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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unity/관객기자단 [인디즈]1452

[인디즈 Review] 〈아가미〉: 방황의 끝 〈아가미〉리뷰: 방황의 끝* 관객기자단 [인디즈] 이지원 님의 글입니다. 방황에도 유효기간이 있을까. 괴테는 ‘인간은 노력하는 한 방황한다’고 말했다. 더 나은 삶을 꿈꾸는 한 방황의 시간을 겪어내야 한다는 말이다. 방황을 통해 성장하고 더 나은 삶을 살게 된다면 그보다 더 좋은 일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모든 방황이 성장을 담보로 이루어지는 건 아니다.   〈아가미〉는 무기력하게 방황하는 이들을 조명한다. 승원은 배우의 꿈을 꾸며 작은 극단에서 생활한다. 어느 날 승원에게 아버지의 부고 소식이 전해진다. 승원은 “그냥 좀 쉬고 싶다”는 말을 끝으로 극단에서 나간다. 이복남매인 승원과 가현은 아버지의 장례식장에서 재회한다. 가현의 제안에 승원은 어릴 적 살던 시골집으로 돌아간다. 오랜만에 방문한 시골집의.. 2024. 12. 24.
[인디즈 단평] 〈언니 유정〉: 나의 흠, 나의 힘, 나의 형제 *'인디즈 단평'은 개봉작을 다른 영화와 함께 엮어 생각하는 코너로, 독립영화 큐레이션 레터 '인디즈 큐'에서 주로 만날 수 있습니다. 나의 흠, 나의 힘, 나의 형제〈언니 유정〉그리고 〈나의 X언니〉  *관객기자단 [인디즈] 김한들 님의 글입니다.  “가장 최종적인 형태의 돌봄, 최고 난도의 돌봄은 '돌봄 받기'다”*이 문장을 유정과 소희에게 선물하고 싶다. 〈언니 유정〉에는 고3 동생 기정을 돌보는 유정이 있고, 〈나의 X언니〉에는 중3 언니 소진을 돌보는 소희가 있다. 유정과 소희는 형제를 보살피는 일에 익숙한 사람들이다. 어느 날, 유정에게는 기정이 영아 유기를 자수했다는 소식이 닥쳐온다. 소희는 선망하는 X언니가 소진을 장애인이라는 이유로 조롱하는 말을 듣게 된다. 익숙함이 늘 능숙함을 보장하지.. 2024. 12. 24.
[인디즈 Review] 〈세입자〉: 안락하다는 환각 〈세입자〉리뷰: 안락하다는 환각 * 관객기자단 [인디즈] 문충원 님의 글입니다.*영화의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잠옷으로 갈아입고 차를 한 잔 내린 후 책상 앞에 앉는다. 평온해야 마땅할 풍경이지만 오늘은 어딘가 꺼림칙하다. 슬그머니 뒤를 돌아보니 등장하는 건 귀신 따위가 아닌, 좁은 방의 작은 전경. 고개만 두리번거려도 모든 면적이 들통나는 서울 한복판의 흔하디흔한 월세방이 눈앞에 선명하다. 매일 마주하는 풍경이지만 오늘따라 왠지 공포스럽다. 월세밖에 살지 못하는 상경한 대학생의 통장 잔고에 대한 으스스함을 말하려는 게 아니다. 공포의 진짜 근원은 내가 어제까지 한 치의 의심도 없이, 이 집을 안락하다 여겼다는 사실에 있다. 생각해 보면 스무 살, 상경한 이래로 이리저리 전전하며 지내온 탓에 ‘.. 2024. 12. 23.
[인디즈] 〈언니 유정〉 인디토크 기록: 말하지 않아도 말하지 않아도 〈언니 유정〉 인디토크 기록 일시 2024년 12월 10일 (화) 오후 7시 상영 후 참석 정해일 감독, 박예영, 이하은, 김이경, 김준한 배우 진행 장성란 영화저널리스트  * 관객기자단 [인디즈] 김윤정 님의 기록입니다.말없이 전해지는 마음은 어디에도 없다. 다만 보이지 않던 벽이 허물어지고 서로가 서로에게 힘껏 손을 뻗으면 두 손은 분명히 맞닿을 수 있다. 말없이 고요한 날들 사이에서 손 뻗으면 닿을 수 있는 거리의 사람들을 언젠가 힘껏 끌어안을 수 있길.  장성란 영화저널리스트 (이하 장성란): 영화 개봉 후 관객들을 만나는 자리 하나하나 뜻깊으셨을 텐데 오늘 이 시간도 소중한 기억으로 남았으면 좋겠습니다. 저는 영화저널리스트 장성란입니다. 오늘 참석하신 분들 차례대로 자기소개 들어보.. 2024. 12. 20.
