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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unity/관객기자단 [인디즈]

[인디즈] 〈여섯 개의 밤〉인디토크 기록: 아지랑이처럼 피어오르는 이야기들

by indiespace_가람 2023. 4. 18.

 

아지랑이처럼 피어오르는 이야기들

〈여섯 개의 밤〉 인디토크 기록


일시 2023. 03. 29(수) 오후 7시 상영 후

참석 최창환 감독, 강길우, 강진아, 김시은, 정수지 배우

진행 이화정 영화저널리스트

 

*관객기자단 [인디즈] 조영은 님의 기록입니다.

 

 

오래전에 각자 품고 있던 시간을 드디어 꺼내어 볼 수 있게 됐다. 그날의 밤은 대체 뭐였길래, 이토록 몸을 무겁게 만드는 것일까. 한여름의 무더위에 우리는 너무나도 쉽게 지친 마음을 들어 내보이고, 이상하리만치 가까워졌다가 멀어진다. 겉으로는 낭만적인 기운들이 물씬 풍기기도 하지만, 그 깊어가는 호텔 방 안에서는 사실 어떤 대립도 있고, 아지랑이가 피어오를 정도의 열기를 경험하기도 하고, 차곡차곡 쌓아나간 관계를 무너트리기도 한다. 그 연장선상으로 이어진 인디토크에서는 작품을 받아들이는 각기 다른 마음을 들어볼 수 있었다. 일어나지 않았더라면 좋았을 그날의 기억들을 찬찬히 되짚으며 여섯 개의 밤을 헤아려보는 시간이었다.

 

 

 

 

이화정 영화저널리스트(이하 이화정): 안녕하세요. 저는 영화 저널리스트 이화정입니다. 반갑습니다. 오늘 〈여섯 개의 밤〉 개봉 기념 인디토크인 거 아시죠. 오늘은 감독님을 비롯해서 영화에 나온 거의 모든 배우 분이 빠짐없이 참석을 해주셨어요. 그래서 영화 잘 보셨는지 너무 궁금한데 오픈 채팅방으로도 많은 질문 남겨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감독님 먼저 인사 좀 부탁드릴게요.

 

최창환 감독(이하 최창환): 코로나가 끝나고 이렇게 마스크 안 쓰고 극장에서 보는 게 정말 오랜만인 것 같아요. 앞에 영화가 세 편 정도 더 있었는데 (긴 한숨) 맨 처음 개봉 한 날 아마 한국의 코로나 거리 두기가 시작됐던 기억이 나요. 〈파도를 걷는 소년〉(2019) 때인가.

 

이화정: 네. 뼈아픈 기억들이….

 

최창환: 그 뒤로 줄줄이 GV가 다 취소되었었죠. 아무튼 코로나가 딱 풀리는 시점에 개봉하게 되어서 너무 기쁘고요. 역경의 시기를 지나와서 이렇게 극장에서 관객분들과 마이크를 나누게 되어서 너무 기쁩니다. 감사합니다. 찾아와 주셔서.

 

이화정: 그만큼 코로나 기간에도 영화를 많이 만드셨다는 뜻인데, 어쨌든 코로나 없는 세상에서 〈여섯 개의 밤〉 개봉을 축하드리는 의미에서 더 큰 박수 한 번만 더 부탁드립니다.

 

(관객석 박수)

강진아 배우(이하 강진아): 네. 오랜만에 뵙겠습니다. 그리고 처음 뵙겠습니다. 저는 엄마와 딸 모녀 에피소드 연기한 강진아입니다. 반갑습니다.

이화정: 배우님도 한 말씀 해 주세요. 감독님이 이렇게 감격에 차 계셨는데….

강진아: 그때 여름에 촬영했었는데 설레는 마음도 있었고 긴장감도 많이 있었거든요. 그런데 오랜만에 이렇게 개봉이라는 기쁜 소식을 안고 저도 관객으로서 영화를 보고 또, 관객분들을 만날 수 있는 자리를 맞이할 수 있어서 기쁘고요. 너무너무 감사한 마음이 큽니다. 오늘 관객분들이 많이 와주셨다고 생각하거든요. 가시면서도 좋은 입소문 내주셨으면 좋겠어요. 감사합니다.

 

이화정: 네. 정말 관객분들까지도 마스크를 안 쓰는 모습을 보는 게 생소하네요. 이런 모습이 생소해질 줄이야 몰랐지만 어쨌든 반갑습니다.

김시은 배우(이하 김시은): 안녕하세요. 저희 영화가 2020년 여름에 찍었더라고요. 이렇게 삼 년 만에 개봉하게 되었는데요. 정말 기쁘고 오늘 이렇게 개봉 첫날 찾아와 주셔서 너무너무 감사하고 더 뜻깊은 시간이 될 것 같아요. 그리고 화정 기자님도 너무 오랜만에 뵙고 오늘 즐거운 소통했으면 좋겠습니다.

 

이화정: 〈빛과 철〉(2018)도 코로나 기간에 개봉해서 최창환 감독님이랑 비슷한 느낌을 받으셨을 것 같아요.

김시은: 네 맞아요. 그때 여기서 GV도 했었어요. 정말 저희도, 관객분들도 다 마스크 끼고 핸드폰으로 소통하면서 했었는데 정말 감개가 무량합니다.

이화정: 다시 한번 큰 박수 부탁드릴게요. 아마 어려운 역병이 있던 시절에도 극장에서 제일 많이 만날 수 있으셨던 강길우 배우님 인사 들어보도록 하겠습니다.

강길우 배우(이하 강길우): 안녕하세요. 저는 영화에서 규형 역을 연기한 강길우입니다. 반갑습니다. 제가 말씀을 듣다가 생각을 해봤는데, 영화 굉장히 많이 개봉했잖아요.

이화정: 그렇죠. 〈초록밤〉(2021)도 있었고, 〈정말 먼 곳〉(2020)도 있었어요. 다작하신 배우님이시죠.

강길우: 진아 배우랑 함께 출연한 〈한강에게〉(2018)를 제외하고는 다 코로나 때 개봉했더라고요. 생각해 보니까. 그걸 잊고 있었어요. 그러네요. 제가 제일 피해자네요. (웃음)

이화정: 코로나가 있던 극장가를 어떻게 보면 살렸던 생명수 같은 배우님입니다. 그 기간의 강길우 배우님께 박수를 한 번 좀 드릴까요.

강길우: 오늘 개봉 날 찾아와 주셔서 감사드리고요. 재미있는 대화 나눴으면 좋겠습니다. 고맙습니다.

 

정수지 배우(이하 정수지): 안녕하세요. 저는 수정 역할 연기한 정수지라고 합니다. 영화는 작년에, 전주에서 처음 보고 오늘 두 번째로 보는 건데 뭔가 살짝 바뀐 기분이에요. 제 감회도 새롭더라고요. 개봉 날 관객분들이랑 같이 영화를 보게 되어서 기뻤고요. 오늘 와주셔서 너무 감사합니다.

