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Community/관객기자단 [인디즈]

[인디즈 단평] 〈현재를 위하여〉: 잘 먹고, 잘 살기

by indiespace_가람 2026. 6. 27.

*'인디즈 단평'은 개봉작을 다른 영화와 함께 엮어 생각하는 코너로, 

독립영화 큐레이션 레터 '인디즈 큐'에서 주로 만날 수 있습니다.

 

 

잘 먹고, 잘 살기

〈현재를 위하여〉 그리고 〈수연의 선율〉 

 

*관객기자단 [인디즈] 박은아 님의 글입니다.

 

 

가령, 나를 아프게 하는 존재가 가족이라면? 상처의 크기와 모양은 달라도 가족에게 상처받은 기억 하나쯤은 스쳐가기 마련이다. 상처받은 만큼 모난 구석을 매끈히 다듬는 방법을 배워가는 우리는 가족을 용서하기도, 외면하기도 하며 나다움을 지켜나가고 있다. 소개할 두 영화는 종이로 증명된 관계도, 피로 엮인 관계도 아닌 내가 나일 수 있는 가장 온전한 틀의 가족을 찾고자 부유하는 청소년을 그린다. 

 

영화 〈현재를 위하여〉 스틸컷

 

‘현재’는 아빠의 폭력적 언행을 견디며 산다. 어린 동생과 무기력한 엄마 사이에서 가출 충동을 느끼지만 안전하고, 안정적인 가정에 대한 열망이 가득한 현재는 섣불리 움직이지 않는다. 그러던 현재는 오래전 아이를 잃어버린 ’해인’을 알게 되고, 엄마와 다르게 폭행으로부터 적극적으로 보호해 주는 해인에게서 안정감을 느끼고 집을 나와 함께 살기로 한다. 

 

사실 이렇듯 〈현재를 위하여〉의 중심에는 무능이 있다.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느낌. 폭력을 행사하는 남편과 이혼하지 못하는 엄마와 홀로 설 수 없는 나이의 아이들까지. 그런 굴레를 뚫고 들어온 해인은 현재에게 가장 안전한 보금자리가 되어주기도 하지만 그 누구보다 가족이란 경계를 지키고자 하는 인물이기도 하다. 자신의 딸 ‘윤슬’의 물건을 건드리고 실종 전단지를 버린 현재를 나무라며 선을 긋는 순간 현재는 다시 한번 바깥으로 튕겨져 나간다. 서로의 결핍을 채워주며 가까워졌지만, 그들이 나눌 수 있는 것은 어디까지나 적당히 가족 같을 수 있는 온도에 머문다. 그 이상을 바라는 마음이 커질 때마다 현재는 애써 눌러 담지만 한계를 마주한 순간 또다시 새로운 내일을 준비해야만 한다. 

 

영화 〈수연의 선율〉 스틸컷

 

〈수연의 선율〉의 ‘수연’은 조부모님이 돌아가신 뒤 홀로 남겨진다. 슬픔도 잠시 수연은 어떤 누군가도 자신을 딸처럼 돌봐주지 않을 것이란 암묵적인 현실을 마주한 뒤, 스스로 자신이 머물 곳을 찾아나간다. 어른스럽게 행동하기. 그것이 자신을 세상에 껌딱지처럼 붙여놓을 수 있는 방법이라 생각한다. 스스로 요리를 하고, 동생을 살뜰히 챙기며, 사랑스러운 언어로 애정을 전한다. 그런 수연에게 느껴지는 느낌은 아이러니하게도 ‘안쓰럽다’에 가깝다. 가끔은 청소를 차일피일 미루고, 놀아달라는 동생이 귀찮아 홀로 방문을 잠그기도 한다. 그러다 부모에게 벼락같은 혼쭐을 맞기도 하는 그 애정이 〈수연의 선율〉에서 완벽히 결여되어 있다. 결국 수연이 선택한 가족도 해체된다. 아이를 도구로 사용하며 돈을 벌었던 부모에게, 가장 좋은 빌미를 주었던 결말이다. 그러나 영화는 수연이 마주할 미래를 빈칸으로 남겨둔다. 떠올릴 많은 가능성을 압축한 뒤 손쉬운 구원 대신, 스스로의 방식으로 피어나리라 믿는 긴 응원을 보내는 영화다. 

 

* 영화 〈수연의 선율〉 보러 가기 (감독 최종룡)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