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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unity/관객기자단 [인디즈]

[인디즈] 인디돌잔치 〈경아의 딸〉인디토크 기록: 여전히 닿아있다는 마음들

by indiespace_가람 2023. 7. 16.

여전히 닿아있다는 마음들

〈경아의 딸〉 인디토크 기록

 

 

일시 2023. 6. 26(월) 오후 7시

참석 김정은 감독, 하윤경, 박혜진, 이채경, 이지하 배우

진행 진명현 무브먼트 대표

 

*관객기자단 [인디즈] 임다연 님의 글입니다. 

 

 

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따뜻해지는 연대가 있다. 〈경아의 딸〉 속 연수와 경아는 위태롭고 험난한 길을 걷고 있지만, 주변의 인물들이 기꺼이 받쳐줄 것이라는 것을 우리는 보기만 해도 알 수 있다. 이처럼 영화 속의 탄탄한 연대를 빚어낸 근간은 영화 바깥의 온전한 믿음이 있어야 가능했을 것이다. 든든하고 신뢰가 가는, 값진 영화와 연대의 주역들을 만나보았다.

 

 

진명현 대표(이하 진명현): 오늘 행사에 대해 간략하게 소개해 드릴게요. 개봉한지 1년이 된 영화들 중 관객 분들의 투표로 돌잔치를 열어주는 인디스페이스의 정기 프로그램입니다. 이번 영화로 〈경아의 딸〉 선정이 되었고요. 저도 작년 전주에서 이 작품을 보고, 인디스페이스에서 감독님과 관객과의 대화를 했던 기억이 있는데, 벌써 1년이 지났네요. 1년 사이 많은 일들이 있었잖아요. 감독님과 배우 분들께도 이 작품이 남다른 의미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저는 오늘 영화를 다시 봤어요. 작년에 봤을 때와는 다르게 복잡한 마음이 들더라고요. 오늘 처음 보신 분들도 인상적으로 보셨을 것 같아요. 다시 봐도 참 끝까지 관객을 끌고 가는 영화라는 생각이 듭니다.

생일 맞으신 우리 다섯 분 똑같은 모자를 쓰고 계시거든요. 인디돌잔치에서나 볼 법한 풍경이에요. 케이크도 없고 그냥 마이크 들고서 돌잔치 하는 그런 날인데, 먼저 감독님부터 관객 분들에게 인사 말씀 부탁드립니다.

 

김정은 감독(이하 김정은): 안녕하세요. 저는 〈경아의 딸〉 연출한 김정은이라고 합니다. 반갑습니다. 개봉 1년이 지났다고 하는데 시간이 어떻게 흘렀는지 모르겠어요. 한참 전 같기도 하고, 엊그제 같기도 해요. 관객 분들께서 뽑아주셔서 마련될 수 있는 자리여서 더욱 더 기쁘고 감사하다는 말씀 드리고 싶어요. 오늘 재밌는 대화 나누었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하윤경 배우(이하 하윤경): 〈경아의 딸〉이 제가 정말 사랑하는 작품인데, 돌잔치까지 열어주셔서 감사한 마음에 한달음에 왔어요. 비도 오는데 참석해 주셔서 정말 감사드리고 오늘 즐거운 시간 보내셨으면 좋겠습니다.

 

박혜진 배우(이하 박혜진): 안녕하세요. 〈경아의 딸〉에서 하나 역을 맡은 박혜진입니다. 비 오는 날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진명현: 이채경, 이지하 배우님도 인사 말씀 부탁드립니다.

 

이지하 배우(이하 이지하): 반갑습니다. 저는 경아 친구 미자 역할을 맡은 이지하라고 합니다. 인디돌잔치라는 컨셉이 귀여워서 구경하러 왔습니다. 비 오는 날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진명현: 영화 속 모습과 너무 다르셔서 관객분들이 깜짝 놀라셨을 것 같아요. 마지막으로 이채경 배우님 인사 부탁드립니다.

 

이채경 배우(이하 이채경): 네 안녕하세요. 변호사 상순 역으로 함께했던 배우 이채경 입니다. 이런 자리가 처음이라서 색다르네요. 오랜만에 우리 식구들 봐서 한참 수다 떨다가 들어왔어요. 궂은 날씨에 귀한 발걸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영화 〈경아의 딸〉 스틸컷

 

 

 

진명현: 이 작품이 정말 무거운 작품이에요. 10년 뒤에 꺼내 봐도 여전히 무거울 것 같은데요, 그만큼 영화의 장면이나 메시지가 계속 생각나실 것 같아요. 저에게는 약간의 트라우마를 남겼는데요, 김우겸 배우를 볼 때마다 기분이 이상해지는 특이한 경험을 하고 있습니다. (웃음)

