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mmunity/관객기자단 [인디즈]1544 [인디즈 Review] 〈만남의 집〉: 서로의 방에 건네주는 볕 〈만남의 집〉리뷰: 서로의 방에 건네주는 볕* 관객기자단 [인디즈] 오윤아 님의 글입니다. 냉철하게 보였던 사람이 손길을 건네주는 순간. 얌전해 보이던 사람이 소란스러운 선택을 하는 순간. 그 순간들이 모여 사람을 평면에서 벗어나게 한다. 내 안에 존재하는 많은 방 안을 옮겨가며 살아가는 사람들이 서로를 마주할 때, 그들은 서로에게 같은 방이 존재함을 알게 된다. 그렇게 너에게서 나를 보고, 나에게서 너를 본다. 〈만남의 집〉은 서로의 닫힌 마음의 방을 비추는 ‘볕’ 같은 관계를 담담하게 그려낸다. 태저는 냉철하고 반듯한 교도관이다. 규율을 명확히 하는 그에게 수용자들은 늘 욕지거리를 뇌까린다. 눈썹을 찡그리는 듯하더니 금세 다시 표정을 없애고 앞으로 걷는다. 수많은 문들을 지나며 아랑곳하지 않고 수.. 2025. 10. 28. [인디즈 단평] 〈만남의 집〉 : 닮은 구석 마주하기 *'인디즈 단평'은 개봉작을 다른 영화와 함께 엮어 생각하는 코너로, 독립영화 큐레이션 레터 '인디즈 큐'에서 주로 만날 수 있습니다. 닮은 구석 마주하기〈만남의 집〉 그리고 〈백차와 우롱차〉 *관객기자단 [인디즈] 남홍석 님의 글입니다. 진부한 표현이지만, 타인은 자신을 비추는 거울이라는 말이 있다. 우리는 외부 환경에서 각자와 닮은 구석을 자꾸만 찾으려 든다. 때로는 타자에게서 나도 모르고 있었던 내 모습을 발견하기도 한다. “잠은 잘 잤니?”라고 물어본 직후 질문의 까닭이 자신의 불면증에 있음을 깨닫는 순간. 영화는 그런 일상적인 순간들을 포착할 수 있다. 15년째 여자교도소에서 근무하는 교도관 ‘태저’는 아끼는 후배 ‘혜림’의 제안으로 담당 수용자 ‘미영’의 어머니 장례식에 참석하게 된다.. 2025. 10. 25. [인디즈 단평] 〈수학영재 형주〉 : 가장 가까운 타인 *'인디즈 단평'은 개봉작을 다른 영화와 함께 엮어 생각하는 코너로, 독립영화 큐레이션 레터 '인디즈 큐'에서 주로 만날 수 있습니다. 가장 가까운 타인〈수학영재 형주〉 그리고 〈같은 속옷을 입는 두 여자〉 *관객기자단 [인디즈] 김보민 님의 글입니다.엄마와 나는 똑 닮았다. 처음 만나는 사람도 모녀임을 알아볼 정도여서, 닮았다는 말을 수도 없이 듣는다. 정작 나는 그 말에 크게 공감하지 못한 채 살아왔다. 하지만 최근 찍은 나의 증명사진을 봤을 땐 엄마의 젊은 시절이 떠오르지 않을 수 없었다. 카메라라는 타자의 눈을 통해 본 엄마와 나는 낯설고, 이상하리만치 일치해서 모녀라는 느낌이 강하게 살아 있다. 그런 엄마가 타인으로 느껴진 적이 있었다. 그러니까 엄마는 분명 타인인데, 이상하게 나도 아니고 .. 2025. 10. 25. [인디즈 Review] 〈수학영재 형주〉: 현재 네 옆엔 내가 있고 〈수학영재 형주〉리뷰: 현재 네 옆엔 내가 있고* 관객기자단 [인디즈] 박은아 님의 글입니다.알고리즘은 가령 생각지 못한 방향으로 흘러가기도 한다. 그 끝엔 원하는 결말이 있을지 아직은 헤아릴 수 없지만 가능성을 열어둔 채 따라가는 수밖에 없다. ‘교과서뿐만이 아니라 온 우주는 수학으로 설명된다’고 단언하는 수학영재 형주는 엄마를 먼저 떠나보낸다. 형주의 계산으로 엄마는 16년을 더 살 수 있었지만 세상의 이치는 정확한 결괏값도 무심히 비틀어버리는 잔혹스러운 면이 있다. 누구나 죽음 앞에선 작아진다. 신체에 고립된 비애, 그것을 이겨내려는 열여섯 소년 형주는 어머니의 유전병을 물려받았다. 형주의 삶에 내려앉은 50% 유전 확률은 그가 해결해야 할 가장 어려운 문제다. 생의 50% 그리고 사의 50%. .. 2025. 10. 