 

영화 〈여섯 개의 밤〉 스틸컷

 

 

이화정: 네. 저희 인사를 듣는데 그간 2년 반 정도 쌓였던 우울감 같은 것들이 좀 날아가는 기분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진짜 앞으로 쭉 코로나가 없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고요. 그 신호탄으로 〈여섯 개의 밤〉이 개봉하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이 작품은 굉장히 신기하죠. 뉴욕행 비행기에 탔는데 뉴욕 근처에도 못 가요. 심지어 어떤 분은 진짜로 못 가기도 하셨죠. 저는 ‘최창환 감독님이 조금 달라지셨나….’ 그동안에 낭만적인 기운이 많이 묻어나는 작품들을 하신다고 생각했다가, 역시 비행기에 타고도 땅에 있는 문제점들을 여전히 못 버리고 가지고 오시더라고요. 감독님께 이 작품 어떻게 시작하게 되셨는지 이야기를 좀 먼저 들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최창환: 〈내가 사는 세상〉(2018)을 찍고, 〈파도를 걷는 소년〉을 찍고, 개봉 행사를 할 때쯤에 이 영화의 제작자이자 시나리오 작가인 김기현 대표가 시나리오를 주더라고요. 연출을 해주지 않겠냐고 했을 때, 일단 시나리오를 읽어보겠다고 했죠. 근데 ‘이 캐릭터는 내가 할 수 있는 얘기가 아니다.’ 생각했어요. 그 결을 채울 수가 없겠더라고요. 그래서 “각색의 권한을 많이 주면 생각은 해볼게.”라고 해서 시작을 하게 되었어요. 제작하면서 배우들과 캐릭터에 대한 얘기를 했고, 김시은 배우와는 싸우기도 많이 싸웠고요.

 

이화정: 아, 여전히…. 두 분 늘 싸우시는 걸로 유명하시더라고요. (웃음)

최창환많이 싸우지는 않는데 제가 캐릭터를 만들어 가면 김시은 배우가 마음에 안 들어 하고 ‘왜 이렇게 되어야 하느냐’ 라며 못하겠다고 하는 거죠. 근데 그때 다른 작품도 하기로 해서 (저는) “어떤 작품을 못 하는 거야?”라고 물어보기도 했습니다. 아무튼 그렇게 시나리오를 각색을 마치고 제가 만족할 수 있을 정도로 캐릭터를 만들어낸 다음에서야 촬영을 시작했어요. 근데 이게 제 세 번째 작품이잖아요. 첫 번째와 두 번째는 제가 오리지널 시나리오를 가지고 해서 캐릭터를 구성하거나 영화의 구조를 만드는 것에 큰 부담감은 없었어요. 근데 남의 시나리오로 제가 첫 영화에 연출을 한다고 생각했을 때 되게 힘주고 싶더라고요. 엄청 힘을 주고 싶어서 김기현 대표한테 나는 예술 영화 만들 거라고…. ‘세 시간짜리 영화를 만들 거다’라고 했더니 편집권을 자기가 가져가겠다고 얘기를 했고, 마치 할리우드 영화처럼 계약서에 감독판을 넣어주셨어요. 그리고 저는 실제로도 세 시간짜리 영화를 찍었거든요.

이화정: 그러면은 지금 이제 개봉 버전 말고 앞으로 풀 버전의 이야기도….

최창환: 네. 세 시간짜리 영화를 찍고 〈윤희에게〉(2019)를 편집한 박세영 기사님한테 첫 번째 촬영본이 갔어요. 세 시간짜리를 찍었는데 편집을 해 봤자 두 시간 정도 나오겠지, 했는데 90분짜리를 딱 만들어서…. (웃음) 근데 뭐, 재밌었습니다. 90분짜리도 이렇게 재밌을 수 있다고 생각하고요…. 세 시간짜리 영화도 있습니다. 기대해 주시면….

이화정: 그건 언젠가 풀 수 있는 건 거죠.

최창환: 네. 영화에 안 들어가 있는 아주 고독하고, 우울하고, 쓸쓸한 기운이 넘치는 각자의 모습들이 가득 담겨 있습니다. 롱 테이크도 더 길고요.


이화정: 알겠습니다. 그러면 영화의 추이를 지켜보면서 꼭 공개되기를 기다려보겠습니다. 이 각본에서 감독님의 마음을 움직였던 부분이 있을 것 같아요. 각색하시면서도 어떤 부분을 중점을 두고 싶으셨고 욕심이 나셨는지 말씀해주신다면요.

최창환: 관계에 대한 얘기였어요. 여행지에서 떨어져서 남게 되는 관계들과 폭발하게 되는 지점들이 제가 좋아하는 영화들도 되게 닮아 있었고요. 역시나 이런 영화의 시나리오는 제가 못 쓸 것 같은데, 좋은 시나리오가 있으면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있었어요. 그때 마침 이제 김기현 대표가 시나리오를 딱 준 거죠.

 

 

 


이화정: 감독님의 스타일이나 하고자 하는 이야기들이 익숙하신 분도 계시지만 또 새로운 분도 계신데 배우 분들은 시나리오를 제안 받았을 때 영화가 어떻게 다가왔는지 얘기를 들어보도록 하겠습니다. 김시은 배우님은 감독님과 작업을 많이 하셨죠. 아까 우스갯소리로 ‘두 분이 많이 싸우세요.’ 라는 얘기도 했지만, 그만큼 의견 교환이 활발한 걸로 알고 있거든요.

김시은: 우선 시나리오를 받기 전에, 먼저 창환 감독님이 쓰신 시나리오에 길우 배우님이랑 작품을 준비하고 있었어요. 〈숨어드는 산〉(2020) 촬영 전에 주셨던 게 ‘레이오버 호텔’이고요. 그때는 제목이 그랬는데 읽고 되게 재밌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뒤에 같은 팀으로 찍어야 하는데 또 찍어 봐도 괜찮겠다고 생각했었고, 읽으면서 이해가 안 되거나 그러지 않았고 일상에서 정말 많이 공감하고 접할 수 있는 이야기가 되겠다는 첫인상이 있었고요. 그리고 그때 기억이 한 조각이 있는데, '규형' 역할이 어쨌든 잘 사는 집안의 인물이잖아요. 남성으로서 교육도 잘 받고 자란 캐릭터를 감독님께서 ‘이 캐릭터 잘 모르겠다.’ 하면서 저한테 역할을 바꾸자고 제안을 해주셨어요. '지원'이랑 '규형'이.

이화정: 완전히 다른 모습이 됐을 수 있겠네요.

김시은: “그러면 '지원'이 뉴욕에 가자고 얘기하는 인물이고, '규형'이 한국에 남고 싶어 하는 인물로 바꾸는 건 어때?”라고 제안을 해주셨을 때 제가 정말 죄송하게도 싫다고 말씀드렸어요. (웃음)

최창환: ‘싫다’가 아니고 정색했었습니다. 그때 기억이 나는데, 〈숨어드는 산〉 당시에 예전 빨치산이 있고 이런 배경이 있어서요. 합천 쪽으로 저희가 투어를 돌고 같이 워크숍을 했던 기억이에요. 그때 김시은 배우가 있었는데 정색하면서 2층으로 올라갔던 기억이 납니다.

