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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unity/관객기자단 [인디즈]

[인디즈 소소대담] 2025. 7 영화로 여름나기

by indiespace_가람 2025. 8. 4.

 [인디즈 소소대담] 2025. 7 영화로 여름나기 

*소소대담: 인디스페이스 관객기자단 ‘인디즈’의 정기 모임

 

*관객기자단 [인디즈] 김보민 님의 기록입니다.

 

참석자: 맨발, 킥보드, 블루 하와이

 

폭염과 폭우가 번갈아 기승을 부리는 여름의 한가운데. 이 무더위 속에서도 우리는 각자의 방식으로 영화와 함께하고 있었다.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 방문하고, 인디스페이스를 찾아 썸머프라이드시네마를 즐기기도 하고, 무더위를 피해 실내에서 개최하는 서울국제실험영화페스티벌을 택하기도 했다. 인디즈의 여름은 이렇게 지나가고 있다.

 

 

*  무더위 속 영화제를 향한 발걸음

 

킥보드: 저는 서울국제실험영화페스티벌(EXiS, 이하 엑시스)에 갈 예정이에요. 엑시스는 한국영상자료원, 국립현대미술관에서 해서 시원하잖아요. '인디 비주얼' 섹션을 보러 가려고 해요. 작가 한두 명에게 초점을 맞춰서 작품세계를 조명하는 기획 섹션이에요. 차재민 아티스트의 작품을 거의 전부 상영하는데, 그 회차를 예매했어요.

그리고 이장욱 감독의 〈창경〉도 예매했어요. 이름 들으면 알 만한 분들의 단편 작업들이 꽤 있더라고요. 그래서 흥미로운 것 같아요. 1년 동안 나왔던 실험적인 작업들을 모아서 쓴다는 게. 그리고 곧 서울국제대안영상페스티벌(NeMAF, 이하 네마프)도 하잖아요. 거기도 꼭 가보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엑시스랑 비슷한 작업물이 많이 보이더라고요.

 

맨발: 저는 10년 전에 네마프에서 자원봉사활동을 했던 기억이 있어요. 서교동 출퇴근하면서 이해되지 않는 작품들을 이해하려고 노력했던 기억이 나요. (웃음)

 

킥보드: 엑시스 같은 경우는 영화제를 미술관에서 하는 게 신기해요.

 

맨발: 고정 관객층이 있는 것 같아요. 영상 이론 공부하는 분들도 많이 찾아 올 수 있고요.

 

 

*  모두가 기다려온 미쟝센단편영화제

 

맨발: 저는 미쟝센단편영화제도 기다리고 있어요. 구교환, 김고은 배우의 티저가 나왔잖아요. 인디스페이스 위치가 10년 전에 미쟝센영화제를 개최했던 위치거든요. 미쟝센영화제에 가면 학생 작품도 많고, 재기 발랄한 단편들을 한 자리에서 계속 볼 수 있어서 좋았거든요. 그런 점에서 미쟝센영화제가 기다려져요.

 

킥보드: 제가 영화를 열심히 보러 다니기 시작한 후 처음으로 미쟝센영화제가 열리는 건데, 사람들이 과거를 회상하는 이야기를 들으면서 '이런 영화제가 있었구나' 했었는데 다시 열린다니까 반갑더라고요. 

 

맨발: 10년, 20년 전 단편영화로 시작했던 감독들이 이제는 영화계를 움직이는 주축이 되어서 이 영화제를 다시 살리려는 움직임이 있어서 보기 좋아요.

 

 

*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다녀온 이야기

 

킥보드: 김민하 감독의 〈교생실습〉을 봤어요. 호러 장르적 분위기는 안 가져가고, 아예 코미디처럼 만든 영화더라고요. 그 점은 조금 아쉬웠어요. 1편인 〈아메바 소녀들과 학교괴담: 개교기념일〉에서는 학교라는 배경이 잘 드러났고, 배우들의 연기가 정말 학생 같은 느낌이었는데 〈교생실습〉은 공간만 학교일 뿐 학교라는 느낌이 잘 들지 않는 부분이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굉장히 다양한 시도를 하시더라고요. 갑자기 화면이 닌텐도 게임처럼 픽셀 아트로 바뀐다거나. 관객들 반응이 좋더라고요.

 

맨발: 저는 김태용 감독의 단편 프로그램을 봤어요. 2000년대 초반 작품도 있고, 오래된 단편 4편이 모여 있는 섹션이었어요. 부천영화제가 AI 컨셉과 친하잖아요, 완전히 최신 기술을 다루는 영화제인데 그곳에서 오래전에 필름으로 촬영한 영화를 보고 있으니까 기분이 사뭇 남다르더라고요. 토요일 아침 10시였는데 매진이라 관객들로 꽉 차 있었어요. 옛날 단편영화를 보겠다고 토요일 아침부터 와 있는 사람들의 마음은 뭘까 싶었어요.

프로그램 중 전혜진 배우가 주연인 2004년 영화 〈이 공을 받아줘〉가 있었어요. 오래된 투박한 영화인데, 셔터를 누르면 시간이 멈추는 장면이 나오거든요. 지금 보면 허술하고 CG 티가 많이 나는 그런 장면인데, 지금은 AI로 너무나 손쉽게 만들 수 있는 장면들을 20여 년이 지나서 보는 건데도 되게 좋았어요. 김태용 감독이 그리는 사람과 사람 사이의 순수한 마음이 정말 좋았어요. 그날 본 4편의 영화에서 공통적으로 주인공들이 전부 어딘가로 달려가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시간을 멈추고 사람들 사이를 돌아다니기도 하고, 달리면서 계속 도피하기도 하고, 가짜 결혼 상대를 만들어 부모님을 속이기도 하고, 어린 주인공이 현실을 벗어나기 위해 만화책 속으로 달려가기도 하고요. 그런 공통점이 읽혀서 흥미로웠어요.

