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부'에 대한 가장 분명한 저널리즘  〈주전장  인디토크 기록


일시 2019년 7월 18일(목) 오후 7시 30분 상영 후

참석 미키 데자키 감독

진행 달시 파켓 평론가

 통역 황혜림 









 *관객기자단 [인디즈] 이성현 님의 글입니다.

**해당 인디토크는 영어로 진행되었으며, 통역에 기반하여 기록하였습니다.





얼마 전 일본이 반도체 핵심 부품에 대한 한국 수출 규제 조치를 시행한다고 발표하면서 반일 감정이 최고조에 이르렀다. 이에 상응하듯 일본군 위안부’(성노예) 문제에 관한 한일 갈등을 그리고 있는 다큐멘터리 영화 <주전장>이 상영되는 인디스페이스는 전석 매진을 기록한 모습이었다. 관객들로 꽉 찬 상영관에서는 영화 상영 내내 탄식과 조소가 터져 나와 공간에 무겁게 머물렀다. 미키 데자키 감독과 달시 파켓 영화 평론가가 함께 한 관객과의 대화 역시 불꽃 튀는 현장이었다. 서로 충돌하고 또 지지하는 의견들 속에서 미키 데자키 감독은 자신이 내린 결론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고 말한다. 대신, 이 영화를 본 관객들이 계속해서 뜨거운 토론을 이어가기를 바랄 뿐이라고 덧붙이면서. 전쟁은 여전히 진행형이고, 우리는 우리가 서 있는 곳이 주전장(主戰場)이 되는 것을 두려워해서는 안 될 것이다.

 




달시 파켓 영화 평론가(이하 달시 파켓): 반갑습니다. 영화 평론가 달시 파켓입니다. 오늘 이 자리에 함께 하게 되어 영광입니다.

 

미키 데자키 감독(이하 미키 데자키): 안녕하세요. 오늘 아주 긴 영화를 보러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사실 두 시간동안 영화 속에서 제 목소리를 들으셨기 때문에 지겨울 수도 있으실 텐데요(웃음), 최대한 흥미롭게 답변 드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달시 파켓: 오늘 굉장히 많은 관객 분들이 와주셨는데요, 많은 질문 역시 있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그럼 제 질문으로 시작을 하고, 이어서 관객 분들의 질문을 받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영화가 굉장히 인상 깊었습니다. 사실 감독님께서는 영화를 학교에서 정식으로 배운 것이 아니기 때문에, 어떻게 보면 이 영화는 감독님의 열정으로부터 나온 게 아닌가 싶습니다. 또 어느 한 쪽이 아니라 두 양 진영의 논의를 충분히 전달하는데 주안점을 뒀기 때문에, 그 점이 보기 드문 접근이라고 생각합니다. 첫 질문은 단순할 수 있지만, 영화를 만드실 때 어떤 사람들을 관객으로 설정하고 만드셨는지 궁금합니다.

 

미키 데자키: 흥미로운 대답은 아닐 수 있지만, 먼저 한국과 일본 양국의 관객들이 이 영화를 보길 기대했습니다. 아무래도 양국이 위안부문제에 관해서는 가장 많은 열기와 관심을 갖고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그 중에서도 젊은 관객 분들이 많이 보길 바랐습니다. 요즘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페이스북이나 트위터와 같은 통로를 통해 정보를 얻고, ‘위안부문제에 대해서는 책이나 연구를 읽지는 않는 편인데요. 그래서 영화를 만들면서 가능한 흥미로운 방법으로 최대한 많은 정보를 전달하려고 노력했습니다.


달시 파켓: 사실 다큐멘터리 영화라고 할 때 우리는 감독이 어떤 진실을 진지하게 다룰 것이라고 생각합니다하지만 다큐멘터리에서는 거짓말을 하기도 쉬운 데요감독이 영화에 대한 전적인 통제(선택)권을 갖고 있기 때문입니다무엇을 선택하고 무엇을 버릴 것인가어떤 것을 담고 어떤 것을 담지 않을 것인가에 대한 선택권이 있는 것이죠이 영화 같은 경우 양쪽의 서로 다른 두 진영에서 저항을 받을 수 있는 상황인데요진실을 대변하는 사람으로서그리고 감독으로서 어떤 고민을 하고 어떤 태도를 취하셨나요?

 

미키 데자키: 영화를 만들면서아무래도 영화가 나오고 나면 각 양쪽에서 비판을 받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은 했었습니다그런데 어떤 논쟁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 ‘노예라던가 강제징집’ 이런 용어에 대해 각 집단이 갖고 있는 생각과 상상에 근거해서 논의할 때가 많습니다제가 중요하게 생각한 것은 법적으로 각각의 단어가 어떤 뜻을 갖고 있는가.’ 즉 법에 근거하여 단어를 정의해나가는 것이었습니다그래서 노예나 강제징집이라는 단어가 국제법상에서 어떤 뜻을 갖는지가 중요한 것이었고요그런 국제법의 규정에서 저의 피난처를 찾았다고 할까요어떻게 보면 그것이 제가 내린 영화의 결론에 대한 근거가 되어줬다고까지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결국 양쪽에서 비판을 받을 수는 있지만적어도 영화 속에서 제가 서 있는 곳이 어딘지에 대해서는 명백하게 보여주지 않았나 싶습니다.




 

달시 파켓: 이미 영화를 만들기 전부터 공격의 대상이 되신 적이 있는데요. 인터넷상에서나 미디어에서의 공격을 받고 어떤 마음이 드시는지 궁금합니다.

 

미키 데자키: 사실 처음 공격을 받았을 땐 굉장히 무서웠습니다. 사람들이 너를 죽일 거야.’라고 협박하는 말을 하는 것도 무서웠지만, 그보다 더 무서웠던 건 제가 어디에 사는지, 또 제 어머니는 어디 사는지와 같은 개인정보들이 유출되는 것이었습니다. 두려움에 누군가 저를 기찻길로 떠미는 악몽을 꾸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영화를 만드는 과정 내내 스스로에게 묻곤 했습니다. ‘정말 내가 죽더라도 이 영화를 만들고 싶은가? 죽음을 불사해도 괜찮은가?’ 그러나 그것에 대한 저의 답은 죽고 싶지는 않다였습니다(웃음). 그럼에도 불구하고 누군가 이런 영화를 만들어 이런 문제에 대하여 자유롭게 말할 수 있는 것은 꼭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즉 중요한 것은 한국 사람이든, 일본 사람이든, 미국 사람이든. 말하고 싶은 것을 말할 수 있다는 것, 그리고 권력을 가진 사람이든 아니든 권력자를 비판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권력을 가진 사람들도 사실은 우리의 손을 통해 그 자리에 있게 된 사람들이기 때문에 우리가 미디어 등을 통해 충분히 비판할 수 있고 점검할 필요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지금도 죽고 싶지는 않습니다만(웃음), 적어도 이 영화를 만들 가치는 충분이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달시 파켓: 어떻게 보면 일본인 입장에서는 일본계 미국인인 감독님이 아웃사이더(외부인)라고 여겨질 수 있을 것 같고, 또 한편으로는 인사이더(내부자)로 받아들여질 수도 있을 것 같은데요. 그런 감독님의 위치가 영화를 만드는 데 있어서 어떻게 작용하셨나요?

 

미키 데자키일단 제가 일본사람들이나 일본사회에 대해서 많은 애정을 갖고 있다는 점, 많은 생각을 하고 있다는 점에서는 인사이더, 즉 내부인이라고 생각합니다. 일본에 대한 저의 애정은 저만의 방식으로 영화 속에서 보여주었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반일본적이라는 얘길 듣기도 합니다만, 최근에 트위터에서 이 영화가 자신이 지금까지 봤던 영화 중 가장 친일본적이라는 평을 들은 적 역시 있습니다. 일본과 일본인에 대해 진지하게 염려하고 애정을 갖고 있는 게 보였다는 이유였습니다. 그게 어찌 보면 저의 의도와 가깝다고 생각합니다. 또 한편으로 일본 사람들에게 금기시되고 터부시된 이야기를 할 수 있었던 이유는 외부자로서의 위치와 역할이 덕분이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이중성, 양면성을 가지고 작업을 하게 되었습니다.

 

달시 파켓: 그럼 이제 관객 분들에게 질문을 받아보도록 하겠습니다.




 

관객: 안녕하세요. 영화 잘 봤습니다. 저는 영화를 보면서 '위안부' 이슈에 대해서 한 입장을 가진 사람과, 또 그 반대의 입장을 가진 사람들이 나오는데 순서와 자료를 조금만 바꾸면 이 영화가 가진 입장과는 정반대의 영화가 나올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리고 두 번째로 아시아 평화국민기금’(여성을 위한 아시아평화국민기금)이란 게 있잖아요. 일본에서 한국 '위안부'들에게 사과를 하고 보상을 하기 위해 마련한 기금인데, 영화를 보면 이렇게 '위안부' 이슈를 해결하기 위해 열심히 나서고 있는 일본의 입장에 대해서는 전혀 나오지 않고, 오히려 이를 왜곡하기 위한 액션만 보여주는 것 같아서 아쉬웠습니다. 이에 대한 감독님의 의견을 듣고 싶습니다.

 

미키 데자키: 먼저 순서와 자료를 조금만 바꾸면 정반대 결론의 영화가 나올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의견을 주셨는데, 저는 순서와는 상관없이 더 강하고 설득력 있는 논쟁이 분명 영화 속에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말씀해주신 아시아 평화국민기금은 자세히 언급되진 않아도 영화의 일부 장면으로 등장했다고 생각하는데요. 사실 아시아 평화국민기금은 국가의 공식적인 기금이라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물론 일본 측에서 물리적인 책임을 지는 의미의 기금이긴 합니다. 모금을 일본 정부가 주도하고 기금에도 일본 정부가 관여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만, 그럼에도 공식적인 기금이라고 볼 수 없는 이유는, 정부가 법적으로 책임을 지겠다고 진행한 건 아니기 때문입니다.

 


관객(일문학자 박유하): 박유하라고 합니다. 오늘 영화에 잠깐 출연을 했었기 때문에 출연한 입장에서 저를 다뤘던 방식에 대해서 질문 드리고 싶습니다. 영화에 나온 책은 오늘 다루신 양쪽의 입장을 모두 비판한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저를 인터뷰하러 오셨을 때 저는 이 이야기를 분명히 했다고 생각합니다. 편집을 하실 때 그런 인식이 있으셨는지, 인터뷰에 대한 감독님의 편집 의도에 대해 궁금합니다.

