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디즈 기획] 지금, 독립영화


오늘도 독립영화는 우리를 기다립니다. 극장에서, 집에서, 때로는 우리가 뜻을 모아 함께하는 공간에서, 독립영화는 우리와 만나고 있습니다. 여기 독립영화와 좀 더 가까이 만나고자 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독립영화의 지금을 생생히 경험하는, 인디스페이스의 관객기자단 인디즈가 전해드립니다






영화가 우리 모두의 예술이 될 수 있도록

-대안으로서의 장애인 영화제를 중심으로






* 관객기자단 [인디즈] 성혜미 님의 글입니다.



 

현재 한국 독립영화는 아동, 여성, 동성애자, 장애인, 폭력에 노출된 자 등 사회적 소수자에 대한 이야기로 넘쳐나고 있다. 끊임없이 언급하고 인식시키며 변화의 바람이 분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이지만 소수자에 대한 영화와 소수자의 영화는 엄연히 다르다. 다시 말해 그 안에서 사회적 소수자, 특히 장애인을 다루는 방식은 소재로 쓰이는 것에 그치며, 매순간 약자의 자리에 위치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 글은 장애인을 소재로 한 영화를 접하게 된 그 첫 번째 시작과 제19회 장애인 영화제 상영작을 만난 현재에 이르기까지 절감했던 것들에 대한 보고라 할 수 있다.

 



영화 〈오아시스〉 스틸컷



1. 영화 오아시스속 장애인의 위치

 

장애인을 소재로 한 영화를 처음으로 마주했던 것은 2002, 이창동 감독의 오아시스였다. 사회부적응자 홍종두(설경구)와 중증뇌성마비 장애인인 한공주(문소리)의 사랑을 그린 오아시스가 개봉했을 당시 대부분의 비평가들은 이 영화를 호평했으나 정성일 평론가(이하 정성일)는 홍종두가 꽃을 들고 처음으로 한공주의 집을 들어가 고백하는 장면에 대해 아무리 다르게 말해도 결국은 강간하러 찾아간 장면이라고 언급했다. 그 근거로 정성일은 홍종두가 한공주의 집 열쇠를 훔쳐서 침입했으며 한공주가 거부 의사를 밝혔음에도 다짜고짜 옷깃을 젖혔을 뿐만 아니라 한공주에게 거리낌 없이 욕설을 뱉었다는 정황들을 제시한다. 그러나 이후 한공주는 홍종두를 경찰에 신고하기는커녕 그에게 전화를 걸어 집으로 부르고 용서한 후 옷가지를 빨아 준다. 이해할 수 없는 자비에 대해 그 누구도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정성일은 말한다. 또한 두 사람은 행복해지기 위해 흔히 말하는 정상인의 범주에 서로를 욱여넣는다. 다시 말해 그들이 서로를 사랑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동원해서 현실에 눈을 감는다는 것이다.[각주:1] 이러한 비판에 공감하는 입장에서 해당 소재 관련 영화를 오아시스로 처음 접하게 되었다는 것은 불편함, 그 자체였다.

 



영화 〈달팽이의 별〉 스틸컷



2. ‘인간으로서의 를 말하는 달팽이의 별

 

달팽이의 별〉(2012)보고 듣는감각을 상실한 시청각 중복 장애인 영찬과 그의 아내 순호의 일상을 쫓아가는 여행기이자 평범한 사랑 이야기이다. 점화(점자를 손가락과 손등에 찍어 대화하는 방식)라는 소통 방식으로 대화를 나누는 부부의 일상적 에피소드가 하나의 구성 축을 이루면서 다큐멘터리임에도 불구하고 현실적인 문제, 경제적인 문제와 같은 이야기나 갈등구조보다 세상을 느끼는 주인공들의 특별한 감각에 집중한다. “시청각 중복 장애인은 달팽이 같다는 영화 속 영찬의 시에서 따온 영화의 제목 달팽이의 별은 달팽이 촉수처럼 촉각에만 의존해서 느리게 소통한다는 의미이다. 실제로 달팽이는 시력과 청력이 없는 암수 한 몸으로 촉각에 의지해 살아가는데, 인간의 청각기관은 나선형의 달팽이관이 청력의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한다는 점에서 우리가 보고 듣는 감각의 차원에 대해 근원적인 질문을 던지며[각주:2] 영화가 장애인을 담아내는 시선이 어떠해야하는지 다양한 관점으로 접근한다.




영화 〈달팽이의 별〉 스틸컷



3. 영화를 보고 듣는다는 것

 

그렇다면 보고 들을 수 없는 상황에서 보고 듣는다는 것은 무엇이며, 보고 들을 수 없는 사람에게 영화란 무엇일까. 달팽이의 별20123월 국내 최초로 일반 영화 버전과 배리어프리 영화(한글자막 화면해설 영화) 버전을 전국 극장에 동시 개봉했다. 배리어프리 영화는 대사와 음향과 같은 사운드를 설명하는 자막과 상황을 설명해주는 음성 내레이션을 넣어 시청각장애인들과 비장애인들이 함께 관람할 수 있도록 만든 영화이다.

배리어프리영화위원회에서 매달 주최하는 무료 상영회나 농아인협회의 '가치봄' 상영회 등이 있으나 상영관 및 상영 일정이 제한되어 있고, 상영작 또한 적은 편수로 한정되어 있어 배리어프리 영화를 자유롭게 관람하기란 사실상 어렵다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대중들의 인식은 어떠할까. 청각 장애를 가지지 않은 지인들은 대상으로 영화를 보여주자 확인하지 못했던 부분들을 짚어줘서 좋았다는 의견도 있었지만 대다수가 불편하다고 말했다. ‘상상하면서 보고 싶은 부분들까지 설명해주며 관객의 역할을 제거했다’, ‘영화의 몰입을 방해했다는 것이 그 이유다. 특히나 해외의 작품들은 더빙이 더해지기 때문에 영화 속에 들어가는데 시간이 꽤 걸릴 수 있다. 그러나 이는 얼마나 문화예술이 장애인을 배려하고 있지 않은가에 대한 반증이기도 하다. 여기에 대안을 찾아가는 이들이 있다. 바로 장애인 영화제다.

 



영화 〈터치〉 스틸컷



4. 영화가 우리 모두의 예술이 될 수 있도록, 19회 장애인 영화제

 

장애인 영화제는 장애를 소재로 제작되었거나 장애인이 참여하여 만들어진 작품이 한글자막 화면해설 버전으로 상영되는 영화제로, 2012년의 달팽이의 별을 지나 제19회 장애인영화제에 이르기까지 장애인을 다루는 영화의 태도는 조금씩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19회 상영작을 중심으로 그 이유를 개괄적으로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19회 장애인 영화제에서 대상을 수상한 이미지 감독의 터치는 시각장애인 엄마와 함께 사는 일곱 살 현지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다. 주변의 타박에도 불구하고 소리 나는 신발을 신는, 너무도 빨리 철이 들어버린 아이와 그 소리를 들어야만 안심이 되는 시각장애인 엄마의 이야기는 너무나도 현실적이기에 자칫 비극적으로 보일 수 있지만, 단단한 그 모습은 왜인지 희망을 품게 한다. 뿐만 아니라 신경과 치료약을 먹는 초등학생 우석이 부작용을 겪던 중 약을 잃어버리게 되며 아름답기를 강요받았던 것에서부터 벗어나는 무지개 약, 지체장애인 태일과 시각장애인 대성이 서로의 눈과 다리가 되어 기적이 일어나는 장소, 베데스다 연못으로 향하는 여정을 그린 베데스다 가는 길등은 지금까지 한국 영화가 조명했던 장애인이 받는 차별이 아니라 이들의 내면에 오롯이 그 힘을 다해 집중하기 시작한 것이다.

여전히 영화 속에서 장애인은 늘 약자로 설정되며 이들과 주변인은 장애를 감내해야하는 존재(순희, 수련회 가는 날) 혹은 희생(오래된 사랑의 실체)을 필요로 한다. 그러나 이들의 연대(칼국수 먹으러 가는 길, 푸른 아이)에서 한 발 더 나아가 앞서 말한 것처럼 그들의 내면을 들여다보는 영화들이 속속히 등장하면서 사회적 약자가 그 자리에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평범하게 사유하고 슬퍼할 수 있는 인간으로서의 새로운 면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다시 말해 장애인에 대한 시선이 곧 장애인을 얽어매는 또 다른 장애라는 것을 일깨워주는 영화(인애장)가 출현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영화 〈인애장〉 스틸컷





태어나서 한 번도 별을 본 적이 없지만 한 번도 별이 있다는 것을 의심해본 적이 없었다. 사람의 시력이나 청력은 없어지는 것이 아니라 우주의 어딘가를 떠돌다 때가 되면 주인에게로 돌아올 것이라달팽이의 별속 주인공의 대사처럼 이들에게 돌아올 가 그저 구호로만 존재하는 현실, 소수자를 소재로 하는 영화에서 영화적 언어가 갖는 이미지를 통해 보다 명확한 방식, 소수자의 영화를 다루는 방향으로 나아가야할 것이다.





  1. 정성일, 「판타지, 기만적인 환영술」, 『필사의 탐독』, 바다출판사, 2010, pp.111~112. [본문으로]
  2. 최선영, 「시각화와 청각화가 구현하는 시적 다큐멘터리 : 다큐멘터리 〈달팽이의 별〉 배리어프리 버전을 중심으로」, 한국영상문화학회, 『영상문화』 23호, 2013, pp.159~160. [본문으로]
Posted by indiespace_한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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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김수정 2019.07.15 17:54 Address Modify/Delete Reply

    윗 글 3에서 언급된 한글자막 화면해설 영화상영 사업은 저희 배리어프리영화위원회가 진행하는 것이 아니라 영화진흥위원회의 용역사업으로 농아인협회가 진행하는 사업입니다. 그리고 장애인영화제 뿐만 아니라 저희가 운영하는 '서울배리어프리영화제'도 모든 영화가 배리어프리 버전으로 상영됩니다.

    • Favicon of https://indiespace.kr BlogIcon indiespace_한솔 2019.07.16 11:35 신고 Address Modify/Delete

      안녕하세요, 기사를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말씀해주신 한글자막 화면해설 영화상영 사업에 대한 부분은 용어 사용에 있어 착오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 현재 해당 내용 확인 후 수정하였습니다. 혼란을 드려 죄송합니다.
      더불어 말씀해주신 '서울배리어프리영화제' 또한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고 있으나, 위 기사는 장애인 영화제 상영작 관람 후 작성하게 된 기사로 해당 영화제의 상영작만 다루게 되었습니다. 이점 양해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한낮의 피크닉  한줄 관람평


이성현 | '어떤 이야기가 영화가 되어야 하는가'에 대한 의구심과 물음들

최승현 영화로 떠나는 시원한 여름휴가

성혜미 그런 날이 있잖아, 아무런 이유를 두고 싶지 않을 때

송은지 떠난다고 해서 해결되는 일은 없지만 일어나 걷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조금은 좋아지니까







 〈한낮의 피크닉  리뷰: 영화로 떠나는 시원한 여름휴가






 *관객기자단 [인디즈] 최승현 님의 글입니다. 





44회 서울독립영화제 개막작 한낮의 피크닉은 옴니버스 영화다. 당시 영화의 제목이었던 잠시 쉬어가도 좋아가 현재의 이름으로 바뀐 것이다. 서울독립영화제의 독립영화 차기작 프로젝트 인디트라이앵글의 신작이다. 강동완 감독의 돌아오는 길엔, 김한라 감독의 대풍감, 임오정 감독의 내가 필요하면 전화해총 세 편의 단편이 실려 있다. 기획의 첫 출발은 독립(independent)’이라는 공통된 키워드였다. 다만 제목에서도 느껴지듯이 영화의 테마는 오히려 여행에 가깝다. 세 에피소드 모두 유머러스하고 청량감이 느껴져 영화를 보면 시원한 여름휴가를 떠나는 듯한 기분이 샘솟는다. 세 단편은 각각 개별적인 이야기로서 존재감을 드러내면서도 서로 유기적인 관계를 맺고 있기도 하다. 세 단편에서 공통된 줄기를 쉽게 찾아볼 수 있지만 각각의 이야기들이 가진 개성과 매력이 넘실대는 작품이다.





돌아오는 길엔은 어느 가족이 함께 캠핑을 떠나지만 결국 싸우고 돌아오는 이야기다. 가족 여행은 생각보다 낭만적이지 않다. 시작은 소란스럽지만 끝은 침묵이 되어버린다. 캠핑장에서 좋은 시간을 보내기 위해 준비한 연탄과 텐트는 가족에게 골칫거리가 되어버리고 함께 살아오는 동안 서로에게 쌓였던 감정은 끝내 터져버린다. 부모 세대와 자녀 세대 사이에 존재하는 좁힐 수 없는 거리감이 영화 전반에 깔려있지만 시종일관 유쾌한 리듬으로 진행되는 까닭에 영화가 무겁지는 않다. 서로를 향해 분노를 쏟아내던 가족이 텐트에 불이 나자 돌연 합심하여 불을 끄는 장면과 권해효 배우의 능청스러운 연기는 단연 압권이다. 강동완 감독은 자신의 어머니와 여행을 간 것을 다큐멘터리로 찍었던 전작 그 해, 우리가 여행지에서 가져온 것들〉(2018)에서 아이디어를 넓혔다고 말한다.





대풍감은 세 명의 청춘들이 울릉도로 떠나 서로의 속내를 마주하는 이야기다. 재민은 어머니가 위암에 걸리자 10년 전 집을 떠났던 아버지를 찾기 위해 울릉도로 떠나는데, 재민의 친구인 찬희와 연우도 이 여정에 함께한다. 재민과 마찬가지로 찬희와 연우에게도 나름의 고민이 있다. 찬희는 무명배우로서 경제적으로 힘든 삶을 살아가고 있고 연우는 최근 여자친구와 헤어져 상심에 빠진 상태다. 세 사람은 소주잔을 기울이면서 각자 감내하고 있던 슬픔들을 하나둘씩 꺼내놓는다. 누군가와 함께 있다는 것, 그 자체만으로도 위로가 되는 순간이다. 곳곳에 존재하는 섬세한 터치가 인상적인 대풍감은 청년들이 마주하고 있는 문제들을 직시하면서도 따뜻한 시선으로 인물들을 어루만질 줄 아는 힘을 갖고 있다. 우리의 일상이 반짝거리는 순간들을 포착하는 동시에 사려 깊은 태도로 청춘의 이면을 들여다보는 위안의 영화다.