 

김시은: 왜냐하면 초반에 제안해주신 게 아니고, 꽤 나름대로 사전 준비를 했었던 시점이었거든요. 첫 리딩 무렵 배우들 다 같이 한번 모였던 때요. 그렇게 이른 시점도 아니고, 그렇게 늦은 시점도 아닌 시기에 감독님이 그렇게 제안해 주셨는데 저는 이미 '지원'의 환경으로서 많이 생각하고 있었던 것 같아요. 사실 감독님도 인물을 통해서 하고자 하는 이야기가 있으신 분이잖아요. 근데 그때 당시에 저는 숲을 못 보고, 작업이 시작되면 그것에만 시야가 좁아진다고 해야 하나요. 그래서 거절했었는데 그 이야기인 거죠. 제 기억으로 싸운 건 아니고 제가 정중히 거절했던 거죠. (웃음)

최창환: 그때 강길우 배우가 옆에 있었는데 “감독님 이거 〈숨어드는 산〉 워크숍 아니에요?”라고 했다니까요. (웃음)

이화정: 싸움을 좀 정정해서, ‘좋은 작품을 위한 논쟁’으로 말을 바꾸도록 하겠습니다. 강길우 배우님 옆에서 논쟁을 지켜보시면서 저런 이야기를 남기셨다고 했는데 어떤 기분이셨어요. 어떻게 보면 '규형'과 '지원'이 바뀔 수도 있는 상황이었네요. 처음에는요.

강길우: 저는 '규형'을 하든, '지원'을 하든 크게 상관없었어요. 단지 ‘시은이의 심기를 건드리지 말아야겠다.’ 이런 생각이 들었죠. (웃음)

이화정: 오늘 분위기가 약간 김시은 배우 폭로전처럼 가는 경향이 없지 않아 있네요.

강길우: 감독님과 그런 티키타카들이 저는 재밌었어요.

 

영화 〈여섯 개의 밤〉 스틸컷

 

 

 

이화정: 감독님과 배우들과의 관계의 역학 구조로 봤을 때 감독님이 워낙 간곡하세요. 그래서 시은 배우님과 유일하게 언어로 소통을 많이 하는 편이고, 감독님께서 강길우 배우님은 ‘말을 안 해도 나와 통하는 배우’라는 말을 쓰셨거든요. 그러면 거의 캐스팅 과정이나 제안 받을 때도 눈빛으로 보통 이런 일들이 이루어지는 건가요. 감독님과의 어떤 믿음이 있으신지요.

 

강길우: 눈빛으로 하지는 않지만, 시은 배우가 했던 얘기를 들으니까 생각이 나는 게, 〈숨어드는 산〉 때 이 영화 촬영이 2020년 7월, 9월, 11월 이렇게 ‘최창환 트릴로지’를 완성한 시기가 있어요. 그 작품이 〈여섯 개의 밤〉, 〈숨어드는 산〉, 〈식물 카페, 온정〉(2021)이거든요. 〈숨어드는 산〉을 먼저 얘기하고 그런 과정에서 감독님이 ‘이것도 읽어봐.’ 하셔서 읽어봤는데 ‘근데 이걸 먼저 찍어야 돼.’ 라고 얘기를 하셨죠. 그때는 뭐, 지금보다는 영화를 하는 것 자체가 일이라기보다 놀이 같았어요. 그런데 마음이 잘 맞고 좋아하는 사람과 작업을 하면 더 재밌으니까 참여했던 작품이고, 저한테는 〈숨어드는 산〉이 메인 프로젝트였고 〈여섯 개의 밤〉은 그 이전에 호흡을 맞출 기회 같았죠. 특히나 영화에서 삼분의 일만 하면 되는 거니까요. 그래서 재밌을 것 같아서 시작했는데 시은이는 진심으로 작품의 인물을 보느라 감독님과 이렇게 재밌는 시간이 있었죠.

이화정: 알겠습니다. 강길우 배우님은 어떤 작품이 와도 최창환 감독님의 작품은 믿고 하는 걸로 대충 정리가 되는 것 같습니다. 사실 감독님이랑 계속 작품을 하고 있는 두 배우님의 얘기를 좀 들었는데, 정수지 배우님은 처음 작업을 하신 거잖아요. 어떤 느낌이셨는지요. 캐스팅 초창기 얘기를 좀 들어볼게요.

정수지: 저한테는 모르는 번호로 갑자기 전화가 와서 “최창환입니다.” 이렇게 말씀하시더라고요. 그러다가 ‘대본을 하나 보낼 건데, 수지 씨가 할 수 있을 것 같은 대본이다.’라고 하셨는데 저는 감독님이랑 따로 사석에서 얘기하거나 만난 적이 없었거든요. 작품을 본 적은 있지만요. 그래서 그냥 감독님이 단편 몇 개를 보시고 연락을 주셨다고 생각해서 전화를 끊고 대본을 받기까지의 그 시간이 기억나요. 설레었거든요.

이화정: 아마 가장 좋은 기억을 가지고 작업을 시작한 배우로 일단은 정리를 하겠습니다. 강진아 배우님께도 처음 이야기를 좀 들을게요.

강진아: 저도 최창환 감독님하고는 첫 작업이었고요. 대구단편영화제 통해서 서로 인사하는 사이였는데 정말 2020년 이맘때였어요. 5월쯤이었는데 그때 전화 와서 감독님께서 제안을 해주셨어요. 일단 너무 기뻤고 무엇보다 변중희 선생님하고 작업을 너무 해보고 싶었는데 〈작은 빛〉(2018) 이후로 굉장히 팬심이 커졌거든요. 근데 모녀로 출연할 수 있다고 해서 전화 끊고 너무 기뻤었던 기억이 나요. 감독님께서는 사전에 저와 변중희 선생님이 모녀로서의 시간을 영화로 찍기 위해 저희에게 같이 시간을 좀 보내라고 하셔서 굉장히 재밌는 시간도 보냈습니다.


이화정: 최창환 감독님에 대한 신뢰보다는 역시 처음 시작하시는데 변중희 배우라는 아우라, 독립 영화계에서 정말 빼놓을 수 없는 배우님과의 작업이 더 설렌다고 제 맘대로 일단 해석하면서 정리해보겠습니다.

강진아: 최창환 감독님 작품도 좋아하고요. (웃음)

 

영화 〈여섯 개의 밤〉 스틸컷

 

 

이화정: 네. 이 작품이 정말 흥미로운 프로젝트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우리가 독립 영화를 선택할 때 이 배우들의 이름이 있으면 일단 신뢰하고 보게 되잖아요. 그런 배우들이 각각의 롤을 맡아 짧은 단편 같은 재미도 느끼면서 전체 프로젝트로 완성할 수 있는 작품이라는 점에서 좀 관심이 갔는데, 저희가 관객으로서 가지는 관심과 마찬가지로 배우들에게도 그런 엔 분의 일의 즐거움이 있지 않았을까 생각이 듭니다. 왕가위 감독의 〈2046〉(2004)처럼 레이오버 호텔이라는 소재가 등장합니다. 이륙도 착륙도 아닌 상황에서의 하룻밤을 어쩔 수 없이 묵어야 한다는 데 있는 쓸쓸함과 고독감이 있는 것 같아요. 그 안에서 방의 호수 하나하나를 통해서 인물들의 관계와 이야기를 끌어내셨는데 이 공간이 가지는 의미를 감독님께 들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최창환: 방의 호수는 시나리오에 있던 호수와는 다른 호수였어요. 현장에서 호텔이 진행해주는 방을 찍어야 하기 때문에 호수를 그렇게 찍었고요. 일단 맨 처음에 시나리오를 읽었을 때는 제 바람은 바다를 건너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있었어요. 한국이라는 도시가 어쨌든 한국인들한테는 낯설지 않잖아요. 그 어디를 가더라도 한국어를 쓰면서 소통을 할 수 있는데 저는 세 커플이 한국과 전혀 다른 낯선 곳에 떨어졌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었거든요. 그나마 낯설다고 생각했던 곳이 제주도였는데 코로나 때문에…. 그리고 한여름에 촬영해야 하기 때문에 제작비를 감당할 수가 없는 수준이어서 부산으로 가게 됐고요. 어쨌든 철저하게 고립시키고 싶었어요. 밖에도 못 나가고 그 공간에서 일어난 일들을 그린 거죠. 밖에 나가게 되는 경우에는 혼자 있게 만들고요. 그래서 룸을 계속 찾는 과정에서도 소파가 침대 앞에 있으면 안 되고, 옆에 있어야 하고. 방에서 문이 바로 보여야 한다, 이런 부분도 있었고요. 그래서 계속 고립시키고 싶었어요. 탈출구를 계속 열어두고.