 

미키 데자키: 우선 박유하님의 인터뷰를 썼던 이유는 '위안부' 문제와 관련하여 한국에서 서로 다른 관점으로 인한 갈등이 있음을 보여주기 위함이었습니다. 그리고 물론 박유하님과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간에 의견차와 갈등이 있었다는 것도 알고 있었습니다. 제 나름으로는 많은 사람들을 인터뷰하면서 각 인터뷰이들이 정말 하고자하는 말의 본질, 그 정수를 담아내려고 함과 더불어 전체적인 맥락에서 가장 핵심적인 논의를 전달하려고 했는데 그런 점에서 균형을 잡기가 쉽지는 않았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당연히 영화를 보시고 인터뷰가 다뤄진 방식에 불편함을 가질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요. 그런 점에서 한계가 있지만 저로썬 앞서 말씀드린 것들 사이에서의 균형을 찾기 위한 과정이었습니다.

 




관객: 감사합니다. 영화가 속 시원해서 사이다 같았어요. 모두가 동의할 순 없겠지만 제 입장에서는 너무 좋았어요. 구글에 쳐서 알 수 있는 정보들도 많지만, 그렇게는 알 수 없는 인터뷰 내용이나 의견들이 이 영화에 담겨 있잖아요. 감독으로서 쉽지 않으셨을 텐데 이런 용기를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오늘도 느끼셨겠지만 이 영화를 보고 탐탁치 않아하시는 분들이 많이 계신데(웃음), 앞으로 감독님의 행보가 궁금해요.

 

미키 데자키: 사실 꼭 한쪽 진영에서 뿐만 아니라, '위안부' 해결을 위해 활동하시는 지지자분들에게도 비판을 받습니다. ‘왜 이걸 안 넣었어요.’, ‘왜 저 사람 인터뷰를 안 했어요.’하는 말들을 양쪽에서 듣곤 하죠. 그런데 사실 그럴 때마다 제가 할 수 있는 것은 ,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두 시간짜리 영화이다 보니 모든 것을 다 담을 수 없습니다.’라고 말하는 것입니다. 그럼에도 역사(기록)를 자기 뜻대로 바꾸려고 하는 사람들과 이에 지지 않으려고 하는 사람들 사이에 어떤 이야기가 오가고 있는가에 대한, 제가 영화 속에 가져가고자 했던 뼈대는 지키려고 합니다. 사실 자주 듣는 질문이 이 영화를 만들면서 가장 어려운 점이 무엇이었나 하는 것인데요. 저는 인터뷰를 할 때마다 인터뷰이들이 각자 본인의 관점을 가장 잘 드러내는 영화가 만들어지길 바란다는 점이 가장 어려웠습니다. 그래서 어떻게 보면 모두를 실망시켜야 한다는 것을 알고 영화를 만들었죠(웃음). 사실 이 문제에 대한 영화를 만든다는 게 정서적으로 어려운 일이라는 것을 깨달았고요. 결국은 계속해서 주먹으로 맞듯이 펀치를 당하고 맷집을 키워가면서 해야 하는 일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관객: 정말 흥미롭게 잘 보았습니다. 과거 위안부문제를 다룰 때에는 반대 입장을 가진 일본 우익 측은 목소리만 등장하는 방식이었는데요, 이 영화에서는 일본 우익들이 인터뷰를 매우 편하고 차분하게 이야기를 하는 모습이 나와서 오히려 그들이 힘을 가지게 되는 게 아닌가 싶기도 했습니다. 그들이 가진 논리는 그다지 일관적이지 않음에도 불구 다큐멘터리 촬영에 마치 기다렸다는 듯 응한 느낌도 드는데, 그런 부분을 예상하셨나요?

 

미키 데자키: 우선 논리적이지 않다고 느껴졌다는 것이 흥미로운데요, 보통 일본 우익 성향의 역사수정주의자들이 위안부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지지자들은 굉장히 정서적인 접근을 하고, 증언의 일관성이 없으며 비논리적이라는 말을 많이 합니다. 또 이들은 자신들의 주장에는 서류와 증거가 있다며 스스로 논리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그들의 논쟁이 비논리적이라고 생각했던 것은, 해당 논의의 근거가 일본인은 우월하다는 사상에 기반하고 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들은 자신의 선조들이 학살이나 전쟁 중 강간과 같은 일을 하지 않았을 거라고 믿습니다. 그러면서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증거를 쌓아나갑니다. 학술대회, 심포지움에서 일본의 명예를 수호한다는 명제를 쓰기도 합니다. 그들은 이 영예를 지키기 위해 행동하는데요. 어떤 면에서는 그 마음이 이해가 갑니다. 그러나 이 부분이 제가 그들이 비논리적이라고 느낀 부분입니다. 어찌 보면 이들은 어떤 방식으로든 자신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플랫폼이라면 환영했던 듯합니다. 또 제가 일본계 미국인이기 때문에, 이 이슈에 관해서는 미국을 설득해야 한다는 과제가 있었다고 할까요. 그래서 이 인터뷰를 반기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달시 파켓질문 주신 분들, 그리고 시간이 없어 질문을 다 하시지 못했던 분들도 오늘 영화를 보신 마음을 SNS에 많이 올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이 영화가 이야기하는 것에 동의하든, 동의하지 않든 함께 보고 이야기 할 이유는 많을 테니까요. 오늘 함께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미키 데자키: 오늘 이 영화를 보러 와주셔서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어쩌면 갖고 계신 생각이나 관점에 도전이 될 수 있는 그런 영화지만, 그럼에도 영화를 보시고 가족이나 친구, 지인들과 함께 계속 토론을 이어가주셨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저는 제 결론이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하고요. 이 영화를 보신 여러분의 생각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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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9.05 소소대담] 마음 편히 볼 수 있는 영화에 대하여 


참석자: 김정은, 성혜미, 송은지, 오윤주, 이성빈
('소소대담'은 매달 진행되는 인디즈 정기 모임 중 나눈 대화 내용을 정리한 글입니다)










*관객기자단 [인디즈] 송은지 님의 글입니다.



영화는 각박한 생활의 탈출구가 되기도 하지만, 스크린 앞에서 마음 편히 웃기란 좀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극장의 관객들은 다같이 웃고 있는데 혼자 웃지 못하는 경험은 영화가 대상을 어떻게 그리는지, 웃지 못하는 자신은 그 대상과 어떤 지점을 공유하는지에 대해 돌아보게 한다. 그리고 누구도 상처 받지 않고 관객이 마음 편히 웃을 수 있는 영화는 무엇인가에 대한 고민을 하는 것이 독립영화라는 생각이 든다. 5월의 인디즈 소소대담에는 객석에 앉아 혼자만 웃지 못했던 경험에 대한 이야기, 영화를 보며 웃는다는 것에 대한 고민이 있었다.

 




[리뷰] 〈굿바이 마이 러브NK: 붉은 청춘〉: 역사 바깥의 존재들을 기억하는 법

[인디토크] 굿바이 마이 러브NK: 붉은 청춘〉: 뜨거웠던 청춘들의 올곧은 온기를 기억하며


 

성혜미: 이 영화를 보고 레이 초우의 원시적 열정이라는 책이 떠올랐어요. 원시적 열정이라는 책이 제3세계 영화를 중점적으로 다뤄서 이 영화와 딱 맞지는 않을 것 같은데, 이 영화는 원시적 열정에서 이야기하는 그들다움’, ‘마치 그들이라면 이럴 것 같은이야기라고 할까요? 그들이라면 이랬을 것 같다는 이야기를 재현해내는 것 같아서 조금 아쉬웠어요. 되게 좋은 주제이지만, 그 주제를 다루는 방식이 되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런 지점에서 더 나아가 영화뿐만 아니라 대상을 담는 카메라 자체가 윤리적이지 못한 도구일 수 있는데, 이걸 어떻게 해야 윤리적으로 표현할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이 돼요.

 

김정은: 김소영 감독님의 망명 3부작흐름에서 마지막 이야기를 완성하다보니 그렇게 보였을 수도 있었던 것 같아요. 저는 제목도 인상적이었어요. 인디토크에서 감독님께 여쭤봤는데, ‘붉은이라는 워딩이 위험할 수 있어서 고민을 좀 하셨다고 하더라구요.

 

송은지: 저는 이 영화를 재작년에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처음 봤어요. 그땐 좀 더 역사적인 사건을 중점적으로 봐서 서사 그대로를 받아들였는데, 이번에 두 번째로 보니까 이렇게까지 소리를 높여서 이야기 하는 사람들의 심정은 뭘까 궁금해졌어요. 왜냐하면 저희 같은 90년대, 00년대생들은 아파트 키드라 불리면서 날 때부터 아스팔트에 발을 딛고 태어나 는세대고, 고향이라는 개념이 사실 거의 없잖아요. 특히 저는 서울에서 태어나서 계속 도시를 이동하며 살아왔어서 고향이라는 개념이 심금을 울리고, 꼭 돌아가고 싶은 곳이라는 생각은 없거든요. 그런데 이들은 왜 이렇게까지 애틋해하면서 고향에 대한 생각을 놓지 못할까 생각해보게 되었어요.

 

오윤주: 관람 후 인터넷에서 찾아봤는데 제가 영화에 대해 놓쳤던 부분도 자세하게 설명이 되어 있더라구요. 저는 되게 새로운 이야기여서 좋았어요. 제가 유럽으로 교환학생을 갔을 때에도 느꼈던 것인데, 한국인들이 제일 북한에 대해 모른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어요. 외국인들은 오히려 저희보다 더 객관적인 뉴스를 접하고, 심지어 여행도 갈 수 있고, 다양한 루트로 북한을 접하잖아요. 저희는 필터링된 뉴스만 접하고, 북한에 대한 콘텐츠도 굉장히 왜곡되어 있고, 그들을 약자 취급하거나 간첩 취급 하거나 둘 중에 하나로만 다루잖아요. 북한 사람들도 그곳에서 살아가는 사람일텐데, 그런 부분에 대해 한국인들은 정말 접할 길이 없다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그런데 이 영화가 간접적으로나마 저희가 접하지 못했던 북한인의 모습을 담아주는 것 같았고, 그걸 또 한국에서 상영한 것이 굉장히 유의미하다고 생각했어요. 저는 개인적으로 그 시대에 달구지에 촬영장비를 실어서 도망가고, 그 공으로 모스크바 영화대학에 입학하는 그런 모습들이 전혀 접해보지 못한 이야기라 되게 충격이었어요. 일제강점기엔 독립운동가셨던 분들이 러시아로 가서 카자흐스탄에서 유명한 영화감독이 된 것도 처음 듣는 신선한 이야기였어요. 빅토르 최의 노래가 깔린 것도 굉장히 좋았어요.