25. [인디즈] 〈홍이〉 인디토크 기록: 아주 보통의 여자, 그가 엄마와 공존하는 방법 아주 보통의 여자, 그가 엄마와 공존하는 방법〈홍이〉 인디토크 기록 일시 2025년 10월 10일(금) 오후 7시 30분 상영 후 참석 황슬기 감독, 장선, 김선영 배우진행 장성란 저널리스트 * 관객기자단 [인디즈] 오윤아 님의 기록입니다. 엄마와 삶의 한때를 오래 보내 본 사람은 안다. 사랑을 기반함에도 불구하고, 모녀 관계가 얼마나 위태롭고 고달픈지. 그 안에서 얼마나 서로를 갉아먹기도 하는지. 그 관계에서 팽팽한 줄다리기를 하는 대한민국의 평범한 여성 홍이는 치매 증상을 보이는 엄마와 어떻게 공존할까. 또, 앞으로도 엄마가 있을, 그리고 없을 수 있는 세상에서 홍이는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우리에게 많은 물음표를 던져준 영화와 함께 〈홍이〉를 만든 사람들, 그리고 그 곁을 지켜본 사람이 인디스페.. 2025. 10. 22. [인디즈 소소대담] 2025. 9 시작되는 가을과 함께 생각할 거리를 남기는 영화들 [인디즈 소소대담] 2025. 9 시작되는 가을과 함께 생각할 거리를 남기는 영화들 *소소대담: 인디스페이스 관객기자단 ‘인디즈’의 정기 모임 *관객기자단 [인디즈] 안소정 님의 기록입니다. 참석자: 새송이, 표고, 느타리, 목이 9월을 지나서 10월에 도착하며 우리가 감상한 영화들이 차곡차곡 쌓였다. 부쩍 쌀쌀해진 날씨와 함께 찾아온 영화들은 우리에게 생각할 거리를 남긴다.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보여주는 영화들에 관해 이야기 나누며 관객으로서의 자리를 가늠한 시간이었다. 함께 생각했으면 하는 대화의 조각들을 나누어본다. * 지난 부산국제영화제 후기표고: 저는 〈겨울날들〉이라는 한국 영화를 봤는데, 최승우 감독의 신작이고 전작으로는 〈지난 여름〉이 있어요. 프로그램 노트(정성일 선생님)에서 “어.. 2025. 10. 14. [인디즈 단평] 〈홍이〉: 이런 가족, 저런 가족 *'인디즈 단평'은 개봉작을 다른 영화와 함께 엮어 생각하는 코너로, 독립영화 큐레이션 레터 '인디즈 큐'에서 주로 만날 수 있습니다. 이런 가족, 저런 가족〈홍이〉 그리고 〈흐르다〉 *관객기자단 [인디즈] 서민서 님의 글입니다. 가족은 가장 가깝지만 동시에 가장 이해할 수 없는 존재일 테다. 가족이라고 해서 전부를 알 수는 없다. 또 가족이라고 해서 서로에게 항상 솔직하기란 어렵다. 오히려 진심을 감추기 위해 반대로 행동하기도 한다. 가족의 의미를 곱씹다 보니 〈홍이〉와 〈흐르다〉 속의 두 가족의 얼굴이 떠올랐다. 급하게 목돈이 필요한 홍이(장선)가 엄마 서희(변중희)를 요양원에서 데려오면서 이들의 불편한 동거가 시작된다. 시간이 지날수록 홍이는 서희의 돈을 가져다 쓰는 것에도 서희를 홀로 내버려.. 2025. 10. 13. [인디즈] 〈3670〉 인디토크 기록: 문화기술지로서의 영화 문화기술지로서의 영화〈3670〉 인디토크 기록 일시 2025년 9월 24일(수) 오후 7시 30분 상영 후 참석 이해영 감독, 박준호 감독, 조유현, 김현목, 조대희 배우 진행 김효정 영화평론가 * 관객기자단 [인디즈] 남홍석 님의 기록입니다. 어떤 영화는 현실을 기록하는 섬세한 손길만으로도 그 존재 가치를 증명한다. 〈3670〉은 서로 다른 두 소수자 커뮤니티에서 공통점을 찾고, 그들만의 문화를 영상 매체로 기록한다. 상영 전부터 인디스페이스 로비를 가득 채운 관객들을 보며 영화, 그리고 기록의 힘을 다시금 고민했다. 무엇이 그들을 극장으로 이끌었을까. 그 어느 때보다 웃음이 가득했던 인디토크 현장을 부족하게나마 기록해 보았다. 김효정 영화평론가(이하 김효정): 안녕하세요. 점유율이 어마어마하.. 2025. 10. 10. [인디즈 Review] 〈홍이〉: 마주 보는 맨얼굴 〈홍이〉리뷰: 마주 보는 맨얼굴 * 관객기자단 [인디즈] 강신정 님의 글입니다. 