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라이드 스트럼 뮤트〉리뷰: 과잉의 리듬, 소유하고자 하는 욕망
* 관객기자단 [인디즈] 김예송 님의 글입니다.
당신은 고유의 리듬을 체득하기 위해 어떤 선택을 취하고, 내치는가. 나만의 리듬을 만들기 위해 우리는 조정을 반복한다. 달고 쓴 것의 기준을 묘하게 바꿔 새로운 맛을 수용하기도 하며, 매일의 습관을 하루아침에 버리기도 한다. 하루가 다르게 출현하는 환상과 야심은 불쑥 튀어나와 내 일상을 툭툭 건드린다. 엉겁결에 만난 덩어리진 욕망은 첫인사를 다 마치기도 전, 금세 나를 집어 삼켜버리는데 그 감각은 너무나도 자극적이어서 털끝이 삐쭉 서게 만든다. 마치 〈슬라이드 스트럼 뮤트〉의 우진(우즈)이 처음 기타의 현을 건든 순간처럼. 형용 불가한 감각과 쾌락을 느낀 우진은 이 리듬을 지키기 위해 필사적이다.

과거 우진에게도 일상의 리듬은 존재했다. 누나 시은(정회린)과 함께 운영하는 악기 수리점에 출근하고, 손님을 맞은 후 이어 기타를 만지작거린다. 영화의 시작, 남매가 출연한 오디션 프로그램 불합격 영상이 무한 루프로 재생되는 것도 그의 삶을 구성하는 마찬가지의 리듬으로 볼 수 있다. 다만, 그의 리듬을 구성하는 요소가 자발적으로 과거-현재 사이, 정체 구간에 머무르고 있다는 특이점을 눈여겨봐야 한다. 미래로 질주할 생각은 전혀 없다. 물론, 기타 수리를 맡기기 위해 나타난 의문의 부랑자 남기(저스틴 민)를 만난 후 상황은 급속도로 뒤바뀐다. 저주받은 (혹은 선택받은) 기타의 유혹을 그대로 수용한 우진은 새로운 리듬을 체할 정도로 무리하게 욱여넣는다.

기타의 자질을 뒤따라 잡기 바쁜 우진은 소리를 구사(구성)하기 위해 필사적이다. 소리의 요소를 찾는 과정은 아래의 방식들로 표현된다. 우선 기타 수리를 마쳐야 하는 그는 부품을 찾기 위해 괴짜가 가득한 골동품 경매장을 찾아간다. 금액대를 높여 부르는 것을 반복하다가 결국 얻는 것에 실패한다. 이어 직접 찾아가 부품을 달라고 요구하는데 남기의 도발적이고 폭력적인 태도에 우진은 위축되는 것도 잠시 결국 설득이 불가능해 보이자, 손에 피를 묻히고 갈취한다.
이어 우진은 리듬을 구성할 ‘한 음’씩의 소리를 채집하기 위해 정적 상태를 부정한다. 스타가 된 우진은 고요한 상태에 머물던 (즉 행동력을 부정하며, 장식장에 얼굴을 기대어 쉬기를 반복하는, 영업 시간과 쉬는 시간의 경계가 무의미한) 사적 공간인 악기 수리점의 시간으로 돌아가기를 원치 않는다. 계속해서 움직이고, 연주하고, 때로는 몸으로 직접 부딪치고 깨트리며 소리를 발생시킨다. 이를테면 우진이 또 다른 부품을 찾기 위해 소리 박물관으로 몰래 침입한다. 조심스럽게 입장하지만, 몇 번 발걸음을 내딛다 짙은 암흑에 실수로 ‘징’을 치고 지나가는데, 이마저도 우진의 리듬을 흥겹게 만드는 구간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어 정신적 상태에서도 그는 자신과의 싸움을 반복하며 움직임을 발산한다. 도플갱어와 마주친 우진은 무서워 도망치기 바쁘다. 계단과 복도 구석구석을 뛰어다니는 우진과 우진을 좇는 카메라의 시선도 마찬가지로 빠르게 움직인다. 이어 도플갱어와의 몸싸움이 이어지는데, 혼란스러운 마음을 비추는 개인의 내재적인 사투임에도 불구하고 이를 두 사람의 신체를 통해 움직임으로 표현하며 생동에서 탄생하는 리듬을 영화 밖까지 끌어당긴다.
마지막으로 그는 무대 위, 즉 연주가 가능한 공간을 고집한다. 자신의 리듬을 전시할 수 있는 무대 위에서 연주하기 위해선 기타가 자신의 소유로 있어야만 한다. 기타를 통해 리듬을 얻고, 동반한 명예를 누린 그에게 연주는 반복되어야 한다. 미완성된 기타를 칠 때마다 상처가 하나씩 늘어나지만, 그는 고통을 애써 무시한다.

