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디즈 소소대담] 2025. 6 영화라는 양분으로
*소소대담: 인디스페이스 관객기자단 ‘인디즈’의 정기 모임
*관객기자단 [인디즈] 오윤아 님의 기록입니다.
참석자: 날라, 무파사, 스카, 심바
볕이 뜨거워지는 만큼, 초록빛은 더욱 강해져 간다. 이곳저곳 알 수 없는 풀들이 쑥쑥 커져만 간다. 땀으로 온 몸이 끈적여도, 여름을 사랑할 수 있는 이유이다. 다양한 영화제들도, 영화도 풀 만큼이나 한껏 자라나는 걸 경험하며 우리는 만났다. 우리를 뜨겁고 차갑게 만드는 것들을 잔뜩 가지고 서로의 기억들을 나누었다. 늘 그랬듯 같은 영화를 보고, 비스듬히 다른 생각을 했다.*
* 반짝다큐페스티발에 다녀와서
날라: 반짝다큐페스티발(이하 반다페)에 가게 되면 ‘세상 보는 시각이 넓어질 거다.’라는 말이 참 이해됐어요. GV 때 수어 통역사분도 계시고, 그리고 큰 스크린 화면으로 자막통역 해주시는 자원활동가도 계시고요. GV 참여하는데 훨씬 편안해지는 걸 느꼈어요.
무파사: 사실 넷플릭스에서 한글 자막 제공하는 것도 그렇고요. 자막이 있다면 비장애인들도 무언가 도움을 많이 받잖아요. 다른 영화제들도 자막통역을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반다페는 자막통역을 그리 어렵지 않게 해내잖아요.
스카: 이전에 인디그라운드 온라인상영관 반짝다큐페스티발 특집으로 노희정 감독의 〈바다는 고향을 알고 있다〉를 봤어요. 모르던 것들에 대한 새로운 세계를 열어주는 영화였던 것 같아서 좋았어요. 어렸을 때 외가가 부안이어서 그쪽에 가보면서 항상 신기했거든요. 어떻게 바다를 메꿔서 땅으로 만들었지, 이런 생각을 늘 했었어요. 영화 속에서 ‘이 파도가 다시 들어올 때도 항상 자기가 원래 있었던 높이만큼 들어온다.’고 했던 부분이 가장 마음에 가장 와닿았어요.
심바: 저는 〈경비실〉을 관람했어요. 경비원 분들은 항상 마주쳤고 또 가까이 계셨던 분들인데도 인사 이상으로는 다가가지 않았는데, 이제는 시선과 관계의 느낌이 달라졌다고 느껴요. 나와는 비껴간 세상이라고 생각했는데 한 울타리에 들어온 느낌이 들어가지고 되게 재미 있더라고요. 다큐멘터리를 통해서 제 세상에 걸쳐져 있던 삶에 대해서 알아가는 과정이 즐겁습니다.
무파사: 말씀해주신 것처럼 내 삶과 연관되는 지점을 딱 하나라도 발견할 수 있다면, 그때부터 저는 영화가 하고자 하는 이야기를 다 끄덕이면서 듣게 되는 것 같아요. 타인과의 지점이 맞닿아있는 걸 발견하는 재미가 있어서 저는 다큐멘터리를 좋아합니다.
*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이야기
심바: 〈데드 링거〉, 〈브레인 데미지〉, [부천 초이스 단편]을 예매했어요. 코랄리 파르자의 〈서브스턴스〉를 흥미롭게 봐서 바디 호러 장르에 도전해봤습니다.
스카: 데이빗 크로넨버그 영화들이 많이 재개봉하더라고요. 〈크래쉬〉와 〈네이키드 런치〉요. 〈데드 링거〉까지 부천에서 볼 수 있는 것하고, 관객들이 이미 예매를 많이 한 현상이 신기해요.