오늘 세 번째 다시 보면서 가장 많이 들었던 생각은, 감독님께서 꺼내기 어려운 얘기들을 전혀 피하지 않으셨다는 거였어요. 중반 이후 많은 부분에서 사회가 강요하고 있는 ‘피해자 다움’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잖아요. 영화 끝까지 그 주제를 끌고 가고 있고, 그 때문에 이 영화가 많은 용기와 힘을 가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오늘 관람에서 하윤경 배우님이 박혜진 배우님의 대면 수업 중 자아와 세계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는 장면이 상당히 색다르게 다가왔어요. 바로 뒤에 두 영역이 충돌하는 장면이 연결되는데, 그 장면이 전과 달리 기운차고 희망차게 느껴졌습니다. 그 장면 덕에 연수가 선생님이라는 직업을 가지고 있는 것이 이해 되었어요. 여러분들도 처음 보셨으면 압도적인 현실감에 눌려서 장면들을 세세하게 못 보셨을 수 있어요. 왓챠를 통해서 보실 수가 있으니까 한 번 더 천천히 보시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채경 배우님부터 개인적으로 〈경아의 딸〉이 어떤 작품으로 기억에 남으시는지 여쭤보고 싶습니다.

 

이채경: 2020년도 겨울에 처음 캐스팅 제의를 받았었어요. 감독님한테 장편 영화 캐스팅 요청을 받는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거든요. 그래서 기분이 굉장히 좋았던 기억이 납니다. 영화가 무겁고 쉽지 않은 주제인데 어떻게 그려낼까 궁금하기도 했고, 걱정이 되기도 했었어요. 그런데 감독님께서 현장에서 섬세하고 차분하게, 한 땀 한 땀 만들어가시는 모습을 보면서 기대가 되었어요. 아니나 다를까 좋은 작품이 나온 것 같아 감사했고요. 또 무엇보다 좋은 인연들을 만났다는 게 저한테 개인적으로 큰 의미를 가진 작품인 것 같습니다.

 

진명현: 이채경 배우님 음성이 너무 신뢰가 가서 특별한 송사가 없는데 여쭙고 싶은 마음이 드네요. 이지하 배우님은 어떠십니까?

 

이지하: 저는 경아 역할의 김정영 배우와 〈자유로〉라는 단편 영화에서 친구 역할로 함께 했던 적이 있어요. 그래서 이 작품도 친구 역할이라고 연락이 와서 ‘그래 우리 계속 쭉 친구를 하자’는 생각으로 역할을 하게 됐던 것 같아요. 그렇게 김정영 배우와 친한 친구 관계로 발전하고, 우리 팀들과도 함께 우정을 쌓아가고 있어요.

 

진명현: 이지하 배우님 말씀에 중요한 포인트가 숨어 있는 것 같은데, 영화의 기저에 여성들의 연대와 우정이 깔려 있잖아요. 서로를 외롭지 않게 만들어주는 사람들이 계속 등장을 해요. 우리 박혜진 배우님도 선생님의 새로운 친구가 되어주는 역할이잖아요. 이 작품 어떻게 기억에 남으세요?

 

박혜진: 이 작품 찍은 게 18살이었는데, 영화 속에 청소년들의 고민을 생생하게 담기 위해 감독님께 친구들의 고민을 말씀드리기도 했었어요. 그러면서 제가 말한 것을 연기해보기도 하는 좋은 경험이었습니다.

 

진명현: 그러면 이제 20세 성인이 되셨나요? 축하드립니다.

오늘 김정영 배우님께서 건강상 이유로 아쉽게 불참하게 되셨다고 들었어요. 그런데 〈경아의 딸〉이 개봉한 뒤로 김정영 배우님과 하윤경 배우님께 많은 일이 있었어요. 하윤경 배우님은 인생의 별명을 얻으셨고. (웃음) 여름이지만 봄날의 햇살이 극장을 비추고 있네요. 그리고 김정영 배우님은 주여정의 어머니로 복수극을 펼치는 일이 있었습니다. 배우님께는 이 작품이 각별한 작품일 거라는 생각이 들어요. 돌잔치 소식에 한 달음에 달려와 주시기도 했고, 작품만 봐도 배우가 역할을 얼마나 아끼고 지켜주려 하는지가 보이거든요. 연수가 무너지지 않은 데에는 하윤경 배우님의 공도 큰 것 같아요. 하윤경 배우님께 이 작품은 어떻게 기억에 남아 있으신가요?

 

하윤경: 작품을 만들면서 감독님과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고, 같이 만든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어요. 사실 배우들한테 그런 기회가 많지 않거든요. 뭐든지 함께 만들어 나간다는 게 여건이 안 따라주기 때문에 어려울 수 밖에 없어요. 하지만 소재도 소재였고, 감독님이 워낙 진심이셨던만큼 저도 그러기 위해 많이 노력했던 것 같아요. 관객 분들도 저희가 신경 쓴만큼 영화에 좋은 평을 해주셔서 더 뜻 깊은 영화가 된 것 같습니다.

