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Community/관객기자단 [인디즈]

[인디즈 소소대담] 2025. 11 우리가 있기에

by indiespace_가람 2025. 12. 11.

 [인디즈 소소대담] 2025. 11 우리가 있기에 

*소소대담: 인디스페이스 관객기자단 ‘인디즈’의 정기 모임

 

*관객기자단 [인디즈] 남홍석 님의 기록입니다.

 

참석자: 우연, 상상

영화와 함께 시작한 한 해의 끝이 어렴풋이 보임에도 여전히 영화는 우리 곁에 있다. 영화가 오려면 당신이 필요하다는 말처럼, 우리가 있기에 영화는 이곳에 자리한다. 다사다난했던 한 해를 거의 통과한 우리는 영화와 함께 마지막으로 모였다. 수가 많지 않아도 우리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상기했던 11월의 저녁. 만남 이후 일주일이 지나고, 서울에 첫눈이 내렸다.

 


* 2025년 11월에 극장에서 만난 영화들

 

〈양양〉

 

[리뷰]: 이름 부름(문충원)

[단평]: 오래된 이름 위에 새로운 이름을(안소정)

[뉴스레터]: Q. 🌙 '너는 ○○처럼 되면 안 된다?' [2025.11.12] 

[인디토크]: 당위적 파묘(김보민)


우연: 후반부에 제시되는 갈림길에서 영화가 고모에 집중하길 택한다는 점이 윤리적이면서 흥미로운 지점이라고 느꼈어요. 〈케이 넘버〉에서도 비슷한 흐름이 있었는데, 두 작품 모두 과거의 진실을 더 파고들기보다는 지금 상황에서 그 과거를 의미 있게 하는 방법을 찾아가는 것처럼 보여서 좋았네요. 그래서 그런 방향성을 묘비에 이름을 새기면서 시각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 특히 인상적이었어요.

상상: 저는 ‘네가 내가 되는 이야기’, 연대를 중요시하는 영화를 좋아하거든요. 〈양양〉은 오프닝부터 친척과 자신의 결혼사진을 병치하면서 같은 위치에 서는 지점을 명시하고 시작하는 게 좋았어요. 고모가 나와 같은 뿌리이기도 하지만 같은 사람이었다는 사실을 강조하는 영화의 시작이 강한 다짐처럼 보였어요.

우연: 그래서 마지막이 생명의 탄생이라는 게 더 뭉클했던 것 같아요. 감독은 불합리한 과거를 찾아가는 과정에서 그것이 현재에도 어느 정도 남아 있고, 삶에 맞닿아 있다는 사실을 마주하잖아요.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를 갖고 다음 세대를 이어가겠다고 다짐하는 태도가 조금은 희망적으로 느껴져서 좋았어요.

상상: 추적극처럼 고모의 주변 사람들을 전화로 탐문하는 장면들이 있잖아요. 그런 과정들이 다큐멘터리 속에 일종의 스릴을 부여했던 것 같아요. 감독이 누구한테 전화를 걸면 상대방의 대답이 무엇일지 관객들도 궁금하게 만들잖아요. 당시 감독의 심정이 고스란히 전해지는 느낌이 재밌었어요. 

 

〈세계의 주인〉

 

[리뷰]: 사랑의 세계(서민서)

[단평]: 정확하게 고통을 빌려오는 일(강신정)

[뉴스레터]: Q. 🌊 마음에 일렁일렁 파도가 칠 때? [2025.11.5] 

[인디토크]: 비 온 뒤 맑음(문충원)


상상: 〈세계의 주인〉은 저한테 좋을 수밖에 없는 작품이었어요. 보면서 저랑 되게 비슷하다고 느낀 장면들이 너무 많았는데 예를 들면 진로 상담 장면, 급식실에서 노는 장면, 혹은 세차장 신에서 주인의 마음도 그렇고요. 그런데 그런 부분마다 저 사람의 마음이 그때 나와 같았다는 생각이 드니까 영화에 대해 나쁘게 얘기할 수가 없더라고요.

우연: 제가 봤던 독립영화관에서는 중반부부터 훌쩍거리는 소리가 사방에서 들리더라고요. 여러모로 지금 상황에서 최선을 다한 영화라고 느꼈던 것 같아요.

상상: 이 영화가 가지고 있는 가치가 크기도 하고요. 미도의 법정 장면이나 스터디 카페 장면 등을 보면서 너무 현실적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세계의 주인〉은 음악의 사용 빈도가 훨씬 적은 게 흥미롭더라고요.

