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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unity/관객기자단 [인디즈]

[인디즈 Review] 〈충충충〉: 벌레, 찌르다, 채우다.

by indiespace_가람 2026. 7. 2.

〈충충충〉리뷰: 벌레, 찌르다, 채우다.

* 관객기자단 [인디즈] 남홍석 님의 글입니다.

 

영화 〈충충충〉 스틸컷

 

충(蟲)

 ‘충(蟲)’이라는 글자가 인터넷 속어로 사용되기 시작한 지도 벌써 10년은 넘게 지났다. 1년, 아니 수개월 사이에도 빠르게 변화하는 인터넷 생태계에 비하면 일종의 ‘고전’이 된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충’은 주로 다른 단어 뒤에 붙어 일관된 특성을 보이는 특정 그룹을 비난하는 식으로 쓰이는데, 단순하게 말하면 상대를 벌레와 같은 ‘하찮은’ 대상으로 낮추어 부르는 말이다. 그러니까 일상어로 사용되는 이러한 언어에는 우등/열등의 함의, 즉 경계의 감각이 내재하고 있다. 인간과 비인간의 그것에서 출발한 경계는 부와 취향, 심지어는 SNS 팔로워 숫자로까지 이어진다.

 〈충충충〉은 제목을 보자마자 대부분의 사람들이 떠올렸을 강렬한 ‘벌레’의 이미지에서 출발한다. 큰 스크린을 가득 채우는 곤충의 움직임은 주로 혐오나 불편함의 감정과 연결된다. 그 움직임을 길게 보여주는 오프닝은 앞으로의 영화에서 이러한 감정을 여과 없이 표출하겠다는 선언이다. 경계 저편에 있는, 우리가 지금껏 보지 못했거나 보더라도 애써 무시했던 존재들의 이야기를 다룰 것이라는 ‘경고’라고 볼 수도 있겠다. 경계 너머에서 ‘벌레’는 더 이상 ‘하찮은’ 존재가 아니라, 영화를 추동하는 강력한 이미지로 남는다.

영화 〈충충충〉 스틸컷

 

충(衝)

 줄거리 자체도 그리 복잡하지 않다. 늘 관심과 인정을 바라는 고등학생 ‘용기’는 어린 시절부터 친구로 지낸 ‘지숙’을 짝사랑하고 있다. 정작 그녀는 용기를 착한 친구 정도로 생각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용기는 지숙을 지켜야 세상을 지킬 수 있다고 믿는다. 어느 날 등장한 전학생 ‘우주’는 지숙을 포함한 많은 여학생의 관심을 한 몸에 받는다. 그가 자신을 좋아하는 지숙에게 번번이 상처를 주자, 용기는 복수를 다짐한다. 저 악당에게서 지숙을 구해내고, 세상을 구원하는 사람이 되겠다고.

 영화는 크게 세 장으로 나뉘는데, ‘충(衝)동’, ‘충(衝)돌’, ‘충(衝)격’으로 이어지는 각각의 제목은 모두 같은 글자를 공유한다. 〈충충충〉이라는 제목 역시 세 단어의 앞 글자를 딴 것이다. ‘충(衝)’으로 시작하는 단어들은 동적인 느낌을 주는데, 앞서 언급한 오프닝이 ‘충(蟲)’의 움직임을 다루고 있다는 사실과 묘하게 공명한다. 더욱 흥미로운 것은, 세 단어의 연결이 영화에서 몽타주가 기능하는 방식을 떠올리게 한다는 지점이다. 연쇄된 이미지 사이의 동적 ‘충동’은 곧 ‘충돌’로 이어진다. 그 ‘충돌’로 인한 ‘충격’은 기존에 보이지 않았던 새로운 의미를 형성해 낸다. 영화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캠코더 영상을 연상시키는 색감과 빠른 화면 전환, 변칙적인 편집 기법이다. 〈충충충〉은 독특한 스타일과 이미지 사이에서 새로운 감각을 건져내려는 시도처럼 보인다. 

 

영화 〈충충충〉 스틸컷

 

충(充)

 용기의 질주는 “나도 할 수 있다”는 외침에서 그 절정에 이른다. 마침내 그토록 갈구하던 관심으로 가득 채워진 상태, ‘충(充)전’, ‘충(充)만’, ‘충(充)족’의 상태이다. 그런데 〈충충충〉은 그 채워짐에 관한 영화가 아니다. 오히려 그 이후의 시간, 차고 넘친 잔여물과 허무의 감각에 더 가깝다. 라이브 방송을 켜고 건물 옥상에서 뛰어내린 학생이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세상이 미친 것 같다”던 용기는 “미친 세상”을 구원하기 위해 나선다. 그런데 구원 이후에 남은 것은 무엇일까? 대상을 잃은 고요한 외침은 아무도 남지 않은 세상에 메아리친다.

 충돌 이전까지 영화가 담아내던 것은 늘 움직이고 있는 용기의 모습, 그 정동적 이미지였다. 그런데 그 이후의 장면들은 이전과는 확연한 차이를 보인다. 남겨진 이들을 담는 카메라는 더 정적이고, 더 조심스럽다. 좁은 프레임 속에 갇힌 채로 등장하는 인물들의 대사는 씁쓸한 뒷맛을 남긴다. 영화관 밖까지 이어지는 감정은 이러한 사건 이후의 감각이다. 쉴 틈 없이 달려가다 그 끈을 놓아버리면서, 스크린 밖으로의 효과적인 감정 전이를 끌어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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