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을 꺼내는 자리
〈남태령〉 인디토크 기록
일시 2026년 5월 23일(토) 오후 5시 30분 상영 후
참석 김현지 감독
진행 장혜영 감독
* 관객기자단 [인디즈] 이수미 님의 기록입니다.
양봉집에 말벌이 날아들면 누구보다 먼저 달려가는 사람이 있다. 한 TV 프로그램을 통해 널리 알려진 ‘말벌 아저씨’는 이제 하나의 밈을 넘어 고유명사처럼 쓰인다. 무언가에 꽂히면 앞뒤 재지 않고 달려가는 사람을 뜻하는 말이다. 실제 말벌은 위험 앞에서 머뭇거리지 않는다. 벌집이 위협받는다고 느끼면 곧바로 반응하고, 때로는 다른 말벌들까지 불러 함께 방어에 나선다. 남태령의 동지들도 그랬다. 현장에 사람이 필요하다는 소식이 들리자, 누군가의 권리가 위협받고 있다는 이야기가 들리자 망설임 없이 달려갔다. 시간이 흘렀지만, 그날의 경험은 끝나지 않았다. 기억을 꺼내고 이야기를 나누기 위해 오늘 이 자리에 모였다.

장혜영 감독(이하 장혜영): 저는 오늘은 정치인이 아니라 창작자 정체성으로, 그리고 이 남태령 동지의 정체성으로 왔습니다. 아마도 이 자리에 계신 여러분, 영화에 나오는 또 다른 분들과 함께 남태령에서 여러 동지를 마주한 장혜영입니다. 반갑습니다.
김현지 감독(이하 김현지): 안녕하세요. 영화 〈남태령〉을 연출한 MBC 경남 PD 김현지입니다.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장혜영: 관객분들 표정이 너무 좋으셔서 너무 마음이 좋습니다. GV는 원래 Guest visit을 줄여서 GV라고 하죠. 주로 감독님이나 아니면 출연한 배우들을 모셔서 작품에 대한 얘기를 듣게 되는데, 오늘 GV는 여기 앉아 있는 감독님뿐만 아니라 객석에 앉아 계시는 여러분도 게스트라고 생각을 합니다. 그래서 모더레이터는 가능한 말을 줄이고, 감독님과 관객 여러분께서 많은 이야기를 나누실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영화 개봉한 지 3일 차인데 소감이 어떠세요?
김현지: 광장에 계셨던 많은 분들을 극장과 트위터에서 모두 뵙고 있어서 지금 개봉한 지 한 달은 된 것 같은 기분입니다.
장혜영: 저희가 영원히 X라고 부르지 않는 트위터에서는 남태령 동창회가 열렸더라고요. 마치 함께 지냈던 학창 시절을 회고하는 것처럼 그 모든 순간들을 다시 음미하는 모습이 저도 너무 좋았습니다. 그리고 감독님도 트위터를 되게 잘하시더라고요.
김현지: 오래 다져진…. (웃음)
장혜영: 오랫동안 트위터 세계에 함께 계셨던 감독님이셔서 더 정서를 잘 담아주시지 않았나 생각이 듭니다. 트위터나 시사회 등을 통해서 많은 관객분들을 만나셨을 것 같은데요, 다양한 반응 중에서 특히 기억에 남는 게 있으신가요?
김현지: 광장 이후에 빛의 연대나 응원봉 소녀로 다양하게 상찬을 받았지만, 광장이 닫힌 후에 소거돼버렸던 분들이 드디어 우리 목소리를 들어주는 창작물이 나왔다고 반가워해 주셔서 너무 감사했고요. 남태령을 보기만 해도 너무 무섭고 슬플 것 같았는데, 영화를 보고 신나게 울고 웃다가 다시 해볼 수 있는 힘을 얻었다고 말씀하신 게 기억에 남습니다.
장혜영: 감동적인 코멘트들을 많이 해 주셨네요. 그러면 여러분께 마이크를 넘겨보도록 하겠습니다.

