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mmunity/관객기자단 [인디즈]1418 [인디즈 Review] 〈낮에는 덥고 밤에는 춥고〉: 발랄하지 않은 가난, 성스럽지 않은 노동 〈낮에는 덥고 밤에는 춥고〉 리뷰: 발랄하지 않은 가난, 성스럽지 않은 노동 *관객기자단 [인디즈] 안민정 님의 글입니다. 예술은 오래간 가난을 주제로 해왔다. 이는 곧 예술 속 가난이 지나치게 낭만화되어있다는 말과 같을 것이다. 그리하여 영화 속 가난은 자주 발랄해졌고 물에 잉크를 타듯 희미해졌고 본래 의미의 밖으로 번져 나갔다. 정작 가난을 주목하지 않는 가난 영화들은 어쩌면 자연스러운 섭리일지도 모른다. 스크린 화면에서까지 고개가 주억이는 현실을 보고 싶지 않다는 대중의 요구가 이해 못 할 일도 아니다. 하지만 여기, 예술이 외면해왔던 가난이 나타났다. 당장 빈곤 상태에 놓여 있거나 사람들과 섞이지 못할 정도는 아니지만, 고민하다 산 카페 음료를 아쉽게 털어 마시고 어딘가 미세하게 촌스러운 옷차림이.. 2022. 11. 8. [인디즈] 〈성덕〉 인디토크 기록: 당신, 지금 사랑하고 있습니까? 당신, 지금 사랑하고 있습니까? 〈성덕〉 인디토크 기록 일시 10월 12일(수) 오후 7시 상영 후 참석 오세연 감독┃출연자 박성혜 *관객기자단 [인디즈] 안민정 님의 글입니다. 인간은 끊임없이 사랑에 대해 고뇌해왔다. 눈에 보이지도 않는 주제에 너무 거대하다는 이유로 사랑은 끊임없이 의심받아온 셈이다. 그 결과 요즘은 깻잎을 떼어주는 게 사랑이다, 숙면을 바라는 마음이 사랑이다 같은 각자의 경험적 정의들이 둥둥 떠다니게 되었다. 그렇다면 이 사랑의 파도 속에서 영화는 사랑을 어떻게 정의할까? 영화는, 시네마는, 과연 〈성덕〉 은 사랑을 무엇이라고 생각할까? 오세연 감독(이하 오세연): 안녕하세요. 오늘 관객분들이 되게 많이 오셔서 긴장이 되더라고요. 영화 재미있게 보셨나요, 여러분? 저희 어제 관객 수.. 2022. 11. 4. [인디즈 Review] 〈수프와 이데올로기〉: 할 수 있는 말을 고민하는 일, 편지 쓰기와 영화 만들기 〈수프와 이데올로기〉 리뷰: 할 수 있는 말을 고민하는 일, 편지 쓰기와 영화 만들기 *관객기자단 [인디즈] 김태현 님의 글입니다. 〈수프와 이데올로기〉에 대해 무엇을 말할 수 있을까 고민하다 5.18 기념공원을 방문했던 기억이 떠올랐다. 수많은 희생자들의 이름이 벽에 적혀 있었다. 그리고 견학을 온 것 같은 수십 명의 어린 학생들이 그곳에 있었다. 아이들은 그다지 엄숙하지 않았고, 긴 벽을 이리저리 뛰어다니며 친구들의 이름을 찾아 서로를 놀려 댔다. 그들은 분명 이곳에 담긴 이야기와 선생님의 무거운 얼굴을 기억할 텐데 말이다. 하지만 그들을 탓하고 싶지 않다. 아직 그들은 벽의 이름들로부터 죽음을 떠올리기보다는 얼굴을 마주하며 웃음 짓는 친구를 떠올리는 나이였을 테니까. 아닌 게 아니라, 비극적인 타인.. 2022. 11. 1. [인디즈] 〈2차 송환〉 인디토크 기록: 여전히, 희망은 필요하다 여전히, 희망은 필요하다 〈2차 송환〉 인디토크 기록 일시 10월 15일(토) 오후 2시 20분상영 후 진행 김소희 평론가 참석 김동원 감독┃민병래 작가 *관객기자단 [인디즈] 김진하 님의 글입니다. 러닝타임이 끝나도 인물의 삶은 계속된다. 실제 인물의 이야기를 소재로 하는 다큐멘터리에서는 특히나 이 사실이 차갑게 느껴질 때도 있다. 비전향 장기수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 〈송환〉이 2004년 개봉했고, 큰 성공을 거두었다. 그리고 2022년, '여전히' 송환을 기다리는 사람들이 있다. 영화 〈2차 송환〉은 1차 송환 당시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전향했다는 이유로 명단에서 제외되었던 장기수들의 이야기다. 