 

 



[리뷰] 김군〉: 당신이 기억하는 것을 우리도 기억합니다

[인디토크 기록] 김군〉: 그날의 기억과 오늘의 목소리에 담긴 진실을 비추다


오윤주: 80년 광주항쟁을 다룬 다른 영화들과 조금 달랐던 점은, 다큐임에도 불구하고 김군이라는 인물을 설정해서 계속 김군을 찾을 수 있을까?’하는 기대감으로 끝까지 몰입해서 보도록 하는것같아요. 상업영화도 아닌데 그러기 어렵잖아요. 끝까지 흥미를 잃지 않고 볼 수 있을 정도로 장면 하나 하나가 다 좋았어요. 당시 운동에 참여하셨던 분들을 직접 찾아가서 어떻게 살고 계시는지 그 분들의 입을 통해서 기억을 담아내는 점이 좋았던 것 같아요. 고증도 너무 잘 되어있어서 좋았어요. 그리고 출연하시는 분들의 말씀이 연기를 하는 배우들이 아님에도 영화의 대사처럼 느껴져 마치 극영화처럼 느껴진다는 것이 신기했어요. 국가폭력의 피해자를 다룰 때 경계해야 하는 것이 항상 있잖아요. 그분들은 기억을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상처가 될 수 있고 힘든 기억일 수 있으니까요. 그런 고민들도 솔직하게 담아낸 것 같아서 좋았어요.

 

성혜미: 저는 영화 끝나기 5분전 까지도 김군의 정체를 의심했어요. 그리고 그렇게하게끔 인터뷰가 진행이 돼요. 그분들 중 체포가 된 분들이 굉장히 많잖아요. 그분들의 당시 진술서와 인터뷰에서 내뱉는 것들이 거의 일치한다는 것이 울컥하는 지점이었어요. 사진 한 장을 계기로 영화를 시작해서 찾아내는 과정들에서 극영화 같다는 느낌도 받았어요. 조금 경계해야 한다고 생각했던 지점은 주옥님을 후반부에서 슬로우모션으로 찍거나 음악적인 요소들을 통해 감정이 빨려들게끔 만드는 기법들이 있는데, 저는 그게 좋기도 했지만 다큐영화로서는 경계해야하는 부분이라는 생각도 들었어요. 그 당시를 겪었던 사람들이 통화하는 장면이 있는데, 우리 이제 그 얘기 그만하자고 하는 장면도 같은 지점인 것 같아요. 너무 구성이 탄탄해서 사람들이 빨려들어가게끔 되니까요. 지만원씨를 영화 중간중간에 배치하는데, 영화에서 지만원씨가 김군이라는 인물에 대해 증언을 하는 첫 번째 인물로 등장하고, 영화가 그에 대해서 적극적으로 반박을 하지는 않거든요.

 

오윤주: 카메라가 지만원씨와 같이 김군을 북한광수라고 주장하는 인물들을 담을 때와 항쟁에 참여했던 당사자들을 담을 때 영화의 톤이 크게 차이가 없어요. 보통 이런 영화를 만들면 신파로 가지 않기 위해서 절제를 많이 하는데, 그 또한 고민이 필요한 부분인 것 같아요. 어떤 것들은 신파가 되어야하는 이야기도 있잖아요.

 




[리뷰] 〈시민 노무현〉: 시민 모두가 연대하여 만들어가는 세상을 꿈꾸며

[인디토크 기록] 시민 노무현〉: 대통령 노무현이 아닌 시민 노무현에 관하여


 

이성빈: 제가 영화를 볼 때 관객들 표정을 보는 것을 좋아하는데, 관객들 모두 행복하고 흐뭇한 표정을 짓고 있었어요. 노무현 전 대통령을 다룬 영화가 많았지만, 이 영화는 노무현 전 대통령을 좋아하든 좋아하지 않든 상관없이 누구나 보기 좋은 영화 같아요. 몰랐던 부분들을 알게 된 영화였어요.

 





[리뷰] 〈파업전야〉: 노동영화의 전설, 투박하지만 정직하다



이성빈: 후시녹음된 영화를 학교에서 강의 중 보는 것이 아니라 인디스페이스 같은 극장에서 보는 게 새로운 경험이었어요. 그리고 그 시대의 촌스러움에 왠지 끌리는 것이 있었어요. 노동자 간 연대하고 갈등하는 장면들이 전부 좋았어요. 조금 아쉬웠던 부분은 결국 노동인권, 소수자의 이야기임에도 불구하고 여성의 존재를 지우는 모습이 아쉬웠어요. 영화속에서도 노동자 인권은 숭고한 권리로 나오지만, 여성 노동자들이 나옴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뒷전이라는 느낌도 들고요. 그래도 정식개봉을 드디어 한 것이잖아요. 지금 시기에 이 영화를 개봉하는 것이 굉장히 의미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또 시대적으로 완성도가 높은 영화라고 생각해요.

 

송은지: 영화가 만들어진 1990년에는 개봉을 막으려고 정부 측이 경찰도 투입하고 헬기도동원했다고 하더라구요. 생각해보면 지금으로부터 그렇게 오랜 옛날 이야기도 아닌데, 대체 어떤 시기였길래 영화 한 편 개봉을 막으려고 그렇게까지 했나 싶었어요.

 





[안내] 독립영화 반짝반짝전



김정은: 저는 졸업이 좋았어요. 딱 제 나이에 공감이 가는 이야기였어요. 엄마와 부딪히는 내용도 너무나 제 이야기 같았어요.

 

이성빈: 저는 대구 단편섹션을 봤어요. 인디토크도 봤는데, 대구 감독님들끼리 서로 번갈아 감독하고 촬영해주면서 품앗이하듯이 로컬시네마를 만들고 계셨어요. 춘천, 춘천의 장우진 감독님께서 모더레이터로 오셨었는데, 굉장히 활기차게 진행을 해주셔서 즐거운 분위기였어요.







Posted by indiespace_한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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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움길  한줄 관람평


이성빈 | 간절히 상영관이 늘어나길 바랍니다

이성현 | 다음과 또 다음, 세상에 끊임없이 발화되어야 할 이야기

김윤정 흘러가는 역사의 시곗바늘을 붙잡고 싶은 간절한 마음

성혜미 따뜻한 품을 만들어 에우다

송은지 카메라를 든 사람이 던지는 질문은 곧 카메라 앞 대상에 대한 태도이다

최승현 기억해야 한다는 마음으로

김정은 | 따뜻하고 인간적인 미점으로 연대와 동참의 길을 열다







 〈에움길  리뷰: 따뜻하고 인간적인 미점으로 연대와 동참의 길을 열다 





 *관객기자단 [인디즈] 김정은 님의 글입니다. 




'에움길'의 사전적인 의미는 굽은 길, 또는 에워서 돌아가는 길이다. 에움길이 가지는 두 가지 의미처럼 〈에움길〉은 할머니들의 삶의 여러 단편 중 두 면을 집중적으로 보여준다. 일본군 성노예제 피해자로서 역사를 바로잡기 위해 투쟁하는 삶과 함께 투쟁하는 사람들과 연대하며 일상을 꾸려 나가는 삶을 고른 감각으로 비춘다.





〈에움길〉은 〈귀향〉(2016)과 〈귀향, 끝나지 않은 이야기〉(2017)로 나눔의 집과 인연을 맺은 제작진이 나눔의 집에서 2000년대 초반부터 20년간 촬영된 기록물을 토대로 제작한 다큐멘터리로 평화인권운동을 이어 나가고 있는 할머니들의 증언과 일상을 담았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정리된 할머니들의 평화인권운동의 역사는 일본군 성노예제에 대한 진심 어린 사죄와 배상을 향해 불의와 좌절에 굴하지 않고 꿋꿋하게 내딛은 발걸음으로 단단해진 길처럼 보인다.


카메라는 할머니들에게 줄곧 따라붙는, 어쩌면 바라보기에 앞서 선입견에 갇히게 만드는 피해자라는 이미지를 거둬 낸 친근한 삶을 담는다. 춤 추고 노래하고 그림을 그리고 익살스러운 장난을 주고받고 시시콜콜한 대화를 나누고 나들이를 가는 일상을 비춘다. 어떤 이미지나 명칭으로 기억되거나 각인된, 나와는 동떨어진 누군가가 아닌 우리와 마찬가지로 희로애락의 감정을 느끼며 살아가는 사람임을 자각하게 한다.





〈에움길〉은 할머니들의 길고 긴 투쟁에도 불구하고 상당수의 사람들이 방관하고 방치했던 바로잡지 못한 역사를 마주하도록 한다. 그리고 할머니들이 아물지 못한 몸과 마음을 이끌고 외면과 부정에 맞서 외치지 않아도, 불쌍하게 보이지 않아도 응당 함께 걸어야 했던 길들을 돌아보게 한다. 우리가 흔히 접했던 투쟁하고 맞서는 삶만 아니라 안온한 일상과 소박한 행복을 누리는 삶도 있는 사람들이며, 그 삶을 온전히 지키기 위해 행동하는 주체가 당사자들에 국한되지 않아야 함을 상기시킨다. 아직도 해결되지 않은 배상 문제와 진심 어린 사죄를 향해 가는 길이 외로이 걷는 굽은 길이 아닌 더 많은 연대와 동참으로 에워가는 길이 되어야 함을 넌지시 이야기한다.






Posted by indiespace_한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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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도란도란도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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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해야 한다는 마음으로  〈에움길  인디토크 기록


일시 2019년 7월 22일(월) 오후 7시 30분 상영 후

참석 이승현 감독

진행 박상근 영화사 그램 대표



 







*관객기자단 [인디즈] 최승현 님의 글입니다.




무엇을 어떻게 기억할 것인가, 다큐멘터리 영화라면 반드시 고민해야 하는 문제이다. 2016년 위안부 이야기를 그려낸 영화 귀향에서 조연출과 다나카역을 맡았던 이승현 감독은 더 나아가 다큐멘터리 영화 에움길을 만들었다. 기존에 위안부 문제를 다루었던 작품들과는 다르게 에움길은 나눔의 집 할머니들의 일상과 인간적인 모습에 초점을 둔 영화다. 같은 주제를 두 번이나 다룬 만큼 그 과정에는 감독의 절실한 문제의식과 윤리적인 고민이 담겨있었을 것이다. 이승현 감독의 그 진솔한 이야기를 들어본다.





박상근 영화사 그램 대표(이하 박상근): 오늘 인디토크 진행을 맡은 박상근입니다. 옆에 계신 분은 에움길을 만든 이승현 감독님입니다. 직접 인사 한번 해주시죠.