 

진명현: 배우님들을 한 자리에 모은 김정은 감독님의 공도 정말 크다고 말씀을 드리고 싶어요. 이 작품이 심지어 장편 데뷔작이에요. 놀라운 것은 쉽지 않은 이야기를 노련하게 끌고 나가는 능력인데, 오늘 보면서 노련함보다도 스스로를 갈아 넣은 부분이 많겠다고 느꼈어요. 왜냐하면 피하지 않는다는 건 여러 가지 경우의 수를 생각해보고 임했다는 뜻이라고 생각하거든요. 고생을 많이 하셨을 것 같은데, 1년이 지난 지금, 감독님께서는 〈경아의 딸〉을 어떻게 기억하게 되셨을까요?

 

김정은: 디지털 성범죄 문제에 대해 오래 전부터 지속적으로 관심을 갖고 있었어요. 영화로 만들겠다고 결심한 이후에는 잘 만들고 싶다는 생각 때문에 걱정과 두려운 마음이 컸던 것 같아요. 혹시라도 영화를 보신 피해자 분들이 상처 받는 일이 생기면 어떡하나, 덜컥 겁부터 났거든요. 그래서 어떻게 해야 이 영화를 잘 만들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을 내내 했던 것 같아요. 작년에 개봉한 이후로 감사하게도 많은 관객 분들이 응원하고 지지해주셔서, 그간의 치열하고 힘들었던 시간이 보상받는 기분이었습니다. 개봉 후 1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어디선가 회자 되고 기억해주시는 것 같아 감사한 마음을 항상 가지고 있습니다.

 

진명현: 〈경아의 딸〉이 영화적으로 훌륭한 지점은, 짧지 않은 2시간의 러닝 타임 동안 관객들로 하여금 계속해서 함께 하게 하고, 이야기의 끝을 보게 만드는 힘이라고 생각해요. 그게 쉽지가 않아요. 왜냐하면 이 영화는 중간에 유머를 섞지도 않고, 로맨스가 들어갈 수도 없잖아요. 그렇다고 인물들이 좋은 데에 가지도 않고, 맛있는 걸 먹지도 않아요. 영화를 보는 내내 인물들 앞에 앉아 있는 것처럼 가까이에서 이야기를 받아들여야 되는 상황인거예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관객들은 어디 가지 않고 계속 앞에 앉아 있어요. 저는 그 이유가 감독님이 그 세계를 만드시면서 피하지 않아야겠다고 결심했던 부분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알고 보니 피하지 않았던 것들이 우리에게도 필요한 것이었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거든요. 가치관이 충돌하는 지점이 많은데, 그것을 통해서 이 영화와 관련된 다른 이야기들을 떠올리게 돼요. 확장을 하면서 관객들을 끌어당기는 영화라는 점에서 〈경아의 딸〉은 아주 마음 아픈 작품이에요. 이야기를 할수록 마음이 아픈 것 같아요.

 

하윤경: 어떻게 3번이나 보셨어요?

 

진명현: 그러니까요. 그런데 세 번을 봐도 찜찜한 게 너무 많아요. 영화 속에 찜찜한 게 많은 게 아니라, 영화 바깥의 세계에서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문제가 너무 많으니까 답답하고 찜찜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어쨌든 영화를 통해서 감독님이 말씀하신 것처럼, 디지털 성범죄에 더 많은 관심을 가져주시고, 피해자가 더 이상 어떠한 가해도 당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상현이 엄마 같은 캐릭터가 주변에 많죠. 그런데 그런 행동이 2차 가해란 것을 모르는 사람도 너무나 많아요. 이런 지점이 영화가 말하는 중요한 부분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분위기가 조금 무거워졌는데 질문을 받아보겠습니다. 영화에 대해서 궁금한 것이 있으시거나 앞에 계신 〈경아의 딸〉 주역들에게 묻고 싶은 이야기가 있으시면 저희가 마이크를 전달해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영화 〈경아의 딸〉 스틸컷

 

 

 

관객: 시놉시스만 봤을 때는 디지털 성범죄에 대한 이야기라는 생각을 못했어요. 초반에 엄마가 딸을 단속하는 걸 보면서 통금 갈등 같은 이야기를 다룬 재미있는 영화인가 했었는데, 갑자기 디지털 성범죄 문제로 이야기가 흘러가니까 충격이 컸어요. 평소 관심이 있던 주제인만큼, 기존의 모녀 갈등과 디지털 성범죄의 두 이야기가 어떻게 엮여서 진행될지에 대해 많은 생각을 했는데, 두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잘 섞이면서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가 나온 것 같아 신기했습니다. 그래서 작품의 구조를 구상하게 된 계기가 궁금했습니다.