이화정: 네. 그러면 이제 각 방으로 한번 들어가 볼 텐데요. 수지 배우님의 이야기는 멜로 영역에 속하잖아요. 오히려 진짜 친하거나 사랑하는 사람에게는 못했을지도 모르는 이야기들을 하게 되는 캐릭터였는데 저는 〈2박 3일〉(2016)이라는 단편에서의 모습이 익숙해서 굉장히 파격적인 변신이라고 생각했거든요. 어떤 느낌으로 해석하시고 연기하셨는지요.


정수지: 사실 기자님께서 말씀하신 것처럼, 창환 감독님이 이 역할을 저한테 주셨을 때 신기했던 것 같아요. (웃음) 수정 캐릭터가 대본에서 쓰여 있는 거 말고 감독님이 계획한 그 사람의 의향이라든가, 화장법이라든가, 담배를 피운다든가, 검은색 옷만 입는다든가 하는 설정을 들을 때마다 새로워서 재밌었던 것 같아요. 그런 시도를 하기가 쉽지 않잖아요.

이화정: 진짜 크리스탈처럼 빛나야 하는데, 아까 블랙 의상도 얘기하셨지만, 아이라인이나 이런 화장법도 완전히 센캐로 하신 것 같은데 그 설정에 대해서 말씀해주세요.


정수지: 일단 뉴욕에서 생활하는 사람이라고 처음에 생각했는데, 제가 뉴욕에 안 가봐서 ‘이걸 어떻게 내가 해야 되나….’ 이런 생각을 했었죠. 감독님이 고스족이라고, 피어싱이나 타투나 화장이나 옷을 블랙 스타일로 하는 분들을 찾아보라고 하셔서 그걸 혼자 많이 그려봤던 것 같아요. 그러면서 걱정도 했고 저한테 안 어울릴까 봐.

이화정: 너무 잘 어울렸다는 생각이 드는데, 여러분들도 좀 공감하셨지 않았을까 싶네요. 뉴욕과 같았습니다. 실제로 스킨십 장면 같은 경우는 방마다 도전 과제들이 있었을 텐데 제일 좀 힘들지 않았을까 싶어요. 그 이야기도 좀 들려주신다면요.

정수지: 처음에 영화가 롱 테이크 영화였기 때문에, ‘그걸 어떻게 처음부터 끝까지 다 오케이를 할까’ 이거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었던 것 같아요. 의외로 그 신들은 어렵지 않았어요. 동선 맞춰보고, 어떻게 액팅을 해야 편하고, 카메라가 언제쯤 도착하고. 이런 걸 계획을 많이 했었는데 오늘 영화 보니까 이렇게 한 거에 비해서 되게 짧더라고요.

이화정: 아, 감독님 많이 좀 편집하신 거예요?

정수지: 그래서 진짜 노력을 되게 많이 했었는데…. (웃음) 그리고 감독님이 현장에서 너무 떠시는 거예요. 저랑 한주배우님은 가만히 있는데, 갑자기 “나 너무 부끄러워 가지고 어떡할지 모르겠다.” 막 이러시는 거예요. 그래서 저랑 한주 배우님은 침착한 척하면서 열심히 하려고 했던 일이 있었습니다.


이화정: 어떻게 보면 크리스탈의 장면에서 가장 격렬한 장면이기도 한데 감독님은 왜 떠신 거예요.

최창환: 아니 그걸 모니터로 보고 있어야 되니까요. 수지 배우의 다리를 따라 올라가고, 손길을 따라서 입술로 가고, 이런 것들을 모니터로 보고 있는 순간들에 배우들한테 어떻게 얘기해야 할지 모르겠더라고요. 이거는 배우들한테 맡겨야 하는 부분이니까 처음 리허설 때부터 너무 떨렸어요.

 

정수지: 아니에요. 되게 귀여우셨어요. (웃음)

최창환: 실제로 키스하는 걸 봐야 하는 거잖아요. 근데 우리는 그런 경우가 없잖아요. 극장에서 보는 거야, 스크린에서 보는 거니까…. 저는 바로 앞에서 가야 하는 부담감이 생기더라고요.

이화정: 그렇지만 그 장면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하신 거잖아요.

최창환: 네. 없으면 안 되는 장면이니까요.

이화정: 어떤 의미가 있는지 연출자의 해석을 좀 들어볼게요.


최창환: 그렇게 하룻밤을 지내야지만 수정이가 모든 거를 얘기를 할 수 있으니까요. 이런 것들이 진심일 수도 있지만 그게 가짜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거든요. 어떡하든 결과는 똑같을 것 같아요. 수정이가 모든 거를 극복하고 속을 털어놓는 과정들이 그런 관계가 없었으면 일어나지 않았을 거라고 생각이 듭니다.

 

 

영화 〈여섯 개의 밤〉 스틸컷

 


이화정: 아마 각 장마다 배우들에게는 실험일 수도 있을 정도의 긴 롱 테이크 장면이 주는 도전이 있었을 텐데, 1215호죠. '규형'과 '지원'의 방으로 가면 ‘말로 하는 액션의 실험의 장’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두 배우님께도 이 작품이 도전으로 다가왔는지, 어떤 자극이 되었는지. 이야기를 좀 들어보겠습니다. 강길우 배우님은 아마 본인이 한 작품 통틀어서 가장 직업이 번듯한 캐릭터이기도 한데 그런 말투나 애티튜드 같은 것들이 캐릭터 안에 배어 있다고 생각했어요. 그 호텔 방 안에 있는 동안에도 어떻게 연구하셨는지요.


강길우: 저는 연기하는 입장에서는 직업에 신경 쓰지 않는 편인 것 같아요. 그래야 더 재밌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특히나 이 영화에서는 대사의 정보만으로 ‘이런 일을 하고 있다’일 뿐이지, 짝과 함께 호텔에 있는 게 다잖아요. 그래서 직업적인 부분에 신경 쓰지 않았고 연인과의 관계, 특히나 결혼을 앞둔 '규형'의 마음이 어떨까…. 처음 대본을 읽었을 때 '규형'의 마음의 상태가 어떨까를 연기해야 하는 입장에서 판단할 때 좀 그런 생각이 좀 들었었어요. ‘항상 희생하고 있다는 피해 의식.’ 그들도 각자 나름대로 최선을 다하고 있는 것 같은데, 제삼자로 보기에 '규형'은 결혼을 앞둔 시점에서의 불안감이 싸움을 계기로 터져 나온 거죠. 그전까지는 ‘그냥 맞춰갈 수 있을 거야.’라고 합리화하고 살다가 말을 나온 김에 얘기해보자면서. (웃음) 여기서 뭔가 한 번에 터져 나와야 하는데, 문제는 원 테이크를 촬영을 할 것이고 또 보통 긴 게 아니었어요. 굉장히 길고 또 굉장히 감정적인 신이었죠. 분명히 이건 여러 번 찍지 못할 것이기 때문에 부담이 컸죠. 그 장면만 찍으면 저의 에피소드 다 찍었다고 생각할 정도로 리허설부터 최선을 다했어요. 사실 리허설 할 때 에너지를 다 썼다고 봐야죠.