내가 필요하면 전화해는 우정의 미묘한 심리와 갈등을 다룬 이야기다. 우희과 영신은 고향 친구다. 우희는 독신 여성으로 프리랜서로 살아가고 있고 영신은 기혼 여성이지만 이혼을 생각하고 있다. 피규어를 좋아하는 남편 때문에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영신은 집을 나와 우희를 찾아온다. 영신은 우희에게 하소연을 늘어놓고 우희는 영신에게 맞장구를 친다. 두 사람의 관계에서 언제나 말을 하는 쪽은 영신이고 말을 들어주는 쪽은 우희다. 우희는 영신의 성격을 이해하면서도 자신은 그저 말을 들어주는 사람에 불과하다는 생각에 지치기도 한다. 서로에게 서운함이 생긴 두 사람은 갈등을 피할 수 없는 상황에 직면한다. 임오정 감독은 많은 영화들에서 다양한 관계들을 다루지만, 여성들의 우정은 쉬이 다뤄지지 않는다고 말한다. 영화가 우정의 다양한 층위와 관계의 복합적인 면모를 그려낸 이유다. 일상적인 영역에서 구체적인 언어와 이미지로 진행되는 이 영화는 관객이 이입할 수 있는 진득한 페이소스를 풍긴다. 무엇보다 이우정 배우와 공민정 배우의 연기 앙상블은 신선한 호흡과 놀라운 궁합을 보여준다.





한낮의 피크닉은 옴니버스 영화로서 뛰어난 균형 감각을 지니고 있다. 한 편의 에피소드가 돌출되지 않고 세 편의 에피소드가 매끄러운 흐름으로 진행된다. 각각의 이야기들이 제 역할을 다한다는 점에서 견고함을 갖추고 있을 뿐만 아니라 단편 영화로서 충분한 여운을 전달한다. 극장에서 나올 때면 관객들은 에피소드 한 편을 마음에 품고 집에 돌아가거나 적어도 공감할 수 있는 캐릭터가 한 명쯤은 있을 것이다. 동시에 한낮의 피크닉이라는 다채로운 풍경들이 결국 하나의 거대한 풍경이었음을 느낄 것이다. 






Posted by indiespace_한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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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숙한 감정에 관한 이야기  〈검은 여름〉  인디토크 기록


일시 2019년 6월 27일(목) 오후 7시 30분 상영 후

참석 이원영 감독|배우 우지현, 이건우

진행 김태용 감독(〈거인〉 연출)










*관객기자단 [인디즈] 이성빈 님의 글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다양한 이유로 글을 쓴다. 누군가는 욕구를 채우기 위해서 글을 쓰기도 하고, 누군가는 후회되는 행동을 만회하기 위해 글을 쓰기도 한다검은 여름은 죽은 지현의 메모를 통해 서사가 진행된다. 우지현 배우는 그 메모들을 미숙한 인간의 표현이라고 말했다. 이곳에 생각보다 더 어둡고, 짙은 기억의 파도가 존재한다.  





김태용 감독(이하 김태용): 영화 재밌게 보셨나요? 개인적으로 작년에 본 독립영화 중에서 가장 인상 깊게 본 영화라서 기분이 새롭습니다. 감독님과 배우 분들께서도 인사 부탁드립니다.

 

이원영 감독(이하 이원영): 긴 영화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검은 여름을 연출한 이원영입니다.

 

이건우 배우(이하 이건우):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이건우입니다.

 

우지현 배우(이하 우지현): 검은 여름출연한 우지현입니다. 반갑습니다.




 

김태용: 배우 두 분이 검은 여름을 통해 극장에서 관객들을 만나는 건 오랜만이라고 들었는데요, 영화 함께 보신 소감을 들을 수 있을까요?

 

이건우: 정말 오랜만에 영화를 봤어요. 영화를 보면서 촬영 당시가 많이 생각이 났습니다. 편집이 좀 달라진 것 같더라고요.

 

우지현: 저는 사실 집에서 제가 찍은 영화를 공부 차원에서 종종 보는데요, 집에서 본지는 한 1년 정도 됐고, 스크린으로 본 것은 2년만인 것 같아요. 스크린으로 보니 또 기분이 색다른 것 같습니다.

 

김태용영화가 처음 상영된 것은 2년 전 부산국제영화제였는데, 이렇게 개봉 상영을 하기 까지는 조금 시간이 걸렸어요.

 

이원영: 최근에 독립영화 반짝반짝전을 통해 극장 상영을 할 기회가 있어 저도 오랜만에 봤습니다. 아마 제 기억으로는 2년 전 오늘 불꽃놀이 씬을 찍었던 것 같아요. 이 영화는 실제 경험담을 듣고 만들었습니다. 영화를 찍을 당시에 세상을 굉장히 비관적으로 봤던 것 같아요. 실제로 사정이 좋지 않았습니다. 거의 통장을 다 털어서 만들었던 영화거든요. 지금은 그때보다는 사정이 좋아졌고, 어느 정도 세상을 밝게 보는 것 같아요.

 

김태용그래도 경제적으로 좋아졌다니 다행입니다. 저는 촬영이 다방면으로 인상 깊었습니다. 담백하면서도 자신의 색깔을 잃지 않는 점이 좋았습니다. 배우 분들께서는 어떤 장면이 마음에 남으셨는지 말씀해주시겠어요?

 

이건우: 사실 검은 여름은 제 개인적인 이야기가 포함된 작품입니다. 바닷가 장면에서 하는 부모님 이야기가 제 이야기거든요. 오늘따라 그 장면이 남다르게 느껴졌습니다.

 

우지현: 아무래도 슬로우 걸리는 장면이 생각납니다. 그 장면을 편집할 때에도 의견이 분분했던 것 같아요. 또 제가 영화를 처음 볼 때는 어렵다고 생각한 지점이 있었는데, 이번에는 오히려 그 점이 좋았던 것 같습니다.

 





김태용영화를 보면서 가장 부러웠던 점이 있습니다. 세 분이 대학교 동문이라고 들었거든요. 저도 영화과를 나왔지만 학교를 다닐 때에는 앙상블 작업을 못했어요. 서로를 잘 알기 때문에 만들 수 있었던 애드리브들이 좋았던 것 같아요. 롱테이크 장면에서는 배우의 힘이 크기 마련인데, 그런 부분에서의 호흡이 특히 더 눈에 들어왔어요. 또 보는 사람에 따라서 이 영화를 이야기하는 관점이 다를 것 같다고 생각을 하거든요. 세 분에게 질문하고 싶습니다. 아쉬웠던 지점이 있다면 말씀해주시겠어요?

 

이원영: 이 영화를 찍을 때 누구의 말도 듣지 않았는데 너무 혼자 지고 가려고 했던 점이 아쉬운 것 같아요. 서로 더 많은 이야기를 하고 만들었으면 더 좋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이건우: 제 연기가 아쉬웠던 것 같아요. 조금만 더 연기를 잘 하면 좋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굳이 더 이야기를 하자면 마지막에 제가 카메라를 보고 독백을 하는 장면이 아쉬움이 남는 것 같습니다.

 

우지현: 관객 분들이 오해를 하실까봐 말씀 드리는데, 감독님께서는 굉장히 배려를 많이 해주셨습니다. 예를 들어 배우들이 길게 호흡하는 장면에서는 미리 배우들을 모이게 해서 서로 자연스럽게 친해지고 연기를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셨거든요. 그런 부분에서 감독님이 배우들과 스태프들을 많이 배려한다고 느꼈어요. 저는 이 영화가 전반적으로 미숙함에 대한 이야기라고 생각합니다. 극 중에서 캐릭터들은 모두 결함이 있거든요. 사람과의 태도나 사랑에 대한 방식이 모두 서툰 이들이니까요. 사실 제가 처음 영화제에서 영화를 볼 때 굉장히 힘들었어요. 이런 모습들이 실제 저와도 비슷하다고 생각이 들었거든요. 지금은 반대로 나는 지금 잘 살고 있나?’ 되돌아보면서 영화를 보게 된 것 같아요. 그래서 아쉽기보다는 여러 생각을 하게 된 것 같습니다.


김태용: 제가 영화를 보면서 느꼈던 것은 견고함이라는 감정입니다. 또 사랑에 빠지는 지점이 좋았습니다. 서로를 의심하지 않고 몸을 탐하거나 마음을 탐하는 이야기가 이 영화가 가진 강점이자 견고함이라고 생각합니다.

 




관객: 건우와 지현이 처음 서로의 마음을 알고 포옹하는 장면을 멀리서 바라보는 것처럼 찍으셨는데 그렇게 찍은 이유가 궁금합니다.

 

이원영: 일단 촬영감독과 콘티 작업을 할 때부터 그렇게 정했는데요, 멀리서 찍어야 할 것 같았습니다. 그 장면 앞에 둘이 대화를 부분이 있었는데 편집과정에서 그 앞이 삭제되었어요

 


관객: 우지현 배우님의 팬이라서 이 영화를 꼭 보고 싶었습니다. 영화 중반부에 어떤 후배가 일본어로 노래를 하는 부분이 있는데 개인적으로 그 부분이 특이하다고 생각했었습니다. 노래를 들으면서 지현은 어떤 심정이었을까요?

 

우지현저는 서로의 언어를 못 알아들어도 어떤 것을 공유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 배우는 실제로 재일교포인 친구였습니다. 제가 시나리오를 볼 때 굉장히 좋다고 느낀 순간이기도 했습니다.

 

김태용: 그 장면의 의미를 감독님께서 더 이야기 해주실 수 있나요?

 

이원영사실 그 친구가 술에 취해서 실제로 그 노래를 불렀던 적이 있었습니다. 제가 마음이 힘들었을 때 그 노래를 들으며 위로를 받았습니다. 그래서 넣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관객: 영화 제목을 검은 여름이라고 지은 이유가 궁금합니다.

 

이원영: 원래 제목은 '블랙 썸머'였는데, 우지현 배우가 쫑파티 때 검은 여름이라는 아이디어를 제안해주었어요. 그래서 검은 여름〉으로 제목을 결정했습니다. 사랑에는 여러 가지 색깔이 있고, 색을 다 합쳤을 때에는 검은색이 된다는 점에서 검은 여름이 된 것도 있고, 지현이 죽음에 가까울수록 채도가 낮아지면서 영화가 진행되기 때문에 검은 여름이라고 지었습니다.

 




관객: 극중에서 바람개비를 주신 분의 역할이 궁금합니다. 혹시 저승사자인가요?

 

이원영그 인물은 바람개비를 준 뒤에 마지막 바닷가 장면에 한 번 더 나오는데요, 제가 이 영화를 만들 당시 구성한 바는, 그 캐릭터는 지현이 생전 관객이 없는 영화관에서 독립영화를 볼 때 같이 있던 사람이고, 스쳐지나간 사람입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난 후에 건우가 있는 곳으로 향하게 됩니다. 건우가 추억을 다시 찾아가면서 새로운 인연이 시작될 수도 있다는 의미를 담고 싶었습니다. 저는 이 부분이 이해가 될 거라고 생각했는데 관객분들께 잘 와닿지 않은 것 같기도 해서 조금 아쉬움이 남기는 합니다.

 

김태용: 중간에 군대에서 휴가 나온 후배랑 싸우는 장면은 왜 넣으신 건가요?

 

이원영: 영화 만들 당시에 친구들과 저렇게 다 같이 살고 있었는데, 영화 연출하는 친구들이 모이면 실제로 저렇게 많이 싸우곤 합니다. 이 장면은 정해진 대사 없이 이슈만 정해서 배우들에게 맡긴 장면이었습니다.

 

 

관객: 평소 영화를 볼 때 사전정보를 거의 습득하지 않고 보는데, 이 영화는 제목을 보고 이들의 결과를 어느 정도 예측한 것 같아요. 첫 장면에서 이들의 결말을 알게 되고요. 그렇게 짠 이유는 무엇인가요?

 

이원영: 결말보다는 과정이 중요한 영화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첫 쇼트가 바다 위에 빈 병이 떠다니는 거잖아요. 여기서 중요한 것은 누구에 의해서 버려진 병인가입니다. 저는 그리워하는 사람이 있는 분들이라면 이 영화를 보면서 진심으로 그들을 그리워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김태용: 가장 저의 기억에 남는 장면은 친구들은 싸우고 있는데 건우와 지현이가 방에서 몰래 전화하는 장면이에요. 독립 장편이다보니 예산의 한계가 있었을 텐데도 불구하고 촬영과 빛을 참 잘 사용한 게 보이는 씬이거든요. 감독님은 두 배우 분을 캐스팅하신 이유가 무엇인가요?

 

이원영: 극 중의 모든 분들이 본명으로 출연을 했어요. 이건우 배우의 경우에는 목소리랑 외모가 충돌하는 면이 있는데 그런 부분이 매력적이었고, 우지현 배우는 술자리에서 처음 만났는데 말을 할 때의 목소리나 눈빛이 마음에 들어서 꼭 캐스팅 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우지현: 이 판타지를 좀 깨자면, 이학주 배우가 만들어준 인연이었습니다. 이학주 배우가 혹시 무슨 일이 생길지 모른다라며 함께 가자고 해서 따라간 거였습니다.(웃음) 암튼 결국에는 그 우연 덕분에 이렇게 좋은 기회가 생긴 것 같아요.





김태용: 마지막으로 앞으로의 이야기를 듣고 마치겠습니다.

 

우지현: 열심히 촬영해서 작품으로 자주 인사드리도록 노력할 예정이고, 올 겨울에 장우진 감독님의 겨울밤에라는 작품으로 여러분들을 만나 뵐 것 같습니다. 검은 여름이 나오기까지 시간이 좀 걸렸는데, 개봉하기까지 관계자분들과 배급사분들에게 모두 감사하다는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

 

이건우: 올해 7월에 코미디 영화의 단역으로 출연할 것 같고, 단편영화로도 뵐 것 같아요. 아직 확정은 아니어도 10월에는 드라마로 찾아뵐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더 열심히 해서 자주 찾아뵙도록 하겠습니다!