관객: 사실 저는 남태령에 참석을 못 했던 사람인데요, 당사자성이 없어서 잊혀져 가는 시기에 시의적절하게 잘 개봉한 영화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기본 정보 없이 봐서 초반에 너무 많이 울었어요. 영화 속 감동적인 순간들은 어느 정도 의도하고 구성하셨는지, 편집 과정에서 감독님께서도 울컥했던 장면이 있었는지 궁금합니다. 또 하나 인상적이었던 것은 영화의 만듦새였어요. 트위터에 듀나 님도 이 영화의 만듦새가 정말 예쁘다고 남겨주셨어요. 초반부터 확 몰입되는 세련된 감각이 돋보여서 시각적으로나, 음악적인 측면에서 특별히 신경 쓰신 게 있는지 궁금합니다.
김현지: 제가 트위터로 남태령을 지켜보던 밤에 정말 많이 울었고요. 직업적으로 편집을 하다 보니 덜 울게 되기는 했지만, 제가 울었던 순간들에 다 관객분들도 같이 울어주신 것 같아요. 최대한 그날 트위터를 하지 않으셨던 분들도 느끼실 수 있도록 전달을 하려고 노력했습니다. 제가 아직도 울컥하는 건 신우리 님께서 돌아가신 아버지를 부르는 장면과 연재 님이 돌아가신 트랜스젠더 친구를 부르는 장면이에요. 전혀 다른 두 분이지만, 같은 자리에 없어도 너무 그리워하고 바랐을 분을 호명하는 게 저를 계속 울컥하게 만드는 것 같아요. 그리고 포스터를 만드는 과정에서 디자이너분께 콜라주처럼 했으면 좋겠다고 요청을 드렸어요. 수많은 사람들이 하나의 이미지로 뭉쳐지지 않고 각자의 모습을 가지고 있기를 바랐습니다. 또 하나는 관객들이 굿즈처럼 갖고 싶을 만큼 예뻤으면 했어요. 디자이너분께서 손목이 다 나갈 정도로 누끼를 따고, 애를 많이 써주셨어요. 의도한 게 다 먹혀서 아주 기분이 좋습니다.
장혜영: 작업자의 자신감, 내가 노렸던 포인트에 다 원하는 반응을 해 주셨다는 엄청난 답변입니다.
관객: 영화에서 농민분들 이야기를 자세히 들을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저는 남태령이랑 최근 국회 앞에서 했던 농협 결의대회도 갔었는데요. 갈 때마다 농민분들이 너무 좋아해 주세요. 결의대회 때는 사실 동지들이 한 손에 꼽을 정도로 왔었는데도 계속 얘기해주셨거든요. 남태령이라는 게 저희한테도 큰 의미지만, 농민분들한테는 더 뜻깊잖아요. 그래서 농민분들이 어떻게 생각하셨는지를 길게 들을 수 있는 기회가 처음이어서 보면서 좋았습니다. 그리고 "그렇구나 알아두겠다" 하신 이후로, 세종호텔이나 거통고 같은 다른 곳에서도 평등 수칙이 자리를 잡으면서 조금 더 안전한 집회가 될 수 있었는데요. 그런 부분이 잘 담겨서 정말 좋았습니다.
김현지: GV에서 남태령 시민 발언처럼 이야기해 주시는 게 너무 좋아요. 사실 제가 전농 중앙위원회 회의를 갔다 왔거든요. 영화 나온다는 걸 알려드리려고. 근데 농민분들이 기대하셨던 것보다 농민 이야기가 너무 적다고 느끼실까 봐 약간 무서웠어요. 근데 시사회 하는 날에 보시고는, 남태령은 우리가 시작을 했지만 우리만의 이야기는 아니기 때문에 같이 쌓아온 연대 시민들을 볼 수 있어서 좋았다고 말씀해 주셨어요. 다만 서군이 더 많이 갔는데 왜 동군이 더 나오냐, 이것은 지역적인 담합이 있지 않느냐 이런 이야기를 해 주셨습니다. (웃음)
장혜영: 그만큼 이 영화에 너무 애정이 갔고, 내가 우리 편이 더 많이 나왔어야 되는데… 라고 하는 질투 어린 피드백은 정말 애정이 담겼다고밖에 말을 할 수가 없네요.