 

 

*  2025년 7월 극장에서 만난 영화들

〈3670〉 스틸컷

 

블루 하와이: 저는 얼마 전 썸머프라이드시네마에서 상영한 〈3670〉을 보러 갔었는데, 평소보다 인디스페이스에 사람이 훨씬 많아서 놀랐어요. 거의 매진이었거든요. 그런데 영화는 조금 아쉬웠어요. 초반부의 연출이 정말 좋은데, 그걸 끝까지 끌고 가지 못한다고 느껴 후반부의 마무리가 아쉬웠어요. 주인공이 성장하는 과정이 빠른 몽타주로 나오는데, 영화보다는 마치 공익 광고처럼 느껴져서 주인공에 대한 묘사가 아쉬웠습니다.

 

맨발: 저는 정반대였어요. 그 영화가 너무 좋았고, ‘회전목마’를 부르는 엔딩까지도 너무 완벽하게 다가오더라고요. 왜냐하면 주인공이 게이라는 성 정체성을 갖고 있는데 동시에 탈북민으로서 살아가야 하고, 종로의 게이 집단 속에서 적응해야 하는 아웃사이더로서의 느낌이 있는데 자기만의 욕망도 지키려고 하는 인물이라 고군분투가 너무 절절하게 드러나는 거예요. 20대 한국 남성이 고군분투하는 영화를 오랜만에 보는 느낌이 들어서 좋았어요. 그 묘사 방식이 폭력적이지도 않고, 휴먼 드라마처럼 한 사람의 내면을 훔쳐보는 듯한 느낌이 강했거든요. 마지막에 '회전목마'를 부르는 장면이 처음엔 당황스럽게 느껴지기도 했는데, 가사를 곱씹어보니 너무나 주인공의 이야기 그 자체라 진정성이 느껴졌어요.

 

 

〈레슨〉

 

[리뷰]: 몽유병자의 초상(남홍석)

[단평]: 연습과 실패(안소정)

[뉴스레터]: Q. 💘 사랑은 꼬리의 꼬리를 물고? (2025. 7. 16)

 

킥보드: 오프닝의 비현실적인 이미지가 정말 오랫동안 뇌리에 남았던 것 같아요. 사람들이 다 누워있는 장면 하나로 캐릭터를 너무 잘 보여주고 있어요. 공원에서 다들 죽은 듯이 누워있고, 주인공이 거기에 같이 누우려고 하니까 사람들이 다 일어나서 떠나고 주인공은 혼자 누워있거든요. 그 이후로 주인공이 하는 선택이나 드러나는 성격 같은 점이 곱씹어보면 맞닿아 있는 부분들이 있어서 흥미롭게 느꼈습니다.

 

맨발: 되게 아슬아슬한 영화였던 것 같아요. 선을 살짝 넘으면 치정 멜로가 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반복되는 대사나 구도에서 의미를 찾으려 노력했어요.

 

 

〈봄밤〉

 

[리뷰]: 어스름한 시간에 부딪혀오는 몸의 시(안소정)

[단평]: 막다른 길에서 붙잡은 사람에게(문충원)

 

킥보드: 이렇게까지 낮은 곳에 있는 사람들을 다룬 영화는 좀 오랜만이라고 느꼈어요. 알코올 중독으로 망가진 사람, 병이 생겨 직업을 잃은 사람 등... 그래서 비평가들에겐 이 영화의 어떤 점이 좋았을까 하고 읽어봤는데, 한 평론가가 이런 이야기를 했어요. 이 영화가 화면에 '땅'을 아주 많이 잡는다고요. 생각해 보니 그렇더라고요. 보통 영화에서는 화면에 바닥을 잡는 경우가 잘 없잖아요. 그런데 〈봄밤〉은 영경이 알코올 중독으로 바닥을 기어서 오는 장면처럼, 카메라가 종종 낮은 위치에서 그들의 모습을 담아요. 낮은 곳에 있는 사람들과, 낮은 곳에서 찍는 카메라가 맞닿아 있는 부분이 있는 것 같아서 그 얘기를 듣고 흥미로웠어요.

 

 

멀티플렉스와 단편영화의 만남

 

킥보드: 허가영 감독의 〈첫여름〉은 8월에 메가박스에서 개봉하더라고요. 단편영화를 3,000원에 상영하는 게 좋은 것 같아요. 작년에 〈밤낚시〉라는 단편영화도 극장에 걸렸는데 언론에서도 화제가 많이 됐잖아요. 10여 분짜리 영화도 이제 극장에 걸리는 시대입니다.

 

맨발: 쇼핑몰 안에 있는 멀티플렉스에서는 특히 몇 분만 짧게 보고 나갈 수 있으니까 시간 뜨면 보기에 좋은 것 같아요. 관람평에 '단돈 1천 원으로 20분간의 에어컨과 주차권까지. 별점 10점 줍니다.'라고 써 있네요 (웃음)

 

킥보드: CGV 숏츠하우스에서는 김종관 감독의 〈폴라로이드 작동법〉을 시작으로 단편영화를 꾸준히 개봉하고 있어요. 좋은 현상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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