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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unity/관객기자단 [인디즈]

[인디즈 단평] 〈광장〉: 눈 속의 고독, 사랑

by indiespace_가람 2026. 1. 27.

*'인디즈 단평'은 개봉작을 다른 영화와 함께 엮어 생각하는 코너로, 

독립영화 큐레이션 레터 '인디즈 큐'에서 주로 만날 수 있습니다.

 

 

눈 속의 고독, 사랑

〈광장〉 그리고 〈폭설〉 

 

*관객기자단 [인디즈] 이수미 님의 글입니다.

 

 

흩날리는 고독의 눈발 속에서 사랑은 어김없이 피어난다.

 

〈광장〉(감독 김보솔)은 평양 주재 스웨덴 주재 대사관에서 일하는 서기관 이삭 보리를 가장 먼저 비춘다. 그가 먼 타국의 외로움 속에서도 버틸 수 있는 건 교통보안원 복주가 있기 때문이다. 힘들 때 곁에 있어 준 사람, 함께 있을 때 비로소 자신이 온전해지는 것 같은 사람. 진부하게도 그런 사랑은 언제나 선명하게 가슴 속에 남는다. 하염없이 내리는 눈발 속에서 서로를 바라보던 두 사람의 눈빛은 서글프고도 아름다웠다.

 

영화 〈광장〉 스틸컷

 

통역관 명준은 보리를 감시해야 하는 위치에 놓인 인물이다. 보리가 건넨 계란 하나조차 제대로 받지 못한 채, 명준은 자신에게 다가오는 보리를 밀어내기만 한다. 하지만 보리와 복주의 재회를 필사적으로 돕는 인물 역시 명준이다. 보리가 찍은 명준의 사진 속에서 그는 늘 뒷모습이거나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있다. 얼굴을 봐야만 감정의 이유를 알 수 있다는 〈하나 그리고 둘〉(감독 에드워드 양)의 대사처럼, 제대로 마주한 명준의 얼굴은 유독 쓸쓸해 보였다.

 

영화 〈폭설〉 스틸컷

 

윤수익 감독의 〈폭설〉(감독 윤수익) 역시 하얀 눈을 배경으로 인간 내면의 고독과 사랑의 순간들을 포착한다. 서로에게 이끌리지만, 아무도 없는 곳에서만 입을 맞출 수 있는 수안과 윤설의 관계는 〈광장〉의 인물들만큼이나 위태롭다. 서로의 마음을 확인했음에도, 오히려 더 깊어지는 것 같은 고립감. 금방이라도 터져버릴 듯한 감정과 영원히 멈추기를 바라게 되는 시간은 〈광장〉의 눈 속에서, 〈폭설〉의 눈과 파도 속에서 일렁인다. 고독은 사랑을 피어오르게 하고, 사랑은 다시 고독을 소환한다. 그렇게 뗄레야 뗄 수 없는 두 감정은 스크린 위에, 우리의 내면에 소복소복 쌓여간다.

 

* 영화 보러 가기: 〈폭설〉(윤수익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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