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도 졸업이 되나요?
〈귤레귤레〉 인디토크 기록
일시 2025년 6월 21일(토) 오후 4시 30분 상영 후
참석 고봉수 감독, 이희준, 서예화, 신민재, 정춘 배우
진행 진명현 무브먼트 대표
* 관객기자단 [인디즈] 정다원 님의 기록입니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많은 관계를 졸업한다. 모든 관계는 영원할 수 없으니까. 좋았던 일, 싫었던 일, 속상했던 일, 웃었던 일… 그 모든 일을 뒤로 하고 우린 하나의 관계를 자주 떠나보내곤 한다. 하지만 관계 앞에 사랑이란 이름이 붙으면 이 모든 것이 쉽지가 않다. 영화 〈귤레귤레〉 속 20대의 인연이 여즉 멍처럼 남은 대식처럼 말이다. 영화는 졸업하지 못한 사랑을 이고 세월을 걸어 우연 아래 튀르키예에서 만난 대식과 정화의 이야기를 우리에게 들려준다. 그리고 저마다의 사랑을 지니고 우연 아래 우리는 인디스페이스에서 그들의 이야기를 나누고자 한다.
진명현 무브먼트 대표(이하 진명현): 안녕하세요, 오늘 〈귤레귤레〉진행을 맡은 무브먼트 대표 진명현입니다. 시작하기 앞서 참석하신 배우분들과 감독님,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고봉수 감독(이하 고봉수): 안녕하세요, 〈귤레귤레〉 연출한 고봉수입니다.
이희준 배우(이하 이희준): 안녕하세요, 〈귤레귤레〉에서 대식 역을 맡은 이희준입니다.
서예화 배우(이하 서예화): 네, 정화 역의 서예화입니다.
신민재 배우(이하 신민재): 안녕하십니까. 나병선 역을 맡은 신민재입니다.
정춘 배우(이하 정춘): 안녕하세요, 정춘입니다.
진명현: 고봉수 감독님의 작품은 특히 인디스페이스와 아주 인연이 깊은 걸로 알고 있습니다. 서울극장에서부터 현재 홍대에 오기까지 많은 작품들이 인디스페이스 관객들과 만나고 있었는데, 이렇게 〈귤레귤레〉로 만나게 된 소감이 남다르실 것 같습니다.
고봉수: 홍대 인디스페이스에서는 작년, 빚가리로 인사드리고 이렇게 〈귤레귤레〉로 만나 뵙게 되어 정말 좋습니다. 많은 분들과 함께 영화를 볼 수 있어서 참 뜻깊은 시간인 것 같습니다.
진명현: 고봉수 감독님 작품 좋아하시는 분들한테는 이 공간과 오늘 이 자리가 더욱 특별히 느껴지리라 생각이 됩니다. 이희준 배우님, 전주에서 뵙고 또다시 뵙게 되었는데 오늘 극장에서 영화를 보니까 이전보다 멜로적인 느낌이 더 강한 영화라고 생각이 들었습니다. 작은 화면으로 볼 때는 코미디적 감정을 많이 느꼈는데요. 큰 화면으로 엔딩 신의 세 분의 얼굴이 지나가는데 처음 볼 때와는 달리 속편의 가능성도 엿보였습니다. 혹 후일담에 대해 생각해 보신 적 있으실까요?
이희준: 저는 언제든 감독님과 새로운 작업을 기대하며 이야기 나누고 있습니다. 굉장히 말도 안 되고 어마어마한 이야기 준비하시고 계시더라고요. 후일담보다는 엔딩에 대해 이야기 나누고 싶은데요. 엔딩 장면을 볼수록 감독님의 페르소나가 드러난다고 생각했습니다. 마지막 제가 귤레귤레를 외치고 예화(정화 역)의 얼굴이 나오고 마지막 신민재(나병선 역) 배우의 얼굴로 영화가 마치는 것을 보고 역시 고봉수 감독님의 영원한 페르소나는 민재 배우라는 걸 알 수 있었어요.
진명현: 사실 만약에 속편이 나온다고 해도, 영화 〈귤레귤레〉가 후일담을 다루고 있는 영화이기 때문에 후일담의 후일담이 되는 격이잖아요? 이런 형식의 이야기가 고봉수 감독님의 작품에서 본 적이 없는 것 같아 나중에라도 새로운 이야기 들려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서예화 배우님, 튀르키예 다녀오신 지도 오랜 시간이 지나 개봉하고 한국의 관객들과 만나고 계시는데, 지금 배우님께 튀르키예가 어떤 공간과 시간으로 남아있으신지 궁금합니다.
