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mmunity/관객기자단 [인디즈]1460 [인디즈 Review] <다음 소희> : 어떤 삶의 가능성 리뷰: 어떤 삶의 가능성 *관객기자단 [인디즈] 김진하 님의 글입니다. 교실보다 작은 연습실에서 소희가 춤을 추고 있다. 몇 번이고 같은 부분에서 넘어지고, 몇 번이고 같은 부분을 반복해서 춘다. 다리에 힘이 풀려 주저앉았다가도 끈질기게 일어난다. 노력해도 되지 않는 것 앞에서 좌절하지만 쉽게 포기하지 않는다. 관객은 소희가 듣고 있는 음악을 알지 못한다. 소희는 열심히 살았다. 열심히 해서 대기업의 콜센터에 실습을 나가게 됐고 어려운 가정의 멋있는 딸이 됐다. 그 열심의 끝에서, 소희는 끝내 돌이킬 수 없는 선택을 했다. 이렇게 누군가의 인생을 몇 줄의 문장으로 정의해버릴 때면 잊고 만다. 그 사람이 지나온 인생의 사소하고 당연한 풍경들. 노래방에 가서 어떤 노래를 부르고, 부당한 일.. 2023. 2. 20. [인디즈 Review]〈엄마의 땅: 그리샤와 숲의 주인〉: 수호를 구심으로 연장되는 접착력 〈엄마의 땅: 그리샤와 숲의 주인〉 리뷰: 수호를 구심으로 연장되는 접착력 *관객기자단 [인디즈] 김해수 님의 글입니다. 이 영화는 인류가 명분을 위해 외면한 원점을 복기하게 한다. 단일의 집에서 집단을 생성하기까지 숱한 정복이 있었다. 마치 대를 이어 상주하는 생물이 멸종해야 이후가 온다는 듯이. 행성에 든 사회는 번번이 이곳의 생태계에 의존해야만 한다. 안일하게 주인임을 과시하려는 집단은 아직도 있다. 나는 이번 겨울의 유난히 긴 난기를 통과하며, 미안한 마음이 더 커졌다. 개인으로서 이 행성에게 받아온 경애를 어떻게 환원하면 좋을지 고민이 곱해진 차였다. 그래서 이 영화가 지켜야 할 원점에 ‘자연’이 있음을, 보호를 위하는 그리샤로 선언한 게 더욱 소중히 읽혔다. “초기 인류는 하늘과 땅 사이의 유.. 2023. 2. 13. [인디즈 Review]〈열여덟, 어른이 되는 나이〉 : 우리의 나란한 성장 〈열여덟, 어른이 되는 나이〉 리뷰: 우리의 나란한 성장 *관객기자단 [인디즈] 박이빈 님의 글입니다. 주머니에 손을 쿡 찔러넣은 수찬 앞에는 인터뷰어 윤서가 앉아 있다. 시청 정기간행물에 수록될 인터뷰 작업을 하고 있는 윤서는 배달원 수찬에게 꿈이 무엇이냐 물었고, 수찬은 골똘히 고민하다 말한다. 정말 없어요. 가벼운 질문에도 고민이 길지만 이내 꿈이 정말 없다는 대답을 내놓는 것은 생계 유지를 위해 배달원으로 일하고 있는 수찬의 상황을 말해 준다. 수찬은 시설에서 자라온 보호 종료 아동이다. 스스로 힘으로 똑바로 서야 한다는 ‘자립’의 정의 앞에서 킥보드를 타고 있는 수찬은 이리저리 휘청인다. 현관을 열고 음식 상태를 확인하는 고객 앞에서는 국물이 터지진 않았을까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기다려야 하고, .. 2023. 2. 6. [인디즈] 인디스페이스 극장기록집 인디즈 12호 PDF 배포 인디스페이스에서 발행하는 극장기록집 인디즈는 인디스페이스를 비롯 여러 독립예술영화관 및 카페, 서점 등 약 30여곳의 오프라인 공간에서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만약 가까운 배포처가 없다면 인디즈 12호를 온라인으로 다운받아 PDF 파일로 읽어보세요 :) 글 하단에서 다운로드 받으실 수 있습니다. 여는 말 Ready, Get, Set, Go! 꽤나 요란한 환절기였어요. 서서히,라는 말을 모르는 듯이 휙휙 등을 돌리는 날씨에 조금씩 앓는 일도 잦았는데요. 당연한 변화라고 해도 얼마간의 덜컹거림은 어쩔 수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번 기록집에는 새로운 여정을 시작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가득 담겨있 습니다. 