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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디즈 Review] 〈다섯 번째 흉추〉: 보존과 영원 〈다섯 번째 흉추〉 리뷰: 보존과 영원 *관객기자단 [인디즈] 진연우 님의 글입니다. 나는 이불 빨 시기를 감정으로 가늠한다. 침대에 누워 너무 많은 생각을 했을 때, 너무 많은 눈물을 흘렸을 때, 너무 오랜 시간을 보냈을 때. 심지어는 감지 않은 머리도 눅진한 감정의 척도가 된다. 권장되는 세탁 주기와는 무관하게 그곳에 누워 보내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침구를 세탁해야 한다는 생각에 강박적으로 빠져들고, 그 때문에 내가 사용하는 침구는 세탁 주기를 넘긴 적이 거의 없다. 정신이 망가질수록 이불을 세탁기에 넣고 돌려 버려야겠다는 충동은 침대와 내 상태를 동일시하는 데에서부터 기인했다. 이불에 들러붙은 감정들을 살균해 버리기 전까지 부정한 것들이 유령처럼 남아 내 위에 눌러앉을 것만 같은 착각 안에 산 것은 .. 2023. 8. 21.
[인디즈 소소대담] 2023. 7 소소한 휴가 [인디즈 소소대담] 2023. 7 소소한 휴가 *소소대담: 인디스페이스 관객기자단 ‘인디즈’의 정기 모임 *관객기자단 [인디즈] 진연우 님의 기록입니다. 참석자: 숲, 풀, 잎, 꽃 뜻밖의 휴가처럼 조금은 얼떨떨하고 반가운 마음으로 작은 테이블에 둘러앉았다. 거창하지 않아도 이름처럼 소소했고, 좁혀진 거리만큼 마음은 넓어졌다. 이날의 얼굴들을 오래 기억하고 있다. 한층 이완된 마음으로 마주한 서로를 여름의 기억이라고 불러도 좋겠다. * 최근 독립영화 개봉작에 대해서 〈수라〉 [리뷰]: 우리를 움직이게 하는 것들(조영은) 숲: 소중한 영화였다. 영화에서 아름다운 장면들도 정말 많이 나오고, '아름다움을 본 죄'라고 말하기도 하지만 그 아름다움이 내몰려서 죽음의 위기에 놓여 있다는 게 중요한 문제 같았다. .. 2023. 8. 17.
[인디즈 Review] 〈비닐하우스〉: 앙상하게 드러난 존재의 감각 〈비닐하우스〉리뷰: 앙상하게 드러난 존재의 감각 *관객기자단 [인디즈] 이수영 님의 글입니다. “자해인지도 몰랐어요.” 카메라의 시선은 제 머리를 쳐대는 문정으로부터 시작된다. 천천히 줌아웃하며 비추는 풍경은 다름 아닌 비닐하우스, 문정의 집이다. 바스락거리는 천막 아래 우유 박스가 어지럽게 쌓여있다. 박스 위 깔린 장판은 도드라진 바닥 균열이 느껴질 정도로 얇아 보인다. 허름한 골조 위 단정하게 놓인 이불과 베개. 문정의 침대다. 깡마른 철골이 버티고 있는 비닐하우스 안에서 문정은 단잠에 든다. 문정은 돌봄 노동자다. 치매 환자 화옥과 시각 장애인 태강 부부를 돌보며 생계를 유지하고 있다. 관객 눈에 그는 바보같이 순박해 보인다. 화옥이 문정의 얼굴에 침을 뱉을 때도 웃음 한 번 잃지 않은 채 화옥을 .. 2023. 8. 10.
[인디즈] 〈작은정원〉인디토크 기록: 언니들이 피워낸 영화라는 꽃이 우리에게 닿아서 언니들이 피워낸 영화라는 꽃이 우리에게 닿아서 〈작은정원〉인디토크 기록 일시 2023년 7월 22일(토) 15:30 상영 후 진행 여성인권영화제 정 프로그래머 참석 이마리오 감독, 방은진 감독 * 관객기자단 [인디즈] 김소정 님의 기록입니다.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현장의 분위기가 영화가 담고 있는 무드를 그대로 닮는다는 생각이 든 적이 많다. 역시 〈작은정원〉의 인디토크 현장 또한 영화 〈작은정원〉의 아름답고 산뜻한 분위기를 그대로 닮아 있었다. 할머니 감독들이 한데 옹기종기 모여 각자가 찍어 온 영상을 보는 다큐멘터리의 분위기처럼 게스트와 관객들이 〈작은정원〉을 함께 보고 서로의 감상을 나누고 각자의 삶을 응원하는 모습은 작은 정원에서 피어나는 영화라는 하나의 꽃을 보는 것 같았다. 누군가에게는.. 2023. 8. 10.
