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Community/관객기자단 [인디즈]1419

[인디즈] 〈공작새〉 인디토크 기록: 울지 말고 웃어 울지 말고 웃어 〈공작새〉  인디토크 기록 일시 2024년 11월 2일(토) 오후 1시 상영 후 참석 변성빈 감독, 해준·고재현 배우 진행 모지민 아티스트  * 관객기자단 [인디즈] 김한들 님의 기록입니다.  슬펐다. 저렇게 웃기기까지 얼마나 슬펐을까를 생각하다가. 이것은 코미디언 문상훈을 향한 작가 이슬아의 말이다. 이 문장을 잊을 수가 없다. 잊고 싶지 않다. 슬픈 것과 웃긴 것이 닮은꼴임을 알아봐 주는 말, 사람에 대한 헌사 같은 말이기 때문이다. 〈공작새〉에서 ‘저 이제 어떡해요.’ 흐느끼는 보석(고재현 님)에게 명(해준 님)이 이런 말을 돌려준다.  울지 말고 웃어. 명이라면 얼마나 충분히 가졌을까. 어떤 기쁨이 슬픔에 계속 쬐이다 끝내 빛바래는 장면을. 그 정도로 슬퍼 본 사람만이 가르쳐 줄.. 2024. 11. 6.
[인디즈] 〈해야 할 일〉 인디토크 기록: 고민의 흔적을 따라 고민의 흔적을 따라  〈해야 할 일〉  인디토크 기록 한국독립영화 '8주간의 약속' 상영 캠페인 "1%가 먼저 시작합니다!"콜라보 인디토크 4탄 일시 2024년 10월 21일(월) 오후 7시 상영 후 참석 박홍준 감독, 이노아, 서석규 배우 진행 오정민 감독(〈장손〉연출) * 관객기자단 [인디즈] 서민서 님의 기록입니다.  영화 속 인물을 향했던 질문의 방향이 우리를 향하게 될 때, 우리는 더 이상 그저 한 발짝 물러선 채 영화를 바라보기만 하는 존재가 아니게 된다. 스크린을 넘어 고민하는 우리 자신을 발견하게 되는 그 순간, 영화는 세상을 서서히 바뀌게 하는 힘이 생긴다. 그 힘의 가능성을 믿고 더 좋은 작품, 더 나아가 더 좋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각자의 자리에서 ‘해야 했을’ 고민의 흔적들을 따라가.. 2024. 11. 4.
[인디즈 Review] 〈최소한의 선의〉: '최소한의 선의'가 만든 낙관의 자리 〈최소한의 선의〉리뷰:'최소한의 선의'가 만든 낙관의 자리* 관객기자단 [인디즈] 이지원 님의 글입니다. 〈최소한의 선의〉는 화해할 수 없는 것들 사이의 이야기이다. 이를테면, 교사 희연과 임신한 학생 유미 사이를 낱낱이 들여다보는 영화다. 유미는 임신을 이유로 퇴학 위기에 처한 학생이다. 희연은 유미와 자신 사이의 거리를 좁히려 하지 않는다. 더 정확하게는 유미에게 다가가야 할 필요를 느끼지 못한다. 희연은 학교의 처분에 따라 유미에게 자퇴를 권할 뿐, 그 이상의 관계를 맺거나 정서적 공감을 시도하지 않는다. 희연과 유미 사이에는 투명한 창이 놓여 있는 것 같다. 희연은 유리창을 통해 유미를 바라볼 뿐 창을 넘어 다가가지는 않는다. 희연에게 선은 지키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지, 불편함을 감수하면서까지 넘.. 2024. 11. 4.
[인디즈 Review] 〈폭설〉: 계절이 지나간 자리 〈폭설〉리뷰: 계절이 지나간 자리* 관객기자단 [인디즈] 김윤정 님의 글입니다.독백 연기가 진행 중인 교실, 자신을 비웃는 사람들을 향해 페인트 총을 겨냥하는 ‘수안(한해인 역)’의 시선이 날카롭다. 이내 망설임 없이 발사되는 총과 새빨갛게 뒤덮여 버린 거울을 뒤로 한 채 이어지는 독백에서 수안은 자신을 둘러싼 시선을 되갚아 주겠다는 듯 앞에 앉은 사람들을 응시한다. 분노와 앙심으로 가득한 눈동자가 이내 유일하게 잠깐 흔들린다. ‘윤설(한소희 역)’가 수안의 시야에 들어오는 첫 순간이다.  수업이 끝나고 페인트를 지우는 수안의 곁에 다가온 윤설은 이곳 사람들이 새로운 사람들에게 친절하지 못하다는 말과 함께 다가온다. 학교 영화에도 출연해 본 적 없는 수안에게 아역 출신 배우로 이미 성공 반열에 오른 윤설.. 2024. 11. 4.