관객: 영화에서 내향인 님 인터뷰가 귀여운 인형 탈 캐릭터로 나와서 되게 참신하다고 생각했어요. 인터뷰하신 분의 얼굴을 따라서 AI 기술로 표정이 만들어진 건지 아니면 수동적으로 애니메이션이 만들어진 건지 궁금합니다. 그리고 비슷하게 또 다른 캐릭터가 나올까 기대했는데 다른 분들은 가려진 채로 촬영하셨더라고요. 어떤 차이를 두신 건지도 궁금합니다.
김현지: 내향인 님은 얼굴을 밝히고 싶지 않다고 하셨는데, 촬영은 얼굴 가리지 않고 했어요. 대신 처음부터 AI로 표정을 다 따라가는 털 동물을 하겠다고 계획을 잡고 했습니다. 너무 귀여우셔서 얼굴을 가리더라도 그 귀여움을 다 느끼실 수 있었으면 했어요. 처음에 소파에 앉아서 어쩔 줄을 몰라 하시는 거예요. 그래서 옆에 있는 쿠션이라도 안아보시라고 했더니 그제야 안정이 된다고 하셔서 인터뷰를 진행할 수 있었고요. 그래픽 디자이너라서 허리가 되게 안 좋으세요. 그래서 중간중간 일어나서 같이 체조도 하고, 인터뷰가 즐거웠습니다. 에스텔 님 같은 경우에는 흑막 같은 이미지를 주고 싶은데 악어 같은 동물을 하긴 그래서…. 형사 가제트에 나오는 빌런처럼 뒷모습만 나오게 연출했습니다. 말빛 님은 반짝반짝 빛나는 스튜디오에서 촬영했는데, 각자의 캐릭터를 고려해서 한 선택이었습니다.
관객: 저는 당시에 남태령에 가지 못해서 부채감을 가진 채로 계속 트위터 보면서 여기저기 후원하고, 초조하게 시간을 보냈던 기억이 떠올랐습니다. 지방 출신이라 지방에서 사회 운동을 하는 고충이 너무 공감됐어요. 비슷한 일을 했었는데, 서울에서 활동하다가 지방으로 내려가니까 그 격차가 너무 크더라고요. 지방은 서울에 비해 참여하는 사람도 적고, 반응이 안 좋다 보니까 힘든 게 많았거든요. 지방에서 활동하시는 분들에 대한 존경심을 가지고 있는데, 그분들의 이야기가 같이 나와서 너무 반가웠어요. 수도권 중심의 문화를 타파하고 같이 연대해 가자는 메시지가 담겨 있는 것 같아서 정말 좋았습니다.
김현지: 제가 의도한 대로 봐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영화에서 지방 시위참여자 5명이라고 나올 때 많은 분들이 웃으셨지만, 저희는 진짜 웃을 일이 아니었거든요. 5명이서 집회하면 옆에서 막 위협하시는 분도 계셨어요. 거기서 오는 무력감이 힘들었는데, 광장에서 서로가 서로를 발견할 수 있어서 좋았어요. 지역 차별, 소외 문제가 참 넘기 힘든 벽인 것 같아요. 영화를 보시고 1시간 15분까지는 재미있었는데, 그 뒤에 약간 사족 아니냐고 말씀하시는 분들 100% 다 수도권 관객들이시거든요. 이해해요, 이해합니다. 저도 수도권에 살았으면 그랬을 것 같아요. 근데 이건 지역 PD가 만들었으니까 어쩔 수 없는 거니 견디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웃음) 남태령 식으로, 지역 소외도 같이 얘기하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만들었습니다.
장혜영: 김현지 감독님이 그전에는 〈어른 김장하〉라는 작품으로 PD님으로 더 많이 호명이 되셨어요. 지역이 품고 있는 이야기를 오롯이 조명을 하면서도, 그것이 지역성에만 머무르지 않고 보편적인 공감을 얻을 수 있도록 만드는 데 중요한 기여를 해오신 것 같습니다. 남태령에 가지 못한 부채감이라는 표현을 사용하신 게 귀에 꽂혔어요. 그런 이야기를 하시는 분들이 많으셨잖아요. 감독님은 이 키워드에 대해서 어떤 생각을 가지고 계신가요?
