썸머프라이드시네마2026
〈저는 행복한데요?〉 신승은 감독 인터뷰
'우리의 슬픔, 우리의 기쁨'
* 관객기자단 [인디즈] 이수미 님의 글입니다.
거리를 걸어도, 휴대폰 속 세상을 들여다봐도 모두가 행복해 보인다. 내 안의 슬픔은 누구에게도 들키지 않게 꽁꽁 숨겨야만 할 것 같다. 애니메이션 성우로 일하며 누구보다 밝아 보이는 햇님은 갑작스레 우울증 진단을 받는다. 우울증을 해결하기 위해 햇님이 떠나는 여정은 아이러니하게도 부정과 외면으로 가득하다. 단편 〈마더 인 로〉로 6년 전 썸머프라이드 시네마와 만났던 신승은 감독이 이번에는 장편 〈저는 행복한데요?〉로 다시금 인디스페이스를 찾았다. 영화 속 햇님처럼, 신승은 감독의 말 속에는 슬픔과 기쁨의 순간이 공존하고 있었다.

이번 썸머프라이드시네마에서 〈저는 행복한데요?〉는 개막작으로, 〈마더 인 로〉와 〈프론트맨〉은 감독 특별전 상영작으로 상영하게 되셨는데요. 2020년에 〈마더 인 로〉로 썸머프라이드시네마에서 상영을 진행하시고, 오늘처럼 인디즈 인터뷰를 진행하셨었다고 전해 들어서 감회가 더 새로우실 것 같아요. 이번 썸머프라이드 시네마를 찾아주실 분들께, 이 인터뷰를 접하게 되실 분들께 간단한 인사와 소감 먼저 말씀 부탁드리겠습니다.
너무 반갑습니다. 재작년에도 썸머프라이드시네마에 개막작 〈럭키, 아파트〉를 보러 관객으로 왔었어요. 6년 전에 했던 인디즈 인터뷰도 너무 좋은 기억으로 남아 있고요. 그때 인터뷰 진행하신 인디즈 기자님이 1년에 한 번씩 연락해서 토마토를 보내주세요. 오늘도 방울토마토를 먹고 왔습니다. 그래서인지 항상 여름이 되면 썸머프라이드시네마랑 인디즈 생각이 나요. 장편도 상영하는데, 단편도 오랜만에 함께 상영해 주시니 아주 좋은 여름맞이입니다. (웃음)
오늘 인터뷰는 개막작인 〈저는 행복한데요?〉를 중심으로 진행해 보려고 합니다. 우울증과 애니메이션 성우라는 소재의 조합이 신선하면서도 의외로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겉으로 보기에는 늘 밝고 행복해 보이지만, 어린 시절부터 이어진 우울을 마음속 깊이 묻어둔 ‘햇님’을 첫 장편 영화 주인공으로 택하게 되신 이유가 궁금합니다.
첫 장편을 준비하다 보니 너무 힘들었어요. 여러 번 엎어지기도 하면서 이 시나리오가 떠올랐습니다. 햇님의 삶 자체가 영상과 맞지 않는 보이스오버라고 생각했어요. 어렸을 때 일기에서도 영상 속 햇님은 엉엉 울고 있는데, 보이스오버는 ‘울 뻔했다’라고 나오거든요. 햇님의 직업도 계속 행복한 목소리를 연기해야 하고, 내면의 목소리와 다른 목소리를 내야 하는 성우로 설정했어요. 시나리오를 쓰면서도 그랬지만, 손예원 배우님을 만나면서 햇님을 많이 좋아하게 됐어요. 오늘도 햇님이를 만난다는 설레는 마음으로 왔습니다.
‘햇님’이라는 이름 역시 상당히 독특합니다. 사람, 특히 어른의 이름이라기보다는 태명이나 별명, 유치원 반 이름으로 더 많이 쓰이는 단어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는데요. 주인공에게 ‘햇님’이라는 이름을 지어주신 이유가 있을까요? 고려했던 다른 이름 후보가 있으셨는지도 궁금해요.