 

이승현 감독(이하 이승현): 안녕하세요. 다큐멘터리 영화 에움길을 연출한 이승현입니다. 만나서 반갑습니다. 오늘 이 자리가 김군자 할머님2주기를 맞이해 진행한 나눔상영회 자리라고 들었습니다. 저희 영화는 이옥선 할머님을 주인공으로 한 영화인데요. 이옥선 할머님께서 김군자 할머님과 가장 친분이 두터웠습니다. 사이가 굉장히 좋으셨는데요. 항상 김군자 할머님 말씀을 많이 하셨습니다. 칭찬도 많이 해주셨고요. 김군자 할머님께서 의미가 있는 좋은 일들을 많이 선행하셨기 때문에 이옥선 할머님께서 부러워하시고 존경하셨습니다. 그런 이옥선 할머님이 주인공인 영화를 상영하고, 김군자 할머님도 같이 추모를 하는 뜻깊은 시간을 보낼 수 있어서 굉장히 영광으로 생각하고 감사드립니다.

또 간단하게 소개를 드리자면, 아시는 분들도 계실 것 같은데요. 2016년도에 영화 귀향이 개봉했었거든요. 이 영화도 일본군 '위안부' 성노예 피해 사실을 소재로 한 영화였고요. 그 영화에서 저는 흔히 '착한 일본군'으로 불리는 역할로 참여를 했었습니다. 스태프로도 참여를 했었고요. 그래서 이 문제에 대해 더 생각해보게 되었어요. 그렇게 할머님들과 나눔의 집과 인연을 맺게 되어서 이번 다큐멘터리 영화 에움길까지 이르게 되었습니다.

 

박상근: 보통 관객분들이 첫 질문을 꺼리시고 민망해하셔서 저희가 질문을 두 가지 정도를 준비했습니다. ‘에움길이라는 단어가 생소하셨을 것 같아요. 이 영화의 제목을 에움길이라고 붙이신 이유와 에움길이라는 단어가 가지고 있는 뜻에 대해서 말씀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이승현: 일단 에움길이라는 단어는 저도 잘 몰랐었던 단어였어요. 제가 이 영화를 만들면서 제목을 정할 때 순우리말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순우리말이 예쁜 느낌이 들더라고요. 뭐랄까요. 유니크한 느낌도 있고요. 오랜 기간 단어의 의미를 지켜왔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런 특성을 보았을 때 할머님들과 닮아있지 않나, 그래서 순우리말을 고집했습니다에움길은 굽은 길, 에워서 돌아가는 길이라는 뜻으로 지름길의 반대말로 생각하시면 될 것 같아요. 할머님들이 과거에 고초를 겪으시고 현재까지 힘든 시간을 보내시면서 돌아온 길이지 않을까 생각했고요. 그리고 할머님들이 앞으로의 목표, 문제에 대한 해결, 먼저 떠나신 할머님들의 한과 원을 풀어드리는 것, 자신의 바람 이런 것들을 이뤄내는 데에 있어서 현실은 순탄치 않았기 때문에 그 과정이 앞으로도 곧은 길은 아니겠구나, 라는 생각에서 에움길로 짓게 되었고요또 제 바람을 담기도 했었어요. 고난과 역경만 있는 것이 아니라 굽이 굽이마다 웃음도 있고, 즐거움도 있고, 함께하는 친구들과 동료들이 있었다는 것, 앞으로도 그런 굽이들이 많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개인적인 바람도 있습니다.





박상근1600개가 넘는 테이프와 옛날 자료들을 보관하는 과정에서 만들어진 영화거든요. 그러다 보니까 관객분들에게 소개해드리지 못한 장면에 대한 아쉬움도 많아요. 관객분들에게 소개해드리지는 못했지만, 꼭 한번 설명해드리거나 소개하고 싶은 장면이 있으신지요.

 

이승현: 원래 이 질문을 받게 되면 조금 무거운 이야기들을 했었거든요. 할머님들이 지내오신 삶들이 대부분 가볍지 않기 때문에 비디오테이프들에 무거운 이야기들이 많이 담겨있었어요. 김군자 할머님에 대한 영상을 말씀드릴게요. 김군자 할머님을 뵈었던 분들은 아실 거예요. 김군자 할머님이 굉장히 강하신 분이거든요. 20년 전이죠. 당시에도 연세가 있으셨지만 그래도 조금 더 젊었을 때의 김군자 할머님은 다른 할머님들, 강일출 할머님, 이용수 할머님과 다 같이 있으시면 그렇게들 많이 싸우시더라고요. 엄청 싸우셨어요. 되게 사소한 걸로 많이 다투셨는데요. 할머님들이 과거에 힘든 시간을 갖고서 돌아오신 거잖아요. 타국에서 오랜 시간을 따로 살다가 한곳에 모였으니 많은 문제들이 있었겠죠. 굉장히 사소한 문제예요. 욕실 하수구에 누가 이쑤시개를 버렸다, 그러면 누가 버렸냐고 쌍욕도 하시고요(웃음). 또 사투리를 많이 사용하셨는데요. 사투리의 심한 억양이 섞여가면서 듣도 보도 못한 욕들을 막 하시면서 싸우시는데 그게 전 인상적이었어요. 기억에 강렬하게 남더라고요. 그 모습들이 보기 불편하다는 것이 아니라 정겨운 느낌이었어요. 정말 우리 곁에 계시는 할머님들이시구나, 그런 친근함을 많이 느꼈던 일상이 기억에 남습니다.

 

박상근: 감동적인 이야기를 해주실 줄 알았는데(웃음), 할머님이 싸우신 이야기들을 소개해주시네요. 감동적인 이야기도 하나 해주시죠.

 

이승현: 나눔의 집에서 생활하시는 할머님들도 계시는데, 수요집회를 주간하는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이하 정대협)에 소속되어 있는 할머님들도 있으시고, 지방 단체에 함께하시는 할머님들도 계시거든요. 그 할머님들께서 과거에 다 같이 모이셔서 금강산을 한번 방문했었어요. 할머님 중에 이북에 적을 두신 분들이 많이 계셨습니다. 그분들이 금강산에 도착해서 이북 땅을 밟자마자 정말 통곡과 오열을 하시면서 몇십 년 만에 이제야 돌아왔습니다, 부모님 저 돌아왔습니다, 라고 말씀하시더라고요. 제 세대는 남북 민족 간 끈끈함, 반드시 통일이 되어야 한다는 중요성을 직접 경험하지 못했기 때문에 지금의 모습이 낫다는 생각이 있었는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영상을 보았을 때 할머님들이 정말 힘든 삶을 사셨구나, 일본에게 삶을 뺏긴 것뿐만 아니라 할머님들의 고향도 잃어버렸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고향에 얽힌 추억들, 또 부모님들, 가족, 친구들 이런 것들을 다 빼앗겼구나, 그래서 마음이 좀 아팠습니다.

 

박상근: 이번에는 관객의 질문을 받아보도록 하겠습니다.

 




관객: 사실 이런 얘기를 저희가 모르는 것도 아니지만 개인적으로는 행동하는 것이 없었거든요. 한 개인으로서 미약하게나마 할 수 있는 역할이 있을까요?

 

이승현이런 질문을 받으면 뭐라고 말씀을 드려야 할지 고민이 많이 드는데요. 저는 제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자는 마음으로 이 영화를 만드는데 최선을 다했고요. 우리 개인이 거창한 것을 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잖아요. 그렇기 때문에 할머님들의 문제에 관심을 갖는 것부터가 가장 중요한 것 같아요. 현재 많은 피로감이 쌓였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대략적으로 문제를 알고 있으니까, 내 마음이 불편하고 힘드니까 잠깐 내려놓자는 마음이 있는 것 같아요. 그런데 할머님들은 수요집회를 1991년부터 지금까지 매주 쉬지도 않고 참석하시거든요. 우리가 할머님들을 봤을 때, 이 문제를 지겨워하거나 부담스러워하거나 힘들어하면 안된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죄송스럽잖아요. 할머님들은 연로하신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그것을 꾸준히 지속하고 계시잖아요. 그런 것을 봤을 때 우리가 관심을 절대 내려놓아서는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고요. 작은 실천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할머님들이 계시는 곳들 있잖아요. 나눔의 집, 정대협, 지방에 있는 단체들, 그런 곳에 정말 작은 후원이라도 한 번쯤 해보시면 좋을 것 같고, 집회에도 참여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소녀상을 지키는 단체나 소녀상 건립 추진 단체들도 있더라고요. 그 단체에도 후원을 해주셔도 좋고요. 행사에도 같이 참석해서 어떤 활동을 하고 계시는지 관심을 가져보고 기회가 된다면 추진하는 일에도 같이 참여를 하면 좋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박상근좋은 질문 정말 감사합니다. 제가 조금 보태면 여기 계신 할머님들은 나눔의 집에 계신 할머님들이시거든요. 나눔의 집 홈페이지에 들어가시면 정기 후원이나 나눔의 집을 돕는 관련 업체들이 있어요팔찌나 배지 같은 것을 판매해서 그 수익금을 나누는 많은 업체들이 있으니까 관심을 가져주시면 감사할 것 같습니다. 또 혹시 질문 있으신가요?

 


관객: 영화 잘 봤습니다. 아까 앞에서 말씀하신 것처럼 TV나 언론을 통해서 많이 듣기는 했지만 행동할 수 있는 용기나 동기가 없어서 그렇게 하지 못한 사람 중 한 명이라고 생각하는데요. 영화를 만드는 건 오랜 기간이 걸리잖아요. 이승현 감독님은 편집하는 내내 비디오테이프를 보면서 어떤 마음이셨는지, 그리고 이제 마무리된 상황에서 사람들에게 어떤 영향을 끼치고 싶은지 여쭤보고 싶습니다.

 

이승현: 비디오테이프를 보면서 신기하면서도 재밌기도 했었어요. 할머님들이 장난도 많이 치시고 즐거운 모습이 많이 담겨있거든요. 저는 복 받았다고 생각했어요. 그 영상들을 다 볼 수 있는 사람이잖아요. 나눔의 집에서 그 영상들을 외부에 공개한 적이 한 번도 없었거든요. 그것을 제가 볼 수 있었던 거예요. 제가 정말 행운아인 거죠. 힘든 부분도 있었어요. 증언하시는 영상이나 장례식 영상도 담겨있거든요. 편집을 하기 위해서 할머님들의 말, 등장인물, 카메라 앵글, 시간, 장소 그런 요소들을 문서화하는 작업도 했거든요. 그러면 하나의 영상을 몇십 번씩 돌려서 봐야하기 때문에 증언 영상이나 장례식 영상을 볼 때는 많이 힘들었던 것 같아요. 편집을 하면서 작업을 병행했는데요. 영화 후반부에 나오죠. 정기 등록되신 할머님은 몇 분이시고, 생존하신 분은 몇분이다, 그 내용을 담은 자막이 있는데 그것은 제가 편집 초반부터 집어넣은 거예요. 그 인원이 무조건 들어가야 된다는 생각에 그랬고요. 처음에는 생존자가 오십몇 분이셨죠. 그런데 작업을 하면 할수록 숫자가 줄어드는 거예요. 영화는 뼈대를 갖추고 할머님들의 각자 이야기가 붙으면서 완성이 되어가는데, 그 숫자는 줄어드는 게 굉장히 마음이 아프더라고요. 하루라도 빨리 영화를 완성해야겠다는 마음이 가장 컸던 것 같아요.

