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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unity/관객기자단 [인디즈]

[인디즈 소소대담] 2025. 8 여름의 막바지

by indiespace_가람 2025. 9. 10.

 [인디즈 소소대담] 2025. 8 여름의 막바지 

*소소대담: 인디스페이스 관객기자단 ‘인디즈’의 정기 모임

 

*관객기자단 [인디즈] 서민서 님의 기록입니다.

 

참석자: 파도, 모래, 파라솔, 태양

 

특히나 무더웠던 이번 여름, 우리는 더위를 피해 극장으로 향했다. 더울 땐 극장이 최고의 피서지라며 서로의 근황을 나누던 중, 늘 그랬듯 우리의 영화 이야기는 어디로 튈지 모르게 된다. 대화를 끝내고 나오니 어느새 선선한 밤공기가 느껴졌다. 동시에 새로운 계절과 함께 찾아올 영화들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는 것. 벌써부터 우리의 다음 대화가 궁금해졌다.

 

 

*  영화와 함께한 우리의 근황

파도: 올해만큼 더워서 지친다는 느낌이 들었던 건 처음이었던 것 같아요. 영화진흥위원회 할인 사업 덕분에 이런저런 극장을 많이 찾아다녔던 한 달이었어요. 서울국제여성영화제, EBS국제다큐영화제도 다녀오고 영상자료원이나 인디스페이스, 서울아트시네마에서도 여러 기획전이 열렸어요. 영화 보느라 쉴 틈이 없었던 것 같아요. (웃음)


모래: 저도 영화관람 할인권 덕분에 지금껏 가보지 않은 독립예술영화관도 찾아다니면서 열심히 영화를 보러 다녔어요. 더운 날씨에 시원한 극장만 한 곳이 없더라고요.

파라솔: 저는 8월 초에 강릉에 다녀왔어요. 강릉독립예술극장 신영이랑 정동진에 있는 독립서점인 이스트씨네를 다녀왔는데 너무 좋더라고요. '이스트씨네에서의 아침을'이라는, 다 같이 빵을 먹으면서 영화를 보는 프로그램을 신청해서 물고기 소년이라는 단편을 봤는데요, 정말 재밌게 봤어요. 영화를 보고 10명 정도의 사람들과 돌아가면서 감상을 나누는 식으로 진행이 됐는데 영화를 보는 다양한 시선, 다양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서 좋았어요. 추천합니다. (웃음)

 

태양: 서울국제실험영화페스티벌에서 이장욱 감독의 창경을 봤어요. 감독님께서 창경궁의 나뭇잎이나 흙 같은 유기물과 필름을 같이 섞어서 작업하셨다고 해요.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무언가를 담아내고 싶었다고 말씀하셨는데 우리가 볼 수 없는, 이미 사라진 과거의 것들을 어떻게 애도할 수 있을지에 대한 생각을 유기물이 되어서 썩어버린 물질들과 필름을 섞음으로써 표현한다는 방식이 흥미롭게 다가왔어요.

 

 

*  2025년 8월 극장에서 만난 영화들

 

스탑 메이킹 센스

 

태양: 개봉일에 IMAX로 리액션 상영회를 보러 갔어요. 정적인 분위기일까 봐 약간 걱정했는데 생각보다 분위기가 정말 좋았어요. 그리고 관객 리액션을 계속 보여주지 않다가 마지막에 가서야 관객석을 함께 비춰주잖아요. 실제 그 공간에 내가 있는 것 같은, 이 콘서트가 끝나는 순간에 직접 가 있는 듯한 느낌을 받아서 조금 뭉클하기도 했어요.


파라솔: 저도 싱어롱 상영회로 한 번 더 봤는데 너무 좋았어요. 처음에 일반 상영관에서 가만히만 앉아서 보려니까 조금 힘들었거든요. (웃음) 신나는 음악에 같이 몸을 흔들면서 즐기면서 볼 수 있어서 좋았어요.

 

파도: 이전에 다른 콘서트 실황 영화를 본 적이 있는데요, 실제 내가 있었던 콘서트 현장을 극장에서 다시 경험하는 것인데도 실제 콘서트장에 있는 것처럼 현장감을 그대로 받았어요. 영화와 하나가 되는 것 같았달까요. 응원봉을 가지고 와서 실제처럼 즐기면서 봤었는데 이 재미를 아는 사람들은 계속해서 이런 콘서트 실황 영화를 보러 갈 거 같다고 생각했어요.


모래: 영화 산업이 조금씩 위기를 맞이한 이후로 극장이라는 공간이 단순히 영화를 보는 장소에서 벗어나 공간의 활용적인 부분에서 점점 다양해지고 있는 것 같아요. 싱어롱이나 리액션 상영회처럼 콘서트 실황 영화를 틀거나 스포츠 경기를 중계해 주는 것처럼요. 극장이라는 공간을 활용한 다양한 콘텐츠를 계속 생산해 내면서 사람들의 호기심을 끌어 극장으로 불러들이는 효과가 있는 것 같아요.

