 반갑습니다.

 

정혜성 배우(이하 정혜성): 안녕하세요. <메이트>에서 은지를 맡은 정혜성입니다. 반갑습니다.

 

전신환 배우(이하 전신환): 안녕하세요. 다 가진 남자, 진수 역을 맡은 전신환이라고 합니다.

 

송유현 배우(이하 송유현): 안녕하세요. 지선 역할을 맡았던 송유현입니다. 반갑습니다.

 

정대건 감독(이하 정대건): 안녕하세요. <메이트> 연출한 정대건입니다. 반갑습니다.

 




이은선: 정혜성 배우님께 먼저 질문을 드리고 싶은 게 있어요. 영화가 처음이시죠? 많은 작품을 하셨지만 첫 영화라는 건 배우한테 새로운 자극일 것 같기도 하고 신선한 경험일 것 같아요. 어떤 기대를 가지고 작품에 임하셨나요?

 

정혜성: 영화를 하고 싶을 때 갑자기 찾아오게 된 기회라 기대라기보다는, 제가 여태 드라마나 다른 프로그램에서는 귀엽고 발랄한 이미지를 많이 보여드렸는데요, 은지 역을 맡았을 때 관객 분들께서 얼마만큼 이질감 없이 이입해서 보실 수 있을지를 걱정했던 것 같습니다.

 

이은선: 이 영화 전체를 준호의 입장에서 보면 첫 장면부터 이런 소리를 듣죠. “남의 기분 같은 건 생각도 안 하는구나.” 어떻게 보면 잔인한 이별 통보 같은 걸 받는데요, 그 남자가 은지라는 사람을 만나서 은지와 스스로를 이해해가는 이야기로 정리를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영화에서 줄곧 솔직함을 강조하잖아요? 그런데 가장 솔직하지 않은 사람이 바로 준호죠. 사랑, 연애 이런 게 사람들이 만든 환상 같다고는 말하지만 사실은 누구보다 그런 따뜻함을 기대한 사람 같기도 하고요. 이 캐릭터에게 솔직함은 저에게는 방어기제처럼 느껴졌는데, 실제로 배우님께서 어떻게 생각하셨는지 궁금하더라고요.

 

심희섭: 말씀하신 것처럼 사실 준호는 마음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지 않죠. 자기를 보호하기 위해서 말들을 내뱉고 현실을 이겨내지 못하니까 자기를 포장하고요. 연기할 때 준호라는 인물이 현실에 부딪혀 안타깝게 사랑도 제대로 못하는 그 마음이 잘 보이면 좋겠다고 생각했고 은지를 만나면서 변화하는 과정, 그리고 그 이후에 어떻게 살게 될지, 그런 모습이 전달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감독님께서는 캐릭터가 너무 미운 쪽으로 치우치지 않게 보였으면 좋겠다고 말씀하셨고, 저도 그 부분에 신경을 써서 준호를 연기했습니다.

 

이은선: 감독님이 미운 구석이 있는 캐릭터기 때문에 서글서글하고 긍정적인 이미지를 가진 심희섭 배우가 연기했으면 좋겠다고 말씀하신 걸 들은 기억이 나요. 정대건 감독님은 아시는 분도 있겠지만 이전에는 전혀 다른 색깔의 다큐멘터리를 만드셨던 분이에요. 본인의 과거를 반영한 자전적 다큐멘터리라고도 할 수 있을 텐데요. <투 올드 힙합 키드>(2011)라는 다큐멘터리를 연출하신 적이 있죠. 그걸 생각하면 이 영화는 굉장히 급격한 장르 전환이거든요. 멜로에 접근하시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정대건: 그런 이야기 많이 들었어요. 힙합 다큐멘터리를 찍고 졸업단편도 힙합하는 아이들이 나오는 영화를 찍었는데 갑자기 웬 멜로냐고. 돌이켜보면 <투 올드 힙합 키드>가 저의 10대 시절을 정리하는 느낌이었다면, <메이트>20대에 제일 중요했던 연애를 정리하는 느낌이었어요. 장르 변신을 생각했다기 보다는 저에게 중요했던 것을 정리하는 느낌이었습니다.

 




이은선: 40대에는 어떤 영화가 나올 지가 기대가 되는데요, 영화를 보신 뒤 여러 대사를 기억나시겠지만 아마 이 대사를 공통적으로 떠올리지 않을까 싶어요. “돈도 펑펑 못 쓰는데 마음이라도 펑펑 쓰면서 살아야지.” 핵심적인 대사 같은데, 언제 어떻게 떠올린 대사인 지도 궁금해요.

 

정대건: 정확히 어느 시점에서 떠올렸는지는 모르겠지만, 두 캐릭터의 대사들이 저를 반영하여 나왔어요. 약간 밉살맞고 비겁하고 솔직하지 못한 대사들은 다 준호 쪽으로 주고, 좀 더 용기 있고 긍정적인 것들은 은지를 줘 버렸어요.(웃음) 은지의 대사에 제가 바라는, 같은 처지에서 용기를 못 내고 있으니까 누군가 해줬으면 좋겠다는 마음을 담아 자유롭게 썼던 것 같아요.

 

이은선: 송유현 배우님이 연기한 캐릭터는 어떤 캐릭터인지 곰곰이 한 번 생각을 해봤는데 사실은 쉬이 감이 잡히지 않았어요. 왜냐하면 전사(前事)가 많이 들어나 있는 사람이 아니고, 헤어졌다 다시 만났다는 얘기들이 말로만 전해지는 인물이잖아요. 다만 짐작을 해본다면 성숙하고 어른스러운 여성 캐릭터, 은지보다는 약간 윗세대인 캐릭터를 표현하고자 했던 것 같아요송유현 배우는 지선이라는 캐릭터가 어떤 역할을 담당한다고 생각하세요?

 

송유현: 은지는 사랑에 대해서 솔직하게 이야기를 하고 표현을 하잖아요. 저는 남자친구와 헤어짐과 만남이 반복되는 전사를 가지고 있고, 성숙한 캐릭터라고 설명을 해주셨는데 사실은 다 알고 있지만 모르는 척 이 사람을 잡으려고 하는 인물이라고 생각을 하면서 촬영을 했던 것 같아요. 만약에 솔직하게 다 드러내는 사람이라면 남자가 바람을 피우고 헤어짐과 만남을 반복할 때 이렇게까지 이어지지 않았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그런 생각을 하면서 촬영을 했던 것 같아요.

 

이은선: 지선은 캐릭터가 등장할 때마다 많은 상황 변화를 겪은 뒤 나타나요. 처음에는 결혼을 앞둔 사이좋은 커플로 등장했다가 마지막에는 헤어졌다 하더라, 그리고 술집에서 만날 때는 재회해서 다시 잘 해보려고 하는 커플로 나오죠. 사이사이에 많은 상황들이 삭제가 되었는데 하나의 씬과 그 다음 씬 사이의 폭이 굉장히 크잖아요. 그걸 염두에 두고 연기하기가 어렵지 않았을지 생각이 들거든요.

 

송유현: 제가 마지막에 술집에서 다 같이 모였을 때 은지한테 소개팅 해줄까요?’라고 이야기하잖아요. 사실 그게 고난을 겪고 나서 이 남자를 잡기 위해서 알면서 모르는 척했던 것 같아요. 그게 우리 관계를 유지할 수 있는 또 다른 방법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이은선: 전신환 배우님, 아까 본인 캐릭터를 다 가진 남자라고 소개하셨잖아요. 설명을 부탁 드려도 될까요?

 

전신환: 제가 생각한 건 아니고요, 다른 GV에서 어떤 분께서 진수를 다 가진 남자라고 이야기를 해주셨어요. 편집장이라는 제일 높은 위치에 있고 매력적인 두 여성 사이에서 왔다 갔다 하는 악역이라고도 이야기를 해주셨는데요, 궁금증을 많이 유발하는 캐릭터라서 저도 그런 부분이 재미있었어요. 처음에 캐릭터를 연구하면서 지선과 은지의 어떤 점에 끌렸을지 생각해봤는데 막상 촬영 들어가니 되게 다른 거예요. 촬영 직전까지 굉장히 많은 생각을 했던 것 같아요. 제가 처음에 설정한 진수는 편집장의 위치를 놓치고 싶지 않은, 물론 사랑도 있지만 권력적인 욕심 때문에 지선을 만날 수도 있다고 생각을 했어요. 괜히 눈치가 보이네요. 송유현 배우 없을 때는 되게 편하게 이야기했는데.(웃음) 그런데 실제로 지선이라는 캐릭터를 촬영하며 보니 이 캐릭터의 매력에 빠졌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또 은지에 대한 마음 역시 신입으로 에디터 생활을 시작했던 과거 자신의 모습을 떠올리면서 연민도 느꼈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바람둥이로 보일 수 있겠지만 은지를 만나고 나도 모르게 끌려서 자연스럽게 이런 상황이 되지 않았을까 싶어요.

 




이은선: 영화의 이야기가 데이트 어플로 관계가 맺어지면서 시작하잖아요. 데이트 어플이라는 새로운 것에 대한, 내가 잘 모르는 것에 대한 호기심에서 비롯되었어요. 같이 연관시켜서 보시는 분들도 분명히 있었을 것 같아요. 참고로 데이트 어플의 경험은 실제 감독님의 경험입니다.(웃음) 데이트 어플은 영화 시나리오 때문에 들어가 보신 건가요?

 

정대건: 그게 뭐 별건가요? 그냥 사용을 해 본 적이 있고 종류도 다양하니까 조사 차 여러 가지 들어가봤어요.(웃음) 그 정도의 경험이 있습니다.

 

이은선: 이 영화가 요즘 청춘들의 연애를 그리는 작품이잖아요. 선택한 장치들이 굉장히 현실적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데이트 어플도 그렇고, 요즘 20대 청춘을 다루는 영화에 많이 등장하는 학자금 대출 이야기가 잠깐 나오기도 하고요. 의약품 임상실험 아르바이트를 하는 사례가 등장하기도 하고 애완동물도 마음대로 못 키우니까 소라게를 키우는 등 굉장히 현실적인 장치들이 나오는데요, 아마도 감독님이 본인의 청춘을 정리하면서 생각하신 것들이나 주변의 이야기들이 많이 반영되었겠죠? 그런데 사실은 청춘의 이야기를 그릴 때 그런 소재들이 피상적인 묘사처럼 보일 위험도 있다는 생각은 들어요. 쓰시면서 그런 부분에 대한 고민은 없으셨는지 궁금해요. 예를 들어 여기에 편의점 아르바이트까지 등장했다면 굉장히 도식적인 구조가 될 수도 있는 거잖아요.

 

정대건: 장치적으로 어떻게 보일지 고민하기 보다는 제 경험이 반영이 된 것 같아요. 생동성 실험도 실제로 해봤고 편의점 알바는 제가 안 해봤기 때문에 넣을 생각조차 안 했고요.(웃음) 데이트 어플 같은 경우는 준호 캐릭터를 보여주는 데 적절하다고 생각을 했어요. 요즘의 어떤 풍토를 드러내기 보다는, 준호의 입장에서 데이트 어플로 만난 관계는 헤어지더라도 같이 공유한 커뮤니티가 없으니 깔끔한 거죠. 그런데 제가 걱정했던 점은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캐릭터가 나오는데 미술적으로든 걸맞지 않게 보이면 영화가 가짜같아 보일까봐 많이 걱정했죠. 그 부분을 신경을 썼습니다. 어떻게 보셨을지 궁금하네요.

 

이은선: 준호와 은지의 연애를 보면서 공감하시기도 하고, 답답해 죽겠다는 생각도 많이 하셨을 것 같은데요, 저는 처음에는 은지라는 캐릭터가 모호하게 굴고 있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영화를 두 번째 보니까 준호가 은지를 모호하게 만들더라고요. 다가서려고 하면 네가 애인도 아닌데 뭘 그러냐고 하거나, 단순히 떠 보고 싶어서 나 누구한테 연락 왔어라고 이야기를 해도 그러면 그 사람 만나던가라고 이야기를 하잖아요. 캐릭터를 소화하면서 은지는 서운함이 많은 캐릭터라고 실제로 생각을 하셨나요? 정혜성 배우님은 어떻게 생각했어요?

 

정혜성: 아무래도 20대 초반이나 10대 시절에는 연애 시작을 확실히 하지만, 제 주변을 보면 시간이 흐르면서 이야기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연인 사이로 지내는 분들이 꽤 많아요. 은지도 그렇게 받아들이고 자연스럽게 준호와 만나게 됐다고 생각을 했는데, 준호가 툭툭 던지는 그런 말들에 많이 서운했을 거에요. 은지의 서러움이 폭발했던 장면이, 진수를 다시 만나게 되면서 준호가 그 사실을 알고 집에 찾아와서 무작정 밀어붙이면서 뽀뽀를 하는 씬이었는데, 촬영했을 때 눈물이 났어요. 너무 서럽고 서운하고, 또 이런 식으로 넘어가려고 하는 걸까 싶으니까 연기할 때 막 눈물이 나더라고요. 그런데 감독님은 여기서는 울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하셔서 울지 않는 장면으로 나왔는데요, 은지를 연기하는 내내 상처를 많이 받았던 것 같아요. 여자 입장에서는 섬세하고 따뜻한 말 한 마디가 정말 중요하고, 한 발 다가섰을 때 같이 한 발 다가와서 받아준다면, 아니면 제자리에라도 있다면 관계가 흘러가는데, 준호는 서툴고 겁나기 때문에 항상 한 발 다가서면 두세 발 뒷걸음질 치는 사람이어서 촬영하면서 늘 준호의 행동과 말투에 상처를 받았던 것 같아요.

 

이은선: 옆에서 어쩔 줄 몰라 하시네요.(웃음) 준호라는 캐릭터에게 우리가 발견할 수 있는 알리바이가 많죠. 생활이 불안정하고 당장 다음 날 먹을 것, 다음 달에 돈 나갈 것들을 계산해야 하고, 아버지에 대한 큰 아픔을 가지고 있는 캐릭터예요. 조금 더 드러냈다면 이야기가 깊어질 수 있었을 거라 생각하는데, 인물한테 아버지에 관련된 내용이 어떤 영향을 주는지 생각했어요? 그게 굉장히 궁금해요.

 

심희섭: 말씀하신 것처럼 아버지에 대한 이야기가 드러나면 조금 더 풍부하고 생각할 거리를 주는 것 같고, 안 드러냈어도 준호에 대한 이야기는 충분히 흘러갔을 거라고 생각해요. 개인적으로 연기를 하면서는 아버지에 대한 감정 표현이 있다는 게 좋았어요. 그 장면을 촬영할 때도 몰입을 깊게 해서 감독님이 오히려 감정을 덜어내길 바라셨고요. 준호가 가진 사연들이 사실 관객 분들께서 보시기에는 납득이 안 갈 수도 있다고 생각을 해요. 가정사나 개인의 성향, 그리고 현실적인 문제 때문에 남에게 상처를 주고 주위에 폐를 끼치는 걸 답답하게 보시는 분들도 있을 것 같아요. 그 반대로 공감을 하실 수도 있고요. 공감이 안 되시더라도 한 번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는 부분으로 봐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이은선준호의 알 듯 말 듯한 표정으로 영화가 문을 닫아요. 은지의 질문에 대한 대답을 듣지 못하고 영화가 끝나요. 시나리오도 거기서 끝났나요? 아니면 뭔가 대사가 더 있었어요?

 

심희섭: 제가 사실 기억이 잘 안 나서 감독님한테 며칠 전에 마지막 장면에 대해 들었는데 어쨌든 해피엔딩으로 끝난다고 이야기를 하시더라고요. 저도 그랬으면 좋겠다고 생각을 하고, 인물의 미래를 궁금해하는 질문들을 받으면 저도 항상 좋은 쪽으로 흘러가기를 바라요. 제 인생도 그랬으면 좋겠고요.(웃음)

 

이은선긍정적인 무언가를 생각한 표정을 연기하신 거죠? 정혜성 배우님께도 특정 장면에 대해 질문을 드리고 싶은 게 있어요. 둘이 출장을 가서 막 장난을 치고 웃다가 갑자기 울면서 짜증난다고 하는 장면이 있잖아요? 많은 생각이 든 장면이었어요. 일단 눈물이 자연스럽게 나왔는지 궁금해요. 현장 상황을 생각해보면, 감독님이 굉장히 힘든 연기를 시키신 거잖아요? 감정 몰입이 잘 되셨어요?

