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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unity/관객기자단 [인디즈]

[썸머프라이드시네마 2026] 〈봄매미〉 강민아 감독 인터뷰: 마음의 소리에 귀 기울여

by indiespace_가람 2026. 7. 8.

 

썸머프라이드시네마2026

〈봄매미〉 강민아 감독 인터뷰

'마음의 소리에 귀 기울여'

 

* 관객기자단 [인디즈] 박은진 님의 글입니다.

 

 

매미를 생각하면 자연스럽게 여름이 떠오른다. 여름의 소리를 가장 많이 채우는 존재인 매미. 그런데 사실 매미는 4월에도, 11월에도 우리 곁에 있다. 미약한 소리이지만 쉬지 않고 울어대는 봄매미 소리를 들어본 적 있는가. 모두가 잠든 고요한 밤, 가만히 창밖을 바라보면 규칙적인 울음소리가 들리기 시작한다. 강민아 감독은 이런 봄매미 소리를 배경으로 학생들의 성장담을 담아냈다. 봄매미 소리를 듣듯이, 아이들의 마음에 조용히 귀를 기울여.

 

 

인터뷰에 앞서 〈영업일지〉의 제27회 전주국제영화제 한국단편경쟁 부문 심사위원특별상 수상을 축하드립니다. 간단하게 소감 들어볼 수 있을까요?

 

제가 대학생이 되고 처음 방문한 영화제가 전주국제영화제였어요. 그때는 숙소를 못 구한 날도 있어서 친구들이 머물던 게스트하우스 8인실에서 몰래 잠만 자고 나온 적도 있었어요. 당시에는 영화만 보면서 영화제를 즐겼던 것 같네요. 그랬던 제가 초청을 받아 이 영화제에 오게 되니 전주역을 내리는 순간부터 울컥하는 느낌이 들었어요. 이 감개무량한 감정을 그대로 안고 상영을 마쳤는데 상까지 받게 됐어요. 영화과 입시를 시작했던 순간에서 시작된 역사가 파노라마처럼 지나가더라고요. 그만큼 감격적인 순간이었어요.

사실 수상 현장에서 인생 첫 영화제라는 이야기와 함께 멋있는 수상소감을 남기고 싶었어요. 감사한 분들도 함께 언급하고요. 그런데 막상 상을 받게 되니 앞에서는 생중계가 진행되고, 머릿속은 새하얘져서 염소 목소리로 소감을 말한 뒤 수습도 못 하고 내려왔어요. 이렇게 또 얘기할 기회를 주셔서 감사합니다.

 

 

제27회 전주국제영화제에 이어 썸머프라이드시네마에서는 〈봄매미〉로 관객들과 극장에서 만나게 됐습니다. 이에 대한 소감도 들어볼 수 있을까요?

 

〈봄매미〉는 지난해에 상영 기회가 몇 번 있었는데, 올해 기회가 또 생길 줄 몰랐어요. 서울국제프라이드영화제의 인연이 이어져 초청해 주시니 감사했어요. 〈영업일지〉라는 최근 영화는 무겁고 어두운 영화예요. 이 영화를 보다가 〈봄매미〉라는 산뜻한 영화를 보게 되니 기분이 좋았습니다. 〈영업일지〉를 보신 관객분들께서 저를 어두운 사람으로만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들었네요.

 

영화 〈봄매미〉 스틸컷

 

10대 청소년과 수학여행이라는 키워드만 보면 자연스럽게 학생들이 떠오르는데, 학교에 다니지 않는 인물이 등장하는 이야기를 쓰시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영화의 주인공인 윤지는 학교 테두리 안에서만 살던 인물이에요. 저는 윤지가 수학여행 기간 동안 자신의 관념을 깨는, 경계에 있는 시간을 경험하는 이야기를 쓰고 싶었어요. 그렇다 보니 자연스럽게 학교 안에 있는 윤지의 삶과 학교 밖에 있는 희수의 삶을 함께 담게 됐습니다.

 

 

영화 초반 윤지와 재영이 희수를 처음 마주치는 장면의 이미지가 영화를 보는 중에도 계속 떠올랐습니다. 낯선 희수가 주는 신비한 분위기와 인적 드문 자연도 잘 어울렸고, 희수를 대하는 윤지와 재영의 모습에서 느껴지는 차이점도 좋았고요. 해당 장면을 구상하고 촬영하시면서 특별히 신경 쓴 부분이 있을까요?

 

해당 씬에서 가장 많이 고민했던 지점은 세 사람의 동선이었어요. 윤지와 재영이는 단짝 친구이기에 보이지 않는 어떠한 끈이 있다고 한다면, 딱 붙어있는 짧은 끈이에요. 저는 희수가 등장하며 이 끈이 멀어지고 엉키게 되는 이미지를 상상했어요. 그래서 윤지와 재영이가 나란히 서 있는 사이로 희수가 등장해 두 사람 사이에 끼는 느낌을 줬어요. 또한 희수가 윤지와 재영의 시선을 사로잡아야 하는 인물이다 보니 두 사람을 가로질러서 이동하는 모습을 살리고, 시선도 함께 쭉 따라가도록 했어요. 이런 식으로 동선을 활용해 희수가 두 사람 관계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보여줄 수 있도록 장면을 설계했습니다. 다만 계곡에서 촬영을 진행했기에 바닥도 미끄럽고, 동선 지시도 어려웠던 기억이 있어요.

