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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unity/관객기자단 [인디즈]

[인디즈] 〈새벽의 Tango〉 인디토크 기록: 끝에서 추는 땅고

by indiespace_가람 2026. 6. 2.

끝에서 추는 땅고

〈새벽의 Tango〉 인디토크 기록

 

일시 2026 5 16() 오후 2시 상영 후

참석 김효은 감독, 이연, 권소현, 오경주 배우

진행 씨네21 조현나 기자

 

* 관객기자단 [인디즈] 이수미 님의 기록입니다.

 

 

* 영화의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마음이 가는 대로 조심스레 발걸음을 내디딘다. 타인과의 순간을 가능한 한 빨리 넘겨버리고 싶고, 그저 하루를 버텨내듯 살아가던 이에게 땅고는 낯설지만 뜨거운 감각을 남긴다. 깨달음은 왜 항상 상처를 남기는지. 어제도, 오늘도 소중한 사람들의 곁을 떠나는 이들이 있다. 슬프지만 평생 같은 춤을 출 수는 없다는 걸 이제는 인정해야 한다. 그래도 조심스레 그때의 감각을 꺼내 보며 다른 춤을 출 준비를 해본다. 땅고란 그런 것이다.

 

 

조현나 씨네21 기자(이하 조현나): 안녕하세요. 오늘 GV 진행을 맡은 씨네21 조현나 기자입니다. 오늘 〈새벽의 Tango〉 감독님, 배우님과 함께하는 마지막 GV인데요. 그래서인지 주말 낮인데도 많은 분들이 함께해 주셨네요. 오늘은 특별히 감독님과 세 분의 배우님 모시고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김효은 감독(이하 김효은): 〈새벽의 Tango〉를 만든 감독 김효은입니다. 이렇게 좋은 날 시간 내어 영화를 보러 와주신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오늘 오경주 배우님이 인생 첫 GV여서 엄청 떨린다고 하셔서 놀랐는데요. 저도 많이 떨리네요. 오늘 즐겁게 이야기 나눴으면 좋겠습니다.

 

이연 배우(이하 이연): 안녕하세요. 지원 역을 맡은 배우 이연입니다. 마지막 GV까지 와주셔서 너무 감사하고, 좋은 이야기, 재밌는 이야기 많이 나누고 갔으면 좋겠습니다.

 

권소현 배우(이하 권소현): 안녕하세요. 주희 역할을 맡은 권소현입니다. 어쩌다 보니 마지막 GV가 됐는데 관객분들이랑 마지막까지 재미난 이야기 나눴으면 좋겠고요. 오늘은 또 어떤 얘기가 나올지 기대됩니다. 영화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오경주 배우(이하 오경주): 안녕하세요. GV가 처음인 현우 역의 오경주라고 합니다. 마지막 GV에 참석할 수 있게 돼서 영광이고, 즐거운 시간 나누고 갔으면 좋겠습니다. 반갑습니다.

 

조현나: 감독님의 과거가 바탕이 된 영화로 알고 있어요. 실제로 공장에서도 일을 하신 걸로 알고 있는데, 그런 경험이 어떻게 영화로 녹아들게 되었는지 이야기 들려주시면 좋겠습니다.

 

김효은: 이 영화 안에는 저의 많은 부분들이 들어가 있어요. 공장은 20대 시절 중간중간에 시간을 보낸 도피처였거든요. 공장 일은 단순노동이다 보니까 일보다는 사람에 관한 이야기를 굉장히 많이 하더라고요. 소문도 많이 돌고, 정체를 알 수 없는 이야기들이 떠도는 경험 속에서 다양한 인간 군상을 만났었습니다. 저에게 있어 늘 관계라는 게 중요한 키워드였고, 그에 관한 이야기를 계속 해보고 싶던 와중에 이런 이야기를 하게 된 것 같습니다.

