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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unity/관객기자단 [인디즈]

[인디즈 Review] 〈현재를 위하여〉: 조용한 몸짓, 큰 소리로 부르는 노래

by indiespace_가람 2026. 7. 8.

〈현재를 위하여〉리뷰: 조용한 몸짓, 큰 소리로 부르는 노래

* 관객기자단 [인디즈] 이수미 님의 글입니다.

 

 

집에서 노래 하나 마음 편히 부를 수 없는 현재는 아버지의 가정 폭력 속에서 살아간다. 한편, 도서관에서 우연히 만난 해인은 10년 전 실종된 딸을 아직까지 애타게 찾고 있다. 부모의 부재를 안고 살아가는 소녀와 자식의 잃은 엄마의 만남, 〈현재를 위하여〉의 도입부는 결핍을 가진 자들이 깊이 얽히는, 꽤나 익숙한 서사 구조를 따라간다.

 

영화 〈현재를 위하여〉 스틸컷

 

두 사람이 함께 살게 되는 계기 역시 현재를 향한 아버지의 폭력이다. 해인은 현재를 자신의 집으로 데려와 보호하고 보살핀다. 현재는 해인에게서 부모의 결핍을 채우고 싶어 하지만, 해인은 현재를 잃어버린 딸의 대체물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타인에게 베푼 선의가 고스란히 자신에게 돌아와 자식을 되찾게 될 것이라는 순진한 희망이 해인이 베푸는 친절의 동력이다.

 

여성들은 서로를 만남으로써 각자의 상처를 조금씩 치유해 나간다. 현재와 해인뿐 아니라 현재의 엄마 역시 해인의 온실에서 영화에서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웃어 보인다. 그리고 거울 속에서 오랫동안 보지 못했던, 익숙한 얼굴을 발견한다. 차 안에서 현재의 엄마가 내지르는 비명은 그동안 삼켜왔던 감정을 소리 내어 터트리는 노래처럼 들린다.

 

영화 〈현재를 위하여〉 스틸컷



 

〈현재를 위하여〉는 불행한 인물들의 이야기로 쉽게 관객들에게 상처를 입히지만, 기묘하게 번득이는 치유의 순간들로 고통을 점차 정화 시킨다. 특히 수어의 활용이 독특하다. 과거에 현재는 아버지의 폭력을 피하려면 강제로 입을 다물어야만 하는 처지였다. 아버지에게서 벗어난 현재는 빛이 드는 해인의 집에서 아버지가 자신을 때린다는 말을 수어로 천천히 반복한다. 말 대신 수어로 전하는 그 몸짓은 자신이 겪은 폭력을 결코 잊지 않겠다는, 어떻게든 표현하겠다는 다짐으로 느껴진다.

 

마지막 무렵 등장하는 농인 아이의 수어는 자막으로 통역되지 않는다. 정확하게 전해지는 건 수어를 할 줄 아는 해인에 의한 몇 마디의 말뿐이다. 정면에서 배우를 꿈꾸는 아이의 연기를 오래도록 비추는 카메라는 그저 아이의 몸짓을 묵묵히 프레임에 기록한다. 춤처럼 펼쳐지는 수어는, 누구의 목소리보다도 크게 울려 퍼지는 노래처럼 다가온다. 말을 하지 못해도 배우를 꿈꿀 수 있고, 노래를 부르지 못하게 하는 집안에서 태어나도 무대 위에서 노래할 수 있다.

 

영화 〈현재를 위하여〉 스틸컷

 

썩은 뿌리는 잘라내고, 앞으로 나아가자고. 침묵을 택하지 말고, 어떻게든 사람들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건네라고. 영화는 조용한 몸짓으로, 크나큰 소리로 노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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