썸머프라이드시네마2026
김인경 배우 인터뷰
'단단한 사람이 되어 건네는 위로'
* 관객기자단 [인디즈] 박은진 님의 글입니다.
자신의 첫 번째 배우전을 앞둔 김인경 배우의 얼굴에선 기분 좋은 긴장감과 설렘이 함께 느껴졌다. 김인경 배우는 소원을 빌며 단단한 사람이 되고 싶다고 말했지만, 자신의 작품과 배역을 말하는 눈 속에는 이미 단단한 마음이 반짝이고 있었다. ‘김인경 배우 특별전’의 네 작품은 모두 다른 주제를 가지고 있으나 끝내 무너지지 않고 살아가는 인물이 등장한다. 다채로운 얼굴로 전하는 하나의 진심이 무엇인지 궁금해진다. 그 눈빛이 어디서 왔는지, 연기를 통해 무엇을 전하고 싶은지 김인경 배우에게 물었다.

이번 썸머프라이드시네마 2026에서 ‘김인경 배우 특별전’이 개최됩니다. 〈경계선〉, 〈메리 솔로 크리스마스!〉, 〈영일이삼〉, 〈애도의 애도를 위하여〉 총 4편이 상영되는데요. 본인의 이름을 건 특별전이 열리는 소감이 어떠신가요?
작년 서울국제프라이드영화제 수상 이후 특별전이 열린다는 사실을 알게 됐어요. 미리 알고 있었음에도 실감이 잘 안 나네요. 제 꿈 중 하나가 단독 배우전이었다 보니까 더 실감이 안 나는 것 같기도 해요. 꿈이 이뤄진 순간이라 기쁘면서도 소중하고, 믿기지 않는 마음도 들고요. 제가 이런 행운을 누려도 되는 사람인가 하는 작은 의심도 드는데, 여러 가지 감정과 생각이 교차하고 있습니다.
지난해에는 제15회 서울국제프라이드영화제에서 〈애도의 애도를 위하여〉로 한국단편경쟁 연기상을 수상하시기도 했죠. 늦었지만 축하 인사드리고 싶습니다. 이에 대한 소감도 들을 수 있을까요?
수상 당시에도 말씀드린 부분인데, 제가 이 작품으로 상을 받은 건 함께했던 동료분들의 덕택이 컸습니다. 마음 놓고 연기할 수 있는 환경을 위해 스태프분들이 각자의 역할을 정말 잘해주셨어요. 또한 단편임에도 많은 인물이 나오기에 많은 선배님, 동료분들과 호흡을 맞출 수 있었는데요. 덕분에 제가 배우고 반성하며 많은 것을 깨달을 수 있는 시간이 됐어요. 무엇보다 주완이가 될 수 있도록 도움 주시고 계속해서 대화를 나누었던 감독님까지 계시기에 이 수상이 가능했다고 생각해요. 저는 이 모든 걸 대표해서 상을 받은 것 같아 그저 감사하다는 말씀을 다시 한번 전하고 싶습니다.
수상 이후부터 지금까지 배우님께 일어난 변화가 있을까요? 작업물의 변화라든지, 연기를 대하는 태도의 변화 등 어떤 것이라도 좋습니다.
외적인 변화는 크게 없었고, 내면의 변화가 컸습니다. 슬럼프에 빠졌었거든요. 올봄까지 굉장히 가까운 동료에게 질투심과 열등감을 느끼기도 했고, 그런 마음을 느낀 스스로를 미워하는 시간을 가지기도 했어요. 그러나 이런 감정을 느끼는 게 창피하다는 것을 인정하고 솔직하게 동료에게 털어내는 시간을 가지니 조금씩 나아지더라고요. 지금도 회복의 시간을 향해 가고 있어요.