[썸머프라이드시네마 2023] 김해나 배우 인터뷰 흔들리는 세계를 딛고 일어서는 배우 썸머프라이드시네마 2023 김해나 배우 인터뷰 *관객기자단 [인디즈] 김진하 님의 글입니다. '김해나 배우 특별전'의 여섯 작품은 경계에 위치해 있다. 실재와 환상, 삶과 죽음, 사랑과 이별, 이상과 현실, 당신과 자신. 어디에도 완전히 속할 수 없고, 망망대해를 떠다니는 기분을 그는 알고 있었다. 흔들리는 바다를 벗어나려 안정적인 땅을 찾아가는 사람이 있는 한편, 김해나 배우는 있는 힘껏 파도를 뚫고 나아가는 편을 택한다. 연기와 현실, 바다와 땅을 오가며 넓어지고 깊어지는 김해나 배우의 세계는 그래서 우리를 끌어당긴다. 김해나 배우의 단단하고 자유로운 궤적을 따라가며. 썸머프라이드시네마 2023에서 〈건우와 덴마크〉, 〈사이〉, 〈키위를 먹는 방법〉, 〈스타렉스〉,.. 2023. 8. 9.
[썸머프라이드시네마 2023] 〈가을이 여름에게〉원은선 감독 인터뷰 모습이 변한대도, 방향이 다르대도. 그래도 가족 썸머프라이드시네마 2023〈가을이 여름에게〉 원은선 감독 인터뷰 *관객기자단 [인디즈] 이수영 님의 글입니다. 엄마와 이혼, 프라이드라는 대주제에 걸맞지 않아 보이는 두 단어가 등장한다. 인생의 가을에 다다른 미숙은 딸들에게 무슨 애기를 하고싶은 걸까. 아직 무더운 여름날을 보내는 딸들은 결혼, 미래, 사랑의 영역에서 어떻게 자신만의 계절을 준비하고 있을까. 가족과 친밀함의 경계가 끝없이 확장되는 지금, 원은선 감독이 영화로 드러낸 관계의 이면이 무엇일지 인터뷰를 통해 들어봤다. 무더운 여름에 영화를 보고 있어 그런지 제목이 인상 깊습니다. 〈가을이 여름에게〉 제목의 의미가 궁금합니다. 저도 오랜만에 영화를 봤어요. 〈가을이 여름에게〉라는 제목을 처음 생각.. 2023. 8. 9.
[썸머프라이드시네마 2023] 〈퀴어 마이 프렌즈〉서아현 감독, 출연자 송강원 인터뷰 To. 때때로 절망하는 너에게 썸머프라이드시네마 2023〈퀴어 마이 프렌즈〉 서아현 감독, 출연자 송강원 인터뷰 * 관객기자단 [인디즈] 김태현, 조영은 님의 글입니다. 어느 순간 무수한 물음을 맞닥뜨리게 된다. 우리는 이날, 삶에 이리저리 떠다니는 그 물음에 관해 이야기를 나눴다. 세상에서 비롯되는 슬픔을 이겨내는 힘이 있다면 그것은 결국 앞으로 계속 나아가게 하는 무언가일 것이다. 영화 속 두 사람이 주고받은 편지의 말들처럼, 멀리 보고 계속 뛰게 할 수는 없지만 그다음으로 차근차근 나아가게 하는 것. 목적지가 아니라 옆에 있는 것. 그것이 ‘사랑’이라고 이날 인터뷰에서 두 사람은 이야기했다. 그렇게 서로 등을 맞대고 기대어 있다 보면, 언젠가 당신이 옆에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그것을 당신은 영화에.. 2023. 8. 9.
[인디즈 기획] 정지혜 평론가 인터뷰: 물처럼 흐르는 평론가 - 유연한 비평의 지도를 만들기 위하여 [정지혜 평론가 인터뷰] 물처럼 흐르는 평론가 – 유연한 비평의 지도를 만들기 위하여 * 관객기자단 [인디즈] 김소정, 박이빈 님의 글입니다. 조금만 걸어도 땀이 주르륵 흘러내리는 여름날, 영화에 대한 글을 쓰는 동료로서 정지혜 평론가를 만났다. 매일 자유로운 물속에서 유영하고 흐르는 영화의 리듬감을 따라 글을 쓰는 평론가의 삶을 들으며 어쩐지 무더운 더위가 가시는 기분이 들었다. 정지혜 평론가와의 인터뷰를 읽는 모두가 고요하지만 유연한, 그래서 자유로운 글쓰기의 세계로 풍덩 빠져들 수 있기를 바라본다. 먼저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보통 평론가분들은 인터뷰의 대상이 되시기보다 작성한 글이나 참여한 영화제 등으로 잘 알려지는 것 같은데요, 혹시 오늘 인터뷰에 응해주신 이유가 있다면 어떤 것일까요?.. 2023. 8. 8.