[인디즈 Review] 〈공작새〉: 엉겨 붙은 눈길 사이로 〈공작새〉리뷰: 엉겨 붙은 눈길 사이로* 관객기자단 [인디즈] 김예송 님의 글입니다. 작은 몸뚱이의 허리를 바짝 세워 깃털을 펼치자 화려한 문양이 눈길을 앗아간다. 표면을 지긋이 쳐다보면 밤하늘의 별마냥 우수수 떨어질 것 같은 ‘눈’이 빼곡히 박혀 있다. 수컷의 공작새에게만 달린 화려한 깃은 구애의 행동이자 발정기의 과시다. 본인의 아름다움이 얼마나 강렬한지 알고 있다는 듯 여유로운 자태와, 당신을 유혹하겠다는 당찬 깃털의 파동. 나지막하게 움직이는 깃털 짓을 엿보다 보면, 어느 순간 단숨에 그 눈들이 신체를 벗겨 먹는 타자가 되고, 공작새의 아름다움을 눈길로 좇는 콜라주(collage) 작품으로 승화된다. 공작새가 향하는 곳을 따라 유유히 그 눈들이 옮겨붙는다.  영화 〈공작새〉의 주인공 신명(해준)은.. 2024. 11. 4.
[인디즈 Review] 〈수유천〉: 극의 시작은 당신으로부터 〈수유천〉리뷰: 극의 시작은 당신으로부터* 관객기자단 [인디즈] 김예송 님의 글입니다.가을 어느 지점에 있는 한 여대의 풍경. 함께 촌극을 올리기로 한 7명의 여대생 중 3명은 연출과 스캔들에 휘말리고 남은 이들은 무대를 올리기 위해 노력한다. 이를 지도하던 강사 전임(김민희)는 10여 년 전 알 수 없는 이유로 연을 끊었던 과거 유명했던 연출가 겸 배우였던 외삼촌(권해효)에게 촌극의 연출을 부탁한다. 강릉에서 책방을 운영하던 남자는 오랜만에 조카를 마주하며, 하나도 변하지 않았다며 세월의 무색함을 논한다. 돌아온 시언의 소식에 전임의 친한 교수 은열(조윤희)은 그와 만남을 요구하고, 자신의 재력을 애교 있게 뽐내며 점차 가까워진다. 무대를 올리기까지 10일, 시언은 준비한 시나리오를 여대생들에게 나눠주.. 2024. 11. 1.
[인디즈 Review] 〈빚가리〉: 영화로 그리워하기 〈빚가리〉리뷰: 영화로 그리워하기* 관객기자단 [인디즈] 김지윤 님의 글입니다.   나무를 깎아 화살 만드는 법을 배우며 자연 속에서의 생존에 대해 고민하는 아들 홍민(문용일)과 그런 아들이 못 미더운 제일슈퍼의 사장, 아버지 대복(고성완). 이 부자의 갈등만큼 영화 〈빚가리〉는 격하게 싸우며 또, 격하게 화해하는 이야기이다. 그 화해의 순간에 도달하기까지 영화가 꾀하는 갈등의 순간들은 때로는 수다스럽고 때로는 욕이 난무하고, 때로는 인물을 대신해 답답하다. 그럼에도 그 화해의 순간을 만나고 나면 〈빚가리〉가 달려온 갈등의 재현이 언제였나 싶게 영화가 건네는 따스한 눈빛까지 전해 받는다.   ‘빚가리’, 빚을 갚는 일을 뜻하는 충청도 방언이라는 이 영화의 제목은 충실하게 빚을 갚는 일들을 보여준다. 그 .. 2024. 10. 30.
[인디즈 Review] 〈잠자리 구하기〉: 사라지는 과거란 없다 〈잠자리 구하기〉리뷰: 사라지는 과거란 없다* 관객기자단 [인디즈] 문충원 님의 글입니다.  텅 빈 상영관, 한 가운데 앉아서 나는 영문도 모른 채 울었고 고인 물방울을 따라 장면은 볼록하게 흘러갔다. 한 인터뷰에서 홍다예 감독은 ‘이걸 안 찍으면 정말 죽을 것 같아서’ 만들었다고 밝혔다. 정말 그런 것 같았다. 어쩌면 〈잠자리 구하기〉는 두 개의 렌즈로 찍은 영화인지도 몰랐다. 첫째는 당연히 카메라라는 렌즈, 둘째는 눈물이라는 렌즈. 사정없이 흔들리는 핸디캠에 개인적인 볼록렌즈까지 덧대니, 장면은 더 이상 선명하기 어려웠다. 그건 보는 것을 넘어 느끼는 것에 가까웠다. 감각도 대사도 어렴풋하지만 영화가 수놓은 풍경으로 감정만은 선명했다. 감정의 발원지는 어디일까. 〈잠자리 구하기〉는 한국의 입시에 관한.. 2024. 10. 30.