무조건 ‘햇님’이었어요. 성이 문이라서 문햇님인데, 문은 달이잖아요. 햇님-낮-노란색, 우울-블루-파란색 해서 햇님의 의상과 소품도 노란색, 파란색을 섞어서 사용했어요. 노란색과 파란색이 부딪히는 것처럼 가다가 나중에는 햇님이 초록색 옷을 입어요. 밝음과 어두움이 공존할 수 있다는 걸 얘기하고 싶었어요. 그리고 제가 새벽이 잠이 안 와서 옥상에 갔다가, 해랑 달이 같이 떠 있는 걸 본 적이 있어요. 이 공존의 이미지를 햇님에게 주고 싶었어요. 오늘도 달이 밝은 데 떠 있더라고요. 가끔 스태프분들이 그런 달을 보면 서로 찍어서 보내요. 오늘은 제가 예원 배우님에게 달을 찍어서 보냈습니다.
시나리오 작업 기간은 어느 정도 되셨는지도 궁금해요.
초고는 금방 썼어요. 그 초고를 계속 고치고, 떨어지면 또 고치고, 이렇게도 바꾸고, 저렇게도 바꾸고. 사회문제로서의 우울증을 부각해 보기도 하고, 비정규직 노동에 초점을 더 맞춰보기도 했었어요. 제가 제작을 하기로 하면서 거의 원 시나리오로 돌아왔습니다.
제목은 시나리오 때부터 〈저는 행복한데요?〉였을까요.
네, 처음부터 고정되어 있던 게 햇님의 직업과 우울증, 영화 제목이에요. 해피몽 주제가도 처음에 만들어 놨었어요. 햇님이 우울증 진단을 받고, 바로 타이틀이 뜨잖아요. 초반에는 ‘저는 우울증이 아니라 행복한 배우인데요’, 나중에는 ‘저는 우울증이 있지만 행복한 배우인데요’ 이렇게 두 가지 의미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서 이 제목으로 하게 됐어요. 영어 제목은 〈I Am Happy〉로 하고 싶었어요. 쉽고 편안하지만 어려운 말.

영화에 등장하는 탐정 해피몽의 주제곡을 감독님께서 직접 작사, 작곡하셨는데요. 〈마더 인 로〉의 엔딩곡 ‘뭐라고 부르나요’는 감독님께서 직접 노래를 부르셨고, 〈프론트맨〉은 국악을 소재로 한 영화다 보니, 영화 작업을 하시면서도 뮤지션으로서의 정체성을 계속 가져가시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일반적인 음악 작업과 영화를 위한 음악 작업은 분명 차이가 있을 것 같은데, 두 작업의 매력은 각각 뭐라고 생각하시는지 여쭙고 싶습니다.
제 음악을 할 때는 제 얘기를 하면 되거든요. 그런데 영화를 위한 음악은 제 이야기가 아니니, 그 점이 재밌습니다. 〈가능주의자〉 음악에도 참여했는데, 또 다르게 새롭고 재밌었어요. 연기하는 기분으로요. 〈마더 인 로〉는 원래 엔딩에 ‘Moon River’를 넣고 싶었는데, 저작권이 깔끔해야 해서 ‘몰라 만들어버린다!’하는 심정으로 만들었어요. PD님은 만든 노래가 더 좋다고 하시더라고요.
〈저는 행복한데요?〉 음악 감독님이 제가 정말 좋아하는 동료이자 친구인데요. 〈럭키, 아파트〉 음악도 하시고, 이것저것 많이 하셨어요. 제 노래 중에 ‘항상 축배를 드는 친구’라는 노래가 있는데, 이 노래가 음악 감독님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해요. 같이 회의를 하다보면 서로 의견이 다를 수도 있잖아요. 그런 걸 기대했는데, 이번 장편 작업 하면서는 의견이 너무 잘 맞아서 회의를 1시간 하고 끝냈어요. 제가 만든 데모에 라인 몇 개를 써주고, 편곡해 주셨어요. 결과물을 들어 보는데 행복했어요. 엔딩에 나온 노래 들을 때는 밤에 너무 흥분이 돼서 눈물이 나더라고요.
정말 행복한 상태가 되셨던 것 같네요. (웃음)
영화를 만드는 게 이런 즐거움이 있어요. 다른 사람들, 그것도 천재들과 함께 세상을 만드는 일이니까요. 저기 나무가 있으면 좋겠는데 싶으면, 나무 심기 천재가 와서 나무를 심어 주고 그렇죠.