 

이원영: 2년 전 여름, 강원도 고성에서 폭죽 터트리며 영화를 찍을 때엔 극장에서 관객 여러분들을 만날 수 있을지 몰랐는데, 만나 뵙게 되어 감회가 새롭습니다. 저는 앞으로도 끊임없이 영화를 만들 것이고 부끄럽지 않게 살아야겠다고 생각합니다. 오늘 너무 감사드립니다. 






Posted by indiespace_한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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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의 기억과 오늘의 목소리에 담긴 진실을 비추다  〈김군〉  인디토크 기록


일시 2019년 6월 6일(목) 오후 3시 30분 상영 후

참석 강상우 감독

진행 변영주 감독












*관객기자단 [인디즈] 김정은 님의 글입니다. 




5·18항쟁 40주년을 앞두고 김군이 인디스페이스를 찾아왔다. 여느 언론이나 매체가 그러하듯 광주의 상흔을 들추어내기 보다는 현재의 일상을 담고자 했던 카메라는 무고한 시민을 겨냥한 빨간 점을 역으로 따라간다. 첨예한 시선과 분석은 여전히 반복되는 왜곡과 혐오의 뿌리를 끊어내고 은폐된 국가폭력을 밝히기 위한 출발점이 된다. 그날의 기억을 안고 오늘을 살아가는 시민들의 증언을 통해 미래를 살아갈 사람으로서 책무를 고민하도록 한다. 강상우 감독이 참석하고 변영주 감독의 진행으로 인디토크가 시작되었다.

 




변영주 감독(이하 변영주): 안녕하세요, 저는 오늘 진행을 맡은 변영주 감독입니다. 강상우 감독님 인사 말씀 부탁드립니다.

 

강상우 감독(이하 강상우): 안녕하세요, 강상우입니다.

 

변영주: 영화 잘 보셨나요? 제가 우선 감독님께 몇 가지 질문 드리겠습니다. 영화에서 인터뷰가 잘 디자인 되었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아마 독립영화를 많이 보시는 분들이라면 알아보셨을텐데, 초반에는 김예은 배우가 뜬금없이 인터뷰어로 등장하기도 해요. 여러 인터뷰어들이 등장을 하는데, 그렇게 만드셨던 이유가 특별히 있을까요?

 

강상우: 저희가 작업을 20155월부터 시작했어요. 영화에 나오는 주옥 선생님을 다른 작업을 통해 만났어요. 주옥 선생님께서 5·18 기록관을 다녀오셔서 저희에게 같은 동네에 사셨던 청년 김군의 사진이 걸려있다고 말씀해 주시더라고요그 무렵 지만원 씨와 일베(일간베스트)가 그 사람이 평양 사람이고 북한 특수군 출신이라고 왜곡하면서 사진 속 광주 시민의 얼굴에 빨간 화살표와 점을 찍어서 지목을 했어요. 처음에는 저희가 얼마나 유의미한 증언들을 얻을 수 있을지에 대해 확신하지 못했어요. 그래서 여러 가능성들을 고려해서 초반 작업을 했어요. 증언을 얻지 못할 경우에는 이 증언을 찾아나서는 젊은 사람들의 비중이 커질 수도 있고, 인터뷰어들이 자료를 찾는 과정이 주요하게 등장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을 했어요. 그래서 2016년 여름에 찍은 영화 초반 조사실 장면에서는 김예은 배우님과 광주의 20대 배우지망생 분들이 리서치를 하면서 실제로 인터뷰를 하셨어요. 영화에 전반적으로 나오는 분은 조연출 안지환 씨인데, 관객분들이 영화를 보시고 그 분이 감독일 거라고 생각을 많이 하시더라고요.(웃음) 결론을 알 수 없는 작업이었기 때문에 여러 가지 방향을 열어두고 진행을 했어요. 프로덕션 방식도 다양하게 고려하면서 예은 배우님을 모셨고요. 만약에 유의미한 결론을 얻지 못할 경우에 조금 더 촬영을 하기로 했는데 좋은 자료들이 나와서 아쉽게도 젊은 추적자들의 비중은 굉장히 줄어들었습니다.

 

변영주: 굉장히 정돈되어 있고, 자기가 궁금한 게 무엇인지 결정하고 들어가는 인터뷰였어요. 그래서 인터뷰가 대화가 돼요. 사실 오늘날 한국 다큐멘터리 영화에서 이런 인터뷰가 많이 사라져서 개인적으로 조금 안타까워요. 인터뷰라는 것이 내러티브이고 담화문이기 때문에 대화로 이루어져야 하는데, 요새 보는 다큐멘터리의 대부분은 답만 듣지 않습니까? 이 작품은 그런 부분에서 영화 안에 발을 들이기가 조금 더 편했어요. 인터뷰를 볼 때 저런 일이 있었어?’라고 생각만 하면서 멀어지는 게 아니라 그들의 이야기에 발을 걸치게 되는, 그런 도움을 주는 다큐멘터리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자료를 정말 많이 보셨을 것 같아요. 자료 조사를 어느 정도로, 어떻게 진행을 하셨어요? 사실 5·18은 우리 사회에서 새로운 사건은 아니니까요. 그런 사건일수록 나 저거 뭔지 알아하면서 지나치기 마련인데, 그렇게 느껴지지 않게끔 이미지들이 구축되어있어요. 그만큼 아카이브가 잘 되어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강상우: 주옥 선생님을 찍고 나서 한 3개월 뒤에 이창성 선생님과 차종수 선생님을 만났고, 기자님께서 당시 항쟁 때 촬영하셨던 시청 사진들을 원본으로 스캔해서 제공해주셨어요. 굉장히 고용량의, 500기가바이트 정도 되는 걸 주셔서 800%, 900% 줌인을 들어가도 깨지지 않았어요. 그 사진들을 활용할 수 있었던 게 큰 부분이고요. 그 외 다른 사진기자님들께서도 사진을 제공해 주셨고 영상도 518기념재단이나 기록기관에 보관되어 있는 것들을 많이 받았어요. 기존 5·18 자료들뉴스나 방송 다큐에서 흔하게 다루던 5·18의 이미지들이 있잖아요? 군사 대치나 군중 시위 같은 모습도 저희 영화에 나오기는 하지만, 최대한 새로운 맥락에서 단순히 희생자의 이미지가 아니라 잘 보이지 않았던 무장시민군이나 즐거웠던 순간의 이미지를 적극적으로 활용을 해보려고 노력했던 것 같습니다.

 




변영주마지막에 김군의 사진을 극장에서 영사를 하고 세 분이 굉장히 어색하게 만나시잖아요?(웃음) 감독님의 특별한 의도가 있는 게 분명할 텐데요.

 

강상우: 우선 그 극장이 실제로 학살이 이루어졌던 송암동에 위치한 광주CGI센터의 상영관입니다. 영화에서 보시면 아시겠지만 각자 기억하는 부분들이 다 다르거든요. 각자 감정적으로 동했던 순간들이나 디테일들, 마음들이 다 다르셔요. 그런 것들을 찾아내기 위해서 조용한 곳에서 이야기를 나누길 바랐고, 사진의 디테일들을 보여드리고 이야기하기 위해서 자연스럽게 CGI센터 상영관을 생각했습니다. 그런 맥락 외에도 작업을 시작할 때부터 어두운 현재의 공간에서 밝게 빛나는 과거의 이미지를 바라보는 나이든 중년의 사람들의 모습들을 계속 생각했어요. 영화 오프닝에서는 혼자 외롭게 방에서 있다가 영화 결말부에 이르러서는 세 분의 선생님이 모이는 장면을 구상한 건데요, 영화관이라는 공간이 좋겠다고 생각을 했고요. 실제로 도착하신 순서대로 들어오신 건데 이강갑 선생님은 조금 쭈뼛쭈뼛 오셨어요.(웃음)

 

변영주: 정말 좋았어요. 피해자의 기억이라는 것은 어떤 부분만 굉장히 과장되어 있을 수밖에 없죠. 그렇기 때문에 실제 사실과 맞지 않을 수밖에 없습니다. 피해를 받는 그 순간은 너무 무서운 순간이고 그 이후는 끊임없이 그것을 지우기 위해서 삶을 사시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면 일본군 위안부피해 할머니들과 인터뷰를 하는데, 겨울에 끌려간 할머니가 당시에 진달래를 봤다는 거예요. 나팔꽃도 보고요. 사실은 끌려갈 때 본 게 아니라 위안소에서 생활하면서 끊임없이 상상했던 고향의 모습인 거죠. 어느 순간에 그 기억은 한겨울에 나팔꽃을 보며 끌려간 것으로 변한 거예요. 그런데 거기에다 대고 당신의 증언은 비과학적이니 잘못되었고 가짜다라고 할 수는 없죠. 중요한 건 우리가 그 생각을 어떻게 읽어야 할지예요. 이게 어떻게 보면 전문가들의 영역인 거죠. 이 다큐멘터리에서도 각자 증언이 다 달라요. 어느 분은 이 사진이 김군이 아니라고 기억하고, 어느 분은 다른 사람이라고 말하고, 또 어느 분은 김군의 마지막을 함께 했다고 말해요. 그 기억들은 바르거나 틀린 기억이 아니라 갇혀 있는 자기의 기억들이 몽타주 되는 과정이고요. 되게 마음 아프지만 좋았다고 생각해요.

질문을 하나 더 드리자면,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영화에 담을 때에는 굉장히 고민이 돼요. 예전에 제가 어느 다큐멘터리의 가편집본을 보는데 혐오세력들이 너무 많이 나오니까 너무 분노하게 되고 작품 자체를 보기가 싫게 되더라고요. 결국 영화 자체가 일종의 전시이고, 우리는 그 전시를 일방적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죠. 그런 고민도 하셨을 것 같아요.

 

강상우일반적으로 독립다큐멘터리에서 지만원 씨와 같은 사람들을 다룬다면 언론에 나온 장면을 쓰거나 간접적으로 전달을 하는 게 보통이고, 대부분의 경우에는 그게 적절한 방법이라고 생각해요. 저희 제작진들도 직접적으로 넣을 것인지 말 것인지를 고민을 많이 했지만 이 분의 빨간색 화살표가 저희 영화의 중요한 요소라는 생각이 있었어요. 사실 기존에는 5·18 관련해서 집단이나 군중을 주제로 한 담론들이 많았다면, 지만원 씨의 화살표는 개인을 겨냥하고 있다는 점이 신선했어요. 그리고 그 화살표를 역으로 따라간다면 오월항쟁 때 존재했던, 이름이 잘 알려지지 않은 개개인의 삶을 조명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을 했어요. 또 오월항쟁 때 총으로 광주 시민들을 가해한 것처럼 지금은 그 빨간 화살표를 통해 특수군이라는 누명을 씌우면서 비주얼적으로, 이미지적으로 공격하는 게 아닐까 싶었습니다. ‘레드 헌트('빨갱이' 사냥)’21세기적인 방식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그 부분을 넣어 다큐멘터리로 만들게 됐습니다.

 




관객: 계속 뇌리에 남는 게, ‘증명하라고 하는 게 여기서 인터뷰하는 거랑 똑같지 않느냐는 뉘앙스의 말씀을 하신 분이 있었는데, 아무래도 이런 사건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찍을 때 노골적으로 이야기를 한다면 트라우마를 자극하거나 결국에는 그때 당시를 재연하고 증명하라고 말하는 게 되는 거잖아요? 그 부분에 대해서는 어떻게 고민하시고 이분들의 상처에 대해서 어떻게 대처하셨는지 듣고 싶습니다.

 

변영주: 그 인터뷰가 이 영화에서 굉장히 중요한 갈등이 되는 지점일 것 같아요. 그냥 무시하지 않고 어떤 것을 증명하겠다고 하는 순간 그건 공식적인 말이 되어 버리거든요. 그게 문장이 되고 하나의 주장이 되어 버리는 것에 대한 분노를 말씀하신 것 같은데, 어떠셨어요?

 

강상우: 김군에 대해서 입증을 굳이 할 필요가 있는지 가장 먼저 문제제기를 해 주셨던 분이 오기철 선생님인데요, 오기철 선생님은 80년 이후부터 90년 말까지 오월단체 사무국장으로 계시면서 광주의 진실을 알리는 데 누구보다 앞장서신 분입니다. 그렇다보니 더 증언도 많이 하시고 특히 피해 사실에 대한 증언이 언론에 많이 노출되었어요. 매년 오월만 되면 기자들이 와서 자극적인 피해 사실만 묻고 짧게 기사화하고 유월이 되면 모두 잊어버리는 모습을 많이 보셨기 때문에 그런 지적을 해 주셨어요. 저희 제작진도 처음에 사진 한 장과 주옥 선생님의 증언에서 출발했는데, 다른 분들께 연락을 드렸을 때 연락을 받는 것만으로도 굉장히 괴로워하시는 듯한 느낌으로 답을 하셔서 그후론 연락을 못 드린 적도 있었어요. 약속을 잡았는데 약속 장소에 나오지 않으시거나 전화를 드리니 갑자기 화를 내시는 경우도 있었어요. 아니면 가족 중에 공무원이 있어서 5·18과 관련된 이야기를 하면 가족에게 불이익이 간다고 생각하고 피하시는 분도 계셨고요. 여러 가지 이유로 증언하는 것을 여전히 두려워하고 기억이 들춰져서 아파하는 분들을 많이 뵙고 나서 저희도 심각하게 고민을 했어요. 단지 선생님들이 촬영에 협조해주시고 영화를 응원해 주신다고 끝나는 문제가 아니라 영화가 상영되고 난 뒤에도 저희가 계속해서 가지고 가야하는 고민이에요. 사실 김군에 마지막으로 등장하시는 세 분께서 저에게 부탁하신 건 송암동의 양민학살 문제를 보다 알리는 것이었습니다. 시민군의 죽음을 포함한 양민학살에 대한 증언이 아직까지 제대로 채록이 되지 않았고 광주시에서도 조사를 제대로 하지 않았기 때문에 앞으로 국회에 출범할 진상조사규명회에서 그 부분들을 주요하게 다뤄줬으면 하는 바람으로 영화가 조금이나마 역할을 해주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있으세요. 저희는 그런 것들에 일조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어요. 선생님들도 증언을 하는 것 자체에 대해서는 고통스러워 하지만 동시에 살아남은 자의 책무로서 해야 된다는 딜레마를 가지고 이 작업에 참여해 주셨어요. 저희도 그 딜레마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쉽게 정답을 내리거나 해결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닌 것 같아요. 계속해서 선생님들과 관계를 가져가면서 풀어나가야 하는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변영주: 사실 많은 사람들이 광주에 대해서 더 조사할 게 있나?’ 생각할 정도로 다 해결된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습니까? 국가기념일로 지정해서 기념식도 하고 유족과 피해자에 대한 보상도 하고 있고요. 대부분의 시민들은 학살자가 아직 책임을 지지 않고 있으며 감옥에서 무죄로 석방되었다고 우기면서 살고 있다는 것도 알고 있잖아요? 그런데 광주에 가봤더니 아직 시체조차 발견이 되지 않은, 그리고 아직 규명조차 되지 않은 학살 현장들이 있는 거예요. 피해 당사자들 입장에서는 모든 게 다 해결됐다고 생각하는 우리를 보며 얼마나 분하셨을까 하는 생각도 들어요. 그게 어쩌면 이 영화의 엔딩이 아닐까 싶고요.

