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퀴어 마이 프렌즈〉리뷰: 지금 내가 여기 있어요
* 관객기자단 [인디즈] 안민정 님의 글입니다.
存在. 두 글자 모두 ‘있다’는 뜻이다. 존재라는 단어는 주로 사람에게 쓰게 되어 있다. 사물이 거기 놓인 것과 달리, 인간이 여기 존재하기 위해서는 수많은 길과 상념이 쌓이기 때문인 것도 같다. 그렇기에, 존재를 부정당하는 것은 공포의 시작이다. 일상의 소소한 문제들부터 크게는 자아실현과 같은 중요한 선택까지. 모든 것은 존재 후에 이루어지는 문제다. 〈퀴어 마이 프렌즈〉는 바로 이 존재가 부정당한 한 사람을 아주 가까이서 들여다보는 이야기다. ‘사람’이 ‘존재’를 부정당할 수 있는지, 있다면 과연 누가 어떤 이유로 ‘부정’할 수까지 있는 것인지. 〈퀴어 마이 프렌즈〉는 아주 근본적인 이 의문을 카메라를 통해 묻기로 결심한다.
〈퀴어 마이 프렌즈〉에는 개인에서 시작해 점차 공동체로 나아가는 거대한 과정이 담겨있다. 즉, 성정체성에서 시작해 ‘나라는 개인은 이 사회에서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를 사유하는 보편적인 질문으로 향하는 셈이다. 한 발짝 떨어져 보면 선명해지는, 영화는 바로 그 역할을 한다. 일상적이고 보편적인 우정의 시선을 가졌지만 영화는 누구보다 냉철하다. 그리고 때때로, 자신도 혼란스럽다. 카메라를 든 채로 발전하는 이 놀라운 시선은 이유 없이 존재를 부정하던 사람들에게 피할 수 없는 질문을 던진다.
제목처럼 〈퀴어 마이 프렌즈〉는 마냥 강원의 이야기로 진행되는 작품이 아니다. 친구이자 감독인 아현은 적극적으로 그의 삶에 합류한다. 작품 내에서, 그들은 서로 존재하고 그 누구도 혼자가 아니다. 자신 없음, 두려움, 혼란스러움. 이 모든 것을 우정으로 담아보자고 결심한 영화의 선택이 새롭다. 영화의 끝에 다다르면 결국 당신과 나는 어떠한 기준으로도 구분될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된다. 어떠한 인간도 보편적이지 않듯, 인간이라면 누구나 조금씩 이상한 면을 가지고 있는 법이다. 〈퀴어 마이 프렌즈〉를 보며 또 한 번 배운다. 다큐멘터리는 한 개인의 삶으로 수많은 이들의 삶을 넓혀줄 수 있다는 것을. 타인을 알아가는 것은 결국 나를 이해하는 과정이라는 영화의 깨달음을. 누군가에게 이 작품이 삶의 울타리가 확장되는 경험으로, 또 해방감으로 가 닿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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