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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원초적인 방식으로
〈차임〉 그리고 〈THE 자연인〉
*관객기자단 [인디즈] 이수미 님의 글입니다.

공포는 인간의 감정 중에서도 가장 원초적인 층위에 자리한다. 구로사와 기요시 감독의 신작 〈차임〉은 바로 그 지점으로 회귀한다. 미니멀한 서사와 사운드 실험으로 근원적인 공포의 감각을 건드린다.
요리 교실 강사 마츠오카는 차임벨 소리가 자신을 조종한다고 믿는 수강생을 만난다. 손쉽게 칼을 집어들 수 있는 요리 교실이라는 특수한 공간 아래, 남자의 사소한 몸짓과 섬뜩한 말 한마디 한마디에 긴장감이 스민다. 영화는 사운드를 거침없이 증폭시키기도 하고, 때로는 과감히 제거하기도 하며 관객의 불안을 끝없이 자극한다. 인간 내면의 뒤틀린 충동이라는 소재는 이미 수없이 반복된 클리셰지만, 〈차임〉은 부차적인 요소들을 덜어내고 오직 영화만이 구현할 수 있는 감각을 최대치로 끌어올리는 데 집중한다.

노영석 감독의 〈THE 자연인〉 역시 장르의 원초성에 충실한 영화다. 공포 장르가 오랜 시간 축적해 온 가장 클리셰적인 상황들을 영화 전반에 배치하며, 2시간이 넘는 다소 긴 러닝타임 속에서도 긴장감을 유지한다. 그러나 그 긴장감은 순식간에 삑사리처럼 어긋나며 곧장 코미디로 전환된다.
〈THE 자연인〉의 독특한 성취는 변주의 시도마저 단순하고 원초적이라는 점에 있다. 〈차임〉이 미니멀한 서사와 연출로 공포의 감각을 응축해냈다면, 〈THE 자연인〉은 공포와 웃음의 메커니즘을 노골적으로 건드리며 예상치 못한 괴랄함을 드러낸다. 영화는 가장 원초적인 방식으로도 강렬한 감각을 선사할 수 있다.
* 영화 보러 가기: 〈THE 자연인〉 (감독 노영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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