 

정혜성: 제 기억으로는 한 테이크에 끝난 장면이에요. 그 장면만 놓고 보면 뜬금없이 보일 수도 있겠지만, 영화 전체를 봤을 때 은지가 계속 쌓아왔던 상처와 서러움, 아쉬움, 준호뿐만 아니라 스스로한테도 느껴지는 다양하고 복잡한 감정들이 합쳐친 거예요. 서로를 보면서 웃고 있지만 진작 누구 한 명이 관계를 확실히 명시할 수 있게끔 우리 사이는 뭐야?’, 혹은 우리 그냥 잘 맞으니까 만나자라는 말들을 했더라면 좋았을 거란 생각과 함께 쌓인 감정들이 한 번에 팍 터졌던 것 같아요. 그런데 준호를 보고 있으면 어쩔 수 없이 마음이 풀려서 서로를 보면서 웃고 있고, 이 관계를 유지할 수 없는 상황이잖아요? 되게 복잡한 감정이 하나로 합쳐져서 터지는 장면이고, 막바지에 촬영한 장면이라 충분히 감정이 쌓인 뒤여서 좋아하는 장면이에요. 개인적으로 은지가 딱 무너졌을 때의 표정이 조금이라도 더 보였으면 좋지 않았을까 싶은데, 오히려 표정이 잘 안 보여서 좋은 부분도 있더라고요. 전체적인 무드를 가져가는 느낌이 들어서요.

 

정대건: 저도 그렇고 배우 분들도 그렇고 기억들이 이야기하면서 점점 더 살아나는 것 같아요. 그때 혜성 배우가 눈물이 너무 많이 나서 어떡하지?’ 싶었어요. 몇 테이크를 반복적으로 촬영해야 하는데 감정이 한 번에 크게 와서요. 아마 처음에 찍은 롱테이크를 그대로 썼던 것 같아요.

 

이은선: 이 영화에 준호의 어머니가 등장해요. 윗세대를 표현하는 캐릭터일 텐데, 중요한 대사를 해요. 준호가 결혼하기 싫다, 결혼 못 하겠다는 이야기를 할 때, ‘네가 안 하는 거냐? 못 하는 거지.’라면서 (부모 세대처럼) 그렇게 안 살면 돼이런 대사를 하거든요. 그러면서 늠름하게 살아라는 이야기도 해요. 이게 아마도 감독이 기대하는 기성세대가 젊은 세대에게 보였으면 하는 태도 같다는 인상을 받았거든요. 어떤 마음으로 그 장면을 넣으셨어요?

 

정대건: 정리해주신 그대로인데, 영화에서 돈도 펑펑 못 쓰는데 마음이라도 펑펑 쓰면서 살아야지라든지 늠름하게 살아와 같이 메시지를 주는 것 같은 대사들이 몇 개 있는데요, 그게 제가 관객 분들께 하고 싶은 말이라기보다는 제가 듣고 싶었던, 듣고 울림을 느꼈던 말들인 것 같아요. 그래서 세대를 아우를 수 있는 캐릭터가 한 명은 필요하다고 생각을 했어요.

 




관객: 초반에 지하철에서 준호가 나는 승강장으로 떨어질까봐 너무 무서워.’라고 하자 은지가 나도 그래.’라고 대답하는 장면이 있어요. 저는 그 대사가 저희 또래들이 가지고 있는 생각이라고 느꼈는데요, 감독님께서는 20대 초반보다는 연륜, 나이가 있으시니까(웃음) 어떤 마음으로 그런 장면을 쓰셨는지 궁금했고요. 그리고 저는 여성 캐릭터에 감정 이입을 해서 봤는데, 준호는 워낙 자신의 순간순간의 감정에 충실하다지만 은지가 계속 관계를 이어가려고 노력하는 모습이 잘 이해가 안 되더라고요. 은지를 그렇게 행동하게 한 원동력은 무엇일지, 두 가지가 궁금합니다.

 

이은선감독님 아직 연륜 있는 나이는 아니지 않으세요?(웃음)

 

정대건: 얼굴에 연륜이 있으니까요.(웃음) 일단 지하철 장면 같은 경우는 잘은 모르겠지만 특정한 세대만 느끼는 감정이 아니지 않나요? 저도 그런 시기를 지나왔고 그 감정을 아니까 그런 대사를 쓴 것 같고요. 그리고 은지가 준호에게 그렇게 행동한 이유는요, 출장에서 돌아온 은지가 준호의 집에 찾아가는 장면이 있잖아요? 그 장면이 은지가 극의 흐름에서 적극적이고 능동적으로 마음을 정하는 장면으로 봤어요. 그 전에는 둘 다 왔다 갔다 타이밍이 계속 어긋나다가 마음을 정하고 움직였는데 또 상황이 엇갈린 거죠. 은지가 준호한테 끌린 것이 어떤 명확한 이유가 있는 건 아니었지만, 은지도 자기 마음이 마음대로 되지 않는 거죠. 비슷한 처지인 준호에게 동질감을 느꼈기 때문에 끌렸다고 생각했습니다.

 

이은선: 방금 해 주신 질문과 감독님의 답변에 이어서 질문할게요. 준호와 은지의 감정선이 미묘하다 보니까 어느 순간은 좀 이해가 되지 않거나, 혹은 감독님께 얘네 왜 이러는 거예요?’ 묻고 싶은 대목들이 하나씩은 있지 않았을까 싶은데 두 분은 어떠셨어요?

 

심희섭: 둘의 감정이 계속 미묘하고 둘 사이에 명확한 사건이 벌어지는 것도 아니고 거짓말처럼 서로 가까워지는데 서로의 가정사를 털어놓은 이후에 준호가 좀 더 적극적으로 변한 것 같아요. 그리고 같이 회사 생활을 하면서 붙어있다 보니까 정이 생겼겠죠. 그리고 예쁘잖아요.(웃음) 준호가 마음을 확 드러내지 못하는 건 애초부터 확실한 게 없던 인물이니까요. 영화를 보신 분들께서 둘이 가까워지는 이유가 도대체 무엇일지 궁금해 하시는데요, 명확하게 말씀은 못 드리지만 그 장면 이후로 조금 더 가까워졌음을 느꼈던 것 같아요.

 

정혜성: 저는 감독님한테 연기하면서 궁금했던 부분은 촬영하는 당시에 다 여쭤봤어요. 감독님이 시나리오 집필까지 다 하셨기 때문에 명확하게 생각하는 것들이 있더라고요. 은지 같은 캐릭터는 사실 이해를 하지 못하면 연기하기 너무 어려울 것 같아요. 저는 이해를 하지 못하면 말이 나오지 않는 사람이어서요. 최대한 감독님이랑 대화를 많이 하면서 주변 친구들의 이야기나 경험들을 디테일하게 생각하고 상상하면서 이해하고 연기를 했어요. 저는 둘이 어느 부분에서 마음이 맞았고 갈등이 있었는지 은지 입장에서는 다 이해가 갔어요. 사실 처음 어플을 통해 만났을 때는 은지랑 준호의 목적이 아예 다르잖아요. 준호는 어떻게 한 번 해보려고 그런 거고(웃음) 은지 입장에서는 글을 쓰기 위해 필요한 정보를 얻으려고 한 건데, 우연히 준호가 잡지사에 들어오면서부터 인연이 시작된 것 같아요. 은지가 이게 운명이라고 생각하는 순간이었을 수도 있고요. 또 본인들의 의지가 아니라 윗사람인 진수의 명령으로 인해서 같이 일을 하게 되잖아요. 같이 시간을 보내다 보니 그 모습들이 되게 매력적이고, 일을 하면서 내가 곤란할 때 도와주기도 하고 내 편이 되어주죠. 한 편으로는 계속 내 편이 되어줄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하는 감정들도 있었을 것 같고요. 같이 보낸 시간이 쌓이고 준호도 끊임없이 도와주고 다정하게 대해주다 보니 자연스럽게 은지가 마음을 열었던 게 아닐까라는 생각을 합니다.

 


관객: 감독님께 질문 드리고 싶은데 <메이트>라는 제목을 먼저 정해놓고 글을 쓰셨는지, 아니면 다 쓰시고 나서 제목을 정하신 건지, 그리고 <메이트> 대신 다른 제목을 생각하신 적도 있는지 궁금합니다. 두 번째 질문은 진수가 준호에게 정규직 전환을 제안했다가 나중에 취소하게 된 이유가 혹시 은지하고의 관계를 알게 되어서인지 궁금합니다.

 

정대건: <메이트>라는 제목은 시나리오를 쓸 때 가제였어요. <메이트>라는 제목 자체는 둘의 관계를 드러내는 부분이나 어감에서는 적합하다고 생각을 했는데, 검색하면 나오는 게 너무 많으니까 영화가 노출이 안 될 것 같아서 다른 제목도 고민을 했는데요, 그래도 <메이트>가 제일 적절하게 여겨져서 확정했어요. 시나리오 초고가 나오기 전에 프로젝트 가제는 스물아홉이었어요. 그건 조금 다른 이야기였습니다. 그리고 전신환 배우가 연기를 하면서도 그 부분을 물어봤는데요, 둘 사이를 알아도 그것을 이유로 정규직 전환을 취소하는 캐릭터는 아니라고 생각했어요. 그 사실에 어떤 감정이 생길 수는 있겠지만 비열한 캐릭터는 아닌 것으로 결정했습니다.

 




관객: 관람하면서 되게 흥미로웠던 게 배우 분들의 의상이었어요. 같은 신발이나 외투, 아니면 안에 입는 옷들이 계속 똑같아서 현실성이 느껴지더라고요. 그런데 흥미로웠던 게 은지와 준호 옷이 매치가 되게 잘 되던데, 둘이 맞춰서 의상을 연출하신 건지 아니면 그냥 자연스럽게 나온 건지 궁금합니다.

 

정대건: 의상은 제가 잘 몰라서 거의 다 맡겼는데요, 제가 주문한 내용은 아까 미술적인 것과 마찬가지로 가난하게 보일 필요는 없어도 풍족하게 연출하지는 않아야 된다는 거였어요. 실제로도 저희 여건상 의상 수가 많을 수 없었고요. 그렇지만 둘이 연애하는 영화다 보니까 너무 무채색으로 가려고 하진 않았습니다. 둘의 의상 코드를 비슷하게 할 의도는 없었고요. 그런데 둘이 비슷하게 보이는 것들이 있죠.

 


관객: 소라게는 어떻게 됐는지 궁금해요.(웃음) 그리고 남자 주인공이 계속 가성비 얘기를 하잖아요. 배우 분들이 실제로 가성비를 따지는 게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정혜성: 저 같은 경우에는 생활용품의 가성비를 가장 많이 따지는 것 같아요. 예를 들면 세제 같은 거요. 싸지만 잘 닦이는 그런 거요. 방향제도 싸지만 향이 오래가는 걸로 가성비를 많이 따지는 것 같고요소라게는 다시 수족관으로 돌아갔죠. 수족관 협찬을 받아서 소라게 촬영을 했습니다

 

심희섭: 저는 안주 같은 거요.(웃음)

 

전신환: 가성비라는 말을 별로 안 좋아하기는 하는데, 편의점에서 원 플러스 원이었던 물건이 투 플러스 원으로 바뀌면 짜증나더라고요.(웃음) 그럴 때는 가성비를 따지는 편입니다.

 

송유현: 제가 쓰는 게 많이 없어서요. 뭐가 있을까요? 저는 쓸데없이 없는 주제에 동생들 밥 많이 사주려고 하고 있습니다. 돈을 빨리 많이 벌어야 할 텐데요.(웃음) 저는 그 대사 너무 좋은 것 같아요돈도 펑펑 못 쓰는데 마음이라도 펑펑 쓰면서 살아야지.” 지금 마음도 펑펑 못 쓰고 살아가고 있는 것 같아서, 열심히 하겠습니다.

 

 

관객: 극 중에서 은지가 이혼을 하기 싫어서라도 결혼을 안 할 생각이라고 말했는데, 진수를 만난 걸 보면 결혼을 할 생각인 것 같기도 해요. 그리고 준호 집에서 결혼할래?’라고 묻잖아요? 그런 모습을 보면 결혼할 생각이 있는 것 같아요. 전신환 배우님은 매력이 있지만 편집장인 진수는 크게 매력이 없다고 느꼈는데,(웃음) 왜 애인이 있는 남자를 자꾸 만나려고 했던 건지 궁금합니다.

 

정혜성: 감독님과 제 얘기를 모두 들어봐야 할 것 같은데요, 제가 생각했을 때는 은지가 진심을 다해 만났던 건 준호였던 것 같고요, 준호가 명확하게 말을 한 번이라도 해줬더라면 다시 진수를 만날 일도 없었을 것 같아요. 은지가 준호의 시선에서 봤을 때는 왔다 갔다 하는 느낌이잖아요. 그런데 은지는 마음을 따라 행동을 하는 친구라 극에는 나오지는 않았어도 진수가 은지를 다시 만나기 위해 전화하고 우는 모습을 보면서 마음이 가지 않았을까요? 준호와 불안정한 관계이기도 했고요. 그리고 은지가 진수를 편집장이라는 위치 때문에 다시 만났다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진수도 은지와 연애를 하는 동안에 굉장히 잘 해줬을 거고 분명히 따뜻하고 다정했을 거고 매력적이었을 거예요. 영화에는 준호의 매력이 많이 나와서 보여지지 않았지만요. 좋았던 기억이 있기 때문에 다시 만날 수 있는 거고 준호가 조금 등 떠밀기도 했을 테고요. 제가 은지를 연기했을 때는 그렇게 생각했어요. 감독님은 어떻게 생각하세요?

 

정대건: 비슷해요. 진수는 악역이 아니라 그냥 사랑꾼으로 봤어요. 그래서 은지한테 분명히 잘 해줬을 것이고 은지도 마음이 가는 부분이 있었을 것이라고 설정했죠.

 



이은선: 감독의 생각과 배우의 해석이 일치했다니 좋네요. 감독님부터 오늘 오신 관객 분들께 마지막 인사 한 말씀씩 드리고 자리 마무리하겠습니다.

 

정대건: 월요일 저녁에 날도 추운데 와 주셔서 감사하고요, <메이트> 개봉 2주차가 됐는데 이제 상영관이 적어졌어요. 주변에 많이 알려주시고 극장에서 내리기 전에 추천 많이 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SNS에 올리시면 제가 다 찾아보니까 많이 올려주세요. 감사합니다.

 

송유현: 이렇게 개봉을 하고 오늘 관객들을 만나서 너무 좋고요, 독립영화는 입소문이 되게 중요하잖아요. 그러니까 여러분들 SNS로 많은 홍보 부탁드립니다. 상영관은 적지만 많은 관객수로 마무리할 수 있게 도와주세요. 감사합니다.