완성된 후에는 영화를 통해서 많은 분들이 단순히 이 문제를 일본의 성노예제 문제로서만 인식하는 것이 아니라 각자의 이름을 가진 할머님이 계시다는 것을 기억해주길 바랐어요. 친근한 할머님으로 기억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더라고요. 물론 이 문제는 할머님들의 일부인데, 할머님들끼리 생활하시면서 나오는 습관, 말투, 사소한 것들 또한 할머님의 이름과 자신을 구성하는 큰 일부라고 생각이 들었거든요. 지금까지 우리가 문제에 대해 발언하는 할머님들의 일부는 언론을 통해서 많이 지켜봤죠. 그래서 이 영화는 할머님들의 일상과 다른 일부를 볼 수 있는 시작점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계기가 있었습니다.

 

박상근: 너무 좋은 질문을 해주셔서 이승현 감독님도 그렇고, 저도 조금 울컥했던 것 같습니다. 오늘 꼭 한 말씀 드리고 싶었던 게, 오늘 여기 계신 관객들 덕분에 저희 영화의 관객이 7,000명을 넘었습니다. 박수 한번 부탁드립니다. 또 질문이 있으시면 받도록 하겠습니다.

 




관객: 감독님 영화 잘 봤습니다. 할머님들 살아계실 때 영화 촬영해주셔서 너무 감사하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저는 두 가지 질문을 하고 싶은데요. 직접 촬영한 자료보다는 기존에 있던 자료들을 많이 모으셨다고 하셨는데요. 그렇다면 이미 많은 사람들이 할머님들을 만나서 촬영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렇게 수많은 사람이 할머님들을 찍었을 텐데 새로 오신 감독님이 어떻게 신뢰를 얻고 촬영할 수 있었는지가 궁금했습니다. 두 번째는 여러 할머님들이 있었는데 왜 이옥선 할머님을 주인공으로 하셨는지 궁금합니다.


이승현: 사진 같은 경우에는 90년 초반대 자료들이 있었고요. 영상도 2000년대 초반부터 있었는데 대부분 나눔의 집 관계자분들이나 봉사자분들께서 촬영하신 거예요. 사진 찍으시는 작가님들이 몇 개월 봉사하실 때 할머님들의 모습을 찍기도 했고요. 나눔의 집에서도 할머님들의 일상과 하루하루가 역사이므로 기록해야 한다는 취지가 있었고요. 그런 촬영들을 많이 했기 때문에 할머님들이 카메라에 대한 거부감은 없으셨던 것 같더라고요. 저는 20173월부터 10월까지 촬영을 시작했는데요. 처음에 저희가 스태프를 꾸려서 촬영을 갔을 때는 저희가 불편해서 못 견디겠더라고요. 할머님들께서는 괜찮다고 하셨는데, 저희는 다큐멘터리 영화로 제작하려고 결심했기 때문에 조명, 오디오 등 팀들을 꾸려서 갔었거든요. 촬영하는 공간은 할머님들이 실제 거주하시는 공간인데 거기서 촬영한다는 게 저희가 죄송스럽기도 하고 불편하더라고요. 그래서 촬영을 못했었습니다. 그래서 스태프들을 다 돌려보내고 한 달 정도 저 혼자 촬영을 했었습니다. 처음에는 촬영도 안했었어요. 아침에 가서 할머님들에게 인사드리고, 같이 아침을 먹고, TV도 보고, 이야기를 나누고, 점심도 먹고, 먹은 후에는 또 이야기하고, 노래도 부르고, 저녁도 먹고, 이렇게 한 달 가까이 생활을 했어요. 그러니까 할머님들께서도 친근하게 대해 주셨고요. 보통 할머님들이 인터뷰를 할 때는 항상 해오시던 대답을 하세요. 끌려가셨을 때 어떤 고초를 겪었는지, 무조건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있었던 거죠. 할머님들의 다른 이야기들이나 즐거웠던 이야기들은 듣기가 힘들어요. 그런데 제가 그렇게 같이 생활하니까 그냥 TV 보면서 할머님들과 편하게 마음을 열고 얘기를 나누었어요. 그런 시간이 쌓여서 할머님들이 마음을 열고 촬영을 할 수 있게 된 것 같고요.

이옥선 할머님을 주인공으로 한 것은 이옥선 할머님이 무언가 사람을 끄는 매력이 있으시더라고요. 옛 영상들을 제가 다 보았는데, 정말 수많은 사람들이 자료를 찍었는데 결국 카메라가 이옥선 할머님에게 가요. 그게 왜 그런 건지는 잘 모르겠는데, 다들 이옥선 할머님을 많이 찍고 그러더라고요. 그러니까 사람을 끄는 무언가가 있는 거죠. 저도 그 할머님의 마력에 이끌림을 당한 거예요(웃음). 또 이옥선 할머님이 20006월에 중국에 사시다가 한국에 오셨는데요. 그 전에 90년대 초부터 활동하시던 많은 분들이 계셨고 지금까지도 활동이 이어지고 있는데, 이옥선 할머님은 그 중간지점에 오신 할머님이실 거예요. 이옥선 할머니 이후에 해외에 거주하시던 분들이 한 분, 두 분 합류를 하시게 된 것이고요. 90년대에 활동하시던 분들은 대부분 돌아가셨어요. 정말 어려웠던 90년대에 힘든 싸움을 하셨던 분들을 이옥선 할머님이 지켜 봐왔고 이옥선 할머님이 그 의지를 이어받았고요. 그 이후에 합류한 할머님들에게는 의지를 건네주고 계세요. 할머님들의 운동 역사를 보면 이옥선 할머님이 시기적으로도, 역할로도 가운데에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옥선 할머님이 모든 할머님들을 봐왔고, 운동 역사의 중심이 되셨기 때문에 할머님들의 이야기를 풀어가는데 적합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말씀도 너무 잘하세요. 할머님에게 질문을 드리셨던 분들은 이옥선 할머님이 철학자라고 말씀하시더라고요

 

박상근: 우리 감독님 말이 좀 기시죠(웃음).

 

이승현: 싫어하시는 분들이 많이 계십니다(웃음).


박상근저기 있는 꼬마 손님들이 기지개를 열여섯 번 정도 하셨어요(웃음). 





관객: 영화 너무 잘 봤는데요. 울림이 있는 영화인 것 같아요. 처음 영화를 만든 계기가 상업영화도 있는데 다큐멘터리를 찍으신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또 영화의 주제를 할머님들의 이야기로 하신 건가요?

 

이승현: 또 너무 길어질 것 같은데요(웃음). 최대한 간략하게 정리해서 말씀을 드릴게요. 원래는 제가 이 문제에 대해서 무지했었는데요. 귀향을 통해서 알게 되었어요. 굉장히 충격을 받았고요. 할머님들에게 죄스러운 마음도 있었습니다. 자기반성이랄까요. 여태까지 몰랐던 것에 대한 반성인 거죠. 그래서 이 문제에 대해서 더욱 적극적으로 다가가려고 했었어요. 할머님들이 먼저 말씀을 건네주시고 친하게 대해주셨어요. 저는 그냥 할머님들이 좋더라고요. 그래서 영화를 하게 된 거예요. 문제를 알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전에 저는 할머님들이 그냥 좋았어요. 그게 가장 큰 이유예요

다큐멘터리로 찍고 싶었던 것은 옛 영상들을 보고 결심을 하게 된 것인데요. 영상들을 보면서 할머님들이 친근하게 느껴졌고, 사랑스럽게 보이고, 함께하고 싶고, 못 뵈었던 할머님들은 보고 싶고, 이런 마음들이 생겼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저도 이 마음을 다른 사람에게 전달하기 위해서는 똑같이 보여드려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무조건적으로 다큐멘터리를 고집했어요. 극영화는 한차례 가공이 들어간다는 생각이 들어서요. 그런 가공 없이 생생한 그대로 모습을 보여드리자, 그런 생각으로 다큐멘터리로 제작하게 되었습니다.

 

박상근: 나눔의 집에 가면 할머님들께서 이승현 감독님에게 되게 잘해주세요. 잘생겨서 좋아하시고요(웃음). 이승현 감독님은 나눔의 집에서도 가장 인기가 많으신 분 중 한 분이십니다. 오늘 여기까지 관객과의 대화 진행하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짧게 한마디 해주시죠.

 

이승현: 영화가 개봉한 지는 많은 시간이 지났죠. 이미 IPTV로도 나왔고요. 극장에서 찾아보기는 힘든 시기가 되었는데요. 이렇게 많은 분들께서 단체관람도 해주시고, 의미 있는 자리를 마련해주셔서 너무나도 감사드리고요. 저희 영화, 아직 끝난 게 아니라고 생각을 합니다. 보다 더 많은 분들이 할머님들과 함께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다는 생각이 들고요. 여러분께서도 그렇게 될 수 있도록 많은 힘을 보태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오늘 너무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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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낮의 청춘들  〈한낮의 피크닉  인디토크 기록


일시 2019년 7월 5일(금) 오후 7시 30분 상영 후

참석 강동완, 김한라, 임오정 감독|배우 곽민규, 김욱, 이우정, 공민정

진행 이동진 영화평론가










*관객기자단 [인디즈] 오윤주 님의 글입니다. (사진제공 신소영 님)



한낮의 피크닉은 단편 세 편으로 구성된 옴니버스 영화다. 강동완 감독의 돌아오는 길엔, 김한라 감독의 대풍감, 임오정 감독의 내가 필요하면 전화해로 구성된 이 작품은 여행을 매개로 하여 청춘의 다양한 모습을 담아냈다. 잠시 쉬어가도 좋아라는 제목으로 작년 서울독립영화제를 빛냈던 작품이 한낮의 피크닉으로 제목을 바꾸어 개봉하게 되었다. 이동진 영화평론가와 함께한 개봉기념 인디토크 기록을 소개한다.

 




이동진 영화평론가(이하 이동진): 안녕하세요, 영화평론가 이동진입니다. 간단히 자기 소개 부탁드립니다.

 

강동완 감독(이하 강동완): 첫 번째 영화 돌아오는 길엔을 연출한 강동완입니다.

 

곽민규 배우(이하 곽민규): 돌아오는 길엔에서 아들 역을 맡은 곽민규입니다.

 

김한라 감독(이하 김한라): 두 번째 이야기 대풍감을 연출한 김한라입니다.