 

조현나: 세 배우님들은 이 작품의 어떤 부분이 매력적이라고 생각하셨는지 들려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이연: 공장 안에서 일어난 사고를 기준으로 감독님이 하고 싶은 이야기가 분명히 있으신 것 같아서 매력을 느꼈어요. 지원은 목적이 너무 확실한 친구여서 연기를 한번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권소현: 대본에서 여성 인물들이 사건을 이끌어가는 여성 서사가 매력적으로 느껴졌고, 주희라는 캐릭터도 제가 기존에 안 해본 역할이었어요. 그전에는 늘 굳세고 힘듦을 이겨내는 인물을 연기했었는데, 주희는 사랑이 가득한 친구라 새롭게 연기해 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오경주: 저는 처음 대본을 받고 감독님과 미팅했을 때, 감독님께 관계에 대한 어떤 아픔이 있으셨는지 질문했던 기억이 납니다. 이야기가 제 삶과 맞닿아 있는 지점이 분명하게 보였어요. 저도 관계에 있어서 힘든 지점들이 있었고, 감독님과 함께 작품을 해보고 싶었습니다.

 

영화 〈새벽의 Tango〉 스틸컷

 

조현나: 감독님께 세 배우가 각각 역할에 어떤 면에서 잘 어울렸다고 생각하시는지 듣고 싶은데요. 옆에 배우분들이 계시니까 우리 배우가 현장에서 이렇게 잘했다 자랑도 해 주시면 좋겠고요. 감독님이 할 말이 많으신 것 같습니다.

 

김효은: 할 말이 너무 많은데 일일이 얘기하기에는 시간 관계상 어려울 것 같기는 합니다. 찾아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이연 배우로 시작된 이야기예요. 새벽에 어떤 공원을 빠져나가는 인물의 얼굴이 시작이었어요. 이연 배우는 얼굴에 서사가 있는 배우고, 항상 궁금해지는 얼굴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소현 배우는 뒤늦게 캐스팅하게 됐어요. 지원과 주희의 케미가 굉장히 중요하다 보니 비주얼적인 부분까지 잘 맞는 사람이 필요했거든요. 만난 날 너무 그냥 주희였고, 만나자마자 결정하게 됐습니다. 소현 배우는 모든 걸 항상 준비하는 준비성이 좋은 배우고, 땅고에 대해서도 아이디어를 많이 줬어요. 현장에서는 제가 신경 쓸 게 너무 많아서 배우들을 많이 신경 못 썼는데, 그전에 준비해 왔던 것들이 현장에서 빛을 발하는구나 싶었습니다.

경주 배우님은 소개로 소속사와 연결이 돼서 만나게 됐어요. 필모그래피의 영상을 봤는데 제가 생각한 현우의 이미지와 되게 닮았었어요. 제 입장에서는 미안한 캐스팅이라고 해야 하나. 현우가 방진복을 계속 입고 있고, 몇 번 안 나오잖아요. 하지만 굉장히 중요한 역할이라 연기를 잘해주셨으면 했는데, 제 마음이 무색할 정도로 준비를 잘해주셔서 감사했어요. 의견도 엄청 많이 내주시고, 같이 고민해 주시기도 했고요. 다들 너무 뛰어난 배우들이어서 제가 덕을 많이 봤습니다.

 

조현나: 이연 배우님이 아까 말씀하신 대로 지원은 이 공장에 오는 목적이 뚜렷한 인물이잖아요. 그런데 면접 태도를 보면 반대란 말이죠. 공장 임직원 입장에서는 ‘오고 싶어 하는 거 맞아?’라는 생각을 했을 것 같기도 해요. 면접 볼 때 지원의 감정을 어떻게 보셨는지 궁금합니다.

 

이연: 그 장면에 대해 감독님과 얘기를 많이 했어요. 저도 기숙하는 공장 면접을 본 적이 없으니까 제가 생각해도 태도가 너무 불량한 거예요. 피곤함에 절어 있는 건 당연히 이해가 되는데, ‘이 태도가 맞나?’ 싶었어요. 그런데 감독님이 지원은 지금 법적으로 문제가 되는 자기만의 걱정거리와 생각에 깊게 빠져 있어서 대답이 늦다. 단순하고 솔직하게 뱉어버렸으면 좋겠다고 하셨어요. 현실적으로 그 태도가 가능하냐, 안 뽑히면 어떡하냐 여쭤봤는데 감독님이 무조건 뽑힌다, 거기는 떨어지는 게 없다는 거예요.