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관계는 역시 햇님과 영희의 관계라고 생각해요. 둘 다 우울증을 겪고 있지만, 겉으로 드러나는 모습이나 자신이 우울증임을 처음 알았을 때의 반응은 정반대인데요. 두 인물은 어떻게 구상하게 되셨고, 어떻게 캐릭터 빌딩을 해 나가셨는지 들어보고 싶습니다.
한 명은 슬퍼 보이지만 상황을 잘 직면하고, 다른 한 명은 밝지만 상황을 부정하는 식으로 대비가 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영희는 성이 김이고, 김영희인데요. 가장 흔한 성과 교과서에 많이 나오는 ‘영희’라는 이름을 써서, 우울증을 겪는 일이 일반적이라는 걸 말하고 싶었어요. 영희는 풋살도 하고, 글쓰기 모임도 가고, 많은 활동을 하거든요. 운동하면 우울증 낫는다고 많이들 이야기하는데, 영희는 요가 선생님이기까지 하잖아요. 우울증에 대한 편견을 이야기해 보고 싶었어요.
그만큼 두 인물의 캐스팅도 중요했을 것 같은데요. 햇님 역의 손예원 배우와 영희 역의 정수지 배우님은 어떻게 캐스팅하게 되셨는지 여쭤보고 싶습니다.
영희는 시나리오 쓸 때부터 종종 수지 배우님 생각을 했었어요. 수지 배우님을 좋아하기도 하고, 힘이 없는 역할을 힘없이 하는 게 아니라 ‘힘이 없는 캐릭터를 연기한다’로 해주실 것 같았어요. 햇님은 엄청나게 찾아 헤맸는데요. 손예원 배우님은 손수현 배우님을 통해 소개받았고, 몇 년 전에 여성인권영화제 트레일러 작업을 같이 했었어요. 예원 배우님 연기도 안정적이고, 너무 잘하시니까 이번에도 생각은 하고 있었어요. 햇님이 까불까불한 느낌이라 비슷한 결로 연기하신 필모그래피를 찾아보고 싶었는데, 〈더 납작 엎드릴게요〉에서는 새침하시더라고요. 햇님이 중성적인 이미지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서 고민하다가, 〈사랑합니다 고객님〉이라는 단편을 봤어요. 거기서 예원 배우님이 전화 상담원이신데, 발음이 너무 좋으시더라고요. ‘야!’ 하는 부분을 보는데, 드디어 내 햇님을 찾았다 싶었어요. 배우님께 전화하는데 엄청나게 떨리더라고요. PD님이랑 “나 진짜 한다! 나 전화해? 한다” 했던 기억이 납니다.
저도 다른 영화제에서 〈저는 행복한데요?〉 상영할 때, 스틸 사진을 여러 번 접했었거든요. 그런데 햇님이 손예원 배우님이라고 인지를 못 했던 것 같아요. 다른 작품에서는 주로 긴 머리에 강단 있는 느낌으로 나오시잖아요.
기분 너무 좋아요. 제가 이발을 하게 했습니다. 결혼식을 한 달 앞두고 이발을.. (웃음)
딕션도 좋으시고, 저는 햇님을 다른 배우님이 연기했으면 어땠을지 상상이 잘 안 가요.
저도 상상이 안 가요. 원앤온리입니다.

감독 특별전에서 상영하는 〈마더 인 로〉와 〈프론트맨〉에 둘다 출연했던 손수현 배우가 이번 〈저는 행복한데요?〉에서도 짧지만 임팩트 있는 역할인 안주연으로 등장하는데요. 주연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두 사람은 금단의 사랑을 했고, 끝내 파국에 이른 것 같아요. 두 사람의 과거에 대해 감독님께서 구상해 두신 전사가 있으신지도 궁금해요.