 

전신환: 어떤 분께서 전주국제영화제에서 보신 뒤 이번 개봉을 통해 6개월이 지나 다시 보셨는데 완전히 다른 느낌이었다고 하시더라고요. 처음 봤을 땐 답답하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는데 다시 보니 두 사람의 감정이 와 닿았다고 하셨어요. 한 번 더 봐주시고 두 번 더 봐주시고 주변에 입소문 많이 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정혜성: 영화를 찍은 지 3년 만에 개봉을 하게 돼서 너무 좋아요. 얼마 전 관객이 천 명이 넘었더라고요. 심희섭 배우가 우스갯소리로 장난으로 우리 천만 넘자라고 했는데, 천만 명이 아니라 천 명만 넘자는 말로요.(웃음) 천 넘어서 너무 감사하고요. 그랬더니 희섭 배우가 오늘은 우리 그럼 이천만 넘자고 하더라고요. 상영이 아직 남았으니까 이천 넘을 수 있게 주변에 추천해주세요. 저 같은 경우에는 관객 분들이 얼마나 공감하시는 지 너무 궁금해요. 나이대가 다양하니까 어느 연령대가 많이 공감을 하셨는지 궁금했는데 영화가 잘 돼서 또 한 번 GV를 하게 된다면 그 때 관객 분들께 여쭤보고 싶어요. 월요일에 시간 내서 와주셔서 너무 감사해요. 독립영화를 향한 관심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관심 많이 주셨으면 좋겠고 조심히 들어가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심희섭: 일단 와주셔서 너무 감사드리고요. 오늘이 개봉 기념 관객과의 대화로는 마지막인데, 극장에서 더 이상 보기 어려울 수도 있거든요. 오늘 오신 분들 정말 행운아세요.(웃음) 한 번 더 보시고 이야기 많이 해주시면 한 번 더 이런 자리가 생길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연애 이야기다 보니까 개인적인 취향이 갈리겠지만 좋은 기억만 가지고 가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Posted by indiespace_한솔

댓글을 달아 주세요




뜨겁고 순정한 10년의 싸움  SIDOF 발견과 주목 <졸업>  인디토크 기록


일시 2019년 1월 15일(화) 오후 7시 30분 상영 후

참석 박주환 감독

진행 임종우 SIDOF 관객모니터단










*관객기자단 [인디즈] 도상희 님의 글입니다.




인디다큐페스티발 정기상영회 1[투쟁과 연대의 기록, 그리고 그 이후의 시간]에서는 박주환 감독의 다큐멘터리<졸업>이 상영됐다. <졸업>은 상지대학교 민주화를 이뤄낸 10년의 기록이다. 싸운 사람들도, 함께하며 카메라에 담아낸 감독도, 어떻게 그렇게 오랜 시간 뜨거울 수 있었을까? 긴 싸움 이후에는 무엇이 남았을까? 임종우 SIDOF 관객모니터단의 진행으로 관객이 묻고 박주환 감독이 답했다.

 





임종우 SIDOF 관객모니터단(이하 임종우): 09년에 미디어센터에서 제작하신 영상으로 영화가 시작합니다. 감독님이 이 작품을 영화로 만든 것은 그 이후였던 것 같은데요. 어떻게 영화로 제작하게 되신 것인지요.

 

박주환 감독(이하 박주환): 제가 미디어나 언론 관련 학과가 아니거든요. 제가 미디어센터에 어떻게 가게 됐냐면, 2008년부터 결혼식장 촬영알바를 했어요. 거기 사장님께서 편집을 배워오면 돈을 더 주신다고 해서 편집할 수 있는 곳을 찾다가, 원주에 미디어센터가 생기고 시민들에게 촬영편집을 가르치는 프로그램이 생겼어요. 우연히 거기 가게 됐죠. 제 영화의 프로듀서인 김성환 감독님이 강사셨는데요. 제가 뭘 찍을지 고민하니까 너의 이야기나 네가 속한 공동체의 이야기를 하는 게 제일 좋을 것 같다고 하셨어요. 당시 2009년에 김문기 씨가 학교 복귀를 할 수 도 있다는 소문이 돌면서 학생들이 농성을 시작했거든요. 저는 그런 상황에서 이걸 찍기 시작했고요. 시작했을 때는 학생들을 거의 모르는 상황이었어요. 모르는 사람이 카메라 들고 오면 누가 찍게 해주겠어요. 그래서 한 달 동안 농성장에 가서 잤어요.

그렇게 친해졌던 몇몇 학생들을 찍어서 7분짜리 다큐멘터리를 만들고 나서, 어떻게 살아야할지 고민하는 중간에 그냥 휴학을 하고 여러 가지를 하다가 20108월에는 국토대장정을 하고 있었어요. 그때 우연히 옆에 있던 친구가 이거 너희 학교 아니냐고 영상을 보여줬어요. 승현이가 울면서 잡혀가는 영상이었어요. 그때 여러 가지 감정이 들었거든요. 부끄러움? 같은 학교에 다니는 동갑인 친구는 저렇게 싸우다가 잡혀가는데 나는 여기서 국토대장정을 하고 있다는, 뭔가 죄책감도 들었던 것 같고요. 그러다가 복학을 하니까 총학생회장한테 전화가 왔어요. ‘네가 2009년에 만든 영상을 봤다, 총학생회 활동을 같이했으면 좋겠다고 해서 여기까지 온 거예요. 거의 10년이란 세월이 들었네요. 그래서 작년에 인디다큐페스티발(이하 인다페)에서 3월에 첫 영화가 공개됐고 이후 1년 정도 지났네요.

 

임종우: 처음 영상을 시작하실 때만 해도 이 이야기를 이러한 두 시간 가량의 결과물, 영화로서 만들 거라고는 전혀 상상을 못하셨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어느 순간 이 기록한 작업들이 영화로 성립이 될 거라고 판단을 하셨는지 궁금합니다.

 

박주환: 이 영화를 만들면서 저에게 영향을 준 사람들이 많아요2011년에 다른 대학과 연대투쟁 다니면서, 세종대학교 기록하는 전상진 감독과 친해졌어요. 20134월에 상진 감독도 인다페 프로젝트로 <주님의 학교> 영화를 만들었거든요. 그 형이 저한테 되게 많은 힘을 줬어요. ‘나도 아무 생각 없이 찍었는데 이렇게 정리하게 되더라. 그러니까 너도 할 수 있어이런 말씀을 주셨어요. 그리고 저도 이걸 내가 10년이나 찍을 줄 알았다면 안 찍었겠죠. 솔직히. 너무 길잖아요, 10년이란 세월은. 그냥 생각 없이 찍다가 10년이 된 거 거든요. 제가 학교 문제가 너무 급하게 돌아갈 때는 영상을 보는 자체가 고통스러워서 편집을 할 수가 없더라고요. 그래서 학교 문제가 해결되고 나서 정리를 해야겠다고 판단이 들었는데, 막상 때 되니까 편집을 못하겠더라고요. 제가 원래 영화를 만들거나 배웠던 사람도 아니니까요. 그래서 2009년에 영상을 배웠던 강사님을 찾아가서 프로듀서를 좀 해주셨으면 좋겠다고 부탁드려서 한 9개월 정도 편집을 같이 했어요. 그렇게 나올 수 있었던 영화인 것 같습니다.

 

임종우: 10. 푸티지들이 엄청났을 것 같은데요. 총 몇 분정도의 푸티지였나요.

 

박주환: 시간으로는 모르겠지만 횟수로는 450차 정도가 되더라고요. 한 번씩은 다 봤는데, 솔직히 좋았던 순간들이 아니잖아요. 보는 게 되게 힘들었지만 그런 과정을 겪으면서 편집을 했어요.

 

임종우그럼에도 불구하고 굉장히 본질적인 영상물이 만들어진 것 같아서 개인적으로 많이 놀랐던 작업입니다. 기본적으로 작업을 어떻게 시작하시게 되었는지 들어보았는데요. 관객분들 의견이나 질문 주시면 좋겠습니다.

 




관객: 영화 잘 봤습니다. 한 학생이 옥상에 올라가서 투신하려고 한 장면이 저에게는 클라이막스처럼 느껴졌어요. 거기서 어떻게 해서 뛰어내리지 않고 다시 발걸음을 돌려서 내려오게 됐는지 과정이 궁금합니다.

 

박주환: 학교의 현장에 있었던, 당시 상지대를 함께 다녔던 사람들에게 그 사건은 트라우마인데요. 그게 어떻게 된 거 냐면 그날 2시쯤에 총학생회 간부들, 단과대 회장들 다 징계할거란 이야기를 들었어요. 그래서 애가 못 참은 거예요. 부총장을 찾아갔는데 문 앞에서 만나자, 만나자고 해도 안 만나주니까 옥상에 올라가게 됐어요. 다른 친구와 함께 있다가 총학생회실에서 징계 이야기를 듣고, 잠깐 커피 좀 사오겠다고 하고 올라갔대요. 그리고 있다가 교직원이 좀 말려달라고 전화가 온 거예요. 정말 아무도 예측하지 못했던 상황이었어요. 당시에 저는 홍천에서 아이들 영상 가르치는 일을 하고 있었는데, 3시에 연락을 받았어요. 처음에는 장난인줄 알았는데 페이스북에 기사랑 글이 막 뜨는 거예요. 바로 갔죠. 그런데 그때 카메라는 가지고 있었는데, 운전해서 학교로 가는 1시간 내내 내가 현장을 촬영을 할 수 있을까 고민을 했어요. 그리고 그 친구를 딱 보자마자 못 찍겠다는 판단이 들었어요. 저는 말리러 올라가는데 그때 학교 언론사나 몇몇이 와서 찍었거든요. 근데 제가 못 찍게 말렸어요. 만약에라도, 저는 그 모습이 마지막이 되는 걸 원치 않았거든요.

옥상에서 요구했던 건 하나였어요. 대화 좀 하자. 그런데 정말 학교 쪽에서 안 오는 거예요. 그래서 학교 본부 찾아가서 문 열고 막 싸웠어요. 저는 막 말싸움하면서 뭐하는 짓이냐고 했는데 같이 간 후배가 울면서 무릎을 꿇고 비는 거예요. ‘우리 형 좀 살려 달라, 내가 잘못했다. 그때 가장 놀라운 건 난간 위에 같이 있어 준 친구였어요. 10명 정도가 말리러 올라갔어도 아무도 같이 있을 생각은 못했어요. 위에 있으면 정말 무서워요. 서서히 진정이 되긴 했지만 한 5시간은 있었어요. 하다하다 안돼서 서울에 있는 교수님들이 학교로 와서 부총장을 끌고 올라갔어요. 우리는 그 친구가 그 정도로 힘들어하고 있다는 걸 몰랐어요. 그래서 당시 학교를 다녔던 사람들은 굉장히 미안한 마음이 있어요. 아무도 저 사건을 이야기하지 않아요. 모두 미안한 마음이 있어서... 제가 인터뷰하면서 처음 물어봤어요. 저도 솔직히 물어보고 싶긴 했지만 뭐라고 물어봐야 할지를 모르겠더라고요. 그래서 다른 이야기만 하고 그랬어요. 편집 할 때도 그 장면은 잘 못 보겠더라고요. 제일 힘들었어요.

 

임종우: <졸업>은 일련의 상지대 투쟁이 종료된 다음에 그것을 재구성하는 작업이었잖아요. 일반적으로 다큐멘터리는 현장을 보여주고 현장이 어땠는지에 대한 주인공의 인터뷰를 바로 뒤에 붙이는 경우가 많잖아요. 그런데 이 사건의 경우에는 인터뷰를 영화가 한참 지난 후반부에 배치하는데요. 그런 선택을 하신 이유가 궁금합니다.

 

박주환: 제가 종환이 인터뷰를 하면서 되게 놀랐어요. 어떻게 저런 말을 할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이 많이 들었어요. 그 때 종환이의 이야기는 마지막에 넣고 싶다는 생각이 딱 들었어요. 그리고 편집하면서도 내 영화의 엔딩은 종환이 인터뷰다, 라고 생각해서 저렇게 구성을 했어요.

 

임종우: 감독님의 고민이 정말 많이 담겼을 것 같습니다.

 

 



관객: 영화 잘 봤습니다. 저도 짧은 영화이지만 작품을 6개월 정도 찍고 있는데요. 6개월 정도로도 , 그만하고 싶다.’, ‘이렇게 시간을 들였는데 결국 작품이 나오지 않으면 어쩌지?’ 하는 고민들이 들었는데 10년이란 시간을 어떻게 버티면서 찍어나갈 수 있었는지 궁금합니다.

 

박주환: 많은 분들이 굉장히 궁금해 하시는데, 처음부터 영화를 만들겠다는 목적이 없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 같아요. 그냥 투쟁현장에서 함께 하는데 내가 카메라를 들 수 있고, 내가 남들보다 카메라를 조금은 잘 찍을 수 있으니까 찍었던 거거든요. 제가 졸업하고 나서 영상을 좀 배우고 싶어서 홍대 인근에서 학원을 다녔는데요, 그때 제가 페이스북으로 친구가 뺨맞는 영상을 보고 너무 열이 받는 거예요. 그래서 바로 카메라 들고 내려오고 그런 거죠. 그 날이 명식이가 삭발한 날이거든요. 그때 느꼈어요. 이 친구가 강한 친구가 아니거든요. ‘얘가 정말 힘들겠구나, 모든 학교의 짐을 지고 있구나.’ 그걸 느끼니까 내가 서울에 있을게 아니라 얘 옆에 있어야 겠다는 마음이 들었어요. 저는 작품을 찍으려고 거기 있었던 게 아니라 그냥 투쟁을 함께하고 싶어서 카메라를 들었거든요. 그런 게 아니라 내가 이걸 언제 다 찍어서 영화를 만들지?’라고 생각했다면 저는 절대 10년을 못 찍었을 것 같아요. 지금부터 10년을 찍어서 뭔가 만들라고 하면 안할 것 같아요, 솔직히.

 

임종우: 당시에는 짧게 편집을 해서 현장성 있는 영상을 공개하려는 시도였나요?

 

박주환: 그 고민도 했으나 포기한 게, SNS 생중계가 되는데 제가 급하게 편집해서 하는 게 어떤 의미가 있나 싶었어요. 제가 카메라를 들고 있었던 이유는, 교직원들이 저를 불편해 하는 모습이 영화에 나오잖아요. 저는 2005년부터 학교를 다녔기 때문에 대부분의 교직원들과 알아요. 그땐 학교가 분쟁상황이 아니었기 때문에 다들 친했어요. 그러니까 제가 투쟁현장에 나타나면 교직원들이 되게 제 눈치를 보는 걸 느꼈거든요. 그래서 제가 카메라를 들고 거기 있었어요. 교직원들이 학생들을 대하는 태도가 너무 형편없었는데 저라도 카메라를 들고 있으면 사람들이 몸을 사리는 게 느껴졌어요.

 

임종우사실 오늘날 다큐멘터리의 고민이기도 하거든요. 조금 이야기를 달리하자면, 세월호 사건 이후에, 세월호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어느 시점까지 기록을 할 것인가, 그리고 그것을 그 이후에 재구성해서 영화관 혹은 영화제라는 플랫폼을 통해서 공개를 하는 것은 어떤 의미가 있는가, 그런 고민들이 계속 있는데요. <졸업>도 그런 질문을 남기는 것 같아요. 결국 상지대가 정상화되는 방향으로 투쟁이 종료가 되었지만, 만약 상황이 달라졌더라면 이 <졸업>이라는 영화는 또 어떻게 만들어질 것이며 어떻게 공개를 해야할 것인가 하는. 지금은 상상에 맡기는 일이 되었지만 그런 고민이 여전히 남아있는 것 같습니다.

 




관객: 저는 사건에 대한 투쟁보다도, 이 영화를 평범한 청춘들이 어른이 되는 과정으로 바라보게 되었습니다. 이 사회에 훌륭한 어른이 많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감독님의 앞으로의 행보가 궁금합니다.

 

박주환: 마지막 질문이 빨리 나온 것 같아 당황스럽긴 한데요.(웃음) 저는 <졸업>을 많은 사람이 봤으면 좋겠어요. 보통 감독들이 영화작업을 마치면 다음 작품을 고민을 하잖아요. 저는 처음부터 감독이 되겠다는 생각이 없어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그저 이 영화를 더 많은 사람이 보셨으면 좋겠어요.

영화가 해피엔딩이긴 하지만 씁쓸한 지점이 있잖아요. 편집을 하고, 지금의 학교를 보면서도 그런 생각을 하거든요. 10년간 치열하게 싸웠던 학생들에게 이 투쟁을 무엇이었을까? 이 투쟁이 무엇을 남겼을까? 개인적인 고민은 있어요. 잡혀간 친구들, 치열하게 싸웠던 학생들한텐 뭐가 남았지? 뭔가 바란 건 아니지만요. 그래서 영화를 편집하면서 마지막을 너무 행복하게는 마무리하지는 않았어요. 저는 그래요. 촛불 집회 이후 문재인 대통령이 학교에 오고 학교 문제는 해결됐고 지금 사회도 많이 좋아졌다고들 하잖아요. 저는 그것에 대한 질문을 하고 싶기도 했어요. 그 이후에 우리의 삶은 정말 편해졌나? 그래서 이렇게 편집을 했습니다.