 

김욱 배우(이하 김욱): 대풍감에서 찬희 역을 맡은 김욱입니다.

 

임오정 감독(이하 임오정): 마지막 영화 내가 필요하면 전화해를 연출한 임오정입니다.

 

이우정: 내가 필요하면 전화해에서 우희 역을 맡은 이우정입니다.

 

공민정: 내가 필요하면 전화해에서 영신 역을 맡은 공민정입니다.

 






이동진: 영화가 계절에 잘 맞아서 관객 분들이 즐겁게 보셨을 것 같습니다. 여름에는 여행 가고 싶은 마음이 들기도 하고 친구들과의 관계 역시 생각하게 되지 않습니까? 이번 프로젝트 얘기를 듣고 감독님들의 생산성에 깜짝 놀랐습니다. 작년 7월 처음 기획이 됐고 시나리오와 대본을 2주 안에 완성해 9월에 바로 촬영을 들어갔다고 들었습니다. 이 프로젝트에 대해 처음 들었을 때 어떠셨나요?

 

강동완: 영화 찍는 돈을 지원해준다고 하셔서 기뻤습니다. 바로 수락했죠.

 

김한라사실 저는 이야기를 처음 들었을 때 다른 작업을 하고 있어서 시간적인 여유가 없어 처음엔 거절했습니다. 하지만 서울독립영화제가 저에게 각별한 영화제여서 즐겁고 고마운 마음으로 수락했습니다. 독립영화에서 잘 보지 못한 그림을 만들어내고 싶었는데, 한정된 예산과 시간 때문에 많은 것들을 풍족하게 담아내진 못한 것 같아 아쉽습니다.

 

이동진: 이우정 배우님께 질문 드릴게요. 이 영화의 역할을 처음 받아보았을 때 어떠셨나요?

 

이우정: 사실 감독님과 동네 친한 친구 같은 사이예요. 감독님이 이 프로젝트를 맡게 되어서 너무 좋다고 생각했는데, 갑자기 저한테 우희 역은 너야.”라고 터프하게 제안을 하셨어요. 누가 갑자기 박력있게 말하면 저는 거부할 수가 없어요.(웃음) 당시에 저는 별로 자신이 없는 상태였지만, 감독님의 전작들을 너무 좋아했기 때문에 믿고 가게 되었습니다.

 

이동진: 임오정 감독님께 여쭤볼게요. 저는 영화의 주제가 여행인 줄 알았는데, 사실 독립, ‘인디펜던트(independent)’였다고 들었습니다. 그런 표제를 처음 받았을 때, 이 이야기를 어떻게 떠올리게 되었나요?

 

임오정제가 서울에서 자취 생활을 한지 거의 20년 가까이 되어 가는데, 이 이야기를 쓸 때 집안에만 있어야 하는 상황이었어요. 일도 그렇고, 저희 고양이가 아프기도 했고. 여러 상황 때문에 몇 달간 집안에서 칩거하듯이 살고 있었어요. 그래서 굉장히 답답하고 이 프로젝트 제안도 부담스러웠지만, 동시에 무척 외롭고 누군가를 만나고 싶다는 생각에 사무쳤던 것 같아요. 친구와의 만남을 통해 용기를 얻어 밖으로 나가고 더 솔직해지는 이야기를 써보고 싶다고 생각했습니다.

 

이동진: 강동완 감독님과 김한라 감독님은 이 이야기를 어떻게 처음 시작하게 되었습니까? 김한라 감독님의 경우 울릉도라는 장소를 먼저 생각하셨는지, 아니면 이야기를 쓰다 보니 울릉도를 고르게 된 것인지 궁금합니다.

 

강동완: 저는 이 영화를 찍기 전에 실제로 어머니와 단둘이 여행을 가서 다큐멘터리를 찍었어요. 그때 어머니와 둘이서 캠핑도 했는데 둘이 사이가 별로 안 좋았고요. 지금은 많이 좋아졌습니다. 가족의 이야기를 다큐멘터리로 풀어내고 싶어서 찍게 되었던 것인데, 그 과정에서 저를 다시 보게 되더라고요. 그걸 극영화로 담고 싶어서 가족 이야기를 하게 되었습니다.

 

김한라: 저는 사실 다른 시나리오를 썼었는데, 청춘영화를 만들어보면 좋겠다고 하셔서 이야기를 다시 쓰게 되었어요. 사실 청춘영화들은 거의 다 비슷비슷하잖아요. 그래서 저는 청춘의 속성과 한 공간을 밀접하게 연결되게끔 만들어보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제가 2014년도에 처음 울릉도에 가보았어요. 그때 저도 영화를 포기할까 싶은 순간이었는데, 거기서 한번 다시 시작해봐도 괜찮겠다는 생각을 했었어요. 그 마음을 전하고 싶어서 울릉도를 선택한 것 같아요. 말씀하신 대로 지역에서부터 시작한 이야기예요.

 




이동진: 저는 울릉도를 못 가봐서 잘 몰랐는데, 영화를 보고 나니 대풍감이라는 공간이 너무 잘 맞더라고요. 모든 게 집약되어 있는 공간이었어요. 울릉도를 먼저 생각하시고 대풍감을 떠올리신 건가요?

 

김한라: 그 반대예요. 대풍감에 가려면 울릉도로 가야 하기 때문에, 울릉도에 들어갈 수 있느냐 없느냐를 가장 걱정했던 것 같아요.

 

이동진: 김욱 배우님께 질문 드릴게요. 동질감이 강한 세 남자 친구들과의 여행이었는데, 영화를 찍을 때 어떠셨나요?

 

김욱: 찬희는 제일 마음이 가는 캐릭터였어요. 영화에 나오지 않는 이 친구의 뒷배경도 있었어요. 그런 배경들을 제가 납득하고 이해하면서 힘든 상황에 처한 배우들을 다시 생각해보게 되었어요. 제가 제일 힘들다고 생각했는데, 나보다 더 힘든 사람들이 있다는 생각을 하게 해준 캐릭터였습니다.

 

이동진: 세 배우 분이 원래 친한 사이는 아니었죠?

 

김욱이 영화를 통해 처음 만났습니다.

 

이동진: 그래도 또래끼리 여행이기도 하고 촬영이기도 하니 많이 친해졌겠어요.

 

김욱사실 촬영 기간 내내 기후조건이 많이 안 좋았어요. 울릉도에서 이틀 정도 찍었는데, 짧은 시간 안에 힘든 스케줄을 소화해야 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서로의 솔직한 모습을 볼 수 있어서 즐거웠습니다.

 

이동진: 곽민규 배우님께 질문할게요. 영화에서 뮤지션으로 등장을 하는데, 연주하는 모습이 나오진 않지만 이런 역을 맡게 되면 연주 같은 것을 직접 준비하기도 하나요? 아니면 배역에 대해 상상만 하시나요?

 

곽민규: 처음 대본을 받았을 때부터 가족영화로 받아들였고, 역할은 아티스트지만 연주하는 장면은 없었기 때문에 그냥 저 자신과 연결을 시켰던 것 같아요. 저도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있는 사람이기도 하니까요. 그리고 감독님과 전작도 함께 했고 개인적인 친분이 있어서 감독님께 가족에 대한 이야기를 평소에 많이 들었습니다. 말씀하신 전작 다큐멘터리도 보고 감독님의 어머니, 아버지도 뵈었기 때문에 연기할 때 많이 도움이 됐습니다.

 

이동진: 감독님의 페르소나네요.(웃음) 공민정 배우님께 질문할게요. 홍상수 감독의 영화에 출연하신 모습을 보면서 꼭 한 번 뵙고 싶었습니다. 이 영화의 영신 역은 정도 많고 살짝 얄미운 캐릭터인데, 어떻게 이해하고 연기하셨나요?

 

공민정: 사실 제가 이동진 평론가님 팬이어서 아까부터 침이 바짝바짝 마릅니다. 제가 답변을 잘 못해도 이해해주시기 바랄게요. 영신이라는 캐릭터를 처음 받았을 때는, 시나리오가 워낙 잘 써져 있고 리듬이 굉장히 빨랐어요. 감독님이 나의 어떤 면을 보고 싶어 하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가 갖고 있는 기조 중 하나인데, 저는 대사와 행동 지문이 잘 써져 있으면 거기에 편승하는 방식으로 연기하는 편이에요. 이번에도 그렇게 충실하게 하자, 갖고 있던 것을 잘 활용해보자는 생각으로 접근했습니다.

 




이동진: 내가 필요하면 전화해를 보면서 저런 관계가 진짜 있구나 싶었어요. 친구 두 사람이 있을 때 내뿜는 사람이 있고 받아주는 사람이 있는데, 그게 잘 안 맞으면 사이가 깨지지 않습니까? 사실 두 사람 사이에 서로에 대한 아쉬움과 상처가 내재된 경우가 많은데, 그런 인간관계를 잘 설명한 것 같아요. 감독님은 영신에 이입하시나요, 우희에 이입하시나요?

 

임오정: 사실 저는 이 두 명 다 저에게 있는 모습이라고 생각하는데, 압도적으로 우희의 모습이 더 많습니다. 그러다보니까 시나리오를 쓸 때는 처음에 영신을 미워하면서 쓰는 것 같았고, 영신에게 미안해서 나중에는 영신이를 어떻게 하면 더 사랑받게 만들 수 있을까 생각하면서 썼어요. 그런데 이조차 우희의 시선인 것 같아요. 우선 둘 다 각자의 삶 속에서 헤매는 존재라고 생각하고, 그런 두 명이 오랜만에 만나서 하이파이브를 한다는 느낌으로 영화를 찍었습니다.

 

이동진: 영화가 액자식 구성으로 되어 있어요. 초반에 심리상담가와의 상담 장면이 나오다가 이야기가 끊어지고 영화 본편이 시작됩니다. ‘헤매는 것들이 자신을 찾아온다는 우희의 말 뒤에 영신이 찾아오기 때문에 영화 속에서 헤매는 것은 영신이라고 생각하게 되죠. 하지만 영화를 다 보고 나면 헤매는 것이 사실 우희였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그렇게 플롯이 뒤집어지면서 오는 굉장한 감동이 있습니다. 사람의 기묘한 심리를 많이 다루는데, 특히 내가 내 가족을 욕하면 상관없는데 남이 욕하면 화나는 감정 같은 것들도 잘 묘사하신 것 같아요. 그런 장면들은 어떻게 만들게 되었습니까?

 

임오정: 수많은 연애상담과 부부생활 상담을 통해 만들게 되었습니다. 저는 늘 우희 입장에서 이야기를 많이 들어주는 편이었고, 그러다가도 엄청 서운해질 때가 있었어요. 우희가 이해해주지 않아서 영신이 서운해하는 것처럼. 사실 우희의 일상은 아무도 궁금해하지 않거든요. 그런 서운함이 차곡차곡 쌓여있었던 것 같습니다.