누군가의 시선 앞에 완전히 솔직할 수 있을까? 아무래도 어렵다. 숨길 부분은 적당히 가리고 내보일 부분은 제대로 드러내며 그렇게 나라는 존재를 다시 짜맞추는 걸 우리는 사회화라고 부른다. 함께 살아간다는 건 그런 일이다. 모든 걸 벗어던지고 털어놓으며 홀가분하기란 어렵다. 우리가 영화를 찾는 건 그런 이유가 아닐까. 어딘가 분명 존재하지만 쉽게 보여주진 못하는 마음들이 ‘영화’라는 명분을 빌려 스크린 위로 떠오른다. 관객은 극장 안에서만큼은, 그 지저분한 마음을 가리켜 내 것이라 부를 수 있다. 대가 없는 솔직함을 누리며 자유로울 수 있다. 영화 〈홍이〉는 그래서 필요하다. 모녀 관계를 다루는 이 영화는 억지로 감동적인 .. 2025. 10. 10. [인디즈 Review] 〈바로 지금 여기〉: 보이지 않는 당신에게 〈바로 지금 여기〉리뷰: 보이지 않는 당신에게* 관객기자단 [인디즈] 김보민 님의 글입니다. 솔직하게 고백하자면, 나는 먹방 릴스 중독자다. 자극적인 음식을 푸짐하게 펼쳐놓고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한 시간이 순식간에 지나간다. ‘꿀조합’이라 불리는 메뉴들을 따라 먹기도 하면서 먹는 즐거움을 한껏 느낀다. 정작 그 음식들을 구성하는 재료와, 바로 지금 우리의 토양이 어떤 상황에 놓였는지는 보지 못한 채로 말이다. 나처럼 기후위기에 관심을 보이지 않았던 사람들이 있다. 청년기후긴급행동 대표인 강은빈 씨는 자신이 아주 어렸던 학창 시절, 그리 정의롭지도 선하지도 않은 사람이었다고 고백한다. 이 다큐멘터리의 또 다른 주요 취재원인 60+ 기후행동 위원 민윤경혜 씨는 손녀가 태어날 나이가 되어 기후운동.. 2025. 10. 1. [인디즈 Review] 〈비밀일 수밖에〉: 세공한 마음을 애써 찾지는 말자 〈비밀일 수밖에〉리뷰: 세공한 마음을 애써 찾지는 말자* 관객기자단 [인디즈] 박은아 님의 글입니다. 모두에게는 정당한 비밀이 있다. 밝히지 않아도 되는 것 그리고 꼭 밝혀내고 싶은 것. 혹은 그 사이 미심쩍으나 애써 모른 척하는 것. 비밀의 이유는 비밀일 수밖에 없는 데에 있고, 비밀의 바운더리는 좁을수록 상처 주기 쉽다. 〈비밀일 수밖에〉는 ‘너와 나’로 규정되는 관계 속 지켜지는 비밀들에 대해 얘기한다. 엄마 정하와 아들 진우, 진우와 연인인 제니, 그리고 다시 정하의 룸메이트인 지선. 누구 한 명 소외되는 사람 없이 딱 맞게 모여지는 그들의 비밀은 연쇄적으로 발생한다.정하의 건강 악화로 인한 휴직, 진우의 갑작스러운 결혼 소식과 함께 예정에 없던 제니 부모님의 귀국까지 사건이 겹쳐지고, 멀리 떨.. 2025. 9. 24. [인디즈 단평] 〈비밀일 수밖에〉: 상처를 줄 만큼은 알고, 받아들일 만큼은 모르는 *'인디즈 단평'은 개봉작을 다른 영화와 함께 엮어 생각하는 코너로, 독립영화 큐레이션 레터 '인디즈 큐'에서 주로 만날 수 있습니다. 상처를 줄 만큼은 알고, 받아들일 만큼은 모르는〈비밀일 수밖에〉 그리고 〈과화만사성〉 *관객기자단 [인디즈] 안소정 님의 글입니다.가족은 서로의 상처에 책임이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비밀일 수밖에〉는 ‘처음 만난 가족’ 이후에 각자가 새로운 가족을 꾸려나가는 모습을 보여준다. 남편이자 아버지였던 수영의 예기치 못한 죽음 이후 오랜 시간이 흐르고, 정하와 진우는 각기 다른 가족을 이루어 다시 마주한다. 캐나다에서 살고 있는 아들 진우는 결혼 상대 제니와 함께 춘천에 사는 정하를 찾아오고, 그 과정에서 서로가 감춰온 비밀이 하나둘 드러나기 시작한다. 여기에 더해 제니의.. 2025. 9. 19. 이전 1 2 3 4 5 ··· 129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