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백하지마〉리뷰: 삶을 담(닮)은 영화
* 관객기자단 [인디즈] 정다원 님의 글입니다.
삶을 살아가면서 우리는 종종 영화 같은 순간을 마주한다. 그간의 NG 같았던 모난 시간을 넘어, 비로소 OK를 만난 듯한 마법 같은 순간. 비로소 모든 응어리가 녹아내리는 듯한 시간을 찾아 헤매며, 우리는 삶의 순간들을 견뎌낸다. 한편, 영화에서 우리는 ‘진짜’ 삶을 찾는다. 인물의 삶이 우리의 것과 얼마나 닮았는지 관찰하며 공감하고, 동시에 나만 그런 건 아니라는 위로를 받는다. 이렇듯 영화는 삶의 경계에 있다. 프레임이라는 경계에 삶을 담는 순간, 그것은 영화가 된다. 영화의 경계의 연장선에 내 삶을 갖다 대면, 그것은 삶의 위로가 된다.

영화 〈고백하지마〉는 그야말로 삶의 우연성을 그대로 담은 영화다. 영화 속의 모든 말은 배우들 개인의 것이고, 그 과정에 일어나는 사건들 또한 즉흥적인 고백 이후의 상황을 덧붙여 가며 만든 것이다. 대본의 부재는 더 개인적인 말과 감정을 만들고, 이렇게 만들어진 감정은 텍스트의 재현을 넘어 새로이 발생한 생생함을 지닌다. 즉, 영화를 이끌고 가는 즉흥성은 감정이 서사를 이끌어내는 힘을 만든다. 이렇게 영화를 이끄는 힘은 마치 우리가 삶에서 영화 같은 순간을 발견하기까지의 과정처럼 보인다. 우연적인 충길의 고백과 유사한 구도로 찍힌 3개월 후의 재회 장면은, 그 불편했던 고백의 현실을 영화로 다시 읽어보겠다는 결심처럼도 느껴진다.

영화는 ‘고백하지마’라는 거절의 멘트를 제목으로 내세우지만, 전반적으로 거절에 대한 사랑을 내비치는 영화다. 마치 삶은 거절의 연속임을 보여주는 듯 말이다. 카메라를 비추니 그 속에 거절이 있고, 또 그 거절을 위로하는 만남이 있다는 걸 말하는 듯 충길과 현경은 만난다. 그때 그 티셔츠를 입은 채로. 이 과정에서 거절은 단순히 관계의 끝을 선포하는 것이 아닌, 새로운 서사의 가능성이 되어 존재한다. 마치 섣부르게 말해버린 고백을 다시 하려는 듯 말을 고르고 침묵을 유지하는 그들에게 열린 새로운 관계의 가능성처럼 말이다. 이때 영화에는 그저 음악만이 흐를 뿐이다. 이렇게 음악이 이야기를 대신하는 순간, 우리는 누군가의 우연과 일상을 따라가다 마침내 ‘영화’같은 순간에 도달한다.

영화를 보며 삶을 체감하고, 삶을 살아가며 영화를 떠올리는 우리에게 그 둘의 경계는 이미 흐려져 있다. 〈고백하지마〉는 그 흔들리는 경계에 카메라를 두고, 거절과 우연, 미완의 순간들이 서사로 변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그러니까 삶이 영화가 될 수 있다는 믿음은 허황된 낭만이 아니라, 우리가 매번 무너진 거절의 자리를 OK로 바꾸어 보겠다는 결심일지도 모른다. NG 그 자체로도 영화가 될 수 있음을, 우린 이미 알고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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