사람들이 주연이 아니어서 이름이 ‘안주연’이냐고 물어보는데, 그런 건 아니고요. 저는 전사를 햇님, 영희, 햇님과 영희, 햇님과 주연 이런 식으로 항상 상세하게 쓰는 편이고, 쓴 내용을 배우님들한테도 보내드려요. 햇님과 안주연은 녹음실에서 처음 만났는데, 안주연이 햇님에게 첫눈에 반해서 쫓아다녔어요. 그때 안주연은 남자 친구가 있는 상태였고, 지금 남편이 그 남자 친구예요. 햇님은 처음에 저 사람이 나에 대해 뭘 안다고 접근하지 싶다가, 점점 마음이 열리고 있었는데 계속 남자 친구에게 돌아가니까 상처가 컸던 거죠. 햇님이 주연을 겨우 끊어냈다고 생각했어요. 지금 만났는데도 주연이 또 그러잖아요. 햇님은 두 번 다시 안 속으려고 하죠. 배우님들과 그런 이야기도 했어요. 만약 햇님이가 여기서 “그래, 우리 도망가자!”라고 하면, 안주연이 “그래 알았어! 나 짐 싸러 집 갔다 올게!” 해서 안 나올 것 같다고요. (웃음) 삶에 안주해서 안주연이거든요. 안주연은 자신이 여자랑 만난다는 걸 부정하기 때문에 절대로 사랑한다는 말을 안 해요. “우리는 특별하잖아! 나 너밖에 없어!” 이렇게 말하죠. 인물마다 햇님이를 자극하는 방법이 다른데요. 안주연은 신뢰, 불신을 자극하는 인물이에요. 햇님이 주연을 만난 다음에, PD님이 자신을 자르려고 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기도 하고요.
〈마더 인 로〉의 민진, 〈프론트맨〉의 채민과 〈저는 행복한데요?〉의 주연을 비교해 보면, 같은 배우가 연기했지만 정반대의 캐릭터성을 가지고 있다는 생각도 듭니다. 진하게 화장을 하고, 뻔뻔하다 싶을 정도로 당당한 주연 캐릭터 캐스팅은 처음부터 손수현 배우를 염두에 두셨던 건지도 궁금해요.
염두를 하지 않고 썼는데, 생각해 보니 너무 잘 어울리는 거예요. 수현 배우님이 호들갑스럽게, 얄미운 연기를 잘해요. 잘하실 걸 알기 때문에 수현 배우님께 부탁을 드렸는데, 리딩할 때부터 웃기고, 현장에서도 웃기고. 너무 즐거웠어요. “내가 엄마 1 하고, 네가 엄마 2 하고. 아니 네가 엄마 1해도 돼.” 이 대사를 “네가 엄마 1해. 도 돼.”로 끊어 읽은 것이 수현 배우님 애드리브였는데, 그때 웃음을 엄청나게 참았어요. 수현 배우님이 유구하게 부치 연기만 하다가 다른 연기를 하게 해주셔서 감독님께 감사하다고, 재밌었다고 GV에서 말씀하시기도 했어요. 그리고 주연의 인터뷰 영상이 영화에는 짧게 나오지만, 실제로는 길게 찍었어요. 그때도 “세상 밖으로 성큼! 숨은 보석~”, “앙!” 이런 멘트를 하시는데 너무 잘하셔서 즐거웠습니다. (웃음) 나중에 개봉할 때 아예 안주연 인터뷰 영상을 편집해서 풀까 봐요.
중중모 모임에서 만난 한섭이라는 인물에 대해서도 여쭤보고 싶어요. 한섭은 프로이트의 발달 이론을 언급하며 구강기 시기의 결핍, 정확히는 모유 수유를 안 해서 햇님이 술을 많이 마시고 담배를 피우는 것 같다고 말하잖아요. 이런 한섭의 말은 한 개인의 문제를 모두 엄마 탓으로 돌리는, 햇님의 아빠가 엄마에게 말했던 “네가 애를 잘못 키워서 그래”와 같은 맥락의 말로 다가왔습니다. 이에 대해 감독님께서 의도하신 부분이 있으신지, 한섭의 말을 통해 감독님께서는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으셨는지 들어보고 싶어요.