 

김정은: 2018년 말에 '웹하드 카르텔'이라는 사건이 있었어요. 웹하드에 여성들을 촬영한 불법 영상물이 많이 올라오고, 그것을 통해 막대한 이익을 얻는 사람들이 있다는 게 밝혀졌던 사건이었어요. 처음에는 관련 피해 단체의 추모제에 참여하는 등의 방식으로 문제에 대한 관심을 표현했었어요. 영화로 만들겠다는 결심은 여성들이 힘든 이유가 결국 아직 순결이나 정조와 같은 보수적인 가치들을 강요하는 우리 사회 때문이라는 것을 깨닫고 이루어졌어요. 그런 사회이기 때문에 피해자들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고통 받고, 떳떳해지지 못하는 거잖아요. 그 부분에 공감을 했던 것 같아요. 저도 상당히 보수적인 카톨릭 집안에서 자랐거든요. 영화 오프닝에 경아가 영상 통화를 걸어서 연수의 자취방을 확인하는 장면도 제 경험에서 나온 장면이에요.

 

진명현: 어머니가 실제로 하신 거예요?

 

김정은: 대학교 때 그러셨어요. 남자친구가 없는 상황에서 독립을 했다는 이유로 감시를 하시니까 저는 악몽도 꿨었어요. 남자친구를 만날 때에는 자취방에 같이 있는데 어머니가 갑자기 문을 열고 들어오시는 악몽을 많이 꿨던 것 같아요. 이런 일들이 어렸을 때부터 있어서 불법 촬영물 유포 범죄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피해 여성들에게 공감하는 마음을 가지게 된 것 같아요. 그래서 이 문제를 꼭 영화로 만들어야겠다고 생각 했었어요. 그런데 보통 성범죄를 소재로 한 영화는 복수극으로 진행되거나, 관객들에게 일종의 카타르시스를 주는 데 초점이 있는 경우가 많잖아요. 저는 그보다는 피해자 자체와 그들이 일상과 관계를 회복해 나가는 과정에 초점을 두고 싶었어요. 그래서 보다 많은 분들에게 위로를 주는 영화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 했습니다.

 

관객: 디지털 성범죄의 특성이 영상을 삭제해도 계속해서 공유가 될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연수는 영화가 끝난 뒤에 동영상 삭제 업체와의 계약을 더 이어갔을지 궁금합니다.

 

김정은: 마지막 문자가 원래 시나리오 초반에는 없었던 장면이에요. 왜냐하면 그 장면 때문에 끝까지 찜찜하잖아요. 3개월 이후에 영상물이 삭제 되었다는 연락을 받았는데, 영화가 마무리 되는 단계에서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면 분명히 찜찜한 감정이 생길거라는 생각이 들긴 했어요. 그래서 저도 과연 연수는 어떻게 행동했을지 생각을 하면서 썼는데요. 디지털 성범죄의 핵심은 한 번 유포된 영상은 끊임없이 재유포 될 수 있다는 점이라고 생각 했어요. 이게 다른 범죄들과의 가장 큰 차이점인 것 같기도 하고요. 그렇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이 문제에 관심을 갖고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했고, 그 지점을 짚어주는 게 좋을 것 같다고 생각해서 추가하게 된 장면이에요. 그래서 연수가 재계약을 하든, 새로운 업체를 구하든 해결 방안을 찾기 위해 계속해서 노력할 것이라고 생각을 하면서 썼어요. 하지만 사실 연수의 노력보다도 중요한 것은 주변 사람들, 우리의 지속적인 관심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개운하지 않은 마무리여도 관객들이 연수를 응원하게 되는 마음이 들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진명현: 개운할 수가 없는 문제이기 때문에 개운하게 끝나는 게 더 비현실적이었을 거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하윤경 배우님 생각은 어떠세요?

 

하윤경: 감독님께서 말씀을 너무 잘하셔서 할 말이 없네요. (웃음) 제가 생각하는 바와 똑같아요. 그런데 관객의 입장에서 생각 해보자면, 당연히 연수가 계속해서 삶을 변화 시키기 위해 노력했으면 좋겠는 마음이에요. 하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돈과 노력과 시간이 필요하잖아요. 그 점을 모든 사람들이 생각해주셨으면 해요. 막상 내 일이 되었을 때 끝나지 않는 공포가 된다는 것을 계속해서 상기하고 경각심을 가져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저 개인적으로는 연수가 살아가기 위해 노력하는 방향으로 나아갔으면 좋겠어요.

 

진명현: 디지털 성범죄에서 가장 무서운 적은 가해자와 피해자 사이에 존재하는, 누군지 알 수 없는 방관자들이기도 하니까요. 그들이 사실 범죄자들이기도 하고요. 그래서 경아가 PC방에 가서 모르는 사람들이 남긴 댓글을 보는 장면이 굉장히 뾰족하게 마음을 찌르는 장면이었다고 느껴졌습니다.