 

임종우: 마냥 해피엔딩만으로 끝내고 싶지는 않다고 하셨잖아요. 그래서 이 영화에 촛불정국이 나올 때 제가 느낀 감정은 약간의 허무와 씁쓸함이었어요. 정권이 바뀌었으니 해결된 것인가? 문재인 대통령이 왔기 때문에 해결된 것인가? 그렇다면 그 지난한 싸움들은 어떤 의미일까? 그런 지점들에 대해서 감독님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궁금합니다.

 

박주환: 저도 그런 느낌은 받아요. 그런데 2011년 당시에 10여개 학교가 투쟁을 했지만 그때 이후로도 싸움을 지속한 학교는 상지대밖에 없어요. , 정말 바쁜 문재인이란 사람이, 강원도 원주에 있는 상지대에 갔을까 고려를 해보셨으면 하고요. 당시에 문재인 대통령이 공약으로서 걸기도 했고,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었던 부분도 있었어요. 10년간 사람들이 계속 싸워왔기 때문에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었던 거예요. 2016년 총선 이후에 민주당 교육 관련 의원들 10명중에 9명이 오셨거든요. 강원도 원주에 있는 정말 작은 학교에 말이에요. 그게 현안이기도 했지만 오랫동안 싸웠다는 것에 대한 미안함도 있었던 것 같아요.

그리고 저는 정권이 교체되지 않았으면 아직도 싸웠을 거라고 보거든요. 촛불집회 없었고 정권이 유지됐다면 상지대, 아직도 해결되지 않은 상황이었을 것 같아요. 그건 부인하고 싶지 않아요. 그래서 그만큼 정치가 중요하고요.

 

임종우제가 듣기로는 촛불정국에 대한 푸티지가 처음 인다페에서 공개됐을 때는 들어가지 않았던 것으로 알고 있거든요. 그 이후에 푸티지를 넣게 된 이유가 있을까요?

 

박주환: 우상호 의원이 학교에 오고 나서 당시 대통령 후보였던 문재인도 오고, 바로 해결되는 씬이 나오면 진행자분이 말씀하셨던 씁쓸함이 배가 되거든요. 일단 저는 촛불집회라는 상황을 왜곡되지 않게 잘 넣고 싶었어요. 이 촛불집회 씬에 어떤 한명이 클로즈업 되는 게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나오길 원했는데 그 영상이 저한테는 없었어요. 제가 촛불 당시 트럭 위에서 발언하는 씬이 있는 줄도 몰랐어요. 2016년도에 지역에서 촛불집회 준비하고 발언도 몇 번 했지만 찍어놓은 영상이 있을 거라곤 생각을 못했어요. 그것도 넣고는 싶어서 고민을 하다가, 인다페 상영 이후에 <자리>의 최종호 감독님한테 이야기를 하니까 촛불집회 컷을 주셨어요. 그리고 제가 발언하는 영상도 있을 것 같아서 수소문해서 찾았어요.




 

관객: 만약 졸업이 가장 큰 목표였다면 투쟁 대신 졸업을 택할 수도 있었을 텐데요. 영화에서 실제로 어떤 과는 6주차 수업 거부를 종료하기도 해요. 출연진 분들이 10년이란 시간동안 졸업도 하지 못하는데도 투쟁을 계속 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 궁금합니다.

 

박주환: 제 영화를 보고 그런 말씀들을 하세요. 어떻게 그렇게 학교를 사랑하느냐? 사랑하지 않아요, 솔직히.(웃음) 학교를 사랑하는 게 아니라 거기 있던 사람들... 2010년에 저와 아무 관계없던 친구가 울부짖는 영상을 보면서 되게 많은 감정을 느꼈다고 말씀드렸었는데요. 상지대학교에는 10년 내내 그런 친구들이 있었어요. 제가 투쟁을 10년간 봐오면서 어떤 논리적인 합리성, 정의, 이런 것도 중요하지만, 거기 있는 사람들이 제일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저도 학교 졸업하고 1년간 학교를 안 갔어요. 짜증나는 일도 많고 제가 할 수 있는 게 없어서요. 그런데 명식이가 그렇게 당하는 모습을 보고 분노해서 카메라 들고 다시 내려갔고요. 그리고 종환이가 대토론회 씬에서 학생들이 무섭다는 이야기를 하잖아요. 저도 느끼는 감정이에요. 상지대학교 선출직 간부로 나가려면 첫 번째 공략이 상지대를 정상화하겠다, 민주화하겠다. 이런 이야기를 해요. 저도 그렇게 말했었거든요. 그런데 아무것도 된 게 없어요. 그래서 미안한 마음이 있어요. 그래서 어떻게든 총학생회를 세우려고 노력들을 해왔고요. 내가 하진 못했지만 어떻게든 이어주고 싶어서요. 그런데 다들 안하려고 해요. 저도 승현이가 3개월간 계속 술 먹이면서 해야 된다, 해야 된다 하기에 넘어가서 했던 거거든요.(웃음) 앞날이 그려지니까요. 너무 힘들겠구나. 그런데 사람들과의 관계들, 계속 이어왔던 사람들의 정신을 끊으면 안 되겠다는 미안함이 모두 있는 거예요. 그렇게 10년이 이어지지 않았나 생각이 듭니다.

 

임종우: 졸업이란 영화가 독특한 게, 액티비즘을 영화가 드러내다보면 어떤 집단이 단일한 정체성을 가지고 있는 것처럼 보여 질 때가 있잖아요. 그런데 <졸업>은 안에서도 차이가 있어요. 가령 학생들은 계속 투쟁현장에 남아있겠다고 하고, 교수들은 지금은 잠시 물러날 때니까 해산하자고 하는데요. 교수들은 징계를 받거나 파면되지 않는 한 정년까지 계속 소속을 유지할 수 있는 사람들이고, 학생들은 그렇지 못한, 일시적인 신분의 사람들이잖아요. 거기서 투쟁에 대한 생각이 다르게 드러났을 수도 있을 것 같고요. 수업거부가 있었을 때, 총학생회 사람들의 투쟁의 방식과 그 외 학생들의 방식이 다를 수 있잖아요. 그런 부분에 대해서 이야기를 더 듣고 싶습니다.

 

박주환: 그건 저도 계속 느꼈어요. 교수, 학생들이 가진 특성들이 다 다르잖아요. 목표는 같아요. 그 방식이 달랐던 것 같고요. 교수, 교직원들이 정년이 보장되니 그냥 총장 말 잘 듣고 가만히 있어도 되잖아요. 그런데도 싸웠잖아요. 저는 그것도 대단하다고 생각해요. 내가 만약에 결혼하고 가정이 있는데 잘릴 각오로 할 수 있을까 생각해보면, 저는 선뜻 했을 거라고는 말 못하겠어요. 그 마음도 이해가 돼요. 그래서 학생들은 더 가열차게 싸울 수 있었던 것 같아요. 학생들은 무기정학 정도에서 그치잖아요. 그럼 다시 시작할 수는 있거든요. 그러니까 어떤 투쟁의 강도나 이런 다른 지점들이 있을 수 있다고 봐요.

그리고 수업 거부는, 수업을 4번 이상 빠지면 F를 받잖아요. 그것처럼 학교를 6주나 빠지면 보강을 할 시간도 없는 거예요. 90년도에 세종대에서 그렇게 수업거부를 하다가 학교랑 교육부에서 학생들을 다 유급 시켜버린 사례가 있어요. 그런 사례가 있으니까 종환이도 학생들과 회의를 통해 이야기를 해야겠다고 한 거예요. 저는 그 학생들이 그렇게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고 생각해요. 세종대 사례에서도 유급 이후에 학생회가 다 깨졌대요. 원망이 생긴 거죠. 그래서 당시로서는 가장 합리적인 상황이었다고 생각해요. 어차피 수업 거부를 지속한들 학교 측이 말을 들을 상황도 아니었고요. 그런데 교육부가 얼마나 무관심한지, 그게 더 놀라웠어요. 총장은 그렇다쳐도 교육부라는 곳이. 정말 형편없는 정부였구나 했어요. 





임종우: 계속 관객분들 질문 받아보겠습니다.

 

박주환: 지금 객석에 영화 출연한 분도 있거든요. 어떻게 보셨는지 궁금한데요. 저기 교문 앞에서 "왜 막습니까?" 라는 대사를 친 학생입니다.

 

관객(영화 출연): 그날 문재인 대통령이 후보시절에 방문을 한 건데, 학생들이 차 타고 올라오는 것도 차 문을 다 열고 검문을 했어요. 그럴 수 있는 권한이 학교에겐 없잖아요. 10년간 그보다 말도 안 되는 상황은 더 많았고요. 저는 아직 졸업은 하지 못한 상태에서 사회에 나와서 일을 하고 있는데요. 이 영화를 보기로 결심한 이유는 졸업을 하려고입니다. 사실 저는 이 영화를 볼 자신이 없었어요. 저도 이 문제에 2~3년 정도 구성원으로서 시간을 함께했었으니까요. 저는 지금 원주에 남아있는데요. 학교가 어떻게 돌아가는지도 가까이에서 관찰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영화가 끝나는 저 시점에 저도 학교를 떠났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영화를 너무 잘 봤고, 4명의 선배들이 나와서 학사모를 쓰고 사진을 찍으며 엔딩을 맞이했지만, 그 뒤에 무엇이 남았을까 생각해보면 공허함이 커요. 그 뒤에 저 사람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 영화에 나오진 않았지만 수많은 사람들이 10년이란 시간동안 자신을 소모하면서, 한 가지 공적인 이유를 위해 자신의 청춘을 불태웠다는 생각이 들어요.

저 상황들이 끝났음을 받아들이고, 이후에 어떻게 해야하는 지에 대한 고민을 처음으로, 감독님이자 저의 선배님께 말씀을 드리게 되었네요. 감독님 덕분에 다음을 준비하는 계기가 되었고요, 무엇보다도 10년간 함께 투쟁한 사람이자 관찰자로서 담아주셔서 감사하고 축하드립니다.

 

박주환: 제가 영화를 꼭 만들고 싶었던 이유가 뭐냐면, 위로하고 싶은 사람들이 많아서예요. 10년 동안 다녔던 학생들은 저것 때문에 취업을 몇 년간 못했던 사람들도 많고요. 당시 싸웠던 학생들이 모이면, ‘그래, 학교 좋아졌다. 그런데 우리한테 남은 건 뭘까?’ 라는 질문을 하는데 저도 답을 못하겠어요. 그래서 영화라도 만들고 싶었어요.

제 영화를 김동원 감독님이 처음 보자마자 이건 오기로 만든 다큐멘터리라는 말씀을 하셨거든요. 그 오기가 그런 거예요. 너무 허무한 지점들이 있어요. 말씀하셨듯이. 우리가 그 중요한 시절에 어떤 명분, 정의를 위해 싸웠지만 그게 어떤 의미인지에 대한 질문이 여전히 있는 거예요. 그리고 당시 함께 학교 다녔던 학생들에게 헛된 것이 아니었다. 우리들의 청춘은 멋있는 것이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어요. 그래서 어떻게든 완성하고 싶었어요.

그런데 방금 말씀해주신 감정은, 상지대 구성원들만 가지고 있는 감정일수도 있어요. 다른 분들이 보실 때는 잘 해결됐구나.’ 하겠지만 당시의 학생들은 그런 감정들을 느끼거든요. 그래서 저는 학교가 더 이상 망가지지 않고, 정말 잘됐으면 좋겠어요. 그거라도 없으면 그 시간이 너무 아까우니까요.

 

임종우: 상지대 투쟁에 연대했던 대학들도 있다 보니까, 그분들이 이 영화를 본다면 또 감회가 새롭지 않을까합니다.

 

박주환: . 삭발했던 동덕여대 친구랑 여럿이 인다페때 영화를 보고 뒷풀이 했는데 그런 이야기들 하더라고요. 자기들도 총학생회장 했지만 졸업하고 사회 속에서 다 잊고 있었대요. 다들 그때를 기억하려 하지 않아요. 학교측이 회유하고 비리재단이 장악하게 된 학교도 많아요. 실패한 투쟁인거죠. 그분들이 내가 저렇게 뜨거웠던 적도 있구나, 그런 이야기를 해요. 그리고 제가 상영회를 다니면서 느끼는 건데, 2011년에 상지대가 연대투쟁 다닐 때가 반값등록금 운동이 시작될 시기였어요. 학생운동이랄까, 이런 게 조금이라도 남아있던 당시에 대학을 다녔던 학생들은 영화에 공감을 하는데, 지금 17,18학번 학생들은 어떻게 저럴 수 있지?’ 하는 반응도 있더라고요. 당시를 경험했던 사람들과 지금의 대학생들은 다른 시선이 있다는 걸 많이 느껴요.

 


임종우: 이제 마무리하도록 하겠습니다. 관객 분들께 마지막으로 하실 말씀 있으실까요?

 

박주환: 제가 아까도 말씀드렸지만 요즘 이런 독립영화, 독립 다큐멘터리 사람들이 정말 안 봐요. 저는 항상 어떻게하면 이걸 많이 보실까 고민해요. 여기 계신 분들 오늘 영화 재미있게 보셨으면 사진하나 찍어서 SNS에 해시태그 해서 올려주세요. 그냥 졸업이라고 쓰시면 너무 유명한 영화가 있어서 묻혀요. ‘다큐졸업이라고 올려주셔야 제가 보고 하트 눌러드려요.(웃음) 그래서 정말 많은 분들이 보실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오늘 좋은 이야기 나눌 수 있어 영광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 






Posted by indiespace_한솔

댓글을 달아 주세요

 




매일이 크리스마스일 순 없지만 그래도 살아요 

 인디돌잔치 <메리 크리스마스 미스터 모>  인디토크 기록


일시 2018년 12월 25일(화) 오후 2시 30분 상영 후

참석 임대형 감독

진행 김현민 영화저널리스트











*관객기자단 [인디즈] 도상희 님의 글입니다. (사진제공 신소영 님)





지난 크리스마스, 인디스페이스에서 <메리크리스마스 미스터 모>의 인디돌잔치 상영 후 인디토크가 있었다. 김현민 영화 저널리스트의 진행으로 임대형 감독과 관객이 대화를 나눴다. 관객의 마지막 질문이 인상 깊다. “모금산은 이발사가 아니라 배우를 꿈꿨던 사람이잖아요. 사랑하는 사람도 잃었고. 그런데도 모금산은 계속 살아가잖아요. 어떻게 그럴 수 있었을까요?” 곰곰이 생각하게 하는 질문들이 영화관을 따스하게 감쌌던 그 시간으로 초대한다.

 





김현민 영화저널리스트(이하 김현민): 안녕하세요. 오늘 관객과의 대화 진행을 맡은 김현민입니다. 반갑습니다.

 

임대형 감독(이하 임대형): 안녕하세요. 메리크리스마스 미스터 모 연출한 임대형입니다. 반갑습니다.

 

김현민: 오늘은 아시다시피 인디돌찬지, 영화가 태어나고 상영된 지 1년 만에 만나는 자리인데요. 그래서 특별한 선물을 준비했습니다. 박수로 맞아주세요. (촛불 켠 케이크 등장) 감독님이 촛불을 불겠습니다. 방금 촛불을 불면서 소원을 비셨어요. 어떤 마음이었나요?

 

임대형: 그냥 제스쳐만 했습니다.

 

김현민: 아니, 요식행위로.(웃음) 1년 만에 관객분들과 만나는 자리인데 소감을 안 들어볼수가 없어요. 오늘 또 크리스마스잖아요.

 

임대형: 사실 크리스마스에 상영한다고 해서, 몇 분이나 오실까 걱정을 많이 했어요. 그래서 어제 예매상황을 봤는데 서른여덟 분이 예매를 하셨더라고요. 생각보다 많이 보러 오신다는 생각으로 오늘 극장에 왔는데, 이렇게 더 많이 오실 줄 몰랐어요. 이 영화를 성탄절에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끝인사를 벌써 해버린 것 같네요.(웃음)

 




김현민: 저도 오늘 이렇게 많은 분들이 오셔서 반갑네요. 요새는 어떻게 지내고 계세요, 감독님?