 

강상우: 최진수 선생님이 증언하신 송암동 양민학살의 경우 사실 가해자가 명확하거든요. 5월 24일 송암동에서 11공수 63대대는 수백 마리의 닭과 칠면조, 젖소까지 죽이고 물놀이하던 아이들까지 죽였어요.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눈에 보이는 대로 살상을 저질렀어요. 2000년대 중반 과거사 진상조사위원회가 열렸을 때 최진수 선생님께서 진정을 넣으셨는데, 이건 강제력이 없어서 초인종을 눌러서 안 열어주면 그 사람에 대해 조사를 못 하는 거예요. 권한이 없으니 할 수 있는 게 없어요. 제가 만난 많은 분들은 가해자들이 양심선언이라도 할 수 있도록 증언을 하면 보상을 하는 당근 정책을 써서라도 진실이 밝혀졌으면 하는 바람을 보여주셨습니다.

 




관객: 오늘 영화를 처음 봤는데, 개봉 버전과 영화제 버전이 엔딩이 다르다는 후기를 봤어요. 바뀌기 전에는 어떤 이야기가 있었는지 궁금합니다.

 

강상우: 조금 많이 달라졌어요. 이 영화는 5·18을 잘 아는 분들이 보아도 좋지만 무장시민군의 사진이 낯선 젊은 관객들, 민주화운동이라는 단어로만 5·18을 배웠던 관객이나 아직 어린 미래의 관객들이 김군을 추적하는 과정을 통해 그 당시에 있었던 일들과 생존자들의 현재 삶을 이해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처음부터 있었어요. 기존 엔딩은 도청이나 망월동 묘와 같은 5·18과 관련된 굉장히 익숙한 이미지들을 낯선 방식으로 보여주는 컨셉이었는데요, 5·18에 대해 익숙한 이미지를 가지고 있지 않은 젊은 관객들에게는 그 공간들마저 낯설기 때문에 납득이 잘 되지 않는다는 피드백을 받았어요. 또 기존에는 끝까지 김군의 추적에 돌진했다면 지금은 생존자들, 죽음들을 목격한 죄책감 속에서 살아오셨던 선생님들의 목소리에 조금 더 자리를 내줘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게 된 것 같아요. 저희는 어디까지나 이 영화가 역사 다큐멘터리가 아닌 현재를 다루고 있는 영화라고 생각하고 만들었기 때문에 그분들의 마음과 정서를 보여주겠다는 생각으로 엔딩을 새로 만들었습니다.

 

변영주: 지만원 씨가 초반부에 하는 주장을 보고 유튜브에서 찾아서 영상 풀버전을 봤어요. 그런데 그 영상을 보면 다 증명할 수 없는 말들이에요. 자기가 자기의 뒷받침을 만든 거짓말들이 있어요. 5·18에 관한 이런 거짓말이 세월호 유가족에게 했던 거짓말과 되게 비슷한 경로예요. 이렇게 600명을 비슷한 얼굴로 만들어서 북한군이라고 우긴 뒤 몇몇 사람들이 북한군이 아님이 드러나면 어떻게 이들이 북한군인지를 밝혀야하는데 반대로 나머지 580명을 증명해보라는 식으로 나오는 거죠. 그들에게 김군의 사진은 얼마나 중요하겠습니까? 시체조차 발견이 되지 않았으니까요. 또 얼마 전 국회에서 그런 말들을 하더라고요. 5·18 유가족들이 돈을 너무 많이 가져간다, 진짜 유가족이 있고 가짜 유가족이 있는데 무조건 모두에게 퍼주기 때문에 문제제기를 해야한다고 하는 거죠. 세월호 유가족에서도 진짜 유가족과 가짜 유가족을 나누지 않았습니까? 이런 것들이 저들의 어떤 디자인이라고 생각을 하거든요. 사실 이 영화가 나온다고 했을 때 보기 싫었던 이유가, 그런 말들을 듣기가 너무너무 싫어서예요. 그래서 영화를 보기가 쉽지 않았어요. 개인적으로 김군을 봐주신 만명이 넘는 관객들이 너무 대단하다고 생각해요. 정말 극장으로 오기가 쉽지 않거든요. 그런데 저는 후반부에서 완전히 무너졌어요. 내가 모르고 있었던 이야기가 있고, 나는 여전히 피해자를 규격화하고 있었던 거예요. 광주항쟁의 피해자들을 덩어리로만 놓고 있었던 거죠. 이 영화에 나오셔서 증언하신 분들 한 명 한 명을 못 잊을 것 같아요. 이제 아는 사람이 되어버린 거예요. 주먹밥 나눠주시던 주옥 선생님을 우리가 어떻게 모르는 남이라고 하나요? 저는 그게 이 영화의 미덕이라고 생각하고요. 감독님이 의도했는지 아닌 건지는 모르겠습니다. 의도하지 못 한 거길 바라요. 이렇게 훌륭한 감독이 많으면 제가 힘드니까요.(웃음) 그 미덕을 어떻게 더 확장할 것인가라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됐습니다.

 

 

관객: 변영주 감독님 말씀과 연계해서 질문을 드리자면, 80년 광주에서 주먹밥을 나눠주시던 주옥 선생님이 세월호 광장에서도 주먹밥을 나눠주시는 장면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될 지 고민이 되더라고요. 맥락이 희한하다고 생각했어요. 80년대에 집단적인 죽음이 이루어지던 곳에서 밥알들이 뭉쳐진 주먹밥들을 나눠주던 행위가 여전히 우리 현대사에서 반복되고 있고, 집단적으로 사람들의 죽음을 경험하는 일들이 많다는 생각이 들면서 그 장면이 묘하게 느껴졌어요. 죽음의 사연이나 양상이 다르기는 해도 서로 정서적으로 연대감을 가져볼 수 있을까 생각해보게 되었습니다. 감독님은 어떻게 생각하셨는지 궁금합니다.

 

강상우그 장면은 저희가 김군이라는 사진 속 인물을 알기 전인 2014517일 광주 금남로의 5·18광주항쟁 기념식 전야제 현장에서 촬영된 거예요. 매년 금남로에서 517일날 광주의 영령들을 추모하는 행사가 열리는데, 2014년도에는 4월에 워낙 큰 비극적인 사건이 있었기 때문에 세월호 참사로 돌아가신 영령들을 추모하는 이중적인 맥락이 형성된 거예요. 저희는 그때는 김군에 대해서 알지도 못하고 5·18에 대해서 관심도 없을 때였어요. 그때만 해도 '광주' 하면 '5·18'로 소환되는 게 거부감이 있었고 현재 광주를 살아가는 시민들의 일상만으로 구상한 영화를 만들고 싶어서 주옥 선생님의 일상을 쫓은 거였어요. 그때만 해도 5·18에 대한 증언은 선생님께 들은 적은 없었어요. 단지 조선대학교에서 축제 때 폭죽소리가 들리면 괴로워하신다는 것 정도만 알고 있었고요. 그런데 전야제 날 선생님께서 주먹밥을 그 당시처럼 나눠주고 싶다는 말씀을 하셔서 그 모습을 찍게 되었어요. 그 이후인 20155월부터 김군에 대해서 말씀해주셨고, 사실상 그 장면이 저희가 최초로 찍은 장면인 거예요. 영화제 버전에는 그 장면이 없었어요. 어떤 관객분들께는 그게 과잉된 감정으로 느껴질 수도 있을 거라는 생각은 드는데요, 관객분들께서 생각하시는 시간을 가졌으면 좋겠다는 마음이었습니다.

 


 


관객: 저 같은 10대들은 어떻게 보면 5·18이라는 사건이 굉장히 낯설어요. 교과서에서 신파적으로 배우고 있거든요. 그런데 이 영화를 보면 인터뷰하신 분이 우리는 전두환이 누구인지 몰랐다고 말씀을 하시잖아요? 그런 것처럼 우리 또래의 평범한 한 사람이었던 김군이 있었다는 것에 대해 알게 되어서 좋았습니다. 주옥 선생님의 한 마디, 김군이라는 한 사람에 대한 추적으로 이 영화를 시작하셨다고 했는데요, 프리프로덕션 과정이랑 촬영 기간을 어떻게 버티셨고 진행하셨는지에 대해서 듣고 싶습니다.

 

강상우: 저 혼자였다면 못 버텼을 거예요. 4년 동안 저희 프로듀서님들과 같이 계속 협업을 하면서 편집을 했어요. 선생님 말씀을 듣고 출발해서 기자님들을 만나면서 초반작업이 진행됐고 그 다음으로 항쟁의 생존자 선생님들을 만나 뵙는 게 조금 어려웠어요. 단체에서도 외부자들이 오면 조심스럽다보니까 처음에는 촬영 허용을 안 해 주셨어요. 그러다가 2015년 가을에 변영주 감독님께서 사회를 보셨던 인천 다큐멘터리 포트에서 펀딩이 되면서 다들 상을 받아왔다고 하니까 조금 더 마음의 문을 열어주셨어요.(웃음)

 

변영주: 15년 박근혜정권 말기. 아주 암울했던 인천 다큐멘터리 포트였죠.(웃음)

 

강상우: 저희 영화는 다른 곳에서 지원금을 못 받을 것 같으니까 안타까워 보이셨는지 상을 주셨어요. 그 힘을 받아서 2016년부터 본격적으로 조연출님과 PD님까지 4명이서 9개월 동안 집중적으로 광주에서 지내면서 작업했어요. 9개월 지나니까 예산이 다시 제로가 되더라고요. 그때부터 혼자 촬영을 다녔어요. 최진수 선생님은 재작년 12월에 만나뵙게 되었지만 촬영허락은 안 하셨는데, 작년 5월에 마음을 바꿔주셔서 선생님의 마지막 증언을 찍고 촬영이 마무리되었습니다.

 


관객: 역사 영화가 아니라 현재에 대한 영화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씀하셨는데 그 말은 현재 광주와 광주 사람들에게 필요한 일들이 있다는 것처럼 들렸어요. 그런데 그 원인의 일부로 5·18 왜곡처벌법이 논의만 되고 있잖아요? 이것도 특정 역사적 사건을 법률로 단죄하는 게 맞냐는 반론도 있고 복잡한 걸로 아는데, 이것에 대해서 직접 추적하고 탐구하고 작품도 만드신 감독님 생각이 궁금합니다.

 

강상우: 사실 처음에는 어떠한 이야기든 우선 허용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을 했어요. 형사적인 처벌 대상은 되지 않아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었고요. 다만 민사적인 책임을 져야한다는 생각이었는데요. 영화에 나오는 대로 제가 작년 5·18에 현충원에 가서 80년 광주에서 '북한군'에 의해 돌아가신 계엄군을 추모하는 행사를 보고 나서는 처벌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웃음) 지금은 5·18 왜곡특별법을 통해 형사적인 처벌도 필요하다는 입장입니다.

 

변영주: 저도 비슷한 것 같아요. 언젠가 저는 그런 고민이 들었어요. 내가 나이가 들어서 보수화된 것인가, 아니면 억하심정이 생겨서 이러는가. 그런데 사실 어떤 정의롭고 합법적인 절차를 무시하게 되는 순간 우리는 망할 거라는 생각을 하게 돼요. 그래서 항상 경계를 하거든요. 그러니까 저놈을 혼내 주려다가 나중에 우리도 혼나게 될 까봐 걱정하는 거죠. 이런 게 언제나 딜레마인 것 같아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느리지만 가야하는 방향을 붙잡지 않으면 안 되고요.

 

강상우: 그게 가해자들에 대한 제대로 된 처벌이 안 이루어졌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그런 혐오 발언을 떠나 5·18 현충원 행사에서 제가 놀랐던 건, 지만원 씨는 단순한 스피커였고 그 주변으로 당시에 805월에 광주에 내려가서 학살을 지휘했던 사람들이 북한군들이 와서 계엄군들을 학살했다는 주장을 하고 있었어요. 그 당시 자신들이 죽였던 시민군이 북한 특수군이라는 말도 안 되는 주장을 하고 있다는 사실이 너무 충격적이었어요. 그래서 그것에 대한 처단이 다시 이루어져야 하지 않을까 싶어요. 혐오 발언은 그 다음 문제인 것 같습니다.

 




변영주: 이제 슬슬 시간이 다 되어 가는데 감독님의 차기 작품 같은 건 묻지 않을 거예요. 왜냐하면 5년을 고생해서 이제 첫 작품을 개봉한 사람인데 조금 더 즐기게 놔두려고요.(웃음) 마지막 질문인데요, 영화를 개봉한 첫날 이후로 계속 관객과의 대화를 다니면서 관객들을 직접 만나는 이 상황에서 나는 생각지도 못했는데 이 장면을 이렇게도 보시는구나라고 생각했던 경우가 있나요?

