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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습과 실패
〈레슨〉 그리고 〈금사빠〉
*관객기자단 [인디즈] 안소정 님의 글입니다.
아무리 함께 한 시간이 길어도, 아무리 마음이 깊어도 내가 없는 상대방의 시간이 있다. 상대방을 알기 전, 또는 상대방과 이별한 이후의 시간은 언제나 미지의 시간이다. 사람들은 사랑하는 사람이 특정 시기에 어땠는지 궁금해하기도 하고, 이별한 이후에는 영영 서로의 삶에서 사라져 버리기도 한다. 이 모든 건 다음의 더욱 완벽한 관계를 위한 연습이었을까? 대체 언제 완벽함에 가까워질 수 있는 걸까?
〈레슨〉의 주인공 경민은 결혼을 바라는 여자 친구 선희가 부담스럽게 느껴진다. 선희는 결혼 대신 동거를 제안하는 경민에게 그건 어쩐지 언제든지 헤어지기 쉬운 방식인 것 같다고 거절한다. 둘 중에 한 사람은 자신이 바라는 방식으로 관계를 이어 나갈 수 없고, 함께 하는 시간에는 지지부진하고 위태로운 분위기가 흐른다.
한편, 경민은 자신에게 영어 수업을 듣는 영원에게 피아노 수업을 듣기 시작한다. 경민과 영원 사이에 미묘한 분위기가 흐르기 시작하고, 단순히 레슨을 주고 받는 사이라고 하기엔 관계가 깊어진다. 하지만 연인 사이라고 하기에는 미묘한 벽이 있다.
〈레슨〉은 관계에서 자신이 원하는 게 무엇인지 잘 아는 것 같았던 경민이 흔들리고 바뀌는 모습을 담는다. 똑같이 좋아하는 사람, 연애 감정이라고 정리해 버리기엔 상대방도 다르고 상황도 다르다. 그렇기에 경민이 원하는 것도 달라져 버린다. 계속 상대방을 밀어내는 입장이었던 경민은 다가가고 싶어서 애가 탄다.
〈금사빠〉에는 헤어진 남자 친구에게 고백을 도와달라는 전 여자 친구가 등장한다. 좋아하는 사람이 생겼으니 헤어지자는 여자 친구의 말에 남자 친구는 어안이 벙벙하다. 어떻게 처음 만났는지, 내가 좋아하던 상대방의 모습은 무엇이었는지 다시 떠올려보는 사이에 웃기고 애달픈 고백 작전 보조가 펼쳐진다. 너무 익숙해져 버려서 함께 있는 게 당연했던 여자 친구는 헤어지는 것뿐만이 아니라 벌써 다음에 사귀고 싶은 사람까지 생겨버렸다. 자기가 뭘 원하는지 알고 뚜벅뚜벅 나아가는 여자 친구의 뒤에 남겨진 남자는 자신에게 이번 연애가 무엇이었는지 뒤늦게 돌아본다.
내가 떠나고 싶을 때는 네가 남고 싶어 하고, 네가 떠나고 싶어 할 때는 내가 남고 싶어 한다. 원하는 게 뭔지 알 때까지 매번 다른 사람, 다른 사랑을 찾아 나서고 어긋나는 여정은 그 무엇도 연습이 아니었지만 연습처럼 느껴지게 만든다. 영어 말하기를 연습하고, 피아노를 연습하고, 고백을 연습하는 인물들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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