김현지: 사실 저도 12월 3일에는 서울 시민들에게 느낀 부채감이 있었거든요. 오롯이 국회를 그분들에게 맡겼기에 너무 감사하고 빚을 졌다는 마음이죠. 민주주의 공화국을 우리가 다 같이 공유하고 있다는 걸 평소에는 감각하지 못하잖아요. 그런데 내란이라는 상황에서 민주주의를 송두리째 뺏길 수 있다는 걸 실감하면서, 빚진 느낌을 가지게 된 것 같아요. 일상으로 돌아가면 슬며시 빚을 깨먹고 도망가고 싶어지는 마음이 들긴 하는데, 안 잊어야 되겠죠.
장혜영: 어떤 종류의 부채감은 삶에 힘듦이 되지만, 어떤 부채감은 사실 꽤 동력이 되는 것 같기도 해요. 내가 갈 수도 있었던 자리를 채워줬던 사람들에 대한 고마움이, 결국은 상황에 대한 신뢰로 돌아오는 거라는 얘기를 감독님이 해 주셨다고 생각을 합니다.

관객: 영화에도 나온 것처럼 남태령을 지나치게 미화하지 않으려는 태도가 영화 전체에 잘 담겨 있다고 느꼈습니다. 현장의 극적인 순간만 보여주기보다 그 자리에 있었던 사람들과 그 이후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백하게 담아낸 점이 좋았어요. 영화에서는 동짓날의 1차 남태령이 담겨 있는데, 그 이후에도 전농에서 두 차례 서울로 행진을 해 주셨잖아요. 그리고 거통고나 세종호텔, 대구 성서공단 등 아직 싸우고 있는 현장들이 많은데요. 혹시 한 번 더 카메라로 비추고 싶은 곳이 있으신지 궁금합니다.
김현지: 지금 택시 발전법 때문에 고공 위에 올라가 계시는 선생님도 계시잖아요. 그분께 이 영화를 보여드리고 싶은 여러 시민분들 마음을 너무 잘 알겠는데, 그분이 고공에서 핸드폰으로 이 영화를 보시는 것보다 우리가 더 애쓰고 또 많은 분들을 압박해서 편안한 극장으로 모시는 게 더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영화 만들면서 되게 힘들었던 건, 거통고도, 세종호텔도, 지혜복 선생님도 또 대구 성서공단도 모두 다 각자의 이슈가 굉장히 절박하고 중요하잖아요. 그런데 영화에서 하나하나 다 다룰 수 없고 그래서 스케치 형식으로만 이렇게 지나가는 게, 내가 이분들을 소비하고 마는가 라는 생각이 들어서 마음이 힘들었어요. 하지만 1차적으로 이 영화를 통해서 해야 될 건, 그날 남태령에서 어떤 일이 있었고, 그 결과 어떤 새로운 인류가 태어났으며, 이분들이 무엇을 원하고 어떻게 앞으로 나아가는가를 보여드리는 거라고 생각했어요. 미디어 몽구를 비롯해서 많은 미디어 활동가들이 현장에 계시잖아요. 원래 방송쟁이들은 우상단을 다 지우거든요. 이건 영화고, 그분들께 감사한 마음을 표현하고 싶어서 최대한 살리려고 했어요. 그분들께서 만드시는 또 다른 다큐멘터리가 있을 텐데, 그때 많이 봐주셨으면 좋겠고 저도 응원하는 마음입니다.
장혜영: 좋은 작품을 계속 만들어 주실 거라고 생각합니다. 스크린에도 진출을 하셨으니 TV, 유튜브, 스크린 등 영역을 넓혀가시는 만큼 또 다양한 현장들을 감독님의 작업을 통해서 만나보기를 희망하는 게 저뿐만은 아닌 것 같습니다.
관객: 광장이 이제는 닫히게 되었다는 말들을 많이 하기도 하잖아요. 남태령이나 광장에서 경험했던 것이 단순히 하나의 집회가 아니라, 서로의 삶에 깊이 연루되고 만나며 연결되는 경험이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그 경험을 앞으로 어떻게 이어갈 수 있을지, 또 지금의 투쟁 사업장이나 현장들이 그런 만남과 연결의 공간이 될 수 있을지가 계속 남는 고민인 것 같아요. 감독님께서는 거의 1~2년에 걸쳐 사람들과 현장을 따라가셨는데요. 그 과정에서 이런 질문과 관련해 새롭게 발견하시거나, 이전과 달라진 생각이 있으셨는지 궁금합니다.