 

강상우: 개봉 전에 시사회를 하는데 질문을 하시는 분께서 결국 영화 안에서 지만원 박사님의 과학적인 분석에 대해서는 반박을 못 한 건 아닙니까?’라는 질문을 하셨어요.(웃음) 그렇게 보실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반박하는 영화는 아니니까요. 제가 든 생각은 지만원 박사님의 과학적인 분석틀은 윈도우 그림판이구나.’(웃음) 어쨌든 윈도우 그림판도 과학적인 분석용으로 쓸 수도 있으니까요. 영화는 참 다양하게 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사실 저희가 그 반박을 누락했던 것은 북한군인가 아닌가가 중요한 질문이 아니었기 때문이에요. ‘이분이 왜 사라졌을까? 왜 나타나지 않을까? 나타나지 않는 이유가 당시 비극적인 사건과 연관이 있지는 않을까?가 더 중요한 질문이었고요. 지만원 씨는 저희 티저에서 감사하게 잘 활용한 맥거핀 같은 존재예요.(웃음) 진입할 수 있는 통로 역할로 굉장히 좋은 분이었는데, 그런 반박을 하시는 분은 별로 없었기 때문에 그분의 주장도 의미 있다고 생각합니다.

 

변영주: 정말 고생하셨어요. 아마 오늘 이 영화 때문에 인디스페이스라는 공간을 처음 오신 본 분도 계실지 모르겠네요. 이곳은 서울에서 몇 안 되는, 독립영화만을 전용으로 상영하는 독립영화전용관입니다. 명징하게 직조된 좋은 영화들을 여러분들께 선물하려고 노력하는 곳입니다. 오신 김에 둘러보시고 이런 곳이 있고, 이런 영화도 상영한다는 것을 알아주신다면 지금 어렵게 상영이 되고 있는 독립영화에 힘이 될 것 같습니다. 처음 오신 분들은 놀라셨을 거예요. ‘만이천 명 밖에 안 봤는데 이렇게 칭찬을 받고 있다고?’ 그런데 요즘 정말 독립다큐멘터리 영화 한 편이 개봉을 해서 만 명 넘는 게 어려운 현실이에요. 그렇지만 그 만 명이 결국 한국영화가 끊임없이 새로워지도록 요구하는 중요한 코어 관객이라고 생각을 하기 때문에 조금 더 이 극장과 친해지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오랜 시간 함께해 주셔서 감사하고요. 오늘 무엇보다도 저희들에게 김군을 보여주신 강 감독님께 다시 한 번 뜨거운 박수 부탁드립니다

 

강상우: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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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검은 여름  한줄 관람평


이성현 | 서사의 과감한 생략법 위에서 돋보이는 색채 연출

송은지 2019년의 여름 이야기를 듣고싶다

최승현 사랑과 무너짐, 그 여름의 파편들

성혜미 | 우리는 혐오 사회 속에 살고 있다

이성빈 어리숙함의 이야기








 〈검은 여름  리뷰: 우리는 혐오 사회 속에 살고 있다





 *관객기자단 [인디즈] 성혜미 님의 글입니다. 




 

여름을 생각하면 우리는 단연 싱그러움, 생명력을 대표 이미지로 꼽는다. 그러나 2017년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처음으로 선보였던 이원영 감독의 여름은 검은여름이었다. ‘바람이 불면 바람개비가 돌아가듯 어떤 논리적 설명도 필요 없이서로를 본 순간 사랑에 빠진 두 사람의 평범한 사랑은 결국 비극이 되어 다가왔던 그 해 여름을 그린 영화 〈검은 여름〉은 동성애를 옳지 못한 것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가 만연한 대한민국의 현주소를 잘 보여주고 있다.

 




〈검은 여름〉은 지현이 남기고 간 메모들 사이에 생략된 이야기들이 존재하는데, 이는 두 사람의 감정을 주변 사람들은 이해하지도 이해하려고 시도하지도 않기 때문에 지현 역시 이 사랑의 출발점과 종착지에 대해 친절히 설명해줄 필요가 없다는 의미인 셈이다. 이러한 영화의 시간적 배경을 가장 잘 설명해주는 것은 영화 내내 푸르고 어두운 장면들이다. 지현의 죽음에 가까워질수록 각각의 장면들은 곧 흑백이라도 될 것 마냥 채도가 빠져있으며, 반대로 지현과 건우가 그들의 감정을 확인하고 깊은 사랑을 할수록 높은 채도로 구성된다. 결국 두 사람의 사랑은 구름 한 점 없이 맑은 날 뒤에 한없이 내리는 장마처럼 우중충한 기운이 내려앉는다는 것이다. 우리는 그렇게 멈추는 것을 모르는 사람처럼 끊임없이 내리는 비에 젖어 사라지는, 아니 타인에 의해 지워지는, 누군가에 대해 생각해본 적이 있을까.




 

그러나 인권 영화와 인권에 대한 영화는 엄연히 다르듯, 동성애 영화와 동성애를 다룬 영화 또한 구별되어야 한다. 이러한 의미에서 〈검은 여름〉동성애를 다룬 영화에 가깝다고 조심스레 짚고 넘어가고 싶다. 대학에서 비정규직 교직원(조교)으로 일하며 글을 쓰고 영화를 만드는 지현은 다음 영화를 준비하며 만난 배우 건우에게 호감을 느끼게 된다. 함께 작업하며 연인 관계로 발전하는 두 사람이지만 그들의 관계가 대학 커뮤니티에서 논란으로 떠오르게 되면서 결국 지현은 스스로 성범죄의 가해자이길 자처한다. 끝내 극단적 선택에 다다르는 지현의 안타까운 행보의 과정에서 우리는 불편한 지점들을 엿볼 수 있다.

 

먼저, “남자라서 사랑한 게 아니라, 사랑하고 보니 남자였던 바람개비와 같은 사랑에 왜 여성이 도구적으로 이용되어야 했는가에 관한 것이다. 반대의 상황도 마찬가지다. 바람이 불면 바람개비가 돌아가듯 논리적 설명이 필요치 않은 진정한 사랑을 이야기하면서 영화는 내내 이성을 등장시킨다더불어 불법 촬영 동영상을 통해 아웃팅(성소수자의 성적 지향이나 성별 정체성에 대해 본인의 동의 없이 밝히는 행위)’ 당하며 대학 내에서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는 지현과 건우에게 주어지는 정신 내지는 육체적 폭력은 그럴 것 같은이미지들의 나열이다. 다시 말해 두 사람이 서로에게, 혹은 사회적으로 약자의 자리에 놓이게 되는 이유는 이들만의 감정선으로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이 사회에 만연한 관습 때문이다. 이들에게 주어지는 차별을 통해 역설적으로 평등한 사랑을 주지하면서도 지현과 건우의 사랑을 갈라놓는 것은 사회적인 편견들 때문이라고 외치는 영화적 시선은 물론 필요하지만, 꽤 난감하다.

 




지현과 건우의 여름은 이내 누구의 계절이었는지 분간하기 어려울 정도로 인간적 좌절이 되어 녹아내렸다. 두 사람에게서 검은 여름이란 이미지를 제외한다면 대략 이렇다. 사려 깊은 사람, 하고자 하는 일에 열정 있는 사람. 그들은 이러한 성정을 가진 인물들이다. 이렇게 만들어진 틀 안에서 잘 어울리던 지현과 건우는 사회적 편견을 입고 한 순간 혐오의 자리에 위치하게 된다. “존경과 선망은 타인에 대한 이해를, 증오와 분노는 타인에 대한 오해를 전제로 한다면 우리는 지금, 혐오 사회 속에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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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뿔을 가진 소년  한줄 관람평


승문보 | 인간, 가장 나약하면서도 무서운 존재

김정은 갖은 고통과 불행을 진열하는 납득하기 어려운 장면들의 연속

최승현 판타지와 리얼리티를 넘나드는 호기로운 시도와 상상력

성혜미 | 실한 믿음과 절대적 믿음, 그 사이

김윤정 기이하지만, 결코 그렇지 않은 이야기의 연속








 〈뿔을 가진 소년  리뷰: 인간, 가장 나약하면서도 무서운 존재




 *관객기자단 [인디즈] 승문보 님의 글입니다. 



19회 부산독립영화제에서 대상을 받은 김휘근 감독의 뿔을 가진 소년은 산 속에 사는 한 소년을 둘러싼 인물들을 조명하는 영화다. 어느 사전을 찾아보든 인간이라는 존재에 대한 정의는 큰 맥락에서 볼 때 거의 동일하다. 일반적으로 사전에 정의된 인간은 동물의 일원이지만 조직사회를 이루며 언어와 도구를 사용하는 등 다른 동물에서 확인할 수 없는 고도의 지능을 소유하고 다른 동물과 달리 독특한 삶을 영위하는 고등동물이다. 하지만 뿔을 가진 소년은 이와 같은 인간에 관한 정의를 지적 혹은 반박하는 영화다.





극 중에서 인물들로부터 추적을 당하는 한 소년은 머리에 뿔이 달린 사슴 소년이다. 그리고 인물들이 그 소년을 쫓는 이유는 그 소년의 머리 뿔로 보약을 달여 먹으면 완전히 회복할 수 있다는 괴상하고 이상한 이야기를 믿기 때문이다. 보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그들은 미신에 사로잡힐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하게 되었다. 가정을 부양해야 하는 준배는 암이 온몸에 전이되었을 뿐만 아니라 갑작스러운 아내의 임신 소식을 듣고 나서 살고자 더 거세게 발버둥을 친다. 희진은 사랑하는 동생 진아가 예기치 못한 불치병으로 쓰러지자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살리고자 애쓴다.





이들뿐만 아니라 사랑하는 상대를 살리고자 하는 인물들은 처음에는 작은 희망을 품었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작은 불씨마저 사라지려고 하자 살아남기 위해 그리고 살리기 위해 절박한 절망을 품고 마지막으로 발광하는 몸부림을 치기 시작한다. 절박한 절망을 마지막 소망으로 여기기 전까지 인물들은 거리 위에서 보약을 파는 장사꾼 혹은 민간요법을 가장한 상술을 비웃었다. 그러나 막상 구석에 몰리자 그들의 절실함은 안타깝게도 맹목적인 믿음으로 변질되었고, 그들은 결국 단 하나밖에 없는 사슴 소년의 뿔을 차지하기 위한 처량한 사냥에 엮이게 된다.

 




이처럼 뿔을 가진 소년은 극 중 인물들이 겪는 심리적 변형과 피를 볼 수밖에 없는 추격전을 통해 우리가 당연하게 여기는 인간이라는 사전적 정의를 지적한다. 고도로 발전하고 있는 기술로 차원이 다른 삶을 영위하고 있으므로 고등동물이라고 규정하는 게 옳을지 몰라도, 극한에 몰리는 순간 인간은 어느 존재보다 가장 나약한 모습을 드러낸다. 더 나아가 사슴 소년을 사냥하는 인물들의 모습은 근거 없는 잘못된 믿음으로 수많은 생명을 앗아간 자본주의 사회 속 인간의 폭력성을 상징한다. 결국 뿔을 가진 소년은 인간의 나약함과 잔인함을 독특한 설정으로 풀어낸 영화라고 말할 수 있다그리고 양쪽에서 들려오는 총성 뒤 블랙아웃으로 영화를 마무리하는 대신 시간이 흐른 뒤의 인물들의 얼굴을 대조 방식으로 명확하게 끝맺음을 했기에 영화가 들려주고자 한 메시지가 더 날카롭게 전달될 수 있었던 게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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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바람이 분다  〈보희와 녹양〉  인디토크 기록


일시 2019년 6월 20일(목) 오후 7시 30분 상영 후

참석 안주영 감독┃배우 김주아, 안지호

진행 셀럽 맷 (팟캐스트 '영혼의 노숙자' 진행)










*관객기자단 [인디즈] 성혜미 님의 글입니다. 




내겐 있는 것이 타인에겐 없는 것이지만, 타인에게 있는 것이 또 내겐 없는 그러한 상황에서 너무나도 이상적인, 순연한 사람들의 연대가 그려진다. 이 모습은 전체적으로 비현실적이라는 느낌이 들지만 그저 이런 아이들이, 이런 어른들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담긴 보희와 녹양인디토크는 팟캐스트 영혼의 노숙자’ 셀럽 맷과 안주영 감독, 안지호 배우와 김주아 배우가 함께했다.

 




진행 셀럽 맷(이하 셀럽 맷): 자리에 함께 해주신 관객 여러분들 감사드리고요, 안주영 감독님과 배우님들 모시고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세 분 각자 인사 해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안주영 감독(이하 안주영): 안녕하세요. 저는 연출을 맡은 안주영입니다.

 

김주아 배우(이하 김주아):녹양’ 역을 맡은 김주아입니다.

 

안지호 배우(이하 안지호):보희’ 역을 맡은 안지호입니다.

 

셀럽 맷: 나이 어린 배우가 주연인 영화를 마지막으로 본 게 플로리다 프로젝트〉(2017)였어요. 아주 귀여운 꼬마 아이가 '먹방'을 찍는 예고편에 속아 보러 갔다가 씁쓸함을 느끼며 나왔던 기억이 나는데요.(웃음) 보희와 녹양〉은 포스터부터 굉장히 상큼하잖아요. 그래서 또 '포스터와 달리 아픈 경험을 하는 건 아닌가?'라고 생각했는데, 영화 역시 초여름처럼 싱그럽고 사랑스럽더라고요. 안주영 감독님은 단편 옆 구르기〉(2014)에 이어 이 영화까지 10대 성장담을 그리고 있는데, 아이들의 이야기를 스크린에 옮기고 싶은 이유가 있으신가요?

 

안주영: 장편 찍을 때까지도 제가 아이들한테 집착하고 있다는 걸 몰랐어요. 방금 여쭤보신 질문을 많이들 해주셔서 나름대로 생각을 해봤어요. 연령대가 내려갈수록 제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조금 더 편하게 할 수 있더라고요. 다시 말해 사회적 관습에 구애받지 않고 자유롭게 이야기를 풀어 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아이들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것 같습니다.

 

셀럽 맷: 보희와 녹양은 원래 단편이었다고 들었는데 장편이 되는 과정에서 달라진 점이 있을까요?