서예화: 극장 왔을 때, 영화를 사랑해 주시는 팬분께서 튀르키예 맥주인 에페스를 선물로 주셨어요. 한국 와서는 사먹기 어려운 걸 구해다 주셔서 너무 감사하고 그 때 생각이 많이 났습니다. 술을 아예 못하는데도 촬영 때 정말 많이 마셨던 기억이 있어요. 튀르키예에서 맥주와 아이스크림처럼 맛있는 것도 많이 먹고, 좋은 동료들과 작업을 하다 보니 음식들, 공기들 모든 것들이 좋게 남았습니다. 그래서 조금 있다가 선물받은 에페스 마실 때 그때처럼 맛있을지 궁금하네요.
진명현: 그 이후에 처음 드시게 되는 거면 정말 각별한 경험이 될 것 같습니다. 신민재 배우님, 앞서 이희준 배우님께서 잠깐 말씀 주셨지만 고봉수 감독님의 페르소나로서 마지막 장면을 채우셨어요. 사실 예상 못 한 장면이었는데, 어떤 감정으로 연기하셨을지 궁금합니다.
신민재: 우선 마지막 장면을 보고 지난 10년간 고봉수 감독님 아래 충실히 일했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실 그 장면이 이렇게 사용될 줄은 몰랐어서 처음 봤을 땐 많이 놀랐습니다. 연기를 할 때는 열기구를 바라보면서 병선이 아닌, 인간 신민재가 사랑했던 사람과 미안한 사람들을 많이 떠올렸어요. 그걸 감독님께서 잘 잡아주셔서 병선의 감정으로 녹여주신 것 같아요.
진명현: 인물들의 얼굴이 하나둘 지나가는 엔딩에서 우리 정춘 배우님도 대식의 바로 옆에서 비로소 그의 마음에 공감하는 듯한 얼굴을 하고 있는 옆모습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때 배우님은 어떤 감정이셨는지 궁금합니다.
정춘: 대식이 “귤레귤레”라고 외쳤을 때 관객으로서는 이 대사가 영화 전체를 갈무리하는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원창으로서는 저 때문에 갖은 고생을 다 한 대식이 크게 오열을 하니 미안한 감정이 들었습니다.
진명현: 배우님들 말씀을 듣다 보니 영화가 참 늦여름 저녁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오늘 인디토크 끝나고 나서 나가면 영화 속의 온도와 비슷한 것을 느낄 수도 있는 시기니까요. 이런 때, 이런 시간 개봉을 해서 관객들에게도 이 좋은 경험이 확장될 것 같다고 생각이 들어요. 고봉수 감독님, 감독님의 지금까지의 영화처럼 〈귤레귤레〉도 정말 신나는 코미디로 느껴지기도 하지만 결이 조금 다르게도 느껴집니다. 어떻게 영화 시작되었는지 궁금하네요.
고봉수: 이희준 배우님과 〈습도 다소 높음〉을 즐겁게 작업한 이후에 이희준 배우님이 멜로 장르를 해보자고 제안을 주셨어요. 그래서 서로 좋아하는 멜로 영화를 나열해보니까 계속 교집합이 생기질 않다가 〈펀치 드렁크 러브〉가 동시에 나오게 되어서 우리 그럼 그런 영화를 만들자고 이야기 나누게 되었습니다. 이런 대화를 통해서 상처 많은 남자 주인공의 멜로 영화를 만들면 좋겠다고 결정했어요.
진명현: 교집합이 안 생기다가 갑자기 그렇게 귀한 영화가 등장했군요. 관객분들 챙겨 보시면 더욱 즐거운 관람 될 것 같습니다. 저는 오늘 이 작품 보다가 초기작의 신민재 배우님 얼굴이 많이 떠올랐어요. 그래서 챙겨 보시는 김에 〈튼튼이의 모험〉이나 〈델타 보이즈〉도 함께 시청하시면 신민재 배우의 더 젊은 시절과, 이 젊은이가 커서 〈귤레귤레〉에서 결혼을 하게 되었다고 연결해서 보시면 더욱 즐거운 경험이 될 같습니다. 관객 분들께서 많이 자리해주신 만큼 같이 이야기 나누면서 진행해 보면 좋을 것 같아요.