 

김효은: 그 면접은 사지만 멀쩡하면 되는 면접이었어요. 나름 격식을 차린 거고, 원래는 이런 면접도 많이 없어요. 대부분 이게 진짜 면접인가 싶을 정도로 아무것도 없는 곳에서 쭈르룩 앉히고 형식적인 질문을 해요. 옷도 다들 제멋대로 입고 오고, 다들 하나씩 내려놓은 느낌으로 면접을 보거든요. 지금 완성된 장면은 이연 배우 아이디어예요. 처음에는 날카로웠는데 이연 배우가 지원은 관심 없을 것 같고, 넋 놓고 있을 것 같다고 해서 지금의 장면이 나왔어요.

 

이연: 감독님은 훨씬 더 날카로운 걸 주문해 주셨어요. 그런데 그래도 면접인데 날카롭게까지는 못하겠는 거예요. ‘돈 벌려고 왔다’, ‘여기는 숙식을 다 제공해 주지 않나’, ‘제가 돈이 너무 급해서요’라는 대사를 어떻게 아무런 감정을 주지 않고 뱉을까를 고민했던 것 같아요. 여기 앉아 계신 분들에게 팩트만 전달하자. ‘나 지금 불쌍해’ 이런 거 없고, ‘나 여기 일하러 왔고 어차피 나 뽑을 거잖아’라는 마음으로 연기했습니다.

 

조현나: 주희 캐릭터가 볼수록 속내가 가장 궁금한 인물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맨 초반에 지원을 만났을 때 지원은 노골적으로 안 친해지고 싶다는 티를 온몸으로 내잖아요. 그런데도 주희는 계속 친하게 지내고 싶어 하고, 곁에 붙어 있단 말이죠.

 

권소현: 너무 웃기지만, 대답도 해주잖아요. 무시하지 않잖아요. 지원과 눈이 마주쳤고 내가 물어본 거에 대답해 줬고, 그다음에 뭔가를 해도 반응해주고 이런 긍정적인 포인트들에서 가능성을 찾은 것 같아요. 어떻게 보면 회복 탄력성이 굉장히 좋은 친구인 거죠.

 

조현나: 상처를 티 안 내는 캐릭터인 것 같기도 하고요.

 

권소현: 맞아요. 속이 제일 깊은 친구라고도 생각했어요. 오히려 지원이 말을 툭툭 내뱉는 것도 ‘얘는 무언가가 있을까?’하는 삶의 호기심에 더 궁금해했던 것 같아요.

 

조현나: 완벽한 케미가 아닌가라는 생각이 드네요. 현우는 어떻게 공장에 오게 되었는지도 드러나지 않는데, 경주 배우님께서 설정해 두신 과거나 감독님과 나누신 이야기가 있을까요?

 

오경주: 아까 감독님이 공장을 도피처라고 말씀하신 것처럼, 돈을 벌기 위해 오는 사람도 있지만, 현우는 현미 누나와 공장에서 숙식하면서 사회에서 격리되어 공장으로 도피 아닌 도피를 와있는 것 같아요. 그렇다고 그게 싫지만은 않고, 같이 일하는 친구들한테 마음을 많이 연 상황이 아니었을까 싶어요. 친구들한테도 인사하는 장면들도 코믹하지만, 저는 현우가 공장 생활을 잘 즐길려고 노력하고 있는 친구라고 생각했습니다. 사고로 인해서 부여잡고 있던 것들이 무너져 내릴 때의 변화를 극 안에서 보여주고 싶었어요. 전사는 어려운 누나랑 도망쳐 오듯이 공장으로 흘러 들어오지 않았을까 생각했습니다.

 

영화 〈새벽의 Tango〉 스틸컷

 

조현나: 인물들이 각자의 다양한 이유로 공장이라는 공간에 모이게 되잖아요. 공장은 단순한 일터일 뿐만 아니라 기숙사에서 다 같이 숙식하며 벌어지는 일들과 그 과정에서 쌓이는 인연들이 중요하게 묘사됐던 것 같아요. 감독님께서는 이 공장이라는 공간을 어떻게 표현하고 싶으셨는지 들려주시면 좋겠습니다.