 

 

개인적으로는 윤지와 재영이 학생들과 좀비 게임을 하는 장면에서부터 이어지는 시퀀스도 좋았습니다. 놀이를 즐기는 모습이 진짜 청소년들의 모습처럼 느껴졌거든요. 덕분에 영화의 생동감이 더해진 느낌이었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윤지와 재영 사이에서 흐르는 묘한 감정까지도 함께 전해졌어요. 해당 시퀀스에서 가장 중점적으로 보여주려고 했던 지점은 무엇인가요?

 

그 부분은 윤지가 희수라는 방해물이 완전히 사라지고 재영이가 완전 자신에게 돌아왔다고 생각하며 마음 놓고 편하게 노는 장면이었어요. 이 뒤에 또다시 충격이 와야 해서 감정적 고점으로 향하는 라인에 있기도 했고요. 정말 재미있게 노는 모습이 필요했어요. 그래서 촬영 당시에 진짜로 배우들이 놀 수 있게끔 게임을 여러 번 진행했어요. 술래가 잡아야 할 친구 정도만 지정해주고 자유롭게 노는 모습을 찍으니 자연스럽고 생동감 있는 장면이 나오더라고요. 저희도 그 장면을 좋아해요.

 

영화 〈봄매미〉 스틸컷

 

세 인물의 관계를 언뜻 바라보면 단순한 우정으로 보일 수도 있겠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렇다 보니 세 인물 사이에서 복잡하고도 미묘한 기류가 느껴졌는데, 이 관계와 감정이 어떻게 느껴지길 바라며 연출하셨는지 궁금합니다.

 

우정이라고 하기에는 사랑에 좀 더 가까운, 우정과 사랑 사이라고 생각했어요. 윤지는 재영이에게 서운함, 질투심, 소유욕 등 여러 가지 감정을 느껴요. 이전에는 윤지가 이 감정들을 우정이라고 정의했다면 영화 속 시점에서는 이 감정을 다시금 해석해보려고 시도하죠. 그 과정에서 사랑까지 생각하게 되는 거고요. 이처럼 윤지는 우정과 사랑의 경계에 위치한 감정을 가지고 있는 것 같아요.

 

 

아울러 세 인물의 성격이나 말투 등과 같은 특성이 매우 다르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각 인물을 설정하면서 강조하고 싶었던 캐릭터성이 있을까요?

사실 저는 성격 보다는 세 인물의 방향성을 더 중요하게 봤어요. 윤지는 재영이를 바라보고, 재영이는 희수를 바라보는데 정작 희수는 어디를 보는지 모르겠는 듯한 시선이에요. 동등한 친구 관계라면 서로 눈도 마주하고 표정도 확인하면서 대화를 이어 나갈 텐데, 재영이는 계속해서 희수를 바라보고 있으니 윤지는 재영이의 뒷모습만 보게 되죠. 재영이의 표정을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재영이의 호기심은 새로운 사람을 향하니 불안한 마음도 들 수 있고요. 이렇게 시선 처리에서 오는 관계성과 캐릭터성이 삼각관계 안에서 재미있게 그려질 수 있다고 생각해서 신경 써서 연출했습니다.

 

 

세 인물 가운데 특히 윤지의 감정선이 드러나는 장면들이 인상 깊었는데요. 표정과 눈빛만으로도 재영을 향한 윤지의 감정이 느껴졌습니다. 이를 위해 강민주 배우와 특별히 나눈 대화가 있나요?

 

사실 앞쪽 장면에는 큰 설계나 빌드업을 하면서 연기 지시를 하진 않았어요. 오히려 윤지는 자기 감정의 정체를 모르는 캐릭터이기 때문에 파편적으로 순간에만 몰입하길 원했어요. 이게 윤지의 단순하고 귀여운 부분이기도 한데, 좀비 게임을 할 때는 신나고, 재영이가 달래주면 기분이 풀리고, 또 내 옆에 없으면 갑자기 서운해 하는 캐릭터예요. 그렇기에 하나의 순간에 몰입하는 감정들을 표현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그렇지만 결국에는 순간의 감정들이 다 응축돼서 눈물이 흐르고, 살짝 미소를 짓는 것 등으로 정리가 돼요. 이 부분은 강민주 배우님이 이미 가지고 계신 모습을 통해 표현했어요. 기본적인 표정 자체가 묘한 분이시다 보니 이런 부분들은 배우님이 잘하시는 부분이었거든요. 또 저는 배우 세 분이 친해지길 원해서 함께 만나는 자리를 많이 주선했어요. 그런데 민주 배우님은 첫사랑의 풋풋한 감정을 유지하고 싶다면서 그만 만나는 게 좋겠다는 말씀도 해주셨어요. 

