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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unity/관객기자단 [인디즈]

[인디즈 단평] 〈몽그렐스〉: 떠도는 자들의 정체성

by indiespace_가람 2026. 6. 9.

*'인디즈 단평'은 개봉작을 다른 영화와 함께 엮어 생각하는 코너로, 

독립영화 큐레이션 레터 '인디즈 큐'에서 주로 만날 수 있습니다.

 

 

떠도는 자들의 정체성

〈몽그렐스〉 그리고 〈도시를 떠돌다〉 

 

*관객기자단 [인디즈] 김예송 님의 글입니다.

 

 

'몽그렐스(mongrels)'라는 단어는 혈통이 뒤섞인 개를 일컫는다. 그 잡종의 기원을 거슬러 올라가면 모태가 어딘가에 위치해 있겠지만, 결과적으로 종을 정의하기 쉽지 않다. 소속되지 못해 외로운 존재들일 수밖에 없는 그들은 필연적으로 자신의 소속을 따지기 마련이다. 결국 내가 어디에서 왔는가, 나는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으로 연장되며 〈몽그렐스〉는 캐나다 낯선 땅에 이주한 한국인들을 통해 이야기한다. 근 몇년전 이민자 가족을 다뤘던 영화들 〈미나리〉, 〈라이스보이 슬립스〉와 다른 점이 있다면 인물의 안쪽에 집중하여 가족 구성원 한 명마다의 개인이 어떻게 정체성을 감각하고 조성하는가의 과정으로 파고든다.

 

영화 〈몽그렐스〉 스틸컷

 

영화는 세 개의 챕터로 나뉘어 아버지 소니, 아들 하준, 딸 하나의 시점을 각각 따라간다. 챕터마다 화면비가 달라지고 이를 통해 인물들이 세계를 인식하는 형태를 구현한다. 가족은 같은 지붕 아래 살고, 동시에 캐나다로 이주해왔으며, 상실의 아픔을 함께 겪고 있지만 세 인물은 전혀 다른 방식으로 감정과 상황을 감당한다. 영화는 이민자가 겪는 고통이 무엇인지보다 동일한 경험과 조건 속에서도 전혀 다른 방식으로 자신을 만들어 나가는 개인 인간에게 초점을 맞추고 있다. 정체성은 환경이 일반적으로 부여하기보다, 각자가 자신의 내부로 어떻게 끌어올렸는지에 따라 다른 방식으로 현상된다. 그리고 이러한 과정들은 발설하기조차 어려울 정도로 매순간 상이하게 작용하고 너무나 개인적이라 서로에게 잘 보이지 않는다.

 

영화의 시작은 아빠 소니의 챕터다. 가장 좁은 화면비로 시작되는데, 이는 그의 세계를 반영한다. 아내를 잃고 캐나다의 작은 시골 마을로 이주한 소니는 들개를 잡는 일로 생계를 꾸린다. 어떠한 생명체를 죽이는 폭력을 통해 자신의 입지를 정당화시키는 것에 남자는 때마다 혼란을 겪는다. 그는 서구의 마을 사람들 앞에서는 고개를 숙이고 들어가지만, 가족들과 마주할 때에는 억눌린 것을 터뜨린다. 여기서 그는 자신의 기분을 망가뜨리는 걷잡을 수 없는 기운을 몰아내기 위해 부적을 붙이고, 제사와 한복과 같이 한국적인 것을 불러와 자신의 정체성을 호명한다. 나의 근원이 무엇인지를 되새긴다.

 

영화 〈몽그렐스〉 스틸컷

 

하준은 이국땅에 가장 잘 유화되고 있으나, 가족과의 거리감과 상실, 성장에 대한 탐색 가운데에 서서 혼란스럽다. 아직 정형화되지 않은 미성숙한 상태의 정체성은 결국 몸으로 불쑥 나타나고 아빠 소니와의 주먹다짐까지 이어지는데, 두 사람 사이의 심연 속 닿아있는 동질한 외로움의 질서에 두 몸이 뒤섞이고 그렇게 서로를 감각하고 안아주는 단계까지 이어진다.

 

하나의 챕터는 전체 스크린을 꽉 채우는 화면비가 된다. 엄마의 부재에 대한 외로움을 가장 많이 언급하고 동시에 환상적인 순간들을 모아 붙들어 두려고 한다. 100번의 비행기를 잡아먹으면 소원이 이루어진다는 믿음을 갖고 있는 하나는 100번에 이르러서야 속에 쌓아둔 솔직한 마음을 폭발시킨다.

 

영화 〈몽그렐스〉 스틸컷

 

소니의 가족은 들개를 통해 형상화된다. 위협을 일으킬 수도 있는 존재로서 은근한 배척을 당하지만, 어떠한 쓸모를 인정 받으면 함께 할 수 있다. 돌출되는 들개의 하울링과 몇 차례 반복되는 들개와의 조우는 인물들이 미처 발화하지 못한 심리를 표상한다. 그리고 어느새 들개의 형상이 사람을 죽일 수도 있는 위협의 대상에서, 보호받지 못한 작은 생명으로 변모하다, 이어 숲속으로 사라지자 기묘한 신비로움을 획득한다. 가족들은 숲속에서 들개들과 마주하며 고독함과 자아의 혼란을 내려놓고 맨몸으로 숲과 접촉하며 치유가 이루어지는 환상적인 힘을 얻게 된다.

 

영화 〈몽그렐스〉 스틸컷

 

〈몽그렐스〉는 가족을 중심으로 개별적인 감정을 촘촘하게 따라가며 그 사람이 어떻게 자신을 구성해 나가는지를 살핀다. 정체성은 여기서 선언이나 도착이 아닌 계속해서 반복되는 동적 상태로 볼 수 있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어디에도 완전히 속하지 못한 이민자 가족에게서 결국 보편적인 감정이 공명하는 것은 우리가 매일 자신이 누구인지 쌓아나가며, 정의되지 않는 층위 속에서 자신을 구성해 낸다는 점에서일 것이다.

 

 

〈도시를 떠돌다〉 (김소영)

영화 〈도시를 떠돌다〉 스틸컷

 

〈도시를 떠돌다〉는 이주를 선택한 이들의 이야기를 담은 다큐멘터리다. 광저우의 무국적 공간 ‘샤오베이’를 중심으로 세계 각지에서 흘러든 이방인들(멕시코인 로베르트, 나이지리아인 디바오차, 마이어스)이 카메라 앞에 선다. ‘샤오베이’는 가난한 외국인 노동자와 상인들이 모여 사는 곳으로 어느 나라에도 온전히 속하지 못한 지점에서 무국적 공간이 된다. 여기 모인 사람들은 동일한 선택을 통해 이곳에 모여있지만, 전혀 다른 방식으로 살아간다. 영화는 이들의 차이점을 파고들기보다 그들이 발 디딘 장소, 어디에도 귀속되지 못한 플랫폼 위에서 각자가 자신을 붙들고 살아가고 있는 방식을 따라간다.

 

이민을 선택한 후 낯선 땅에서 사람들은 자신을 어떻게 다시 구성해 내는가. 영화 속 인물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자신의 지반을 설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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