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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unity/관객기자단 [인디즈]

[인디즈 Review] 〈익스트림 페스티벌〉: 가까이 보아야 사랑스러운 K-축제, etc…

by indiespace_가람 2023. 6. 27.

 

〈익스트림 페스티벌〉리뷰: 가까이 보아야 사랑스러운 K-축제, etc…

*관객기자단 [인디즈] 김소정 님의 글입니다.

 

 

영화 〈익스트림 페스티벌〉 스틸컷

 


  여기 어떻게든 굴러가는 축제를 그려낸 영화가 있다. 일주일 전 갑자기 정종 문화제에서 연산군 문화제로 바뀌질 않나, 이상한 커플이 와서 축제에 말을 얹질 않나. 도움이 되어야 할 팀장과 남자친구는 일의 진행에 하등 도움이 되지 않는다. 덕분에 연극팀은 갑작스레 바뀐 레퍼토리를 감당하느라 공연을 거부한다. 일손이 부족해 데려온 사람은 껄끄러운 전직원이고, 지역에서 구한 알바생은 인턴 자리를 당돌하게 꿰차기 위해 별안간 자기소개를 읊는다. 설상가상 초청한 초대가수는 오지 않고, 전직원과 대표의 내연 관계가 드러나면서 상황은 더 혼란해진다. 우당탕탕 제대로 되는 것 하나도 없는 상황에서 축제를 맡은 ‘질투는 나의 힘’ 스타트업 대표 혜수는 좌절과 그래도 축제를 무사히 마칠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 사이에서 아슬한 줄타기를 한다. 

 

 

영화 〈익스트림 페스티벌〉 스틸컷

 


  김홍기 감독의 〈익스트림 페스티벌〉은 정말 익스트림한 롤러코스터에 올라탄 것 같은 업 앤 다운을 선사해주는 영화다. 그래서인지 이 영화를 가만히 보고 있노라면 이것과 비슷한 우리 삶의 면면들이 떠오른다. 지역에서 열리는 각종 K-축제는 물론이고, 회사에서의 프로젝트, 동아리 활동, 영화제 기획과 운영 등 여럿이 모여 하나의 일을 진행하는 모든 것들이 떠오르는 것이다. 내가 통제할 수 없는 일들이 자꾸만 벌어지고 어느 것 하나도 잘 풀리지 않는 모습을 목도하게 되면 우리는 종종 이런 생각에까지 이르게 된다. ‘왜 이런 걸 쓸데없이 갖은 수고와 노력을 들여가면서까지 해야할까’라는 회의감과 무력감이 가득한 자조에 이르게 되는 것이다. 이것이 정말 유용한 것인지, 왜 이들이 각종 행정적인 부조리를 견뎌가며 잡무를 맡아 해야 하는지 등 한국의 성과주의에 대한 비판의 장 또한 한편에 마련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영화는 그보다 ‘중요한 건 꺾여도 그냥 하는 마음’이라는 포스터의 문구처럼 그럼에도 꾸역꾸역 어떻게든 일을 마무리짓고자 하는 인물들의 마음들을 조명한다. 


  누군가를, 혹은 무언가를 미워하고 비판하기란 참 쉽다. 완벽한 무언가란 있기 어렵고 마음에 안 드는 구석은 분명 하나쯤은 있기 마련이다. 하지만 가까이에서 이들이 왜 이렇게 사소해보이고 얼렁뚱땅인 축제에 진심일 수밖에 없는지 들여다보면 속수무책으로 이들을 사랑할 수밖에 없어진다. 극적으로 월드컵 16강 진출을 이뤄내고 태극기에 적혀 있던 ‘중요한 건 꺾이지 않는 마음’이라는 문구는 태극전사들의 끈기와 의지 끝에 얻은 값진 승리라는 점에서 화제가 되었다. 그 문구가 이제는 불타는 투지와 타오르는 열정이 있으면 승리한다는 말이 아닌 지치고 풍파에 부딪혀도 어떻게든 해낸다는 의미의 ‘중꺾마’로 다시금 전유되고 있는 것 같다. 그도 그럴 것이 일상에서는 스포츠 경기처럼 명확한 승패가 갈리지 않기 때문이다. 대신 우리는 매일매일의 크고 작은 기쁨과 슬픔을 마주하면서 살아간다. 각자의 목표는 모두 다르겠지만 〈익스트림 페스티벌〉속의 인물들 또한 지금 본인들이 처한 현재에서 기쁨과 슬픔을 누리기 위해 각자의 최선을 다한다. 이들의 모습이 어리석어 보이고 답답해 보일지라도 결국 우리는 대부분 이렇게들 살아간다. 그러고선 또 다음을 준비한다. 혜수가 연산군 문화제를 끝내고 또 다른 축제준비에 돌입하는 것처럼 말이다. 그게 지독하고 웃픈 K-스러움에 우리가 한없이 빠져들 수밖에 없는 이유가 아닐까. 

 

 

영화 〈익스트림 페스티벌〉 스틸컷

 


  영화에서 재미있는 존재들은 취재를 하러 온 기자도 아니고 지역 주민도 아니지만 알 수 없는 이유로 축제의 모든 일정에 참가하는 ‘축제녀’와 ‘축제남’ 커플이다. 이들은 혜수가 급하게 바뀌어버린 연극의 리허설을 보며 걱정하고 있을 때 옆에서 역시 갑자기 이름이 바뀐 데에는 이유가 있다며 축제에 실망감을 내비치는 것처럼 보인다. ‘기자분들이신가요?’라고 묻는 혜수를 등지고 등산복을 입은 관광객처럼 보이는 커플은 태연하게 돌아선다. 그런데 이들은 상민이 급조한 고문체험 부스에서 칼을 쓰고 돌연 눈물을 흘린다. 또 축제가 끝나가는 무렵 이번 축제는 망했다며 한탄하는 혜수 옆에서 자신들이 딱 이런 모습을 보기 위해 축제에 오는 것이라고 말해주기도 한다. 『전국축제자랑』(민음사, 2021)을 쓴 김혼비•박태하 작가의 모습이 마치 이렇지 않았을까 하고 상상해보게 되는 영화 속 커플은 직접 세심하게 살펴보았을 때 발견할 수 있는 우당탕탕 축제의 귀엽고 사랑스러운 면모를 외부의 시선에서 바라볼 수 있게 하는 존재다. 이들은 이 축제를 보기 위해 여러 자료 조사를 하고 숙소를 구하고 일정을 알아보았을 것이다. 이렇게 이면을 바라봐주는 존재들이 있기에 축제는 어떻게든 또 굴러갈 수 있고 축제를 이어나가려는 사람들에게 작지만 무엇보다도 강한 의지를 솟아오르게 할 수 있다. 무언가를 자세히 들여다보는 것은 많은 노력이 필요한 일이다. 하지만 그 마음은 결국 사랑이나 다름없다. 쉽게 미워하는 것보다 어렵게 사랑하는 것만이 우리에게 앞으로 닥칠 거센 풍랑을 이겨낼 수 있는 방법이 아닐까 이 영화를 보며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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