김현지: 제가 기성세대로서 계속 말벌 시민분들, 연대 시민분들, 청년분들을 보면서 걱정되는 부분은 이분들이 소진되지 않을까라는 점이에요. 불교 박람회 가는 사람과 도서전 가는 사람 다 똑같은 사람들이라고 하듯이, 그분들이 계속 여러 투쟁장을 돌아서 연대하시잖아요. 근데 우리만 남았네 라는 마음이 들면 외로워지고, 외로워지면 한이 쌓이고, 그러면 힘들어지거든요. 그래서 남태령에서도 밤새 애쓰신 분들이 지칠까 봐 아침에 새벽 차를 타고 가신 분들이 계시잖아요. 매번 가지 않더라도 한 번씩이라도 내가 당신들을 잊지 않고 있습니다, 보고 있습니다 라는 마음으로 들러주시는 분들이 계시면 좋지 않을까 생각이 듭니다. 그분들 마음을 어떻게 위로하면 좋을지 많은 선배 활동가분들이 고민하고 계신 것 같았어요. 다 너무 비장해지지 말고, 너무 슬프거나 외로워지지 말고, 쉬기도 하면서 재미있고 유쾌하게 견뎠으면 좋겠어요. 그래야 오래 갈 수 있는 것 같아요.
장혜영: 오래 가기 위해서 필요한 쉼과 그리고 유쾌함을 잃지 않는 것이라는 키워드를 감독님이 많이 짚어주셨네요. 사실 사람이 힘들면, 한 먹는다고 그러죠. 너는 나만큼 안 했다는 생각이 들 수가 있어요. 그런 한 먹는 기분이 들 때가 딱 쉴 때라는 걸 아는 게 중요하다고 느껴지네요. 남태령에 닭죽을 배달하는 것도, 그리고 이 연대가 끊이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바라는 마음도 여전히 우리를 연결해 주는 연대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제일 듣기 싫었던 질문 중에 하나가 그래서 말벌이 실제로 몇 명이냐는 기자들의 질문이었어요. 심지어 시민단체에서 오랫동안 활동하시는 분들도 어떤 동원의 대상 같은 걸로 보면, 사실 말벌 그렇게 많지 않다고 하는 이야기를 들을 때도 있거든요. 말벌이 늘 그 현장에 제일 먼저 달려가는 사람이라고 규정하면 그렇게 이야기가 되겠지만, 그 자리에 있었던 사람들은 물론이고 마음으로 함께하고 있었던 여러분도 당연히 이 남태령을 함께 만들었던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어떻게 이 기업들이 계속 오랫동안 힘을 유지할 수 있게 만들지를 같이 고민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관객: 영화를 보면서 남태령이라는 사건이나 경험을 기록하는 일이 결국 그것을 어떻게 기억하게 만들 것인가의 문제와도 연결된다는 생각이 들었는데요. 감독님께서는 이 영화를 작업하시면서 남태령이 어떤 방식으로 기억되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으셨는지 궁금합니다. 그리고 촬영 과정에서 정말 많은 대화와 이야기가 오갔을 텐데, 인물들이 관객에게 어떻게 비춰지기를 바라셨는지도 함께 듣고 싶습니다.
김현지: 영화 초반에 기록이자 분투기라는 자막을 썼는데요. 남태령이 이렇게 멋있었어,라는 것에서 그치면 누군가가 가져다 쓰기 좋은 소스로만 남을 것 같아서 싫었어요. 그래서 이것을 다른 현장으로 인식하려는 사람들이 있는지를 보여드리고 싶었고, 남태령은 명사가 아니라 동사가 되기를 바랐습니다. 그리고 인터뷰이 분들이 많은 이야기를 해 주셨는데, 너무 많은 방향이 있다 보니 일부는 잘라내야 되잖아요. 그 과정에서 제가 이분들을 왜곡하지 않을까 경계를 많이 했습니다. 철 모르는 사람들이 동원돼서 나온 것 같은 느낌을 주고 싶지 않다는 마음이 가장 강했어요.