지금은 연기를 더 진심으로 대하고 싶어졌어요. 그래서인지 제가 연기를 시작했을 때가 떠오르더라고요. 고등학생 때 같은 배우가 나오는 영화 두 편을 연이어 본 적이 있어요. 두 캐릭터가 전혀 달라서 처음에는 같은 배우라는 사실을 몰랐어요. 같은 배우라는 사실을 깨달은 뒤 흥분한 마음으로 영화를 보며 울기도 하고 집중해서 영화를 봤죠. 영화가 끝나니 감정이 해소되는 기분이 들었어요. 그때 위로도 함께 느꼈고요. 이러한 위로와 공감을 전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하며 배우를 꿈꿨는데, 요즘 들어 더 많이 생각하게 됐어요.

〈경계선〉은 약자와 약자가 만나는 영화였습니다. 여성이라는 약자인 ‘윤성’은 탈-코르셋을 했다는 이유로 차별받지만, 트랜스젠더인 ‘지희’에게는 역으로 차별의 말을 뱉어요. 이런 아이러니를 가진 캐릭터를 연기할 때는 많은 고민이 필요하셨을 것 같은데, ‘윤성’을 연기하며 특별히 고려하셨던 부분이 있나요?
사실 촬영 당시 제 가치관이 윤성하고 비슷했어요. 탈코르셋의 의미를 깨닫고 실제로 저도 탈코르셋을 하던 시기였거든요. 영화를 위해 머리를 자른 게 아니라, 실제로 머리가 짧았던 시기였어요. 윤성의 감정선을 이해하기 위해 크게 애쓰지 않아도 다가오는 부분이 있더라고요. 그래서 감독님의 대본을 따라가는 데에 집중했어요. 대신 제가 중요하게 생각한 부분은 차별을 경험한 사람 또한 다른 차별의 주체가 될 수 있다는 인간 모순을 보여주는 것이었어요. 이야기 속 아이러니를 제가 판단하지 않고 최대한 솔직하게 담아내려고 했죠.
‘지희’와 갈등을 빚은 이후에도 ‘윤성’의 삶은 변하지 않습니다. 화장을 요구하는 등의 차별적 상황은 여전하기 때문입니다. 마지막 장면, 차별이 화살이 다시금 자신에게 돌아온 상황에서 거울을 보고 화장을 하던 ‘윤성’은 어떤 생각을 했을까요?
자신의 손으로 풀었던 코르셋을 다시 조이는 윤성이는 무력감과 분노를 느꼈을 거라고 생각해요. 그렇게 표현하고 싶었고, 실제로 저도 비슷한 경험이 있었거든요. 생계를 위해 사회가 요구하는 기준에 나를 맞추며 느낀 씁쓸함이 컸을 거라고 봐요. 화면에 나오진 않았지만, 소품 중 페미니즘 도서가 많이 있었어요. 립스틱을 던지고 방을 둘러보는데 책이 딱 보이면서 심장이 덜컹하더라고요. 그때 허탈함과 무력감을 진하게 느꼈던 기억이 있습니다.

〈메리 솔로 크리스마스!〉의 ‘연정’은 ‘윤성’과 달리 활발하고 귀여운 인물이에요. 어떤 인물이 더 연기하기 편했나요?
연기하기 쉬웠던 건 윤성이었어요. 제가 공감하기 쉬운 인물이어서 감정을 따라가기 좋았거든요. 물론 감정의 진폭이나 분노 등을 표현하는 건 힘들지만요. 그런데 연정은 반대로 제가 가진 발랄한 면모를 꺼내 놓을 수 있어서 재미있었어요. 제가 했던 캐릭터들이 잔잔하고 어두운 경우가 많았어서 오랜만에 밝은 캐릭터를 맡은 게 감사하고 즐겁더라고요. 리프레쉬 할 수 있는 기회가 됐어요.
‘연정’은 퀴어 중에서도 상대적으로 미디어에서 덜 다뤄지는 에이로맨틱입니다. 연기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따로 공부하거나 주의를 기울이신 지점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공부를 안 할 수가 없었어요. 저도 에이로맨틱에 대해 아는 것이 많지 않아서 관련 자료들을 열심히 찾아봤고, 그 과정에서 생각보다 훨씬 다양한 정체성이 존재한다는 걸 알게 됐어요. 이제 알게 돼서 아쉽지만 이제라도 알아서 다행이라는 생각도 했고요. 이 외에는 크게 공부가 필요하진 않았어요. 연정이가 느끼는 가족애, 우정, 아이돌을 좋아하는 마음 같은 건 공감하기 쉬운 보편적인 감정이잖아요. 연정이를 에이로맨틱이라는 틀에 가두면 연기하는 제가 편협하게 표현할 것 같아서 꼭 알아야 할 것까지만 공부하고, 받아들인 뒤 표현하려 했던 기억이 나요.