두 감독이 함께 만들어낸 첫 장편영화 과 14년을 돌아 다시 찾아온 데뷔작 사이에는 꽤 긴 시간이 있지만 .. 2023. 1. 30. [인디즈 Review]〈계절이 지나가는 하늘에는〉: 지켜보는 일에 대해서 지켜보는 일에 대해서 : 〈나는 마을 방과후 교사입니다〉와 〈계절이 지나가는 하늘에는〉 *관객기자단 [인디즈] 김태현 님의 글입니다. ‘도토리 마을 방과후’의 교사들은 회의를 반복하며 아이들을 지켜보는 마음에 대해 고민한다. 논두렁은 “왜 하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왜”라는 질문 혹은 다짐이 없다면, 자신은 그저 아이들에게 밥을 지어주고, 잘 있는지 지켜보는 사람일 뿐이라고 말한다. 그의 말처럼 “왜”를 따져 묻는 일은 중요하다. 잘 있는지 지켜보는 일은, ‘잘 있는지’를 어떻게 규정하느냐에 따라 지극히 간단한 일이 되기도 하고, 지독히 어려운 일이 되기도 한다. 아이들은 도무지 하나로 뭉쳐지지 않는다. 언제나 풍경은 시끌벅적하고, 교사의 말은 무시되기 일쑤다. 당연하게도 아이들.. 2023. 1. 30. [인디즈 Review] 〈나는 마을 방과후 교사입니다〉: 불가능한 돌봄의 지속가능성을 말하다 〈나는 마을 방과후 교사입니다〉 리뷰: 불가능한 돌봄의 지속가능성을 말하다 *관객기자단 [인디즈] 김소정 님의 글입니다. 마포구 성미산에 위치한 '도토리 마을 방과후’는 1996년부터 활동한 성미산 마을공동체에 존재하는 공동육아협동조합이다. 2017년부터 시작되었으며 아이들이 하교 후 시간을 보내는 또 다른 교육공간으로서 작동한다. 특정 과목의 지식을 습득하기 위한 목적성이 뚜렷한 학원과는 달리 아이들은 이곳에서 한 마디로는 표현될 수 없는 ‘생활’을 배운다. 하교시간이 되면 마을 방과후 선생님들이 교문 앞에서 아이들 이름을 불러주며 아이들을 맞는다. 이곳의 선생님들은 아이들과 동등한 위치에 있기 위해 평어를 사용하고 ‘분홍이’, ‘논두렁’, ‘보름달’ 같은 친근한 별명을 사용한다. 아이들은 선생님들이 .. 2023. 1. 30. [인디즈] 〈시간을 꿈꾸는 소녀〉 인디토크 기록 : 운명과의 줄다리기 운명과의 줄다리기 〈시간을 꿈꾸는 소녀〉 인디토크 기록 일시 1월 11일(수) 오후 7시 상영 후 참석 박혁지 감독|주인공 권수진 진행 마이데일리 곽명동 기자 *관객기자단 [인디즈] 김태현 님의 글입니다. 자신의 운명과 겨루는 이의 삶은 어떤 모습일까. 〈시간을 꿈꾸는 소녀〉는 평범한 삶과 무당으로서의 운명 사이에서 자신의 시간을 고민하는 한 사람을 담는다. 비록 그 과정이 때로는 억울하고 슬프지만, 한 사람은 꿋꿋이 자신 앞의 미래를 열어낸다. 개봉과 함께 진행된 인디토크를 통해, 긍정을 잃지 않는 모습으로 좋은 사람이 될 방법을 매 순간 고민하는 수진 보살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나에게 주어진 운명과의 줄다리기가 결코 쉽지 않듯, 다큐멘터리가 완성되는 과정 또한 쉽지 않았지만, 결국 서로를 향해.. 2023. 1. 26. [인디즈 Review] 〈시간을 꿈꾸는 소녀〉:무복을 입고 꾸는 꿈은 평범하다 〈시간을 꿈꾸는 소녀〉 리뷰: 무복을 입고 꾸는 꿈은 평범하다 *관객기자단 [인디즈] 이현지 님의 글입니다. 빨강색 저고리. 이리저리 흔들리는 꽃갓. 귀에 들어차는 북 소리. 무릎을 꿇은 채 흐느끼는 사람들. 이른 아침의 안개. 잘린 돼지 머리를 등에 지고 하늘로 솟아 올랐다가 다시 꺼질지언정. 입으로 쏟아지는 구술은 멈추지 않는다. 무당이라는 말을 들었을 때 떠오른 잔상들이었다. 대학교를 졸업한 25살 여성의 직업일 수 있다는 생각은 전혀 해본 적이 없다. 그야말로 편협한 무지였다. 산 속에서 살고 있는 할머니의 손에서 자라는 것도 예정된 운명이었을까. 수진은 타고났다. 4살 때였다. 아이에게는 묻지 말라고 써 붙인 부적은 다시 아이의 손에 무용지물이 됐다. 가슴이 너무 답답하니까 제발 부적 좀 떼달라.. 2023. 1. 