 

임대형: 제가 새 영화를 1월 중 찍게 되어서, 준비하고 있습니다.

 

김현민: 작년(2017)에 저와 이야기하실 때, 엄마와 딸의 이야기를 찍으려고 한다는 말을 하셨어요. 그 영화인가요?

 

임대형: <메리 크리스마스 미스터 모> (이하 <메크모>)는 아버지에 대한 영화였다면, 어머니에 대한 영화를 한번 찍어보자 싶어서 이번에는 엄마와 딸이 여행을 하면서 엄마라는 사람에 대해 알아가는 과정을 그린 영화를 찍고요. 한국과 일본을 오가며 찍게 될 것 같습니다.

 

김현민: <메크모>도 일종의 로드무비라고 할 수 있는데, 그 영화도 그러면 로드무비 형식인가요?

 

임대형: . 여행을 하는 영화가 될 것 같아요. <메크모>처럼 여정을 따라가면서 한 사람의 삶을 들여다 보는 형식의 영화가 될 것 같아요.

 

김현민: 감독님이 여정을 따라가며 인물을 보여주는 방식을 좋아하시나 봐요.

 

임대형: <메크모> 찍고 나서 다음 영화는 어떤 영화를 찍을까 고민을 했었는데 본능적으로 한 사람의 여정을 따라가는 서사를 상상하게 되더라고요.

 

김현민저는 이 영화가 크리스마스가 되면 자동으로 떠오르는 영화가 됐어요. 작년에 처음 보고 이런 데뷔작을 만든 감독이라면 믿을 수 있겠다는 생각과, 내가 감독이라면 이런 데뷔작을 내고 너무 만족스러울 것 같다는 생각을 했어요. 감독님은 1년이 지났는데, 이 작품에 대한 감회가 어떤지요.

 

임대형: 찍은 지는 2년이 넘은 것 같아요. 저에게는 오래 전 지나온 영화라는 생각이 들고요. 그런데 크리스마스가 되면 같이 작업했던 배우분들, 스탭분들, 특히 기주봉 선생님의 화면 속 모습을 보면 보고 싶고 그래요.

 




김현민: 그렇지 않아도 배우들 이야기를 묻고 싶었어요. 이 영화는 독자적인 의미로도 훌륭한 작품이지만, 배우들의 호연이 많은 것들을 살려낸 작품이란 생각이 들어요. 기주봉 선생님도 그렇고, 오정환 배우, 고원희 배우, 김학선 배우, 전여빈 배우까지 모두 각자의 색깔을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하는데, 배우들에 대한 감회는 어떠세요?

 

임대형: 오늘도 다 같이 모이고 싶었는데 각자 스케쥴이 있어서 저 혼자 오게 됐어요. 기주봉 선생님은 작업할 때에도 좋은 분이었지만 작업이 끝나고도 계속 얼굴을 뵈면서 술도 마시고 선생님 댁에도 놀러갔어요, 선생님이 고양이 키우시는데 고양이 만지러 가고. 배우와 감독의 관계 이상으로 정말 좋은 사람을 만난 것 같다고 생각했고요, 같이 작업하면서는 연배가 있으신 선배님이신데 권위를 내세우지 않는 분이셔서 편했던 기억이 있어요. 배우분들 한 분 한 분 다 좋은 사람들이라 현장이 힘들지 않았어요. 이 영화는 현장이 좋았던 기억으로 계속 남을 것 같아요.

 

김현민기주봉 선생님 하면 생각나는 게, 챕터 5가 시작될 때, 모금산의 일기장 나레이션이 나오잖아요. 저는 다시 봐도 그 부분이 너무 좋고 가슴이 울리더라고요. 발음도 분명하시지만 목소리가, 형형하달까요. 말의 어미 하나를 닫을 때에도 공력이 있는 배우이기 때문에 할 수 있는 끝맺음이었어요. 문장을 쓰실 때 기주봉 선생님과 이야기를 나누며 수정하신건지, 감독님이 쓰신 그대로를 기주봉 선생님이 소화하신건지 궁금하더라고요.

 

임대형: 작업 후반에 녹음을 했거든요. 선생님이 대본대로 다 읽어주셨는데, 가령 아내가 그립다하는 목소리가 한 번에 나왔어요. 따로 연출을 하지 않아도 될 만큼. 워낙 연극도 많이 하셨으니 특성이 있으시더라고요. 그래서 한 번에 쭉 녹음이 됐던 것 같아요.

 

김현민: 크리스마스 트리를 츄리라고 발음하는 디테일과, 거기서 먼지에게 욕을 하잖아요. 그 발상이 재밌더라고요.

 

임대형크리스마스 츄리라고 대본에 썼는데, 선생님께서 그대로 살려서 츄리에 방점을 찍어서 읽어주시더라고요. 이런 게 연륜이구나. 딱히 말씀을 드리지 않아도 어떤 부분을 정확히 캐치를 하셔서 살리는 구나 싶었어요.

 

김현민: 먼지에게 욕을 하는 발상이 평소 감독님의 성향이나 생활상이 반영된 것인가요?

 

임대형: 제가 화가 좀 많은 것 같아요.(웃음) 그래서 영화를 찍고 있지 않나 하는 생각도 들고요. 속으로 쌍욕을 중얼거리며 살진 않지만, 모금산이라는 사람이 자기 안에 있는 어떤 감정이나 생각들을 밖으로 표출하는 사람이 아니기 때문에 욕을 해도 일기장에 쓰지 않았을까 싶었어요.

 

김현민그런 의미에서, 모금산이 자다가 막 베개를 뜯고 울컥하는 것도 감정표현 중의 하나라는 생각이 들어서 인상적이더라고요.

 

임대형: . 다른 사람이 보지 않을 때, 아무도 없을 때 혼자 있을 때, 잘 때, 정말 혼자가 된 사람이 자기 자신에게 화를 낸 것이죠.

 




김현민: 이 영화가 겉으로는 조용하고 단조로워 보이지만 저는 데뷔작을 낸 감독으로서 상당히 포부가 있고, 야심이 큰 시도가 있다는 생각을 해요. 일단 중년을 넘어선, 인생을 마무리해 가는 사람의 삶을 그린다는 것. 그래서 삶과 죽음이라는 거대한 테마를 다룬다는 것부터가 야심적이란 생각이 들었고, 흑백 화면이나 영화 속 영화의 활용도 그렇고요. 재미있는 것은 이 영화에는 서사적으로 클리셰적인 장치가 있어요. 출생의 비밀이라던가, 암선고를 받게 된다던가. 자극적일수도 있는 드라마적 요소들이 있는데 이런 것들을 잘 본인의 색으로 아우르면서 하나의 도전, 실현을 했다고 생각하거든요.

 

임대형: 말씀하신대로 출생의 비밀이나 암을 발견하는 소재를 이전과는 다른 방식으로 보여주자, 나라면 다르게 할 수 있어, 그런 만용이 있었던 것 같아요.(웃음) 첫 장편인데. 어려운 것들을 해보고 싶었어요. 남들이 잘 하지 않는 선택들, 클리셰들을 모아서 새롭게 보여줄 수 있다면 어쩌면 계속 영화를 할 수도 있겠다는 도전의식이었던 것 같아요. 돌이켜보면 왜 그랬을까 하는 생각도 들고요. 특히 흑백영화로 작업하면서 다시는 흑백을 하지 말아야지.’ 생각을 하고, 항상 영화 찍는 과정이 도전인 것 같은데 그래서인지 항상 힘들어요. 왜 이렇게 영화 찍는 게 힘든지 모르겠어요.(웃음)

 

김현민: 흑백을 선택하신 것을 후회할 정도로 힘드셨다고 했는데, 특히 어떤 부분이 난항이었는지 듣고 싶어요.

 

임대형: 색이 빠져있으면 단순하고 쉬워 보일 수 있는데 오히려 어려운 작업인 게, 화이트에서 블랙으로 가는 사이에 수많은 색들이 있는데 그걸 어떻게 배치하고 활용할 건지, 어떻게 입체감을 주어야 할지를 미술 세팅부터 배우들 의상 하나하나에 걸쳐 미리 계산하지 않으면 안 되는 위험한 작업이더라고요. 그래서 현장에서 후회 많이 했습니다.(웃음)

 

김현민: 그래도 배우들의 얼굴이, 골격이나 굴곡 같은 것들이 흑백 화면과 참 잘 어울렸던 것 같아요.

 

임대형: 모니터를 흑백으로 봤는데 기주봉 선생님과 다른 배우들 얼굴이 주는 무드가 흑백이랑 잘 어울리더라고요. 배우들이 화면 속에 있는 걸 보면 그 때 좀 안도감이 들었어요.

 

김현민: 저는 이 영화만의, 임대형 감독만의 호흡이 인상적이었는데요. 초반에 모금산이 아들하고 통화가 되지 않자 아들의 애인인 예원과 통화를 하죠. 그리고 아들이 어렸을 때 찍었던 홈비디오 화면을 보는데요. 강냉이를 먹으면서 이미 세상을 뜬 아내의 목소리를 들으면서 눈물이 그렁그렁 맺히는 순간이 있는데, 눈물이 차오르려는 찰나 모금산이 사레가 들어 강냉이를 뱉어버리거든요. 영화가 관객보다 앞서서 담백해져버리는 순간들이 있었어요.

 

임대형: , 제가 느끼한 순간들을 잘 못 참는 것 같아요. 감정적으로 배우들이 깊이 들어갈 때, 카메라가 멀리 빠진다거나 전환을 하는 방식을 많이 사용을 했던 것 같습니다.


 



김현민: 모금산 못지않게 재미있고 인상적인 인물이 아들 스데반인데요. 영화를 하려고 하는 입장부터 왠지 감독의 자아가 반영된 것이 아닌가 싶어요. 그런데 등장부터 한심스럽게 굴더니 예원에게 이런 말을 들어요. “말을 순서대로 해봐.” 라고. 거기서 모든 게 느껴지거든요. 스데반이라는 인물 구상에 있어 어떤 생각을 하셨는지 듣고 싶어요.

 

임대형: 스데반은 항상 핵심이 있으면 근처만 맴도는 사람인 것 같아요. 오정환 배우와 대화를 할 때에도,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이건데 이걸 말하기 위해서 수많은 길을 에둘러서 가야하는 그런 사람인 것 같다고 말하며 캐릭터를 잡았던 것 같고요. 저와 닮은 점은 없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아무래도 제가 썼으니까 저의 면면이 반영이 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들고요.

 

김현민: 모금산이 이런 이야기를 하잖아요. 스데반은 내 아들이지만 멍청한 놈이다. 예원이 왜 사귀는지 모르겠다. 그런 식으로까지 표현을 하는데, 이전에 어느 인터뷰에서 감독님이 그런 이야기를 했어요. ‘스데반은 버림받아야 마땅하다.’ 정말 그렇게 생각하시나요?(웃음)

 

임대형: . 그렇다고 생각하시지 않나요?

 

김현민짓궂게 대하시는 것 같아요, 스데반이란 인물을. 스데반이란 인물 자체가 가진 활력이나 코미디가 있었던 것 같아요.

 

임대형: 저도 스데반을 볼 때 이 사람이 마냥 답답해 보이고 한심해 보여도, 그 선이 너무 심하면 안 되겠다, 이 사람에게도 몰입할 수 있게 해야겠다고 생각했고, 그 선을 배우와 함께 잡는 과정이 난이도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

 

김현민: 그래도 귀엽게, 충분히 사랑스럽게 그려졌다고 생각해요. 이번에 영화를 다시 보다가 제가 새롭게 다가온 장면이 있었는데. 고향에 가서 스데반이 예원과 길을 걷다 느닷없이 비비탄을 줍잖아요. 쓸데없는 행위라고 생각을 했는데, 비비탄을 주우면서 어린 시절 총싸움했던 이야기를 하고, 예원은 쪼그려 앉아서 비비탄을 같이 주워주죠. 그 때 카메라가 전환되면 그 뒤에 여러 풍경이 보여요. 거기에는 아파트 같은 건물들이 있는데. 그 전 컷만 해도 그냥 시골의 한적한 공간을 둘이 하릴없이 걷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갑자기 그런 풍경이 보이니까 소외되어 있다는 느낌이 들더라고요.

 

임대형제 실제 경험인데요. 그 곳이 원래 무덤가였어요. 마을 뒷산에 있는 무덤터였는데 제가 영화를 찍으려고 가서 보니 아파트 단지로 바뀌었더라고요. 제 기억 속에는 공간들이 남아있는데. 이 영화를 통해 사라져 가는 것에 대한 애정 같은 것을 보여주고 싶었는데, 그 공간에 갔을 때 , 이 공간을 담아야겠다.’ 생각이 들더라고요.

 

김현민: 사라져가는 것들에 대한 애정이나 미묘한 슬픔 같은 감정이 모금산이 흑백 영화를, 무성 영화를 찍는 이유기도 할 텐데요. 이 영화는 영화에 대한 영화이기도 하니까요. 크리스마스날 영화 상영을 할 때, 열 명 남짓 한 관객들이 있을 때 처음에 저는 쓸쓸하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그런데 생각해보니 10명이 아니더라고요. 이 영화를 보는 우리도 그 영화의 관객이 되어있다는 걸 느꼈어요. 영화 속 인물들이 모금산 씨와 관련이 있는 인물이든 아니든, 우리가 그렇든 아니든 결국은 모두가 다 그 영화를 보면서 각자의 감상을 갖게 되잖아요. 영화는 굉장히 사적인 매체잖아요. 이 영화를 보며 영화에 대한 근본적인 물음, 우리는 왜 영화를 보고, 영화를 왜 만드는가. 그런 질문들을 다시금 던졌어요.

 

임대형: 저도 그런 질문들을 하면서 영화 작업을 했던 것 같고요. 지금도 항상 영화는 무엇이며, 왜 내가 하고 있는지 당위를 찾으려고 노력하는 것 같아요. 아직 잘은 모르겠지만. 중요한 질문인 것 같고요. 삶을 놓고 봤을 때도 삶의 당위를 꼭 찾으려는 사람들이 있거든요. 저도 좀 그런 사람인 것 같아요.

 



 

관객: 영화 너무 잘 봤고요. 영화 속 크리스마스라는 특정한 날이 그냥 클리셰의 한 부분인지, 사라져가는 것들에 대해 대조적인 상징이 있는 건지 여쭤보고 싶습니다.

 

임대형크리스마스라고 배경을 잡은 이유가, 제가 어렸을 때는 크리스마스 하면 선물 받는 날의 어떤 향수가 있었는데 자라면서 사실 크리스마스도 잊게 되더라고요. 오늘이 크리스마스인 것도 저는 엊그제 알았거든요. 그런 유년기의 향수가 점점 없어지고 있다는 생각에 시간적 배경을 크리스마스로 잡았던 것 같고요. 크리스마스는 찰리 채플린의 기일이기도 해요.

 


관객: 질문이 두 가지인데요. 첫 번째는 아까 일부 답변해주시긴 했지만, ‘쪼다같은 남성들과 훌륭한 여성들의 이야기랄까요, 그런 인상을 받았는데 의도하시거나 녹여내신 이미지가 있는지 궁금합니다. 두 번째는, 왜 모금산 씨가 슬랩스틱 코미디를 찍은 건지 궁금합니다.

 

임대형: 찌질한 남자와 멋있는 여자. 이런 구도 역시 어떻게 보면 클리셰라고 생각을 하는데, 한국 영화가 찌질한 남자를 정말 잘 만드는 것 같아요. 그런 남자들이 많아서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좀 들지만. 그런데 스데반이 단지 찌질한 남자라고만은 생각하지 않았던 것 같고요. 빈틈이 많고 부족한 친구지만 정성이 있는, 뭔가 노력을 하는 친구였던 것 같아요. 다음 답변으로, 제가 원래 슬랩스틱 코미디를 좋아했고요. 찰리 채플린, 버스터 키튼을 좋아했었고. 이 영화의 대본을 처음 쓸 때 사실 무성영화 대본부터 썼어요. 그걸 먼저 구상을 하고, 거기에 살을 붙여가면서 이런 형태가 됐거든요. 언어로 혹은 소리로 어떤 정보를 주는 것 보다 말이 다 빠진 상태에서 몸짓만으로 어떤 이야기를 전달할 수 있지 않을까, 감정을 전달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도전해보고 싶었어요.

