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디즈 단평'은 개봉작을 다른 영화와 함께 엮어 생각하는 코너로,
독립영화 큐레이션 레터 '인디즈 큐'에서 주로 만날 수 있습니다.
〈바다호랑이〉 그리고 〈세 가지 안부〉
*관객기자단 [인디즈] 오윤아 님의 글입니다.
2014년부터 11년간 바닷속을 헤매는 이들이 있다. 깜깜하고 어두운 파도 아래에 여전히 자신을 두고 살아야 했던 이들이 있다. 여전히 진실을 모른 채 아이들을 떠나보낸 유가족들과 모든걸 기록한 기자들, 그들의 친구들, 그리고 직접 그들을 구하려 나선 잠수사, 바다호랑이들. 그 곁엔 껴안고 응원해 줘야 마땅할 이들을 자꾸만 밀쳐내고 몰아붙이는 세력이 생겨난다. 날이 지날수록 더 커지고 많아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꾸만 무너져 가는 몸과 마음에도, 1%의 힘을 붙잡고 일어난다. 세월을 온몸으로 받아낸 사람들의 이야기, 〈바다호랑이〉와 〈세 가지 안부〉로 세월호의 곁을 살펴볼 수 있었다.
〈바다호랑이〉는 무너지는 정신을 켜켜이 쌓아오며 지낸 세월호 구조 잠수사들의 박복했던, 그리고 현재 진행형인 전투를 세밀히 담아낸다. 희생자 구조를 담당했던 ‘창수’와 ‘경수’는 사건 현장에서 사고로 죽은 동료 잠수사에 대한 과실치사죄로 재판에 엮이게 된다. 그들이 재판 과정에서 읽어야만 하는 기억에는 차가운 시신과 처절한 눈물이 가득하다. 다시 파릇한 아이들을 구하려 몸을 던진 잠수사들은 그들의 정신을 아직 넓고 어두운 바다에 정박한 채, 현실을 떠돌고 있었다. 격려 대신 책임을 묻는 국가는 계속해서 그들을 묶어둔다. 물이 없고 푸른 조명만이 가득한 곳에서 잠수하는 잠수사들의 모습은 어색하기보다는 그들이 어떤 시야 안에서 지금껏 살아왔는지 보여준다.
세월호의 주변에는 배와 이어진 사람들 또한 존재했다. 〈세 가지 안부〉는 세월호라는 공동의 기억을 깊숙이 가지고 살아온 주변인들을 그려낸 옴니버스형 영화다. 그 중 〈그레이존〉의 기자들은 참사 당시, 배가 가라앉고 있는 항구에서 밤낮 없이 현장을 기록했었다. 당시 과도한 취재 열기로 인해 사회로부터 큰 뭇매를 맞기도 했다. 생존자 명단 앞에서 망연자실한 부모에게 다가가 카메라를 들이대는 기자들의 모습은 또 다른 카메라가 담아냈다. 그렇지만 그들에게는 팽목항에서의 모든 걸 기억하고 기록하며, 질문할 책임감이 있었다. 오로지 본인의 욕심으로만 그 현장에 뛰어든 사람은 없었을 것이다. 과거가 현재를 살리려면 분명히 기록 또한 존재해야 했다. 모두가 버거웠던 현실이었기에 옳고 그름의 잣대를 들이밀기는 어렵지만, 그로 인해 살게 된 사람도 분명 있었을 것이라 믿는다.
여전히 국가는 책임을 묻고, 팽목항에서의 질문은 답이 돌아오지 않는다. 그렇다면 이제는 우리의 차례이다. 어떤 행동을 취할 수 있는가. 어떤 힘을 실어 보낼 수 있는가. 어떤 손을 뻗을 수 있는가. 또 이제 그만하면 됐지 라는 생각을 가지진 않았는가에 대해 돌아봐야 할 차례이다. 당신은 지금 어떤 몸과 마음으로 세월호를 추모하고 있는가.
'Community > 관객기자단 [인디즈]'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인디즈] 〈귤레귤레〉 인디토크 기록: 사랑도 졸업이 되나요? (1) | 2025.07.08 |
---|---|
[인디즈 Review] 〈바다호랑이〉: 스크린과 객석 사이, 이야기와 현실 사이 (0) | 2025.07.08 |
[인디즈 Review] 〈풀〉: 훔쳐 읽는 편지 (1) | 2025.07.08 |
[인디즈 단평] 〈레슨〉: 연습과 실패 (0) | 2025.07.08 |
[인디즈 Review] 〈레슨〉: 몽유병자의 초상 (0) | 2025.07.08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