〈메리 솔로 크리스마스!〉 속에서 등장하는 산타컴퍼니라는 설정이 신선하고 재밌었어요. ‘굴뚝을 넘나드는 사람들’이라는 작명도 센스 있다고 생각했고요. 배우님께서는 영화에 등장하는 산타를 만나게 되면 어떤 소원을 빌고 싶으신가요?
내면적인 부분에 대한 소원인데, 어떠한 시련이 와도 단단한 마음을 갖게 해달라고 빌고 싶어요. 제가 최근에 마음이 흔들렸어서 그런지 이 질문을 보자마자 단단한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렇다고 무감한 사람이 되겠다는 뜻은 아니고, 시련과 고통을 단단한 마음으로 견디고 회복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이런 내적인 소원 말고, 조금 더 가볍게 이야기하자면 연금복권 1, 2등에 동시 당첨 되고 싶네요. 금융 치료가 되면 마음도 단단해지지 않을까요? (웃음)
귀엽고 웃음을 자아내는 영화이다 보니 촬영 현장도 즐거웠을 것 같아요. 현장에서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나요?
특별한 에피소드가 있다기 보다는 현장 자체가 귀엽고 밝았어요. 스태프분들도 다 귀여우시고, 다른 배우님들도 사랑스러우셔서 분위기가 정말 좋았어요. 그리고 제가 뭘 할 때마다 예뻐해 주시다 보니 저도 괜히 카메라에 끼도 부려보곤 했어요. 한 가지 기억에 남는 건 크리스마스가 배경인데 3월에 촬영하다 보니 생긴 일이에요. 예년 기온으로 따지면 벚꽃이 개화할 시기가 아니었는데, 그 해에 벚꽃이 빨리 피었더라고요. 카메라 앵글에 벚꽃이 계속 걸려서 조금 고생 했어요.

〈영일이삼〉의 인물들은 옆집 사람처럼 느껴질 만큼 현실적인 모습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처럼 현실에 가까운 인물을 그릴 때에는 실제 배우님의 모습이 많이 반영되는 편인지 궁금합니다.
많이 반영되는 편이에요. 이 작품 감독님과 배우로서는 네 번, 스태프로서도 두 번 작품을 하다 보니까 친밀도가 높은데 그래서 조금 더 제 의견을 말씀드리기 편했어요. 저는 캐릭터 분석 과정에서 눈에 띄는 특징이 있으면 그중 제 안에 있는 모습을 꺼내고 극대화해서 캐릭터에게 붙이거든요. 일선이의 털털하고 흥 많은 모습도 제 안에서 끌어왔어요.
영화 속 자매 중 영선이와 이선이 배우와는 실제로 오래된 친구들이에요. 마지막에 나오는 삼촌 역 배우님도 여러 번 작업했고요. 그래서 더 편한 분위기가 나온 것 같고, 영화에도 잘 묻어난 듯해요. 특히 영선이 역 배우와는 소울메이트이기도 해서 더 편하게 장면을 구상하고 다양한 시도가 가능했어요.
〈영일이삼〉이라는 제목은 주인공 자매의 이름에서 따온 것이죠. 단순한 작명에 자매 모두가 불만을 가지고 있는데, 배우님은 본인의 이름과 관련된 에피소드가 있으신가요?
제 이름이 엄청 특이하지도, 흔하지도 않아서 큰 에피소드는 딱히 없어요. 동네에 김안경 콘택트라는 안경점이 있어서 그 가게 이름과 많이 엮였던 정도랄까요. 그래도 배우로서는 검색했을 때 바로 나와서 좋아요. 동명이인 유명인이 또 있는데, 더 먼저 검색되는 인물이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도 해요.