대통령이 몇 번이나 바뀌고, 남북 정상이 만나 손을 맞잡고, 또 다시 회담이 결렬되는 동안 계속해서 '형.. 2022. 10. 25. [인디즈] 〈애프터 미투〉 리뷰: 계속되는 삶, 끝난 적 없는 이야기들 〈애프터 미투〉 리뷰: 계속되는 삶, 끝난 적 없는 이야기들 *관객기자단 [인디즈] 박이빈 님의 글입니다. 어떤 이야기들은 크고 넓은 방식으로 누군가에게 닿고, 또 어떤 이야기들은 누군가에게 닿기도 전에 아주 작은 것이 되어 묻히고 만다. 이때 닿거나 닿지 않는 것은 이야기가 가진 경중의 정도와는 무관하고 그 지점에서 우리는 이런 식으로 말할 때가 많았다. 우리 더 크게, 힘 주어 얘기하자. 앞으로 나아가자. 〈애프터 미투〉는 ‘우리 더 크게’ 말했던 #Metoo 운동(미투 운동)과 그 이후에도 남아 있고, 살아 있는 사람들의 목소리를 담고 있다. 영화는 회고적이면서 동시에 현재와 긴밀히 연결되어 있는 형태를 취하고 있어 마치 과거와 현재가 보이지 않는 끈으로 연결되어 있는 것만 같은 인상을 주고, 이 .. 2022. 10. 20. [인디즈] 〈달이 지는 밤〉인디토크 기록: 죽은 자들의 흔적이 머무는 두 가지의 이야기 죽은 자들의 흔적이 머무는 두 가지의 이야기 〈달이 지는 밤〉 인디토크 기록 일시 9월 25일(일) 오후 6시 상영 후 진행 조지훈 무주산골영화제 프로그래머 참석 김종관, 장건재 감독 안소희, 곽민규 배우 *관객기자단 [인디즈] 김소정 님의 글입니다. 〈달이 지는 밤〉에는 무주의 차갑고 쓸쓸한 겨울과 싱그럽고 생생한 여름이 모두 담겨 있다. 서로 다르면서도 닮아 있는 두 이야기에서는 우리 곁을 떠나갔다고 믿은 사람들이 삶의 틈새 곳곳으로 스며든다. 꿈 같으면서도 현실 같은 이야기의 주인공 안소희, 곽민규 배우와 김종관, 장건재 감독을 만나보았다. 조지훈 프로그래머(이하 조지훈): 안녕하세요, 저는 무주산골영화제 프로그래머 조지훈이라고 합니다. 오늘 〈달이 지는 밤〉 인디토크 진행을 맡게 되었습니다. 이 .. 2022. 10. 20. [인디즈 Review] 〈성덕〉: 우리는 감정 있는 ATM 〈성덕〉 리뷰: 우리는 감정 있는 ATM *관객기자단 [인디즈] 임다연 님의 글입니다. 언젠가 인터넷을 떠돌다가 그런 우스갯소리를 보았다. 만약 2000-2010년대를 위한 ‘토토가’를 한다면 그 시절 남자 아이돌은 아무도 나오지 못할 것이라고. 보고는 웃어 넘겼지만, 지나서 생각해보니 아주 틀린 말은 아니었다. 나열을 하진 않겠지만, 어떠한 오점 없이 완전체로 등장할 수 있는 그룹이 몇이나 될까. 그에 반해 얼마 전 소녀시대는 데뷔 15주년을 맞아 완전체로 돌아왔다. 우리의 오빠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2017년 해외에서 시작한 미투 운동을 시발점으로 하나둘 터지기 시작한 성추문은 무결해 마지 않아 보였던 연예인도 피해가지 못했다. 한 시대를 풍자했던 이들이기에, 그들에게는 수많은 ‘성덕’이 있었다. .. 2022. 10. 18. [인디즈 Review] 〈말하는 건축가〉, 말하는 얼굴의 의지와 존엄을 지키는 영화들 〈말하는 건축가〉, 그리고 〈2차 송환〉 말하는 얼굴의 의지와 존엄을 지키는 영화들 *관객기자단 [인디즈] 김태현 님의 글입니다. 〈2차 송환〉의 개봉을 맞아, 김동원 감독의 또 다른 영화를 소개하고 싶었다. 어렵지 않는 경로를 통해 관객들이 만날 수 있는 영화를 찾으며 〈송환〉과 〈내 친구 정일우〉를 다시 보았다. 두 영화 모두 소개해야 마땅한 감동적인 영화이지만, 〈2차 송환〉과는 다른 영화들이라고 생각했다. 두 영화 모두 〈2차 송환〉과 같이 현실의 문제를 전하며, 신념을 가진 인물 옆에 서 있는 영화이지만, 〈2차 송환〉과는 다른 동력으로 영화가 맺어지고 있다고 생각했다. 기대감, 혹은 기억. 하지만 〈2차 송환〉은 어쩔 수 없이 실패에 대한 영화이다. 카메라 앞에 얼굴을 마주하고 질문에 답하는 .. 2022. 10. 