이처럼 파괴되는 신체를 무릅쓰고도 소리를 얻어가는 우진의 사투 속에서 결국 그의 존재는 기타의 지배로 인해 전복되고 역행한다. 우진은 더 이상 자신을 기억하지 못하고, 어떤 것이 진짜인지 모르는 혼란의 상태에 놓인다. 결국 한 우진은 삭제된다. 도플갱어에게서 위협을 느낀 우진은 도망치다 끝내 자신의 열등감이 들어찬 (루저의) 공간으로 가 숨는다. 그러나 또 다른 우진은 별것도 아니라는 듯 가뿐히 비밀번호를 치고 그 안으로 들어온다. 울타리 밖으로 내쳐진 거처럼 단절된 공간이었지만, 그곳에서 꿈꾸고 다짐했을 우진 남매만의 공간이 침입자에 의해 공격받는다. 변두리지만 그들의 중심이었던 공간이 그 언저리의 우진에 의해 잡아먹혀 버린다. 자신의 중심보다, 세계의 중심이 되고 싶은 욕망은 들끓어 자기 심장에 구멍을 뚫고 ‘공허’를 만들어 낸다. 결국 진짜 우진은 누구인지 알 수 없다. 집어삼켜진 우진은 지워지고 홀로 남아 유일이 되어버린 우진은 저벅저벅 걸어 나와 세상의 안으로, 더 깊숙이 침투한다.
영화는 소리를 통해 이야기를 전개한 것처럼, 감각을 다양하게 활용한다. 가끔은 불쾌와 거부의 감정을 몰아치게 만드는 장면을 삽입함에도 이를 우진의 연주와 함께 배치하고 되레 더 자극적으로 노출시켜 인물에게 동화되게 만드는 묘수를 둔다. 이로인해 영화는 끝까지 리듬을 잃지 않고 아드레날린을 과잉적으로 분출하는 상태에 놓인다.

당신은 어떤 유효한 리듬을 발생시키고 있는가. 봇물 터지듯 샘솟는 리듬감에 흥분한 인간을 막기란 쉽지 않다. 유혹의 곡조를 어떻게 나만의 것으로 체화시키는지에 따라 그 기타는 오로지 나의 것이 될 수도 있고, 그와 반대로 눈코 뜰 새 없이 내가 사라지는 결말에 다다를 수도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Community > 관객기자단 [인디즈]' 카테고리의 다른 글
| [인디즈 Review] 〈노 어더 랜드〉: 한 겹 너머의 투쟁 (0) | 2026.03.11 |
|---|---|
| [인디즈 단평] 〈슬라이드 스트럼 뮤트〉: 아티스트, 아티스틱 (0) | 2026.03.10 |
| [인디즈 소소대담] 2026. 2 여전한 영화의 힘으로 (0) | 2026.03.09 |
| [인디즈 Review] 〈레이의 겨울방학〉: 우리 홀로 집에 - 심심한 시간을 견디는 법 (0) | 2026.03.09 |
| [인디즈 단평] 〈레이의 겨울방학〉: 침묵의 계절을 건너는 다정한 연대 (0) | 2026.03.06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