물론 프로이트의 이론이 유용한 부분도 있지만, 교양 수업 때 심리학 수업 한 번 들은 걸로, 책 한 권 읽고 나서 다른 사람들한테 함부로 말하는 사람들도 있거든요. 우울증이라는 건 사회적으로 다양한 원인이 있을 수 있는 건데, 우울증에 대한 편견이 있는 사람들을 희화화하고 싶었어요. 한섭은 심하게 섭섭해서 심한섭입니다. (웃음)
햇님이 한섭의 이빨에 고춧가루 꼈다고 자꾸 놀리잖아요. 그 장면도 웃겼어요.
배우님께서 대사를 하니까 고춧가루가 흔들리기도 하고, 삼키시기도 해서 힘들었어요. 쉴 때도 편히 못 있으시고.. (웃음)
재밌는 에피소드가 엄청 많으셨네요. (웃음) 햇님에게 그리고 감독님에게 운다는 행위는 어떤 의미인지도 여쭤보고 싶었어요. 햇님은 눈물 흘려본 적 없냐는 고등학교 동창 채은의 말에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고 대답하고, 본가에 와서도 울기 직전처럼 보이지만 끝내 눈물을 흘리지 않잖아요. 어린 햇님의 그림일기에도 울었다는 말 대신 ‘눈물이 날 것 같았다’라고 적혀있는데요. 그래서 비로소 소리 내 울음을 터트리는 햇님의 모습에 더 마음이 아팠던 것 같아요.
울어야 된다고 생각했어요. 햇님이 자신이 우울증이라는 사실을 자꾸 부정하고, 못 받아들이잖아요. 그런 햇님이 해피몽을 만나고 처음 눈물을 흘리기 시작하면서부터는 계속 울어요. 〈저는 행복한데요?〉 찍으면서 슬픈 게 꼭 나쁜 게 아니라고 생각했고, 그래서 슬픈 장면을 예쁘게 찍고 싶었어요. 우울증을 겪는 시간도 귀한 시간이라는 걸 얘기하고 싶었습니다. 그 시간이 없으면 사람은 더 고장 나고, 스스로를 더 힘들게 만드니까요. 배우님은 힘드셨죠. 계속 우니까.
영화 속에서 햇님이 집안의 불, 조명을 껐다 켜거나, 불이 깜빡이는 장면이 여러 번 등장하는데요. 밝은 상태를 유지하다가도 갑작스레 어두워지고, 금세 밝아졌다가 다시 어두워지는 이미지가 햇님이 가진 우울증과도 맞닿아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의도하신 부분이 있는지, 아니면 담고 싶었던 다른 의미가 있으셨는지도 궁금해요.
이렇게 해석해 주셔서 너무 좋았어요. 저는 햇님이 항상 ‘탁-탁-탁탁-탁’ 리듬에 맞춰서 켜는 강박, 불안의 의미를 담고 싶었어요. 햇님은 형광등과 밝은 조명으로 집에 불을 밝게 해놓고 있는 사람이에요. 그런 햇님이 해피몽을 만났을 때 처음으로 눈이 아프다고 하면서 간접 등을 켜요. 조명 톤도 더 부드럽게 했어요. 꽃가루 날릴 때도 강박을 표현했던 건데, 밝음과 어두움이 재빠르게 교차하는 걸로 봐주시다니 오늘도 제 영화에 하나의 결이 더 해졌습니다. (웃음)
햇님을 무조건 지지해 주는 동수 캐릭터가 영화 내내 소소한 위안이 되었습니다. 햇님을 응원하고픈 감독님의 마음을 대변해 주는 인물 같다는 생각도 드는데, 동수에 대한 이야기도 들려주실 수 있을까요?
동수는 햇님을 엄청나게 좋아하고 햇님의 편이긴 하지만, 햇님이 스스로에게 가지고 있는 편견을 비슷하게 가진 캐릭터이기도 해요. 동수가 햇님한테 자기가 몰라서 미안하다고 사과하잖아요. 동수도 그렇지만, 영희와 햇님도 상대에게 잘 사과하고 다음으로 나아가요. 사람을 납작하게 보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마음에서 이런 상황들을 만든 것 같아요.