아무것도 모르는 애들이 감정적으로 동요돼서 나와서 하룻밤 노래 부르고 놀았던 걸로 유난 떤다는 이야기가 제일 듣기 싫었다고 하셨어요. 그래서 악바리처럼 공부를 하셨다더라고요. 그렇게 비치지 않게 하려고 노력을 했습니다. 근데 그게 아쉬웠어요. 이분들이 정말 대단한 분들이고 감사를 드리고 싶은데, 얼굴을 드러내는 것에 대해서 두려움을 가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야속했죠. SNS가 남태령을 가능하게 했던 힘이기도 하지만, SNS만으로는 안 되는 현실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 같아서요. 남태령이라는 오프라인 공간이 있었기 때문에 결국 대면하고 그래서 "그렇구나 알아주겠다"가 가능했던 것처럼, 저희도 더 많이 만났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장혜영: 남태령이 고여 있는 과거의 경험이나 호명해서 사용하기 좋은 끝난 상징이 되기보다는, 계속 현장으로 연결이 됐으면 좋겠다고 하는 감독님의 말씀이 너무 소중합니다. 12.3 불법 계엄 이후부터 내란 극복을 위해 전국에서 광장들이 많이 열렸잖아요. 근데 그 많은 광장들 중에서 딱 이렇게 고유명사로 불리는 건 남태령뿐인데, 여기에 대한 감독님의 생각이 궁금합니다.
김현지: 남태령에서는 주체가 희미했던 것 같아요. 물론 농민분들께서 남태령에 멈춰서 시민들을 초청하기는 했지만, 시위나 집회를 하기 위한 아무 별다른 준비가 없었잖아요. 작은 마이크 하나만 가지고 했었고, 거기에 오신 분들이 참여자가 아니라 자기가 이 현장을 지켜야 되는 주체자였던 것 같아요. 같은 목적의식을 더 명확하게 공유하고 있는, 내가 주인이었던 광장. 그래서 더 인상적이었던 게 아닐까 생각합니다.
장혜영: 확실히 그 자리에 있었던 사람들이 짜여진 각본대로 하는 게 아니라 있는 사람들이 함께 기여하면서 만들었다는 점에서 특별했던 것 같아요. 그때 지하철역에 지원 물품이 너무 많이 들어왔는데, 저도 제가 거기 가서 정리하고 있을 줄은 몰랐거든요. 남태령이 각자의 능동적인 역할들을 자연스럽게 요청하는 공간이었다는 생각이 들어요.

관객: 남태령은 트위터의 순기능이 빛을 발했던 순간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백래시도 그렇고, 트위터 안에서 동지들끼리 서로 상처 입는 순간들도 있었는데요. 인터뷰를 하시면서 걱정되거나 염두에 두신 부분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김현지: 다들 트위터를 하지만 트위터 때문에 고통받은 경험들이 다 있으신 분들, 그래서 얼굴을 내놓는 걸 힘들어하시는 분들이셨어요. 중간에 남태령 아카이빙 심포지엄이 짧게 나오는데, 연구자분들이 예전에는 트위터를 많이 연구하셨대요. 특히 '이란의 봄' 때는 SNS가 민주주의를 구할 수 있을 거라고 희망을 찾다가 포기하기도 했고요. 근데 남태령을 보고 어떻게 가능했는지 알고 싶어서 막 수동으로 복붙을 하시면서 연구하셨습니다. 제가 오늘 오면서 『손절 사회』 라는 책을 읽고 왔거든요. 많은 힌트를 얻었어요. 제가 남태령에서 깨달았던 것들을 사회 전체를 대상으로 풀어놓으신 것 같았어요. 우리가 이 사회를 소비하는 사람으로서의 정체성을 계속 가져가서는 안 되고, SNS에서 쾌적한 관계만 유지하거나 쾌적하지 않은 것들을 일시에 손절해 버리는 식으로 공동체를 대하면 안 된다는 거였어요. 그게 개인을 얼마나 더 외롭게 하는지를 잘 말씀해 주셨는데, 남태령에서는 대면하고 서로가 서로를 돌보고,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힘들더라도 찾고, 남을 돌보면서 기쁨을 얻었잖아요. 그 과정을 귀찮더라도 계속 해야 저희가 새로운 민주주의를 얻을 수 있을 것 같아요.