 

관객: 첫 관람 때는 연수 입장에서 디지털 성범죄에 초점을 두고 영화를 봤는데, 오늘은 경아와 미자의 이야기에 집중하게 됐어요. 경아도 폭력적인 사건 후에 2차 가해를 당하는 입장에 있었고, 그 가해자 중에는 미자도 있었으니까요. 그래서 처음에는 미자가 소문을 퍼트렸다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병원에 찾아와 미안하다고 사과를 하기도 하니까요. 하지만 다시 봤더니 직접적인 언급이 있는 것은 아니어서, 이 둘의 이야기가 궁금해졌습니다. 감독님께서 기획하실 때 둘의 서사를 어떻게 설정하셨는지, 따로 없으셨다면 배우님들께서는 연기를 하시면서 어떻게 설정하고 작업하셨는지 궁금합니다.

 

김정은: 저는 경아와 미자의 관계를 한 장소에서 오랜 기간 살면서 우정을 나눈 막역한 사이라고 설정 했었어요. 그리고 미자가 경아를 둘러싼 소문을 내는 주동자까지는 아니지만 방관자라고 생각을 했고요. 마을에서 경아에 대한 소문이 퍼지는데 편이 되어주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반감했던, 혹은 진실이라고 믿었던 가슴 아픈 관계인거죠. 세월이 지나며 제대로 풀어지지 않은 상태로 지나갔지만, 경아의 마음 한편에는 그 때의 일이 남아 있을 거예요. 묻고 살 수도 있었겠지만, 경아도 1년의 시간을 지내면서 연수가 타인에게 비난을 받았듯이, 자신에게도 비슷한 경험이 있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되었을 거라고 생각 했어요. 그것이 미자와의 묻어둔 관계가 수면 위로 올라오는 계기가 된거고요. 그렇지만 미자를 결코 나쁜 사람으로 그리고 싶지는 않았어요. 결국에는 미자가 늦게나마 진심 어린 사과를 전했기 때문에, 경아도 그 마음을 받아서 딸이든 누군가에게 사과를 전할 수 있는 용기를 낼 수 있었다고 생각 합니다.

 

진명현: 미자와 경아의 이야기가 상당히 드라마틱하잖아요. 이것만 해도 장편 영화 하나를 만들 수 있을 텐데, 영화는 그들의 이야기를 대사로 쓰지도 않고 액자 구조로 끌어들이지도 않아요. 만약 그랬다면 현실에 있는 문제들이 희석될 수 있었을텐데, 감독님이 의도적으로 그런 방식을 택하지 않으셨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이지하 배우님은 김정영 배우님과의 호흡은 어떠셨으며, 미자 역할 제안 받으시고 어떤 생각을 하셨는지 궁금합니다.

 

이지하: 대본을 받고서는 별 생각 없이 친구 역할을 하러 갔는데, 촬영장에서 대화를 하면서 영화의 주제에 대해 조금 인지 했어요. 솔직히 병실에서 사과하는 장면을 찍을 때에야 비로소 내가 이런 얘기를 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던 것 같아요. 그리고 영화를 보고서야 이 이야기가 저 이야기랑 이렇게 연결된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고해성사 중이에요. (웃음)

그런데 디지털 성범죄랑 미자의 이야기가 연결점이 하나도 없을 것 같지만, 그렇지 않잖아요. 방관자들이 죄의식 없이 배포하는 행동과 그것을 하게 하는 마음은 인류가 존재하는 이상 사라지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리고 이 지점을 건드리려는 영화라는 것을 보고서야 깨달았고요. 미리 알았더라면 연기를 조금은 더 잘 할 수 있었을텐데, 저의 부족함으로 여기까지밖에 못 한 것 같아요.

 

김정은: 제가 더 잘 짚어드렸어야 하는데.

 

진명현: 두 분 다 충분히 잘하셨어요. 배우님 말씀처럼 입으로든 핸드폰으로든 소문을 내는 건 나쁜 짓이잖아요. 매일같이 소문이 SNS에서 떠돌고 있고, 돈을 받고 파는 사람들도 너무 많아요. 예전에는 나도 잘 모르는데 누구한테 들은 이야기야, 하는 식으로 퍼졌고, 요새는 트위터에서 봤다는 식으로 퍼지고 있어요. 그런데 그 둘은 사실상 크게 다를 게 없잖아요. 감독님께서 시대적인 변화를 잘 짚어주셨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 측면에서 상순의 역할도 중요했다는 생각이 드는데, 배우님은 대본 받고 어떠셨어요? 악역은 아니지만 조금 얄미운 역할이긴 하잖아요.