 

김현민: 저는 그 영화 속 영화에서 슬랩스틱 코미디를 보면서 동작이 상당히 정확하고 노련하다고 생각했거든요. 우리가 어렸을 때 보던 찰리 채플린 영화에서처럼요, 이런 몸짓들은 감독님이 다 구상을 하신건지, 배우와 함께 만든 건지도 궁금하더라고요.

 

임대형기주봉 선생님께서 몸을 되게 잘 쓰세요. 이 영화에서의 모금산의 연기는, 배우가 아닌 이발사였던 사람이 하는 어색한 느낌이어야했기 때문에, 오히려 조금 어색하게 만들려고 노력했던 것 같아요.

 

김현민: 제가 부연을 하면, 저도 여성 캐릭터들이 인상적이었거든요. 예원과 자영, 잠시 나온 스데반 친모의 딸도 입체적이라고 생각했어요. 현명해 보인다는 게, 저는 납작하지 않아서였던 것 같거든요. 기능적으로 활용되는 순간들이 분명히 있을 텐데도, 그렇게 표현하지 않아서 여성들이 더 돋보였던 것 같아요.

 




관객: 작품의 인물들이 소소하더라도 개성이 있어서 마음에 들었고, 다음 작품도 기다려집니다. 영화의 장소를 금산으로 정하신 이유가, 황량하면서도 소박한 이미지를 보여주려고 하신건지 궁금하고요. 영화 후반부에서 스데반이 예원에게 마음속에 담아뒀던 고맙다는 말을 하는데, 그 때 예원도 나도 고마워.’라고 해요. 예원은 스데반에게 뭐가 고마운지 알고 싶습니다.

 

임대형보통 연인들이 헤어질 때 즈음에 고맙다는 말 많이 하더라고요. 별로 서로 고맙지 않은 데 고맙다고 하는. 그런 의도였던 것 같아요. 스데반은 정말 고마워서 그렇게 말할 수 있지만, 예원은 그동안 고마웠다의 느낌이...

 

김현민: 진짜 두 사람 헤어지는 건가요?

 

임대형그렇게 상상하면서 만들었어요. 제가 너무 노골적으로 말씀드린 것 같은데, 보시는 분에 따라 달라질 여지가 있는 것 같아요. 그리고 금산은 제 고향입니다. 제가 어릴 때 부터 고등학교 3학년까지 살았던 저의 고향이고, 제 기억 속의 공간들을 직접 가서 보면서 촬영지로 삼아야겠다고 생각을 했어요. 시나리오를 쓸 때에도 아무래도 제 기억속의 공간을 바탕으로 쓰다 보니까, 구체적인 정서들이 있어서 금산에서 찍게 됐습니다.

 

김현민감독님이 살았던 곳이고 좋아하던 곳이고, 꼭 한번은 영화 속에 담아보고 싶던 장소인데 그것을 데뷔작에서 이룬 거잖아요. ‘내 것으로 소화하고 나서 그 공간에 대한 감정이 달라질 수도 있을 것 같은데요.

 

임대형: 제가 좋아하는 공간들을 영화에 담으면 아름다워 보이더라고요. 금산이란 공간은 특히나 특색 있는 공간도 아니고, 정말 아무것도 없어요. 흉물스러운 인삼동상 같은 게 있고.(웃음) 그런 곳을 특별해 보이게 만들고 싶었던 것 같아요. 서울 생활을 한 지 10년 좀 넘었는데요, 영화에 나오는 곳들이 제가 잘 가는 공간들이에요. 낙산공원이나 서울역에서 북쪽으로 올라가는 길이나. 공간에 대한 저의 애정이 영화에 드러났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찍었습니다.

 

김현민: 마지막에 모금산 씨한테 여기저기 안 가보냐고 물었을 때, 모금산 씨가 구체적으로 동네들을 읊는 장면이 있어요. 미아리, 종암동, 이문동, 장이동 등. 이분이 살아온 삶의 이력 같은 것이죠?

 

임대형: 제가 저희 아버지께 실제로 여쭤봤을 때 그 동네들에 다 사셨더라고요. 그걸 다 옮겨 적었어요. 모금산이 좋아하는 영화배우 이름을 나열한 부분도 아버지한테 전화로 여쭤보니 쉴 틈 없이 배우들 이름이 나열하시더라고요. 그걸 그대로 받아 적어서 대사에 썼습니다.

 

김현민: 그럼 아버지에게 바치는 영화이기도 하겠네요, 이 영화는?

 

임대형: , 저희 아버지는 그렇게 믿고 계세요.(웃음)

 

 



관객: 이렇게 좋은 영화인지 몰랐어요. 초반부에는 조금 졸리기도 했지만, 맨 끝 장면에서 불발不發이라고 크게 나오는데 이 장면의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임대형: 저도 가끔은 제 영화 보면서 졸아서 괜찮습니다. ‘불발이라는 자막은 저희 아버지가 직접 써주신 글씨인데요. 저희 아버지가 난도 치시고 붓글씨를 잘 쓰세요, 아버지께 직접 써달라고 해서 화면에 심었어요. 되게 고민을 많이 했어요. 한글로 들어갈 수도 있고 영어로 들어갈 수도 있지만, 불발이라는 자막이 한자로 들어갔을 때 주는 정서가 있는 것 같아요. 제가 한국 고전영화들이나 일본 고전영화를 좋아하는데, 그 영화들에서 크게 한자로 나오는 자막들이 너무 멋지더라고요. 언젠가 한번 해보고 싶었어요. 그 자막을 다르게 보시는 분들도 있더라고요. ‘모금산의 인생이 불발된 건가?’ 하시는 분도 있고요.

 

김현민: 제가 상당히 신성하다고 느낀 부분이, 영화가 크리스마스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한데 영화 속 내용이 성경에 나오는 한 사람의 의인만 있어도 그 성을 열락시키지 않겠다.’는 구절과 비슷하게 느껴졌거든요. 폭탄을 터트리려고 하면 누군가 지나가고, 누군가 지나가고, 결국 불발되는 그 과정이 성경 속 이야기와 닮아있어서 여쭤봤더니 전혀 그런 의도는 없으셨다고 하더라고요.(웃음) 그래서 저는 오히려 재미있었거든요. 영화라는 것은 정말 사적인 매체고 각자의 주관적 기억과 추억과 경험에 의거해서 해석하는 것이다. 그런 것이 느껴졌어요. 롤랑 바르트의 푼크툼이라는 개념이 있잖아요.

 

임대형: 제가 롤랑 바르트 카메라 루시다라는 책을 되게 좋아하는데, 돌아가신 어머니 사진을 볼 때 다른 사람들은 느끼지 못하는 상처나 어머니와의 기억, 이런 것들을 바르트 본인은 알고 있잖아요. 다른 사람들은 이해하지 못하더라도 나만 알고 있는 상처 같은 게 특히 영화를 볼 때 각자 다들 다른 감상으로 나타나는 것 같아요. 가령 어떤 배우가 어떤 표정을 짓는데 저 표정이 나의 옛 연인을 닮았다거나 이럴 때 나만 느끼는 감정이 있으니까요. 이 영화도, 객석에 앉아있는 사람 모두가 모금산에 대해서 다르게 알고 있을테니 각자 다른 감상을 가졌을 것 같아요. 그런 점이 재미있는 것 같습니다.

 

김현민: 푼크툼 이야기 해놓고 너무 용어를 남발했나 생각했는데 감독님이 이렇게 쉽게 정리해주셔서 감사한 마음입니다. 마지막으로 한분만 더 질문 받아볼게요.

 


관객: 영화 너무 잘 봤고요, 이 영화를 오늘 두 번째 보는 건데 저는 처음 볼 때도 그런 생각을 했어요. 모금산은 배우를 꿈꾸는 사람이었잖아요. 그런데 그냥 평범한 이발사가 됐고, 혼자 살아가는데, 내가 만약 모금산이었으면 사는 재미가 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배우가 되고 싶다는 꿈도 있었고, 사랑하는 사람도 있었고, 그런데 상실과 실패를 겪었는데도 모금산은 계속, 계속 잘 살아가잖아요. 어떻게 저 분은 저렇게 많은 걸 겪어내면서 살아가실까. 두 번을 봐도 잘은 모르겠어요. 제가 너무 덜 살아봐서 그런 걸 수도 있지만.(웃음) 감독님은 모금산 씨가 어떻게 지금까지 살아오셨다고 생각하는지 궁금했어요.

 

임대형: 부모님들을 보면 그런 걸 느끼는 것 같아요. 가끔 대단하다고 느끼는데, 저도 아버지 어머니가 어떻게 저렇게 사는지 모르겠거든요. 저희 아버지는 새벽에 일어나셔서 날마다 운동을 하세요. 20년 넘게 헬스를 하셨고요. 어떻게 저렇게 근면하게 사실까 싶어요. 생각해보면 정말 대단하고요, 그렇게 삶을 지탱해나가는 것 자체가 대단한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모금산이라는 사람도 순간순간 고비가 있었겠지만 그때마다 항상 주변 사람들이 있거나, 아니면 병실에 있을 때 밖에서 불꽃이 터지잖아요. 그런 기적 같은 순간들도 있었을 테고요. 그렇게 사소한 행복들이 삶을 지탱해주는 것 같더라고요. 저도 어려서 아직 모르겠지만 그런 것 같습니다.

 




김현민: 삶을 지탱한다는 표현이 저한테도 와 닿아요. 항상 좋은 일이나 큰 사건이 있지 않아도, 여기 있는 분들 모두 삶을 견뎌내고 지탱하고 있는 것 같아요. 그것이 인생인 것 같고. 그것을 이미지로 은유해서 표현하신 부분이 있어요. 모금산 방에 일기장을 꽂아놓은 책장 있잖아요. 책장을 잘 보시면 책의 무게들 때문에 휘어있거든요. 저는 그것이 모금산 씨의 삶을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했었어요.

 

임대형: 맞아요, 자세히 보시면 연도별로 라벨이 붙어있어요. 오랫동안 똑같이 생긴 노트에 일기를 써왔던 사람이고, 그게 같은 자리에 오래 있다보니 책장이 구부러졌을 거라고 생각을 했고요. 그러다 우연히 휘어진 책장을 구했을 거예요.

 

김현민: 크리스마스에 긴 시간 자리 함께해주셨는데요. 감독님이 처음에 살짝 이야기를 해주셨잖아요. 다음 작품은 엄마와 딸에 대한 이야기라고. 여기서 구체적인 내용을 들을 순 없고 임대형이란 감독이 어떤 테마를 가지고 있는지 궁금해서 여쭤보고 싶어요.

 

임대형: . 페미니즘을 담아내는 영화가 될 것 같고요. 제가 남성 감독이기 때문에 한계를 많이 느끼고 있어요. 많이 부딪히면서 노력을 해보고 있습니다. 새 시대에 어울리는 가치가 있는 것 같고, 그 가치에 조금이라도 영화가 기여할 수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열심히 해보고 있습니다.

 

김현민두 번째 작품도 상당히 도전적인 작품이 될 것 같아요. 한국 사회에서 남성으로서 페미니즘 이슈를 다루는 것이 쉽지는 않을 것 같은데, 영화가 완성되면 저도 동참해서 생산적인 비판을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오늘 와주신 관객분들에게 마지막으로 인사 부탁드릴게요.

 

임대형: 성탄절 날 영화 한편의 시간을 내주신다는 게 쉬운 일이 아닐텐데 모두 감사드리고요, 메리 크리스마스!

 

 



Posted by indiespace_한솔

댓글을 달아 주세요





 <메이트>  한줄 관람평


권정민 | 영화적 문법보다는 드라마적 연결로 풀어내는, 연애의 불협화음

김정은 기시감을 떨쳐낼 수 없었던 불안한 청춘들의 연애

승문보 | 사랑 때문에 방황하는 한 여자와 한 남자가 있었다

주창민 책임회피의 굴레 끝에 사랑이 있을까, 공감하지 못한 이들에겐 끝없는 연애상담 같은 피로감만이.

도상희 | 그럼에도 사랑이라니







 <메이트>  리뷰: 그럼에도 사랑




 *관객기자단 [인디즈] 도상희 님의 글입니다. 




영화는 사랑타령을 한번 만들어보기로 굳게 마음먹은 것 같다. <메이트>는 팍팍한 시대의 달콤한 연애놀음이다. 은지(정혜성)의 한마디가 영화를 말해준다. "돈도 펑펑 못 쓰는데, 마음이라도 펑펑 쓰면서 살아야지." 은지는 박봉의 잡지사 에디터다. 그런 은지와 사랑에 빠지는 준호(심희섭) 또한 다 식은 도시락을 먹다가 학자금 대출 상환 독촉 문자를 받는 처지다. 돈도, 시간도 많아 신경 쓸 것 없이 사랑에만 집중할 수 없는 처지의 보통 남녀. <메이트>는 보통의 연애를 보여준다.

 




검색하면 쉽게 나오는 영화 소개에는 남자 주인공 준호가 사랑을 믿지 못하는 사람으로, 여자 주인공 은지가 자신을 사랑에 힘껏 던지는 용기 있는 사람으로 설명되어 있다. 그러나 사랑을 너무나 믿는 사람, 더 뜨겁게 사랑하고야 마는 사람은 준호다. 준호가 쉽게 누구에게나 자신의 방에서 자고 가라고 말하고 마음을 덜 주는 것처럼 보이는 것은 단지 두렵기 때문이다. 자신이 얼마나 사랑을 갈구하는, 사랑이 주는 구원을 맹신하는 사람인지, 그래서 헤어 나오지 못할지 알기 때문이다. 일자리를 전전하는 포토그래퍼 생활, 가족을 버리고 떠나 이제 병상에 누워있는 아버지, 작은 식당을 하는 엄마의 굽어가는 어깨. 생활이 무거운 준호는 짐짓 마음 주지 않는 척, 가볍게 만나는 척, 강한 척을 하고 있다. 자신이 키우는 소라게처럼 여린 속살을 감추어보는 것이다.




 

반면에 '마음이라도 실컷 써야지'라고 호기롭게 말하는 은지야말로 사랑을 믿지 못하는 캐릭터다. 그녀가 준호의 마음을 믿었더라면 다른 사람에게 그렇게 쉽게 흔들리지 않았을 것이다. 은지는 왜 사랑을 믿지 못하게 됐을까? 준호와 첫 밤을 보내고 고백했듯이 아마도 자신을 할머니 집에 버리고 간 엄마에 대한 기억 때문일 것으로 추측해본다. 영화상에서 준호에 비해 은지가 살아온 배경이 덜 설명되고, 그래서 은지가 종잡을 수 없는 사람으로 보여지는 것은 아쉬운 지점이다.

 




사랑을 믿기에 뛰어들지 못하든, 믿지 못하기에 도망치려 하든, 두 사람은 꼭 한 쌍의 소라게처럼 닮아있다. 내 방 한 칸 마련할 수 없는 팍팍한 현실 속에서 마음 한 칸 내어주는 사랑을 겁내는 것은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오늘도 누군가 이 추운 땅에서 서로의 손을 맞잡아보는 것은, 그럼에도 견디어나가야 하기 때문일 것이다. 서로가 서로에게 구원은 되어 줄 수 없음을 알면서도.

 





 

Posted by indiespace_한솔

댓글을 달아 주세요

 



끝나지 않은, 끝나지 않을 그날  용산참사 10주기 도시 영화제 <공동정범>  인디토크 기록


일시 2019년 1월 13일(금) 오후 7시 상영 후

참석 김일란, 이혁상 감독

진행 이원호 용산참사진상규명위원회











*관객기자단 [인디즈] 승문보 님의 글입니다.