심바: 이상하고 기괴한 이미지에서 오는 도파민이 있나봐요. 저는 크로넨버그 영화에 대해 잘 몰라서 도전하고 싶은 마음도 있어요. 너무 잘 알면 오히려 못 볼 것 같아요. 그리고 저는 바디호러 같이 대놓고 잔인한 영화는 잘 보는 편이에요. 저한테는 닿을 수 없는 세상 같이 느껴져서 그런가봐요. 이전에 무파사 님이 그런 잔인한 영화들이 나와 맞닿아 있지 않아서 연결되는 느낌이 없다고 하셨지만, 저는 그게 오히려 영화 같다고 생각했어요. 거리를 두고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좋아요. 제가 발을 잘라서 신발에 넣을 일은 없으니까요.
무파사: 〈서브스턴스〉에서 '수'가 태어나기 전까지는 완전히 몰입해서 봤거든요. 주인공의 이야기이기도 하지만 관객 저마다의 이야기이기도 해서 집중할 수 있었어요. 그런데 '수'가 태어나는 장면부터는 완전한 픽션이 시작되어서 오히려 두 가지 맛을 즐길 수 있었어요. 픽션의 맛과 리얼리티의 맛이요.
날라: 쥘리아 뒤크르노의 〈티탄〉도 표현이 비슷하잖아요. 주인공의 주된 행동을 사실 전혀 이해하지 못했었어요. 그런데 실종자 아들로 위장하기 위해서 머리를 깎고 코를 부러뜨리는 모습이 보기 힘들더라고요. 심지어 저는 공포 영화, 바디 호러 영화도 되게 좋아하는 편이에요. 피부가 간지러워서 살이 찢어질 때까지 긁는다거나하는, 내가 상상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느껴지는 공포가 무섭게 느껴졌습니다.
스카: 이번 칸영화제에서 학생영화 부문 중 1등을 수상했다는 허가영 감독의 〈첫여름〉이 부천영화제에서 처음으로 상영되더라고요. 이 영화의 주제 의식이 흥미롭더라고요. 영화는 노인의 성적 욕구 등에 대해 다루고 있어요. 주인공 할머니가 남자친구의 49재에 갈 것인지 아니면 손녀딸의 결혼식에 갈 것인지를 두고 고민합니다. 오면서 감독님 인터뷰를 읽었는데, 감독님 할머니가 막 잠을 못 주무셔서 왜 그러냐고 여쭈었대요. 그런데 어느 날 ‘그 남자친구가 연락이 안되어서 수면제를 좀 먹는다.’ 하셨고 거기서부터 시작을 해서 이 시나리오를 쓰셨다고 합니다. 지금까지는 이런 이야기들이 왜 많이 다루어지지 않았는가에 대한 궁금증이 들었어요.
* 2025년 5월에 극장에서 만난 영화들
〈어브로드〉
[리뷰]: 나는 여전히 나인지 (안소정)
[단평]: 꼬여버린 매듭 (남홍석)
무파사: 개봉 전 예전 부천영화제에서 봤어요. 영화제 열기로 사람이 가득한 영화관에서 여름에 걸맞는 서늘한 스릴러를 보는데 몰입이 잘되어서 재밋더라고요. 주인공이 어떻게 될지, 과연 정말 범인일지, 머릿속에 궁금증을 띄우며 봤어요. 저는 영화제에서 관람했기에 더욱 재밌게 본 것 같은데, 개봉 이후에 보신 분들의 감상이 궁금해요. 제가 느낀 몰입감과 비슷한 것을 느끼셨을지요.
스카: 저도 완전 몰입해서 봤어요. 뭘 하려고 하는데 되는 게 없고, 인생이 점점 꼬여가고, 외국이라 말도 안 통하고… 그런 답답한 감정과 상황을 잘 살렸다고 생각했는데 그래서 저예산인게 아쉬웠어요. 영화의 완성도 측면에서요. 그런데도 장르적 재미는 분명히 있었습니다. 약간 게임 같다고 느꼈어요. 어떠한 상황이 주어져 있고, 인물이 할 수 있는 것은 도망치는 일 뿐이죠.
심바: 저는 조금 낡고, 의자가 삐걱거리는 모 영화관에서 봤어요. 그런 공간감 때문에 몰입감 있게 잘 봤던 것 같아요. 근데 완성도 측면에서는 '가지가 많지만 기둥이 없는 느낌'이 들었어요. 때문에 마지막으로 갈수록 집중력이 흐려졌던 것 같아요. 보면서 〈보 이즈 어프레이드〉도 생각이 났어요. '태민'에 완전히 집중을 해야 따라갈 수 있는 스토리 라인인 것 같아서요.