 

김효은: 공장에서 중요하게 생각했던 설정이 방진복이었어요. 하얀 반도체 공장을 형상화하는 공간이었으면 했어요. 방진복도 하얀색이고 공간도 하얀색이면, 인물들이 잘 보이지 않거든요. 누가 누구인지 구분도 안 되고요. 그런 것들이 관계에서의 어려운 지점을 나타내고 있다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그냥 들으면 실제 전자 공장이 생각보다 시끄럽진 않아요. 대신에 백색 소음이 엄청난 영향을 줘서 바로 옆에 이 정도의 거리에서도 말이 잘 안 들려요. 신기한 경험이었는데, 마치 관계에서 가장 어려운 소통 상태 같다고 생각했어요. 어떤 말을 해도 전달이 잘못될 수도 있고, 가까이 가야지만 전달되는 게 있는 거죠. 시계나 창문도 없었으면 했어요. 실제 공장은 온도나 습도를 맞춰야 해서 바깥으로 통하는 창문이 없지만, 저는 이런 점들이 영화와 잘 어울린다고 생각해서 그렇게 설정했습니다.

 

조현나: 이연 배우님과 소현 배우님은 지원과 주희가 서로 첫인상이 어땠을 거라고 생각하시는지 궁금합니다. 새벽에 두 사람이 부딪히면서 인연이 시작되잖아요. 주희는 지원을 못 알아본 것 같은데, 지원은 주희를 알아봤을까 싶었거든요.

 

이연: 지원은 부딪힘을 기억한다고 생각했어요. 다만 같은 방일 거라고는 상상도 못 했고, 지원은 불을 켜고 주희의 얼굴을 봤을 때 진짜 진상이라고 생각했을 것 같아요. 계속 부딪히고, 계속 부대끼잖아요. 그 넓은 공원에서도 부딪혔고. 3인 1실인 건 알고 있었지만, 밤에 혼자 자고 있는데 누가 띠띠띠 하고 들어오더니 갑자기 냅다 엎어지잖아요. 진짜 조심성 없는 친구구나. 아무랑도 가까워지고 싶지 않았는데 얘랑은 진짜 가까워지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했을 것 같아요. 그런데 주희가 너무 들이대니까 면접 때랑 마찬가지로 묻는 말에 빨리 대답하고, 이제 각자 잤으면 좋겠다. 그리고 나한테 관심 안 가졌으면 좋겠다. 조심성 없는 너일수록. 지원은 그런 생각을 했을 것 같습니다.

 

권소현: 주희는 공원에서는 지원인지를 인식 못 했을 것 같아요. 그런데 자려고 누웠는데 몸이 부딪힌 그 순간부터는 ‘얘랑 나랑 뭔가 있으려나 보다’ 생각했을 것 같고요. 내 이불에서 자고 있고, 또래고. 이게 다 인연인데 나랑 뭔가 잘 맞으려나? 친구이려나? 주희는 이 지점들을 다 다 긍정, 긍정, 긍정으로 받아들였을 것 같아요.

 

이연: 너무 대답하기 싫은데 대답하지 않으면 이 상황이 끝나질 않으니까요. 여러모로 주희가 트라우마를 계속 건드리는 친구다.

 

조현나: 주희가 지원한테 ‘너는 나한테 선물 같은 존재’라고 얘기하는데, 첫 만남부터 이어진 관계 때문에 주희가 그런 말을 하게 된 걸까요?

 

권소현: 공장에 오고 가는 친구들이 많잖아요. 그래서 처음에는 좋은 친구가 생겼다 정도였을 것 같아요. 그런데 주희가 계속 다가가는 데도 지원이 잘 받아주고, 주희가 땅고를 너무 하고 싶어 하는데 지원이 그것까지 같이 해주잖아요. 그러면서 살짝 웃는 모습같이 지원의 몰랐던 모습을 알게 되기도 하면서 주희도 관계의 속도를 어떻게 재정립해 가야 하는지 지원을 통해서 알았을 거라고 생각해요. 속도가 다른 친구니까요. 지원이 나한테는 정말 선물 같은 친구구나.

 

영화 〈새벽의 Tango〉 스틸컷

 

조현나: 땅고의 어떤 점이 감독님께 와닿았는지, 탱고가 아니라 ‘땅고’라고 하신 이유도 궁금합니다.

 

김효은: 춤을 소재로 한 다른 영화들과 저희 영화는 다른 지점이 많은 것 같아요. 제목 때문에 사람들이 오해하겠다 싶긴 했지만, 그럼에도 땅고를 고수한 이유는 땅고는 보여주는 춤이 아니기 때문이었어요.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무대에서 추는 화려한 탱고는 안무가 따로 있고 보여주기용이지만, 제가 가져온 땅고는 외로운 사람들끼리 추는 걸 시작으로 길거리에서 서로 교감을 나누면서 걷던 춤이거든요. 땅고라는 게 저한테는 그냥 관계입니다.

