묻지 않아도, 잊지 않아도
〈쇼타씨의 마지막 출장〉 그리고 〈어디로 가고 싶으신가요〉
*관객기자단 [인디즈] 박주연 님의 글입니다.

가슴에 전하지 못한 말을 품은 두 남자가 있다. 지친 몸을 이끌고 들어온 일본의 한 라멘집에서 맥주를 들이켜며 한 명은 한숨을, 한 명은 눈물을 흘려보낸다. 미처 전하지 못한 이야기를 대신 전해달라며 편지와 사직서를 맞교환한다. 낭만적으로 보이지만, 철저히 이해관계에 의해 서로를 이용하는 순간이다.
라멘집에서의 우연한 만남은 이들을 계속 다른 곳으로 이끈다. 편지를 대신 전해달라던 부탁은 아들의 생일 선물을 부탁하는 것으로, 전 여자 친구의 공연을 대신 보는 것으로 모습을 바꾸어 간다. 삶이라는 건 수많은 우연의 반복 위에서 이어진다. 모든 게 개별적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연결 위에서 걸음을 옮겨간다.
본래의 목적이었던 여행과 출장 역시 계획과 전혀 다르게 흘러가고, 그 안에서 저마다의 시간을 살아가는 이들을 만난다. 모두가 그렇듯, 행복하기만 한 사람은 없다. 각자의 결핍을 안은 채 살아가지만, 누구 하나 나서서 물어보지 않는다. 가령 쇼타는 왜 이혼을 했는지, 대성은 왜 전 여자 친구와 헤어졌는지 같은 것들을. 꼭 묻지 않아도 전달되는 것이 있다. 말을 건네는 대신 시간을 보내는 것만으로도 서로의 마음을 어루만진다.
쇼타의 사직서는 무사히 전달되었지만, 아마 그가 원하던 방식은 아니었을 것이다. 맞닥뜨린 결말 역시 상상했던 것과는 분명 달랐을 것임을, 그의 눈을 통해 알 수 있다. 대성의 편지는 끝내 전해지긴 했는지, 관객은 알 수 없다. 하지만 그 편지에 다 담을 수 없는 넓은 마음이, 서로를 이해하고, 위로하고, 또다시 살아가게 한다.

그렇다면 사람이 떠난 자리에는 무엇이 남을까. 물에 빠진 학생을 구하기 위해 그 속으로 뛰어든 교사가 있다. 안타깝게도 두 사람은 바깥의 공기를 다시 들이마시고, 내쉬지 못했다.
남편을 잃은 명지와 동생을 잃은 지은은 그날을 기점으로 일상이 무너진다. 무작정 폴란드의 바르샤바로 떠난 명지는, 낯선 풍경이 주는 설렘도, 오랜만에 동창을 만난 반가움도 온전히 받아들이지 못한다. 그런 마음을 대변하듯, 원인 불명의 반점이 몸으로 퍼져나간다. 지은의 시간도 별반 다르지 않다. 오른쪽 몸이 마비되어 병원 생활을 하면서도, 재활을 거부한 채 현실을 밀어낸다. 온몸에 올라오는 반점과 마비된 신경이 그들의 삶을 완전히 장악한다. 마음의 붕괴를 어찌할 수 없는 신체적 변화로 보여준다. 물속에 빠졌던 두 사람이 헤엄쳐 나올 수 없었듯, 지상에 있는 이들도 육체를 감당하지 못한 채 살아간다.
사람이 떠나고 난 자리에는 정말 아무것도 남지 않는가. 명지와 지은이 살아가겠다는 의지를 완전히 포기해 버리는 것처럼? 그렇지 않다. 영화는 계속해서 행복했던 과거를 현재와 교차시켜 보여준다. 환하게 웃고 있던 시간이 나올 때마다 마음은 문드러지지만, 그 기억은 동시에 남겨진 사람들을 현재와 이어준다. 떠난 이들을 추모하고, 또 애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명지는 바르샤바의 봉기 박물관에서 희생되어야만 했던 사람들의 흔적을 보며 눈물을 참지 못한다. 모두가 같은 마음으로 그곳을 찾았다는 사실을 알기 때문일 것이다. 지은은 끊임없이 찾아와 주는 동생의 친구를 보며, 다시 몸을 움직일 용기를 낸다. 〈쇼타씨의 마지막 출장〉에서는 서로를 캐묻지 않은 채 곁을 내어주었다면, 〈어디로 가고 싶으신가요〉는 떠난 사람을 잊지 않기 위해 서로를 궁금해한다. 영화는 계속 보여준다. 직·간접적으로 연결된 세상 속에서 타인을 살피는 마음을. 지은이 명지에게 쓴 편지에 나와 있듯, “궁금해하며 살겠”다는 마음이 서로에게 얼마나 큰 힘이 되고 살아가게 하는지를.
*영화 보러 가기: 〈어디로 가고 싶으신가요〉 (감독 김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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