〈경계선〉에서는 트랜스젠더와 만나는 인물을 연기했다면, 〈애도의 애도를 위하여〉에서는 직접 트랜스젠더 캐릭터를 연기하게 되셨어요. 인터뷰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정보를 찾던 중 ‘주완’ 배역의 모집 글을 보게 됐습니다. 오상민 감독님께서는 당사자 섭외를 우선으로 둘 만큼 높은 이해도를 바라셨던 것 같아요. 배우님께서 ‘주완’을 맡게 된 과정에 관한 이야기를 들어볼 수 있을까요?
상민 감독님이 캐스팅 고민을 하던 시기에 저와 친분이 있는 피디님께서 추천해 주셨다고 해요. 제가 〈아침이 밝아와도〉에서 이미 FTM 트랜스젠더를 연기한 경험이 있고, 〈경계선〉 속에서 이미지도 숏컷에 중성적인 모습이다 보니 추천 해준 것 같아요. 그렇게 미팅을 하게 됐고, 미팅 장소에서 1시간 정도 리딩과 대화를 진행했어요. 귀가한 후에는 미팅 대본을 보고 영감이 떠올라서 창작 독백을 쓰고 영상을 찍어서 피디님께 보내드렸어요. 그 정도로 하고 싶은 마음이 들고 간절했다는 걸 어필한 거죠. 캐스팅 확정 연락을 받았을 때 정말 기뻤던 기억이 나요.
그리고 촬영이 시작되기 일주일 전 미리 부산에 갈 수 있게 됐어요. 계속 스태프분들과 함께 출근해서 리딩도 하고, 밥도 먹고, 의상도 함께 사러 다녔어요. 실제로 주완이처럼 스타일링을 한 뒤 촬영 감독님께 빌린 카메라를 들고 광안리를 돌아다니면서 혼자 촬영을 해보기도 했고요. 촬영 전에는 감독님과 나란히 미용실에서 앉아서 머리를 자르기도 했어요. 그런 시간을 보내며 인간적으로도 친해진 것 같아요.
또한 당사자분과 제가 만날 수 있는 자리도 주선해 주셨어요. 함께 식사하며 궁금한 부분이나 참고할 부분이 있는지 편하게 대화 나눌 수 있었던 시간이었어요. 이렇게까지 많이 도와주시는 게 흔치 않은데 정말 감사했어요.
〈애도의 애도를 위하여〉는 제목에서부터 드러나듯이 ‘애도’를 다룬 이야기입니다. 과거의 자신인 ‘주희’에 관한 애도, 아버지의 죽음에 관한 애도, 합동 분향소의 참사 피해자에 관한 애도가 이야기 전반에 섞여 나타나고 있어요. 영화 후반에는 이들이 한자리에서 만나게 되죠. 그들이 장례식장에 모여 감정을 나누고 소통하는데, 그렇다면 배우님은 애도의 감정이 나눔으로 해소될 수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진정한 애도는 나눔이 있어야만 완성된다고 생각해요. 슬픔과 상실의 감정은 사라진 존재로 인해 생기잖아요. 같은 일을 겪은 사람 간의 공감, 말하지 않더라도 곁을 지켜주는 온기들이 사라진 존재의 공간을 채울 수 있다고 생각해요.
이 질문을 받고 애도에 대해 생각하다가 〈햄넷〉의 마지막 장면이 떠올랐어요. 아녜스가 아들을 잊지 못하고 있다가, 사람들의 손에서 손으로 이어지는 온기로 애도를 완성하고 보내주는 장면이에요. 이 장면 역시 온기가 더해지고, 나눔이 있기에 완전한 애도가 이뤄졌다는 생각이 들어서 말씀드리고 싶었어요.
영화에서 ‘주완’은 줄곧 다른 사람의 애도를 담는 다큐멘터리 감독으로 나와요. 그러다 종래에는 아버지의 장례식 현장을 담기 시작하며 영화가 끝납니다. 이러한 영화의 마무리가 어떤 의미를 담고 있다고 생각하며 연기하셨는지 궁금합니다.