관객: 저는 그날 경복궁에서 명동까지 집회에 참여하고, 추워서 집에 들어가려고 하던 참이었는데요. 트위터를 보니까 남태령에 사람이 부족하다는 이야기가 올라오더라고요. 그래서 결국 새벽까지 남태령에 있게 됐습니다. 저는 그날을 기점으로 삶이 정말 많이 달라졌다고 느껴서, 영화가 개봉했다기에 연대하러 왔습니다. 그런데 그 시기에 논의되었던, 그리고 그 이후의 여러 의제들을 모두 아우르면서도 감각적으로 풀어내신 작품이라고 생각했어요. 그중에서도 사운드가 굉장히 세련됐다고 느껴졌는데요. 사운드 작업에서 디렉션을 특별히 주신 부분이 있으실지 궁금합니다. 그리고 지역 방송의 PD로서 작업하실 때 혹시 어떤 외압이나 혹은 방해가 있으셨는지 궁금합니다.
김현지: MBC 경남에서는 어떤 외압도 없었습니다. 그나마 저희 선배들이나 대표이사 분들께서 자꾸 웅장한 음악을 넣어야된다고 하셔서 제가 콧방귀도 뀌지 않고 진압했습니다. 이건 제 세대도 아니고, 저희 후배들의 느낌으로 만들어야 된다고 우겨서 가능했어요. 음악이 좋다고 느껴졌던 건, 저희가 광장에서 들었던 K팝이 나와줬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단순히 신나는 게 아니라 그날 광장의 느낌을 사운드로 체감하실 수 있어서가 아닐까 싶습니다. 저도 옛날 사람이라 정말 거의 다 모르는 노래였어요. 광장 덕분에 알게 된 노래들, 특히 Girls never die 너무 좋아하게 됐습니다.

장혜영: 남태령의 현장에 같이 계셨던 분들이, 현장을 재현한 영화를 보고 이렇게 이야기를 해 주시는 게 감독님께서 굉장히 잊지 못할 순간이 되지 않을까 생각이 듭니다. 감독님께 마지막으로 소감을 들어보겠습니다.
김현지: 저도 이 영화를 만들면서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굉장히 열려 있는 줄 알았는데, 나도 되게 많이 닫혀 있던 사람이었다, 더 열어야겠다고 많이 느꼈습니다. 그래서 트위터 하시는 분들, 남태령에 가셨던 분들, 남태령을 지켜보셨던 분들은 이 영화를 어떻게든 보실 것 같아요. 근데 저는 여러분들께서 별로 대화하고 싶지 않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영화를 보게 만들어 주셨으면 좋겠어요. 그러면 그분들 10명 중에 한 7명 정도는 저처럼 스스로 닫혀 있었다는 것을 깨닫고 변하실 수도 있지 않을까 기대를 해봅니다. 그것이 엄청난 사회 대개혁의 출발이라고 생각합니다. 감사합니다.
장혜영: 이 영화가 내란이나 그 이후의 정치 상황들에 대해서는 과감하게 설명을 생략하고 있는데요. 과감하게 생략한 것은 관객들에 대한 신뢰였다고 생각을 해요. 무엇이 있었는지, 왜 사람들이 남태령에 모였는지를 일일이 설명하기보다 관객이 이미 가지고 있는 경험과 기억을 믿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결국 남태령은 역사적 맥락 속에서 일어났던 매우 소중한 사건이지만, 그 의미를 앞으로 어떻게 이어갈 것인가는 지금 이 자리에 있는 우리 한 사람 한 사람에게 남겨진 과제에 가깝다고 생각합니다. 남태령 이후의 이야기는 영화를 만드는 사람뿐 아니라 그것을 기억하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함께 써 내려가야 하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남태령에서의 너무나 소중한 기억이 현장에서 정말 많이 불렀던 노래 제목처럼, 하나의 추억으로 남을 수도 있을 겁니다. 하지만 여전히 어떤 사람들에게 일상은 불평등이고 차별입니다. 그리고 그들은 남태령, 그리고 내란을 함께 극복한 동지들이기도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그들의 일상과 우리의 일상을 어떻게 함께 변화시켜 나갈 것인가를 계속 나누어주셨으면 좋겠어요. 이 영화를 그 대화의 징검다리로 잘 활용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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