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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할 수 없음의 감각
〈수연의 선율〉 그리고 〈애드벌룬〉
*관객기자단 [인디즈] 남홍석 님의 글입니다.
‘내가 그때 왜 그랬을까?’ 청소년기를 돌아보면 가장 많이 드는 의문이다. 그때는 합리적이라고 생각했음에도 지금 보면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있다. 청소년의 감각을 어른의 시선으로 담아내기란 쉽지 않다. 설령 그게 과거의 자기 자신이라 할지라도 말이다. 그래서 어떤 영화들은 그 사고의 연결고리를 과감하게 생략한다. 온전한 이해가 어렵다는 사실을 인정하려는 듯이.
함께 살던 유일한 가족인 할머니를 떠나보낸 후, 이제 곧 중학교에 입학하는 ‘수연’은 보육원에 들어가는 대신 스스로 새 가족을 찾으려 한다. 수연은 유튜브에서 표면성 언어장애를 가진 일곱 살 ‘선율’을 입양한 부부를 발견하고, 그들과 가족이 되기 위해 고의로 접근하는 과정에서 선율과 특별한 유대감을 쌓게 된다.
저녁 식사를 함께하게 된 어느 날, 선율의 엄마 ‘유리’는 이 순간을 기록으로 남기고 싶다며 유튜브에 업로드할 영상을 촬영한다. 선율의 새로운 친구라며 자기소개를 부탁하자, 수연은 지금까지 부모에 대해 한 이야기는 모두 거짓이었고, 사실 자신은 홀로 남겨진 아이라는 진실을 털어놓는다. 고백의 순간에 영상을 촬영하던 유리의 카메라는 프레임 밖으로 사라진다. 〈수연의 선율〉에서 얼마 되지 않는 진실의 순간은 카메라 밖에서나 가능하다. 그러나 곧이어 카메라는 프레임에 재등장하고, 가식인지 진실인지 알 수 없는 유리의 반응이 이어진다. 수연은 ‘제 이야기는 영상에 담지 말아 달라’고 말한다. 그 부탁의 수용 여부는 알 수 없다.
영화의 후반부, 수연을 중심으로 충격적인 사건들이 소나기처럼 몰아친다. 연결고리 없이 관객에게 주어지는 정보들은 마치 열병을 앓던 도중에 꾼 꿈처럼 느껴진다. 중요한 일을 놓친 듯한 감각, 어딘가 의아하게 느껴지는 편집은 어쩌면 청소년기에 대한 연출자의 겸손이 아닐까. 수연과 선율의 마지막 조우는 그러한 의심을 강화한다. 아이들에게 진실의 순간은 카메라 바깥에 있다.
한편 〈애드벌룬〉의 고등학생 ‘효정’과 ‘지연’은 도돌이표 같은 하루를 보내던 와중 효정의 친구를 통해 어느 건물 옥상에 자리한 거대한 애드벌룬을 마주한다. 어른들의 시선에서 벗어난 아이들만의 공간, 바람 빠진 형형색색의 풍선 안에서 그들은 난생처음 겪어보는 새로운 세계에 입문하게 된다. 웃음과 눈물이 교차하던 그날 밤, 어떤 아이는 사라지고 다른 아이는 무성한 소문 사이에 남는다. 그러나 카메라는 그날 밤에 있었던 일을 명료하게 묘사하지 않는다. 가닿을 수 없는 감정을 담으려 애쓰는 대신, 영화는 사건 이후 주변에 퍼진 소문을 내레이션으로 제시한다. 소문의 폭력성은 이해할 수 없는 무언가를 이해하려는 시도에서 온다. 〈애드벌룬〉은 공백을 통해 이해할 수 없음을 인정하는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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