21. [인디즈 Review] 〈희망의 요소〉: 서로의 신발을 신다 〈희망의 요소〉 리뷰: 서로의 신발을 신다 *관객기자단 [인디즈] 임다연 님의 글입니다. 대화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적막한 집안. 평범해 보이는 집에는 부부의 대화 소리 대신 TV 소리만 들려온다. 그나마 있는 대화는 간신히 대화로만 기능할 뿐, 어떠한 애정이나 내용을 담고 있지 못하다. 가정 주부인 남편은 일을 나가는 아내를 위해 매일 밥을 정성껏 차리지만, 아내는 그러한 남편을 듣거나 보려고조차 하지 않는다. 남편은 아내의 눈치를 보며 자신의 감정을 숨기고, 아내는 그러한 남편에게 짜증을 숨기지 않는다. 그가 오로지 숨기고자 하는 것은 자신의 외도 사실 뿐이다. 이들의 대화는 따라서 불가능하다. 주변의 소음은 적나라 할 정도로 종종, 부부의 대화 사이를 비집고 침투해 온다. 아내의 외도 상대라고 아내.. 2023. 1. 14. [인디즈 Review] 〈희수〉: 내일도 같이 퇴근하자 〈희수〉 리뷰: 내일도 같이 퇴근하자 *관객기자단 [인디즈] 안민정 님의 글입니다. 영화의 목적이 사회운동은 아니지만, 한 사람을 자세히 응시하다 보면 그가 살아온 사회가 거대해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이렇게 거대해진 사회는 의도하지 않아도 영화에 담긴다. 〈희수〉는 아주 일상적이고 연약한 개인을 가까이서 들여다보는 영화다. 이 영화에 사회가 담겨있지 않다면 거짓말일 것이다. 〈희수〉의 카메라는 감정을 묘사하기 위해 섣불리 다가가거나 움직이지 않는다. 그저 오래 응시한다. 하나를 말이다. 그리고 좀처럼 따라가지 않는다. 그리하여 카메라 속 인물들은 자주 프레임 아웃되고, 조각난다. 관객이 볼 수 있는 것은 어둡고 희미한 일부의 조각들인 셈이다. 하지만 이 부동의 앵글로 인해 조각난 것들이 바로 .. 2023. 1. 6. [인디즈 Review] 〈그 겨울, 나는〉: 무너지는 사랑의 풍경 〈그 겨울, 나는〉 리뷰: 무너지는 사랑의 풍경 *관객기자단 [인디즈] 김태현 님의 글입니다. 취업을 준비하는 젊은 연인이 있다. 경찰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경학과 공기업 채용을 준비하는 혜진. 어머니의 빚을 떠안게 된 경학은 보호받지 못하는 배달 플랫폼 노동으로 뛰어들고, 공기업 채용에 끝내 탈락한 혜진은 중소기업에 입사한다. 폭력과 위계의 분위기가 스멀스멀 피어오르는 배달 대행 사무실과 사회 정상성 안에서 이것저것 꼬치꼬치 캐묻는 회사가 그려진다. 혜진의 어머니는 모든 면에서 경학이 못마땅하고, 먼저 ‘사회’로 진출한 여자친구를 바라보며 경학은 관계의 불안을 느낀다. 무너지는 관계 앞에서 남자 경학은 소리친다. 영상 매체에서 반복적으로 재현되어온 ‘보편적인’ 소재들이 있다. 몇 살엔 꼭 취직을 해야.. 2022. 12. 20. [인디즈 Review] 〈만인의 연인〉: 사랑의 친밀한 이웃은 도우이기도 해서 〈만인의 연인〉 리뷰: 사랑의 친밀한 이웃은 도우이기도 해서 *관객기자단 [인디즈] 김해수 님의 글입니다. 〈만인의 연인〉은 도우(Dough)가 완성되려면 언덕을 여럿 올리고 뭉개야 하듯, 유진을 통증으로 데굴, 밀어낸다. 유진의 청소년기는 주름이 진 마음으로 닳아있다. 현욱과 강우와 동시에 교제했고, ‘떳떳’하지 못한 사랑을 미워함에도 자처하고, 제약을 탐한다. 여기에서의 닳음은 마모만 일컫는 건 아니다. 유진은 애처로움을 힘껏 퍼뜨리면서 결국 ‘나’를 용서하려 애쓰며 빚어지기 때문이다. 나는 영화에서 유진이 애상으로만 이해되지 않는 인물이어서 좋았다. 엄마와의 사이를 석연찮게 지연시키던 창호의 차창에 음료를 끼얹어서. “나 좀 혐오스럽지”란 말로 자백을 끝내고도, 실은 그 혐오를 가당치 않아 하는 인.. 2022. 12. 13. 이전 1 ··· 25 26 27 28 29 30 31 ··· 12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