우연: 그리고 영화에서 더 이어갈 수 있는 서사를 끝까지 보여주지 않기로 선택한 것들이 많다는 게 매력적이라고 느꼈어요. 어머니 서사도 그렇고 동생이나 아버지도 마찬가지고요.

〈너와 나의 5분〉

 

[리뷰]: 그 시절의 우리(서민서)

[단평]: 5분 사이, 가까워지고 멀어지는 관계(오윤아)

[뉴스레터]: Q. 😏 1+1=1 ? [2025.12.3]


우연: 오늘 이야기하려고 어제 보고 왔는데 사실 저는 대구 방언 연기가 몰입이 안 됐어요. 뮤직비디오 연출도 호불호가 좀 갈릴 것 같아요.

상상: 저는 대놓고 연출이라고 말하는 듯한 그 지점이 되게 좋았어요. 감독이 만든 온전한 나만의 세계라고 선언하는 것처럼 들리기도 했고요. 그 지점을 딱 넘어서면 설득되는 영화라고 생각해요. MP3는 용량이 정해져 있어서 한정된 저장소 안에서 내 취향을 골라야 한다는 사실을 오랜만에 상기시켜 준 게 좋았어요. 

우연: 의도된 작업이겠지만 장르의 수많은 클리셰와 보편적인 이야기 구조를 따르고 있어서 기시감이 느껴지는 부분은 어쩔 수 없더라고요.

상상: 생각해 보면 이 영화가 좋았던 이유는 이런 지나친 순박함 때문인 것 같아요. 요즘에는 좀 다층의 로맨스 영화들이 많은데 그런 층위를 모두 걷어낸 순수함이 매력적으로 다가왔던 것 같네요. 왜 예전에는 개봉하는 영화들마다 홈페이지가 있었잖아요. 〈너와 나의 5분〉도 홈페이지를 만들었는데 그것마저 너무 좋았어요.

우연: 잊고 있었는데 생각해 보니 정말 그랬네요. 극장 전단지 같은 곳에 ‘네이버 검색’ 같은 문구가 있었던 게 떠올라요.

〈에스퍼의 빛〉

 

[리뷰]: 청소년의 서사(남홍석)

[단평]: 보편성으로부터의 탈피(김보민)

[뉴스레터]: Q. 🧐 이 영화, 정체가 궁금해? [2025.11.19]


상상: 〈에스퍼의 빛〉에 대한 부정이 실제로 그 게임을 플레이하는 사람들을 부정하는 것처럼 느껴져서 조금 불편했어요. 비단 청소년들 이야기로 한정 지을 것도 아닌 것 같고, 영화도 따라가는 것 자체는 큰 어려움이 없다고 생각해요.

우연: 사실 이 영화가 기술적으로 엄청나게 완성도를 끌어올리려는 영화는 아니잖아요. 그러니까 〈에스퍼의 빛〉이 포커스를 맞추고 있는 지점은 플레이어들이 쓴 각본을 영상으로 옮기는 작업인데 완성도가 조악하다는 비판은 잘 이해가 가지 않았던 것 같아요.

상상: 영화가 캐릭터의 선택에 따라 움직이잖아요. 그런데 사실 모든 영화들이 캐릭터의 다음 선택에 따라 서사를 이어가지 않나? 하는 생각도 들었어요.

우연: 그래서 저는 인터랙티브 무비 게임 생각도 많이 났던 것 같아요. 플레이어들이 GV에 참석하는 것도 흥미로웠고요.

 


* 한 해의 끝, 서울독립영화제

 

우연: 저는 〈그래도, 사랑해.〉 보러 가려고요. 작년 서독제에서 봤던 박송열, 원향라 부부의 〈키케가 홈런을 칠거야〉가 되게 좋았는데 감독님이 가족과 함께 영화에 출연한다는 점에서 비슷하게 느껴졌어요. 영화가 오디션 형식이라는 말을 어렴풋이 들었는데 그건 또 무슨 말인지 궁금하기도 하고요.

상상: 저는 저번에 독립영화 쇼케이스를 통해서 봤는데 아내 캐릭터 입장에 이입하니까 조금 답답한 면도 있었어요. 속으로 그냥 가위바위보 하라고 생각하기도 했고요. 〈키케가 홈런을 칠거야〉가 좋았다면 김준석 감독님 작품들도 좋아하실 것 같네요.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