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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디즈 소소대담] 2025. 10 영화의 끝과 시작 [인디즈 소소대담] 2025. 10 영화의 끝과 시작 *소소대담: 인디스페이스 관객기자단 ‘인디즈’의 정기 모임 *관객기자단 [인디즈] 박은아 님의 기록입니다. 참석자: 다람쥐, 도토리, 솔방울 돌아오는 계절의 변화에 속수무책 당하고 만다. 낙엽이 지고, 바람이 부는 10월의 마지막에 우리는 그동안 모은 영화의 결들을 겹겹이 쌓아보았다. 쏟아지듯 무수히 많았던 영화와 여전히 기대와 설렘을 안고 영화관으로 향하는 순간들이 계속되길 바라는 마음들. 하루에 스며든 몇 시간의 기억들을 모아 나누기로 약속하며 다시 한번 영화에게로, 서로에게로 빠져들길 희망해본다. * 다시 돌아온 미쟝센단편영화제 도토리: 다들 벅차있는 것 같더라고요. 오랜만에 미쟝센단편영화제가 다시 시작해서 오는 분들이 많이 계셨던 .. 2025. 11. 11.
[인디즈 Review] 〈1980 사북〉: 미완의 역사 앞에서 〈1980 사북〉리뷰: 미완의 역사 앞에서* 관객기자단 [인디즈] 정다원 님의 글입니다. 영화 〈1980 사북〉은 이상하리만치 조용한 겨울의 사북을 비추며 시작한다. 마치 그곳은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고요하다. 그러나 쉬지 않고 내리는 하얀 눈이 마을을 덮어 소리를 지워버린 것 같기도 하다. 카메라는 그 정적과 지워진 목소리 사이에 머문다. 그 순간, 영화의 타이틀이 고요를 밀어낸다. 1980 사북. 새겨지듯 떠오르는 타이틀을 눈으로 좇다 보면 방금 전의 침묵이 마치 묵념처럼 느껴진다. 홀로 그곳을 벗어났다는, 혼자 잘 먹고 잘 산다는 죄책감이란 동력에서 영화는 시작한다. 영화는 타인의 이야기로 쓰이는 역사를 가족과 당사자의 목소리로 다시 말하게 만든다. 그 목소리들은 서로 엇갈리고 충돌하며 하나의.. 2025. 11. 11.
[인디즈 Review] 〈바얌섬〉: 사는 동안은 우습게, 느릿하게. 〈바얌섬〉리뷰: 사는 동안은 우습게, 느릿하게.* 관객기자단 [인디즈] 오윤아 님의 글입니다. “내가 사라난겨?” 낯선 모래사장에서 물을 토해낸 꺽쇠는 옆에 앉아 있던 두 남자에게 묻는다. “죽은겨.” 한 남자가 대답한다. “아니, 살아있는겨.” 다른 남자가 대답한다. 영화는 나를 처음부터 끝까지 헷갈리게 만든다. 저 남자들이 산지 죽은 지, 이 섬에 다른 생명이 있기는 한 건지, 애초에 섬 자체가 산 존재들이 있는 공간이 만든 지. 그 혼란스러운 섬에서 뱀띠 동갑인 청년과 중년, 노년의 남자들은 실없는 농담을 치듯 날을 보낸다. 몽휘, 창룡, 꺽쇠는 수수께끼 같은 섬에서 생존을 위해 고투하지 않는다. 바얌('뱀'의 방언)섬에서 긴장감 따위는 아주 사소한 감정이다. 그들의 하루는 열심히 먹을거리를 .. 2025. 11. 11.
[인디즈 Review] 〈양양〉: 이름 부름 〈양양〉리뷰: 이름 부름* 관객기자단 [인디즈] 문충원 님의 글입니다. 그렇다고 믿어왔던 세상이 더 이상 작동하지 않음을 느낄 때 우리는 움직인다. 보이는 건 아무것도 변하지 않았지만 무형의 장벽이 깨지고 섬뜩해지는 순간들은 불현듯 찾아온다. 양주연 감독의 다큐멘터리 〈양양〉 역시 한밤중 술에 취한 아버지의 전화 한 통에서 시작된다. "너는 고모처럼 되면 안된다"는 한 마디에서 시작한 이 추적기는 한국 사회 깊숙이 뿌리내린 가부장제의 면면을 해부하는 데까지 나아간다. 감독의 기억 속에 화목하고 안정적이던 가족의 풍경은, 존재조차 몰랐던 고모 '양지영'의 비극적인 삶을 마주하면서 산산이 부서질 만큼 연약할 따름이다. 40년 전 사망한 한 여성의 흔적을 좇는 과정에서 조카이자 감독 스스로가 그 굴레에서 얼.. 2025. 11. 9.