2009120, 경찰이 철거민을 강제로 진압하는 과정에서 망루가 불탔고, 철거민 5명과 경찰 특공대원 1명이 사망한 용산참사가 일어났다. 김일란 감독과 이혁상 감독의 <공동정범> (2016)이 개봉했던 작년 1용산참사 9주기를 맞이했고, 여전히 제대로 밝혀진 게 없이 10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긴 시간이 흐르면서 점점 많은 사람이 그날을, 국가폭력으로 인한 비극적인 과거를 잊어간다. 그러나 진상규명을 위한 운동과 노력은 멈추면 안 된다. 왜냐하면 과거는 깨어져 부서진 조각이 되어 도시 곳곳을 배회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생존자와 유가족의 시간은 여전히 불타는 망루에 묶여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113일에 진행된 인디토크는 도시 영화제의 참된 의미를 살펴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이원호 용산참사진상규명위원회(이하 이원호): 안녕하세요, 눈썰미가 좋으신 분들은 영화에 잠깐 나온 저를 발견하셨을 텐데 용산참사진상규명위원회 사무국장을 맡고 있는 이원호입니다. 반갑습니다. 그리고 <공동정범>을 연출한 연분홍치마의 김일란 감독님과 이혁상 감독님을 박수로 모시겠습니다. 감독님 두 분도 인사해주시죠?

 

이혁상 감독(이하 이혁상): 미세먼지를 뚫고 이 자리를 함께 해주셔서 감사하고요. 저는 연분홍치마에서 활동하고 있는 이혁상입니다.

 

김일란 감독(이하 김일란): 저도 연분홍치마에서 같이 활동하고 있는 김일란입니다. 반갑습니다.

 


이원호: <공동정범>을 이전에 보신 분 계신가요? 대부분 오늘 처음 관람하셨나요? , 오늘 대부분 처음 보셨군요. 엄청 충격을 받으실 수 있는 영화이기도 한데요. 지난 9주기를 앞두고 이 영화가 개봉했고, 개봉한지 벌써 1년이 되었어요. 이 영화에 대해서 많은 이야기가 오갔고, 유수 영화제에서 수상도 많이 했죠? 상을 몇 개 받으셨나요?

 

이혁상: 그건 아마 김일란 감독님이 정확히 알고 계실 거예요.

 

이원호: 그러면 2018올해의 여성영화인상을 수상을 했던 김일란 감독님에게 질문을 드려야겠네요.

 

김일란: 저희가 11? 그 정도 받은 걸로 기억하고 있습니다.

 

이원호: 유수 영화제에서 수상을 해서 이 영화의 이야기나 배경을 알고 계신 관객도 계실 것 같아요. 우선 두 분 감독님께 간단한 소회 정도 여쭤본 다음에 관객과의 질의응답 시간을 갖도록 하겠습니다. 이제 용산참사 10주기가 됐어요. <공동정범> 개봉 1주년에 대한 소감일 수도 있고, 용산참사가 벌어진 후 함께 하면서 생긴 소회일 수도 있는데, 들어볼 수 있을까요?

 

김일란: 이런 질문이 가장 어려운 것 같아요. 10년의 소회를 말해달라고 하면 무슨 이야기부터 해야 하는지 모르겠는데요. 2009120일에 용산참사가 일어났고, 201019일에 장례식을 했었는데, 그날 눈이 펑펑 내렸어요. 저를 포함한 연분홍치마는 미디어 활동을 하면서 그 때 장례식을 촬영했는데, 미디어 팀 중 한 사람이 여기가 다 헐리고 새로운 건물이 지어질 때까지 누군가가 촬영해서 다큐멘터리를 만드는 거 아니냐고 이야기를 했어요. 그 자리에 있던 다른 미디어 팀 활동가들이 웃으면서 누가 그런 일을 하겠냐고 했는데, 저희가 다큐멘터리를 제작할 거라고는 생각도 못했어요. 그렇게 10년이라는 세월이 흘렀는데요, 뻔한 레퍼토리 같은 말이지만 여전히 참사와 관련해서 밝혀진 게 없고, 그리고 유가족들이 가족을 잃은 고통을 겪어야 하는 원인을 아직도 알 수 없고, 시간만 흘러가는 상황에서 안타까움마저 무뎌져 가는 게 아쉬워요. 이제 마지막 기회라고 할 수 있는, 경찰에서 지금 진행 중인 과거사진상규명이 잘 되었으면 하는 생각이 듭니다.

 




이원호: 연출은 아니지만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두 개의 문>(2011)에 참여하시면서 지금까지의 세월을 함께 보낸 이혁상 감독님의 소회도 궁금한데요. 용산 현장에 아직 건물이 다 올라가지 않았어요. 공사 중인 현장의 이름이 용산센트럴파크해링턴스퀘어라고 하는 정말 알 수도 없는 이름의 주상복합건물인데, 지금 김일란 감독님 말씀대로 공사가 끝날 때까지 촬영을 한다면 영화 한 편을 더 찍어야할 것 같아요. 이혁상 감독의 소회는 어떠신지요?

 

이혁상: 10년이 지났지만 바뀌지 않은 상황을 보고, <공동정범>을 연출한 제 입장에서는 과연 다큐멘터리가 정답일까?’라는 질문을 많이 던지고 있어요. 지금까지 우리가 해왔던 이 활동이 물론 의미는 충분히 있었고, 지난 과정에 관해 후회는 없어요. 하지만, ‘이 이야기를 좀 더 효과적으로, 좀 더 많이 전할 수 있는 길이 꼭 다큐멘터리일까?’라는 생각을 요즘 부쩍 많이 하게 되더라고요.

 

이원호: 그렇다면 극영화를 고민하고 계시는 건가요?

 

이혁상: 아니요.(웃음) 극영화를 하겠다는 것 보다는... 글쎄요, ‘극장이라는 공간이 이 이야기를 전달하기에 알맞은 공간일까?’라는 생각부터 창작의 방식이 아예 다른 방식이어야만 했는가?’, ‘TV에 나와 유명해져야 하나?’ 등 굉장히 여러 생각들을 하고 있어요. 그건 아무래도 이 영화에 응답하고, 함께 봐주시고 그리고 각자의 생각을 함께 공유해주시는 관객 여러분의 존재와는 별개로 참사의 진상이 현재까지 밝혀지지 않고 있고, 아직도 여러 외압에 시달리게 되니까 미약한 힘을 느끼게 돼서 약간 우울해지더라고요. 이맘때면 되면 <공동정범> 주인공들도 정신적으로 우울해 하시거든요. 그런 의미에서 이원호 사무국장님의 소회를 듣고 싶네요.

 

이원호: 이혁상 감독님께서 하신 말씀을 들으면서 작년에 <꽁동정범> 개봉 운동을 하면서 했던 얘기들이 생각나네요. 그때가 촛불로 정권이 교체된 후 첫 용산참사 추모행사를 앞두고 <공동정범>이 개봉하는 상황이어서 극장을 광장으로 만들자는 이야기를 나눴거든요. 단순히 영화만 보는 게 아니라, 촛불을 들었던 사람들이 광장에서 냈던 목소리를 극장에서 다시 내서 용산참사의 진실을 밝히는데 힘을 모으는 일을 개봉을 통해 해보자고요.

10년의 소회를 저한테 물으셨는데, 저는 부정적 말을 안 하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10주기를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 마음을 먹을 때부터 그렇게 다짐했어요. 9주기 때까지만 해도 우리가, 특히 유가족들이 하나도 달라진 게 없고 우리는 여전히 2009년에 머무르고 있다라고 말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기도 했고요, 사실 10주기를 맞이한 지금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어요. 하지만 10년이라는 세월의 의미를 고려할 때 우리가 10주기를 패배적으로 상상하거나 만들어가지는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10년 동안 우리가 어떻게 싸워왔고, 어떻게 목소리를 내왔고, 그리고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지금까지 용산을 기억하면서 손 잡아줬는지를 드러내자고 이야기를 나눴어요. 미약하지만 검찰의 과거사진상조사단 결성과 같은 것이 우리가 10년 동안 목소리를 내온 결과라고 생각했어요. 밝혀진 게 여전히 많이 없지만, 진실을 밝힐 수 있는 초입에 들어섰다고 생각해요. 한편으로 저희가 365일 만에 장례를 치렀잖아요. 장례를 치르면서 유가족들에게 10년 안에 진상을 규명하겠다는 지키지 못할 약속을 했어요. 10년을 보내면서 진상규명의 마침표를 찍지 못했지만, 진상규명에 들어가는 시작점을 찍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혁상: 지금 과거사진상조사단 활동은 어떻게 되어 가고 있나요?

 

이원호: 지난 8월 경찰청 인권침해 사건 진상조사위원회에서 용산참사 조사 결과를 발표했어요. 6개월 간 조사를 실시했고, 이 조사의 결론에 따르면 경찰의 과잉진압, 특히 경찰 수뇌부가 안전을 버리고 성급하게 진압을 하던 과정에서 일어난 인명 피해 사건이라고 공식적으로 발표를 했어요. 그리고 참사 직후 이것과 관련된 여론을 조작하기 위해 경찰이 조직적으로 이를 왜곡했다는 문건이 발견되기도 했어요. 또한 정부 총리실에서 이번 조사와 관련한 사과의 입장을 표명했어요. 그런 면에서 큰 진전이 있었다고 봐요. 왜냐하면 그전까지 정부의 공식적인 기록에 의하면 용산참사로 돌아가신 철거민은 그저 생존자와 경찰관을 죽인 사람으로 기록되었고, 판결문은 죽음의 원인이나 책임을 묻지 않았는데 어쨌든 경찰청 인권침해 사건 진상조사위원회를 통해서 묻혔던 진상의 일부가 밝혀졌기 때문이죠. 다만 과잉진압이나 사후 여론조작 등 관련된 모든 것들이 공소시효가 7년이에요. 그래서 당시 주요 책임자라고 언급되는 현재 자유한국당 소속 국회의원 김석기 전 경찰청장이 최근 경찰청 조사를 부인하고 있죠. 공소시효도 지났으니 지금은 뒤에 숨어 책임을 회피하고 있고, 또한 검찰 과거사진상조사단도 이 사건이 과거 검찰의 잘못된 기소나 수사가 있었다는 판단 하에 사전조사를 마치고 본조사를 시작했지만, 예정된 시간 안에 끝나지 않았어요. 들은 바로는 12월 말이 되어서야 당시 검찰 17명과 수십 명의 수사관으로 구성된 대규모 용산참사 수사본부가 꾸려졌는데, 구성원 중 아직도 현직에 있는 사람은 10년이 지났으니 고위직 검찰이 되었고, 퇴직한 검찰들은 퇴직한지 얼마 안 되었기 때문에 전관변호사가 되어 검찰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위치라 수사에 외압이 가해져 거듭 파행되고 있었음이 드러났어요. 그나마 다행인 건 수사기간이 3개월 정도 연장이 돼서 올해 2월까지 실질적으로 수사가 진행될 예정이고, 3월에 수사 결과가 공표될 예정이에요. 기한도 문제고, 여전히 외압 문제가 해소되지 않아서 제대로 마무리할 수 있을지 의문이에요. 걱정이 많은 상황에 놓여 있습니다.

 

이혁상: 영화에서 목소리로 당시 용산참사 대법원 판결문을 읽은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사범농단의 주범임에도 현재 용산참사 수사에 빠져 있어서 조바심을 느끼기도 합니다.

 

이원호: 김석기도 최근 경찰의 발표에 대해 대법원에서 판결이 난 사건을 갖고 무슨 재조사를 하냐고 말하고, 대법원 판결을 부정하냐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그 대법원이 사법농단 주범인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임을 망각하거나 사법농단이 없었다고 규정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영화 외적인 이야기가 아니죠? 원래 <공동정범>의 기획의도가 용산참사의 진실을 밝히자는 거였잖아요?(웃음) 이 영화를 오늘 처음 보신 분이라면 용산참사의 진실을 밝혀냈을 거라는 기대를 갖고 보셨을 텐데, 생각과는 다른 영화라서 의문을 가졌을 같기도 해요.

 

김일란: 사실 참사가 일어난 후로 긴 시간이 흘렀고, 감옥을 갔다 오면 세상이 어느 정도 바뀌었을 거라는 믿음을 갖고 출소를 했는데 세상이 바뀌어 있기는커녕 용산참사는 잊히고 있고, 진상규명위원회는 좋지 않은 상황에 놓여있었기 때문에 이분들은 자신들의 분노와 억울함을 가까이에 있던 동지들에게 표출했던 게 아닐까 싶어요. <공동정범>을 찍기 시작했을 때만 해도 어느 누구도 이 영화가 이렇게 될 거라고 예상하지 못했어요. 애초에 이 영화는 <두 개의 문> 속편으로 기획이 되었고, 가제 역시 <두 개의 문2> 정도로 생각하면서 이 영화를 기획을 했어요. 과연 그날 망루 안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화재의 원인이 무엇이었는지, 그리고 우리가 적어도 밝혀야 할 진실은 무엇인지 등의 질문에 대한 답을 찾고자 찍었지만, 여전히 그런 질문들은 유효함에도 그 질문에 못지않게 주인공들이 겪고 있는 갈등, 긴장, 서로 원망하는 마음 등이 해결되지 않으면 용산참사 진상규명 관련 이야기를 꺼내는 것에 대한 회의감이 들 것 같았어요. 그때는 다큐멘터리에 이런 내용이 담길 거라고 생각은 못했지만, 이분들의 어그러진 관계가 회복되지 않는다면 진상규명과 다큐멘터리 활동을 함께 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들어서 문제를 어떻게 해소해야 할지 고민했어요. 이들의 갈등은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단순히 생기는 어그러짐이 아니라, 이 자체가 국가폭력의 한 형태라는 생각을 하게 되는 계기이기도 했어요. 그래서 이분들의 갈등을 다큐멘터리 안에 담아야겠다는 생각을 했고, 주인공 분들에게 <공동정범>의 기획의도가 바뀔 수 있다는 점을 말씀드리면서 인터뷰를 진행했습니다.

 

이원호: 사실 오늘 이 영화를 처음 보신 분들이 궁금하실 거 같아서 말씀드리자면 영화에 나오는 모습보다 관계가 많이 나아졌습니다. 영화 덕분이에요. 정말로. 개봉 전에 이 영화를 다 같이 보시면서 자신들의 모습을 들여다보고, 자기 주변 사람이 왜 힘들어 했는지 보게 되면서 서로에게 사과하고, 그때 이해하지 못한 부분에 대해 미안하다는 말을 건네면서 관계가 조금씩 회복되기 시작했어요. 그리고 영화 개봉을 앞두고 주인공분들이 나서주기도 했어요. 영화 홍보 일에 열심히 동참해주셨어요. 그런 과정에서 관계가 회복되기도 했어요. 말씀해주셨다시피 갈등을 드러내는 방식으로 국가폭력이 어떻게 내밀하게 작동하는지 섬뜩하게 보여주는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이제 관객분의 소감이나 질문을 받아 봤으면 좋겠어요. 묵직한 영화를 보신 다음 복잡한 생각을 하셨을 텐데, 개인적인 느낌을 말씀해주셔도 좋고, 영화나 용산참사와 관련한 궁금한 점을 물어봐주셔도 좋습니다.

 




관객: 이혁상 감독님께 질문이 있어요. 아까 과연 다큐멘터리가 정답일까?‘라는 고민을 하고 계신다고 말씀해주셨는데, 그 고민과 관련해서 좀 더 구체적인 이야기를 듣고 싶어요.

 

이혁상: 아마도 저를 포함한 다큐멘터리 감독님들은 이 반복을 겪지 않을까 싶어요. 영상 활동가들이 어떤 작품을 만들어낸 후 변화를 모색하지 못할 때마다 하게 되는 고민인 것 같아요. 그에 더해 영화 흥행여부나 생계 고민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해서 다큐멘터리가 과연 정답일까?‘라는 고민을 하게 된 것 같아요. 10년이 지난 지금 상황에서 소폭의 진전이 있기도 했지만, 아직 그 자리에 머물러있다는 생각도 있어서 제 다음 행보를 계속 고민하게 되는 것 같아요. 사실 이 고민은 오래 전부터 해왔었고, 엄연히 따지면 <두 개의 문> 때부터 했던 고민인 것 같은데요. 다큐멘터리가 아닌 극영화를 만들까 생각도 했어요. 아예 다른 길을 모색해보는 것도 생각했어요. 아니면 카메라 없이 다시 현장에 뛰어들까 생각도 했고요. 현장에서 영상 활동가의 위치와 스마트폰으로 매체를 소비하는 세상에서 누군가에게는 서서히 잊히는 극장이라는 공간을 고려하면서 내가 만들어야 하는 콘텐츠의 방향성을 고민하게 되었어요. 아직 정답이 있지는 않아서 올해는 제 활동의 방향을 모색하기 위한 시간으로 보내기로 했습니다.