가장 인정받고 싶었지만 끝내 인정해 주지 않았던 가족 또한 회한의 감정을 가지고 있었고, 주완의 모습으로 연을 맺게 된 사람들이 과거를 알게 됐음에도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기에 주완이 자신만의 애도를 할 수 있었다고 생각해요. 나의 핸드폰으로 아버지를 담는 방법이 상실과 기억, 연대를 담아내던 다큐멘터리 감독인 주완에게 가장 어울리는 애도의 방법이 아닐까 싶어요. 녹화 버튼을 누르고 휴대폰을 들어 올리는 과정에서 얼마나 큰 용기를 냈을지, 이 용기의 무게는 어느 정도일지를 많이 생각하면서 슛에 들어갔어요.
가볍지 않은 분위기의 영화이기에 촬영 과정에서 어려운 점도 꽤 많았을 것 같아요. 촬영 현장이나 연기 과정에서 힘들었던 점이 있을까요?
준비 과정에서는 힘든 부분이 있었어요. 어떤 방식으로 표현하고 다가가야 실제 당사자들에게 상처를 주지 않을 수 있을지 생각하고, 주희와 주완이 느꼈던 시간을 왜곡하지 않고 담아내는 방법을 많이 고민했거든요. 그래서 감독님과 대화를 많이 나눴어요. 그런 시간이 있어서인지 현장에서는 크게 고민에 빠지거나 어렵지 않았고요.
돌이켜보면 제가 미술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고 생각해요. 완벽한 로케이션을 찾아주셨고, 미술 감독님께서 분향소 세트를 정말 실감 나게 만들어 주셨어요. 보통 단편 영화를 찍을 때는 현장 모습에 부족한 부분이 있으면 추가로 상상하면서 연기하거든요. 그런데 여기에서는 눈에 있는 것만 보면서 하면 되더라고요.
그리고 외부 돌발 상황에도 잘 대처해 주셨어요. 장례식장 촬영 기간에 위층에서 이사가 있었는데, 빠르게 진행하고자 스태프분들이 이삿짐을 함께 옮겨 주셨다고 해요. 저는 촬영하는 동안 이런 일이 있었는지 몰랐어요. 이후에 이런 일들을 알고 나서 스태프분들이 너무 존경스러웠어요. 모두가 이 작품을 위해 자신의 몫을 불태우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거든요. 그래서 촬영 현장에서는 딱히 어려운 일이 없었어요.

네 작품을 보며 배역에 따라 이미지 변화가 확실한 배우라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한편으로는 어떤 배역이든 소화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고요. 이처럼 다양한 인물에 잘 녹아드시는데, 배역을 맡은 뒤 준비하는 기간의 모습도 궁금해요.
우선 이 질문이 너무 감사해요. 많은 배우가 가장 듣고 싶어 하는 말이라고 생각해요. ‘인물에 잘 녹아든다’, ‘어떤 배역이든 소화 가능하겠다’ 같은 말이 행복하고 감사한 말이거든요.
저는 배역을 맡으면 대본을 계속 봐요. 계속 보다 보면 그 인물에 대한 힌트가 드러나는데 힌트를 모아 조합하고, 조합해서 보이는 성격을 정리해요. 그러면 자연스럽게 가치관이 보이고 전사가 보이거든요. 다시 또 이것들을 조합해 이 인물을 확장해 나가요. 이 뒤에는 그 인물의 관점에서 MBTI 검사와 핵심 가치 검사, 애니어그램과 같은 심리검사를 해봐요. 그 결과를 기반으로 다시 정보를 모으며 힌트를 많이 얻어요. 주변 사람의 모습도 보고, 강유미 씨 유튜브를 참고할 때도 있어요. 마지막으로는 전사를 정리하는 줄글을 작성해요. 체계적이고 정리된 글은 아니고, 생각나는 모든 걸 주르륵 쓰는 글이에요. 생일이 언제고, 학창 시절은 어땠고, 부모님과의 관계성은 어떻고, 연애 경험, 좋아하는 색, 싫어하는 유형의 인간 상 등 다양한 정보를 적어요. 이 글을 프린트해 대본과 함께 소지하면서 촬영할 때 참고하는 편이에요.
