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임〉리뷰: 설명되지 않는 불안의 목격
* 관객기자단 [인디즈] 유송이 님의 글입니다.
공포는 어디에서 기인하는가. 〈차임〉(감독 구로사와 기요시)은 이 질문에 대해 외부의 괴물이 아닌 일상의 작은 균열로부터 시작되는 불안으로 대답한다. 영화는 요리 학교의 강사인 타시로가 한 학생으로부터 차임벨 소리가 들린다는 말과 함께 평온했던 일상이 서서히 무너져 내리는 과정을 그린다. 보통의 호러 영화가 시청각적인 충격 요법을 동력으로 삼는다면, 〈차임〉은 보이지 않는 전조와 설명할 수 없는 행위들을 통해 관객에게 공포감을 준다.

영화의 긴장감을 유지하는 가장 큰 힘은 제목처럼 소리에서 나온다. 타시로에게 벌어지는 일들은 인과관계가 뚜렷하지 않은데, 이런 불투명함 때문에 관객은 영화 속 인물이 겪는 혼란을 똑같이 체험하게 된다. 금속성의 소리와 다소 이질적이면서 깔끔한 화면 구성은 평범했던 요리 교실을 순식간에 낯설고 무서운 곳으로 바꾸어 놓아 익숙한 일상이 기괴하게 느껴지도록 한다.
특히 45분의 짧은 러닝타임이 끝난 뒤 이어진 감독과의 대담은 이 영화를 이해하는 실마리가 된다. 구로사와 기요시 감독은 이번 작품에서 영화를 자유롭게 찍는 시도를 하는 데 있어 오히려 어려움을 겪었다고 답변했는데, 이 지점은 매우 인상적이다. 거장이라 불리는 그에게조차 영화를 찍는다는 행위가 온전히 자유롭지 않다는 사실은 그가 영화라는 매체의 예술적 특이점을 고려할 때 의외의 지점으로 다가온다.

결국 〈차임〉은 공포의 실체를 규명하기보다 그 공포가 일상에 스며드는 과정 그 자체를 목격하게 만든다. 영화는 관객을 안심시키는 친절한 해석을 거부한 채 설명할 수 없는 불안을 흩뿌려 놓으며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는 순간까지도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게 한다. 영화는 해설을 생략함으로써 관객이 마주한 일상의 균열을 완성되지 않은 공포로 남겨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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