 

 

 

〈수연의 선율〉

 

[리뷰]: 보호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문충원)

[단평]: 이해할 수 없음의 감각(남홍석)

[뉴스레터]: Q. 🏘️ 같이 살 수 있을까? (2025.8.20)


태양: 보면서 영화의 편집이 특이하다고 느꼈어요. 보여줘야 할 부분은 보여주지 않고 오히려 보여주지 않아야 할 부분을 보여준 영화라고 생각했는데요. 특히 후반부는 왜 이런 편집을 선택했는지 생각하면서 봐서 그런지, 영화가 더 흥미롭게 다가왔어요. 영화가 아이들의 세상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들을 의도적으로 비워둔 듯한 느낌이 들었는데 어른의 카메라로 아이들 사이의 선택이나 감정의 변화 같은 것들을 오롯이 담아내는 것이 때로는 오만한 행동이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우리 둘 사이에〉

 

[리뷰]: 한숨과 새숨 사이(오윤아)

[단평]: 허락받는 몸(강신정)

[뉴스레터]: Q. 🍼 '우리 둘 사이에', 무엇이 있을까? (2025.8.13)

 

파라솔: 영화를 보고 친구와 이야기를 나눴을 때, 친구는 장애라는 하나의 서사에 집중해서 내용을 풀어가지 않고 너무 많은 요소가 개입해서 아쉬웠다고 하더라고요. 그런데 오히려 저는 그래서 더 좋았던 것 같아요. ‘장애라는 요소를 배제하고도 임산부로서 겪을 수 있는 여러 어려움을 보여준 점이요. 그리고 독립영화에 자주 나오는 배우들의 얼굴이 많이 보여서 반가웠어요. 특히 김시은 배우님이 연기를 너무 잘하시더라고요. 그래서 몰입도 더 잘 됐던 것 같아요.

 

모래: 저도 포스터랑 시놉시스만 봤을 때는 장애를 가진 여성이 임신했을 때 어떤 어려움을 맞닥뜨리는지에 관한 내용일 거라 생각하고 영화를 봤는데요, 단순히 장애 여성의 임신과 출산에 국한된 이야기가 아니라 임신을 경험하는 모든 여성이 어떤 신체적, 정신적 변화를 겪게 되는지에 관한 보편적인 이야기를 다루고 있어서 좋았어요. 그리고 영화를 처음 찾아볼 때, 배급사인 인디스토리에서 휠체어를 탄 관객이 어떻게 영화와 극장에 접근할 수 있는지 안내하는 게시물을 봤던 기억이 나요. 배리어프리 상영회도 하고요. 작품을 대하는 배급사의 배려가 느껴졌어요.

 

 

 

〈첫여름〉

 

태양: 올해 본 한국 단편 중에 제일 좋았어요. 제가 지금 복지관에서 일을 하고 있는데 일하다 보면 어르신들의 다양한 모습을 볼 수 있거든요. 지금까지는 어르신들의 세계를 직접적으로 드러내는 영화가 많지 않았던 것 같은데 이 영화는 꽤 정확하게 그 부분들을 담아냈다고 느끼는 부분들이 많았어요. GV를 갔을 때, 감독님께서 어르신들이라면 실제로 이 대사를 어떻게 말하실지 많이 고민하셨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감독님께서 대사를 써서 드리면 배우님이 실제 본인의 언어로 수정하는 과정을 여러 번 거쳤다고 해요. 그래서 대사도 더 사실감이 느껴졌던 것 같아요. 엔딩 장면에서 한 사람이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는 모습을 최대한 담백하게 표현하는 방식도 마음에 들었어요. 영화가 누군가의 잊힌 삶을 첫여름에 빗대서 말하고자 했던 지점들에 대한 존중이 느껴졌어요. 앞으로의 감독님의 장편이 기대돼요.

 

파라솔: 저도 정말 좋게 봤어요. 소재 자체도 너무 독특하고 경험해 보지 못한 삶을 우리가 이해할 수 있게끔 그려내면서도 동시에 제가 아는 할머니의 모습도 보여줘서 좋았어요. 지금껏 누군가의 아내, 엄마, 할머니로만 살아왔던 한 여성의 삶을 보여줌으로써 누군가의 잊힌 삶에 대해서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됐어요.

 

*  서울국제여성영화제 다녀온 이야기

파도: 헬렌 리 감독의 초기 장편인 우양의 간계를 봤어요. 2000년대 초를 배경으로 부잣집 남자를 만나서 결혼을 하고 싶어 하는 동양인 여성이 주인공인데요, 동양인 여성으로서 주인공이 가진 태도와 여러 고민을 보면서 동시에 감독님께서도 같은 동양인 여성으로서 북미에서 지내면서 어떤 고민을 하셨을지 느껴지는 영화였어요. 지금 여성들이 가지고 있는 고민의 결이 과거와 다르지 않고 새로운 형태로 변하기도 하면서 계속 이어지고 있다는 느낌이 들어서 감독님께서도 관객들의 목소리를 듣고 싶어 하시는 게 느껴졌어요. 로맨틱 코미디 장르이면서도 생각해 볼거리가 많은, 다층의 레이어를 가지고 있는 영화여서 재밌게 봤던 기억이 나요.

모래: 저는 화제작 이반리 장만옥을 봤어요. ‘중년 레즈비언정치라는 조합이 신선하고 흥미로워서 기대를 많이 했어요. 극장에서 300명이 넘는 사람들과 다 같이 웃고 박수 치고 환호하면서 봤는데 너무 좋은 거예요. 그런 분위기에 함께했다는 게 너무 좋아서 영화제에서 보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분명 몇몇 개그 요소들이 과한 부분도 있고 조금은 뻔하기도 했지만 그럼에도 좋았어요. 그래서 더 좋은 영화들이 있잖아요. 뻔하고 유치해서 더 좋은 영화들이요. 끝나고 GV도 봤는데 감독님이 대중 퀴어 영화를 만들고 싶으셨다는 거예요. 그래서 성공하셨다.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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