관객: 안녕하세요, 저는 오늘 두 번째 관람하게 된 관객입니다. 또 보는 건데도 정말 웃느라고 정신이 없었어요. 감독님의 캐스팅이 정말 잘 어울리는 영화라고 생각이 들었습니다. 대식의 쭈뼛대는 연기와 결국엔 터져내는 감정이 좋았고 정화의 매력 있고 얄미운 모습이 참 재밌었어요. 그중에서도 질문드리고 싶었던 사항은 신민재 배우님과 정춘 배우님에게 있습니다. 두 분이 연기를 하시면서 주변에 참고했을 만한 인물이 있었는지 궁금합니다. 결혼한 찌질한 친구들의 모습이나, 주변에 꼭 있을 법한 진상 상사의 모습을 너무도 잘 표현하셔서 이런 궁금증이 들었네요. 정말 즐거운 관람이었고 만약 기회가 된다면 이 영화의 속편도 정말 보고 싶습니다. 감사합니다.
신민재: 제가 아직 결혼을 못 해서… 주변의 친한 형님들이나 친구들의 이야기를 많이 참고했습니다. 몇몇 대사는 실제로 그들이 내뱉은 말이기도 해요. 이렇게 얄밉게 봐주셔서 감사드린다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정춘: 연기할 때 제작사 PD님께서 실제 무역업 하시는 분들을 만날 기회를 주셔서 많은 자문을 구했습니다. 실제 나누는 말이나 팁 같은 것을 많이 들었어요. 예를 들면 내가 나중에 회사를 차릴 테니까 와라, 라는 대화를 많이 나눈다고 들었어요. 그리고 이 디테일들에 제가 평소 별로 선호하지 않는 인물들을 떠올리면서 살을 붙여 나간 것 같습니다.
관객: 안녕하세요, 〈귤레귤레〉에 빠져 있는 n차 관람객입니다. 저는 병선과 정화의 재결합에 대해 질문드리고 싶어요. 저는 재결합이 불가능한 이유가 술 때문만이 아니라고 생각해요. 같은 여자로서도 정화를 대하는 태도가 되게 화가 나더라고요. 그래도 두 인물이 서로 좋아서 연애를 하고 결혼을 했으리라 생각이 되는데 영화 이전의 두 인물의 다정했던 사이가 있었는지, 있었다면 어땠는지 궁금합니다.
진명현: 배우님께서 연기 이전의 생각해둔 전사와 함께 준비하시면서 나누었던 대화를 들려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서예화: 우선은 저희와 함께 해주셔서 너무 감사합니다. 저는 질문을 들으니 영화 앞부분에 함께 싸우는 장면이 떠오르네요. 왜 이런 숙소를 잡았냐며 정화에게 뭐라 하다가 창틀에서 병선이 ‘너 여기서 나 밀 건 아니지?’ 라며 질문하는 장면이 있어요. 그때 저도 모르게 웃음이 나오면서 내가 이래서 이 사람을 사랑했을 수도 있겠다고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연기를 하면서 정화가 되게 예민한 사람이라고 생각했어요. 순간적이고 즉흥적인 면이 있는데, 병선의 비슷한 즉흥적 면모를 보면서 매력을 느꼈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신민재: 저도 생각했을 때 정화를 어떻게 웃겨주고 즐겁게 해줄 수 있을지를 우선으로 고민했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내세울 것이 웃겨주는 것밖에 없는 인물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서예화: 촬영하면서 정말 매력적이라고 생각했어요. 감독님께서 주셨던 디렉션 중에 부부 싸움과 연인의 싸움은 다르다고 하셨는데 그게 정말 어려웠어요. 근데 신민재 배우께서 연기를 너무 잘해주셔서 몰입이 잘 되었습니다. 싸우면서도 밉지 않고 불쑥 올라오는 안쓰러움에 이런 게 부부의 싸움이구나, 이해되었던 순간이었어요. 그리고 병선이 술을 먹지 않았다고 화를 내는 그런 장면에서 너무 능청스럽게 이야기를 하니까 제가 연기를 하면서도 정말 먹지 않았다고 속아 넘어갈 뻔했던 기억도 있네요. 대본에서는 분명 술을 마셨다고 되어있는데 이렇게 배우님께서 연기해 주시는 재밌는 순간순간이 인물에 매력을 부여하고 늘 나를 이렇게 웃겨주는 사람이어서 내가 좋아했었을 거라고 생각하게 만든 거 같아요.
