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 포 낫씽〉리뷰: 아무것도 아니기에 특별한 기억
* 관객기자단 [인디즈] 박은진 님의 글입니다.
성장은 점진적이다. 매일 같은 자리를 맴도는 듯하지만, 지나온 길을 살펴보면 결코 제자리가 아니다. 그렇기에 성장의 모양은 나선형이다. 반복되는 무채색의 날들을 보내며 청춘은 돌고 돈다. 어떤 날은 내가, 어떤 날은 네가 그 길을 이끈다. 아무것도 아닌 그들은 아무것도 아닌 시간 속에서도 기어코 성장한다. 평범하기에 더욱 특별한 청춘의 겨울이다.

〈굿 포 낫씽〉의 일본어 원제는 ‘やくだたず’(야쿠다타즈)로 ‘쓸모없음’, ‘쓸모없는 사람’을 의미한다. 국내 개봉의 제목인 ‘굿 포 낫씽’의 의미 역시 유사하다. 그렇다면 영화 속 인물들이 모두 쓸모없는 사람이라는 의미일까. 영화는 이에 대한 답을 제시하진 않는다. 그러나 끊임없이 질문을 던진다. 쓸모없다고 불리는 날들조차 모아보면 변화가 있지 않냐고. 그렇게 관객은 영화 속 작은 성장을 계속해서 쫓으며 〈굿 포 낫씽〉에 몰입하게 된다.
이와마(타마이 히데키)와 타니(산단 토모아키), 테츠오(시바타 타카야) 세 사람은 성인을 앞두고 어느 한적한 보안업체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게 된다. 선배인 이타미(쿠시노 코이치)의 가르침 아래에서 그들은 어설프게나마 성인의 모습을 따라 하고 좇는다. 하지만 이타미 역시 삼인방보다 조금 더 살았을 뿐, 완벽한 어른의 모습은 아니다. 온전한 어른이 되지 못해 방황하고 고뇌하며 때로는 분노로 답답함을 표출해 버리는, 또 다른 모습의 청춘이다.

가장 거침없이 행동하는 이와마는 불안하기에 더욱 담대하다. 친구들을 이끌고 이타미를 찾아왔으며, 일을 망설이던 테츠오를 불러들인 것 역시 이와마와 타니다. 그렇기에 가장 쉬이 파악할 수 있는 인물이기도 하다. 다만 〈굿 포 낫씽〉이 그다지 친절한 영화는 아니기에, 인물들의 고뇌를 낱낱이 알 수는 없다. 그저 불안을 공유하고 은연중에 성장하는 모습을 비출 뿐이다. 그럼에도 한편에는 관객이 길을 잃지 않도록 이정표를 제시하는 인물이 있다. 테츠오는 가장 조용하고 소심하지만, 종래에는 가장 대범하게 행동한다. 늘상 친구들의 뒤를 따르던 그는 어느 순간 머리를 밀고, 먼저 나서서 행동하기 시작한다. 이야기 말미에는 자신의 소유도 아닌 차를 되찾고자 운전대를 잡는다. 이 과정이 영화 속 인물들이 함께 겪고 있는 청춘의 성장을 대표하기도 하는 것이다.

영화는 그들의 아무것도 아닌 시간을 반복해서 보인다. 허나 그 속에는 분명 미묘한 차이가 있다. 영화 초반 친구들과 떨어져 아르바이트를 하던 인물은 테츠오였지만, 영화 후반부 친구들을 두고 아르바이트를 하는 인물은 타니다. 이와마와 타니가 과거의 테츠오를 끌어낸 인물이라면, 시간이 흘러 테츠오가 타니를 끌어내는 인물이 되는 것이다. 스스로는 제자리처럼 보일지 몰라도 그들은 분명 함께 성장하고 있음이 명확해지는 순간이다.
모든 사람의 하루가 영화적일 수는 없다. 어쩌면 영화적이지 않은 하루가 더 주류라 할 수 있다. 그렇기에 영화 속에서는 오히려 아무것도 아닌 사람과 아무것도 아닌 하루가 특별해진다. 아무것도 아닌 성장 역시 마찬가지다. 〈굿 포 낫씽〉은 가장 평범한 흑백 스크린 속에서 실제로 있을법한 어떤 청춘을 그리며 우리의 기억 속에 영화를 덧입힌다. 쓸모없어 보이지만, 가장 특별한 어떤 겨울날 위에서 우리의 청춘을 함께 그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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