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디즈 소소대담] 2026. 5 영화의 바다에서 흩어져
*소소대담: 인디스페이스 관객기자단 ‘인디즈’의 정기 모임
*관객기자단 [인디즈] 남홍석 님의 기록입니다.
참석자: 돌고래, 물개, 바다표범, 북극곰, 해달
끼니 대신 영화를 선택했다는 말에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모임이 얼마나 될까. 분명 모두 같은 영화제에 갔는데 서로 만난 적도 없고, 이렇게 다를 수가 있나 싶을 정도로 다양한 영화를 보고 돌아왔다. 영화제 밖에서 다시 만난 우리는 비로소 각자가 마주한 아름다운 이야기를 나눈다. 봄의 끝자락, 공감의 끄덕임과 미소가 유독 끊이지 않던 저녁이었다.
* 전주국제영화제에 가다
북극곰: 임지훈 감독의 〈유령〉을 드디어 전주에서 봤어요. 좋다는 이야기를 워낙 많이 들었던 작품이라 기대했는데 역시 좋더라고요. 최근에 자기 이야기를 다루는 다큐멘터리가 점점 늘어나고 있는데 그중에서도 균형을 잘 잡은 작품이라고 생각해요. 너무 사적인 주제로 깊이 들어가 버리면 관객과 거리가 멀어질 수도 있잖아요. 단편 다큐멘터리라는 포맷에 어울리는 영화라고 생각했습니다.
바다표범: 저는 〈관리처분계획—미아리 텍사스 편〉이 좋았어요. 감독님이 영화에 접근하시는 방식이 되게 재밌는 것 같아요. 영화를 3부로 나눠 각각 화자를 바꾼다거나, 이미지를 활용하는 방식을 바꾸는 식으로 특색을 주는 구조가 흥미로웠습니다. 계속해서 영화라는 틀을 벗어나려고 하시는 것 같아서 멋있었어요. 제가 알지 못했던 미아리라는 동네에 대해 그 시대를 살았던 분들은 잘 알고 계시는 것도 재밌었고요.
물개: 〈나무가 기운 쪽으로〉에는 감독님께서 직접 아버지와 함께 배우로 출연하세요. 어머니가 떠난 이후에 아버지와 함께 물건을 정리하고, 남은 이들이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주는 작품입니다. 저는 마지막에 아버지와 함께 기타를 들고 노래를 부르는 장면이 너무 좋더라고요. 조금 엉성하지만, 두 분이 어우러져 하나의 음악을 완성해 나가는 걸 보며 앞으로 이분들이 계속 함께 잘 살아갈 것이라는 생각을 했어요.
〈나무가 기운 쪽으로〉가 같이 잘 살아가는 방법을 고민하는 영화라면 〈6주 후〉는 사랑하는 존재를 어떻게 잘 떠나보낼 수 있을지 다루는 작품이었어요. 어머니를 떠나보내는 과정에서 주인공인 딸이 가족들과 계속된 의견충돌을 경험하고, 본인이 기억하는 어머니를 어떻게 잘 간직할 수 있을지 고민해 나가는 영화라 좋았습니다.
해달: 저는 밴드를 좋아하다 보니 〈음악만세〉가 너무 재밌더라고요. 음악이 가진 지점을 영화로 어떻게 풀어냈는가를 보는 재미도 있었고, 광장이나 제가 있었던 락 페스티벌 현장도 나와서 당사자성도 느껴지고 내용이 많이 와닿았어요.
〈사건번호 137〉은 실제로 있었던 사건을 기반으로 한 프랑스 영화였는데, 스펙터클을 넣기 조심스러운 소재라 긴장감 조성을 어떻게 할지 궁금했어요. 그런 긴장감을 딜레마에 빠져 고민하는 주인공의 모습을 통해 잘 유지했다고 생각했고, 핸드폰으로 현장을 촬영한 것 같은 장면에서 극 영화임에도 사실적으로 다루려는 노력이 보여서 좋았습니다.
〈마우스〉 같은 경우에는 상실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그 자리를 온전히 대신할 수 없다는 걸 깨달아 나가는 과정을 잘 그려낸 작품이에요. 너무 어둡지도 않고, 시대적 배경을 잘 살린 미술도 재밌었고요. 올해 하반기에 개봉한다고 들었는데 기회가 된다면 보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북극곰: 〈푸른 왜가리〉도 좋았어요. 이번 영화제에서 가장 주목을 많이 받은 작품 중 하나인 것 같네요. 역시 감독의 자전적 이야기를 다루는데 상실을 마술적 사실주의의 형태로 극복하는 영화라는 소개를 보고 궁금해졌습니다. 전반부는 〈애프터썬〉 같은 느낌이라고 생각했는데 후반부에 전혀 다른 선택을 하며 흥미로운 지점으로 나아가는 게 좋았어요. 이런 이야기를 다룰 때 택할 수 있는 또 하나의 선택지를 제시해 준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돌고래: 저는 〈네이키드〉라는 작품을 보았는데요. 포르노 배우 부모 밑에서 자란 10대 소년이 주인공이에요. 성에 대한 가치관을 자연스럽게 성립하지 못한 소년은 아버지의 포르노를 찍어주는 일을 하는데, 그에게 나타난 진정한 첫사랑이 알고 보니 페미니스트였어요. 이 시놉시스 자체가 너무 흥미롭더라고요. 이런 방식으로 자신의 그릇된 성에 대한 관념을 고치려 애쓰는 사람도 세상에 있을 수 있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보았습니다. 그런데 영화가 너무 자극적이더라고요. 이번 전주영화제에는 전체적으로 표현이 과한 작품들이 많았던 것 같아요.
* 2026년 5월에 극장에서 만난 영화들