 

이동진사실 중간에 우희가 영신을 너무 잘 받아주니까 어느 순간 폭발하면 그 뒤에 어떻게 될까 상상하면서 보게 됐습니다. 그런데 폭발 후에 오히려 차갑고 냉정하면서도 자신의 의견을 차분히 전달하는 연기가 매우 인상적이었습니다. 화난 연기를 어떻게 고민해서 하셨나요?

 

임오정: 연기에 대해 말한다는 것이 부끄럽지만, 촬영을 할 때 어느 순간 알았어요. 저는 늘 영신 뒤에 서 있고 먼저 말하지 않고 리액션만 하고 있으니, ‘, 내가 저 옥상 위의 개구나.’라는 어느 순간 알았습니다. 그렇게 리액션만 하다가 처음으로 감정을 표출하는 씬을 찍는데 너무 어렵고 마음이 아팠습니다. 이렇게 마음 아픈데 영신은 여태까지 매몰차게 계속 했었구나, 대단하다,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이동진내가 필요하면 전화해에서 인상적이었던 것은 개야, 힘내.”라는 대사였어요. 말하기 어려운 대사라고 생각하는데, 그런 말을 정말 할 것 같은 모습으로 연기해내는 것이 참 인상적이었습니다.

 

공민정: 그것도 대본에는 없었고 그때 하면서 자연스럽게 나왔던 것 같아요. 영신에게 잠깐 빙의가 됐던 것 같습니다. 감독님이 사실 동물을 진짜 좋아하세요. 그 마음도 제가 아니까 개를 동물보다는 친구처럼 대하려고 했고, 그러다보니 개야라는 말이 나왔던 것 같습니다.

 





이동진: 강동완 감독님께 질문 드릴게요. 영화에서 매우 한국적인 가족의 모습이 그려지는데, 평상시에는 그나마 괜찮은데 꼭 가족끼리 뭘 잘해보자고 잔치나 소풍을 가면 싸움이 납니다. 그런데 영화 제목이 돌아오는 길엔이에요. 영화 속에서는 돌아오는 길에 모두 시선을 피하고 창밖을 보며 끝나거든요. 이렇게 여행 중에서도 가족 여행을 생각한 이유가 있나요?

 

강동완: 그 돌아올 때의 침묵이 최소한의 혹은 최대한의 배려라고 생각했어요. 항상 뭔가 이벤트를 벌이려고 하면 그렇더라고요. 어딘가를 함께 갈 때 잘해보려고 떠나지만 가족이라는 프레임 안에만 갇히고 사실상 섞이지 못하지 않습니까. 제가 여행을 다녀보고 느꼈던 건 연인이든 친구든 갈 때의 설렘은 굉장히 짧고, 여행의 중간 보다는 집으로 돌아갈 때 생각하게 되는 것들이 많았어요. 여행에서 뭔가를 얻게 되는 순간은 집에 가서 짐을 풀 때였습니다. 저 가족들도 집으로 가서 짐을 풀 때는 왁자지껄할 때보다는 더 조용히, 안전하게 생각을 정리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이동진: 영화 세 편이 모두 청춘의 고민을 담고 있는데, 특히 가족 사이에서 전방위적인 갈등이 나타납니다. 부부, 아들, 딸과의 관계 등. 하지만 남매간에는 갈등이 없고 윗세대가 아래 세대를 이해하지 못해서 벌어지는 갈등이 많아요. 지금 젊은 세대의 문제가 이전 세대의 책임일 수도 있다는 메시지인가요?

 

강동완: 아까 처음에 이야기했던 어머니와의 여행 다큐멘터리가 기반이 되었는데, 사실 다큐멘터리는 어머니를 고발하기 위해 기획했어요. 어머니가 나한테 이렇게 말하고 있다는 걸 영상으로 남겨 놓으려고요. 그런데 막상 편집을 하다 보니 제가 어머니한테 버릇없게 말하더라고요. 제가 오히려 저를 보게 된 경험이었죠. 이 영화의 남매 사이에 갈등이 별로 없는 건 싸움이 안 되기 때문이라고 생각했어요. 여동생이 오빠한테 그냥 입을 다물라고 하니까 입을 다물게 되는 거죠. 언쟁이 벌어지지 않을 정도로 파워 차이가 있다고 생각해요. 나머지 다른 가족관계에는 여러가지가 얽힌다고 생각했어요. 윗세대의 무지뿐 아니라 아래 세대의 무지 역시 기저에 깔렸다고 생각해요. 그렇지만 인물이 여러 명 나오는데 짧은 시간 안에 그런 모습을 전부 담기에는 과잉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렇다면 제가 더 관찰해보고 싶은 건 부모님 세대였고, 윗세대와 아래 세대의 인지 차이에서 오는 갈등을 그리게 된 것이죠.

 

이동진: 곽민규 배우님께 질문 드릴게요. 극중에서 맡은 아들 캐릭터는 굉장히 쿨한 성격으로 보여요. 부부관계가 원래 안 좋다는 걸 이미 알고 있는 것 같았고, 이혼 얘기가 나오면 엄마는 엄마 인생을 살라고 한다든지. 아버지 역의 권해효 씨와 나란히 서서 이야기할 때 어떤 느낌으로 연기했습니까? 개인적으로 권해효 씨는 겁 많은 남자 역할을 세계에서 가장 잘한다고 생각합니다. 연기 호흡을 맞출 때 어땠나요?

 

곽민규: 저는 촬영현장에서 엄청 긴장을 했었어요. 시나리오를 보면서도 그냥 부모 세대를 얕게 판단했고요. ‘비겁하다. 이혼해라.’ 이런 대사들은 자기가 듣고 본 그대로 일차원적으로 판단하고 내지른 말이라고 생각해서 가볍게 표현하려고 했습니다. 실은 뒤에 이혼해.’라는 대사는 엄마한테 마음이 많이 가다보니까 첫 테이크 때는 되게 감정적으로 나왔어요. 그런데 현장에서 이야기를 나누면서 권해효 선배님이 의견도 내주셔서 지금처럼 하게 되었습니다.

 





이동진: 김욱 배우님께 질문 드릴게요. 극중 찬희 역을 맡으셨는데, 태양은 없다의 도철을 모사하는 연기가 있었어요. 정우성 씨의 대사로 굉장히 유명하죠. 연도를 찾아보니 정확히 20년 전 영화인데, 그 영화와 이 영화의 주제가 굉장히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때나 지금이나 청춘이 굉장히 갑갑한 상태라는 것이 잘 묘사되어 있더라고요. 그 연기를 흉내낼 때 어떤 마음가짐으로 했나요?

 

김욱: 오디션 보는 느낌으로 했어요. 사실 제가 먼저 그 대사를 해보면 어떨지 감독님께 말씀을 드렸어요. 이 영화 이전에 어떤 청춘영화가 있었는지 찾아보다가, 이 대사가 잘 맞을 것 같았거든요. 오디션을 본다는 느낌으로 최선을 다해 연기했습니다.

 

이동진김한라 감독님께 질문 드릴게요. 대풍감이 현 젊은 세대를 가장 집중적으로 다룬 영화이고, 한국 사회의 중요한 논의를 담고 있다고 생각이 듭니다. 영화에서 2~30대 청춘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가 나오는데, 그걸 인물들이 스스로 자기 입으로 표현하더라고요. 죽겠다 게임이라든지, 엎어졌을 때 다시 일어나지 못하고 그대로 울게 되는 장면이라든지. 스스로를 향한 자기 연민이 잘 표현된 장면들인 것 같아요. 세 사람 모두 자기 나름대로 어딘가에 매달려 있는 상태가 너무 답답해서 스스로를 불쌍히 여기는 감정이 있지 않습니까. 그런 감정을 집중적으로 다룬 이유가 뭔가요?

 

김한라: 요즘 청년들은 자를 붙여서 자신을 표현해요. 자기 비하가 자기표현의 수단이 되어버린 거죠. 내가 진지하다면 진지충’,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하지만 과거 청춘 영화에는 그런 장면이 없어요. 아예 잘 될 거라는 식의 희망적인 이야기거나 혹은 아예 불행한 이야기밖에 없죠. 지금은 상대에 미루어 오히려 자신을 위로하는 게 청춘의 모습이라고 생각해요. 제 남동생이 공대생인데 친구들이 집에 놀러오면 내가 더 불행해.”라는 이야기를 서로 많이 하더라고요. 그런 면을 담아보고 싶었습니다.


이동진: 불행 배틀 같은 거죠. 대풍감이라는 아이디어가 영화와 너무 잘 맞아떨어졌어요. 해안전력에서 배를 끌고 있다가 바람이 가장 많이 불 때 줄을 끊으면 배가 한 번에 나가는 것이잖아요. 지금의 청춘이 그렇게 어딘가에 매달린 채로 바람이 불기만을 기다리고 있는 것 같아요. 그렇다면 뒤에서 붙잡고 있는 것은 누구일까요. 사실상 이전 세대가 지금의 청춘을 뒤에서 붙잡고 있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이죠. 대풍감에 영화의 모든 것이 그 상징에 담겨있는 것 같아요.

 

김한라언젠가는 난 잘 될 거라는 막연한 희망과 불안감으로 지금 현실을 살고 있는데, 거기서 뭔가 하나가 딱 끊어지면 좋은데 그게 너무 힘든 거죠. 돈이든 가족이든 꿈이든, 알 수 없는 가느다란 실을 붙들고 이것만 탁 끊어지면 난 잘 될 거라고 생각하는데 그게 가장 어려운 거잖아요. 연을 끊기 힘든 아버지, 이룰 수 없는데 희망만 붙들고 있는 꿈, 내가 잘못한 게 뭔지도 모르겠는데 그건 잘못된 거라고 이야기하는 사회 등. 그런 것들을 이야기하고 싶었어요.

 




 

관객지난 서울독립영화제 때 봤었는데 그때와 제목이 바뀌어서 같은 영화인지 모르고 다시 봤어요. 다시 보니 디테일한 부분들이 많이 보여서 좋았습니다. 내가 필요하면 전화해감독님께도 여쭤보고 싶습니다. 우희 캐릭터 같은 경우 친구에게는 장단을 맞춰주는 편이고, 업무상 작가와 통화할 때도 속으로 삭이면서 잘 맞춰준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중간에 집 보러 다닐 때 부동산에 가서도 맞춰주는 부분을 보고 의아했어요. 누가 봐도 안 좋은 방이고 수상쩍은 북경 지도도 붙어있는데, 공인중개사한테까지 맞춰줄 이유는 없잖아요. 우희의 성격이 기본적으로 그런 건지 궁금했습니다.