 

이원호: 사실 <공동정범>에 대한 기대가 너무 커서 그랬던 것 같기도 한데, 저는 두 분이 만든 용산참사의 진실을 밝히기 위한, 혹은 용산을 기억하기 위한 다큐멘터리가 유일한 정답은 아니지만 여러 정답 중 하나였던 점은 분명했던 것 같아요. 저는 저와 여러분 모두가 용산참사와 연결되어 있다고 생각하지만, 용산참사는 10년 전에 일어난 과거의 일 중 하나로만 기억될 수밖에 없고, 그 기억을 끄집어내기 위한 작업을 하지 않는다면 기억 속에서 사라질 수밖에 없는 게 사실인 것 같아요. 진상규명위원회가 이런저런 활동을 한다고 해도 대중적으로 관심을 받는 활동이 아니면 무엇을 그동안 해왔는지 모르잖아요? 그런 상황에서 <두 개의 문><공동정범>이 누적관객수보다 더 엄청난 파급력을 보여줬다고 생각합니다.

 

이혁상: 감사합니다. 이런 말씀을 드릴지 말지 고민을 했었는데, 다큐멘터리를 찍으면서 대부분 영상 활동가들이 비슷한 컨디션을 가졌을 거라고 봐요. 심리적으로나 육체적으로나. 시간이 지나면서 상황을 고려하며 다른 전략을 짜야 하지 않겠냐는 고민을 하는 것 같아요.

 

이원호: 이미 알려진 이야기도 하지만, 김일란 감독님이 영화 개봉을 앞두고 암 판정을 받았고, 지금은 수술 후 회복을 잘 해나가고 있습니다. <공동정범>을 만드는데 3년이라는 시간이 걸렸죠.

 

김일란: 뭔가 말을 해야 할 거 같은데요.(웃음) 제가 투병한 이유를 <공동정범> 때문이라고 생각하지는 않고요. 다른 이유가 있었을 거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이혁상 감독이 다큐멘터리 말고 다른 방법을 찾아야겠다고 할 때 그 말에 동의는 해요. 근데 저는 그 말이 진짜 다른 방법을 찾고 싶다는 마음일수도 있지만, 다큐멘터리에서 답을 찾을 수 있지 않겠느냐는 반문은 아닐까 싶기도 했어요. ‘과연 다큐멘터리가 최선인가?’라고 묻는다면 아니라고 생각해요. 물론 다양한 방법이 있죠. 10주기를 앞두고 여러 매체가 용산참사를 다루고 있을뿐더러, 특히 다음 주부터는 다양한 방송 프로그램에서 이야기가 나올 예정인데요. 방송이 해야 할 일은 방송이 알아서, 책으로 다가가야 하는 일은 책으로 다가가야 하는데, 그렇다면 다큐멘터리로 해야 할 일이 분명히 있다고 생각해요. 장르 자체에 대한 회의감이라기보다 많은 사람과 소통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게 어려워지니까 장르를 향한 회의감까지 생기는 것 같아요. 많은 사람과 소통할 수 있는 방법을 많은 활동가와 고민하고 있어요. <두 개의 문><공동정범>은 제 인생에서 되게 중요한 작품이고, 저에게 독특한 경험을 안겨준 작품이기도 해요. 7만 이상의 관객들을 만났다는 개인적인 경험이 제가 다큐멘터리를 만드는 태도에 많이 영향을 미친 것 같아요. 관객을 만나는 경험이야 말로 감독이 성장할 수 있는 가장 큰 발판인데, 그런 기회가 많은 다큐멘터리 감독들에게 주어지지 않은 현실이 굉장히 안타까워요. 관객을 만날수록 감독으로서 어떻게 이 이야기를, 이 주제를, 내가 사랑하고 있는 이들의 말을 전달할지 고민하는 방식이 각자 달라지는 것 같아요. 이런 고민을 용산참사 사건과 유가족들 덕분에 하게 된 것이 한편으로는 마음이 무거운 일이기는 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무척이나 의미 있고 즐거운 일이기도 했어요. 다큐멘터리 작업 때문에 제가 암에 걸렸다고 말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생각해요. 그냥 제 성격이 별로인 거 같아요.(웃음) 이렇게 정리하는 게 좋지 않을까 싶습니다.

 



 

관객: 오늘 <두 개의 문><공동정범>, 두 편의 다큐멘터리 잘 봤습니다. 일단 영화 만드시느라 수고 많으셨습니다. 다른 지역도 이와 같은 재개발에 대한 아픔이 많이 있고,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폭력적인 진압을 당하기도 했고, 가재울 지역에서도 사람이 죽었지만 한때 이야기 되다가 결국 묻혔잖아요. 그런데 <두 개의 문>이나 <공동정범>의 경우 꾸준히 상영된다는 자체가 의미 있다고 생각해요. 사실 저도 이런 경험을 겪었는데, 제 가족도 용역 깡패한테 맞기도 했어요. 요즘 다들 먹고 사는 게 힘들다 보니 이런 문제에 대해 꾸준히 많은 관심을 두려고 했지만, 계속 희석되더라고요. 제도나 정책을 만드는 사람들이 서민에 대한 삶을 이해하지 않고 그저 보여주기식 정책 혹은 성과주의식 정책을 만들다 보니 이런 일이 발생하는 것 같아요. 제가 있던 뉴타운 지역의 경우 외관상으로는 잘 되어 있지만, 원주민의 정착률이 10%가 안 되는 곳이 많고, 생계의 터전을 잃고 외곽으로 쫓겨난 경우가 많아요. 이런 상황에서 <두 개의 문>이나 <공동정범>이 흥행 여부를 떠나서 계속해서 질문을 던진다는 자체가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해요. 또한 여러 형태로 문제제기를 하는 태도가 좋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다큐멘터리뿐만 아니라 다른 영상매체에 대해 고민하시고, 제도적인 부분도 같이 고민하신다면 좋을 것 같아요. 그리고 <공동정범>의 주인공들처럼 상처를 받으신 분들이 많은데, 이런 문제 역시 우리가 같이 계속 고민해야 하는 부분인 것 같아요. 빨리 김일란 감독님 쾌차하셨으면 좋겠고요, 힘들겠지만 이런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은 연대하는 것밖에 없다고 생각해요. 제가 하는 말이 두서가 없지만, 마지막으로 같이 꾸준히 연대하고 고민하고 싶다는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

 

이혁상, 김일란: 정말 감사합니다.

 

이원호: 비슷한 경험이 있으셔서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던 거 같아요. 사실 여기 들어오기 전에 제 가슴에 달려 있는 용산참사를 상징 리본을 본 김일란 감독이 왜 이렇게 낡았냐고 물어보셨어요. 보통 제가 용산참사 추모행사를 앞두고 새 리본을 다는데요. 여러분들도 아시겠지만 작년 12월 초 아현동 재건축 지역에서 강제 철거를 당하고 갈 곳이 없어 길거리를 헤매던 박준경 씨가 한강에 투신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이 있었어요. 아현2구역 철거민대책위원회가 꾸려지고 시신으로 발견된 후 40일 만에 장례식이 열렸어요. 그때 지금 달고 있는 리본을 달았었거든요. 한 달 이상 넘게 달고 있다 보니 많이 헐었죠. 제가 용산참사가 저와 아직도 크게 연관 있는 사건이라고 말씀드렸잖아요. 그리고 저뿐만 아니라 여러분들도 자신과 직접적으로 연결되는 사건이라고 여겨야 한다는 주장을 아까 말했죠. 방금 말씀하신 관객 분처럼 용역깡패의 폭력이나 강제 철거를 당하지 않은 사람이라면 용산참사와 같은 일을 이해할 수 없을 수도 있죠. ‘저렇게까지 농성을 했어야만 할까?’라는 질문을 던질 수도 있고요. 근데, 용산참사 이후로 최근까지도 강제 철거를 당한 분들이 찾아오셔서 항상 고백처럼 하시는 말씀이 있어요. 2009년에 일어난 용산참사와 관련된 뉴스를 보면서 자기도 욕했던 사람이라고, 빨갱이라고 욕했는데, 정작 자신이 이런 일을 당하고 보니 당시 뉴스에서 보던 사람들이 왜 그런 행동을 할 수밖에 없었는지 이해하게 되었다고 말씀하세요. 경험하지 않으면 당연히 이해하기 어렵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 수십 년간의 반복되어 온 개발의 역사에서 누가 도시를 향유하게 됐는지, 누가 표를 가져가는지, 누가 새롭게 지어진 건물에 들어가게 되었는지 생각해보면 용산은 우리들의 이야기라고 생각해요. 자기 집을 가졌다고 해도 대출금 때문에 다른 걱정을 하게 되는 문제가 발생하잖아요. 특히 도시에 살고 있으면 집 걱정을 안 하는 사람은 없는데, 저는 우리가 집 걱정을 하는 이유 중 가장 큰 부분은 도시 개발 역사에서 우리의 주거권을 빼앗겼기 때문이라고 보거든요. 전국에서 집을 100채 이상 소유하고 있는 가구 수가 3,000천 가구라고 해요. 지난 50년간 쌃값이 7배 오른 반면, 땅값은 3,000배나 올랐거든요. 그게 가능했던 이유는 기존의 집을 허물고 새롭게 짓고, 새로 지은 집들을 이미 많은 집을 소유하고 있는 사람들이 가져가기 쉽게 허용하는 구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용산참사 문제를 개발이나 철거로 생각하여 나와 직접적으로 연관되어 있다고 접근하기 어렵다면, 현재 자신의 주거 문제를 고민하면서 접근해야 할지 않을까 싶어요.

 


관객: 일단 감사하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은데요. 용산참사 때 새벽에 뉴스를 보고 그해 겨울 용산에서 항상 촛불을 들고 있었던 기억이 있어요. 저는 그후 외국에 살게 되었어요. 추운 1월이 돌아올 때마다 구글 지도나 다른 포털 사이트 지도를 통해 그곳이 어떻게 되었는지 확인했어요. 그리고 오랜만에 한국에 들어왔는데, 이런 자리를 마련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극장이 과연 답인가에 대한 감독님의 질문에 대해, 어쨌든 개봉 당시 영화를 못 본 저한테는, 그리고 이 날을 기억하고 되새기고 싶은 사람한테는 안락하고 적당한 추모의 장소가 바로 극장인 것 같아요. 너무 회의감을 가지실 필요가 없다고 생각해요. 또 질문은, 영화를 찍으시면서 두 감독님 모두 어려움과 보람을 동시에 느끼셨을 텐데, <공동정범> 이후 두 분의 계획이 궁금합니다.

 

이원호: 저도 궁금한데요, 혹시 용산참사와 관련한 세 번째 다큐멘터리를 찍으실 건가요?

 

이혁상저는 요즘 뭐 공부하고 있어요.(웃음)

 

김일란3편은...(웃음). 저는 다양한 다큐멘터리를 해보고 싶다는 마음만 먹고, 일단 건강을 잘 챙기는 걸 우선으로 두고 있어요. 그동안 읽고 싶었던 책을 읽거나, 연분홍치마 활동을 하거나, 평소에 만나고 싶었던 친구를 만나면서 올해를 잘 보냈으면 하는 바람이 있어요. 그래서 당분간은 새로운 계획은 없고 하고 싶은 다큐를 하기 위한 준비를 해볼 생각입니다.

 

이혁상: , 그래서 저랑 같이 연분홍치마 베란다 앞에 텃밭을 가꾸고 있어요(웃음). 화초도 키우고요.

 

이원호: 요즘 화초를 잘 안 가꾸시더라고요.

 

이혁상: 이런 저런 사정이 있다 보니.(웃음) 저는 연분홍치마 프로젝트로 한국에 성소수자 자녀를 둔 부모모임을 만나 다큐멘터리를 제작하고 있어요. 변규리 활동가가 연출을 하고 있고, 저는 프로듀서로 참여해서 저희가 이전에 만들었던 커밍아웃 3부작(<3xFTM>, <레즈비언 정치도전기>, <종로의 기적>)’에 이은 그 다음 다큐멘터리를 만들고자 합니다. 내년쯤에 관객 분들을 만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어요. 저는 아마 그 기간 동안 제 다음 프로젝트를 어떤 방식으로 할 수 있을지 고민하는 시간을 가질 것 같아요. 사실 시나리오를 쓰고 있기도 했고, 꼭 영화가 아니어도 다른 형식의 창작물도 가능하지 않겠느냐는 고민을 계속 하고 있어서 미술 작업이 될 수도 있고, 글 작업이 될 수도 있을 것 같네요. 일단 다양하게 펼쳐 놓고 고민 중입니다. 그런 와중 현재 김일란 감독과 텃밭을 가꾸며 재정비하는 데 집중하려고 합니다.

 



이원호감사합니다. 딱 일주일 후가 용산참사 10주기 되는 날입니다. 다음 주부터 기자회견도 하고, 집회도 하고, 김석기 국회의원의 지역구인 경주에 내려가 김석기가 이런 사람이다라는 사실을 알리는 시간도 갖고, 토론회를 열 예정입니다. 혹시 여기 계신 분 중에 모일 수 있으신 분이 계신다면 19일 저녁 조계사 내 전통문화예술공연장에서 저녁 7시에 추모 행사를 진행할 예정입니다. 참가비가 드는 행사가 아니니까 시간이 허락되신다면 와주시면 좋을 것 같고요. 혹시 21일 마석모란공원 묘역 추모제를 진행할 예정인데, 12시 대한문에서 출발합니다. 사전에 탑승 신청을 하셔야 하는데 저희 용산참사 진상규명위원회 홈페이지를 검색해서 관련 정보를 얻으실 수 있고, 혹은 페이스북에서도 용산참사 진상규명위원회 페이지를 검색해서 정보를 얻으실 수 있습니다. 용산참사가 잊히지 않게 관심 많이 가져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추모제가 끝나도 올해 역시 용산참사 진상규명을 위한 다른 활동도 고민하고 있으니까 계속 관심을 가져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추모 영화제를 인디스페이스에서 같이 주최해주셔서 좋은 영화를 만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 그리고 오늘 보니 재밌는 다큐멘터리가 여기서 상영하고 있더라고요. <버블 패밀리>라는 다큐멘터리인데, 개발과 가족 이야기를 재미있게 풀어낸 영화라서 한 번 관람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저는 이 다큐멘터리를 통해서도 용산참사 문제를 고민해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용산참사 10주기 도시 영화제는 인디스페이스에서는 오늘로 끝나지만, 여러 현장에서 도시문제, 개발문제를 다루는 다큐멘터리들이 계속 상영되고 있거든요. 청계천 을지로, 노량진 수산시장 등에서 도시 영화제를 계속 진행하고 있으니까 도시영화제 책자를 보시면서 관심 있는 영화를 관람하시면 좋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용산참사 10주기 추모위원을 모집하고 있다는 말씀 드립니다. 혹시 이 자리를 마무리하기 전에 감독님께서 전달하고 싶은 당부의 말씀이 있나요?

 

김일란내일부터 일주일 동안 용산참사를 추모하는 다양한 행사가 열릴 예정이니까 많이 참여해주시면 좋겠고, 다음 주에 여러 채널에서 용산참사와 관련한 다양한 프로그램이 진행될 예정이오니 본방 사수를 해주시면 좋겠습니다.

 

이원호: 19SBS그것이 알고 싶다를 포함해서 여러 채널에서 용산참사를 다루는 프로그램이 방송될 예정이에요. 2월 초에는 PD수첩에서 이와 관련된 검찰 문제를 다룰 예정이고, 신문 매체에서도 관련 기획 기사를 준비하고 있으니까 꼼꼼히 찾아 봐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오늘 함께 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