[인디즈 기획] 〈3학년 2학기〉: 소외된 이름의 복원 〈3학년 2학기〉 비평 | 소외된 이름의 복원* 관객기자단 [인디즈] 정다원 님의 글입니다. 고등학교 3학년 2학기. 바야흐로 경계의 시기다. 혹여 키가 더 클까 부러 크게 맞춘 교복을 덜그럭대는 아이들을 보며 몸에 꼭 맞는 자신의 교복을 내려다보기도 하고, 길거리를 능숙히 누비는 다양한 어른들의 모습을 보며 제 미래를 점치다 불안에 휩싸이기도 하는, 그런 시기. 영화 〈3학년 2학기〉는 이런 불안의 시기를 내걸고 시작한다. 영화는 시작부터 창우의 노동하는 손을 클로즈업하며 배경을 교란한다. 관객들이 기계를 다루는 쉴 틈 없는 손을 보며 노동 현장과 학교 사이에서 길을 잃은 사이, 그곳이 교내의 실습실이라는 사실을 넌지시 드러내며 창우의 세계를 비춘다. 영화에서 창우는 늘 결정을 타인에게 미룬다. '내.. 2025. 11. 6.
[인디즈] 〈양양〉 인디토크 기록: 당위적 파묘 당위적 파묘〈양양〉 인디토크 기록 일시 2025년 10월 22일(수) 오후 7시 30분 상영 후 참석 양주연 감독 진행 임선애 감독 * 관객기자단 [인디즈] 김보민 님의 기록입니다. 누구나 마음속에 들춰보고 싶지 않은 불편한 기억이 있다. 가슴 아픈 사랑이든, 말 못 할 비밀이든 깊숙한 곳에 고이 묻어뒀던 것을 끌어올리기란 쉽지 않다. 그와 마주하기가 두렵기 때문이다.그 무덤과 같은 것이 일평생 존재조차 몰랐던 망자(亡者)라면 어떨까? 심지어 가족이라면 말이다. 양주연 감독은 20대가 되어서야 알게 된 이름 없는 묘를 조심스레 마주한다. 아주 개인적인 가족사에서 출발한 이야기가 가부장제에 억눌린 여성이라는 사회적 문제로 발화했을 때, 가족 모두가 파지 말라 말렸던 무덤은 비로소 파내야 마땅했던 것이.. 2025. 11. 5.
[인디즈 단평] 〈양양〉 : 오래된 이름 위에 새로운 이름을 *'인디즈 단평'은 개봉작을 다른 영화와 함께 엮어 생각하는 코너로, 독립영화 큐레이션 레터 '인디즈 큐'에서 주로 만날 수 있습니다. 오래된 이름 위에 새로운 이름을〈양양〉 그리고 〈리본 윗 유〉 *관객기자단 [인디즈] 안소정 님의 글입니다. 화목한 가족의 모습을 자세히 살펴보면 어딘가 쓸쓸한 구석이 있다. 가족 안에서 숨겨졌던 상처가 지워졌던 존재를 만날 때 오래된 이름은 새로운 자리를 만난다. 〈양양〉은 가족의 상처와 치부가 되어 숨겨졌던 고모의 생전 자취를 쫓아가며 가족 안에서 자신의 자리를 다시 찾아가는 과정을 보여준다. 자살로 생을 마감했던 딸이자 누나였던 인물은 하고 싶던 일이 많고 수많은 가능성을 품고 있었던 고모로 점차 새로운 모습을 드러낸다. 세상을 떠난 사람은 말할 수 없고 과거.. 2025. 11. 4.