 

이화정: 테이크를 몇 번이나 가신 거예요?

강길우: 리허설을 포함해 세 번인가요. 그러고 나서 저도 사실 ‘제발 그만 찍었으면 좋겠다.’ 이렇게 생각하고 있었는데 감독님도 “도무지 못 보겠다.” 하시더라고요. (최창환 감독을 바라보며) 대체로 못 보시네요.

이화정: (일동 웃음) 그러네요. 일단 이 방의 스킨십도 못 보겠고….

강길우: “기가 빨려서 못 보겠다.” 하셨습니다.

최창환: 한여름이었잖아요. 녹음도 해야 하는데 호텔 방 안에 스태프를 포함해서 한 열다섯 명 들어가 있는 상태에서 에어컨도 꺼야하니까. 두 사람이 발산하는 열이 ‘단내가 난다’고 그러잖아요. 그냥 풀풀 났었어요. 모니터 보는데 아지랑이가 올라가는 것처럼 보이더라고요. 두 번째 테이크가 끝났는데 김시은 배우는 한 번 더 가자고 해서 제가 “오케이 하면 안 될까요.” 그러니까, 시은 배우님이 “감독님이 오케이면 그냥 오케이 할게요.” 했던 기억이 납니다.


이화정: 현장도 그렇게 아지랑이가 날 정도인데 여러분들도 갑갑함을 관객들한테 전달하려고 했던 것 같아요. 정말 커플이 화해하지 말았으면 좋겠다고 할 때까지 밀어붙인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시은 배우님께도 '지원'이라는 캐릭터 연기하면서 정말 아지랑이가 피어올랐나요. 어느 정도의 중압감을 느끼셨는지요.

김시은: 어쨌든 '지원'은 결혼이 다가오면서 집안에 대한 열등감이 있었던 캐릭터라고 생각하고 거기에 주안점을 두고 했던 것 같고요. 저도 마찬가지로 전부 롱 테이크로 찍을 거라는 얘기를 듣고 나서 똑같이 ‘이거는 대사 때문에 NG내면 절대 안 되겠다.’ 생각을 하고 호텔 로비에서 촬영 전날인가 (강길우) 오빠랑 밑에서 대사도 맞춰보고 했던 것 같아요. 웬만하면 애드립도 안 하려고 하고, 대본대로 하려고 많이 노력을 했었고요. 그리고 현장이 정말 덥더라고요. 여름인데 말 그대로 에어컨도 안 켜고, 이불도 뒤집어쓰고, 이러는데 자꾸 열을 내니까 실제로 많이 그 열기가…. 그래서 리허설을 하고 테이크 두 번 가고 이제 감독님이 “오케이 해도 괜찮을 것 같다.” 근데 그거는 잘 기억이 안나요. 제가 한 번 더 가자고 했나요. 기억이 안 나요. (웃음)

이화정: 감독님은 맺히셨나 봐요.

강길우: 한 번 더 가자고했어요. 저랑 감독님의 눈이 마주쳤는데….

이화정: 아, 이건 아니다. (웃음)

김시은: 제가 열정이 많은 사람이거든요. 사실 싸우는 신에서 클로즈업도 되고, 카메라가 이쪽으로 갔다가 저쪽으로 갔다가 하는데 모니터링을 못 했어요. 나중에 보니 제가 얘기하고 있는 중에 듣고 있는 '규형'의 얼굴이 잡히더라고요. 이런 것들이 롱 테이크만이 가진 매력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너무 흡족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화정: 그 장면은 수영장 장면 이후에 찍으신 거예요. 아니면 수영장 장면 먼저 찍으셨나요.

김시은: 제 기억으로 먼저 찍은 것 같은데, 수영장 장면에 순서로. (감독과 배우를 바라보며) 그렇죠?

이화정: 반대가 됐었어야 하는데, 그렇죠? (웃음) 약간 열 받고 나서 수영장 장면 찍었으면 더 좋지 않았을까 생각이 듭니다. (강진아 배우님께) 1715호로 오늘 혼자 나오시긴 하셨는데, 이 관계는 오히려 한쪽은 쏟아내는데 계속 묵묵히 참고 터트리지 못하는 연기를 해야 된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동안에 쌓여 있던 것들이 한 번에 터질 때까지는 평온한 연기를 해야 된다는 생각이 들어서 이 부분의 조절을 어떻게 하셨을까 생각이 들더라고요. 막판에 엄마에게 다시 반격을 하기 전까지의 상황과 그 조절에 대해서 이야기 해주세요.

 

 

영화 〈여섯 개의 밤〉 스틸컷

 

 

강진아: 제가 신경을 썼던 부분은 모녀 관계라고 해서 서로 잘 알고 있다거나 익숙하다는 함정에 빠지지 않으려고 했어요. 그러니까 가족이라고 해서 서로의 마음을 너무 잘 이해한다고 생각하지 않는 부분이 있었어요. 둘이 같이 함께하는 순간들에도 서로 말하지 못하는 비밀들이 있거든요. 영화에 드러나지 않은 설정들도 있는데, 그런 것들을 감춘 채로 당장의 순간 - 엄마가 아픈 것을 케어 해야 되는 것 - 들에 신경을 썼죠. 저는 모녀의 이야기를 연기하는 것에 굉장히 관심이 많은데 그래서 저하고도 크게 다르지는 않다고 생각이 들었고요. 변중희 선생님하고 준비할 때 무엇을 서로 좋아하는지, 그리고 선생님께서도 본인이 딸로서 어땠는지, 어머니로서 현재 어떠신지 이런 얘기도 많이 들려주시면서 좋은 정보들을 많이 주고받았어요. 그리고 선생님의 플레이리스트를 틀어놓고 거의 새벽까지 같이 침대에 누워서 얘기 나누다 잠들었죠.

 

이화정: 변중희 배우님과 모녀이었을 수도 있겠다는 정도로 여러 가지 감정들을 공유하는 과정을 사전에 하신 거군요.

강진아: 맞아요. 감독님께서 둘의 관계들을 한번 서로 만나보고 부딪히면서 느끼도록 자리를 마련해 주셨다고 생각해요. 선생님의 동네에 초대받아서 여행하듯이 데이트도 하고 그랬었거든요. 그런 시간들이 영화에 저는 묻어났다고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도움 받았습니다.