 

조현나: 탱고가 아니라 땅고인 건 실제 발음 때문인 거죠?

 

김효은: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시작한 춤이에요. 당시 시작됐을 때는 스페인어식 발음 때문에 땅고라고 불렸어요. 제가 땅고를 배우러 간 적이 있었어요. 오리지널 땅고와 탱고를 구분해서 발음하는 걸 보고, 땅고를 하는 사람들은 발음이라도 구분 지어서 땅고를 고수하려는 마음을 느꼈어요. 저는 보시는 분에 따라 다르게 불러줄 수도 있지 않을까 싶어서, 영어 스펠링을 고수한 ‘Tango’로 결정하게 되었습니다.

 

조현나: 지원과 주희가 춤을 여러 차례 추잖아요. 이연 배우님, 소현 배우님은 땅고를 배우면서 어떤 인상을 받으셨는지, 가장 기억에 나는 춤이 있으신지 궁금합니다.

 

이연: 지원이 춤을 잘 못 추는 역할이라 다행이었어요. 제가 원래 춤에 소질이 있지 않아서 더 어려웠어요. 진짜 소통의 춤이더라고요. 생각도 많이 하고, 상대방이랑 교감하면서 해야 하는데 일단 기본적인 스텝이 안되니까 교감이고 뭐고 잘 안되는 거예요. 땅고가 어떻게 보면 구애의 느낌도 나고, 사랑의 느낌이 많이 나는 것 같아요. 아무래도 몸이 밀착되다 보니 그렇게 느꼈는데, 제가 다리를 뻗고 있으면 주희가 그 사이로 다리를 팍 치는 게 있어요. 그건 해도 해도 낯설고 또 재밌더라고요. 소현 배우님이 너무 잘 추니까 의지를 많이 하면서 췄어요.

 

조현나: 반대로 소현 배우님은 능숙한 역할이어서 부담스러우셨으려나요?

 

권소현: 맞아요. 부담스러웠고요. 저도 안무를 했던 사람이지만 교감하는 춤은 처음 춰본 거예요. 처음에는 막연히 스텝을 외워서 잘 수행하면 되겠지 했죠. 저희가 땅고를 배우고 선생님들이랑 함께 춰보는 시간이 있었어요. 안무도, 정해진 것도 없는데 선생님이 움직이는 대로 제가 다 따라가고 있더라고요. 무게를 잘 기대서 믿고만 있어도 춤이 되는구나, 땅고는 묘하고 신기한 춤이구나 하고 느꼈어요.

 

이연: 저도 그게 너무 신기했어요. 잘하시는 선생님과 추니까 사람이 막 이렇게 움직이시더라고요. 신기한 춤이었어요.

 

조현나: 현우가 지원과 주희를 찾아오기까지 그 시간을 어떻게 보냈는지 궁금합니다. 주희에게 천만 원을 달라고 하지만 현우도 그 돈을 받는다고 해서 마음이 나아지지 않는다는 걸 알 것 같은데, 그런 현우의 마음을 어떻게 받아들이셨는지 설명해 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오경주: 찾아가기 전까지 현우가 힘든 시간을 보냈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걸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감독님과 상의 후에 2, 3주 정도 수염을 길렀어요. 그리고 나이가 들수록 느끼지만, 손가락을 읽은 거에 비해 천만 원이라는 돈은 보상으로 받기에 적다고 생각하거든요. 그 돈을 달라고 하는 마음도 너무 안타까웠고, 좋아하는 친구가 내 눈앞에서 무릎 꿇는 순간도 굉장히 마음 아팠어요. 그래서 그 장면도 제가 현장에서 도망치듯이 떠나는 아이디어를 내서 연기했어요. 진짜 돈을 받아내려고 했던 게 아니라 현우 역시도 주희에게 의지할 순간이 필요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조현나: 원래 시나리오상으로는 그렇게 도망치듯 사라지는 장면이 아니었나요?