[인디즈 기획/에세이] 처치의 함 처치의 함 * 관객기자단 [인디즈] 김해수 님의 글입니다. 서문에서 고름을 거스르고 운을 떼진 못하겠다. 원래는 발에 난 연하고 사소한 물집이었다. 당시에 왕복하며 걸을 일이 숱했기에 이해했다. 문득 생긴 입체감은 성가셔서, 차라리 긴 무사를 바랐다. 그날은 ‘하필’이 밀집해 있었다. 장마 구간에 우산을 미비했다. 안 올 거야, 설익은 믿음을 외워봤으나 기어이 왔다. 덜한 사이에 잘 끼고 싶어 몸을 비트는 일에 신중했다. 영상도서관에 가서 독립 영화를 봤다. 등을 웅크린 인물이 영화마다 있었다. 사랑의 교류를 원한 게 모두의 원인이었다. 그래서 끝내 근육이 완만해도, 평평해도 슬펐다. 나에게 홀씨처럼 붙은 활기 있고 동시에 막막한 기분이 설명되지 않았다. 상영을 끝내고 나왔는데, 그것이 터져 처음 보는 .. 2023. 8. 8.
[인디즈 단평] 〈비밀의 언덕〉: 아이들 곁의 어른, 선생님에 주목하며 *'인디즈 단평'은 개봉작을 다른 영화와 함께 엮어 생각하는 코너로, 독립영화 큐레이션 레터 '인디즈 큐'에서 주로 만날 수 있습니다. 아이들 곁의 어른, 선생님에 주목하며 〈비밀의 언덕〉과 〈나는 마을 방과후 교사입니다〉 *관객기자단 [인디즈] 김소정 님의 글입니다. 이지은 감독의 첫 장편 데뷔작 〈비밀의 언덕〉은 한 초등학생 아이의 인정욕구와 자신을 둘러싼 세계와의 분투를 다룬 만큼 성장영화라고 분류될 수 있을 것 같다. 〈벌새〉와 〈우리들〉, 그리고 〈남매의 여름밤〉까지 성장영화의 계보를 쌓아오고 있다고도 볼 수 있는 십 대 여성의 이야기는 단 한 번의 사건이 아니라 그 시절을 겪으며 어른이 된 현재의 우리들을 웃음 짓게 하고 눈물 흘리게 하며 이제는 한국 독립영화계의 하나의 흐름으로 자리 잡았다... 2023. 8. 8.
[인디즈] 〈비밀의 언덕〉인디토크 기록: 자꾸만 다시 돌아가는 자꾸만 다시 돌아가는 〈비밀의 언덕〉 인디토크 기록 일시 2023년 7월 19일(수) 오후 7시 상영 후 참석 이지은 감독, 문승아 배우 진행 윤가은 감독 *관객기자단 [인디즈] 박이빈 님의 글입니다. 형형한 눈빛으로 선물을, 색을, 전할 말을 고를 때 이야기는 시작된다. 같은 언덕을 자꾸만 오르내리는 것은 마음이 제대로 전해지지 않을까 봐 그렇다. 커다랗고 창피한 비밀은 내 속을 아는지 모르는지 한없이 부풀어 오르고, 비밀과 나의 크기가 맞먹을 때쯤 솔직함에게 손을 건넨다. 그래서 솔직함이 무엇이냐 물으면 잘 모르겠다. 몰라서 울어 버리고, 싸우고, 도망치지만 명은의 발끝에는 아직 돌아갈 힘이 남아 있다. 다시 형형한 눈빛으로, 신발끈을 단단히 묶고. 윤가은 감독(이하 윤가은): 모더레이터 맡은 감독 .. 2023. 8. 3.
[인디즈] 〈어디로 가고 싶으신가요〉 인디토크 기록: 남겨진 ‘애도’라는 물음 남겨진 ‘애도’라는 물음 〈어디로 가고 싶으신가요〉 인디토크 기록 일시 2023. 7. 13(목) 19시 상영 후 참석 김희정 감독, 박하선 배우 진행 신형철 평론가 *관객기자단 [인디즈] 조영은 님의 글입니다. 김희정 감독은 자신이 투영된 캐릭터에 대한 질문에 답하며 “무사히 어른이 되기 어려운 세상”이라고 이야기했다. 세상에는 정확한 답을 내리기 어렵고 이해하기 어려운 행태들이 있다는 말에 공감한다. 이를테면 기성세대의 절망과 아이들에 대한 희망. 그래서 우리는 어디로 가야 하는 것일까. 그런데도 살게 하는 것이 있다면 가야 하는 길에 손을 내밀어 주는 어른이나 동료, 그런 개개인의 존재가 아닐까. 그것이 어떤 형태의 아픔이든 위로이자 치유일 것이다. 영화에서 펼쳐놓은 세계가 윤리적으로든 사회적으로든.. 2023. 8. 2.