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그렐스〉리뷰: 존재와 상실의 디아스포라
* 관객기자단 [인디즈] 박은진 님의 글입니다.
드넓은 캐나다의 초원 위에는 다양한 존재들이 뒤섞여 산다. 캐나다에서 일생을 살아온 백인 가족, 한국을 떠난 이민자 가족, 수많은 자연물과 동물, 들개가 함께 사는 공간이다. 그러나 이들이 정말 ‘함께’ 살고 있는 것일까? 〈몽그렐스〉는 존재와 상실의 고민을 가진 한 가족의 모습을 그린다.

영화는 총 3부로 나뉘어 이야기가 전개된다. 아버지 ‘소니’의 이야기를 담은 1부 ‘신’, 아들 ‘하준’의 이야기를 담은 2부 ‘카우보이’, 그리고 딸 ‘하나’의 이야기를 담은 3부 ‘블론드’로 구성된다. 각 파트는 가족이라는 공동체 아래에서도 서로 다른 감정을 겪는 인물들의 모습을 나타낸다. 단순히 구간을 분리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어울리는 화면비와 스타일을 설정하는 노력 역시 이 차이를 명확히 하는 요소다.
소니는 들개를 사냥하는 사냥꾼으로 아내를 떠나보낸 뒤 두 자녀를 기르는 이민자 가정의 가장이기도 하다. 제사와 기도를 올리고 단숨에 사냥하는 그의 모습은 다른 이들에게 유능한 사냥꾼의 모습으로 보여진다. 그러나 그는 마음 한구석 깊은 곳에서 자신과 들개의 모습을 겹쳐 보며 존재 상실의 불안을 겪는다. 농민에게 피해를 끼치는 큰 쥐 같은 들개가 마치 새로운 세계에 진입한 자신들의 모습처럼 느껴졌던 것이다.
두 발로 서면 신이고, 네발로 기면 짐승이라 말할 만큼 신과 짐승의 경계는 모호하다. 〈몽그렐스〉에서는 신에게 기도하고 짐승은 도구화하는 인간 모습의 아이러니가 나타난다. 더 큰 아이러니는 오히려 인간의 삶이 짐승인 들개의 삶과 유사하다는 점이다. 이렇듯 신에게 기도하던 인간은 오히려 그 대척점에 위치한 짐승과 가까워지며 자신의 존재를 되돌아보게 된다.

2부는 하준의 이야기로 이어진다. 그는 생계를 위해 어쩔 수 없이 아버지의 사냥 일을 돕고 있지만 사실 사냥에 부정적인 마음을 품는다. 아울러 어머니의 상실을 숨기려는 아버지로 인한 불안, 이주민이라는 정체성에 의한 불안 등을 복합적으로 겪으며 혼란을 겪는 인물이기도 하다. 멋있게 비춰지는 서양의 카우보이와 달리 자신들의 모습은 ‘개 잡는 백정’과 같다고 말하는 대목에서 이 혼란은 더욱 크게 드러난다. 결국 이 과정에서 하준은 아버지와의 갈등이 고조되며 성장의 과정을 거치게 된다.

마지막 3부는 하나의 이야기다. 모두가 언급을 피하는 어머니의 상실이 하나에게는 가장 중요한 문제다. 주인집 부부가 아무리 잘해주어도 하나가 한순간에 그 집의 딸이 되는 것은 불가능한 이유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렇기에 하나는 가장 솔직하고 명료하게 표현한다. 엄마가 보고 싶다고, 돌아오라고 말이다. 가장 꿈과 가까운 아이의 말은 다시금 어른에게 전해져 변화를 일으킨다.
영화 속에 드러나는 한국 전통의 이미지를 살피다 보면 되레 낯선 느낌이 들 때도 있었다. 부적을 붙인다거나, 색동저고리를 입고 피리를 부는 모습 등은 최근에 찾아보기 어려우니 그랬다. 그러나 이 역시 이민자의 특수성이 드러나는 부분이었다. 타지에서 전통을 잊지 않으려 고집하는 그들의 정신이고 문화였던 것이다. 그 전통은 이주민 당사자들이 존재를 상실하지 않기 위해 선택한 몸부림이기도 하다. 우리는 그들의 삶을 어디까지 알고 있는지, 함부로 그들을 재단하진 않았는지 반성하게 된다. 이와 같은 이주민 당사자의 목소리가 더욱 많은 곳에서 널리 알려지길 소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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