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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unity/관객기자단 [인디즈]

[인디즈 소소대담] 2023. 6 우리는 같은 영화를 보고

by indiespace_가람 2023. 7. 19.

[인디즈 소소대담] 2023. 6 우리는 같은 영화를 보고

*소소대담: 인디스페이스 관객기자단 ‘인디즈’의 정기 모임

 

*관객기자단 [인디즈] 김진하 님의 기록입니다.

 

참석자: 연필, 붓, 물감, 도화지, 색연필, 크레파스, 볼펜, 색종이

 

 

우리는 같은 영화를 봤다. 떨어져 앉아서 각자. 다시 모여 같은 영화에 관한 다른 이야기를 했다. 모였다가 넓어지고 떠올랐다 깊어지기를 반복한다. 나는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과 만나고 싶고, 나만의 생각을 가지고 싶다. 네모난 테이블에 동그랗게 둘러앉아 생각을 겹쳐본다. 각자의 스케치로 우리가 더욱 정교해진다. 이 시간까지가 우리의 영화.

 

 

 

* 최근 독립영화 개봉작에 대해서

 

영화 〈스프린터〉 스틸컷


〈스프린터〉

[리뷰]: 회색 빛의 스포츠 영화(안민정)

[인디토크]: 당신 각자의 트랙(진연우)

 

볼펜: 흔히 '스포츠 영화' 하면 기대하는 명쾌한 '1등, 2등, 3등'이 아니라 '각자의 트랙'에 대한 이야기가 있는 영화였다. 누가 이긴다고 해서 완결되는 이야기가 아니어서 좋았다. 극중에서 지완이 부딪히는 딜레마가 세상이 생각하는 이상적인 어른과는 멀지 몰라도, 나에게만큼은 이상적인 어른처럼 느껴졌다. 그의 담담한 뒷모습에서 위로를 많이 받았다. 이 영화는 루틴에 관한 영화라고 생각한다. 무언가를 열심히 해봤거나, 잘 안 됐던 경험이 있다면 울컥할 것 같다.

 

색종이: 상반기에 〈리바운드〉, 〈드림〉 등 스포츠 영화가 많이 개봉했다.  〈스프린터〉도 마찬가지의 결로 경쟁 이외의 모습을 보여줘서 좋았다.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계획을 세우는 것과, 그걸 함께하는 파트너와의 이야기 등 거창하진 않지만 소소한 부분들이 인상적이었다. 

 

 

영화 〈드림팰리스〉 스틸컷

〈드림팰리스〉

[리뷰]: 위를 바라볼 수 없음, 이웃이 될 수 없음.(김태현)

[인디토크]: 이기적인 여자의 뒷모습(진연우)

 

도화지: '연기를 잘 한다'는 말을 칭찬으로 쓰는 걸 좋아하지 않는데, 김선영 배우가 '연기해야 하는 자기 자신을 힘들어하는 모습'을 너무 잘 보여줬다. 영화는 구조의 아래에 있는 사람들이 문제 제기를 해도 위에 있는 사람들이 대답하지 않아서 아래 있는 사람들끼리 연대하지 못하고 싸우는 비극을 내내 보여준다. 처음 볼 때는 그들 하나하나의 불행에 마음이 쓰였는데, 두 번 보니 영화가 인물을 아래로 내려가게만 만들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영화가 설명하고 있는 구조적인 문제는 영화 바깥에 있는 사람들이 모르지 않는 문제라고 생각한다. 그 속에서 고통받는 사람을 장르적인 스펙터클로 활용하고 불행의 자리에 놓아둔 채 영화가 끝난다. 예를 들어 어른들이 심각한 얘기를 하는 도중 구석의 해맑은 아이까지 풀샷으로 보여주는데, 이 상황의 심각함이나 불쾌함을 강조하는 역할로 영화가 그 자리에 놓아둔 것이라 생각한다. 마치 그 아이가 '우리가 잃어버린 무엇'인 것처럼. 장르적 맥락에서 긴장감을 높이기 위해 몇 가지들을 타자화의 상태로 놓아두는 게 마음에 걸렸다. 조금이나마 뭔가를 발견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드림팰리스의 인물이 겪고 있는 사건들은 인물의 행위가 아니라 더 큰 구조에서 기인한 것들이라고 생각한다. 아파트 분양 관련 투쟁과 유가족의 투쟁을 동일한 선상의 집단 이기주의로 엮어낸 것도 아쉬웠다.

