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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unity/관객기자단 [인디즈]

[인디즈 단평] 〈동에 번쩍 서에 번쩍〉 : 그렇게 살아가는 것

by indiespace_가람 2025. 12. 8.

*'인디즈 단평'은 개봉작을 다른 영화와 함께 엮어 생각하는 코너로, 

독립영화 큐레이션 레터 '인디즈 큐'에서 주로 만날 수 있습니다.

 

 

그렇게 살아가는 것

〈동에 번쩍 서에 번쩍〉 그리고 〈익스트림 페스티벌〉 

 

*관객기자단 [인디즈] 정다원 님의 글입니다.

 

영화 〈동에 번쩍 서에 번쩍〉 스틸컷

 

어쩌면, 삶이라는 건 참 얄궂은 존재일지도 모른다. 특히 청춘에게는 자신보다 아득히 앞서서 나를 놀려먹는 존재처럼만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청춘이라서 우리는 그런 삶을 좇다가 나뒹굴기도 하고, 수많은 거절을 맛보고, 그러다 모든 것을 뒤로한 채 훌쩍 친구와 바다로 떠나버릴 수도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우리는 삶보다 뒤처지는 그 순간, 타인의 거절에 가려져 미처 돌보지 못한 나를 발견하며 내일로 나아갈 수 있다.

 

설희는 영화 속에서 꽤 많은 거절을 맛본다. 아르바이트 면접에서 왜 꿈을 묻는지 의문을 가졌기에 거절당하고, 내 사정을 제대로 알아보려고 하지 않는 룸메이트 화정에게도 이제부터는 혼자 살고 싶다며 룸메이트로서 거절 받는다. 아직 꿈도, 집도 찾지 못했는데 거절만 받는 청춘은 어쩔 수 없이 세상을 떠돌 수밖에 없다. 이는 화정도 마찬가지다. 조심스레 어른으로서 독립하고자 마음을 비추었더니, 룸메이트 설희가 크게 화를 내며 떠났다. 설상가상으로 붙을 줄만 알았던 회사에서도 불합격이라는 소식이 들려온다. 이렇듯 청춘은 늘 거절의 순간에 놓이지만, 쉬지 않고 동분서주하며 여기저기를 떠돌아야 한다. 거절 이후의 여정에서 설희와 화정은 마치 자신의 과거와 닮은 지안과 한나에게서, 오래간 외면해왔던 자기 모습을 마주한다. 극복하지 못한 자신의 과거를 닮은 친구들과 연을 맺으며 그들은 과거에 얽매여있던 지난날을 뒤로하고, 다시 현실이 있는 서울로 나아간다.

 

영화 〈익스트림 페스티벌〉 스틸컷

 

그들의 하루를 길게 펼쳐보면 마치 삶의 은유처럼 느껴진다. 삶 또한 거절의 연속에 피어나는 새로운 만남과 나 자신에 대한 용서가 있기 마련이니. 이런 삶을 닮은 하루라는 시간선은 〈익스트림 페스티벌〉의 혜수의 하루와도 닮아 있다. 열심히 준비해온 축제의 이름이 하루아침에 바뀌어도, 그럼에도 고군분투해 진행한 축제가 엉망이어도 축제는 이어진다. 그 과정에 내 모든 치부가 밝혀져도, 왜인지 돌아보니 후련함과 아쉬움이 공존한다. 삶도, 축제도 결국 끝날 때까진 끝이 아니기에 기대를 걸어볼만하고, 또 그렇기에 끝까지 숨이 터져라 달려보아야 한다. 그 수많은 거절에도 불구하고, 내일이 올 테니까.

 

삶은 얄궂다. 내 마음대로 되는 것 하나 없고, 편을 들어주지도 않는다. 마치 일출을 보러 간 여정에서, 해 사진은커녕 둥그런 보름달 사진만 받게 된 〈동에 번쩍 서에 번쩍〉처럼 말이다. 어쩌면 끝날 때까지 긴장을 놓을 수 없었던 혜수의 〈익스트림 페스티벌〉이 진행된 하루처럼 말이다. 하지만 그 모든 걸 뒤로하고 집에 돌아가면, 잘 자고 일어나면 내일이 온다. 그렇다면 우린 다시 일어설 수 있다.

 

* 영화 보러 가기: 〈익스트림 페스티벌〉 (김홍기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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