 

이채경: 원래 상순은 더 예민하고 까탈스러운 역할이었어요. 처음 제가 받은 대본에서 병원 장면은 미자가 아니라 상순이 가는 거였어요. 상순에게 서사도 더 있었고요. 가족도 나오고, 경아나 연수와도 더 길게 이야기 했었어요. 그런데 아무래도 중심 인물 위주로 서사가 진행되다 보니까 상순이라는 인물이 좀 단편적으로 그려진 면도 있긴 하죠. 개인적으로는 조금 아쉽긴 하지만, 감독님의 선택이 탁월했다고 생각 합니다.

 

진명현: 후반부에 상순이 없었으면 정말 불안했을 것 같아요. 지탱해주는 기둥 하나가 있는 느낌이었거든요. 감독님께서 좋은 배우님에게 좋은 역할을 맡겨주셨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관객: 경아와 연수가 통화를 하는 마지막 장면에서 서로가 독립된 존재라고 인정을 하게 되는 것인지, 경아도 트라우마에서 벗어났다고 볼 수 있을지 여쭤보고 싶습니다.

 

김정은: 독립을 의도한 게 맞아요. 각각의 독립이 중요하다고 생각 했어요. 영화가 연수의 문제를 해결해주지 않기도 하지만, 모녀 간의 관계가 완전히 회복된 채로 끝나지도 않잖아요. 저는 각자의 일상 회복이나 화해 이전에 서로의 독립이 먼저라고 생각이 들었어요. 무엇보다 경아의 독립이 중요하다고 생각 했고요. 남편과 사별을 했지만 여전히 남편의 굴레, 남편이 평생 벌어서 마련한 집에서 벗어나지 못한 상태에 머물러 있다고 느꼈거든요. 비로소 그 집을 떠나면서 자신의 집으로, 자신의 길로 향해가는 과정 후에야 모녀가 관계를 회복할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그런 일을 바라면서 서로 독립하는 장면으로 마무리했습니다.

 

관객: 상현이 영상을 친구, 엄마 그리고 인터넷에 유포하잖아요. 디지털 성범죄 기사를 보면 주변 지인에게 다 퍼트리는 경우가 많은데, 개인적으로 최악을 상상했던지라 이런 면이 영화를 지나치게 폭력적으로 보이지 않게 만들었다고 느껴졌습니다. 영상이 유포되는 범위를 설정하시는 이유가 있으신지 궁금했습니다.

 

김정은: 연수 주변인들이 영상을 받는 장면을 의도적으로 배제하려고 했어요. 누가 뭘 받는지가 중요하다기보다는 그 일이 벌어졌다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 했고, 그 이후에 연수가 어떻게 헤쳐나가는지에 더 집중하고 싶었거든요. 그래서 일부로 그런 부분은 상세하게 짚어내지 않았습니다.

 

진명현: 〈경아의 딸〉의 큰 장점 중 하나가 장르적인 자극은 최소화하면서 교조적으로 빠지지 않는다는 점 같아요. 같은 맥락에서, 이 영화는 성에 대해서 이야기 할 부분을 정확하게 이야기하는 영화예요. 박혜진 배우와 하윤경 배우의 걸으면서 하는 성교육이야말로 어마어마한 장면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그 장면의 뒷 이야기를 들어보고 싶어요. 연수가 너무 힘든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어쨌든 하나를 만난 후에 경아를 만나러 가잖아요. 중요한 동선이었다고 느껴집니다. 하윤경 배우님과 박혜진 배우님의 이야기가 궁금합니다.

 

하윤경: 성교육 장면은 대사가 직접적이지 않은 부분이 많은 것 같아요. 사실 저라면 좀 더 말했을 것 같거든요. 단호하게 만나지 말라고 했을 것 같은데, 그런 마음이 드는 저조차도 경아의 일면을 가지고 있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비슷한 마음으로 연수가 조심스럽게 말을 고르면서 대화를 하지 않았을까, 싶어요. 그 장면에서 엄마를 닮아가는 본인의 모습을 하나를 통해서 봤을 거고, 그래서 엄마처럼 말하지 않으려고 조심하면서 진심 어린 고민에 대해서 공유하고 싶었을거란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저는 하나를 통해 연수가 스스로를 돌아보고, 엄마와의 관계에 변환점을 맞을 수 있는 계기가 되는 장면이라고 생각 했습니다.

 

진명현: 연수가 타고난 선생님이잖아요. 학생한테 훈계하는 게 아니라 친구 같은 관계를 유지한다는 점을 빠르게 보여주고 지나감으로써 연수를 매력적으로 그려낸 것 같아요. 정말 타고난 교육자여서 그 상황에서도 하나에게 달려갔구나, 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우리 박혜진 배우님은 어떠셨나요?

 

박혜진: 하나 입장에서는 선생님의 상황을 모르니까 미안했을 것 같아요. 역할로서 말을 할 때에도 미안한 감정이 있었고요. 그리고 그런 주제를 친하지 않은 선생님한테 말하는 게 오히려 가족한테 말하는 것보다 더 나은 선택인 것 같아요. 그래서 좋았어요.

