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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가 뭐길래
〈잔챙이〉 그리고 〈찬실이는 복도 많지〉
*관객기자단 [인디즈] 박은아 님의 글입니다.
불혹, 유혹에 흔들리지 않는 나이. 대개 서른이 지나 이윽고 마흔이 되면 그동안의 경험이 탄탄대로가 되리라 믿지만 ‘달콤한 인생’은 영화로만 존재한다. 고달픔과 시련에는 장사 없이 흔들리는 나이, 불혹. 발단과 전개를 지나 결말로 가는 길목에 서있다면. 청승맞지만 로맨틱한 인어공주가 될지 배신감에 휩싸여 물거품으로 사라질지 선택의 몫은 언제나 자신에게 달려있고 그것 또한 안타깝게도 늘 해피엔딩은 아니다.
화려한 장비와 자기만의 비법으로 연이어 대어를 낚는 유튜버 호사마의 하루. 〈잔챙이〉의 시작이다. 그를 설명하자면 구독자 많은, 특별한, 잘나가는 낚시 유튜버. 그리고 우연의 우연 혹은 운명. 따지자면 불운. 옆자리의 낯선 타인일 뿐이었던 ‘희진’과 ‘남감독’은 ‘낚시 유튜버’의 본 모습을 자꾸만 들춰내고 이내 오래된 무명배우인 나이 마흔의 ’호준‘이라는 캐릭터를 영화에 기어코 등장시킨다.
감독과 배우들로 재설정된 관계는 캐스팅을 둘러싸고 극적인 화해로 향해가는 듯했다. 툭, 툭 고요한 물에 파동을 일으키는 ’호준‘과 ’희진‘의 연기는 ‘남감독’이 좋아하는 담담하고 진실된 연기였으나 아리송하게도 ‘남감독’은 그저 그들의 입질을 바라보기만 하는 결말을 만든다. 두 배우는 감독의 영화를 치켜세워줄 존재가 되지 못하는 잔챙이였나.
〈찬실이는 복도 많지〉의 ‘찬실’도 하필이면 또 마흔이다. 불혹의 영화 PD인 ’찬실‘의 삶은 영화로 가득했고, 그것이 영화로써 닿는다. 망해버린 시점부터 보여주는 쓰린 유쾌함은 웃다가 생각해 보니 웃을 때가 아닌 현실로 계속해서 회귀한다. 결국 ‘찬실’이가 견디고 있는 것과 끝내 버리지 못한 것은 영화로 먹고살고 싶은 PD로서의 정체성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낚시를 하며 청소를 한다. 영화를 꿈꾸고, 영화를 만들고, 영화에 임하는 마음으로. 이들에겐 과연 어떤 엔딩이 기다리고 있을까. 그리고 무엇이 이들을 영화로 이끌었을까? 대체 영화가 뭐길래!
* 영화 보러 가기 : 〈찬실이는 복도 많지〉 (김초희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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