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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그랬어
〈고당도〉 그리고 〈세자매〉
*관객기자단 [인디즈] 박은아 님의 글입니다.
필요한 것이 많아질 때 슬퍼진다. 돈과 시간, 사랑과 사람. 홀로 살아가는 것도 벅찰 때가 있는 세상에서 다른 이를 길러내거나 부양해야 하는 책임을 짊어지게 되면, 들이마시는 숨 하나도 작게 마셔 삶의 무게를 줄여내고자 한다. 〈고당도〉와 〈세자매〉는 부모로부터 부여받은 삶을 사는 인물을 조명한다. 그리고 가족이란 울타리 안 아버지의 존재를 원망하고, 외면해 온 애환을 밖으로 표출해 내는 폭발적인 순간을 그려낸다.

〈고당도〉는 뇌사 상태의 아버지를 돌봐온 선영과 돈에 쫓겨 도망자 신세였던 동생 일회가 허위 장례식을 치르게 되며 시작한다. 아직 돌아가시진 않았지만, 돌아가셔도 상관없다. 오히려 그것을 더 원하게 되는 상황이 불효라는 것을 알면서도 저지르게 되는 데엔 돈이라는 아주 현실적인 문제가 끼어 있다. 조카의 대학 등록금과 당장 갚아야 할 돈, 그 사이에서 아버지의 존재는 세상에서 잠시 지워진다. 죽음이 도움이 되는 순간에서 선영과 일회는 충돌하지만 아버지가 필요하지 않다는 사실은 둘에게도 점점 분명해진다. 감당할 수 있는 선을 벗어난 위태로운 삶은 단절하지 않으면 연쇄적으로 대물림된다. 영화는 아버지 수발의 몫을 오롯이 선영에게로, 일회의 빚을 아들 동호에게 짊어지게 한다. 원하지 않았으나 살다 보니 부여받은 삶을 통해 여전히 가족의 묶음 안에서 살아가게 될 씁쓸한 필연의 맛을 느끼게 한다.

〈세자매〉는 아버지의 폭력을 겪고 자라난 세자매들의 삶을 보여준다. 성인이 되었고, 자신과 닮은 자식을 둔 부모로서 살아가지만 각기 다른 형태로 존재하는 상처는 아물지 않았고 그런 서로를 보듬어주며 단단한 연대를 그려낸다. 여즉 살아있는 아버지를 향해 정당한 사과를 받아내지 못하는 설움은 무엇보다 강하게 사무친다. 이쯤 오니 이제는 있어도 없는 것이라 여기며 아버지의 존재를 무심히 삭제하고 나아간 세상이 그들에게 꼭 맞는 집이 되리라 믿는다.

두 영화는 도모하는 슬픔을 보여준다. 그렇게 할 수밖에 없었고, 이렇게밖에 될 수 없었던 근원을 향해 악에 받친 소리를 내질러 본다. 그다음 지난 시간이 없던 일이 될 순 없으나 적어도 되풀이되지 않길 바라는 마음도 한 스푼 올려본다. 부족하게 성장했지만 그 결여는 자신의 전부가 되지 않는다. 아버지의 잘못이 자식의 서사로 완성되는 구조를 벗어나 각 개인으로서 살아 숨 쉬는 이야기에 긴 환호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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