[인디즈 단평] 〈공작새〉: 아득히 먼 존재에게 다가서기 *'인디즈 단평'은 개봉작을 다른 영화와 함께 엮어 생각하는 코너로, 독립영화 큐레이션 레터 '인디즈 큐'에서 주로 만날 수 있습니다.  아득히 먼 존재에게 다가서기〈공작새〉와 〈굿〉  *관객기자단 [인디즈] 이지원 님의 글입니다. 우리는 대체로 서로를 이해하지 못한 채 살아간다. ‘당신’의 마음은 너무도 모호해 잡히지 않고 ‘나’의 말은 ‘당신’에게 닿지 못한 채 공중에 떠도는 것 같다. 너무도 먼 ‘당신’에게 가닿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까? 때로는 춤을 통해, 때로는 록밴드를 통해 경계를 흩트려 아득히 먼 존재에게 다가가는 두 편의 영화, 〈공작새〉와 〈굿〉(2022)을 소개한다. 〈공작새〉는 아들 ‘신명’과 아버지 ‘덕길’의 이야기이다. 왁킹 댄서인 트랜스젠더 ‘신명’과 호창농악 전수자인 ‘덕길’.. 2024. 10. 28.
[인디즈 단평] 〈잠자리 구하기〉: 자격 없이도 자애(自愛)를 *'인디즈 단평'은 개봉작을 다른 영화와 함께 엮어 생각하는 코너로, 독립영화 큐레이션 레터 '인디즈 큐'에서 주로 만날 수 있습니다.  자격 없이도 자애(自愛)를 〈잠자리 구하기〉와 〈성적표의 김민영〉  *관객기자단 [인디즈] 김민지 님의 글입니다.입시는 대부분의 사람이 겪는 과정이지만 누구에게도 가뿐한 일은 아니다. 그때까지 이어져 온 고민, 노력, 취향을 꼭꼭 눌러 담아 가슴에 품은 채 우리는 납작해져야 한다. 성적이라는 명분으로 우리는 1등급부터 9등급까지 분류되고 그동안 다채롭게 살아 있던 정체성이 천천히 짓눌려 죽어간다. 〈잠자리 구하기〉와 〈성적표의 김민영〉은 죽어간 자신에 대해 함구하지 않으려는 시도이며 나아가 서로가 펴질 때까지 곁에 있겠다는 선언이다.   〈잠자리 구하기〉는 정석적인 다.. 2024. 10. 28.
[인디즈 단평] 〈우리는 천국에 갈 순 없지만 사랑은 할 수 있겠지〉: 세상이 달라졌던, 처음 *'인디즈 단평'은 개봉작을 다른 영화와 함께 엮어 생각하는 코너로, 독립영화 큐레이션 레터 '인디즈 큐'에서 주로 만날 수 있습니다.  세상이 달라졌던, 처음 〈우리는 천국에 갈 순 없지만 사랑은 할 수 있겠지〉와 〈은우〉  *관객기자단 [인디즈] 안소정 님의 글입니다.  무엇이든 처음은 변화와 약간의 설렘, 그리고 두려움과 함께 찾아온다. 특히나 그게 첫사랑이라면 나와 전혀 다른 사람의 세상이 불쑥 찾아오고,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이 바뀌고, 갑자기 세상은 이전보다 다정하고 가능성으로 가득 찬 곳이 된다. 누군가를 알기 전과 후의 세상은 전혀 다른 곳이 된다.  2000년대를 코앞에 둔 1999년, 고등학교 태권도부원 주영을 둘러싼 세상은 폭력적이다. 주영은 태권도 대회를 앞두고 증량을 위해 폭식을 하.. 2024. 10. 25.
[인디즈 Review] 〈우리는 천국에 갈 순 없지만 사랑은 할 수 있겠지〉: 소녀는 따로 자란다 〈우리는 천국에 갈 순 없지만 사랑은 할 수 있겠지〉리뷰: 소녀는 따로 자란다* * 관객기자단 [인디즈] 김한들 님의 글입니다. 친구 하기란 서로를 어지럽히기이다. 상대는 다른 층위의 세계에 사는 애이기 때문이다. 다른 부모, 다른 밑천, 다른 성정, 다른 기쁨과 슬픔, 다른 믿음을 가지고 자라왔다는 말이다. 잘 알지도 못할 내 세계의 일을 운운하며 간섭하는 상대를 거추장스럽게 여기는 날들이 있다. 그런데 어느 결정적인 날엔 그것이 절실해진다, 문을 막고 선 나를 밀치고라도 이 세계로 뛰쳐 들어와 줄 내 친구가. 여기에 서로를 끝내주게 어지럽히고 간섭해낸 세 소녀가 있다. 주영과 예지와 성희는, 따로 자라는 소녀들이다. 무엇을 믿고 믿지 않는지, 제 세계를 서로에게는 비밀로 한다. 주영은 ‘내가 하는 일.. 2024. 10. 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