〈잔챙이〉
[리뷰]: 낚이는 꿈(강신정)
[단평]: 영화가 뭐길래(박은아)
[뉴스레터]: Q. 🎣 기다리면 복이 온다? (2025. 7. 2)
무파사: 영화 구성도, 촬영도 그렇고 최근에 봤던 독립 영화들 중에 가장 마음에 들었어요. 카메라 자체가 우리에게 길안내를 해줘요. 마치 어떤 인물의 관점에서 따라가면 되는지 카메라의 촬영에 의해서 따라가게 되어요. 화술이나 화법 측면에서 당연한 연출이지만 이 기본을 하는 영화를 너무 오랜만에 봤어요.
홍상수 영화와 비교가 많이 되긴 해요. 하룻밤 사이에 일어난 일들, 얼마 없는 출연자들, 그리고 거기서 얽히고설킨 이야기, 술 마시고 벌어지는 일들에 대한… 그런 맥락들에서요. 근데 저는 결이 완전히 다르다고 생각했어요. 촬영이나 편집, 대사도 홍상수 영화와는 완전히 다르고요.
날라: 아예 단편으로 만들었으면 좋았을 것 같다고 생각했어요. 말씀하셨듯이 기본에 충실한데 타임라인이 지날수록 요소가 계속 첨가되고, 배우나 상황들이 접목돼서 또 다른 이야기가 펼쳐지고, 흥미롭다는 생각을 많이 했었습니다. 술 먹고 갑자기 연기하는 씬이 너무 좋았어요. 영화 속에서 감독 캐릭터가 두 배우 캐릭터를 캐스팅할 생각이 전혀 없었던 것 같은데, 연기 보면서 눈물 그렁그렁 해져서 확 몰입해 버리는 게 좋았습니다.
〈귤레귤레〉
[리뷰]: 버거운 날들에게 보내는 사랑의 인사(오윤아)
[단평]: 엇갈림의 미학(김보민)
[뉴스레터]: Q. 🔊 벅찰 때 외치는 마법의 주문? (2025. 6. 25)
심바: 저는 원래 코미디 영화를 딱히 좋아하는 편은 아니거든요. 근데 고봉수 감독님이 이런 쪽으로 유명하시기도 하고 해서 기대를 하고 갔는데 진짜 재밌게 봤어요. 원래 안 좋아하는 사람 웃기기가 사실 쉽지 않잖아요. 근데 상영관 자체의 분위기도 되게 좋았고, 관객 분들도 엄청 크게 웃으시고 하셔서 저도 파티에 있는 듯한 느낌을 받았던 것 같아요. 그리고 뜬금없다고 느낀 장면도 나중에 생각해 보면 되게 잘 어우러진다는 느낌이 있어서 신기했어요. 또 여행지 자체에서 오는 이미지적인 아름다움도 있었고요, 캐릭터가 어느 하나 빠지는 사람 없이 세밀했고 체계적으로 느껴졌습니다. 나중에 관객과의 대화에서 감독님 말씀을 들어보니 다른 영화는 장면만 제시하고 대사 같은 건 하나도 안 짜시는데, 이 영화만 대사를 구체적으로 짜셨다고 하더라고요.
'Community > 관객기자단 [인디즈]'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인디즈 단평] 〈바다호랑이〉: 붙잡고 가야 하는 기억 (2) | 2025.07.08 |
---|---|
[인디즈] 〈귤레귤레〉 인디토크 기록: 사랑도 졸업이 되나요? (6) | 2025.07.08 |
[인디즈 Review] 〈바다호랑이〉: 스크린과 객석 사이, 이야기와 현실 사이 (1) | 2025.07.08 |
[인디즈 Review] 〈풀〉: 훔쳐 읽는 편지 (1) | 2025.07.08 |
[인디즈 단평] 〈레슨〉: 연습과 실패 (0) | 2025.07.08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