11. [인디즈 Review] 〈2차 송환〉: 언어로 염원을 오독오독 긷는 행위의 숭고 〈2차 송환〉 리뷰: 언어로 염원을 오독오독 긷는 행위의 숭고 *관객기자단 [인디즈] 김해수 님의 글입니다. “내가 만든 집에서 모두 함께 노래를 합시다, 소외됐던 사람들 모두 함께 노래를 합시다, 우리만의 따뜻한 불 영원한 꿈 영혼과 삶” -실리카겔의 노래 ‘NO PAIN’ 중 이 곡은 척추의 순번을 굳이 매기지 않아도, 사랑이 가운데 뼈로 크게 들어가 있음을 알 수 있다. 이 글에서 처음 읽었다 해도 쓰인 가사를 톺으면 가늠이 될 것이다. 짓고, 열고, 부르고, 온기로 인식하며, 소원의 항구성을 기대하는 것. 이는 〈2차 송환〉의 곧음과 완벽히 감합된다. 그래서 영화가 끝나고 이 노래를 재생한 당시, 소란한 탄성을 흘렸다. 가사의 처음으로 기어 올라가 말하자면, 〈2차 송환〉엔 노래가 든 ‘만남의 집.. 2022. 10. 11. [인디즈] 〈지금, 이대로가 좋아요〉 인디토크 기록: 붉은 마음의 윤을 마모시키지 못하도록 둥글게 안아 드는 울음 붉은 마음의 윤을 마모시키지 못하도록 둥글게 안아 드는 울음 〈지금, 이대로가 좋아요〉 인디토크 기록 일시 9월 25일(일) 오후 3시 상영 후 진행 윤가은 감독 참석 부지영 감독 *관객기자단 [인디즈] 김해수 님의 글입니다. 나는 줄곧 홍옥과 닮은 원망을 폐에 콕, 박아두고 자랐다. 쑥스럽지만 알을 몇 개 떼어 말해보려 한다. 흔히 정의하는 ‘정상성’의 식구 규격에 항상 반대의 깃을 꽂고 싶은 충동이 컸다. 그 모양과 동일하지 않아도 나는 엄마에게 사랑을 충만히 배웠다. 바를 정, 항상 상. 무엇도 바르게만 항구적일 수 없음에도, 타자의 존재와 형태를 함부로 단언하는 이 세계가 괴로웠다. 동시에 화자의 통증이 명백히 기립해 있음에도, 결국 무르게 안아버리는 가족 서사에도 질려있었다. 이 물컹임을 아직도.. 2022. 10. 7. [인디즈 Review] 〈달이 지는 밤〉: 담담하게 마주하는 죽음의 얼굴 〈달이 지는 밤〉 리뷰: 담담하게 마주하는 죽음의 얼굴 *관객기자단 [인디즈] 김진하 님의 글입니다. 밤이면 달이 뜬다. 아니 사실 달은 언제나 그곳에 있다. 태양이 멀어지는 밤이면 노랗게 빛났다가 다시 태양 빛이 내리쬐면 잠시간 보이지 않는다. 저녁을 지나 우리 눈에 떠오른 달은 보는 사람의 시선에 따라 다른 이미지로 다가온다. 누군가에게는 기다리는 사람의 그림자처럼, 누군가에게는 미지의 세계처럼, 또 다른 이에게는 어둠의 스산한 기운처럼. 영화 〈달이 지는 밤〉은 언제나 떠 있는 달을 새삼스레 인식하듯, 우리 삶에 존재하고 있는 죽음의 흔적을 발견해 보여준다. 두 편의 다른 이야기가 합쳐진 옴니버스 영화 〈달이 지는 밤〉은 전라북도 무주의 빈 집, 굽은 길, 오래된 가게 등 유사한 공간에서 겨울과 여.. 2022. 10. 4. [인디즈 Review] 〈홈리스〉: 양심과 이기심 사이를 줄타기하게 만드는 〈홈리스〉 리뷰: 양심과 이기심 사이를 줄타기하게 만드는 *관객기자단 [인디즈] 김소정 님의 글입니다. 는 한 모델하우스에서 한결(전봉석)과 고운(박정연) 부부와 그들의 아이 우림(신현서)을 비추면서 시작된다. 그들은 양손 가득 짐을 들고 있고 그들의 대화는 온통 당장 그들의 생존과 직결된 주거에 관한 것뿐이다. 이 짧은 순간만 보더라도 이들에게 기본적이고도 가장 강력한 동기가 무엇인지 짐작이 간다. 아이가 있는 한결과 고운 부부에게 가장 간절한 것은 으리으리하고 멋들어진 집이라기보다는 다른 사람들의 방해를 받지 않고 아이를 키울 수 있고 그들의 몸을 편하게 뉘일 수 있는 작은 공간이다. 하지만 이들에게는 살아가는 데에 가장 기본적인 조건인 바로 그 집이 없다. 그렇기에 이들은 모든 순간 집을 얻기 위해.. 2022. 9. 27. 이전 1 ··· 23 24 25 26 27 28 29 ··· 119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