이화정: 감독님 그러면 변중희 배우님과 강진아 배우님의 에피소드는 못 볼 장면은 없었던 거죠. 감독님이 모니터로. (일동 웃음)

최창환: 그렇지만 제가 절대 알 수 없는 감정들이었죠. 제가 또 경상도 사람이거든요. 모녀의 관계 얘기가 너무 힘들었어요. 제가 모르는 얘기니까요. 항상 이런 관계들은 텍스트로만 (드라마나 영화에서) 보는 관계였고 제가 이걸 구현해야 될 때에는…. 모녀의 관계를 제가 어떻게 알겠습니까. 그래서 저는 이 영화에서 나올 수 있는 제 영화적 무드만 엄청 신경을 쓰고, 모든 것은 변중희 선생님과 강진아 배우님에게 맡겨야 되겠다라는……. 그래서 너무 많은 걸 기대했던 것 같아요. 모녀 관계에 대한 이야기는.

 

영화 〈여섯 개의 밤〉 스틸컷

 

 

이화정: 배우님들의 지분이 정말 어느 영화보다도 많은 작품이지 않을까 싶네요. 그 안의 케미를 통해서 끌어내지는 부분들이 영화에 고스란히 담겼다는 생각이 듭니다. 영화 제목은 ‘여섯 개의 밤’이 아니라 ‘레이오버 호텔’이라고 제목을 지을 생각도 하셨다고 하셨는데 저는 세 이야기가 여러분들도 공감하실 만한?…. ‘아, 이거 내 이야기랑 굉장히 맞닿아 있어.’ 하는 관계들이 있으실 거예요. 오픈 채팅방에 있는 질문을 소개 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첫 번째 에피소드의 남녀가 다음 날 조식을 먹을 때에는 각자 따로 식사를 하던데 이유가 있을까요. 배우님께서 답변해 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정수지: 마지막 장면을 제 기억에 제일 먼저 찍었었던 것 같아요. 그때도 그렇고 오늘 다시 보면서도 만약에 이 장면을 '선우'와 '수정'의 이야기 끝에 찍었으면 조금이라도 다르게 표현을 할 수 있었겠다는 생각을 했는데 처음부터 대본에 써져 있는 내용은 ‘'수정'이 '선우'를 아는 척하지 않는다’ 였던 것 같아요. 아까 감독님이 말했던 것처럼 '수정'은 '선우'한테 했던 말이 진짜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고, 하루가 지난 후에 관계를 이어가려고 하는 선택을 하는 사람이 아닌 캐릭터라고 생각했습니다.

 

이화정: 다시 이어가지 않으면 더 좋을 관계라는 정리를 하지 않았을까 싶기도 한데 배우님의 답변으로 캐릭터에 대한 얘기를 추가로 들어봤습니다. 하나를 더 소개해 드릴게요. '규형'이가 읽고 있었던 책이 무슨 책이었는지 궁금하다고 질문 주셨어요. 강길우 배우님 혹시 기억나시나요.

 

강길우: 비행기에서 읽고 있는 책 말씀하신 거죠. 연출부 분이 주신 건데 개인 소장 책이었는데 ‘가랑비메이커’라는 작가의 수필 같은.. 책 제목은 기억이 안 나요. 그 작가의 책이었습니다.

 

이화정: 알겠습니다. 마틴 부버의 책은 아니고 연출부 스태프 분이 주셨다고 합니다. 또 질문을 소개해 드릴게요. ‘모든 여행에는 여행자가 알 수 없는 비밀스러운 목적지가 있다.’ 라는 말이 모든 에피소드를 관통하는데 이 문구를 어떻게 정하게 되셨는지 궁금하다고 하셨습니다. 이건 감독님께서 설명해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최창환: 시나리오의 명정처럼 첫 장에 딱 박혀 있었어요. 제가 받았을 때부터요. 그리고 역시나 읽으면서 딱 맞는 말이라고 생각했었죠. 제가 마틴 부버의 책을 읽어보지는 않았었어요. 그냥 보통 아는 ‘독일 유대 철학자’ 정도로 알고 있었고 시나리오를 받고 난 다음에 더 안 읽었습니다. 다른 것들이 생길까 봐요.


이화정: 알겠습니다. 질문을 다시 배우님들께 좀 드리도록 할게요. 모두 찰떡같은 캐스팅으로 현실적인 연기들이 너무 좋았는데요. 영화를 보고 자신의 역할을 제외하고 해보고 싶었던 혹은 탐났던 역할이 있다면 궁금하다고 하셨습니다. 아마 배우님들도 다른 에피소드의 연기들을 보시면서 공감도 하시고 욕심도 나셨을 것 같기도 하고 아까 바꾼다는 얘기도 잠깐 나오셨었잖아요. 어떤 역할을 좀 해보시면 좋았을지 그리고 또 그렇게 했다면 어떤 다른 캐릭터가 나왔을지 얘기를 들어보도록 하겠습니다.

강진아: 생각해 본 적은 없는데요. 영화 보면서, 음…. 강길우 배우가 했던 역할해보고 싶다고 생각이 들었는데 그거에 대해서 깊이 생각해 본 건 아니고요. 롱 테이크 촬영이 굉장히 어렵잖아요. 찍는 사람도 어렵지만 보는 사람도 쉽지 않을 것 같아요. 제가 극장에서 최근에 이 영화를 봤을 때 '규형'이 본인의 상태를 굉장히 진지하게 호소하는데, 관객석에서 굉장히 비판적인 웃음이 막 터지더라고요. 그때 우리 영화에서 가장 관객들이 웃음 지었던 장면이기도 했고, 거기서 사람들이 실생활에서 만난 적 있거나 혹은 본 적 있는 일을 만난 것 같더라고요. 그것이 단순하게 부러웠던 것 같아요.


이화정: 저는 개인적으로 '지원'의 대사에 굉장히 공감했거든요. “왜 오빠 혼자 생각하고 오빠 혼자 결정하냐.” 그거를 몸소 보여주는 연기를 하셨는데 역시나 악역이 조금 탐이 나는 걸로. (웃음)

강진아: 네 맞습니다.

이화정: 그러면 강길우 배우님은 다른 역할을 한다면요. 이한주 배우님 역할 해보고 싶지 않으셨어요. (웃음) 들어보도록 하겠습니다.

강길우: 그 역할도 되게 매력적인데 그게 베드신을 소화해야 되잖아요. 힘들 것 같아요. 지금 잠깐 생각을 해봤는데 저는 '유진' 역할을 해보고 싶다고 생각이 든 게, 〈초록밤〉도 그렇고 제가 출연했던 영화들에서 극중 엄마와 함께 나오는 영화들이 있었지만 대부분 독특한 아들이었어요. 엄마와 소통을 이렇게 짙게 하진 않았었는데 만약에 '유진' 역할을 제가 연기한다면 극중에서 엄마와 계속 대화를 해볼 수 있는 시간이 있을 것 같아요.

 

강진아: 어…! 재밌을 것 같아요. 엄마가 항상 딸만 칭찬해줬던 그 설정 궁금한데요.


이화정: 나를 위해서 모든 것들을 다 해주고, 오히려 아들이 박탈감을 느끼는 강길우 배우님이 또 이렇게 상냥하게 한다면 어떤 모습일지 궁금하네요.

강진아: 잘 어울릴 것 같아요.

이화정: 네 알겠습니다. 수지 배우님은요.

정수지: 작년 전주에서도 이런 질문을 받았던 기억이 나요. 근데 그때는 저도 진아 배우님이 말씀하신 것처럼 '규형' 캐릭터라고 말씀드렸었는데, 생각이 좀 바뀌어서 저도 모녀 이야기 속에 존재하고 싶다는 생각을 요즘 많이 하고 있어요. 오늘 영화 보는데 중희 선배님과 진아 선배님 얘기가 되게 와닿고 좋았어요.