 

임오정: 일단 북경 지도를 봐주셨다니 정말 대단하십니다. 역시 n차 관람이 좋네요.(웃음) 우희는 그때 아주 신나있었던 것 같아요. 친구가 자신의 집 근처에 방을 얻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들떠 있었고, 워낙 집에서 작업하고 외부생활을 안하기 때문에 타인에 대한 서비스가 기본적으로 하이톤으로 고정되어 있는 사람으로 설정했습니다.

 

 

관객: 대풍감감독님께 질문 드리겠습니다. 영화에 나오는 세 청춘이 감정을 표현하는 방식이 비슷하면서도 다른 부분이 있어요. 어색하면서도 진심인 부분이 있는 것 같고요. 캐릭터를 구상할 때 가장 애착이 가는 캐릭터가 있었나요? 그리고 연우가 가장 겉도는 것 같은데 어떻게 그런 캐릭터를 만드셨는지 궁금합니다.

 

김한라: 이상하게 친구들이 둘씩 있으면 안 그런데 셋이 있으면 꼭 한 명이 겉돌아요. 그리고 셋이서는 항상 이야기가 잘 안 통하죠. 그런 관계를 만들어보고 싶었어요. 한 명은 가족관계로 힘들어하는 청춘, 한 명은 하고싶은 일을 하고 있는데 그게 맞는 건지 모르는 청춘, 그리고 다른 한 명은 그런 고민이 없어요. 여자친구랑 헤어진 게 가장 큰 고민인데, 다른 친구들과는 갭이 커서 고민으로도 취급받지 못하는 관계를 만들어보고 싶었습니다.

 

 

관객저도 대풍감감독님께 질문 드리겠습니다. 마지막에 한 명이 넘어져서 울고 있는데 친구 두 명은 다른 이야기를 하더라고요. 친구들과 같이 있을 때 서로 이해하지 못하고 같은 감정을 공유하지 못해도 그냥 같이 있는 것만으로도 위로받을 때가 있는 것 같은데, 그런 장면을 생각하신 건가요?

 

김한라: 친구가 울고 있으면 위로하기도 애매하지 않나요. 가장 좋은 건 모른 척하는 거죠. 그 친구가 우는 걸 보면서 사실 자기도 울고 싶은데, 누가 울면 자기는 못 우는 미묘한 감정을 담아보고 싶었어요. 의도적으로 모른 척을 해주면서 때 되면 일어나겠지, 라고 생각하는 거죠. 그 장면에서 나머지 두 친구들의 얼굴은 어둠에 묻혀서 잘 안 나와요. 그들을 숨기면서 더 돋보이게 만들고 싶었어요.

 

 



이동진: 저는 강동완 감독님께 질문 드릴게요. 영화에서 화재 장면이 인상적이었어요. 전반적으로 코믹한 톤이고 느리게 묘사를 했는데, 마지막에 CCTV 화면으로 캠핑장 씬을 마무리하더라고요. 그 전까지는 장르적으로 코믹하게 보여주는데 갑자기 차갑게 CCTV로 보여주니까 재밌더라고요. 왜 그런 연출적 선택을 하셨나요?

 

강동완: 촬영감독이 멀리서 보는 게 더 재밌다고 하더라고요.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고 멀리서 보면 희극이라고 하잖아요. CCTV 장면의 모티브는, 예전에 제가 실제로 붙은 불을 끄려고 옷을 벗어서 파닥거린 적이 있었는데, 제 친구들이 그 모습을 찍었어요. 저는 그때 정말 다급했는데, 액정 속의 영상을 보니까 웃기더라고요. 한 발자국 떨어져서 뭔가를 통해서 보게 되면 다르게 보이는 것 같아요. 이 가족들을 바라보는 시선 자체가 그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그게 어머니가 자식들을 보는 시선, 자식이 부모 세대를 보는 시선일 수도 있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관객이동진 평론가 님이 불 앞에서 가족이 하나가 된다고 말씀하셨는데, 저는 오히려 불을 부정적인 의미로 봤거든요. 처음에 아버지가 불을 못 피워서 야유를 하고, 나중에 그 불로 인해 아들이 열심히 친 텐트가 불타 버리잖아요. 어떤 의미로 화재 장면을 넣으신 건가요?

 

강동완: 가족 중 한 사람으로 인한 화재일 수도 있고, 딱히 누군가 잘못한 게 아닐 수도 있어요. 화재 원인은 굳이 보여드리지 않았지만 중요한 건 가족 외부에서 발생한 큰 문제였어요. 그런 문제가 있으면 서로 아웅다웅 싸우다가도 불을 끄기 위해 하나의 목적성을 갖게 되잖아요. 텐트 역시 왠지 불편해서 앉아있다가도 나오게 되는 공간이기도 하고요. 불이 나서 텐트가 타버린 게 나쁜 일인지 좋은 일인지는 가족끼리 생각이 다를 거라고 생각해요. 어쨌든 가족을 한 프레임 안에 다 모아놓고 싶었고, 그날 밤은 다들 잠을 잘 잤을 거라고 생각해요. 어떤 의미로 보면 긍정적일 수도 있죠.

 

 

관객: 내가 필요하면 전화해〉라는 제목이 궁금해졌어요. 처음에는 영신이 두 사람 간 연락이 끊긴 이유를 우희에게서 찾길래 뻔뻔하다고 생각했는데, 후반부로 가니 영신에게도 우희 사진을 찍어놓는 다정한 면이 있더라고요. 막상 우희가 쉽게 손을 내밀지 못하는 것 같기도 해요. ‘내가 필요하면 전화해라는 제목이 우희의 입장인지, 영신의 입장인지 궁금합니다.

 

임오정: 필요하다는 말의 느낌 때문에 영신이 우희를 찾아왔다고 생각해요. '그립다', '보고싶다' 보다 필요하다는 말은 남을 생각하는 순수한 마음인 것 같거든요. 자기의 힘든 상황들 때문에 과거의 따뜻했던 우희에게 기대고 싶어 다시 찾아온 것 같아요. 항상 그 전까지는 우희가 영신에게 내가 필요하면 전화해.”라는 말을 했을 것 같고, 마지막에는 영신도 우희의 연락을 기다리고 있고 너에게 필요한 존재가 되고 싶다는 마음으로 건네는 말일 것이라 생각합니다.

 


관객: 공민정 배우님께 질문할게요. 제 친한 친구의 모습과 너무 닮아서 영화를 재미있게 봤어요. 영화 속 우희와 영신의 모습이 저와 친구와도 비슷해서 저는 영화를 통해 치유 받는 느낌이 들었어요. 배우님도 연기하면서 서로 이해하고 치유 받는 기분이 든 적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공민정: 사실 저는 우희에 좀 더 가까운 사람이에요. 그런데 영신 같은 면도 있기에 그런 모습을 더 끌어내려고 했어요. 저는 평소에 액션보다는 리액션을 하는 편이고, 들어주는 편이에요. 그래서 내가 하고 싶은 대로 막 하고 신경도 안 쓰는 영신을 연기하면서 평소에 못했던 것들을 하니까 후련한 느낌은 있었어요. 새벽에 대사를 막 지르는데 진짜 후련하더라고요.

 

 

관객: 돌아가는 길엔〉을 보면 캠핑장 수돗가에서 엄마끼리 이야기를 하는데, 어머니가 젊은 엄마랑 이야기한 후에 유리창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다듬는데 그건 어떤 감정인가요?

 

강동완: 아마도 본인이 지나왔던 과거를 보게 되지 않았을까요. 옆집 젊은 엄마를 보며 막 결혼했던, 이미 지나온 옛날을 떠올렸을텐데, 너무 의외의 대답을 듣고 다른 삶을 보게 된 거죠. 이야기를 듣고 여러 가지 생각이 들었을 것 같은데, 지나온 과거와 자신의 삶에 대한 생각들을 하던 찰나에 차 유리 너머로 자기 모습을 보게 되는 어머니의 짠한 모습을 담고 싶었습니다.

 




이동진: 이제 마무리를 할 시간이 왔네요. 각자 끝인사 한 번씩 부탁드립니다.

 

강동완: 개봉이라는 걸 해보네요. 저희 영화가 개봉을 했고요, 주변에 많이 이야기해주시고 많이 봐주셨으면 좋겠어요. 스탭들이 지금 자리에 있는데 인사를 못 시켜드려서 죄송하네요. 땡볕 아래서 고생하며 찍은 영화여서 관객 분들께 좋은 작품으로 남았으면 좋겠습니다.

 

곽민규: 제가 인디토크 하면서 인디스페이스에 이렇게 많은 관객이 찬 모습은 처음 봤습니다. 너무 행복하고 즐거운 시간이었어요. 공민정 배우님이 저번에 그런 말씀하셨는데, 와주신 한 분마다 5명한테 추천하면 한국 독립영화가 큰 발전이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웃음)

 

김한라: 저도 왠지 다단계를 해야 할 것 같은데.(웃음) 기분좋은 휴가를 떠났다는 기분으로 영화를 봐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김욱: 극중 찬희는 꿈은 이루어질 수 없다고 이야기하는데 저는 꿈이 이루어진다고 생각합니다. 각자가 힘든 시간을 짊어지고 간다고 생각하는데, 모두 화이팅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임오정: 영화를 개봉한 것 자체가 감회가 새로워요. 관객 분들이 남겨주신 소감을 보며 제 메시지가 어떻게 전달되는지 깨닫게 되는 것이 좋아서, 리뷰도 많이 남겨주시면 감사할 것 같습니다.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우정: 오늘 많이 떨렸는데, 저희 영화가 조금의 공감과 위로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이런 자리를 마련해주신 이동진 평론가님께 정말 너무 감사드립니다. 와주신 관객분들께도 정말 감사합니다.

 

공민정: 와주신 관객 분들께 너무 감사드립니다. 이렇게 늦은 시간까지 저희를 좋아해주셔서 감사드려요. 독립영화를 사랑해주신다고 느껴져서 마음이 너무 좋습니다. 아까 이야기 나온 ‘5명의 실천은 제가 방금 만든 건데요, 저희 다 단톡방이 있잖아요. 거기에 한낮의 피크닉 보러 갈래?” 라고 한마디만 해주시면 많이 보실 것 같습니다. 정말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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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디스페이스 관객기자단 13기 모집


활동기간 2019년 8월 말 - 2020년 2월 말 (6개월)

모집기간 서류 접수 7월 15일-7월 21일 자정까지

서류 발표 7월 25일 

면접 7월 29일-31일




 ▽ 인디즈 13기 지원서 다운로드 ▽ 

manager@indiespace.kr 로 접수 (분량 자유)



인디즈 지원서.docx

인디즈 지원서.hwp




*21일 이후 접수된 서류는 검토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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