누군가 툭툭 내뱉는 말들이 상대에게 쉽게 폭력이 될 수 있다는 걸 느끼게 해주는 대사들이 많았던 것 같아요. 아빠의 말들은 물론이고, 엄마가 햇님에게 “나는 너 뭐 문제 있는 줄 알았어.”라고 말하는 장면이나, 햇님이 영희에게 “우울증도 옮아?”라고 묻는 장면도 그렇게 느껴졌어요. 한편으로는 아빠에게 지속적으로 폭력적인 말을 들어온 엄마와 햇님이 또 다른 이들에게 말로 상처를 주는 악순환으로 보이기도 했는데요. 감독님이 의도하신 부분이 있으신지 궁금해요.
햇님의 엄마는 우리 집에서 가정 폭력이 있었다는 과거를 부정하는 인물이에요. 아빠 때문에 스트레스받아서 햇님이 중학교 때까지 이불에 쉬했을 거란 걸 부정하는 거죠. 그리고 영희는 햇님에게 가장 소중한 사람이거든요. 본인이 가장 힘들 때, 가장 소중한 사람한테 상처 주는 말을 하게 되잖아요. 리딩할 때도 그 대사에 가까워질 때마다 ‘제발 햇님이 저 말만 안 했으면 좋겠다’하는 마음이 들더라고요.

이제 인터뷰를 마무리할 시간이 된 것 같은데요. 이번에 상영하게 된 세 작품, 〈마더 인 로〉, 〈프론트맨〉, 〈저는 행복한데요?〉는 감독님에게 각각 어떤 의미의 작품인지 여쭤보고 싶습니다.
〈마더 인 로〉는 모두에게 정말 고마워요. 물론 모든 작품이 그렇지만, 좋은 배우들을 만날 수 있어서 고마운 마음이 큽니다. 그전에 찍었던 작품보다 더 반응이 있었고, 영화제도 여러 곳 가면서 큰 힘을 얻었어요. 〈프론트맨〉은 감사하게도 서울국제여성영화제 제작 지원을 받은 작품이었어요. 더 특별하고, 소중한 느낌도 있어요. 〈저는 행복한데요?〉에게는 가끔 미안해요. 더 많은 영화제에 가거나 상을 탈 수 있도록 내가 더 열심히 만들었어야 했나, 이 영화와 햇님이가 더 많은 사람들에게 가려면 그랬어야 했나 하는 마음도 있고요.
제가 하는 게 좋다는 생각을 잘 못 하는 편이거든요. 저 자신에 대해서도 마찬가지고요. 그런데 영화는 제가 연출이어도, 많은 사람들과 함께 가꾼 세상에 대해 감독이 함부로 평가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들어요. 영화는 저의 어떤 부분을 좋아하게 되는 유일한 순간인 것 같아서 〈저는 행복한데요?〉에게도 많이 고맙습니다. 지금 너무 다른 데 갔나요? ‘거장의 노트를 훔치다’야 뭐야 지금... (웃음)
세 작품 모두 감독님의 애정이 듬뿍 담긴 영화라는 게 느껴지네요. (웃음) 곧 개막식 상영 후 GV와 일요일에 감독 특별전 상영을 앞두고 계시는데요. 관객분들이 세 영화를 어떻게 봐주었으면 좋겠는지 상영을 앞둔 소감과 함께 말씀해 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만약에 세 작품 다 보신다면, 저와 제 동료들이 만드는 세계에 흥미를 느끼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관객분들이 어떤 삶을 살고 있던 그 세계에 여러분들의 삶이 조금은 숨어 있게 만들고 싶어요. 앞으로 관심 가져주시고, 발견하러 와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베니스 갔나요? (웃음) 인터뷰인데 수상 소감처럼 말해서 죄송해요.
아니요, 멘트 너무 좋았습니다. (웃음) 이번 썸머프라이드시네마를 통해 감독님의 어떤 작품을 보게 되더라도 당연히 그 세계에 관심을 가지게 될 것 같아요. 앞으로 영화로 만들고 싶은 소재나 차기작 계획이 있으신지 궁금합니다.
시나리오를 쓰고 있고요. 그 작품은 퀴어 멜로여서 또 언젠가 여름에 오늘처럼 인디즈 인터뷰할 수 있다면 좋겠어요. (웃음) 하고 싶은 이야기는 정말 많습니다. 그리고 11월에 〈저는 행복한데요?〉를 개봉합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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