 

오경주: 도망치듯 사라진다는 아이디어를 통해서 했다고는 했지만, 저도 셋이 서 있을 때 골목의 분위기와 대본에서 힌트를 많이 얻었어요. 현장에서도 감독님이 의견을 주셨고요.

 

김효은: 비슷하게 쓰기는 했는데, 대사가 달랐어요. 그런데 현우가 그 대사를 하고 가니까 별로 도망치는 것 같지 않은 거예요. 그래서 배우가 아이디어를 준 게 “돈 보내”였어요.

 

오경주: 그리고 샷이 달랐어요. 원래는 사이드에서 찍는 거였는데, 구도도 바꾸고요.

 

조현나: 저도 주희가 무릎 꿇을 때 관객으로서 깜짝 놀랐어요. 소현 배우님은 주희가 어떻게 그런 결정을 내렸다고 받아들이셨는지 궁금해요. 주희가 다른 인물들과 관계 맺는 방식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 같기도 하거든요.

 

권소현: 주희한테 현우도 각별한 관계라고 생각했어요. 경주 배우님은 현우가 정말 돈을 받으러 왔다고는 생각하지 않았다고 하셨지만, 저는 현우가 그렇게까지 얘기할 정도라면 정말 돈이 필요할 수도 있고 중요한 거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주희가 무릎을 꿇을 수 있던 것도 주희가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사과와 미안함의 표시를 그 순간이 아니면 못 할 것 같다는 마음이 들어서인 거죠. 그렇게 표현 못 하면 나중에 너무너무 후회할 것 같고. 현우가 흔들리고 힘들어하는 모습도 처음 봤는데 나한테 이렇게 얘기할 정도면 고민을 참 많이 했겠다. 내가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사과와 책임을 보여주고 싶어서 그렇게 행동했던 것 같아요.

 

조현나: 주희가 되게 심지가 굳은 캐릭터가 아닌가 라는 생각도 드네요. 지원이 경찰서에서 무고하다는 말을 들은 후에 “그럼 피해자들은요?”라고 말하잖아요. 저는 주희에게 영향을 받아서 그런 말을 하게 된 게 아닌가 생각했어요. 초반부에 보여줬던 지원의 모습을 생각하면, 그런 식으로 얘기하지는 않았을 것 같거든요.

 

이연: 저도 주희한테 영향받지 않았으면, 그 말을 하지 않았을 거라고 생각해요. 다른 생각을 할 수 있는 세계를 열어주고 가버린 친구였으니까요. 조사받는 그 순간에는 마치 주희가 된 듯이 행동한 게 아니었을까 생각했습니다.

 

영화 〈새벽의 Tango〉 스틸컷

 

관객: 탱고는 40대 이후에 인생을 어느 정도 겪은 어르신들 추는 춤이라는 인식이 있는데, 젊은 친구들 간의 관계를 맺는 데 있어서 땅고를 사용하신 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김효은: 땅고는 살사 같은 춤과는 다르게 젊은 사람들도 꽤 추거든요. 물론 우리나라에서는 아직도 나이대가 더 높은 건 있어요. 그런데 이 춤은 혼자 걷는 것부터 시작해요. 주희는 춤을 추기 위해서라기보다는 자기 수행에 초점을 가지고 접근했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관객: 지원이 마지막에 울음을 많이 토해내잖아요. 자기와 완전히 다른 인간형인 주희와 헤어진 아쉬움이었는지, 주희가 죽지 않았다면 평생의 친구가 될 수도 있었을 텐데 그런 친구를 잃은 것에 대한 아쉬움인지 궁금합니다.

 

이연: 저는 주희와는 이미 친구가 됐다고 생각했어요. 마지막 씬은 애도의 한 씬입니다. 장례식 3일이 끝난 그다음 새벽 같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소중하고, 중요하고, 내게 영향을 준 사람의 죽음이 사건으로 나에게 다가와도 다음 날은 또 오잖아요. 장례식은 끝났지만 나는 여전히 그 안에서 괴로움을 갖고 있는데, 무거운 짐을 지고 걸어가는 것 자체가 모든 감정을 설명하고 있다고 생각했어요. 마음속에 하나의 무거운 돌덩어리가 얹어졌고, 그럼에도 나는 하루를 살아야 하고, 매일을 살아야 하고, 그런데 그걸 누구를 원망하겠어요. 그래서 나오는 눈물과 세상에 갖는 억한 감정, 애쓰는 감정을 다 내뱉고 싶었던 것 같아요. 그 장면을 연기할 때는 하늘을 보면서 제가 아는 모든, 기사로 접했든, 뉴스로 접했든 혹은 내 지인의 소중한 사람이든, 하늘로 가신 모든 분들을 위해서 그 길을 한번 걸어보고 싶었어요.