 

진명현: 그런데 강하나 양의 인스타그램 팔로워가 0명이고 팔로잉도 0명인가요? 좋아요도 0인 것 같은데. 그럼 그 친구는 하나를 사랑하지 않는 것 같아요. 럽스타그램도 아니잖아요. 해명 좀 해주시죠. 둘이 같이 찍은 사진인데 아무도 좋아요를 누르지 않은 것 같던데요.

 

김정은: (웃음) 누가 그걸 볼 거라고 생각도 못했어요.

 

진명현: 제가 다시 한 번 확인해 보긴 할 텐데, 팔로워와 팔로잉이 두 자릿수는 아닌 것 같았어요. 6명, 8명 아니면 0명, 0명이었던 것 같은데. 어쨌든 하나양, 그 친구는 진정한 사랑이 아닌 것 같습니다.

 

 

 

영화 〈경아의 딸〉 스틸컷

 

 

 

관객: 연수가 엄마가 다쳤다는 문자를 받는 장면이 있는데, 그 이후에 하나의 문자가 오잖아요. 그런데 연수는 하나를 먼저 만나러 갔고요. 하나랑 이야기를 하는 과정에서 엄마에 대한 감정을 말로 표현하기도 하는데요, 그런 이야기를 통해서 깨달은 감정 때문에 엄마를 만나러 갔다고 볼 수 있을까요? 하나와의 만남이 엄마를 보러가는 계기가 되었을지 궁금합니다.

 

김정은: 연수는 진짜 착한 딸이잖아요. 연수는 엄마가 아플 때 1순위로 달려갔던 딸이에요. 전에도 일하다가 엄마가 아프다고 하니까 바로 달려오기도 하고요. 그런데 사건이 있고 나서 엄마에 대한 믿음이 무너졌고, 그래서 걱정은 되지만 바로 가지 않은거라고 생각해요. 하나는 연수가 절망하고 있을 때 일을 할 수 있는 용기를 얻게 해준 제자이기 때문에, 엄마의 연락을 받고 혼란스러운 마음을 하나에게 가는 걸로 정리하려 했을 것 같아요. 그런데 하나의 고민이 과거에 본인이 했던 고민과 맞닿아 있어서, 스스로에 대해 돌아보는 계기를 갖게 되는거죠.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엄마를 찾아가서 본인의 속내를 쏟아내게 될거라고 생각 했습니다.

 

진명현: 엄청나게 솔직한 하나가 연수에게 영향을 준 부분이 있었을거란 생각이 듭니다. 하나는 아무것도 못 감추잖아요. 바로 옆에 남자친구 두고서 통화하는 대담함을 선보이는 친구이기 때문에, 나도 솔직하게 엄마와 대화 좀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을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관객: 첫 변호사가 성의 없는 사람이었잖아요. 그래서 어머니가 소개한 변호사가 찾아왔을 때 변호사를 바꿀 줄 알았는데, 바꾸지 않은 이유가 있는 지 궁금합니다.

 

진명현: 지금 그 변호사님도 이 자리에 와 계십니다.

 

이채경: 처음 대본을 받았을 때는 상순이 변론을 하기로 되어 있었는데, 너무 드라마틱하다는 의견이 있었어요. 그래서 수정 되었어요. 국선 변호사가 형사 부분을 마무리 하고 민사는 아마 제가 하는 방향으로 가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김정은: 상순은 기꺼이 도와줄 것 같지만 연수는 어쨌든 재정적으로 힘든 상황이어서 국선 변호사라는 제도의 도움을 받는 상황이잖아요. 재판이 시원치 않은 결과로 끝나는데, 상순은 그 이후의 조력자로 남는다는 여지를 남기고 싶었습니다.

 

하윤경: 처음에 상순의 도움을 거절하는 장면은 연수의 어떤 의지가 상실되어 있는 상태라고 생각했어요. 모든 걸 쏟아붓고 인터넷 자료 지워가면서 소송 해봤자 그 사람이 받는 형은 고작 1년이라는 것, 그 사람이 형을 살고 나온다고 해도 내 인생과 영혼은 갈기갈기 찢겨 있는데 그게 무슨 의미가 있나 하는 자포자기 심정이었을 것 같아요. 그리고 엄마에 대한 상처가 제일 컸을거라는 생각도 들었고요. 그래서 엄마가 소개해줬다는 분이라는 점도 도움을 받는 게 어려웠을거예요. 그래서 더 밀어내지 않았을까, 싶어요. 하지만 결국에는 상순의 진심 어린 마음에 응했을 거라고 생각하고, 마지막 법정 앞에서도 해보겠다는 마음을 먹을 수 있었을거라 느꼈어요. 상순 같은 사람이 있었기에 또 다시 일어설 수 있지 않았을까.

 

진명현: 말씀 듣다 보니 속편이 보고 싶어요. 상순이랑 같이 손을 잡고 소송해서 상현이 무기징역 받는 모습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드네요.