이희준: 질문과 답변 들으면서 문득 든 생각이 일반 영화에서 잘 나올 수 없는 질문들이 자주 나오는 것 같아요. 예를 들면 전사에 대한 질문들이요. 워낙 즉흥도 많고 애드립도 많다 보니 배우 개인의 성향이 많이 묻어나서 더 그런 것 같습니다. 저 같은 경우에는 대식과 정화가 한국에서 다시 만날 수 있느냐는 질문을 많이 받는데, 방금 이전의 좋았던 순간이나 장면에서 좋았던 순간과 같은 인물에 대한 이야기를 되게 많이 물어봐 주시는 것 같아요. 이런 질문들이 되게 신기하다는 생각도 들고 좋은 경험인 것 같습니다.
관객: 영화에 삽입된 음악에 관해 질문드리려 합니다. 특히 고봉수 감독님 작품 정말 좋아하는데 노래를 사용한 것이 전작과는 다른 흐름처럼 느껴졌어요. 노래가 나올 때마다 배경과 인물의 감정, 대사의 톤을 살려주고 있다라고 생각이 들었습니다. 또 로컬적인 노래를 사용하신 것까지 보니 어쩌다 노래를 사용하게 되었는지 궁금했어요.
고봉수: 전작들에서는 노래를 많이 사용하지 않았는데 이번에 아내와 함께 각본을 작업하게 됐어요. 노래를 사용하고 싶다고 대화를 나누던 중 평소 드라이브할 때 자주 듣던 음악인 ‘동그라미’와 ‘그렇게 살아가는 것’의 가사가 영화와 많이 맞닿아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사용하게 되었습니다.
진명현: 감독님 말씀대로 가사가 나올 때 인물들의 전사가 설명되는 부분들이 있는 것 같아요. 가사들이 적재적소에 딱 안착한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관객: 귤레귤레라는 말이 사랑하는 사람, 마음에 두었던 사람을 떠나보내며 인사하는 말이라고 합니다. 마지막 장면의 눈물들을 보며 정말 느껴보지 않았던 감정이라면 저렇게까지 표현할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배우님들께서 너무 사랑했지만 웃으면서 보내야했던 영화 같은 순간이 있었는지 여쭙고 싶었습니다.
이희준: 연기하면서 실제 경험을 살리기도 하고 어떤 기억을 변형시켜서 활용하기도 하는 것 같아요. 대학 때 실제로 사람 많은 곳에서 차였다면 얼마나 창피하고 원망스러웠을까 하는 상상을 많이 했어요. 그러면서 과거의 기억과 정화를 겹쳐서 생각하다 보니 정말 큰 상처를 준 친구로 받아들여지게 되는 순간들이 있었습니다. 특히 정화와 과거에 대한 대화를 나누는 장면에서는 정해진 게 분위기뿐이었거든요. 그래서 버스 정류장에서 차였다, 토했다 이런 모든 것이 애드립이었어요. 그래서 서로가 서로의 말을 믿고 만들어진 장면이 그렇게 재밌게 나왔구나 생각했습니다. ‘네가 내 진심을 때렸고, 난 아직 멍 그대로야.’ 이런 대사들도 모두 애드립이었는데 감독님께서 예쁘게 편집해 주신 것 같습니다.
고봉수: 이희준 배우의 애드립이 영화를 대표하는 대사가 되었어요. 찍으면서 저 말을 들었을 때 이거 됐다 싶더라고요. 그래서 이희준 배우님께서 테이크를 더 가자고 제안 주셨는데도 이 대사가 나온 이상 더 가는 게 의미가 없을 것 같다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관객: 영화를 보면서 인연이란 키워드에 집중하게 되었는데, 배우님과 감독님께서 생각하시는 인연이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서예화: 인연에 대한 질문이 여태껏 진행한 GV의 질문 중 가장 어려운 것 같아요. 제가 〈귤레귤레〉를 찍고 돌아오는 비행기에서 정말 많이 울었어요. 우리가 보름에서 열흘 정도 만난 사이인데 눈물이 정말 많이 나더라고요. 좋았던 시간이 끝이라는 거, 이 좋았던 인연이 끝이라는 게 너무 슬펐던 것 같아요. 그 당시엔 그렇게 슬펐는데 이렇게 돌고 돌아 다시 이렇게 모인 것을 보면 인연이라는 것이 돌고 돌아서 결국 만나지는 거라고도 생각이 드네요. 조금 초연해도 괜찮을 것 같아요.