 

안주영: 단편은 15분 분량의 짧은 이야기여서 그냥 '보희라는 남자애가 아빠를 찾으러 간다'까지만 이야기가 진행되는 상황이었어요. 장편은 이러한 모든 부분에 살이 붙었다고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셀럽 맷: ‘보희녹양의 이름이 굉장히 특이해요. 보희라는 이름은 특히 남자아이에겐 그렇게 흔한 이름은 아닌 거 같은데, 이렇게 이름을 정하신 이유가 있을까요?

 

안주영: 처음에 ‘A Boy and Sungreen’라는 영어 제목을 지어뒀어요. 소년인 'Boy'를 발음하면 보이니까 이와 비슷한 이름이 뭐가 있을까 생각하다가 보희로 짓게 되었습니다. 녹양이란 이름은 영화 브로큰 플라워〉(2005)‘Sungreen’라는 이름을 가진 캐릭터가 좋아서 가져와 바꾼 것입니다.

 

셀럽 맷: 인물들이 사회가 정해놓은 여성다움과 남성다움이 뒤바뀐 캐릭터잖아요. 어떤 의도가 있으셨는지 궁금합니다.

 

안주영: 여성다움과 남성다움을 정해서 그대로 바꿔버리면 똑같이 이분법적으로 나뉘는 것 같아요. 그저 각자 타고난 개성이 있는데, 그걸 존중해주면 좋지 않을까 생각하면서 캐릭터를 만들다 보니 그러한 부분들이 더 두드러지게 보였던 게 아닌가 싶습니다.

 

셀럽 맷: 그렇다면 캐스팅을 하실 때 어떤 점을 가장 염두에 두셨나요?

 

안주영: 원래 타입 캐스팅에 의존하는 편이에요. 그게 정답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청소년 친구들은 재능 혹은 타고난 기질이 있어도 경험이 많지 않아서 상대적으로 그러한 부분들을 보완하려면 아무래도 배우와 캐릭터 사이에 비슷한 면이 한눈에 보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짧은 시간에 모든 걸 알 수는 없지만 보희와 녹양의 모습을 많이 찾을 수 있는 배우들로 캐스팅을 진행했던 것 같아요.

 

셀럽 맷: 대기실에서 배우 분들이 장난치시는 걸 보는데 정말 보희와 녹양 같은 느낌이 들었어요. 시나리오 받았을 때 어떤 점이 매력적이셨나요?

 

안지호: 제가 맡은 보희는 되게 소심하고 겁도 많고 여린 캐릭터예요. 그런 부분들이 매력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소심한 점은 저랑 닮기도 했고 운동하지 않는 점은 또 저와 다르기도 하고, 그렇습니다.

 

김주아: 제가 가진 모습은 다양하지만 녹양이가 남들이 보는 제 모습과 가장 유사한 캐릭터였다고 생각해요. 녹양이 가진 용기와 단단함을 연기하면서 많이 배울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셀럽 맷: 김주아 배우님의 인터뷰를 찾아보니, 꿈이 많은데 배우가 되면 다양한 사람이 되어볼 수 있기 때문에 배우를 선택하게 되었다는 글이 있었습니다. 녹양이 연기자로서는 흥미로운 도전이었을 것 같아요. 어떤 점이 본인과 달랐는지 말씀해주실 수 있나요?

 

김주아: 친구에게 자신의 아픔을 숨기지 않고 오히려 당당하게 마주하는 녹양의 큰 품에 놀랐고 그게 닮고 싶은 부분이기도 했어요.

 

셀럽 맷: 굉장히 단단해 보이면서 애정이 많은 캐릭터 잘 연기하신 것 같아요. 두 분은 작품을 찍기 전인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 알던 사이라고 들었어요. 촬영은 중학교 1학년 때였는데, 서로가 상대역으로 캐스팅이 되었다는 걸 들었을 때 어떤 기분이셨나요?

 

안지호: 신기했어요. 다시 만나면 재밌게 이야기하면서 잘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서로 만나니까 아무런 이야기를 하지 않게 되더라고요. 그래서 감독님께서 저희 데리고 맛있는 거 사주시면서 친해지게끔 해주셔서 많이 친해졌습니다.

 

김주아: 5학년 때 같은 선생님 밑에서 연기를 처음 배웠어요. 연기를 할 때 쑥스러워하면 너희가 크면 상대역으로 언젠가 만날 수 있다는 말씀을 해주셨는데 딱 그런 상황이 되었어요. 차라리 모르면 0에서부터 시작하는 건데, 애매하게 친하니까 처음엔 더 힘들었던 것 같아요.

 

셀럽 맷: 두 분의 역할이 빛났던 영화였습니다. 영화에서 재현된 중학교 교실의 모습 등을 구현할 때 두 배우들의 조언을 얻는다든지, 어떤 방법을 취하셨을 것 같아요.

 

안주영: 두 배우에게 많이 물어봤죠. 교실 풍경 보다는 아이들이 어떤 걸 하면서 노는지, 어떤 대화를 하는지, 그런 것들을 많이 물어봤던 것 같아요. 교실 자체가 제가 다닐 때랑 많이 바뀌었더라고요, 시설도 그렇고. 로케이션을 찾으러 학교에 방문했을 때도 댄스 동아리 친구들이 실제로 춤을 추고 있었어요. 그런 생소한 느낌이 좋아서 바로 그 친구들도 캐스팅했고, 그런 식으로 실제로 눈에 보이는 것들을 최대한 많이 가져가려고 했습니다.

 




셀럽 맷: 보희녹양은 흔히 말하는 '평범한 가정'에서 자란 아이들은 아니잖아요. 가족의 결핍이 있는 상황에서 아버지를 찾아 나선다는 게 어떻게 보면 무거울 수 있는 이야기임에도 불구하고 전체적으로 따뜻하게 만들어진 것 같아요. 이런 부분에 감독님의 시선이 담겼다고 생각하는데, 두 사람을 어떻게 그리고 싶으셨나요?

 

안주영: 어떻게 보면 작위적이라고 느껴질 만큼 결핍이 큰 아이들로 그려냈는데, 제가 나이를 먹고 성인이 됐을 때 주윌 둘러보면 실제로 그러한 가정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됐어요. 그 후부터 그러한 결핍들이 그렇게 이상하게 보일 이유가 없다고 생각했고, 생각보다 사회에 만연한, 일부분이기 때문에 자연스러운 모습으로 가져가고 싶었던 것 같아요.

 

셀럽 맷: 흥미로웠던 건 아버지가 떠난 이유가 그가 동성애자였기 때문이었어요. 그렇게 설정하신 이유가 있을까요?

 

안주영: 자신의 정체성 때문에 떠나게 되었다는 건 개인으로서는 무책임하다고 볼 수도 있지만 그렇게 된 이유에 사회적 책임도 따른다고 생각했어요. 장남에게 부여되는 압박감, 결혼 등의 요인이 있으니 아버지가 동성애자라면 느낄 수 있는 것들이 있지 않았을까?’하는 생각을 했어요. 그리고 집을 떠난 이유가 다른 여자와의 바람, 혹은 우리가 생각하지 못한 극적인 사고 등의 드라마틱한 사유가 아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지극히 개인적인 이유였으면 하고 바랐죠. ‘좋다, 싫다로 결정하기 어려운 지점이 있었으면 좋겠다 싶었습니다.

 

셀럽 맷: 아버지가 가로등만 켜진 골목에서 애인을 만나 입맞춤을 하고 가볍게 미소 짓는 장면이 있어요. 그 부분만이 가진 애틋함을 불이 다 꺼진 뒷골목이라는 장소가 더욱 심화시켜줬던 것 같아요. 그런데 원래는 어두운 느낌을 찍으실 생각이 아니었고 밝은 느낌에서 찍고 싶으셨다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안주영: 그 장면이 그렇게 숨어있는 느낌이 아니라 축제 같은 느낌이기를 바랐어요. 아빠가 행복한 모습을 보면서 질투까지는 아니더라도 소외의 느낌을 받길 바랐죠. 그런데 실제로 그들이 자주 이용하는 골목을 찾아가서 골목길 장면을 찍으려고 하니까 분위기가 되게 조용해지더라고요. 원래의 의도와는 다르게 나왔지만 중요한 건 아빠가 행복해 보인다는 느낌의 전달이었고, 누군가 그 장면을 애틋하게 보셨다면 그것으로도 괜찮다고 생각해요.

 

셀럽 맷: 보희가 영화에 자신의 이름을 바꾸지 않겠다고 말하는 부분이 희망적이라고 느꼈거든요. 아버지의 정체성을 받아들이게 된 걸까요?

 

안주영: 그 부분은 솔직히 저도 자신 없어요. 제가 보희의 입장에 서게 된다고 상상해보았을 때, 보희가 느꼈을 감정을 단정 짓는 건 오만인 거 같아요. 받아드리려고 노력하는 모습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그러한 저의 희망이 담긴 느낌으로 영화를 찍었습니다.

 




셀럽 맷: 배우 분들은 촬영을 하시면서 기억에 남는 장면이 있으셨나요?

 

안지호: 목욕탕 장면이요. 떨렸는데 즐거웠던 기억이에요. 처음 목욕탕 장면을 찍을 때, 엉덩이가 나온다고 해서 '애들이 보면 엄청 놀리겠지?'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막상 촬영날이 되니까 서현우 배우님께서 먼저 벗고 이끌어주셔서 재밌게 촬영했던 기억이 납니다. 모든 순간이 즐거웠어요. 그 이후로 서현우 배우님과 함께 하는 날이면 설레고 ‘오늘은 어떻게 웃겨주실까?’ 기대하면서 촬영장에 갔던 것 같아요. 선배님이 “지호, 안녕만 해도 웃겨요.

 

김주아: 보희와 녹양이 처음 부딪히는 장면이 가장 기억에 남아요. 재밌거나 힘들었던 기억은 아니지만 이 장면이 워낙 중요하면서도 많이 없는 장면이기 때문에 영화 찍기 전에 여러 이야기를 나눴어요.

 

안주영: 저는, 매순간이요. 그 중에서도 신동미 배우님이랑 안지호 배우가 녹양이 할머니 돌아가셨다고 우는 장면이 있어요. 신동미 선배님이 지호 군과 같이 호흡을 맞추다가 잠깐 멈춰야할 정도로 엄청나게 감정이 올라오셨어요. 저는 모니터 뒤에서 , 됐다.’ 속으로 좋아했던 장면이었죠. 또 보희와 녹양이 육개장 떠먹여주는 장면을 찍으면 좋을 것 같다고 생각해서 썼는데 솔직히 말하면 괜찮을지 자신이 없었어요. 그런데 현장에서 보는 순간 처음으로 제가 찍으면서 좋다는 생각을 했던 것 같아요.

 


관객: 세 분이 생각하는 보희와 녹양의 미래가 궁금합니다. 어떻게 성장해 있을까요?

 

안지호: 그동안 있었던 일을 통해서 자신의 감정을 조금 더 잘 표현하는, 성장하는 보희가 될 것이라고 생각해요.

 

김주아: 보희와 녹양이 함께 지내면서 서로에게 가장 큰 변화를 주는 이야기가 담겨 있는 영화라고 생각해요. 이 영화가 끝난 후에도 어떤 마음이 있었고, 이런 맘을 다 털어놓을 수 있는 친구가 있었구나, 깨닫는 정도일 것 같아요.

 





관객: 아버지를 찾기 위해 찾아갔던 사람이 집에 보희와 녹양이를 들여서 라면을 주다가 갑자기 커튼을 치고 문을 닫잖아요. 어떤 의도로 넣은 장면이신지 궁금합니다.

 

안주영: 멀쩡한 사람도 술을 마시면 알 수 없는 행동을 하잖아요. 그러한 행위 중 하나라고 생각해요. 안 좋은 일이 충분히 벌어질 수도 있는 상황이고 어떤 일이 생길지는 정말 알 수 없어요. 커튼을 닫는 행동의 시작은 술 마시고 본인이 뭘 하는지 본인조차 모르는 그런 상황인거죠.

 


관객: 반 친구가 녹양이 할머니가 돌아가셨을 때 좋지 않은 말을 하는 걸 보고 보희와 싸우게 돼요. 그런 행동을 하고서도 먼저 화해를 하러 가게 되는데, 어떤 생각을 하시면서 이 장면을 만들게 되셨는지 궁금합니다.

 

안주영: 어쨌든 저는 보희가 영화 내에서 처음으로 누군가에게 선제공격을 한 장면이라고 생각해요. 그게 자기 때문이 아니라 녹양이 때문이라는 것도 중요하고요. 항상 녹양이가 먼저 하자고 했는데 본인이 녹양이라는 친구 때문에 먼저 움직이게 되는 장면이죠. 그러면 보통 먼저 때리는 사람이 사과한다고 느낄테니 그러한 장면 또한 넣게 됐습니다.

 


관객: 한강에서 수영하는 장면이 왜 삽입이 된 건지 궁금합니다.

 

안주영: 처음에 생각했던 이미지는 물 위에 누워서 떠있는 거였어요. 배영을 하며 떠 있을 때의 평온함과 같은 느낌을 가져가고 싶었는데, 한강은 아이들이 자주 가는 공간이라는 설정이 있었고, 그 물은 쉽게 들어가겠다고 생각을 잘 안 하잖아요. 그런데 한 발짝을 내딛으면 완전히 다른 느낌을 가져갈 수 있는, 용기를 내면 달라질 수 있는 그런 느낌이 드는 공간이라고 생각해서 넣었습니다.

 




관객: 앞부분 영화관에서 본 영화에서는 마지막에 남자주인공이 죽어서 저는 보희가 결국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건 아닌가 정말 조마조마 했어요. 결과적으로 그러한 상황은 나오지 않았지만 복선으로 깔아놓으신 부분인지 의도가 궁금합니다.

 

안주영: 이렇게 만들어놓고 아니라고 하면 무책임할 수도 있지만 후반부에서 보희가 한강물에 들어갈 때는 죽음의 이미지를 넣고 싶지 않았어요. 그렇게까지 갈 일도 아니라고 생각을 했고요. 초반에 그러한 장면이 나왔던 건 자기 모습을 보면서 울고 있는 보희를 찍고 싶기 때문이었어요. 감정이입을 깊게 하면 그 인물이 나라고 생각해서 울거나 웃거나 하잖아요. 그런 것들이 영화 보는 행위와 비슷하다고 생각해서 그 장면을 넣게 되었습니다.

