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장〉리뷰: 감시의 시선을 넘어선 마주함, 고립된 사회에서 피어난 연대
* 관객기자단 [인디즈] 유송이 님의 글입니다.
보호받는 이방인과 감시받는 내부자 중 누가 더 고립되어 있는가. 〈광장〉(감독 김보솔)은 북한이라는 폐쇄된 공간을 배경으로 이 실존적 질문을 묵직하게 던진다. 영화는 평양으로 파견된 스웨덴 서기관 보리가 유일하게 마음을 열었던 교통 보안원 복주의 실종을 겪으며 그를 감시하던 통역관 명준과 마주하게 되는 과정을 그린다. 보통의 분단 소재 영화가 정치적 대립이나 긴박한 탈출을 동력으로 삼는다면 〈광장〉은 감시가 일상화된 사회 속에서 개인이 느끼는 소외와 그럼에도 불구하고 타인의 안부를 묻고 싶은 인류애의 본능에 주목한다.

영화의 상징성을 가장 선명하게 드러내는 지점은 오프닝과 엔딩에 배치된 자전거라는 장치다. 영화의 시작과 끝은 광장에서 자전거로 원을 그리며 도는 행위로 동일하게 구성된다. 시작 부분에서 보리가 그리는 원은 외교관이라는 특권적 지위 이면에 숨겨진 단절과 공허함을 시사한다. 그는 광장이라는 열린 공간에 서 있으나 결코 정해진 궤도를 벗어날 수 없는 고독한 인물에 불과하다. 흥미로운 지점은 엔딩에서 명준이 보리와 같은 행동을 반복한다는 사실이다. 이는 체제의 충실한 부속품이었던 명준이 보리의 실존적 고뇌에 전염되었음을 보여주며 타인의 상실에 공감하고 그 외로움을 자신의 것으로 받아들인 내적 전이의 순간을 포착한다.

보리가 유리창에 계란을 던지는 장면은 이 정적인 영화에서 가장 크게 감정적 파열을 일으키는 지점이다. 그간 보리는 명준의 감시를 묵인하며 체제 순응적인 이방인의 태도를 유지해 왔으나 자신에게 소중한 존재인 복주의 실종은 그를 관조자에서 주체적 인간으로 변화시킨다. 여기서 유리창은 두 인물 사이 혹은 보리와 북한 사회 사이에 놓인 투명하지만 견고한 장벽이다. 계란을 던지는 행위는 계란으로 바위 치기 같은 무력한 저항처럼 보일 수 있으나, 투명하게 존재하던 감시의 벽을 시각화하고 그 균열을 표출한다. 보리는 유리창 너머의 명준에게 비로소 자신을 똑바로 보라고 요구하며 비인격적인 감시의 관계를 인간 대 인간의 관계로 전환한다.

명준은 북한이라는 사회적 맥락을 가장 정면으로 체현하는 인물이다. 그는 시스템의 부속품으로서 보리를 감시해야 하지만 복주를 찾는 보리의 절박함을 목격하며 국가적 임무와 개인적 연민 사이에서 충돌한다. 명준의 도움은 단순히 정보의 전달을 넘어 자신을 억누르던 사회적 페르소나를 뚫고 나온 꿈틀거리는 인류애의 발현이다. 감독은 이를 통해 감시가 일상화된 삭막한 사회에서도 타인의 내일을 걱정하는 마음만큼은 완전히 말살될 수 없음을 역설한다.

김보솔 감독이 언급했듯 북한은 여전히 예민한 소재이나 〈광장〉은 정치적 담론에 매몰되는 대신 그 속에 사는 사람의 얼굴에 집중한다. 애니메이션 특유의 정제된 화면 구성은 오히려 북한 사회의 정적인 압박감을 효과적으로 전달하며 그 정적을 깨고 터져 나오는 인물들의 감정을 더욱 선명하게 만든다. 결국 〈광장〉은 묻는다. 우리는 서로에게 투명한 감시자인가 아니면 내일을 물어봐 줄 수 있는 동료인가. 비록 이별이 예정되어 있고 광장을 도는 원의 궤도를 완전히 벗어날 수는 없을지라도, 누군가를 찾기 위해 벽에 계란을 던지는 그 무모한 용기가 우리를 인간으로 살게 한다는 것을 영화는 증명해 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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