[인디즈 Review] 〈언니 유정〉: 우리가 비워둔 공간 〈언니 유정〉리뷰: 우리가 비워둔 공간* 관객기자단 [인디즈] 김지윤 님의 글입니다.   서로의 눈을 마주하고 가장 깊은 곳에서 이야기를 꺼내는 시간을 상상한다. 그 상상에서 우리는 의자를 마주놓고, 테이블을 사이에 두고 서로를 보며 앉아 있다. 입을 떼고 먼저 시작한 이야기에 돌아오는 답 없이 상상에만 머무는 마음은 전해질 길 없이 서로의 눈을 피하고, 자리를 뜨고, 공간을 비워둔다. 비워둔 공간에 우리가 다시 마주 앉는 일은 언제일까. 마주 앉아 서로의 진심을 건드리며 나의 마음을 스스로 어루만질 수 있게 되는 날은 언제일까.   〈언니 유정〉은 그동안 우리가 비워둔 공간을 다시 찾게 되기까지의 여정이다. 그 길에 고독과 적막은 우리의 손을 스치고, 꽁꽁 싸매둔 기억과 감정은 너와 나의 진심을 불러일.. 2024. 12. 18.
[인디즈 Review] 〈모래바람〉: 용포를 두른 여자들 〈모래바람〉리뷰: 용포를 두른 여자들* 관객기자단 [인디즈] 안소정 님의 글입니다.  씨름에서 천하장사란 모든 체급의 선수가 맞붙어 판가름 난 단 한 명의 최강자를 가리키는 말이다. 천하장사가 된 선수는 조금 전까지 있는 힘껏 몰입했던 시합의 열기를 품은 채 용포를 두르고 위풍당당한 모습으로 사람들 앞에 선다.    2009년도에 최초의 여자 천하장사가 탄생한 이래로 많은 여성 선수가 천하장사를 꿈꾸며 정진한다. 영화는 최초의 여자 씨름 실업팀 콜핑에서 말 그대로 한솥밥을 먹었던 선수 한 명 한 명의 포부와 꿈, 씨름을 사랑하는 사람으로서의 삶을 비춘다.     씨름은 균형이 중요하다. 순간적인 힘으로 몸의 균형을 무너뜨리려는 상대 선수로부터 자신의 균형을 지켜내면서 두 다리를 단단히 바닥에 내디뎌야 한.. 2024. 12. 14.
[인디즈 단평] 〈아침바다 갈매기는〉: 그럼에도 존속하는 것들 *'인디즈 단평'은 개봉작을 다른 영화와 함께 엮어 생각하는 코너로, 독립영화 큐레이션 레터 '인디즈 큐'에서 주로 만날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존속하는 것들 〈아침바다 갈매기는〉그리고 〈돌핀〉  *관객기자단 [인디즈] 김민지 님의 글입니다. 바다는 항상 거기에 있는 거기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 그렇지는 않다. 모든 것이 밀려오고 나가고 생물들도 들어오고 떠난다. 살아있는 것은 필연적으로 변화하기에 그것이 야속하다 할지라도 어쩔 수 없다. 그럼에도 바다는 늘 같은 모습을 존재한다는 것이, 모든 것을 품어준다는 것이 가끔 위로를 준다.  〈아침바다 갈매기는〉의 영국은 소용돌이치는 어촌 마을의 인물들 사이에서 조력자 역할을 한다. 용수의 위장 사망을 돕고 틈만 나면 영란을 데리고 여기저기 다니며 그가 배.. 2024. 12. 10.
[인디즈 Review] 〈아침바다 갈매기는〉: 내일은 내일의 태양이 뜬다 〈 아침바다 갈매기는 〉리뷰: 내일은 내일의 태양이 뜬다 * 관객기자단 [인디즈] 서민서 님의 글입니다.  우리의 삶은 희망과 절망이 교차하는 순간의 연속이다. 잔잔하던 파도가 순식간에 제 경로를 바꿔 폭풍우로 돌변하는 것처럼 희망으로 믿었던 것이 절망으로, 동시에 절망이라 여겼던 것이 희망으로 뒤바뀌는 순간도 예고 없이 찾아온다. 모든 게 다 지나고 나서야 우리를 흔들었던 것이 희망이었는지, 절망이었는지 알아차리곤 한다. 〈아침바다 갈매기는〉 작품은 과연 우리가 믿고 있었던 것이 희망이었는지, 절망이었는지 질문하며 비록 그것이 절망일지언정 그 안에서 우리에게 주어진 것이 희망이라 믿으며 살아가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작은 어촌마을에 사는 젊은 어부 용수(박종환)의 눈은 어딘가 공허하다. 언젠가 늙은 선.. 2024. 12. 9.