 

관객: 하윤경 배우님께 질문드리고 싶은데요. 연기하기 쉽지 않은 소재인데 연수라는 인물에 다가가기 위해서 어떤 노력을 하셨는지 궁금하고, 연기하면서 힘드셨던 부분이 있으셨는지 궁금합니다.

 

하윤경: 연수가 괴로워하고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게 피해자의 전형을 전시하게 되는 것처럼 되어버릴까봐 걱정했어요. 그렇다고 해서 연수가 힘들지 않아 보이면 안되거든요. 그래서 도대체 무슨 연기인지 모르겠지만, 그런 연기를 해내기 위해 연수로서 생각하려고 노력을 많이 했어요. 그래야 의도하는 모습이 나올 수 있을거라 생각했고, 그런 부분이 결과적으로 힘든 점이 되었던 것 같아요. 현장에서 그 기분과 상황에 계속 머물러 있다 보니까 정신적으로 조금 힘들었습니다. 그래도 다른 배우 분들이 너무 좋으셔서 현장에서 많이 의지를 했고, 수월하게 끝낼 수 있지 않았나 싶어요.

 

관객: 영화 엔딩 크래딧의 노래를 하윤경 배우님께서 부르신걸로 아는데, 음원 사이트에서도 들을 수 있더라고요. 음악을 직접 부르시게 된 계기와 사이트에서 들으면 본인에게 수입이 돌아가는지 궁금합니다.

 

하윤경: 제가 알기로 수입이 없는 걸로 알고 있고요, 생각을 못해봤네요. (웃음) 어떻게 된 거죠?

 

진명현: 음원차트 1위를 10주간 해도 별로 돈이 안 된다고 하더라고요.

 

하윤경: 감독님이 엔딩곡을 부르는 게 어떠냐고 처음 말씀하셨을 때는 농담인줄 알았어요. 저는 노래를 그렇게 잘하진 않거든요. 그래도 연수가 마지막에 읊조리듯이 노래를 하면 의미가 있을 것 같다고 이야기를 하셔서 고민하다 승낙했어요. 사실 이런 기회가 언제 있겠어요. 특별한 계기는 없고 감독님이 하라고 해서 했습니다. (웃음)

 

진명현: 모르고 들으셨던 분들이 있을 것 같아요. 여러분 음원 사이트에서 들어주시면 하윤경 배우님께 단돈 10원, 20원이라도 가지 않을까 싶습니다. 저희 1시간 가까이 이야기했는데 한 분도 자리 떠나지 않고 이야기 들어주셔서 너무 감사드리고요. 그래도 돌잔치다 보니까 즐거운 이야기들을 많이 나누려고 노력을 했는데요, 영화가 남긴 질문들이 굉장히 많습니다. 그 질문을 위해서 감독님과 배우 분들, 스태프 분들이 열심히 영화를 만드신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방관자도 범죄자임을 자각하기 위해서는 상현이 받은 1년 6개월의 가벼운 형이 100배는 되어야 한다고 생각 합니다. 솜방망이 처벌이 이어지고 있는 것 때문에 비슷한 범죄들이 줄어들고 있지 않다는 생각이 들어요.

극영화 데뷔작으로 사회적인 문제를 깔끔하게 전달하는 건 정말 난이도가 높은 작업인데, 김정은 감독님께서 가르치려 들지도 않고 힘들게 하지도 않는 적당한 선에서 매력적인 인물들로 영화를 만들어주셨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느꼈습니다. 너무 감사드려요. 다음 작품도 기대가 되는 감독님을 만났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경아와 연수가 주인공임에도 배우 분들 모두 어떤 역할을 맡으셨는지 생생하게 기억나고, 느껴진다는 점이 신기해요. 배우님들이 그만큼 애정을 주셔서 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또한 배우님들과 감독님, 스태프 분들의 좋은 협연이 만들어낸 작품이라는 의미이기도 할테고요. 마지막으로 배우님들과 감독님 인사 한 말씀 들으면서 〈경아의 딸〉 인디 돌잔치 마무리하도록 하겠습니다.

 

이채경: 오늘 귀한 발걸음 해주셔서 감사드리고요. 앞으로도 좋은 독립 영화로 자주 뵙기를 소망합니다. 감사합니다.

 

박혜진: 앞으로도 독립 영화 다양하게 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하윤경: 1시간이라는 긴 시간을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봐주셔서 감사드리고요. 좋은 기운 받고 열심히 활동해서 좋은 모습 보여드리는 배우 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김정은: 월요일인데다 비까지 와서 안 오시면 어떡하나, 걱정 했는데 많이 와주시고 끝까지 자리에 남아주셔서 너무 감사합니다. 편안한 밤 되시길 바랍니다.

 

진명현: 감독님 다음 작품에도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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