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Community/관객기자단 [인디즈]

[인디즈 Review] 〈봄밤〉: 어스름한 시간에 부딪혀오는 몸의 시

by indiespace_가람 2025. 7. 21.

〈봄밤〉리뷰: 다름이 문제가 되지 않았던 여름

* 관객기자단 [인디즈] 안소정 님의 글입니다.



 기교나 멋 부리기 없이, 두 인물이 서로를 바라보는 시선과 그들이 나누는 대화가 흐른다. 날 것의 아우성과도 같은 강렬한 감정이 서두르는 기색 없이 서서히 쌓인다. 눈물이 범벅된 얼굴, 무너져 내리는 몸, 비틀거리는 몸, 그리고 서로에게 닿아 있는 몸.

 

영화 〈봄밤〉 스틸컷


 〈봄밤〉은 인물들의 삶에 큰 영향을 끼친 소란스러운 사건들이 지나간 자리에서 시작된다. 인생에 기대할 것이 사라지고, 떠나간 자리의 공허함만이 남은 영경과 수환이 만난다. 남은 삶은 길게만 느껴지고, 지나온 삶은 무겁고, 틈새에서 위로를 찾던 두 사람은 서로를 알아본다. 수환과 영경은 상대방이 자신의 상처와 비슷한 모양의 상처를 가진 사람이라는 걸 알아본다.


 영경과 수환의 사랑은 서로의 결핍에서 시작된다. 가장 빛나고, 가능성이 넘쳐나고, 인생에 기대할 것이 많은 순간이 아니라 지금 비틀거리는 서로를 사랑한다. 상대방의 취약함과 비틀거림에서 자신을 비춰본다.

 

영화 〈봄밤〉 스틸컷


흔히 사랑은 함께 고통을 극복하고, 나를 더 나은 사람으로 변화시키는 힘으로 묘사된다. 하지만 〈봄밤〉은 회복 불가능성과 더불어 인생의 그 모든 상처가 누적된 신체와 함께하는 사랑을 말한다. 
두 사람의 사랑은 과거를 딛고 일어나 새로운 출발을 하기 위함이 아니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마주한 모든 아픔이 쌓인 시간에서 회복을 말하지 않는다. 함께 자신의 과거를 잊지 않고 마주 보며 이를 쓰다듬어보는 사랑이다. 각자가 겪었던 일들, 살아온 삶을 함께 끌어안고자 하는 의지다. 

 

영화 〈봄밤〉 스틸컷


 반복해서 시를 읊고 반복해서 술을 마시는 영경, 그리고 병원에서 그런 영경을 기다리는 수환. 영경과 수환의 말과 몸은 서두르지 않는다. 영경이 읊는 시와 함께 두 사람이 함께 한 시간이 떨어져 있는 동안에도 쌓인다. 서두르지 않고 서두를 수 없는 두 사람은, 삶에서 남은 시간을 무엇으로 채울 것인가에 대해 어스름한 시간에 부딪혀오는 몸이 그리는 시로 답한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