심리검사는 생각지 못한 방법인데, 주변 배우분 중에 이렇게 하시는 분들이 또 있나요?
저는 들어본 적 없는 것 같아요. 그런데 되게 많은 도움을 받았어요. 검사를 해보면 원래 저와는 완전히 다른 유형이 나오거든요. MBTI가 N이다 보니까 상상하는 게 즐거워서 그런 것일 수도 있을 듯해요.
그렇다면 처음 이런 방식으로 인물 분석을 시작하게 된 배역이나 계기가 있을까요?
언제 처음 했는지는 기억이 잘 안 나는데, 아마 〈돈 패닉〉이라는 작품을 준비할 때였던 것 같아요. 프리 기간부터 같이 했던 작품이라 그때까지 연기 생활을 하면서 가장 마음을 많이 쓴 작품이었거든요. 그래서 이 배역을 더 잘 이해하고 싶은 마음에 방법을 찾다가 당시 유행하던 MBTI를 시도해 봤어요. 그 이후에는 저의 루틴처럼 박히게 됐고요. 검사 결과는 캡처해서 다 가지고 있어요.
좋은 모습을 보여주신 만큼 앞으로의 활동이 기대됩니다. 찍고 싶은 작품이나, 해보고 싶은 배역이 있을까요? 앞으로의 계획도 궁금합니다.
저는 꿈이 많은 사람인데, 가장 가까운 꿈은 독립 장편을 찍어보는 거예요. 저만의 루틴으로 만든 캐릭터로 조금 더 오래 살 수 있다면 행복할 것 같아서 독립 장편 주연을 찍어보고 싶어요. 해보고 싶은 배역도 되게 많아요. 일단 제 하이텐션의 모습이 캐릭터의 평균치인, 좋은 의미로 골 때리는 캐릭터를 만나보고 싶어요. 그리고 지금까지 자주 만났었지만 모순과 결핍, 상처를 가진 인물은 계속해서 만나고 싶어요. 제가 그 인물을 만나면서 인물의 입체적인 모습에서 배우는 점도 있고, 저 역시도 인물에게 위로받으며 사람들에게는 공감을 전해줄 수 있어서 자꾸만 끌리더라고요.
7월에는 공연을 하게 됐어요. 7월 14일부터 19일까지 대학로 나인진홀에서 입체낭독극 공연을 합니다. 〈그 여자의 방〉이라는 작품으로 스릴러 장르이고 여성만 나오는 작품이에요. 스릴러는 처음 도전해 보는데, 시간이 되신다면 많이 보러 와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열심히 준비 중이에요.
마지막으로 김인경이라는 배우가 사람들에게 어떻게 기억되길 바라시는지 궁금합니다.
창작자와 동료 배우분들께는 계속 같이 일하고 싶은 배우로 기억되길 바라요. 그리고 관객분들께는 다음이 기대되는 배우이자 위로를 줄 수 있는 배우로 기억되길 바라고요. 제가 처음 연기를 꿈꾸게 됐던 계기처럼 공감과 동화로 사람을 위로할 수 있는 게 연기라는 것을 잊지 않고 싶고, 그대로 전하는 사람이고 싶어요.

'Community > 관객기자단 [인디즈]' 카테고리의 다른 글
| [썸머프라이드시네마 2026] 〈봄매미〉 강민아 감독 인터뷰: 마음의 소리에 귀 기울여 (0) | 2026.07.08 |
|---|---|
| [썸머프라이드시네마 2026] 〈저는 행복한데요?〉 신승은 감독 인터뷰: 우리의 슬픔, 우리의 기쁨 (0) | 2026.07.08 |
| [인디즈 Review] 〈현재를 위하여〉: 조용한 몸짓, 큰 소리로 부르는 노래 (0) | 2026.07.08 |
| [인디즈 Review] 〈충충충〉: 벌레, 찌르다, 채우다. (0) | 2026.07.02 |
| [인디즈 단평] 〈현재를 위하여〉: 잘 먹고, 잘 살기 (0) | 2026.06.27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