이화정: 알겠습니다. 시은 배우님도 혹시 탐나는 역할 있으실까요. “절대 바꿀 수 없다. 난 '지원'만 할 거다.”라고 하셨는데.

김시은: 감독님 얘기 들으니까 그때가 딱 생각이 나네요. 제가 '지원'한테 마음이 많이 간 상태였나 봐요. 지금의 저는 '규형' 역할을 해보면 또 어땠을까 궁금하긴 해요. 역할이 바뀌어서 나왔으면 감독님이 연출했을 때 어떤 이야기가 나왔을까 궁금하고요. 그냥 개인적인 마음으로 하고 싶은 거는 수지 배우님이 해주셨던 팜므파탈이요. 섹시하고, 남자들 막 홀리고. (웃음) 그런 거 저도 한번 해보고 싶어요.

이화정: (일동 웃음) 이건 좀 보고 싶네요. 아까 관객분 질문이 마지막에 속옷을 정성스럽게 침대 위에 놓고 온 이유가 궁금하다고 하셨는데 이 부분에 대해서 감독님이랑 얘기해보셨나요.

 

정수지: 그건 아마 한주 배우님이 감독님이랑 같이 얘기했었던 것 같아요.

 

이화정: 감독님의 의도를 좀 들어볼게요.

최창환: 가져가는 게 이상하잖아요. 그날 밤에 당연히 수정은 찾고 있었어요. 못 찾고 모른 척하고 갔는데 열심히 찾는 것도 이상한 것 같고요. '선우' 캐릭터를 만들 때 제가 감정 이입을 했던 것 같아요. ‘'선우'는 최창환이다.’라고 생각하면서 거기 나오는 가방이며, 시계며, 티셔츠며 다 제 거였고요. 원래는 그냥 뉴욕에 여행 가는 테이크였는데 제가 죽기 전에 ‘존 뮤어 트레일’에 가고 싶은 꿈같은 게 있어요. 그래서 '선우'의 전사는 아마 김기현 대표가 알고 있을 것 같은데 되게 좋아하는 캐릭터였어요. 저는 그걸 이제 ‘최창환화’ 시켜서 존 뮤어 트레일로 바꾸고 수줍음이 있는 남자로 만들었습니다. 근데 팬티를 접어서 이제 흰 시트 위에 올려두는 게 참 바보 같은 거잖아요. 떠나야 하는데, 남겨줘야 하는데, 그거를 휴지통에 넣어버리지 않고 그녀가 다시 와서 찾아갈 것 같은 느낌처럼, 고이 접어서…….

이화정: 그러나 어떻게 보면 둘 다 다시는 만나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명인 것 같기도 한데, 이한주 배우님 오늘 자리에 안 계시지만 답변이 되었을 거라는 생각이 들고요. '수정'과 '선우'가 방에서 헤어지면서 포옹할 때 '수정'이 '선우'에게 귓속말하는 것처럼 보였는데, 관객에는 들리지 않는 대사가 있으셨던 건지 질문을 주셨습니다.

정수지: 저도 그때 제가 “고마워요.” 만 한 줄 알았었는데 오늘 보니 그 듀레이션이 상당히 길더라고요. 그래서 다시 대본을 봤는데 그 비워진 칸에 ‘노래 불러줘서 고마워.’ 이렇게 쓰여 있었거든요. 그래서 아마 그 얘기를 했었던 것 같고, 테이크를 갈 때마다 다른 말을 했었는데 아마 고맙다는 표현을 웃으며 했었던 것 같아요.

 

 

 

이화정: 알겠습니다. 촬영이나 연출 방식에 대한 질문도 있으신데, 인물끼리 대화하는 장면에서 말하는 사람보다 듣는 사람의 얼굴을 오래 보여주시는데 그 이유가 궁금하다고 하셨거든요. 감독님께서 답변해 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최창환: 보통 우리가 대화할 때 상대방을 응시하거나 이야기를 들어주잖아요. 근데 영화에서 보면, 항상 말하는 사람만 찍더라고요. 근데 이것도 롱 테이크니까 카메라는 계속 팬을 해야 돼요. 맨 처음에 촬영 감독한테 “팬을 해.”라고 하니, 촬영 감독이 “어떻게 팬을 해요.” 그래서, “의식의 흐름대로 하면 된다.”라고 했죠. 촬영 감독님이 항상 제 옆에 있었어요. 그래서 팬 할 시점이 되면 제가 등을 탁 치고 그랬었는데 모니터를 보면서 제가 느낀 게, ‘배우들하고 같이 연기를 하고 있구나’라는…. 저는 카메라로 앙상블을 만들어 가는 거죠. 그래서 화면 바깥에서는 '규형'이 엄청난 얘기를 하고 있고, '지원'이 엄청난 얘기를 하고 있고, '유진'도 엄청난 얘기를 하고 있는데 그걸 듣는 상대방은 또 어떨까 하는…. 그들의 시선을 떠나서, ‘아, 내 카메라가 팬을 해야 되겠다.’라는 생각을 했던 것 같아요.

이화정: 아까 잠깐 호텔과 방 번호에 대한 의미를 감독님께서 얘기해 주시긴 하셨는데, 방 번호 15번의 의미가 궁금하고, 해운대 호텔을 배경으로 삼은 이유가 궁금하다고 하셨습니다. 그리고 시나리오에 혹시 배우님들의 상황 같은 것도 들어갔는지 감독님의 철저한 시나리오로 만들어진 건지 그 얘기도 같이 얘기해 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최창환: 방 번호에 대한 의미는 없습니다. 그냥 분리를 시키기 위한 하나의 장치였고요. 당연히 호텔에서 지정해주는 방을 찍어야 되기 때문에 결정을 할 수가 없었어요. 그래서 처음에는 입구에서 먼저 커플이 들어가잖아요. 그 방이 세팅되는 순간 그 호수를 찍을 수밖에 없었어요.

 

이화정: 마지막 질문을 드릴게요. 기획 단계에서부터 정식 개봉까지 오랜 사이클을 지나온 각자의 소회가 궁금하다고 하셨습니다. 배우분들은 이 작품을 또 하나 여행하듯이 지나온 건데, 필모 안에서 어떤 의미로 남고 있는지 이야기를 들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정수지: 진짜 여행하는 마음으로 찍었던 것 같아요. 일단 촬영지가 부산이었던 것도 있었고, 또 안 해본 캐릭터이자 방식으로 창환 감독님이랑 작업하는 모든 과정이 즐거운 여행이었어요. 그 시기에 저한테 필요한 시간을 준 작업이라 선물 같은 작업이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근데…. 이 촬영을 끝내고 집에 돌아왔는데 제가 엄청 아끼던 식물들이 다 죽어 있었어요. 그래서 그때 집에 왔는데 충격을 받았었거든요. 모든 식물이 다 죽어 있어서…. 좋은 시간을 보내는 동안에 그렇게 기억이 남아 있어요. 이렇게 좋음과 슬픔이 함께 있었던 시간? (웃음)

이화정: 정수지 배우님의 새로운 모습을 본 작품이기도 하고, 앞으로 다른 역할들도 더 보고 싶다는 길을 열어준 작품이기도 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관객분들 박수 한번 부탁드리겠습니다.

정수지: (관객석 박수) 감사합니다.