[인디즈 Review] 〈되살아나는 목소리〉: 되살아나는 당신의 목소리, 움직이는 나의 눈 〈되살아나는 목소리〉리뷰: 되살아나는 당신의 목소리, 움직이는 나의 눈 * 관객기자단 [인디즈] 김한들 님의 글입니다.  ‘내가 왜 당신의 고통을 기억해야 하는가.’ 〈되살아나는 목소리〉는 그 물음과 해답이 씨줄과 날줄로 질기게 엮인 그물처럼 느껴진다. 박수남 감독의 멈추지 않는 눈과 손에서 10만 피트에 이르는 기록이 건져졌고 그러는 동안 그는 구순에 가까워졌다. 이 웅대한 기록물의 초입에는 소년 한 명이 서 있다. 고마쓰가와 사건의 중심인물. 두 여성을 살해한 가해자. 일본 사회의 가장 낮고 어두운 곳을 헤매던 재일조선인. 그는 ‘가네코 시즈오’가 아닌 ‘이진우’로서 박수남의 눈에 띄었다. 박수남이 사형수 이진우에게 보낸 편지에는 이런 구절이 있다. ‘너의 문제는 나의 문제야.’ 이 문장이 영화의 첫.. 2024. 12. 9.
[인디즈 소소대담] 2024. 11 첫눈과 함께 [인디즈 소소대담] 2024. 11 첫눈과 함께 *소소대담: 인디스페이스 관객기자단 ‘인디즈’의 정기 모임 *관객기자단 [인디즈] 김지윤 님의 기록입니다.참석자: 봄, 여름, 가을, 겨울 서울에는 첫눈이 내렸다. 소복이 쌓인 눈 사이로 걸었고, 흩날리는 눈을 우산 없이 반겼다. 그 길을 건너 저마다의 영화 이야기를 들고 우리는 오랜만에 테이블에 앉았다. 자신만의 공간에서 가져왔던 영화 이야기가 펼쳐지고, 그 이야기에는 또다시 새로운 이야기가 쌓여간다. 영화가 불러일으킨 저마다의 세계가 쌓여 우리는 그 영화를 다시 보고, 다시 기록한다. 그렇게 우리는 눈 앞에 펼쳐진 완연한 겨울에 서서 올 한 해의 독립영화를 다시 펼쳐보다 서울독립영화제에서의 우연한 인사를 기대했다. *개봉작 단상들〈우리는 천국에 갈 순 .. 2024. 12. 6.
[인디즈 Review] 〈한 채〉: 보다 세심한 연대가 필요하다 〈한 채〉리뷰: 보다 세심한 연대가 필요하다* 관객기자단 [인디즈] 김민지 님의 글입니다. 어떤 연대는 의지를 통해 만들어지기보다는 같은 공간을 공유해서 형성되기도 한다. 켄 로치의 〈나의 올드 오크〉에서 난민들의 불가피한 유입으로 인해 TJ와 야라의 연대가 시작되었던 것처럼, 살을 맞대고 부딪히는 집이라는 공간은 가족을 형성하는 데 중요한 조건이다. 하지만 그런 유대가 시야에 들어오는 모든 존재에게 필연적으로 생기는 것은 아니다. 상대에 대한 세심한 존중, 애정, 배려. 그런 것들이 가족의 뼈대를 형성할 것이다. 문호와 고은은 떠돌이 생활을 하는 부녀다. 고은이 지적 장애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이 둘은 독립적으로 살아갈 수 없다. 문호는 집을 얻고자 위장 혼인신고 작전에 고은을 투입하고 도경 역시 어린.. 2024. 12. 2.
[인디즈 Review] 〈씨앗의 시간〉: 반복과 중첩 〈씨앗의 시간〉리뷰: 반복과 중첩* 관객기자단 [인디즈] 김윤정 님의 글입니다.  고가 위를 가로지르는 기차가 그러하듯 시간 역시 수평선을 따라 한 방향으로 흘러간다고 생각한 적이 있다. 어디로 나아가는지 알 수 없는 날들의 고민 중에서도 그 끝에 이를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예상하지도 못한 채 불안했던 날들 역시 있다. 그럴 때면 환기를 하듯 의식의 방향을 일부러 멀리멀리 퍼트린다. 그 어디라도 좋으니 좀처럼 상상할 수 없는 곳에 가 닿기를 바라면서. 〈씨앗의 시간〉은 시간과 공간을 기꺼이 내어주며 문득 찾아온 낯선 이를 천천히 자신만의 공간으로 이끈다. 자연의 세계와 그 안에 살아 존재하는 인간이 어떻게 느슨하게 연결되고 공존할 수 있는가에 대한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한다.   생산성 증대를 위해 품질.. 2024. 12.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