 


관객: 한강에 들어가고 난 뒤에 보희가 놀이터 의자에 앉아있을 때 아버지가 오는 상상의 장면이 있잖아요. 보희가 아버지를 용서한다는 의도가 담긴 건지 궁금합니다.

 

안주영: 용서라는 말이 맞을지는 잘 모르겠어요. 용서 전에 자기가 아버지에게 받아들여질 것인지가 보희한테 가장 중요할 것 같아요. 그 장면은 시나리오 상에서는 실제로 만나는 걸로 했는데, 편집과정에서 물 속 느낌을 강조하고 싶어서 판타지처럼 몽타주편집을 하게 됐어요. 그래서 사실 지금은 환상처럼 보일지라도 근미래에 벌어질 수 있는, 충분히 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하고 작업을 했습니다.

 


관객: 네 번째 GV를 보러 왔는데, 처음 봤을 때보다 더 좋은 것 같아요. 보고나서 집에 가서 생각이 날 정도로 음악이 되게 좋았습니다. 구체적으로 어떤 느낌을 계획하고 음악을 선택, 삽입하신 건지 궁금합니다.

 

안주영: 음악을 맡아주신 이준호 감독님과는 예전에 단편을 하면서 인연이 닿았어요. 감독님께 편집본을 드리고 음악이 꼭 있었으면 하는 부분만 상의하고 나머지는 감독님께 맡겼어요. 너무 슬프거나 너무 아름답거나, 그렇게 감정을 대변하는 느낌으로 가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그대로 나온 것 같아요.





셀럽 맷: 앞으로 준비하고 계신 차기작과 함께 마지막 말씀을 들으며 자리 마무리할게요.

 

안지호: 제가 출연한 우리집이라는 작품이 개봉할 예정입니다. 많이 봐주세요. 감사합니다.

 

김주아: 이번 여름에 장편 독립영화 촬영을 앞두고 있습니다. 이 영화와는 다른, 성숙한 모습과 나이대를 연기하게 되었는데 좋은 모습 보여드리도록 열심히 하겠습니다.

 

안주영: 피가 난무하는 공포영화를 쓰고 있어요. 찍을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열심히 작업하겠습니다.

 

셀럽 맷: 함께해주신 배우님과 감독님께, 그리고 이곳까지 와주신 여러분들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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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노무현이 아닌 시민 노무현에 관하여  〈시민 노무현  인디토크 기록


일시 2019년 6월 7일(금) 오후 7시 30분 상영 후

참석 백재호 감독┃김광진 제19대 국회의원










*관객기자단 [인디즈] 승문보 님의 글입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을 이야기하는 다큐멘터리는 끊임없이 제작되고 있지만, 백재호 감독의 〈시민 노무현〉 이전 다큐멘터리들은 노무현이라는 한 개인을 대통령이라는 프레임 안에 가뒀기에 특정 인물을 바라보는 시각의 범위를 좁히는 감이 없지 않았다. 하지만 〈시민 노무현〉2008225일 퇴임 후 봉하마을로 귀향을 선택한 시민으로서의 노무현의 삶을 바라보며 그의 진정성을 다른 영화보다 더 친근하면서도 깊게 다가가는 다큐멘터리가 아닐까 싶다. 67일 〈시민 노무현〉 상영 후 백재호 감독과 김광진 제19대 국회의원과 함께 관객과의 대화를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백재호 감독 (이하 백재호): 안녕하세요. 오늘 김광진 의원을 모시게 된 이유는, 저희가 영화를 처음 기획하고 만들기 전에 만났죠? 당시 젊은 정치인으로서 두각을 나타내며 활동하고 계셨던 김광진 의원과 함께 서거 10주기를 맞이해 노무현 전 대통령의 유업을 이어가는 시민들을 다루는 다큐멘터리를 만들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오늘 영화 보시니까 어떤가요? 그때 기획했던 것과 영화가 많이 달라졌죠?

 

김광진 제19대 국회의원 (이하 김광진): 그렇더라고요. 저한테 내레이션을 맡아줬으면 좋겠다고 말씀해주셨는데 내레이션도 없더라고요.

 

백재호: 김광진 국회의원과 같이 열심히 정치활동하는 젊은 정치인뿐만 아니라 노무현 대통령과 직접적인 연이 없어도 그의 유업을 이어가는 사람들의 목소리를 담아내면 좋겠다고 생각을 했거든요. 그런데 막상 본격적으로 제작하면서 생각이 바뀌었어요. 저는 2018년을 생각하며 영화를 찍었는데 노무현 전 대통령이 서거했던 해의 대한민국과 2018년 대한민국의 상황이 크게 달라진 게 없다고 생각해서 제작 방향을 틀게 됐어요.

 

김광진: 〈시민 노무현〉이 개봉하기 전에 이미 노무현 전 대통령 관련 영화가 꽤 많이 나왔는데, 영화마다 각자의 강점이 있다고 생각해요. 근데 대부분은 울컥한 내용이 중심을 이뤘죠. 그러나 이 영화는 어찌 보면 촛불 혁명 이후 살아가는 대한민국 사람에게 시민으로서 어떤 일을 해야 하는지 물어보는, 방향성이 전혀 다른 영화라고 생각해요. '시민 노무현'을 통해 오늘날 시민으로서의 역할을 고민해볼 수 있는 좋은 영화라고 생각해요.

 




김광진: 여기에서 쓰이지 않은 영상도 많을 텐데 아직 쓰지 않은 영상들을 모아서 영화를 더 만들 수 있을 것 같아요.

 

백재호: 1년 동안 봉하마을에서 살았어요. 거기서 찍은 테이프가 수백 개가 넘어요. 다 주옥 같은 영상이에요. 이걸 편집하지 말고 200시간 다 틀까도 고민했어요. 너무 좋은 장면이 많은데 대부분 공개되지 않아서 노무현재단과 연계해서 공개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죠. 다큐멘터리는 진실성과 관련 있지만, 편집을 많이 해야 하는 장르에요. 저 혼자서 서거에 대한 분노와 죄송스러움을 갖고 있었을 뿐만 아니라 왜 갑자기 돌아가셨는지 궁금했어요. 그래서 실제 봉하마을로 내려가서 주민분들께 제 궁금증과 관련한 질문을 드렸는데 놀라운 건 많은 주민 분께서 그것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선택일 거라고 말씀하시더라고요. 순간, 저는 그렇다면 그들이 어떤 모습을 보았기에 그렇게 말씀을 하시는지 궁금해졌어요. 그 질문을 안고 〈시민 노무현〉을 본격적으로 만들기 시작했어요. 촬영한 영상을 다 쓰지 못해 아쉽기도 하지만 이 영화의 방향성과 목적을 생각하면 후회하지 않아요.



관객: 감독님은 연기자로 먼저 이 분야에서 활동을 시작하셨고, 이어서 극영화를 연출하셨어요. 그래서 갑자기 노무현 전 대통령 관련 다큐멘터리를 찍으러 간다고 들었을 때 놀랐지만 봉하마을로 내려가는 이유를 여쭤보지는 못했어요. 어떻게 이 영화를 시작하게 되셨는지 궁금합니다.

 

백재호: 말씀해주셨다시피 저는 원래 극영화 작업을 하지만, 다큐멘터리를 만들게 된 계기는 같은 야구팀 소속 PD님의 제안이었어요. 그분이 서거 10주기 즈음에는 젊은 감독의 시선이 담긴 영화가 필요하다고 말씀해주셨어요. 그리고 당시 저는 우연히 시작한 영화 작업을 이어가야 할지 고민하고 있었기 때문에 다큐멘터리라는 새로운 장르가 딱히 신경 쓰이지 않았어요. 사실 영화를 그만두려고 했어요. 그리고 제가 봉하마을로 내려가겠다고 주변 사람에게 말한 이유는, 그때 서울에서 도망가고 싶었어요. 물론 인터넷 때문에 봉하마을에서도 오로지 전원생활을 즐길 수는 없었죠. 근데 봉하마을에서 첫 날 카메라를 들고 나갔을 때 행복했어요. 그렇게 사계절을 보내며 테이프에 흐르는 시간과 풍경을 담았죠. 더 나아가, 다른 다큐멘터리와의 경쟁보다 나만의 고민이 담긴 다큐멘터리를 완성하는 것에 대해 생각했어요. 그러다 보니 그 결과 〈시민 노무현〉을 완성할 수 있었어요.

 




백재호오늘 이 자리를 함께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김광진: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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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곁에 있는 통일에 대하여  〈우리 지금 만나〉  인디토크 기록


일시 2019년 6월 3일(월) 오후 7시 30분 상영 후

참석 김서윤, 강이관, 부지영 감독

진행 이화정 씨네21 기자








*관객기자단 [인디즈] 김윤정 님의 글입니다. 



 

70년이라는 세월 속에서 어느덧 분단은 우리에게 익숙하고 당연한 것이 되어버렸다. 한민족과 한반도가 남과 북으로 갈라져 있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하는 지금의 우리에게 통일은 어떠한 의미가 있을까우리 지금 만나기사 선생, 우리 잘 살 수 있을까?, 여보세요세 편의 단편 영화가 펼쳐지는 옴니버스 영화이다. 우리가 그동안 봐왔던 군인, 국가정보원들의 이야기를 통한 남과 북의 이야기가 아닌 평범한 사람들의 사랑과 우정으로 그려낸 세 편의 영화는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통일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김서윤, 강이관, 부지영 감독과의 인디토크를 소개한다.



 


이화정 기자(이하 이화정): 늦은 시간 영화 관람해주시고 인디토크까지 참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감독님들 인사로 시작하겠습니다.

 

부지영 감독(이하 부지영): 안녕하세요. 세 번째 에피소드 여보세요연출한 부지영입니다. 월요일 저녁에 멀리까지 영화 보러 오기가 되게 쉽지 않죠. 그런데도 이렇게 오신 것에 대해 감사드리고 영화에 대한 궁금증 많이 풀고 가시길 바랍니다.

 

강이관 감독(이하 강이관): 안녕하세요. 두 번째 에피소드 우리 잘 살 수 있을까?연출한 강이관입니다. 귀한 시간 내서 관람하러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김서윤 감독(이하 김서윤): 첫 번째 에피소드 기사 선생 연출을 맡은 김서윤이라고 합니다. 예전에 인디스페이스에서 한 인디토크가 너무 재밌었거든요. 오늘도 재밌을 것 같습니다.


 



이화정: 일단 통일이라고 하면 굉장히 거대한 주제라는 생각이 드는데, 어떻게 하다가 이 영화를 만들게 되었는지 궁금합니다. 통일부가 기획과 제작에 관여했다고 하니 처음에는 , 딱딱하겠구나라는 예상도 얼핏 하게 되었는데요, 감독님들께서는 제안을 받고 어떤 마음으로 이 프로젝트에 참여하시게 되었나요?

 

김서윤: 전작을 찍으면서 모아둔 돈을 다 쓰는 바람에 빨리 다음 작품을 찍는 게 답이다’ 싶었는데요, 제작지원 정보를 찾다가 통일영화 제작지원을 알게 되었어요. 통일이라는 주제가 극적이기도 하고 특이하기도 해서 시나리오가 별 어려움 없이 재밌게 써지더라고요. 그렇게 당선도 되고 이 자리까지 오게 되었습니다.

 

이화정: 사실 강이관, 부지영 감독님은 국가인권위원회의 옴니버스 프로젝트 시선 너머(2010)를 같이 한적 있으셔서 국가기관 전문 감독이냐 하는 오해도 받으신다고 하는데(웃음이번 프로젝트는 어떻게 참여하셨나요?

 

강이관: 평소에도 통일이라는 주제에 관심이 있었고 이번 기회를 통해서 조금 더 재미있는 작품을 만들면 어떨까 생각을 했던 것 같아요. 시선 너머라는 작품으로 단편을 만들었을 때는 소재만 주어지고 어떤 이야기가 되어도 상관없다고 하시기에 참여했는데요, 이번 프로젝트는 통일과 평화라는 범주 안에서 영화를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주제 안에서 어떻게 해야 재미있게 표현할지 자유롭게 생각하는 게 어렵고도 재미있었습니다.

 

부지영: 3번째 장편을 준비하다가 자꾸 잘 되지 않던 중에 이런 제안을 받았어요. 뭐라도 찍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 받아들였어요. 통일이라는 주제가 저한테는 도전이었던 것 같아요. 근 몇 년 동안 생각하지 않던 주제기 때문에 어떻게 하면 재미난 영화를 찍을 수 있을까 고민을 많이 했어요. 그래서 자료조사를 하는 와중 지금 영화 속 설정의 배경이 된 이야기들을 알게 되었어요. 탈북민들이 실제로 중국 핸드폰을 이용하여 전화를 할 수도 있다는 상황을 알게 된 것인데요. 그동안 제가 관심을 가지고 있지 않은 사이 남북 관계도 많이 변화하고 북한 사회가 굉장히 많이 변하게 된 것을 새삼 느끼게 되었어요. 그 사회가 알고 있었던 것처럼 폐쇄적이지 않고 통신이나 무역, 경제에 있어 정말 급격하게 변하고 있더라고요. 그런 사실들을 알게 되면서 이런 상상까지 하게 되었던 것 같아요.

 




이화정: 기사 선생〉 같은 경우는 2016년의 개성공단 가동 중단이라는 아주 구체적인 배경이 존재해요. 감독님께서는 어떻게 소재를 접하시고 시나리오를 쓰게 되셨나요?

 

김서윤: 인터넷 검색을 해보다가 개성공단에도 편의점이 있다는 기사를 봤어요. 제가 편의점에서 일한 적이 있는데, 그러다보니 저 편의점에는 무슨 물건들이 있고, 언제까지 영업을 하고, 어떤 물건을 팔지 너무 궁금하더라고요. 그렇다면 한국에서 배달차가 가서 남한 사람이 북한 사람을 본다는 이야기인데, 그럼 둘의 관계는 어떨까 생각했어요. 제가 일할 때 그랬듯 유통기한 때문에 폐기되는 식품들을 먹어도 된다고 서로 나눠주지는 않았을까 그런 상상이 들고요. 그래서 그런 둘의 관계에서 이야기를 시작했는데, 개성공단을 다루면서 폐쇄라는 긴박한 상황들을 이야기하지 않을 수는 없겠더라고요. 그래서 그 부분까지 이야기하게 되었습니다.