신민재: 인연에 대해 확실한 정의는 아직 모르겠지만 아까 비행기 이야기처럼, 우리 모두가 비슷한 감정을 공유했던 것 같아요. 분명 일을 하러 갔지만 좋은 친구들과 여행하고 헤어지는 아쉬움을 느꼈습니다. 그래서 약 10일 동안의 짧은 기간이 저에게는 〈귤레귤레〉팀이라는 좋은 인연을 만들어준 시간이었다는 생각이 드네요.
정춘: 이전의 저는 인연 하나하나를 놓지 못했던 적이 많았는데 〈귤레귤레〉 찍으면서 떠나보낼 사람은 떠나보내고 올 사람은 받아들이는 그런 편안함을 배운 것 같아요. 영화 함께 찍으면서 인연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게 된 것 같습니다.
이희준: 인연은 만들어가는 것 같다고 생각이 듭니다. 어떤 현장에서 신민재 배우를 만나면서 〈델타 보이즈〉 이야기를 나누다가 고봉수 감독님과 작업을 해보고 싶다고 전해달라고 했어요. 이 대화를 나누고 난 뒤 마치 준비된 것처럼 〈습도 다소 높음〉의 대본을 받게 되었어요. 그렇게 작업하게 되었고 또 즐거운 작업하자며 이야기 나눈 것이 〈귤레귤레〉인데 이렇게 즐거움을 계속 늘려나가려는 움직임이 인연이 되는 것 같다고 생각이 들어요.
진명현: 오늘 오신 관객분들 대부분이 고봉수 감독님 작품의 팬이신 것 같아요. 고봉수 감독님 작품을 보면 실제 대본과 애드립의 비율에 대해 많이 궁금하실 것 같습니다.
고봉수: 전작의 경우에는 애드립이 100%입니다. 충격적이실 수도 있겠지만 〈델타 보이즈〉의 경우에는 트리트먼트만 가지고 진행이 되었어요. 이번에는 제대로 된 시나리오를 써서 했기 때문에 대사는 있긴 했지만 현장에서의 분위기를 많이 따라가서 배우님들께도 대사대로 하실 필요가 없다라고 말씀을 드렸어요. 그래서 이 작품도 애드립이 거의 80% 정도라고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진명현: 이런 이야기를 들으니 고봉수 감독님 작품에서는 애드립을 애드립이라 부를 수가 없겠네요. 애드립이 이야기를 끌어나가는 역할을 하는 것 같아요. 오늘 고봉수 감독님 작품 처음 보신 관객분들께서도 고봉수 사단의 전작들 찾아보시면 특별한 매력 느끼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아쉽게도 오늘 자리를 마무리해야 할 것 같은데 마지막 인사 부탁드립니다.
정춘: 귀한 시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오늘 하루만큼은 여러분들 갖고 계신 무거운 짐 이 극장에 내려놓고 댁으로 편안히 돌아가셨으면 좋겠습니다.
신민재: 이렇게 꽉 찬 객석을 보면 뭉클하고 이상한 느낌이 드는 시대를 살고 있는데 이렇게 자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한국 영화와 극장에 대한 지속적인 사랑 부탁드리고 싶고 저도 제 위치에서 열심히 한국 영화를 위해 일하도록 하겠습니다. 많은 입소문 부탁드려요.
서예화: 이렇게 꽉 차 있는 객석에서 마주 보고 있는 지금이 너무 감격스럽고 좋아요. 오늘 마지막 날이신 희준 배우님 아니었으면 저한테는 이 자리가 없었을 겁니다. 소중한 인연 연결해 주셔서 감사드리고 우리 또 만날 수 있길 바라요.
이희준: 제가 촬영 일정 탓에 홍보 일정을 더 못 하게 되어 아쉽습니다. 이렇게 독립 영화가 개봉을 하는 일이 어려운 일이라 행운처럼 느껴집니다. 이렇게 많이 봐주셔서 감사하고 또 이상하고 재밌는 영화로 이 멤버들과 인사드리고 싶습니다.
고봉수: 이 자리에 저와 각본을 함께 쓴 와이프가 있어요. 최근 와이프에게 소원을 물어봤더니 바닷가를 거닐다가 횟집에 가서 싯가라고 써 있는 회를 먹고 싶다고 하더라고요. 이번 영화 잘 되면 꼭 그렇게 하자고 약속했는데 이번 영화가 어려우면 제가 영화계와 귤레귤레할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오늘 자리해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진명현: 감독님 말씀이 정말 잊히지 않을 것 같아요. 여러분, 꼭 기억해 주시고 오늘 함께 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다 함께 박수 치면서 오늘 자리 마무리하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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