 

관객: 주희가 처음에는 되게 눈치 없는 캐릭터 같았어요. 그런데 알고 보면 간이고 쓸개고 다 내줄 정도의 인간 유형이잖아요. 본인이 그걸 다 이겨내면 괜찮지만 번아웃이 올 수도 있고, 그러다 보면 인간에 대한 실망으로도 이어질 수 있는 캐릭터라고 생각했어요. 소현 배우님은 연기하시면서 주희라는 인물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셨는지 궁금합니다.

 

권소현: 저도 처음에는 뭐 이런 친구가 다 있나 싶었어요. 그런데 생각해 보면 제 주변에도 주희 같은 친구들이 있고, 그들이 결코 생각이 없고 속이 깊지 않은 게 아니더라고요. 오히려 더 깊고, 내가 가볍게 해야 상대가 나한테 더 편하게 다가올 수 있으니까 배려해 주는 친구들이 많았어요.

GV를 하면서도 그렇고, 제가 삶을 살아가면서 생각보다 주희 같은 인물들이 많다는 게 너무 다행이라는 생각도 들었어요. 주희는 관계를 더 배워가고 알아가고 있었는데, 늘 자기 책임만 질 줄 알지 관계를 완성해 본 적은 없는 친구였던 것 같아요. 만약 주희가 죽지 않았다면 지원이를 통해, 또 땅고를 통해 관계를 완성해 가는 소중한 경험을 했을 것 같은데 그러지 못해서 아쉬워요. 그래서 주희가 잘 살아갔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도 드는 것 같아요. 감독님께서 주희는 처음부터 이런 결말을 생각하셨고, 그래야 더 소중함이 느껴질 거라고 말씀해 주셨어요. 이 영화를 통해 주변에 있는 주희 같은 분들의 소중함을 알게 되는 계기가 되는 것만으로도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또 해보게 됩니다.

 

 

조현나: 감독님, 배우님 인사 짧게 듣고 마무리하겠습니다.

 

오경주: 인생 첫 GV 정말 재미있게 했고, 영광이었고, 반가웠습니다. 앞으로 또 좋은 연기로 인사드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권소현: 경주 배우님의 첫 GV를 너무 축하하고요. 이렇게 또 마지막이라는 게 찾아온 것 같아요. 아쉽기도 하고 그런데, 그래도 GV를 통해서든, 한 작품을 통해서든 좋은 관계를 알게 되는 것 같아요. 그래서 한 영화를 마치고 나면 한 인간으로서 잘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늘 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이 시간은 다시 오지 않으니까 소중한 마음으로 잘 간직하도록 하겠습니다. 오늘 시간 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이연: GV가 좋은 게 와주신 분들 얼굴을 볼 수 있어요. 한 분 한 분 얼굴을 보고 가니 너무 좋고, 요즘 응원해 주시는 분들 덕분에 소중한 시기를 보내고 있어서 감사합니다. 조심히 돌아가시고 앞으로도 많은 응원 부탁드립니다. 8월에 제가 〈경주기행〉이라고 또 다른 영화를 개봉해요. 그때 또 얼굴 뵙고 찾아뵐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한동안 또 뵙지 못할 텐데 건강히 잘 지내셨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김효은: 사실 저는 마지막이라는 생각이 잘 안 들거든요. 이 영화를 만드는 과정이 공들여서 키운 자식을 보내는 느낌이 있어요. 제가 죽어도 이 영화는 남고, 이 영화를 만든 사람도 계속해서 재가 될 거잖아요. 그래서 이제 끝나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어요. 저한테는 이 영화가 자식 같은 존재지만 보시는 분들에게는 언제든지 꺼내볼 수 있는, 추억을 간직한 친구 같은 존재로 남았으면 좋겠습니다. 오늘 또 그런 자리가 되셨길, 저희 GV를 통해서도 더욱더 마음에 와닿는 어떤 순간들이 있으셨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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