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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티스트, 아티스틱
〈슬라이드 스트럼 뮤트〉 그리고 〈고라니 아이돌과 나〉
*관객기자단 [인디즈] 박은아 님의 글입니다.

지독한 악몽을 꾼 느낌이다. 잠에서 깰 때까지 그저 견뎌야만 하는 불쾌함이 온몸에 퍼진다. 잠시 눈을 감았을 뿐인데 영겁의 시간을 살게 되는 꿈처럼 〈슬라이드 스트럼 뮤트〉는 우진의 ‘망한 욕망’이 뒤틀리며 뻗어나가는 시간을 따라간다.
우진은 실패했다. 오디션에서 탈락했고 침울한 감정을 추스르지 못한 채 현실의 바닥을 맴돈다. 그리고 영화는 이 좌절을 광적으로 증폭시킨다. 정체불명의 기타를 소유하게 되며 전개되는 이야기는 서사적 설명보다는 눈이 멀 듯한 섬광과 타이트한 숏, 현의 진동으로 표현된다. 화려하고 맹렬해진 우진의 삶과 성공한 만큼 망가져가는 신체는 스타라는 환상을 스타일리시하게 부각하면서도, 그 욕망이 얼마나 끝을 모르고 흘러가고 있는지를 동시에 드러낸다. 〈슬라이드 스트럼 뮤트〉가 보여주는 것은 욕망의 형상이다. 집착이 현실을 기괴하게 바꾸는 흐름을 집요하게 밀어붙인다.

〈슬라이드 스트럼 뮤트〉가 성공을 향한 욕망의 폭주를 그린다면, 〈고라니 아이돌과 나〉는 닿을 수 없는 대상을 향한 사랑의 공허를 보여준다. 두 영화는 같은 질문을 남긴다. 우리는 왜 도달할 수 없는 것을 욕망하는가? 〈고라니 아이돌과 나〉가 다루는 욕망은 착각에 가깝다. 보다 더 은밀히 작동하는 욕망의 정체는 베가의 지독한 짝사랑이자 스스로가 만들어낸 환상 속에서 현실을 유예하는 피난처이기도 하다. 고라니를 향한 베가의 감정은 성취되지 못한 사랑이기에 이미지와 환상 속에서 더욱 또렷해진다. 영화는 파편화된 이미지와 도형의 변형, 화려한 빛의 활용으로 현실과 허구의 경계를 흐리며 이를 미화한다. 그러나 그 이면에서 욕망의 기원이 얼마나 평면적이고 허무한 것인지 체감하게 된다.
끝내 이루어질 수 없다는 사실을 어렴풋이 알면서도 계속해서 무언가를 원한다. 갈망하고 기대하는 바를 눈앞에 두며 그것을 동력으로 삼는 순간 욕망은 나를 이끌고, 당기고, 떠밀어버린다. 그렇게 앞으로 나아가지만 정작 손에 쥐게 되는 것은 대상 그 자체가 아닌 대상을 둘러싼 환상일지도 모른다. 두 영화는 바로 그 순간은 보여준다. 욕망이 가장 강하게 빛나는 찰나와, 그 빛이 사라진 뒤 남는 공허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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