 

볼펜: 영화를 좋게 봤음에도 뒤편에 가지고 있던 찝찝함을 풀어 말씀해주신 거 같다. 처음에는 장르적으로 이용한 게 신선하다고 생각했는데, 다시 생각해보니 공감이 간다. 그래도 타인의 시선에 이기적일 수밖에 없는 여자를 주인공으로 설정해서 '지금부터 이 여자의 이야기를 들려줄 거야.' 하는 전면전의 태도가 좋았다. 누군가 쉽게 나쁜 여자라고 손가락질할 인물을 집요하게 파고들면서 '이 여자가 나쁘다면 왜 나쁘고, 정말 그렇게 나쁜 여자인가?' 하는 질문을 던지며 이 욕망이 어디서부터 기인했는가를 구조적인 문제를 끌어와 짚어 주는 점이 좋았다. 연출적으로 그 방법이 옳았는지는 모르겠으나, 그를 나쁜 여자라고 간편하게 낙인 찍기 전에 주위를 한 번 더 볼 수 있는, 단순한 스케치 정도는 되어 주지 않았나.

 

크레파스: 어떤 문제적인 구조를 그저 다시 재현하는 데에 그친다는 느낌이 있다. 특별한 메시지를 제시하지는 않더라도 보지 못했던 지점을 보여주면 다시 한 번 생각을 해볼 수 있는데, 아니면 남는 게 없는 것 같다.

 

색연필: 한 사람을 극한으로 몰고 가서 이 사람의 모든 마음과 체력이 소진되어 가고, 사회구조적으로 보호받지 못하고, 무리에서 배제되는 등 지난한 과정 등을 그저 보여주기만 한다면 그건 폭력 같다.

 

 

영화 〈익스트림 페스티벌〉 스틸컷

〈익스트림 페스티벌〉

[리뷰]: 가까이 보아야 사랑스러운 K-축제, etc…(김소정)

[인디토크]: 만드는 사람들의 웃픈 마음.(김태현)

 

색연필: 과장되게 표현하다 보니 희화화되는 지점이 보여서 아쉬웠다. 어떤 행사에 참여하는 목표는 다 다르다. 예술하는 사람들의 권리가 지금도 잘 안 지켜지고 있는데 영화가 그 사람들을 유난스럽게 그리는 느낌이었다. 영화의 웃음 포인트들이 내게는 웃기게 느껴지지 않았다. "식상하고 안일한 공연을 계속 보여줄 거야, 저 사람들한테"라는 대사가 기억에 남는다. 요즘 무언가를 써야 하는 시기인데, 잘 풀리지 않던 차에 위안이 됐다. 다만 영화가 개별 인물의 이상향, 현실을 다양하게 보여주는데 인물을 기다려주지는 않는다. 한계를 드러내고 해결하는 과정에 있어서 희화화가 조금 과하긴 하지만 전부 부정하지는 않아서 좋았다.

 

 

영화 〈206: 사라지지 않는〉 스틸컷

〈206: 사라지지 않는〉

[리뷰]: 발굴, 제대로 잠들 수 있도록(박이빈)

 

연필: 영화를 보면서 한국 전쟁의 상처가 다 낫지 않았다는 걸 새삼 실감했다. 평소에 개인적 이유로 아픔을 통감하던 사회적 사건들이 있었는데, 그것들에 비하면 내가 한국 전쟁을 정말 모르고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붓: 국가가 죽음을 기리는 방식이 선택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모든 공로와 아픔을 인정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정치적인 목적이 너무 잘 보일 때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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