 

 

윤지의 감정이 나타나는 다양한 장면 중에서 희수와 재영을 바라보다가 눈물을 흘릴 때 가장 복잡한 마음이 담겨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어요. 윤지가 흘린 눈물의 의미는 무엇인가요?

 

직관적으로 이야기하면 서운함이 폭발했다고 볼 수 있어요. 재영이를 좋아하기 때문에 희수에게 갖는 마음, 재영이에 대한 원망 등과 같은 것들이 섞여 있죠. 그래서 민망하기도 하고 희수가 자신의 모습을 봤을 때 복잡했던 감정들이 생각나기도 했을 것 같아요.

이건 비하인드인데, 원래 발등 장면에서 그 위로 눈물이 툭 떨어지는 컷이 있었어요. 발톱을 보다가 자신도 모르게 눈물이 툭 떨어지며 자신이 울고 있는 것을 확인하게 되는 순간이 있었지만, 최종적으로는 삭제됐습니다.

 

영화 〈봄매미〉 스틸컷

 

봄에 우는 매미가 저에게는 조금 낯설게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청소년의 성장을 봄매미에 비유하시게 된 이유가 있을까요?

 

저는 매미가 일정한 박자로 우는 소리를 우리의 심장 박동과 비교하고 싶었어요. 여름 매미 소리는 큰 두근거림이라고 한다면, 봄매미는 작게 울리는 심장소리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렇기에 미약한 소리여도 심장 소리에 귀를 기울여보자, 내가 언제 두근거리는지 들어보자라는 의미를 전할 수 있었어요.

 

 

봄매미 소리를 가만히 듣고 있으면 원하는 걸 알게 된대라는 대사가 나와요. 그렇다면 아이들은 원하는 것을 찾았는지, 아이들이 원하는 것은 무엇이었는지 궁금합니다.

 

사실 아이들이 원하는 것에 관한 답은 없어요. 영화를 만든 목적 자체가 ‘우리가 무엇을 원하는지 귀 기울여보자’라는 의미를 전달하는 의도가 더 강했고 관객분들도 함께 경험하게끔 하고 싶었기 때문이에요.

 

 

촬영하시면서 힘들었다거나,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을까요?

 

방에서 찍었던 씬들이 가장 힘들었던 것 같아요. 경주에서 로케이션 촬영을 하다 보니까, 이동 시간을 제외하고 실질적으로 찍을 수 있는 시간이 3일밖에 없었어요. 야외에서 찍은 1, 2일차는 그래도 재미있게 찍었는데 3일차 방에서만 약 12시간 이상을 촬영했어요. 저는 거기서 화장실도 안 가고 계속 앉아 있었고요. 현장에 조감독님이 없어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계속 찍었던 거죠. 아침 해가 뜨고 나서야 촬영이 끝났는데 다들 도망치듯이 떠났어요. 시나리오상으로 4장이 넘는 분량에 씬도 여러 개였거든요. 계산이 잘못된 거죠.

 

 

(웃음) 같은 방식으로 다시 촬영을 한다면 어떻게 될까요?

 

그런 일이 생기면 일단 방 안에서만 찍지는 않을 거예요. 공간 분리를 할 수도 있고요. 어찌 됐든 다른 방향으로 장면을 설계할 것 같네요.

 

영화 〈봄매미〉 스틸컷

 

차기 작품이나, 앞으로의 계획이 궁금합니다.

 

장편에 본격적으로 도전하려고 해요. 원래는 장편을 구상하면서 틈틈이 단편을 찍어보자는 마음이었는데, 막상 단편 작업에 들어가면 계속 작업에만 집중하게 돼서 장편 작업에 진전이 없더라고요. 물론 〈봄매미〉에 이어 〈영업일지〉라는 작품을 통해 짧은 텀으로 사람들을 만나고 피드백을 받을 수 있는 건 좋았어요. 그렇지만 이제는 잠시 단편을 멈추고 전투력 있게 장편에 도전해보려는 상태입니다.

 

 

마지막으로 〈봄매미〉가 관객들에게 어떤 영화로 기억되길 바라시는지 궁금합니다.

 

경주는 시간에 구애받지 않는 특별한 장소라고 느껴져요. 저희 어머니가 수학여행을 갔을 때, 제가 수학 여행을 갔을 때 모두 같은 풍경을 본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래서 이 영화 자체가 향수를 일으키는 영화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나중에 〈봄매미〉의 배우분들이 성공해서 초창기를 돌아볼 때, 자료화면으로 나올 것 같은 영화처럼요. 이렇듯 옛날의 추억이나 감정의 한 부분을 건드리는 설레는 영화이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봄매미〉를 보신 관객분들은 이 영화를 떠올릴 때 바람이 살짝 느껴지는 봄날의 더위나, 설렘 가득했던 시간이 함께 떠오르셨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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