 

이화정: 이 소재를 멜로로 풀어낸 것이 굉장히 신박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 공간은 연애의 감정이 들어갈 틈이 없는 긴박한 상황일 수도 있잖아요. 어떻게 이 상황 안에서 설렘을 포착하셨나요?


김서윤: 연애의 감정을 다룬 영화를 이전에 몇 편 찍었었어요. 서로의 눈빛이 오고 가는, 이런 감정들이 표현되는 영화를 워낙 좋아하고 제가 원래 멜로 감성을 좋아해요. 그렇기 때문에 남북 관계에 대한 소재를 만났을 때도 자연스럽게 방향이 그렇게 이어졌던 것 같아요.


이화정: 기사 선생을 통해 마음이 촉촉해지는 순간 강이관 감독님 작품 우리 잘 살 수 있을까?를 보면서 와장창 깨지는데요.(웃음결혼을 2주 남겨두고 두 사람이 그렇게 싸우잖아요. 실제로도 결혼 직전에 헤어지는 경우도 많다고 들었는데요, 감독님께서는 어떻게 이런 이야기를 쓰게 되셨는지 궁금해요.


강이관: 이 영화 보시면 통일이랑 무슨 관계가 있지?생각하실 수 있는데요, 그렇게 생각하시면 좋을 것 같아요.(웃음오히려 보신 분들이 왜 이런 걸 만들었을까?라고 하는 게 제 목적이었어요. 만약에 한쪽이 남쪽, 다른 한쪽이 북쪽 사람이라면 몰라도 저희 영화에서는 둘 다 남한 사람이고요. 우리 잘 살 수 있을까?는 상징이 많은 영화에요. 남한과 북한이 서로 존중하는 관계로 결혼을 약속했지만 실제로는 하나도 맞지 않는 그런 모습들을 결혼을 앞둔 커플의 모습으로, 그리고 말보다는 행동으로, 춤으로 표현을 해보자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남자가 추는 춤과 여자가 추는 춤의 장르를 달리해서 각자의 춤을 강요하는 그런 이야기를 생각해봤어요국가상 본질적인 남북 간 갈등이 없어지고 강대국에서 남한과 북한의 통일과 평화를 방해하지 않을 때가 오면, 그래도 우리는 잘 살 수 있을까? 이런 생각이 많이 들어서 이 영화를 만들게 되었습니다.

 

이화정: 개성공단 가동 중단처럼 강이관 감독님 영화에는 남북 철도 개통에 관한 뉴스가 나와요. 영화의 마지막에는 그 가능성을 열어둔 느낌인데요, 이 영화에 북한사람은 나오지 않지만 우리가 분단의 땅에 살고 있다는 것을 인식시켜주는 한 장치인 것 같다고 느꼈어요.

 

강이관: 영화의 마지막에서 조금 더 현실적인 연결고리가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그러기 위해서 남한과 북한의 철도 연결을 사용했고요. 지금 한 70년 정도 분단의 상태로 우리가 살고 있는데 막상 교류가 일어난다면, 통일이 된다면 우리의 삶이 얼마나 많이 바뀔지는 상상하지 못한다고 생각하거든요. 정치적으로 갑자기 둑이 무너지는 일 대신 남북 철도 연결이 요즘 가장 경제적이고 실현 가능한, 추진되고 있는 일이라고 생각해서 영화에서 사용했습니다.

 




이화정: 부지영 감독님의 여보세요에 대한 설명을 듣기 전에는 이거 판타지인가?라는 생각을 했어요. 북에서 남으로 통화를 할 수 있다는 사실을 몰랐던 거죠. 영화를 보면서 전화 한 통에 대한 선입견뿐만 아니라, 우리가 탈북자라는 상황에 있는 사람들을 대상화시키는 방식에 대해 많은 생각이 들었어요. 어떻게 이 소재를 조사하고 시나리오화 하겠다는 생각을 하셨는지 그 과정을 들어보도록 하겠습니다.

 

부지영: 전화 통화 방법은 관객분들도 예상하셨을 것 같아요. 북한산 핸드폰으로는 밖과의 소통이 어려워요. 근데 중국산 핸드폰을 사면 국경지대에서 다른 나라와 통화가 가능한 거죠. 탈북을 하신 분들이 주로 평안북도, 즉 국경지에 몰려있거든요. 그분들은 국경과 가까우니까 돈이 있으면 브로커를 통해서 구입한 중국산 전화기로 한국에 있는 가족들과 통화가 가능한 거예요. 특히 무역하시는 분들은 북한과 중국 사이에 교통이 나쁘지도 않기 때문에 통화를 하자면 충분히 할 수 있는 상황인 거죠. 그러한 설정을 두고 북한에 있는 탈북민의 가족이 남한에 간 아들에게 전화를 하는데, 아들이 사준 전화기는 고장이 나고 아들 전화번호도 써놓지 않아서 본인이 기억하는 번호로 전화를 해봤더니 자신의 아들이 아니라 남한의 어떤 여자가 받고 보이스 피싱으로 오해하는 상황을 만들게 된 거죠.

 

이화정: 주인공의 어머니가 분단으로 인해 가족과 떨어져 있다고 해도, 직접 겪지 않는 세대는 결국 이해의 폭이 넓지 않을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런데 어떤 해프닝일 수도 있는 하나의 사건이 결국 그를 이해하게끔 만드는 굉장히 중요한 일이 된 것 같은데요, 그러한 세대 간 소통이 이 영화에서 중요한 코드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부지영: 사실 정은과 어머니의 관계는 여느 엄마와 딸 사이와 크게 다르지 않아요. 엄마와 딸 사이가 살가운 경우도 있지만 서로에게 핀잔을 주고 티격태격하는 관계들이 많잖아요. 여보세요속 정은과 정은의 엄마도 그런 관계죠. 이정은 배우 아버님이 함경도 출신인데 아버지에게 북한에 관련된 얘기를 굉장히 많이 들었다고 하더라고요. 본인한테는 맨날 듣는 이야기니까, 그냥 잔소리처럼 스쳐가는 말처럼 듣고 그럼 이산가족인데 뭐 어떻게 하나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해요. 영화 속에도 이런 것들이 녹아있는 것 같아요. 맨날 어머니가 북한에 대한 얘기를 해도 딸은 심드렁하게 듣는데 어머니가 치매에 걸리시면서 동생을 찾는 게 심각한 일이 되는 단계에 온 거죠. 치매라는 것 또한 중요한 설정으로 썼어요. 분단이 너무 오래되었다 보니까 저 역시 이 문제에 대해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았어요. 저 뿐만 아니라 많은 분들이 남북의 분단에 대해 슬프다거나 여타의 감정을 느끼지 않는다고 생각하거든요. 한반도가 남한과 북한으로 갈라진 상태를 당연하게 생각하죠. 그런데 어머니가 치매에 걸리면서 최근에 기억들이 송두리째 날아가고 과거의 기억만 남아있으니까 그분한테는 지금이 분단 상황이 아닌 거죠. 그러한 어머니의 상태와 우리의 상태가 오히려 거꾸로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사실 무언가를 치매와 같이 송두리째 잊고 있는 건 우리가 아닐까 싶었어요.

 

이화정: 그동안의 영화가 강철비, 공동경비구역 JSA처럼 남북한의 남자와 남자 간 벌어지는 소통이었던 반면, 여보세요는 북한 여자와 남한 여자가 소통하는 이야기여서 그 부분도 굉장히 흥미로웠어요.

 

부지영: 예전에 제가 탈북민이 쓰신 책을 봤는데요, ‘통일이라는 것은 북한의 시골 안에 촌로들의 마음을 이해할 때 가능한 것이다라고 쓰여 있었어요. 그 문구를 읽는 순간, 통일이 가까이 온 게 아니라 쑥 멀리 가버리더라고요. 그분들의 마음을 저희가 어떻게 알겠어요. 그런데 그렇지 않으면 통일은 사실 어려울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거든요. 국가 직원들끼리 친해지고 부대에서 친해지고 이런 것도 중요하겠지만 실제 일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은 더 뒤에 있는 사람들이잖아요. 그런 사람들이 통일 혹은 분단 상황에 대해 생각해보는 기회가 있어야 될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일반인이, 특히나 그런 서사에 좀 더 밀려나있는 여자들이 이야기의 주인공이 되어야 한다는 생각이 있었어요.

 




이화정: 감독님의 전작들을 보면 수긍이 가는 부분이에요. 말씀하신 것처럼 국가정보원 같은 비장한 직업을 가지신 분들이 아니라 가장 가까이에서 일하는 노동자들 내지는 평범한 젊은 세대가 나온다는 구성도 흥미로웠던 것 같습니다. 또 캐릭터의 구성을 돋보이게 해주는 배우들의 연기가 정말 좋았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특히 저는 기사 선생의 배유람 배우가 멜로 연기를 너무 잘해서 놀랐어요. 평소에는 그런 연기를 잘 보여주지 않거든요.

 

김서윤: 이전에 배유람 배우님의 작품을 다 본 것이 아니고, 오히려 단편작 중 멜로물을 보아서 그런 이미지가 없었어요약간 수줍어하는 모습이 성민한테 많이 어울린다고 생각했어요. 표현은 잘 못 하지만 눈빛만 봐도 이야기가 전개되는 그런 눈망울을 지니셔서 캐스팅하게 되었습니다.

 

이화정: 강이관 감독님 같은 경우는 배우 두 분이 원래 연기를 하시던 분들이 아니기 때문에 쉽지 않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춤도 정말 중요한 부분이지만 연기도 해야 하기 때문에 어디에 중점을 두고 캐스팅을 할지 고민을 많이 하셨을 것 같아요. 영화 속 주인공 두 분이 댄서로 굉장히 유명하시잖아요. 어떤 과정을 거쳐서 캐스팅하셨나요?

 

강이관: 일단 춤을 잘 춰야했어요. 음악에 따라서 춤이 결정되기 때문에 k-pop을 생각하면서 먼저 음악감독님께 의뢰했고, 비트가 빨라야 우리가 조금 더 친숙하게 들을 수 있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리고 그 음악에 맞는 춤을 추는 분들을 생각했죠. 말씀하신 대로 춤을 추면서 연기 또한 해야 하기 때문에 그런 분들을 찾는 게 굉장히 어려웠어요. 아이돌이면서 연기를 지망하시는 분들도 있고 춤이 특기인 배우분들도 있고요. 그렇지만 영화 속 두 분은 정말 한국에서 가장 뛰어난 댄서들이죠. 보기에는 친숙한 춤 같지만 난이도가 높은 춤이고 안무도 직접 짜야 했어요. 캐릭터로서 춤을 춰야지, 공연에서 추던 춤을 보여주는 것은 아니라서 같이 안무도 짜고 연기도 할 수 있는 분들을 캐스팅했어요.

 

이화정: 여보세요의 이정은 배우님은 지금까지 쌓아온 작품들을 통해 연기력을 인정받고 그 능력이 만개했다고 느껴지는 활동력을 보여주시는 것 같아요. 여보세요진짜 이정은 배우의 얼굴은 이런 얼굴이구나라는 것을 보여준 작품이라서 의미있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감독님의 전작 카트(2014)에서부터 인연이 있으셨잖아요. 어떻게 이번 작품을 같이 하시게 되셨는지 궁금합니다.

 

부지영카트에서는 이정은 배우님이 마트 계산원 중 가장 중요한 역할이기는 했으나 배역 이름은 없었어요. 그리고 캐릭터도 다 본인이 알아서 잡는 식이었죠. 카트를 작업하면서 본 이정은 배우님의 대사를 읊으시는 모습은 정말 놀랍더라고요. 리허설을 안 거치고도 바로바로 대사가 나오는 걸 보고 그냥 느껴졌어요, 저 분은 신이구나.(웃음카트때 디렉션을 제대로 해보지 않고 너무 아쉽게 끝났죠. 그 이후에 이정은 배우님이 연극도 많이 하셔서 공연 때 종종 불러주셨어요. 그렇게 관계가 유지가 되었는데, 그럴 때마다 욕심이 자꾸 생기더라고요. 이정은 배우님을 내 영화의 주인공으로 반드시 모셔야겠다고요. 여보세요를 만들 때 기회는 지금이구나 싶어서 주저 않고 캐스팅 했습니다. 그리고 이정은 배우님이 연기를 할 때 본인의 현재 나이에 따른 모습보다는 극적인, 캐릭터화된 역할을 많이 하셨어요. 자기 나이대의 평범한 역할에 대한 갈증이 있다는 걸 알았고, 여보세요안에서 배우님 그 자체로 연기하시면 될 것 같다고 말씀드렸죠. 다만 영화 안에서 일을 너무 많이 하셔가지고 죄송했어요. 솥단지도 닦아야 하고, 화장실도 청소하고 하니까 항상 몸에 땀이 절어있었어요. 몸을 너무 많이 움직이셔서 체력적으로 힘들게 한 게 죄송스럽더라고요.

 



 

이화정: 영화를 보면서 우리 모두가 남과 북의 상황이 현재 진행형이라는 걸 가슴에 새겼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총칼을 안 들어도 기사 선생처럼 당장이고 교류를 하던 사람과 헤어질 수 있는, 굉장히 민감한 상황이 충분히 일어날 수 있잖아요. 이러한 점을 세 분의 감독님께서 각성시켜준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인사를 마지막으로 끝내도록 하겠습니다.

 

김서윤: 인디토크 집중해서 들어주셔서 감사하고 좋은 밤 되시면 좋겠습니다.

 

강이관: 이 영화를 통해서 남과 북에 대한 고민을 가지고 집으로 돌아가신다면 보람이 있을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부지영: 즐거운 인디토크였습니다. 먼 길 와주셔서 감사하고 즐거운 시간 만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Posted by indiespace_한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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