[인디즈 Review] 〈세계의 주인〉: 사랑의 세계 〈세계의 주인〉리뷰: 사랑의 세계* 관객기자단 [인디즈] 서민서 님의 글입니다. * 영화에 대한 강한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세계의 주인〉 관람 후 읽으시기를 권합니다. 우리가 영화를 찾는 이유 중 하나는 눈앞의 현실에서 잠시 벗어나 영화만이 보여줄 수 있는 세계로 빠져들고 싶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래서인지 현실과 너무 닮아 있거나 인물에게서 나의 어떤 부분들을 마주하게 되는 영화를 피하고 싶었던 때도 있었다. 하지만 〈세계의 주인〉을 보고 이런 영화가 나의 삶에 너무나 필요하다는 것을 또 한 번 느낄 수 있었다. 그런 점에서 〈세계의 주인〉은 나의 마음 한구석을 세게 꼬집었다. 아프기보다는 그 감정이 멍처럼 오래 남아있다. 주인(서수빈)은 하루를 꽉 채워 살아가는 여고생이다. 동생 해인(이.. 2025. 11. 3.
[인디돌잔치] 2025년 11월 상영작을 선정해주세요 🔷 투표하기 🔷 후보작: 투표일정: 11월 10일(월)까지 상영일정: 11월 25일(화) 저녁 예정 2025. 11. 3.
[인디즈 단평] 〈세계의 주인〉 : 정확하게 고통을 빌려오는 일 *'인디즈 단평'은 개봉작을 다른 영화와 함께 엮어 생각하는 코너로, 독립영화 큐레이션 레터 '인디즈 큐'에서 주로 만날 수 있습니다. 정확하게 고통을 빌려오는 일〈세계의 주인〉 그리고 〈우리집〉 *관객기자단 [인디즈] 강신정 님의 글입니다. * 〈세계의 주인〉 관람 후 읽으시기를 권합니다. 영화를 나쁘게 말해 보자면, 인물을 카메라로 잡아 스크린에 가두는 일이 아닐까. 스크린 속에서 배우는 감독이 원하는 대로 말하고 느끼고 움직인다. 그리고 그 목적엔 늘 관객이 연루된다. 관객을 웃기고 싶어서, 울리고 싶어서, 충격받게 하고 싶어서, 아무튼 무언가 느끼게 하고 싶어서. 다양한 이유로 만들어지는 영화 앞에서 관객은 방관자가 된다. 그러므로 고통을 다룰 땐, 감독은 더욱 큰 책임감을 지녀야 한다. .. 2025. 10. 29.
[인디즈 Review] 〈만남의 집〉: 서로의 방에 건네주는 볕 〈만남의 집〉리뷰: 서로의 방에 건네주는 볕* 관객기자단 [인디즈] 오윤아 님의 글입니다. 냉철하게 보였던 사람이 손길을 건네주는 순간. 얌전해 보이던 사람이 소란스러운 선택을 하는 순간. 그 순간들이 모여 사람을 평면에서 벗어나게 한다. 내 안에 존재하는 많은 방 안을 옮겨가며 살아가는 사람들이 서로를 마주할 때, 그들은 서로에게 같은 방이 존재함을 알게 된다. 그렇게 너에게서 나를 보고, 나에게서 너를 본다. 〈만남의 집〉은 서로의 닫힌 마음의 방을 비추는 ‘볕’ 같은 관계를 담담하게 그려낸다. 태저는 냉철하고 반듯한 교도관이다. 규율을 명확히 하는 그에게 수용자들은 늘 욕지거리를 뇌까린다. 눈썹을 찡그리는 듯하더니 금세 다시 표정을 없애고 앞으로 걷는다. 수많은 문들을 지나며 아랑곳하지 않고 수.. 2025. 10. 28.
[인디즈 단평] 〈만남의 집〉 : 닮은 구석 마주하기 *'인디즈 단평'은 개봉작을 다른 영화와 함께 엮어 생각하는 코너로, 독립영화 큐레이션 레터 '인디즈 큐'에서 주로 만날 수 있습니다. 닮은 구석 마주하기〈만남의 집〉 그리고 〈백차와 우롱차〉 *관객기자단 [인디즈] 남홍석 님의 글입니다. 진부한 표현이지만, 타인은 자신을 비추는 거울이라는 말이 있다. 우리는 외부 환경에서 각자와 닮은 구석을 자꾸만 찾으려 든다. 때로는 타자에게서 나도 모르고 있었던 내 모습을 발견하기도 한다. “잠은 잘 잤니?”라고 물어본 직후 질문의 까닭이 자신의 불면증에 있음을 깨닫는 순간. 영화는 그런 일상적인 순간들을 포착할 수 있다. 15년째 여자교도소에서 근무하는 교도관 ‘태저’는 아끼는 후배 ‘혜림’의 제안으로 담당 수용자 ‘미영’의 어머니 장례식에 참석하게 된다.. 2025. 10. 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