〈그녀가 돌아온 날〉
[리뷰]: 솔직함이라는 무대(유송이)
[단평]: 진실 혹은 괜찮아(강신정)
[뉴스레터]: Q. 🖊️ 같은 자리, 같은 날, 세 번의 인터뷰? (2026. 5. 20)
북극곰: 저는 사실 베를린영화제에서 보았는데요. 독일 맥주가 맛있다는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관객들이 환호하더라고요. 그런데 이제 영원히 반복되는...
돌고래: 송선미 배우가 맡은 캐릭터에 완전히 이입해서 봤어요. 대사들을 카메라 앞에서 하기까지 개인적으로 얼마나 많은 시간을 지나왔을지 계속 생각하게 됐어요.
북극곰: 그런 이야기를 할 때마다 말의 힘이 많이 담겨있는 게 느껴지면서도 자막으로 보는 외국 관객들에게도 그 감각이 전달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던 것 같아요.

〈남태령〉
[리뷰]: 모여드는 사람의 문법(박은아)
[단평]: 다시 만난 세계(정다원)
[인디토크]: 기억을 꺼내는 자리(박주연)
[뉴스레터]: Q. 🏃 내가 연대에게로 간다? (2026. 6. 10)
돌고래: 우리는 모두 남태령에 갔든 가지 않았든 SNS로 사건을 보았잖아요. 1년 만에 이렇게 영화로 나와서 다시 돌아보게끔 하는 느낌이라 진짜 재미있게 볼 수 있었어요.
물개: 트위터로 시작해서 농민들의 의견으로 확장되고, 생각의 차이를 가진 청년세대와 기성세대가 어떻게 연대할 수 있었는지 보여주는데 여기서 한 번 더 나아가더라고요. 노동 현장에서의 사고와 시민 집회, 여러 지방의 현장도 같이 보여주시는 게 참 좋다고 생각했습니다. GV도 들었는데 현장에서 함께하셨던 분들이 서로의 경험을 나누며 혼자가 아니었다는 사실을 느끼고 계시는 것 같아서 인상적이었어요.
돌고래: 영화에서 다른 현장의 이야기도 같이 하는 게 별로였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던데 그건 남태령 현장이 갖는 의의에서 완전히 벗어나는 이야기라고 봐요. 살기 좋은 사회를 만들자는 기조 아래에서 그런 이야기들이 별개가 될 수 없다고 생각하거든요.

〈새벽의 Tango〉
[리뷰]: 부탁과 신뢰의 연속(남홍석)
[단평]: 리듬의 방황(박주연)
[인디토크]: 끝에서 추는 땅고(이수미)
[뉴스레터]: Q. 💃 5월엔 함께 춤을? (2026. 5. 13)
북극곰: 최근에 다른 드라마에 출연하면서 화제가 되기도 했지만 〈새벽의 Tango〉에서의 이연 배우는 어느 부분에서 절제해야 하고 어느 부분에서 터뜨려야 할지를 굉장히 잘 알고 있다고 느꼈어요. 조용한 캐릭터가 극적인 표현에 이르기까지 감정을 천천히 쌓아가는 연기를 잘하셨더라고요.
돌고래: 삭막한 현대사회에 꼭 필요한 영화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사람이 사람을 선의로 도와주는 것을 오해하는 이들이 많더라고요. 남들이 다 이유가 있어서 그런 거 아니냐는 식으로 말할 때, 그저 자연스럽게 타인을 돕는 사람들을 바라보는 작품이라고 느꼈어요.
* 5월의 인디즈 추천 영화
세 개의 시간대를 연결해 주는 시나리오의 구성이 탄탄합니다. 러닝타임은 조금 길어도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재미있게 볼 수 있는 작품! 영화를 다 보고 나오면 길가의 작은 잡초들도 모두 소중하게 보이는 신기한 경험을 할 수 있습니다.
물개: 〈마법이 돌아오는 날의 바다〉 (2022, 한지원)
거침없이 시공간을 넘나들면서 불안과 혼란을 온몸으로 체감하게 합니다. 시각적 쾌감과 깊은 감정적 울림이 공존하는, 애니메이션의 다채로운 매력에 흠뻑 빠져보세요!
시끄러운 세상과 시끄러운 음악 속에서 고뇌하는 청소년들의 모습이 마치 과거 같기도, 현재 같기도, 미래 같기도 합니다. 우리는 친구들과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까요? 함께 나아갈 수는 있는 걸까요? 마침 6월 재개봉 소식이 들려오니 관람 추천드립니다.
북극곰: 〈어느 파리 택배기사의 48시간〉 (2024, 보리스 로즈킨)
작년 디아스포라 영화제에서 인상 깊게 관람했던 작품이 개봉하네요. 난민이면서 플랫폼 노동자로 일하는 주인공의 48시간을 밀도 있게 다루고 있습니다. 연기와 각본 모두 매력적이라 몰입해서 볼 수 있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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