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태령〉리뷰: 모여드는 사람의 문법
* 관객기자단 [인디즈] 박은아 님의 글입니다.
벌써 계절 두 번을 건너왔다. 평범한 겨울날 뜬금없는 비상계엄으로 모두를 혼란에 빠트린 2024년 12월. 그중 가장 길었던 밤을 기록한 다큐멘터리 〈남태령〉은 ‘남태령 대첩’을 시작으로 끈끈히 이어진 연대의 순간을 비춘다. 관람하는 순간에도 여전히 진행 중인 일들이 있음에, 그날의 사람들과 쉽게 공명할 수 있었다.
영화는 텍스트와 구술 위주로 진행된다. 프레임의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고, 특히 트위터를 스크린에 그대로 RT (리트윗)하며 특유의 생동감을 유지한다. 유난히 어두웠던 겨울날을 명랑하게 풀어내는 재치가 영화 곳곳에 스며 있고, 절박함과 유쾌함이 동시에 뒤엉키는 현장의 감각을 날것 그대로 끌어올린다.

트랙터를 이끌고 서울로 향하는 전봉준 투쟁단의 사기는 대단했다. 값비싼 기름값과 먼 거리임에도 불구하고 서울로 당도하는 트랙터의 속도는 늦춰질 생각이 없었지만, 서울 직전 남태령에서 경찰에 가로막힌다. 대형 버스로 차곡차곡 메워진 도로에 트랙터는 갈 길이 없고, 농민들은 외쳤다. ‘남태령으로 모여달라’고. 패배의식이라고 한다. 우금치를 넘지 못했고, 양재에서 가로막히며 폭행과 체포로 끝난 지난 움직임 탓에 이번에도 성공하리란 확신은 멀기만 하다. 그럼에도 농민들은 유쾌히 말한다.
“어떻게 멋있게 잡혀가지?”
때는 다시 12월 21일 밤으로 향한다. 삭막했던 남태령이 노래가 울려 퍼지는 광장으로 변해있다. 색색의 응원봉을 들고, 핫팩을 나눠 쥔 2030 여성들은 농민들과 함께 경찰과 대치하기 시작한다. 뜻을 같이 한다는 연대의 힘은 시위 경험 유무나 연령 및 정체성과 무관하다. 무엇을 위해, 왜 이곳에 자리했는지 끊임없이 그리고 숨김없이 발화하는 그들은 강했다. 서로 다른 삶의 궤적들이 한자리에 모여 같은 방향을 바라보는 순간, 남태령의 밤은 더 이상 고립된 투쟁이 아닌 하나의 광장이 됐다.

〈남태령〉의 타임라인은 ‘남태령 대첩’에서 마무리 짓지 않고 오히려 그것을 시작점으로 삼는다. 카메라는 지지부진한 내란 청산과 여전히 만연한 혐오들, 하청 노동자들의 투쟁 현장을 또다시 비추며 그 속에 자리한 익숙한 얼굴들과 인사한다. 남태령 광장의 하룻밤은 지나간 연대의 기록이 아니다. 영화는 그들이 말이 모이고, 함께 하는 곳에 패배의식을 잊게 만드는 성취의 경험이 존재한다고 말한다. 세상 사람들의 모양새를 담아내기엔 길게 난 네모난 도로는 턱없이 좁다. 넓어질 세상과 더욱 화려해질 깃발이 이들의 내일을 꾸며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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