이화정: 식물들아 미안해…. (웃음) 네, 강길우 배우님.


강길우: 영화와 좀 다른 얘기일 수 있지만 연기를 하는 것이 여행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들 수밖에 없는 게 저는 개인적으로 어떤 작품이냐 혹은 누구의 작품이냐도 중요하지만, 내가 연기할 인물이 어떤 인물이냐에 더 호기심 가거든요. 그런 의미에서 어떤 작품 속의 인물은 저랑 닮았기도 하고 어떤 인물은 너무 멀기도 하죠. 그런대로 이런대로 다 재미가 있어요. 그렇게 계속 새로운 인물들을 만나다 보면 결국 질문의 종착점은 ‘나는 어떤 사람인가?’, ‘나는 어떤 사람이라서 이 인물을 이렇게 바라보고 있나?’ 항상 제가 제 안에서 모를 때 인물의 막힘이 생기더라고요. 그런 점에서 연기하는 게 일이기도 하지만 일종의 놀이처럼 작업을 하는 것 같기도 하고 특히나 이렇게 친한 사람들하고 함께 작업을 할 때는 더욱이 그런 마음이 들고요. 그렇게 활동들을 하고 있어서 이 작품 또한 그런 여행과 놀이의 일환으로 그중 한 과정이었다는 생각이 그리고 이렇게 개봉까지 해서 또다시 또 만나고 너무 좋네요.

이화정: 사실 이 짧은 에피소드 안에서 '규형'이라는 인물의 바깥, 뉴욕행 가는 그 시간이 아니라 다른 시간을 궁금해하게 하는 연기를 한다는 게 정말 내공이 있는 배우가 아니면 할 수가 없거든요. 근데 최창환 감독님이 역시나 독립 영화계에서 가장 어떻게 보면 연기로 정말 산을 쌓으신 분이잖아요. 강길우 배우님을 잘 잡으셔서 (웃음) 이런 우리한테 기억에 남는 작품을 만드신 게 아닌가 싶습니다.

 

김시은: 저는 서면 인터뷰에서도 썼었는데 그게 기억이 나요. ‘지금의 '지원'을 바라보는 저의 생각’, 저는 '지원' 역할이 저랑 되게 많이 닮았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때 당시에는 일 욕심도 많고, 어떤 면에 있어서 열등감도 있고, 또 지금처럼 성격이 나올 때도 있었는데 지금의 3년이란 세월이 지나면서 객관적으로 나이가 들어서 생각했을 때는 예전에 저도 정말 일이 가장 중요했던 사람이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막 앞만 보고 달리다가, 이게 ‘내가 아무리 열심히 해도 안 되는 게 있구나….’ 하고 깨달으면서 지나오는 그런 시간도 보내면서 제 주변에 있는 사람들이 소중하게 느껴지는 시간이 오더라고요. 지금의 나라면 만약에 사랑하는 남자친구가 그런 제안을 했을 때 다른 태도와 방식을 취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또 해봤어요. 어쨌든 저는 전체적으로 다른 에피소드도 너무 재밌게 봤고 또, 제가 너무 좋아하는 동료, 선배, 친구들이랑 같이 작업하면서 너무 좋았거든요. 정말 일상적인 이야기지만 우리 관객분들이 보면서 각자 소중한 일상의 조각들을 떠올리는 시간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오늘 이렇게 개봉 맞춰서 와주신 관객분들 정말 너무 감사하고 재밌게 보셨다면 입소문 많이 내주세요.

이화정: 중요한 얘기네요. 오늘 계속 드는 생각은 '지원'이 김시은 배우로 온 것 같지 않고, '지원'의 고민을 진짜로 얘기하는 것 같은 사람이 와 있는 것 같다는 느낌이 드는데, 최창환 감독님 작품이 워낙 현실에 발을 붙이고 있잖아요. 그 캐릭터들을 만들어주는 데 김시은 배우와의 논쟁이 분명히 필요하고 굉장히 많은 영향을 주고 있는 파트너라는 생각이 들어요. 그래서 이번 작품에서도 그런 결과들이 나온 게 아닌가 싶습니다.

강진아: 저는 모녀 연기도 많이 해봤고 가족 소재 이야기 참 좋아하는데요. 그럴 때마다 부모님께 내가 어떻게 대하고 있는지를 자주 떠올리게 되더라고요. 사전 준비하면서 변중희 선생님하고 데이트하고 온 날, 선생님께서 키우는 닭이 낳은 달걀을 한 세트 주셨어요. 그래서 제가 엄마께 “나랑 내 엄마 역할을 하시는 선생님께서 주신 달걀이야.”하면서 선생님하고 데이트를 하고 집에 갔는데, ‘내가 엄마랑 보낸 시간이 얼마나 되지?’ 이런 것들을 되게 많이 마주하거든요. 그런 거 보면 되게 아이러니한데 많이 배우는 것 같아요. ‘나 조금 더 다정하게 얘기해야겠다….’ 뭐 이런 것들. 그리고 영화 찍은 지 시간이 지났는데 극장에서 보게 되면 길우 배우님이 말씀하신 것처럼, 마침 우리 영화가 여행하고 닿아 있어서 그런지 여행 때 찍었던 사진 다시 꺼내보는 느낌 있잖아요. 그런 느낌하고 좀 닮아 있는 것 같아요. ‘내가 저 때 저런 표정을 지었었구나.’ ‘저런 말을 했었네.’ 이런 걸 발견할 때 아주, 새삼, 기쁘고. 연기하는 사람으로서 ‘아, 이거 정말 재밌구나…!’ 근데 텀이 되게 길어서 그렇지. (웃음) 그걸 마주할 때가 참 행복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기회 주셔서 너무 감사드리고, 함께해 주셔서 너무 감사하고, 와주셔서 너무 감사합니다.

 

이화정: 진아 배우님이 얘기하신 것처럼 그전에 했던 작품들에서 엄마와 딸의 관계나 가족 관계들로 많은 경험을 쌓으셨는데 이 작품이 리얼하게 보이는 데 정말 꼭 필요한 캐스팅이 아니었나, 다시 또 얘기 들으면서 생각이 듭니다.

최창환: 2020년이죠. 7월, 9월, 11월, 연달아 새 작품을 찍었는데 욕심이 되게 많았던 것 같아요. 영화 찍는 게 너무 좋아서 시작했는데 이거 끝나고 난 다음에 〈숨어드는 산〉 준비하는데 ‘아…, 내가 미쳤구나….’ 라는 생각을 했었어요. 이제 그것들이 마무리되어 가는 것 같아요. 어쨌든 코로나 시대를 관통했잖아요. 개봉하는 순간 제 손을 떠나는 거거든요. 관객들한테 모든 몫이 돌아가는 것 같은데, 그러니까 영화 많이 사랑해주십쇼, 독립영화.

이화정: 알겠습니다. 감독님께 박수 부탁드릴게요. 오늘 감독님과 배우님들이 가득 오셔서 또 질문들도 많으시고 굉장히 긴 시간을 보냈는데 감독님이 미치신 덕분에 그리고 이렇게 정말 빨리빨리 다음 작품을 만드는 감독님들이 많지 않으시거든요. 그래서 앞으로도 계속 미치시기를 바라면서 (웃음) 오늘 토크를 마칠 텐데, 아까 시은 배우님 얘기하신 것처럼 입소문 많이 내주시기를 바라면서 저희는 오늘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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